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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341 - 챕터 350

488 챕터

제341화

이 남자는 바로 어제 열린 경매에서 배건후와 토지를 두고 경쟁하던 사람이었다. 그는 경제적인 조건뿐만 아니라 입찰서까지 완벽하게 갖춘 강력한 경쟁자였다. 배건후의 사업을 빼앗고 심지어 지금 그의 사람까지 빼앗으려 하니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참가자는 반드시 회사의 직원이어야 하는데 도아린이 지금 티파니 주얼리에 입사하기엔 늦었어요.”배건후가 냉정하게 말했다.진경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배 대표님 말이 맞아요.”배건후가 긴장한 마음을 조금 풀려는 순간 그는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아린이는 진씨 가문의 사람이자 티파니 주얼리의 주주에요. 굳이 입사할 필요가 없죠.” 진경수는 배씨 그룹의 신청서를 병상에 던져버리더니 새로운 신청서를 꺼내 펜과 함께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손을 뻗어 신청서를 건네받았다.배건후는 그녀의 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도아린, 지금 외부인과 손을 잡기라도 하겠다는 거야?”“진 대표님은 아린이의 둘째 오빠예요. 진정한 외부인은 당신이죠.” 소유정은 펜 뚜껑을 열고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오른손으로 펜을 제대로 잡지도 못했지만 천천히 자신의 이름을 적어 내려갔다.배건후가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려 하자 진경수가 그를 막아섰다.“배 대표님, 지금 제 여동생에게 손이라도 대려는 겁니까?”“...”배건후는 동공이 흔들리더니 잠시 멍해졌다.‘여동생?’진씨 가문과 혈연관계도 없는 도아린을 이렇게까지 아끼다니, 보기엔 은혜를 갚으려는 것 같았지만 실상은 그녀를 이용해 배씨 가문을 무너뜨리려는 계획이었다.배건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씨 가문이 연성에서 한몫 챙기고 싶다면 정정당당하게 경쟁하세요. 그럼 상대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경쟁자라고 생각할게요. 근데 지금 부부 사이를 이간질하는 건 너무 비겁한 거 아닌가요?”진경수는 전혀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자신만만한 미소를 띤 채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제가 둘의 관계에 이간질한다고 뭐가 달라질까요? 배 대표님은 보미 씨와 스캔들이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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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2화

육하경은 주먹을 날리려는 배건후를 말리며 성대호를 쏘아밨다.“입 닥쳐.”성대호는 고개를 들고 눈에 비웃음을 띄웠다.“건후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 네 아버지, 그리고 네 스캔들 상대에 네 절친까지 전부 지유를 구하기 위해 아린 씨를 해치고 있잖아. 그런데도 네가 이 일과 관계없다고 할 수 있겠어?”그의 눈동자에는 깊고 검은 파도가 일었다. 금방이라도 잠식될 듯 넘실거렸다.성대호는 입술에 묻은 피를 닦더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하경은 긴장된 분위기를 완화하려 애썼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배건후는 전화를 받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바 VIP룸.손보미는 술잔을 높게 들어 올리며 말했다.“우리 잘해 봅시다!”김지민은 배석준의 품에 기댄 채 그의 가슴을 다정하게 쓰다듬었다.“걱정 마세요. 대회가 끝나면 지유도 풀려날 거예요.”배석준은 비꼬듯 술잔을 들었다.“대회에 나간다 한들 수상하겠어?”“사실 지유는 전부터 스타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도아린이 지유를 이렇게 만든 걸 생각하면 차마 도아린이 대회에 나가도록 둘 수 없었어요.”손보미는 배석준과 잔을 부딪치며 눈물을 글썽였다. “설령 건후가 절 미워하게 되더라도 지유를 위해서라면 참가자 명액을 반드시 빼앗아야 했어요.”배석준은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그는 배건후가 손보미와 사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는 반대했었다. 아무래도 배경도 능력도 없는 그녀는 배씨 가문의 며느리 자격이 없었다. 그녀가 자진해서 해외로 떠나는 바람에 배씨 가문의 보복을 피할 수 있었다.도아린이 그 틈을 타서 배씨 가문으로 들어오지 않았더라면 배석준은 차라리 손보미를 며느리로 받아들이고 싶었다. 어쨌든 손보미는 배지유를 위해서라면 진심을 다했기에 배씨 가문을 망가뜨리려는 도아린과 달랐다.“너와 건후 사이 문제는 내가 끼어들 수 없단다.”배석준은 술을 한 모금 마시며 말을 꺼냈다. “어릴 때부터 자기 주장이 강한 아이였다.”“전 대표님 마음속에 우리 보미가 어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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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3화

고개를 돌리자 배건후는 무표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배건후가 배씨 그룹을 맡고 나서부터 둘은 몇 번이고 의견이 엇갈렸지만 매번 배건후의 판단이 옳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석준은 때론 아들이 소름 돋기도 했다.“왜 그렇게 보는 거니? 이게 다 널 위해서야. 만약 지유가 자기 대신 도아린이 대회에 나간 걸 알게 되면 널 얼마나 미워하겠어?”배건후가 말했다. “지유는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어요.”배석준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전공과 취미는 별개야.”“아버지, 많이 늙으셨네요.” 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눈빛에 차가운 비웃음을 번뜩이며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당하는 줄도 모르고.”배석준은 문을 쾅 닫고 나가버리는 아들을 보며 분노가 치밀어 오르다 못해 주먹까지 떨려왔다. “이 망나니 녀석이 감히 아버지한테!”고개를 돌리자 주현정은 계단에 서서 똑같이 비웃음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당신도 내가 노망났다고 생각해?”주현정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은 돌아오지 말아야 했어요.”배석준은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려 했지만 주현정은 그를 들여놓지 않았다. 그는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당신은 이미 지유한테 깊은 상처를 주었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게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야. 아들은 도아린에게 홀려있는데 당신도 도아린을 따라다니며 헛소리나 하고 말이야.”주현정은 그의 셔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가리키며 비웃음을 흘렸다. “지민 씨가 당신을 제대로 홀린 것 같네요.”“지민 씨는 무려 8억 원을 손해 보고도 당신한테 원망 한마디 안 했는데, 어떻게 되레 당신이 지민 씨를 원망할 수 있어?” 배석준은는 억울해하는 김지민의 모습을 떠올리며 불쾌해졌다.주현정은 그의 눈을 빤히 쳐다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 “우리 이혼해요.”“뭐라고?” 배석준은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미 쉬고 있던 유민정은 옷을 걸치고 나와 상황을 살폈다.배석준은 그녀에게 돌아가라고 한 뒤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주현정을 바라보았다.“이것도 도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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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배석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지민이 찾아온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주현정은 피식하더니 새우 딤섬을 밀어내고 옆에 있는 곡물 전병을 집어 들었다.“마침 지민 씨도 왔으니 같이 이야기하죠.”“지민 씨는 내 비서일 뿐이야.”배석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더니 김지민을 한쪽으로 불렀다.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한테서 오랜 권력자의 위엄이 저절로 뿜어져 나왔다.“여기까지 왜 온 거야?”김지민은 그의 기에 눌린 채 조심스레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건넸다.“시계를 저희 집에 놓고 가셔서요. 사모님께서 오해하실까 봐 얼른 가져다드리려고요.”그녀가 이렇게 찾아오는 게 주현정에게는 더 큰 오해의 빌미가 될 터였다.“중요한 일이 아니면 저택에 찾아오지 마.” 배석준은 시계를 건네받고 돌아서려 했다.김지민은 그의 팔을 급히 붙잡았다.“저랑 보미가 지유를 보러 가고 싶은데 가족이 아니라서 어려워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곧 나올 거라는 걸 알면 지유도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배석준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을 텐데 대회가 끝나면 도아린이 합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알려주면 배지유도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주현정을 달래는 일이라 손보미가 소식을 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배석준은 전화를 걸려다가 또다시 김지민에게 팔이 붙잡혔다.“옆에서 하세요. 사모님께서 지유가 보미랑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배석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걸었다. 김지민은 그런 배석준을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모든 일이 정리된 후, 김지민은 배석준과 함께 돌아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그의 품에 안기며 쓰러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순간 김지민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발을 헛디뎠을 뿐이에요.”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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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5화

“단지 회장님 옆에 여비서가 있는 게 싫으신 거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네요. 사모님께서 회장님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회장님을 도와주진 않더라도 상처 주진 않으셨으면 해요.”김지민은 불쌍한 척하며 몰래 손톱으로 주현정의 손목을 꼬집었다. 주현정은 손목에 번지는 고통에 그녀의 손을 쳐냈다. 김지민은 소리를 지르며 두 걸음 뒤로 물러났다. 넘어질 뻔하며 억울한 표정으로 자기 손목을 움켜잡았다.주현정은 손을 내린 채 소매로 손목의 상처를 가리며 남궁 유민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저택으로 들어갔다.“회장님, 죄송해요. 제가 실수를 한 것 같아요.” 김지민은 눈물을 머금고 말했다. “저를 오해하셔도 괜찮아요. 전 그냥 회장님이 걱정되어서... 지난 세월을 어떻게 지내오셨을지 상상도 할 수 없네요.”배석준은 그녀의 손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보더니 말했다.“차에서 기다려. 연고 갖고 올게.”그는 차 열쇠를 김지민에게 주고 걸음을 옮겨 저택으로 들어갔다. 남궁유민은 김지민을 흘겨보고는 따라 들어갔다.유민정은 주현정에게 한약을 가져다주려다 그녀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보고 깜짝 놀라 손을 떨며 물었다.“사모님, 어쩌다 다치셨어요? 제가 얼른 연고 갖고 올게요.”그녀는 황급히 갔다가 다시 돌아와서는 다소 화가 난 듯 말했다.“연고가 딱 하나 남아 있었는데 회장님께서 가져가셨어요. 지금 당장 사러 다녀오겠습니다.”“괜찮아요.” 주현정은 손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아줌마가 다녀올 때쯤이면 다 나을 거예요.”한편 밖에서 배석준은 김지민에게 연고를 건네며 말했다.“미안하네, 내 아내가 좀 심했어.”“괜찮아요. 저랑 보미가 지난번에 고가도로에서 하마터면 추락할 뻔한 적도 있었어요. 경찰의 과속 단속이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라요.”배석준은 충격을 받은 듯 물었다.“그것도 내 아내가 계획한 일이란 말이야?”김지민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이미 지난 일인데요 뭐, 사모님께서 정말 이혼하시려는 건가요? 단지 여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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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6화

도정국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걱정되었다.“도아린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면 배건후가 과연 가만히 있을까?”“아버지, 누나가 배씨 가문의 따님을 잘못 건드렸다고 해요. 지금 여행 중이라는 핑계로 집에도 돌아가지 않았대요. 배씨 가문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으면 배씨 가문에서도 나서지 않을 거예요.”도유준은 배씨 가문의 소식을 이나윤에게서 전해 들었다. 배씨 가문은 배지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여전히 주저하는 도정국의 모습에 도유준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아버지, 이대로 시간을 끌다가는 새 가게는커녕 아버지의 가게까지 망할 거예요. 평생의 노력을 이렇게 허무하게 날려버릴 생각이세요?”마침 도정국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리자 그는 멀리 가서 전화를 받았다.전화를 받고 난 그의 얼굴은 잔뜩 굳어있었다.“그래, 네 말대로 하자. 그런데 그 대회 입장권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더군.”“나윤이가 구할 수 있을 거예요.” 도유준은 가지고 있던 돈을 이나윤에게 모두 이체하면서 입장권 두 장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도아린은 방에 돌아오자마자 문을 잠그고 작업에 집중했다. 진경수는 그녀에게 밥을 가져다주고는 거실에서 잠시 머물다가 조용히 떠났다.대회 전날, 도아린은 열정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노트북을 덮었다.스타 대회는 해남에서 열렸고 소유정과 유진혁은 함께 갔다. 그들은 우연히 배건후와 같은 비행기였다.“와 봐.” 배건후는 여전히 강압적인 태도였다.도아린은 그의 곁에 있는 사람을 흘겨보더니 비웃음을 흘렸다.“작업을 도둑맞을까 봐 아무래도 거리를 두는 게 좋겠어요.”그녀는 말을 마치고 비즈니스석으로 걸어갔다.배건후가 따라가려는 순간 진경수가 먼저 나서서 그를 가로막았다.손보미는 곁에서 작은 소리로 투덜댔다.“졸업하고 일도 안 해본 사람이 무슨 작업을 할 수 있겠어? 허세겠지.”“연예계에서 하던 짓거리를 여기까지 가져오지 마.” 소유정은 그녀를 밀치며 앞으로 지나갔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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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7화

배건후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은 채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도아린은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들면서도 정작 자신에게는 말 한마디도 건네지 않았다.잠시 후, 우정윤이 조용히 말했다.“대표님, 차가 도착했습니다.”배건후는 큰 걸음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손보미를 숙소까지 데려다줘.”“건후 씨는 어디 가려...”손보미는 그를 따라가려 했지만 우정윤이 그녀를 막아섰다.“보미 씨, 회장님께서 힘들게 따내신 자격을 저버리지 말고 얼른 대회 준비부터 하세요. 쓸데없는 일에 신경 쓰지 말고요.”손보미는 우정윤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회장님께서 따내신 자격이란 걸 알고 있는 분이시면 제가 배씨 가문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어요?”우정윤은 배건후가 택시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본 뒤 그녀를 향해 말했다.“손보미 씨, 배씨 가문에서 누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지 잊지 마세요.”...벤츠 행렬은 고가도로를 지나 시내를 벗어나더니 한 독립 저택 앞에 멈춰 섰다. 해남은 땅값이 매우 비싸다 보니 독채를 소유하는 것만으로도 사치인데 이 저택은 배씨 가문의 저택보다 두 배나 컸다.그들이 도착하자 윤명희는 얼른 마중 나왔다. 곁에는 도아린과 비슷한 또래의 여성이 서 있었다.“아린아, 드디어 왔네.” 윤명희는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도아린을 꼭 끌어안았다.도아린도 그녀를 끌어안으며 말했다.“친구들도 데려왔는데 폐를 끼칠 것 같네요.”“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여기가 네 집인데 네 친구들이면 진씨 가문의 친구들이지.” 윤명희는 도아린을 놓아주고 옆에 있는 여성을 불렀다.“이 아이는 민아야... 민아야, 왜 그래?”안민아는 믿기지 않는 눈빛으로 도아린을 바라봤다. 윤명희는 그런 그녀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안민아의 손을 살짝 터치했다.안민아는 곧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안민아라고 해요.” 그녀는 얼굴에 홍조가 살짝 피어올랐다.도아린은 호칭을 어떻게 정해야 할지 몰라 그저 정중하게 악수를 건넸다.“도아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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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8화

방은 공주 테마로 꾸며져 있었다. 온통 분홍색으로 꾸며져 있었고 화장대와 캐노피 침대, 심지어 카펫까지 분홍색이었다. 그리고 방에는 온갖 인형과 공주 스타일의 드레스가 걸려 있었다.“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안민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실망이 섞여 있었다.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바로 다른 방으로 준비할게요.”도아린은 방 안으로 들어섰다. 모든 여자에게는 공주 꿈이 있다. 어릴 적 생일 소원은 예쁜 옷을 입은 인형을 갖는 것이었는데 안타깝게 한 번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이 방에 있는 인형들은 모두 유명한 디자이너가 만든 것으로 값이 엄청났다.“죄송해요. 제 잘못이에요...” 안민아는 약간 울먹이며 말했다.“계속 비어 있던 방이었어요. 매번 생일이나 명절일 때마다 외삼촌, 외숙모, 큰오빠, 작은오빠가 선물을 사서 여기에 놓아뒀어요.”“싫은 게 아니에요.” 도아린은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전 아니에요. 그분의 방을 누릴 수는 없죠.“하지만...” 안민아는 작은오빠의 당부가 떠올랐는지 잠시 얼굴이 굳어지더니 말했다. “우선 오늘 밤만 여기서 지내시고 내일 다른 방으로 옮겨줄게요.”그녀는 말을 마치자마자 급하게 나갔다.도아린은 정성껏 꾸며진 방을 바라보며 한편으론 부러움과 다른 한편으론 상실감을 느꼈다. 20년이 넘도록 자기가 도씨 가문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르고 살았다. 다행히도 진씨 가문에서 친자 확인 결과를 보여주었기에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다. 아니면 진짜 진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아이가 그녀가 아닐지 착각했을지도 모른다.소유정이 찾아왔을 때 도아린은 마침 공주 드레스를 보고 있었다.“안민아 조심해.” 소유정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인터넷에 그런 소설 많잖아. 친딸이 사라진 뒤에 입양한 가짜 딸을 질투하고 뒤통수 치는 이야기 말이야!”도아린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난 친딸도 아닌데.”“하긴 그러네.” 소유정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턱을 만지작거리더니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니야.”“아무리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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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9화

“아린이가 티파니 주얼리를 대표해서 대회에 참가하는 게 마음에 안 드는 건 아니죠?”윤명희는 얼굴에 옅은 미소를 짓고 물었다.“아니에요.”배건후는 자리에서 일어나 계단으로 걸어가며 도아린의 손을 잡으려 했다.도아린은 자연스럽게 그의 손을 피하며 담담히 물었다.“준비는 다 끝났어요?”배건후는 애써 불쾌함을 감추고 도아린 곁에 앉았다. “대회는 하루 종일 진행될 거야. 네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리무진을 준비했어.”“굳이 건후 씨가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진씨 가문에서 이미 준비해 두었어요.” 윤명희는 도아린을 향해 다정하게 미소 지었다. “리무진뿐만 아니라 아린이 손을 위한 전문 치료사까지도 준비했어요.”도아린은 빠르게 진경수를 바라보았다. 진경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윤명희는 비록 연성에 없었지만 도아린의 모든 일을 알고 있었다.배건후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손을 서서히 움켜잡았다. 그는 진씨 가문이 자신에게 품고 있는 적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밖을 좀 둘러볼까요?” 도아린이 제안하자 배건후는 곧바로 일어섰다.그들이 나간 뒤 진경수는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 앉더니 입을 열었다.“아린이 너무 착한 거 아니에요? 저런 남자를 차버리지 않고 놔둬서 뭐 하는 거지? 명절에 튀겨 먹으려고?”윤명희는 그의 머리를 한 대 탁 쳤다. “네가 뭘 알아? 아린이를 뒷받침해 줄 사람이 없으니 배건후와 맞설 방법도 없잖아. 배씨 가문이 연성에서의 권력이면 아린이도 어쩔 수 없지.”진경수는 뒤통수를 문지르며 투덜거렸다. “그럼 힘들게 찾아낸 아린이가 괴롭힘당하는 걸 그냥 지켜보겠다는 거예요?”윤명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 대회가 계기야. 내가 시킨 일, 다 준비한 거지?”“했어요. 감히 어머니의 명을 거역할 수 있겠어요?”윤명희는 다시 말했다. “큰형한테도 미리 이야기해 둬. 집에 돌아가서 얼굴 굳히지 말라고, 아린이가 놀랄지도 모르니까.”“그건 좀 힘들겠는데요.” 진경수는 두 손을 벌리며 말했다. “얼음장 같은 얼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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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0화

순간 새똥이 배건후의 정장에 떨어졌다.도아린은 흘겨보더니 천천히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그만 갈게.”“...”배건후는 소매를 흘깃 보더니 다시 도아린을 바라보았다.“지희는 지금 안전하니까 넌 대회에 집중해.”도아린은 침묵을 지켰다.배건후가 다시 말했다. “진씨 가문에서 이유 없이 잘해줄 리 없으니까 조심하고.”또다시 침묵이 이어졌다.“만약 여기서 지내는 게 불편하면...”“건후 씨, 제가 알아서 할게요.” 도아린은 그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결혼한 지 3년 동안 모든 게 제 몫이었어요. 시어머니랑 시누이의 관계도 건후 씨는 일체 신경 쓰지 않았잖아요.”“시어머니가 저에게 잘해준 건 저도 고맙게 생각해요. 그리고 시누이가 한 짓도 전 기억하고 있고요. 이미 제 앞길을 헤쳐 나가는 데 충분한 경험이에요. 앞으로도 늘 하던 것처럼 저한테 신경 꺼주세요.”배건후는 말할 수 없는 답답함에 가슴이 아파왔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순식간에 혼란스러움이 엿보였다. 그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해명할 길이 없었다.“티파니 주얼리 팀이 곧 도착할 거야. 대회 전에 짧게 회의하자.” 진경수가 천천히 걸어왔다. “배 대표님, 조심해서 가세요.”배건후는 이렇게까지 대놓고 집주인에게 쫓겨나기는 처음이었다.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지만 그대로 떠나고 싶지도 않았다.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도아린도 맞장구치며 말했다.“그만 돌아가세요. 배씨 가문에서 주얼리 시장에 진출하는 데 이번 대회가 특히 중요할 테니, 얼른 가서 준비하셔야죠. 공정하게 경쟁합시다.”그녀 역시 배건후를 붙잡아 두지 않았다.배건후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의 교양은 그녀를 억지로 데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연락해.”마침내, 그는 한마디를 남기고 진씨 가문 저택을 떠났다.그가 저택 입구에서 멀어지자 도아린은 그제야 몸을 돌렸다. “잠시 후 회의가 있다고 한 건... 건후 씨를 속인 거였어요?”진경수는 장난스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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