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이 대회에서 빠진다고 해도 도아린이 모건을 대표해서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없어. 대학교 졸업한 후에 경력이 하나도 없는 도아린은 감싸고 돌면서 왜 보미 씨는 안 봐주는 건데? 네가 그랬잖아. 대회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고 참가하는 데 의미를 두자면서? 왜 보미 씨가 참가한다고 하니까 이번 대회의 성적이 첫걸음이라고 하는 거야?”배석준은 도리에 맞는 말을 내뱉으면서도 아들과 눈을 마주치지는 못했다. 배건후는 차갑게 비웃음을 지으며 손으로는 계속 라이터를 돌리고 있었다.“도아린은 직장을 다니지 않고 있지만, 대학 시절 전국 대회에 참가했고 청년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도 있어요. 만약 그때 장인어른이 빚을 지고 도지현이 추락하는 사고가 없었다면 지금쯤 외국에서 더 공부할 수 있었겠죠. 어쩌면 이미 유명한 디자이너가 되었을 수도 있어요.”“...”손보미의 눈에는 당황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배건후가 농구 친선 경기에 참여하러 처음 그녀의 학교로 갔을 때 자원봉사자로 근무하고 있었던 도아린에 관해 물었었다.손보미는 도아린이 가정조건이 좋지 않아 일부러 돈이 많은 남자에게 접근하여 돈을 빼낸다고 거짓말을 했다. 상대방이 돈을 다 탕진하고 나면 차버려서 학교에서는 유명한 꽃뱀이라고 했다.손보미는 배건후와 함께 있을 때 도아린이 남자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보기만 하면 일부러 그녀에 대해 안 좋은 얘기를 과장되게 했다.하여 이후에는 배건후 앞에서 도아린에 대해 말을 꺼내기만 해도 배건후는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도아린을 싫어하는데 도아린이 대학교에서 승승장구하던 과거를 어떻게 알고 있다는 말인가?배석준은 손보미의 능력이 도아린보다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를 느끼는 게 아니라 다른 돌파구를 찾았다.“도아린이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회에 참가하게 하고 합의서를 갖고 내기를 했어? 너는 그 애가 지유를 용서하지 않아도 되도록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어 준 것이었어! 지유는 네 친동생이야. 어떻게
배석준은 짜증을 내며 손을 저었다. 주현정이 오지 않았다고 해도 그는 김지민과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주현정은 캐리어를 내려놓고 도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아린아, 엄마가 너 응원하러 왔어.”“어머님, 정말 감사해요.”핑크색의 침대에 누워있는 도아린은 기분이 날아갈 듯 기뻤다. 두 사람은 모두 친엄마가 아니지만, 친엄마보다도 더 자신에게 잘해주는 분들이셨다.“어머님, 대회가 끝나면 저랑 함께 검진을 받으러 가요. 해남 전문의들의 실력이 연성보다 좋다고 해요.”“그래, 네 말대로 하자. 아린아, 진씨 가문의 사람들은 어때?”두 사람은 한참 얘기를 나눴고 도아린은 주현정이 하품을 하는 소리를 듣고 먼저 전화를 끊자고 했다.도아린은 핸드폰을 켜서 대회 규칙을 알아봤다. 스타 대회의 창시자는 계획적인 방화사건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다. 그의 얼굴은 심한 화상을 입었던 자국이 남아있었는데 오랜 시간 사람들의 시선을 받아왔었다.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 위해 그는 가면을 쓰고 대회에 참가했고 이것을 계기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이로부터 대회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가면을 쓰게 되었는데 현장에서는 임의로 자리를 배치받고 스크린을 통해 관객들에게 제조과정을 공개한다.일부 사람들의 콤플렉스를 가려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비로운 느낌까지 자아낼 수 있었다....이튿날, 진씨 가문의 롤스로이스 여러 대가 캠핑카 한 대를 둘러싸고 대회장으로 갔다. 가는 도중에 많은 사람이 모여서 이 장면을 구경하고 사진을 찍었다.캠핑카 안에서는 재활치료사가 도아린의 손을 살펴보고 있었다.“긴장하지 마. 절대 긴장하지 마!”소유정이 도아린 곁에서 진정하지 못하고 있자 유진혁이 그녀를 잡아당겨서 자리에 앉혔다.“긴장하지 않던 것도 너 때문에 긴장되게 생겼어.”“나는 긴장 안 해. 나는 긴장하지 않아...”“손이 이렇게 찬데도 긴장 안 하고 있어?”소유정은 유진혁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도아린의 곁으로 돌아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잘 생각한 거야?
도아린은 하나하나 다 대답하고 진경수의 비서와 소유정을 데리고 대기실로 갔다. 나머지 사람들은 정문으로 들어가서 관중석에 앉았다.진씨 가문의 자리는 모두 귀빈석에 있었고 자리로 가면서 그들은 모두 배씨 가문의 사람들을 한 번씩 흘겨보았다.“...”배건후와 배석준은 말이 없었다. 주현정은 자리에서 일어나 윤명희와 포옹했다.“우리 큰애가 스케줄이 있어서 못 온다고 해요. 저희한테 와서 앉으실래요?”“물론이죠.”주현정은 진씨 가문이 모여앉은 자리로 갔고 배 씨 부자는 서로 눈을 맞추었다. 서로서로 못마땅해하고 있었다.문 앞에서 도유준과 도정국이 티켓을 확인하고 들어왔다. 그들의 자리는 멀고 구석져서 무대를 10분 정도 보고 있기만 해도 목이 뻐근해 왔다.“이 쓰레기 같은 자리가 6000만 원 가까이 한다고?”도정국은 불만을 토로했다.“그 가격도 나윤이가 친구한테 부탁해서 얻은 거예요.”도유준은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를 켰다.“이따가 이렇게 보죠. 스크린을 확대하면 똑똑하게 볼 수 있어요.”대기실에서는 도아린이 신분확인을 마친 후 가면을 받았다.소유정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가면을 쓰는 것을 도왔다. 이때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밀쳤고 소유정은 도아린을 보호하려고 품 안에 앉았다. 등에 메고 있던 노트북이 바닥으로 떨어졌고 튕겨 나온 USB를 누군가가 밟고 섰다.“미안해요. 일부러 한 건 아니에요.”김지민은 입으로는 사과하고 있지만, 도발적인 표정이었다.“스태프들한테 비상용 컴퓨터가 있을 거예요. 근데 이 안에 있는 것들이 복사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네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떴다.“미친...”소유정은 이성을 잃고 때릴 뻔했지만, 도아린이 그녀의 주먹을 잡았다. 도아린은 소유정의 뒤를 향해 고갯짓했고 소유정은 뒤돌아서 진경수의 비서가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무슨 뜻이지?’진경수의 비서는 주최 측에 새로운 컴퓨터가 필요하다고 신청했지만, USB는 아쉽게도 열리지 않았다.이 소식을 들은
도아린은 보름 정도밖에 보조하지 않았는데 대회에서 ‘아현’의 이름을 사용했다. 만약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다면 아린의 참가작품은 아현이 제공한 것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배건후의 눈빛이 음울해졌다. 그는 도아린의 성적이 꼴찌인 것은 용납할 수 있어도 이런 식으로 인기를 얻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그가 우정윤에게 문자를 보내서 ‘아현’에 대해 조사해보라고 할 무렵 배석준도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태식아, 도아린이 스타 대회에 참가했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절대 도아린을 5위안에 들게 해서는 안 돼.]도아린이 어떤 가명을 썼든 주최 측에서 그녀의 정보를 찾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배석준은 어느 참가자가 도아린인지 모르지만, 배건후의 표정에서 위기감을 느꼈다.딸을 위해 그는 반드시 모든 가능성을 압살해버려야 했다.첫 번째 라운드인 설계도에서 아현의 점수는 1위였다.이어서 두 번째 라운드는 제조하는 것이었다.손보미는 학교에 있을 때 깊이 배우지 않았고 연예계에 발 들인 이후로는 다시 손을 대지 않았기 때문에 서툴렀다.주최 측은 비교되게 구도를 잘 잡았다. 손보미와 함께 스크린에 비친 것은 ‘아현’의 숙련된 조작이었다...크기가 다른 집게를 능숙하게 다루면서 필요한 꽃 모양을 만들었다. ‘아현’의 왼손은 다른 사람들의 오른손보다도 민첩했다.강태식한테서는 빠르게 답장이 왔다.[도아린의 지금 성적으로 봐서 5위안에 드는 건 예정된 일이야. 대회의 목적은 인재를 선발하는 것이니 도아린이 1위를 못하게 할 수는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약속은 이것뿐이야.]배석준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입술을 악물고 답장했다.[그때 네 딸이 납치를 당했을 때 내 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구하지 않았더라면 네 딸은 진작에 난산 때문에 그 안에서 목숨을 잃었을 거야!]현장에서는 감탄 소리가 쏟아져 나왔고 모두 ‘아현’의 실력과 디자인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모두 그녀가 무조건 3위안에 들 것이라고 예상했다.다른 여러 가지 평가를 고려할 수는 있지만, 승패는
“잘 모르면 함부로 말하지 말아요!”도유준이 끼어들어 말했다.“부모가 그 정도까지 키워줬으면 집에 그 정도 기여는 할 수 있는 게 당연하잖아요!”두 여자는 뒤돌아 경멸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그럼 그쪽 아버지는 그쪽을 이렇게까지 키웠는데 아버지한테 뭘 해줬어요?”“나는 6000만 원을 들여서 아버지를 모시고 이 대회를 보러 왔어.”도유준이 자랑스럽게 말하자 여자는 깜짝 놀라 입을 막았다.“세상에, 우리는 600만 원 정도밖에 들지 않았는걸요. 돈을 그렇게 잘 쓰는 걸 보니 설마 아버지의 돈을 쓰는 건 아니겠죠?”“...”도유준은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도정국도 표정이 어두워졌다.듣기 좋은 말로 하면 도유준이 돈을 쓴 것이지만 도유준의 돈이 다 도정국이 준 돈이 아닌가! 방금까지도 고객이 납품하라고 재촉하는 문자를 보냈다. 만약 품질에 문제가 생겨 반품하게 된다면 모든 손실은 그가 감당해야 했다.이 손실에 대해서는 도아린에게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대회는 계속되었고 손보미는 억지로 보석을 박아넣었지만, 살짝만 흔들어도 후드득 떨어졌다. 손보미는 살짝 짜증이 나서 테이블을 두드리며 만회할 방법을 찾았다.도아린 쪽에서는 이미 비녀와 귀걸이를 다 만들었다. 궁궐에서 사용하던 기술은 정교하고 우아하며 세밀했다. 디자인은 고전적인 요소와 현대의 요소를 적절하게 융합하여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도아린은 지금 목걸이를 제작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본다면 목걸이에서 강산도의 축소 버전을 볼 수 있었다. 이에 현장에 있던 관객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모두 올해의 우승은 도아린의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최종 채점을 할 때 결과는 현장의 모든 사람을 깜짝 놀라게 했다.세 명의 심사위원은 좋은 점수를 주었는데 주최 측은 제일 낮은 점수를 주었다.제일 높은 점수와 제일 낮은 점수를 제외하고 채점한 결과 아현은 6위였다.대기실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은 도아린은 이마에 맺혀있던 땀방울들이 순간 얼어붙는 것 같았다.도아린은 덜덜 떨리는 오른
도아린이 대기실에서 나오자마자 기자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대회가 끝난 후 주최 측에서는 각 참가자의 회사와 신상정보를 공개했다.도아린, 업계에서 존재감이 전혀 없는 사람이 명백하게 불공평한 대우를 받고 최종 6위에 머물렀다.도아린은 대회에서 우승은 놓쳤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었다.“강 대표님과 사적인 원한이 있으십니까? 강 대표님께서 왜 제일 낮은 점수를 드렸다고 생각하십니까?”“도아린 씨는 모건 그룹 배 대표님의 아내인데 왜 모건 그룹을 대표하지 않고 티파니 주얼리를 대표해서 대회에 참가하게 된 것입니까?”“모건 그룹을 대표해서 대회에 참가한 손보미 씨는 연예계의 핫한 여배우이고 또 배 대표님과 다정한 일상이 자주 손보미 씨의 인스타에서 보입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도아린은 손사래를 치며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담담하게 말했다.“사람마다 취향이 있죠.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이것뿐입니다.”도아린의 작품은 아주 훌륭했지만, 강 대표의 취향이 아니었다. 도아린은 인품이 좋은 사람이었지만 아쉽게도 배건후는 손보미라는 꽃을 더 좋아했다.두 가지 물음에 대해 한마디 말로 대답한 것이다.소유정과 진경수의 비서가 몰려든 사람들을 통제하고 도아린이 마침 자리를 뜨려고 할 때 도정국과 도유준이 앞으로 다가왔다.“누나! 아빠의 가게에 문제가 생겼어. 요즘 누나가 대회준비를 해서 얘기를 못 했는데 이제 대회가 끝났잖아. 누나가 꼭 도와줘야 해!”“아린아, 네가 골라준 가게 위치가 정말 좋긴 해. 그런데 비용이 너무 많아. 디저트 가게를 하면서는 부담하기 어려워.”“누나, 앞으로는 내가 아빠를 모시고 절대 누나를 귀찮게 하지 않을게. 부탁이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도와줘!”도정국은 일부러 낡은 옷을 입고 있었고 도유준의 두 손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약자는 동정을 얻기 쉬운 법이다.주위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몰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도아린을 보고 있었다.작품이 훌륭한데도 제일 낮은 점수를 받은 이유가
“당신은 아내랑 결혼하고 나서 3년 동안 아이가 생기지 않으니 연성의 병원으로 갔는데 거기서 아이를 입양하면 자식이 생긴다는 소문을 들었죠. 하지만 당신은 입양이라는 일반적인 절차를 밟지 않고 기회를 타서 금방 돌을 맞이한 옆방의 갓난아이를 훔치는 방법을 선택했죠.”도아린은 가슴이 철렁해서 당황하고 놀란 얼굴로 진경수를 바라보았다.도정국은 등골이 오싹했고 도유준이 부축하지 않았더라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다.“함부로 말하지 마!”도정국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나는 아이를 훔친 적이 없어. 도아린은 내 친딸이야!”진경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고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저는 여자아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어찌 아린이라고 단정하는 거예요?”“...”도정국은 얼굴에 핏기가 사라졌고 입술은 달달 떨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도유준은 도정국의 팔을 잡고 도망가고 싶었지만, 주위에 둘러싸인 사람들이 너무 많아 도망갈 기회가 없었다.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진씨 가문의 오랜 아픔을 알고 있었다.“진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여자아이의 나이를 계산해보면 도아린과 비슷해.”이 말을 들은 도정국은 덜덜 떨며 겁먹은 표정으로 도아린을 왔다가 또 진경수를 보았다.진경수는 카메라를 보면서 다시금 고혹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얼마 전, 제 부모님께서 친구분을 뵈러 연성으로 가셨는데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이 생겼을 때 도아린 씨가 구해주었어요. 저희 어머니께서는 도아린 씨를 보고 마치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처럼 느껴져서 도아린 씨를 수양딸로 삼게 되었습니다. 하늘이 저희 부모님께서 딸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불쌍히 여겨 꿈에서 셋째 동생이 바로 곁에 있다고 귀띔해주었고 저희 어머니께서는 도아린 씨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가서 친자확인을 해봤어요. 그 결과 도아린 씨가 바로 저희 진씨 가문에서 잃어버린 딸이었다는 게 밝혀졌습니다.”진경수는 도아린을 쳐다보면서 두 팔을 벌렸다.“동생아, 집에 돌아온 걸 축하해.”“...”도아린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곁에 있던 소유정
“이건 뭐예요? 동정이에요? 보상이에요?”도아린의 눈에서는 더는 따뜻함이 없었고 비꼬는 차가움만이 가득했다.그녀는 뭐라고 얘기하고 싶지만 빠르게 다가오는 여자를 보고 입을 다물었다.“건후 씨...”손보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회장님과 사모님께서 다투고 계셔. 건후 씨가 빨리 가봐야 할 것 같아!”배건후는 짧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계속 도아린을 바라보고 있었다.“언제 돌아갈래? 우 비서한테 항공편을 예약하라고 할게.”손보미는 도아린을 보고 도발하려는 눈빛이 스치더니 일부러 불쌍한 척하면서 말했다.“도아린, 합의서 쓸 거지?”도아린은 그녀를 흘겨보았다.“그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야?”손보미는 가슴 아픈 척하며 말했다.“지유는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란 아이야. 그 안에서 그 고생을 감당할 수가 없어.”“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손보미는 화가 나서 눈을 희번덕거렸다. 그녀는 배건후를 보며 말했다.“건후 씨, 도아린은 티파니 주얼리를 대표해서 참가하기는 했지만, 당신 아내잖아. 도씨 가문에서 괴롭히지 않게 보상을 많이 해줘.”손보미는 도아린을 위해 좋은 소리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신을 배건후의 안사람으로 보고 하는 말이었다.배건후는 불쾌하게 미간을 찡그렸다.“지금 나한테 명령하는 거야?”손보미는 그대로 굳었다. 그 사건이 있고 난 뒤로부터 배건후가 자신에게 이런 태도를 보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손보미는 당황한 마음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고 불쌍한 얼굴을 했다.도아린은 두 사람이 서로 물고 뜯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지 않아 뒤돌아 캠핑카로 들어갔다.캠핑카는 천천히 움직였고 배건후도 자리를 떴다. 손보미는 배건후의 뒤를 따라갔다.“아현 선생은 수선 대가신데 도아린은 어떻게 감히 아현 선생의 이름으로 대회에 참가한 거야!”배건후의 표정을 슬그머니 살펴보던 손보미는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 것을 보고 계속 말했다.“송 감독님이 아현 선생에게 디자인, 메이크업과 도구의 총감독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고
도아린은 변슬기를 데리고 연회장 안으로 들어갔다.배지유가 자신을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 말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정말로 이곳에 유명 스타들이 모여 있다는 걸 알게 됐다.스크린에서만 보던 유명인들을 실제로 보니 변슬기는 입을 다물지 못했고 두 눈으로는 전부 다 담을 수 없을 정도였다.그녀는 다소 어색하게 셔츠를 만지작거렸다.아버지가 친구를 만나러 가니 단정하게 차려입으라고 당부했지만, 변슬기는 또 소개팅 자리일 거로 생각하며 일부러 평소 입던 옷을 입고 왔다.그녀는 상대가 아버지의 돈이 아니라 자신의 평범한 모습을 좋아하길 바랐다.그러나 여기에서 음료를 나르는 여직원들조차 자신보다 더 격식 있게 차려입은 것을 보고 당황했다.“도 선생님, 저 이러고 있으니까 너무 볼품없는 거 아니에요?”도아린은 그녀의 셔츠 뒷면에 약간의 땀 자국이 있는 것을 보고 온화하게 미소 지었다.“제가 여분의 드레스를 준비해 놨어요. 갈아입어도 좋아요.”변슬기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일단 아빠 친구를 만나고 나서 생각할게요.”멀리서 변우빈이 그녀를 보고 약간의 타박 섞인 눈빛을 보였지만, 곧 미안하다는 듯 설명했다.“우리 딸은 성격이 참 고집스러워.”그는 변슬기에게 손짓했고 딸이 곁에 앉자 말했다.“내가 단정하게 입고 오라고 했잖아. 그런데 일하는 옷을 입고 오면 어떡하니.”변슬기는 당황스러워 목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주현정이 보이자 긴장한 표정으로 도아린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큰일 났다!’문 앞에서 배지유와 다툰 것도 모자라 이번엔 배지유의 엄마까지 만나게 됐다.지난번처럼 자신에게 온화하게 대해줄 리가 없을 것이다.“...네 딸이구나?”주현정은 마치 이해했다는 듯 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지난번에 봤을 때 어쩐지 낯이 익다 했어.”변슬기는 몰래 아버지의 옷자락을 꽉 잡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분 배지유 엄마예요.”변우빈은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웃으며 소개했다.“이분은 주현정
배지유가 휠체어를 돌리자마자 누군가와 부딪힐 뻔했다.“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배지유?”“변슬기?” 배지유는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말했다. “너 여기서 아르바이트하는 거야? 이 시간에 오다니, 연회가 거의 끝나가잖아.”변슬기는 공유 자전거를 타고 와서 온몸에 땀범벅이었고 앞머리가 하얀 이마에 붙어 있었다.그녀는 손으로 머리를 정리하며 숨을 고르면서도 자신감 있게 말했다.“아니야, 난 사람을 찾으러 온 거야.”이어지는 장면이 바로 도아린이 목격한 것이다.배지유는 휠체어를 움직여 변슬기의 주위를 맴돌면서 눈에 비웃음이 가득했다.“너희 집은 이번 생은 물론이고, 전생에도 이런 호화로운 사람들을 본 적 없을걸? 여기를 시장으로 착각한 거야? 아무나 데려와서 ‘내 삼촌, 내 이모’라고 하면 통할 것 같아? 여기는 모두 톱스타들이야! 너 콘서트 한 번이라도 가본 적 있어?”배지유는 입을 가리며 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생활비 벌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해야 하는 주제에 무슨 돈으로 콘서트를 본다는 거야! 연예인을 만나고 싶어? 기숙사로 돌아가서 기다려. 누굴 보고 싶은지 댓글 남기면 내가 대신 사진 찍어줄게. 미리 말해두는데, 나는 돈을 안 받아. 대신 너는 우리 기숙사의 1년 치 청소를 맡고 내 빨래도 다 해야 해. 속옷과 양말도 손빨래로!”변슬기는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난 연예인 보러 온 게 아니야.”“올해 최고의 억지상은 바로 너네!” 배지유는 엄지를 세우며 비웃었다.“여긴 다 연예인들뿐이야. 네가 누굴 찾는다고 하면, 내가 직원한테 말해서 불러줄게.”변슬기는 그녀를 무시하고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그러자 배지유의 눈빛이 갑자기 험악해지며 휠체어를 몰아 변슬기에게 돌진했다.거의 부딪힐 뻔한 순간, 휠체어가 갑자기 멈췄다.화가 난 배지유가 고개를 돌려보니 그녀가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할 정도로 매혹적인 도아린의 아름다운 얼굴이 보였다.“네가 왜...” 도아린은 왜 자신과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는 건가?
주현정은 이혼 얘기를 꺼내지 않았기에 그저 화났다는 의미일 것이다.그러니 그녀의 기분만 풀어주면 도아린이 그 자리를 넘보는 건 불가능해질 것이다.“현정아, 사람은 성인이 아니니 누군들 실수하지 않겠어?” 배석준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내가 증명해 보일게. 나와 지유야말로 네 뒤를 든든히 지켜줄 사람이라는 걸 말이야!”그는 배지유를 찾아 그녀를 데리고 주현정을 만나러 가려고 했다.세 식구가 언론 앞에 함께 나타나기만 하면 이혼 소문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도아린 같은 외부인은 배씨 가문의 재산에 끼어들 수 없게 될 것이다.하지만 그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배지유가 사라진 후였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도아린이 다정하게 위로했다.“배 대표님은 함부로 결단을 내리지 못할 거예요.”“차라리 저 사람이 결단을 내렸으면 좋겠네.”주현정은 도아린과 함께 인파를 지나갔다.소파에 앉아 있는 남자는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그는 다소 어색하게 무릎을 문지르며 이따금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가 다시 고개를 숙이고 생각에 잠겼다.주현정을 본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온화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내가 방해되지는 않았어?”“그 말은 내가 해야 할 말인 것 같은데. 그렇게 바쁜 와중에도 내 연회에 와줘서 고마워.”주현정은 도아린의 손을 잡고 다가갔다. 세 사람은 원형 소파에 앉았다.“이쪽은 내 딸 도아린이야. 이분은 변우빈이라고 하고 내 가장 친한 친구야. 아저씨라고 불러.”“아저씨, 안녕하세요.” 도아린은 무심코 상대방을 살펴봤다.변우빈은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배석준와 비슷한 체격이었지만 조금 말랐다. 그의 얼굴과 손에는 노동으로 살아온 사람이 가진 강인함이 배어 있었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동안 변우빈은 계속 주현정의 눈을 바라봤고 주현정의 미소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온 진심이 담겨있었다.“네 딸도 데리고 온다고 하지 않았어?”주현정이 뒤를 돌아보며 묻
석 대표는 멈칫하더니 그제야 앞에 휠체어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요란하게 치장한 여자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이분은...”그는 주현정이 이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고 첫 반응은 배석준이 다른 여자를 찾았다는 것이었다. 배석준의 새로운 연인은 주현정과 닮은 구석이 있었다.“석 대표님, 짓궂으십니다. 방금까지도 저희 딸을 카메오로 요청한다고 하셨으면서...”배석준은 말을 하면서 주변 사람들의 표정이 변하는 것을 발견했다.그들은 이상한 눈빛으로 배지유를 보고 있었고 의아해하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비교하는 사람도 있었다.배지유는 엄청 민감해서 의식적으로 치마를 잡았는데 그들이 자신의 얼굴만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그제야 천천히 손을 떼었다.“배 대표님 따님이 몇 명이세요?”석 대표가 물었다.“... 한 명입니다.”석 대표는 웃어 보이고는 볼 일이 있다면서 자리를 떴고 그가 떠나자 다른 사람들도 흩어졌다.“아빠! 저 사람들 무슨 뜻이에요?”“...”배석준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영문을 알게 되었다.배지유는 휠체어에 앉아있어 시선이 막혔지만, 배석준은 멀지 않은 곳에서 도아린을 데리고 인사를 나누는 주현정을 보았다.그들이 칭찬하는 사람은 배지유가 아니라 도아린이었다.“지유야, 여기서 아빠를 기대려. 아빠가 가서 엄마를 찾아볼게.”그는 배지유가 충격을 받을까 봐 그 자리에서 자신을 기다리라고 하고는 빠르게 걸어갔다.“주현정! 당신 지금 지유는 병원에 내버려 두고 도아린을 데리고 연회에 참가하고 있어? 당신 같은 엄마가 어디 있어?”손님들은 배석준의 표정이 안 좋은 것을 보고 자리를 피했고 주현정의 얼굴에 있던 웃음도 점차 사라졌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고 대답했다.“지유는 당신 같은 아빠만 있으면 돼요.”배석준은 목소리를 깔고 물었다.“앞서 당신은 외부인 하나 때문에 나랑 이혼하려고 했고 이제는 이혼 얘기를 하지 않으니 각종 방법으로 우리를 치욕스럽게 하고 있어. 당신이 다시 JS 픽처스를 운영하게 되었는데도 나한테 얘기
JS 픽처스의 고위인사는 배석준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 또 해외로 가신 줄 알았습니다.”“현정이의 몸이 나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머물다가 가려고 합니다.”배석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평소에 연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는 연예인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주현정이 JS 픽처스에서 지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은 각종 이유를 찾아 함께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를 거부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카메라 앞에서는 활짝 웃었다. 그들은 모두 주현정 덕분에 잘 되었기에 체면은 반드시 살려주어야 했다.“크흠.”배지유는 배석준에게 자신을 소개하라고 헛기침을 했다.“아, 우리 딸이 마침 해남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데리고 왔습니다.”배석준을 둘러싼 고위인사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주현정은 배지유가 연예계의 나쁜 물을 먹을까 봐 현역일 적에 절대 배지유를 데리고 활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위인사들도 그저 주현정에게 딸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본 적은 없었다.반응이 빠른 누군가가 술잔을 들며 공손하게 말했다.“따님은 주 대표님과 배 대표님의 우수한 점을 다 닮으셔서 단정하고 청초하십니다. 우리가 올해 새로 영입한 신인보다 예쁘신 것 같습니다.”“맞아요. 해남대학교의 대학원을 다닌다고 하시니 예쁘시고 학식도 많으시네요. 지금 업계에서는 이렇게 완벽한 인재를 제일 좋아합니다!”배지유는 칭찬을 듣고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그녀는 두 손으로 팔걸이를 잡고 살짝 몸을 앞으로 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발을 삐끗해서 일어서서 인사를 올리지 못하겠네요.”“별말씀을요. 발을 삐끗하면 잘 치료해야 해요. 젊고 예쁘신데 후유증을 남기면 안 되죠.”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지만 배지유의 마음속에서는 저주로 들렸다.그녀는 발 한쪽을 다친 게 아니라 다리 하나를 잃었다. 나머지 생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배석준은 배지유의 성격을 알기에 그녀가 난리를 피울까 봐 얼른 다른 곳으로
주현정은 말투가 가라앉았고 표정이 엄숙했다.“남자의 내연녀로 이십몇 년을 있다가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 어른이 화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있나. 도아린의 양아버지는 양어머니의 혼수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위협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딸의 효도를 받을 자격 없어!”현장에는 여자 연예인들도 많았다.같은 딸의 마음으로 이렇게 심란한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효도를 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도아린이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아린이 양어머니를 위해 복수를 했다고 여겼다.강홍련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도아린의 편을 드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방금 자신의 말이 강씨 가문에게 영향을 줄까 봐 두려웠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도아린은 단호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높였다.“강씨 어르신은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복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씨 어르신께서 좋은 마음으로 당신을 받아주었는데 당신은 밖에서 어르신의 명성이나 흐리고 다니면 안 되죠. 농부와 뱀의 이야기를 재희 씨도 들어봤을 거로 생각해요.”도아린은 강씨 어르신의 편에 섰는데 강재희는 반박할 수 없었다.여론에서 아버지의 대회에 흑막이 있다는 일로 들끓던 것이 금방 사그라들었는데 강홍련 저 멍청이 때문에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주현정은 도아린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조금도 용납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제 딸이고 JS 픽처스의 후계자예요. 강씨 가문에서 이렇게 제 딸을 치욕스럽게 하다니, 저희 협력은 앞으로 계속하지 않을 생각입니까?”강재희는 눈썹을 꿈틀했다. 그녀는 도아린이 연회에 참가한 것은 단지 주현정과 예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주현정이 도아린을 딸로 삼고 JS 픽처스의 후계자로 생각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만약 도아린과 모순이 격화된다면 앞으로의 협력에는 장애가 생길 것이다.“강홍련 씨, 사과해요!”강홍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재희는 지금 자신을
도아린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진열대에 있는 다이아몬드의 빛이 꺾이어 그녀의 눈동자를 비춰 유독 눈부셨다.강홍련은 그녀의 앞으로 가서 섰다.강홍련은 도아린보다 머리 하나쯤 작아서 고개를 들어 도아린을 바라보았는데 도도한 척하는 모습이 광대 같았다.“네가 JS 픽처스에게 ‘봉황의 시대’를 광고하도록 넘겼는데 강씨 가문의 고급 주얼리들은 모두 JS 픽처스의 연예인들이 광고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어. ‘봉황의 시대’와 JS 픽처스의 연예인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당연하게 ‘봉황의 시대’가 강씨 가문의 것으로 생각하게 될 테지.”이게 바로 연예인을 찾아 광고하는 이유였다.예를 들어 어떤 톱스타가 운동화의 모델이 되었다면 그가 나타났을 때 팬들은 어떤 브랜드의 신발을 신었는지 알게 된다. 따로 브랜드를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도아린은 도덕과 재능을 겸비한다는 말로 강씨 가문에게 치욕을 안겨주었지만 결국은 강씨 가문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강씨 가문에서 이득을 보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는 강씨 가문의 사촌이야!”강홍련은 불쑥 얘기했다.“강씨 가문에서 손보미를 밀어준다면 배건후와 결혼할 수 있어. 강씨 가문에서 안씨 가문을 지지한다면 내 아들은 안씨 가문의 딸과 결혼할 수 있는 거야!”“그래서요.”강홍련은 도아린이 모른 척할 줄 몰랐고 그녀의 코에 대고 얘기했다.“그래서 나한테 잘하라고. 그러면 강씨 가문에서는 네가 해남에서 살아나갈 기회라도 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대회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너를 디자인 업계에서 쫓아내는 것도 일이 아니지. 내 삼촌 강태식은 이 바닥을 꽉 잡고 있어. 내 삼촌이 뭐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거야. 너의 ‘봉황의 시대’도 잘난 척할 거 없어. 언론에서 만들어준 것뿐이야. 만약 삼촌의 학생들이 다 그게 별로라고 얘기한다면 너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거야!”많은 손님이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강홍련의 지나친 말에 시선을 두
“아빠가 방법을 대서 가볼게. 너는 오지 마.”배석준은 배지유가 걱정되었다. 지난번에 배지유가 밖으로 나갔다 왔을 때도 돌아와서 다리가 아파 잠이 들지 못했다.배지유는 붉어진 눈으로 애원했다.“제 친구들은 제가 아직 안에 갇혀있는 줄 알아요! 아빠랑 제가 함께 엄마의 연회에 간다면 매체에서는 저희 세 식구의 화목한 모습을 찍게 될 것이고 소문들은 자연스레 사그라질 거예요!”배석준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딸의 명성은 도아린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돌이킬 방법을 계속 찾지 않는다면 배지유가 해남대학교로 돌아갔을 때 반드시 동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조롱당할 것이다.“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메이크업과 코디를 해줄게.”배석준이 데리고 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지민이었다.김지민은 연예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 참석하는 연예인들이 무슨 브랜드를 입었는지 알아냈다. 배지유는 똑같은 옷을 입으면 안 됐고 다리의 흉터를 가릴 수 있으면서 예쁘고 매력적이어야 했다.이 부분에서 김지민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배지유는 만족스럽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그녀의 치마를 들지 않는 이상 그녀가 다리 하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발을 삐끗해서 휠체어를 탔다고 하면 될 것이다.이런 장소에 김지민은 절대 나타나서는 안 되므로 부녀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연회장의 중심에는 도아린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고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는 현장에 있는 연예인들의 시선을 끌었다.이 여자의 아름다움이 너무 지나쳤다.연예계의 스타들은 자주 레드카펫을 밟고 시상식에 참가하므로 어떻게 분위기를 휘어잡는지를 잘 알고 자신이 어느 각도에서 가장 예쁘게 찍히는지도 알고 있었다.도아린은 처음 보는 얼굴이고 업계에 대해 영향력이 큰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 자신감이 넘쳤다.그녀가 스크린 앞으로 가서 사인할 때 스크린에는 ‘봉황의 시대’의
도아린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녀의 덤덤한 눈빛은 ‘라윤주’의 이름을 듣고 초점을 잃었다.“뭐라고요?”“...”육하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다가 육하경이 말을 이었다.“향 주머니로 화를 면한 것은 우연이에요. 정말 저를 도왔던 것은 세인트존스 호텔의 책임자가 되게 만들었던 것이죠.”육하경은 입꼬리를 올려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어르신들을 3일이나 괴롭혀서야 알아냈어요. LY에서 저를 후임자로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육하경의 학업은 각 부분에서 다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육씨 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실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빽빽이 필요했다.육민재를 예로 들어보면 능력은 가장 뛰어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맏아들의 장손 혈통을 이어받아 어렸을 때부터 최고로 좋은 자원과 경험을 쌓을 기회들을 누리고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그는 육씨 가문의 후계자일 것이다.다른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려면 모든 게 알맞게 부합되어야 한다.육하경은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었고 육씨 가문의 산업에 기대를 두지 않아 오랜 시간 밖에서 떠돌며 공부를 했고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세인트존스 호텔의 관리 권한이 그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놀란 마음으로 육하경은 전임자를 찾아갔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야 LY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육씨 가문 뿐만 아니라 많은 명문가가 LY와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인재를 추천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을 도와주었기에 자연스레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육하경은 그때 손에 향 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전임자가 이상해하며 무늬를 찍어서 물어보았는데 그것은 ‘추천서’라고 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하경 씨가 말하는 그 이야기에도 관심 없습니다.”도아린은 책을 육하경에게 돌려주고는 차 문을 열었다.“도아린 씨!”육하경은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손을 허공에 멈추고 결국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육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