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진 씨! 저예요. 저 도아린이에요!”도아린은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아무런 무기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도지현은 안혜진에게 잡힌 채 구석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바지에 오줌을 쌌다.그는 일부러 괜찮은 척 덤덤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도아린의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도아린이 걱정할까 봐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이러려던 게 아니에요!”안혜진은 울면서 소리쳤고 이미 이성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혜진 씨, 지현이가 혜진 씨가 만든 죽을 아주 좋아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해요. 지현이가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태가 아직 좋지 않아요...”도아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두 걸음 정도 이동하자 안혜진은 미친 듯이 과도를 휘둘렀다.“오지 말아요! 오지 말라고요!”“알겠어요. 안 갈게요. 진정하세요!”도아린은 바로 멈추었다. 그녀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맞은편의 빌딩에 창문이 열려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점이 스쳐 지나간 것을 보았다. 아마 저격수일 것이다.안혜진과 도지현은 사각지대에 있어서 도아린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안혜진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전에 도지현을 진심으로 보살펴주었기에 도아린은 그녀가 목숨을 잃는 건 원하지 않았다.도아린은 무릎을 꿇고 안혜진과 시선을 마주했다.“혜진 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울 겁니다.”안혜진은 울면서 얘기를 시작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자신은 좋은 의도였고 딸을 불구덩이로 밀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운명의 장난이라고 얘기하다가 또 자신이 편애하여 하느님이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자신은 목숨을 내놓아서 속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결국, 도지현이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아주머니, 먼저 아들 얘기부터 하시죠.”안혜진은 흐느끼며 울음을 멈추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혜진 씨, 다 제 잘못입
최신 업데이트 : 2024-12-10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