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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371 - 챕터 380

488 챕터

제371화

“대호 씨, 제 동생이 다친 건 당신 책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은 돈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고 여자애들을 한 번도 괴롭힌 적이 없이 깨끗한 게 좋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도 저기 들어가서 방우진과 함께 벌을 받게 할 거예요.”성대호는 퍼뜩 고개를 들었고 놀란 표정을 한 얼굴에서는 분노도 느껴졌다.성대호는 물론 비즈니스 업계에서 고위층의 사람들 아무나 데리고 와도 깨끗한 사람이 없었다.특히 성대호와 배건후의 관계가 이렇게나 좋은데 배건후와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대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성대호가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아도 앞에 내미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리고 여자 문제에서는 성대호 본인도 여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는지 셀 수가 없다. 모두 그의 돈을 보고 접근한 여자들인데 각자 필요한 것만 얻는 것이지 어떻게 괴롭혔다고 할 수 있겠는가?“아린 씨, 동생의 간병인을 고를 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당신이에요. 이제 와 사고가 생겼으니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려는 거예요?”“대호 씨가 혜진 씨한테 이렇게 하라고 부추긴 거잖아요?”도아린의 예쁜 얼굴이 엄숙해졌고 무척 공격적이었다.“...”성대호의 시선은 신속하게 배건후에게로 옮겨졌다.‘언제 말한 거야? 나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는 거야?’“온종일 고생했어. 돌아가서 쉬어.”배건후는 앞으로 가서 도아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도아린은 빠르게 피했다.“건후 씨, 오늘 나 대신에 칼을 맞아줘서 고마워요. 치료비는 입금할게요. 내일 아침 8시에 구청으로 가서 이혼 절차를 진행하길 부탁해요.”육하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성대호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린 씨, 허구한 날 이혼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재밌어요?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지유의 합의서를 쓸 때 왜 이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어요?”그는 배건후의 얼굴이 굳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육하경이 말리는 것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아린 씨가 지유를 용서한 것도 건후와 다시 잘해보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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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2화

배건후의 칼 같은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손보미를 위해 대역 자리를 얻으려고 할 때 성대호는 이미 도아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말을 했어야지!배건후의 시선에서 질책하는 의미가 너무 짙었던지라 묻지 않았어도 성대호가 스스로 대답했다.“내가 말했더라도 너는 빼앗아서 손보미한테 줬을 거잖아. 말을 했든 안 했든 똑같아! 네가 손보미와 다시 잘해볼 생각이라면 도아린이 먼저 이혼하겠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너는 말이 너무 많아.”육하경은 성대호를 밀었고 성대호는 불쾌하다는 듯 그를 째려보았다.“건후가 도아린이랑 이혼하더라도 너는 저 여자를 갖지 못해. 서로 친구인데 앞으로 만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배건후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은 빠르게 육하경을 훑었고 육하경은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일 구청에 데려다줄게.”그래, 잘하는 짓이다! 모두 그가 이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배건후가 뒤로 돌았을 때 누군가가 부딪혀와서 그는 무의식 간에 상대방을 부축했다.“건후 씨, 왜 나를 안 기다려줘...”손보미가 돈을 지급하고 돌아왔을 때는 사람이 다 떠났기에 경찰서에 와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상처가 감염되면 열이 날 수 있다고 의사가 얘기했어. 이 약들은...”배건후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손보미는 빠르게 따라갔다.“건후 씨가 팔을 다쳤으니 내가 운전할게.”배건후는 그녀의 손에서 약을 건네받아 조수석에 던지고는 펑 하고 차 문을 닫았다.“...”차를 후진해서 나가려는데 손보미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건후 씨, 팔에 상처가 있는데 운전하는 건 너무 위험해. 내가...”차는 빠르게 움직여서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봤어?”성대호는 계단에 서서 가소롭다는 듯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가질 수 없는 것들이 항상 최고인 거야. 손보미가 돌아서니 이제는 건후가 아쉬워하지 않잖아.”육하경은 그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돌려주었다. 그는 담배를 두 모금 피고는 말했다.“너는 건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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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3화

에이트 맨션에서는 배건후가 팔뚝에 둘렀던 거즈를 뜯었고 한 마디 정도 되는 상처에서는 아직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세게 빨아들였다.그는 상처를 잡았다. 신음을 내며 맨정신에 상처를 벌렸다.원래도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하게 질렸고 구레나룻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피가 흐르고 엉망이 된 상처를 보고 만족스럽게 손을 거두었다.배건후는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고통을 삼켰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린 다음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이튿날, 도아린은 구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도록 배건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설마 안 나오려는 건 아니겠지.”진경수는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도아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배건후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어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한 마당에 약속을 어기지는 않았을 것이다.쓸데없는 손보미의 일에 발목이 잡혔을 수도 있다.“5분만 더 기다려요.”배건후가 안 온다면 회사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어떻게 됐든 오늘 꼭 이혼해야 했다.3분 뒤, 배건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고 도아린은 전화를 받아서 재촉했다.“건후 씨, 당신 지각했어요.”“사모님, 대표님께서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우정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건후는 워커홀릭이었는데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오늘 회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우정윤은 배건후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 차는 문 앞에 세워져 있었고 벨을 아무리 눌러도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그는 경비실에 가서 비상열쇠를 가지려고 했는데 마침 가정부가 도착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누워있는 배건후가 보였다.고열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 도아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배건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우정윤은 서럽게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아린 씨가 티파니 주얼리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대표님은 바쁜 와중에도 유명한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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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4화

그윽한 눈동자의 시선이 요동쳤고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배건후는 손을 움직여 링거팩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고 우정윤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의사가 열이 더 내려가지 않다가는 머리가 잘못될 수 있다고 얘기하셨습니다.”“...”배건후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바보인 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몇 시야?”배건후는 고열 때문에 목이 말라버려서 침을 몇 번 삼키고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우정윤은 우는 얼굴로 대답했다.“거의 10시입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어요.”배건후는 손으로 주삿바늘을 빼려고 했고 우정윤은 당황해서 그를 제지했다.“빼면 안 됩니다! 대표님이 혈관이 가늘어 간호사가 세 번이나 찔렀습니다. 반드시 수액을 다 맞아야 합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도아린은 마음이 약해져야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정윤은 알고 있었다. 의사는 배건후의 상처가 벌어진 게 외부 작용에 의해서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본인을 괴롭히는 이유가 구청에 가기 싫은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우정윤은 대표님을 위해 좋은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게 잘 먹히지는 않는 모양이었다.“그럼 우리는 가서 다른 일을 볼까?”진경수는 두 사람의 뜻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도아린에게 눈치를 줬다.도아린은 핸드폰을 꺼냈다.“그럼 오후 두 시로 예약하죠. 그때 봐요.”“사모님, 사모님!”우정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대표님, 도지현 씨를 다치게 한 것은 성 팀장님인데 사모님께서는 지금 대표님 탓으로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배건후의 눈빛은 다시금 날카로워졌고 주삿바늘을 빼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우정윤이 아무리 말려도 배건후는 회사로 갔다.여섯 명의 비서가 일제히 한 줄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상사의 억압적인 시선을 받고 있었다.핸드폰을 책상에 던지며 나는 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너희들 다 누구 사람이야. 먼저 인정하는 사람은 퇴직 증명서를 받을 수 있어.”그에게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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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5화

그들은 회장님을 두려워했고 그렇게 큰 작용을 할 건 아니라서 그저 모건 그룹의 근황을 유출하면 됐었다.우정윤은 배건후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배석준은 권력을 내려놓은 듯 보였지만 배건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쳐보고 있었다. 요즘 프로젝트에 연달아 문제가 생긴 것에 그가 참여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는 것이다.가족에게 배신당하고 아내에게 버려진 대표님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쌌다.자백하는 시간이 끝나고 비서팀에는 아무 일 없이 깨끗한 두 명의 베테랑을 빼고는 모두 해고되었다.비서팀이 대대적으로 인사를 바꾸니 회사 고위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모건 그룹의 세상이 바뀌려고 그러나?...도정국은 약속한 시각에 납품했지만, 불량품이 절반이 넘었다. 상대방은 계약 위반이라고 고소했고 세 배가 되는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했다.도정국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상대방을 초대했고 배건후의 장인어른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상대방이 물러서게 만들 예정이었다.“재료들은 아직 수출하지 않았으니 손실도 없잖습니까.”도정국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보상으로 모건 그룹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어때요?”“어떻게 도와줄 건데요?”상대방은 의아해했다.“모건 그룹과 협력하는 조건은 아주 까다롭습니다.”“저는 배건후의 장인어른이에요. 장인어른의 체면은 세워줄 겁니다.”상대방은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렇다면 이따가 저희 사장님과 얼굴 보고 얘기하세요.”도정국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다리까지 꼬았다. 인맥이 있으면 바보가 될 일은 없다.이럴 줄 알았으면 납품해서 품질검사를 할 때 배건후를 들먹일 걸 그랬다. 그렇다면 불량품이 많아도 받아줬을지도 모른다.돈을 버는 좋은 기회는 놓쳤지만, 지금은 돈을 배상하지 않는 게 목표였다.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상대방은 얼른 일어나 문을 열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오셨습니까?”도정국은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시선에서는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었다.모건 그룹과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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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6화

“지현이 이미 깨어났어요. 누구랑 살지는 지현이가 선택하게 하세요.”도아린은 차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서명하면 이후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으셔도 돼요. 물론 1억 원의 의족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서명하지 않으셔도 되고요.”“...”도정국은 이를 악물었다.도지현은 연말에 만 18세가 된다. 그러면 도정국은 더 이상 부양을 하지 않아도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다만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도정국은 더 이상 도아린의 약점을 쥘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서명하지 않으면 세 배의 배상금인 10억 원을 감당할 수도 평생 채무 불이행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고심 끝에 그는 결국 펜을 들어 서류에 서명했다.도아린은 서류를 건네받더니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도정국 앞에 내밀었다.“또 있어?”“저한테 담보로 맡기셨던 부동산 서류입니다. 저보고 투자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당연히 돈을 갚으셔야죠.”“제기랄!”도정국은 이마에 힘줄이 솟은 채 미친 듯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눈빛은 한순간에 싸늘하게 바뀌었다.“네가 결국 날 상대로 한 수를 썼구나!”도아린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아이를 훔친 도둑 주제에 무슨 아버지라고.”도정국은 순간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만약 진씨 가문에서 도정국이 과거에 아이를 훔친 사실을 추궁한다면 그의 인생은 끝장날 것이다.그는 기세가 단번에 사그라들더니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도정국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려 애썼다.“도아린, 내가 널 20년 넘게 길러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아버지에게 살길을 열어주렴. 집은 네가 가져가고 도지현도 네가 데려가라. 대신 진씨 가문에게 과거 일을 추궁하지 말라고 해주겠니?”도아린은 그에게 얼른 서명하라고 손짓했다.도정국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뒤에서 일남이 손바닥으로 등을 내리치자 그의 떨림은 금세 멈췄다.그는 입술을 깨문 채 굴욕적으로 서명을 마치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도아린은 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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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7화

이번에 배건후는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얼굴이 창백한 채 눈가는 붉어져 있었다. 그녀의 앞을 지나칠 때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열기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그는 여전히 고열 상태였다.“들어가자.” 배건후는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도아린은 발걸음을 옮겨 그를 따라갔다.그에 대한 실망은 이미 충분히 쌓여있었고 일부러 아픈 척해도 더 이상 먹히지 않았다.우정윤은 뒤를 바짝 따라다니며 그한테서 눈을 떼지 못했다.혹시라도 배건후가 갑자기 쓰러질까 걱정스러운 모양이었다.구청 직원은 이혼 협의서를 받아 들더니 형식적인 물음을 건넸다.“두 분은 합의로 이혼하시는 건가요?”“네.” 도아린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반면 배건후는 침묵을 지켰다.구청 직원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서류상으로는 여자가 손해 보는 것 같은데 지금 모습을 보면 남자가 더 안쓰러워 보였다.배건후는 주먹을 느슨하게 쥔 채 입가에 대고 기침을 했다.창백했던 얼굴은 기침으로 인해 금세 붉어졌고 건장한 체격마저 오늘따라 왠지 허약해 보였다. 아마 열이 심하게 나는 것 같았다.“이렇게 아프신데 조금 더 생각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구청 직원은 약자 편에 서 있는 듯했다.“더 생각할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그녀가 돌려준 협의서를 다시 밀어 넣으며 말했다.“빨리 처리해 주세요. 이분 여자 친구께서 기다리고 있어요.”“...” 배건후는 말없이 도아린을 쳐다봤다.그는 눈동자가 붉게 충혈된 채 또 기침을 몇 번 뱉었다.그녀는 그런 그를 경멸했다.평소엔 그렇게 오만하더니 이제 와서 약한 척, 불쌍한 척하는 배건후가 역겨웠다.손보미를 자주 만나다 보니 그녀에게 연기라도 배운 건가 싶을 정도였다.구청 직원은 배건후를 안쓰럽게 바라봤다.그는 뚜렷한 이목구비에 훤칠한 기럭지를 뽐냈고 손목에 찬 시계만 해도 최소 억대는 되어 보였다. 배건후는 도착해서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계속해서 도아린이 재촉하는 모양새였다.같은 여자로서 구청 직원은 도아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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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8화

“김지민! 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구나? 네까짓 게 감히 우리 아빠를 넘봐?”배지유는 김지민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잡아 벽에 밀쳤다.김지민은 고통스럽게 비명을 지르며 배지유의 다리를 걷어찼다.둘은 이내 몸싸움을 벌였고 객실 서비스 직원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싸움을 말리자 둘은 겨우 싸움을 멈췄다.“괜찮아요.”비록 김지민은 이득을 본 게 없었지만 배석준의 체면을 생각해서라도 경찰을 부를 수는 없었다.“무슨 일이든 말로 해결하세요.”직원은 몇 마디 더 충고한 뒤 자리를 떠났다.배지유는 소파에 앉아 흐트러진 침대를 바라보며 불쾌함에 휩싸였다.“우리 아빠한테서 떨어져. 보미 언니를 봐서라도 이번 한 번은 용서해 줄게.”김지민은 입가의 피를 닦으며 말했다.“내 도움이 없었으면 네가 그렇게 빨리 나올 수 있었을까?”“그게 무슨 말이야?”“사모님과 도아린은 한 편이야. 회장님계서 널 구하려고 사모님한테 이혼을 제안한 것도 그래서야. 내가 도아린의 교활한 면모를 회장님께 알려줬고 회장님께서 도아린을 압박할 방법을 생각해 낸 거야. 그래서 도아린을 압박해 네 합의서를 쓰게 한 거라고.”김지민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입가의 상처를 확인했다.이런 비참한 모습이라면 배석준이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배지유는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말도 안 돼! 우리 부모님은 서로 사이가 얼마나 좋으신데. 절대 이혼할 리 없어.”“맹세하는데 절대 거짓말이 아니야. 믿기 싫으면 집에 가서 사모님에게 직접 물어봐.”김지민은 일부러 목을 살짝 만지며 말했다.“사모님이 회장님께 너무 큰 실망을 안겨주다 보니 회장님께서 나한테 위로를 구했거든.”그녀는 몸짓으로 얼마나 깊은 대화를 나눴는지 암시했다.“만약 네가 날 속이면 더 이상 연성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할 거야.”배지유는 분노에 찬 채로 모텔을 나섰다.그녀는 죽을 들고 병실로 돌아와 주현정이 다 먹을 때까지 묵묵히 지켜봤다.주현정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누군가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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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9화

“축하한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네요.”육하경은 술잔을 들며 쓴웃음을 지었다.“대신 앞으로 꽃길만 걷기를 바랄게요.”진경수도 따라서 잔을 들었다.일북은 찻잔을 들며 말했다.“전 아가씨께서 평안하고 순조롭기를 바랍니다.”일남이 일북에게 물었다.“나는 뭐라고 말해야 하지?”“우리 둘 다 아가씨가 평안하고 순조롭기를 바랍니다.”일북이 다시 말했다.“고마워.”마지막으로 도아린도 잔을 들어 올렸다. 모두가 잔을 부딪치려는 순간, 갑자기 룸 문이 열리며 성대호가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왔다.그는 도아린을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말했다.“말해 봐요. 어떻게 해야 아린 씨 화가 풀리겠어요?”도아린은 입가에 번졌던 미소가 이내 사라져갔다. 아직 말을 꺼내기도 전에 성수진이 뒤따라 들어오더니 성대호를 끌고 밖으로 나갔다.“죄송해요. 제 동생이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봐요. 정말 죄송합니다.”성대호는 문 앞까지 끌려갔지만 이내 성수진의 손을 뿌리치고 다시 테이블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도아린을 노려보며 말했다.“방우진한테 해결책을 제안한 건 저예요. 다시는 지유를 괴롭히지 못하도록 감옥에서 나올 모든 가능성을 끊으려 했어요. 아린 씨, 다 저 때문이에요. 배씨 가문과는 일도 상관없어요.”말을 마치고 그는 손을 뻗어 술병을 집으려 했다.일북과 일남은 재빨리 도아린의 앞을 막아섰다.쾅!성수진은 깜짝 놀라 눈을 감았다.술병이 깨지는 소리와 함께 눈을 뜨는 순간 그녀는 비명을 질렀다.성대호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고 술이 상처로 흘러 들어가면서 고통스럽다 못해 얼굴도 잔뜩 일그러졌다.그는 비틀거리며 테이블을 짚고 도아린을 쏘아보며 소리 질렀다. “아린 씨 동생이 칼에 찔린 걸 지금 보상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는 다시 술병을 집으려 했으나 육하경이 재빠르게 말렸다.“그만해. 오늘은 아린 씨의 자리야. 할 말 있으면 다음에 하자.”피가 성대호의 눈에 흘러 들어가자 그는 마구잡이로 닦았다. 어느새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고 그 모습은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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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0화

“수진 씨 뜻대로 되지 않을 거예요.”도아린은 비웃음을 흘렸다.“수진 씨가 성씨 가문 전체를 저한테 준다고 해도 전 건후 씨와 재혼하지 않을 거예요.”“그럴 리가!”성대호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당신이 온갖 계략을 다 써서야 겨우 건후와 결혼했는데, 말도 안 되잖아.”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듯했다.그때 누군가와 등을 부딪쳤다. 그는 돌아보고 깜짝 놀랐다. 언제 문 앞에 나타났는지 모를 배건후와 손보미가 서 있었다.“대표님, 제 사촌 동생이 많이 취했어요. 당장 데리고 나가겠습니다...”성수진은 성대호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냈다.그러나 그는 배건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둘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배건후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협력을 취소하는 것만으론 부족한가 봐.”성대호는 그 한마디에 눈이 번쩍 떠지더니 성수진을 뿌리치고 배건후 앞으로 바짝 다가섰다.“너 정말 우리 가문을 망하게 할 셈이야?”“성 팀장님이 이렇게 소란을 피우니 건후 씨가 이런 태도를 보여줄 수밖에 없잖아요.”손보미는 도아린을 흘겨보며 비아냥거렸다.방 안에는 남자 네 명과 도아린 혼자 유일하게 여자였다.하지만 손보미는 이혼 숙려 기간에 절대 둘에게 재결합의 기회를 주지 않을 작정이었다.성대호는 평소에도 손보미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배건후만을 바라보며 따졌다.“내가 아린 씨에게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난 너희 배씨 가문을 위해서잖아. 네 여동생 때문에!”그는 자조적으로 웃으며 뒤로 물러섰다.”내가 왜 배씨 가문에게 온갖 정성을 쏟았을까? 예전에 누가 그랬지? 지유를 친동생처럼 대해라고. 내가 그 말을 듣고 뭐가 남았는데? 차라리 아린 씨랑 정면으로 붙게 내버려둬야 했어. 누가 누구를 끝장내나 보게 말이야.”성대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룸을 나갔다.그는 성수진의 팔을 뿌리치고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성수진은 황급히 배건후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한 뒤 서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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