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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391 - 챕터 400

488 챕터

제391화

“지유는 최선을 다했어. 내가 증명할 수 있어.”배석준은 아내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녀를 일으켜서 물을 먹였다.“물을 좀 마셔.”주현정은 어리숙한 아이처럼 입을 벌리라면 벌리고 물을 마시라면 마셨다.그러나 그녀가 물을 마시는 속도가 배석준이 주는 속도보다 더뎌서 물을 채 삼키지 못하고 입가에서 흘러나왔다.배지유는 빠르게 손수건으로 닦아주었다.“아빠, 천천히 해요.”배건후는 도아린의 말이 생각나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도아린은 강재민과 함께 바둑을 두고 있었다.“만났어?”도아린은 담담하게 말했다.“너는 어떻게 생각해?”“내가 의사도 아니고 어떻게 알아요.”“도아린.”배건후는 이를 악물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엄마는 네 일 때문에 아버지랑 사이가 틀어졌어. 근데 엄마한테 왜 이렇게 차가운 거야?”“당신 동생이 나더러 배씨 가문의 일에 끼어들지 말라고 하더라고요.”도아린은 손에 바둑알을 들고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하경 씨한테 에이트 멘션을 팔아달라고 부탁했어요. 얼른 당신 물건들을 가져가세요. 안 가져가면 함께 팔아버릴 거예요.”“우리 신혼집을 판다고?”전화에서도 도아린은 배건후의 타오르는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진경수에게 자기 대신에 바둑을 두라고 손짓했지만, 안민아가 먼저 다가갔다.도아린은 웃으며 바둑알을 그녀에게 건네고는 일어나서 전화를 받으러 갔다.“에이트 멘션을 나한테 주었으니 내가 마음대로 할 권리가 있는 거 아닌가요?”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몇 모금 빨았지만 답답한 마음을 다 해소할 수 없었다.“도씨 가문의 집은 도지현의 명의로 변경했어. 이사하고 싶으면 해도 돼. 멘션의 집은 아직 값이 오를 거야. 서둘러 팔지 않아도 돼.”도아린이 말했다.“도씨 가문의 집은 제 양어머니의 것이니 당연히 지현이한테 줘야죠. 해남에 재활센터를 찾아놨어요. 절차가 끝나면 지현이를 데리고 올 거고 특별한 일이 없이는 연성에 가지 않을 거예요.”전화에서는 침묵이 흘렀고 담배를 내뿜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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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2화

“강 회장님의 생신 축하연에 갈 거예요?”도아린은 안민아의 기대 가득한 얼굴을 보고 되물었다.“가고 싶어?”“저는 스타를 보러 가는 거예요.”안민아는 귀가 빨개져서는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둘째 오빠는 돈 많은 예쁜 언니들한테 둘러싸여 있을 거니까 저 혼자 심심해요. 언니가 간다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요.”강태식은 주얼리의 왕이라고 불리며 연예인들은 강태식의 주얼리를 착용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겼다. 하여 그의 생일잔치에는 탑 연예인들이 많이 올 것이다.도아린은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았다.“다음에 다시 얘기하자.”저녁 식사 때 진씨 가문의 사람들이 다 모였다.진범준과 윤명희는 센터에 앉았고 양쪽에는 두 아들이 앉았다. 도아린은 진경수의 곁에 앉았고 강재민은 진수혁의 곁에 앉았으며 두 사람 사이에는 안민아가 앉았다.“경수야, 가족사진을 찍을 수 있게 예약해줘.”진범준은 아내의 의견을 묻고 나서 이렇게 얘기했다.“좋아요!”윤명희는 가정부한테 와인을 개봉하라고 했다.“세은이를 찾았으니 너희 둘은 결혼에 대해 고민해도 될 것 같아. 수혁이 네가 오빠니까 먼저 생각해봐.”“...”진수혁이 아무 말이 없자 식탁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강재민은 술잔을 들고 일어서서 진지하게 진범준 부부를 바라보았다.“두 분께 동의를 구할 일이 있습니다.”도아린은 그가 미친 소리를 할까 봐 테이블 아래서 그의 다리를 찼다.진수혁의 포커페이스에도 미세한 변화가 생겼고 손을 뻗어 강재민을 잡아당겼다.“...”강재민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그녀의 눈에 자신을 경고하는 뜻이 다분한 것을 보고 강재민의 웃음은 더 짙어졌다.그는 혀로 입술을 핥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주말에 저희 아버지의 생신 축하연이 진행될 예정인데 동생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두 분께서 저을 도와 설득해주세요.”진범준은 윤명희와 눈이 마주쳤고 강재민의 뜻을 바로 알아차렸다.진수혁은 성격이 무뚝뚝해서 친구를 잘 사귀지 않았지만, 강재민과는 십여 년의 우정을 이어오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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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디자인 가격은 ‘봉황의 시대’보다 적지만 그건 티파니 주얼리를 홍보하기 위한 미끼일 뿐이었다. 도아린이 왜 팔지 않고 있겠는가, 사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전미나는 자랑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제가 디자인 한 겁니다.”도아린은 그녀의 손목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천천히 말을 꺼냈다.“미나 씨가 선택한 공작석은 1그램에 40만 원 정도 하는 최고급 재료입니다. 이 팔찌는 단품이 아니라 한 세트니까 전체 가격이 2억 정도 되죠. 국내의 주얼리 전문가들한테 공작석은 값이 가지 않은 상품입니다. 그러니 큰돈을 들여서 소장하지 않고 거의 다른 사람한테 선물을 주고는 하죠. 미나 씨의 디자인은 20대부터 30대까지 즐겨 찾는 디자인이에요. 이 나이대의 여성들이 그 팔찌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재벌 2세가 아니면 연예인인데 그들은 다이아몬드를 더 선호하죠. 만약 제가 대학을 곧 졸업하는 딸이 있다면 저는 딸애가 앞으로 사회로 나아가서 일이 순조롭게 풀리기를 기원하며 이것을 선물로 줄 것입니다.”“...”전미나의 표정은 자랑스러워하던 데로부터 경악으로 바뀌었다. 방금 제일 대단한 고객과 연락을 했었는데 그는 도아린의 말처럼 딸에게 졸업선물로 주려고 생각하고 있었다.“당신... 당신은...”“미나 씨한테 제가 건의를 좀 해도 될까요?”도아린은 그녀의 팔찌를 가리키며 몇 가지를 얘기했다.다른 사람이 자신의 작품을 수정하는 것을 달가워하는 디자이너는 없다.전미나는 거절하고 싶지만, 진경수가 자신을 건방지다고 생각할까 봐 돌려서 말했다.“죄송하지만 이미 이 제품을 예약한 고객이 있어서요.”“그럼 아쉽게 됐네요. 분명 2배가 되는 디자인 가격을 받을 기회였는데 말이죠.”도아린의 태도는 아주 부드러웠고 말을 마친 뒤 진경수와 함께 창고에 있는 보석을 보러 갔다.그들이 떠난 후 전미나는 마음이 흔들렸다. 2배가 되는 디자인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만약 도아린의 말대로 수정했는데 상대가 디자인 가격을 더 높이는 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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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4화

“언니, 팔찌를 만드는 방법을 저한테 가르쳐주면 안 돼요? 친구한테 선물 주고 싶어요.”안민아는 긴장한 듯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그녀는 도아린보다 두 살이 어렸고 한창 타오를 나이였다.도아린은 들어와서 앉으라고 했다.“남자친구한테 선물하려고?”“아니에요!”안민아는 쑥스럽게 고개를 저었다.도아린은 안민아가 준비한 짙은 녹색 끈으로 매듭을 맺고는 간단하고 빠르게 만드는 방법을 보여주었다. 보기만 하는 건 쉬워 보였으나 정작 하려고 하면 어려웠다. 안민아는 계속 물어보면서 팔찌를 만들다가 도아린의 손을 갑자기 쳐다보았다.“언니, 꽃도 수놓을 줄 알아요? 이건 무슨 그림이에요?”“그냥 손이 가는 대로 만든 거야.”도아린은 웃음을 지었지만, 눈빛에서는 차가운 빛이 맴돌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또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진경수가 새로 나온 드레스와 액세서리를 보내주었다. 연회에 참가하러 가는데 새로운 것들을 장만해야 했다.도아린이 연성에 돌아갔던 며칠 사이에 그녀의 안방도 새롭게 꾸며졌다. 서랍에 있던 공주 치마들은 모두 창고로 보내졌으니 새로운 옷들을 장만할 필요가 있었다.“언니, 먼저 골라요.”안민아는 계속해서 팔찌를 만들었다.아무래도 진경수의 마음이니 도아린은 사양하지 않았다. 그녀는 일상복을 두벌 고르고 검은색 벨벳 긴 치마와 하얀색 숄을 골랐다.해남은 연성보다 기온이 낮아 요즘에는 트렌치코트를 입기 시작했다.안민아는 빨간색과 블랙으로 된 머메이드 스커트를 골랐다. 그녀의 나이에 비해서는 성숙한 스타일이었지만 그녀는 아주 마음에 들어 해서 도아린도 반대하지 않았다.“아, 매듭이 잘못됐어요!”안민아는 조급해서 발을 동동 굴렀다.“언니, 이것 좀 풀어주세요. 저는 화장실에 다녀오겠습니다.”“당황한 모습 좀 봐. 이제 시집가면 어쩌려고 그러니!”진경수는 안민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는 웃으며 도아린을 바라보았다.“나머지 옷들은 다 마음에 안 들어?”“마음에 든다고 해도 다 가질 수는 없잖아요. 이미 세 벌을 골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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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5화

앱은 핸드폰에 원래 있던 것들이고 모두 로그인한 흔적이 없었다. 갤러리에는 영상이 몇 개 저장되어 있었다.도아린은 하나씩 다 열어보았다.각도를 보면 핸드폰은 침대 아래의 벽에 붙여서 놓아둔 것이었다. 간호사가 수액을 놓으러 들어와서 환자의 이름을 물으니 배지유는 주현정의 이름을 말했다.그리고 간호사는 침대로 가서 주현정에게 주사를 놓고 자리를 떴다.동영상을 빠르게 재생하자 배지유가 침대로 와서 수액을 보고 호출 버튼을 누르자 간호사가 와서 주사를 뽑아주었고 배지유가 주현정이 식사를 하게 보살펴주는 장면이 보였다.주현정은 왜 이것들을 기록하였는가? 그것도 왜 몰래 찍었는지?영상이 끝나자 도아린은 두 번째 동영상을 재생하였다.두 번째 영상에서는 주현정이 바닥에 엎드려 침대 아래에 핸드폰을 놓는 장면이 보였다. 같은 날이었고 영상을 찍느라 핸드폰이 배터리가 없어서 오후에 녹화를 계속했을 것이다.주현정이 침대에 누워 얼마 지나지 않아 배지유가 병실로 들어왔고 부모님의 이혼에 관해 물었다.오후에는 수액을 맞을 필요가 없었기에 배지유는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가 일어나 핸드폰이 배터리가 다 될 때까지 게임을 했다.세 번째 영상은 이튿날이었고 간호사가 수액을 놓는 장면이 반복되었다. 하루에 영상이 두 개씩 모두 영상이 다섯 개 있었다. 모두 보고 난 후에도 도아린은 이상한 점을 보아내지 못했다.주현정은 도대체 무엇을 남기고 싶었는가?“마지막 영상을 한 번 더 봐요.”강재민이 말했다.도아린은 다시 한번 재생했고 강재민은 갑자기 멈추라고 했다.“여기 조금만 앞으로 돌려봐요.”그 부분을 세 번 반복해서 봤다. 도아린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뭐를 알아냈어요?”“시간이 맞지 않아요.”“영상마다 세 시간 정도 되는데 어디가 다른 거예요?”강재민은 영상 속 배지유의 발을 가리켰다.“이때 방금 간호사가 와서 수액을 바꿔줬는데 왜 가서 확인하는 거죠? 저기에 1분 넘게 서 있었어요.”강재민은 시간에 아주 민감했다. 그는 재생 버튼을 눌렀다.“이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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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6화

이나윤은 궁금한 얼굴로 곁에 서 있는 손님들을 보고 큰 소리로 말했다.“이 여자는 저희 연성 사람입니다. 연인이 싸운 틈을 타 그사이에 끼어들었죠. 하지만 인품이 너무 별로라서 결혼 생활을 3년하고 차였어요! 저희 사이에서는 이 여자가 재벌가에 시집가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어요. 본인의 남자를 잘 지키고 계세요. 이 여우 같은 여자한테 홀리지 못하게 말이에요... 악!”도아린은 이나윤의 머리를 잡아당겨서 수영장으로 끌고 가서 밀어버렸다.“악! 살려줘... 살려줘!”이나윤은 미친 듯이 버둥거렸다. 사실 수영장은 그리 깊지 않았고 이나윤은 현장에 있는 손님들이 도아린이 건방지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함이었다.도아린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이나윤, 내가 너를 너무 봐줬네.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던 거야?”“도아린! 여기는 에이트 맨션이 아니고 강씨 가문이야! 난리를 치고 싶어도 장소를 봐가면서 행동해!”이나윤은 발버둥을 치지 않고 후줄근하게 수영장에 서 있었다. 아침부터 열심히 단장한 머리는 다 망가져서 어깨에 붙어있었다.오늘 날씨는 화창했지만, 기온은 높지 않았다. 바람이 불자 이나윤은 추워서 덜덜 떨었다.“네가 먼저 와인을 나한테 부으면서 난리를 친 거야.”도아린이 침착하게 말했다.“그건 내가 미끄러져서...”이나윤은 얼굴에 묻은 물을 닦고는 수영장을 나오려고 힘겹게 걸어가서 난간을 잡았지만, 도아린에게 막혔다. 도아린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나한테 사과해.”“너 미쳤어? 네가 나를 수영장에 밀어 넣고는 나한테 사과하라고?”“그럼 안에서 나오지 마.”“...”이나윤은 이를 악물었다. 그녀는 가정부가 오고 있는 것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가서 도련님을 모셔와. 이 여자가 언제까지 이렇게 건방질 수 있을지 한번 봐야겠어!”가정부는 서둘러 다가왔다가 다시 빠르게 자리를 떴다.얼마 지나지 않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면서 인파를 비집고 나왔다.“나윤아! 이게 무슨 일이야? 물이 차가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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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7화

도유준이 강태식을 찾아왔을 때 강재민은 진씨 가문에 머물고 있었다. 하여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변덕스러운 작은 삼촌을 처음 만나게 되었다.강재민이 점점 더 날카로운 분위기를 풍기자 집사가 다급하게 나서서 설명해주었다.“이분은 강 회장님 큰 형님의 맏아들의 따님이 낳은 아들입니다.”“...”손님들 사이에는 침묵이 흘렀다. 이렇게 먼 친척 사이인데 아까는 당당하게 외할아버지라고 했다.“작은 삼촌, 이 여자는 연성에서 뻔뻔하기로 소문난 여자입니다. 외할아버지의 생일 축하연에 대단한 손님들이 많이 왔으니 이 여자는 와서 남자를 유혹하러 온 거예요!”도유준은 도아린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연성에 있을 때 그녀는 배건후의 기세를 믿고 자신에게 비아냥거렸다.지금은 강씨 가문이 자신을 지켜주니 도아린한테 받았던 치욕을 두 배로 돌려줄 것이다.“얼른 쫓아내지 않고 뭐해!”도유준은 가정부를 향해 소리쳤다. 이나윤은 비참한 모습이었지만 득의양양한 얼굴로 도아린을 쳐다보면서 입 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너한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가정부는 가만히 서서 큰 도련님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너희들 사촌 도련님이 명령하는 거 못 들었어? 가만히 서서 뭐해!”이나윤은 덩달아 우쭐거리며 말했다.“얼른 사람을 내보내!”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경멸하는 표정이었다. 두 사람은 정말 자신이 강씨 가문의 주인이라도 되는 줄 알았다. 강재민의 앞에서 저런 식으로 명령을 하다니, 강재민의 표정이 얼마나 일그러졌는지 보지도 않고 말이다. “저 여자가 아린 씨를 괴롭혔어요?”강재민은 도아린을 보면서 다정하게 물었다. 도아린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저 여자가 저한테 와인을 부었어요.”강재민은 쌀쌀한 눈빛을 하고 이나윤을 쳐다보면서 말했다.“이 사람한테 사과해.”“작은 삼촌, 저 여자는 초대장도 없이 몰래 들어왔고 제 여자친구를 수영장에 빠지게 했어요!”도유준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분명 도아린이 더 잘못했는데 왜 작은 삼촌이 그녀를 감싸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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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8화

도아린은 가만히 서 있었고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고 있었다.“두 번 얘기하게 하지 마.”배건후의 손이 아직 힘을 쓸 수가 없어서 망정이지 그게 아니라면 당장 도아린을 끌어왔을 것이다.남녀가 함께 휴게실에서 나온 것도 모자라 이렇게 친밀한 행동을 하고 있다니! 자신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도아린은 강재민이 자신의 머리를 정리해줄 줄 몰랐지만 베푸는 친절에 대해서 굳이 깐깐하게 굴지는 않았다.배건후가 갑자기 나타나서 이유 없이 화를 내니 도아린은 반격하고 싶었다.“여기는 강씨 가문이에요. 예의를 차리세요.”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너와 다른 사람의 행동이 부적절한데 나한테 예의를 차리라고?”“단지 머리를 정리해준 것뿐이에요.”도아린은 다시 머리를 뒤로 넘겨서 정리했는데 고개를 갸웃할 때 목덜미에 붉은 자국이 있는 것이 보였다. 방금 옷을 갈아입을 때 긁힌 것이었다.불분명한 자국은 배건후의 눈을 찔렀다.도아린이 다른 남자와 다정한 모습을 상상하면 배건후는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단지라고? 그럼 그것 말고 뭘 더 하고 싶었어?”도아린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건후 씨, 이 난리를 언제까지 피울 생각인 거예요?”“내가 난리를 피우는 것으로 보여?”“우리는 이미 이혼했으니 내가 누구랑 만나든 당신이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이혼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친구가 머리를 정리해주는 게 어때서요?”“...”배건후는 이 장면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그는 흥미로운 표정의 강재민을 곁눈질하고는 다시 도아린을 노려보았다.“너랑 둘이서 할 얘기가 있어.”도아린은 강재민을 보면서 말했다.“민아를 좀 부탁할게요.”“걱정하지 말아요.”강재민은 배건후의 곁을 지나가면서 배건후만 들릴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늦은 후회는 약이 없어요.”“...”배건후는 주먹을 꽉 쥐었고 그것 때문에 등 뒤의 상처에서 고통이 느껴졌다.도아린은 느긋하게 배건후에게 다가갔다. 그녀도 할 얘기가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강재민이 너한테 어떤 마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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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9화

...“아린아!”도아린이 연회장을 지나갈 때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진경수가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여기는 내 동생이야.”진경수는 도아린을 자신의 곁에 앉혔다.“누가 얘를 괴롭히는 걸 본다면 바로 나서서 편들어 줘야 하고 나한테 연락해줘.”진경수는 잘생긴 데다가 가문이 좋고 사람이 좋으니 시집오고 싶어 하는 여자들이 많았다.그들은 모두 진씨 가문의 암묵적인 규칙을 알고 있었다. 진씨 가문의 막내 여동생이 돌아오기 전까지 절대 혼사를 치르지 않는다는 것이다.지금 공개적으로 여동생을 소개해줬으니 혼인을 고려해도 됐다.마음이 쏠린 여자들은 모두 도아린에게 잘 보이려고 했고 도아린은 그저 웃음만 지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까 수영장에 빠진 그 여자는 정말 역겨워. 감히 경수 씨 동생한테 시비를 걸다니.”누군가가 아까 발생했던 충돌을 알고 일부러 얘기를 꺼내고 진경수를 쳐다보았다.“아까 강씨 가문의 도련님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경수 씨 동생이 쫓겨날 뻔했어요.”“수영장에 빠진 누구?”진경수의 웃는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시비를 건 게 아니라 제가 밀어버린 거예요.”“...”사람들은 어리둥절했다. 진경수의 동생이 이렇게나 사납다고? 시누이와 잘 지내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진경수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잘했어. 누가 내 동생을 건드리면 바로 이렇게 되는 거야.”사람들은 모두 맞장구를 쳤다.“그래요. 그 여자가 먼저 술을 뿌렸잖아요...”말은 이렇게 해도 겁이 많고 충돌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자리를 떴다.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적어지자 도아린은 문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발견했다.배석준도 초대장을 받았는데 주현정이 걱정되어 김지민한테 친구를 데리고 함께 가라고 했다. 하여 김지민은 손보미와 함께 왔다.“먼저 친구를 좀 사귀어. 사업에서 배석준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사귀어야 그 사람 곁에서 오래 있을 수 있어.”배석준은 사랑에 눈이 멀 나이는 지났고 그가 말한 것처럼 그저 쇼하는 것이니 언젠가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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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손보미는 멋있는 그 얼굴을 한번 보고 물었다.“당신은... 강재희 씨에요?”강재희는 불쾌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면서 대답하지 않았다.“재희 씨, 제가 긴히 할 얘기가 있습니다. 아주 중요해요...”강재희는 거절하는 손짓을 했다.“당신이 하는 말에 관심 없어. 우리 아버지의 생일 축하연에 왔다면 행동 똑바로 해.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내보낼 거야.”“재희 씨! 제발 저한테 3분만 시간을 주세요. 1분도 좋아요. 그해 서리에 관한 일입니다!”손보미는 자신의 말에 강재희의 시선이 날카로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여자의 눈빛에서 그렇게 단호한 뜻은 처음 느껴봐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하지만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면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다가갔다.“그해의 일에 관해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걸 알아요. 하지만 재희 씨가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걸 보고만 있을 수가 없어서 그래요. 제 얘기가 끝난 다음에 제 혀를 뽑든 숨통을 끊든 다 상관없습니다.”강재희는 손보미의 눈을 몇 초간 쳐다보더니 그녀를 데리고 자신의 손님방으로 갔다.얘기를 끝낸 손보미는 숨을 헐떡이며 울고 있었다.“건후 씨가 저랑 결혼하겠다고 하고는 도아린한테 빠져버려서 약속을 저버렸어요. 저도 건후 씨의 가정을 파탄 내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 도아린과 이혼했으니 재희 씨가 저를 좀 도와주세요...”강재희의 표정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겉으로는 도덕과 됨됨이를 운운하는 배건후가 이런 사람일 줄은 몰랐다.“만약 그 말이 다 사실이라면 나랑 함께 배건후를 만나러 가.”손보미는 몸을 퍼뜩 떨더니 서럽게 눈물을 닦았다.“제가 진실을 재희 씨한테 알린 걸 알면 저를 원망할 거예요. 재희 씨가 저를 모른 셈 치고 제가 건후 씨랑 만난 다음에 다시 나오면 안 될까요?”“그래.”손보미는 화장을 고치고 마음을 가다듬은 다음 내려가서 배건후와 만났다.“네가 왜 여기 있어?”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손보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건후 씨 상처가 아직 낫지 않았잖아요. 걱정돼서 얘기하지 못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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