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 잠들었어요.”배지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즘 많이 바빴어요? 오랜만에 얼굴 보네요.”그러면서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줌마, 전복 상자 좀 가져오세요... 제가 특별히 하경 오빠를 위해 산 거예요.”“아주머니는 그만뒀어요.”손보미는 아까 말했던 이유를 다시 반복했다.배지유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저한테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왜 그만둔 거예요?”손보미는 어색하게 입을 비틀며 말했다.“내가 해줄게.”배지유는 굳이 그녀와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단번에 알겠다고 했다.순간, 도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가서 사모님 좀 보고 올게요.”배지유가 거절하기도 전에 배건후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주현정은 전보다 안색이 더 나빠졌고 살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식사량도 적고 자주 구토를 했다고 한다.약국 직원이 말한 증상과 일치했다.“먹는 약을 봐야겠어요.”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배지유는 즉시 흥분하며 외쳤다.“도아린! 엄마가 깨어났다고 네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보미 언니가 다 말해줬어. 전에 강씨 가문에서 우리 오빠가 보미 언니랑 결혼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잖아. 지금 와서 무슨 짓이야?”“입 다물어.”배건후가 차갑게 꾸짖었다.“오빠! 지금도 도아린을 옹호하는 거야? 도아린이 이간질하지 않았으면 엄마 아빠는 싸우지 않았을 테고 엄마의 병도 악화되지 않았을 거야!”배지유는 이를 악문 채 소리 질렀다.곁에 있던 육하경은 참다못해 말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운 건 네 아버지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야. 아린 씨와 아무 상관 없어.”“...”배건후는 이내 육하경을 쳐다봤다.그 역시 아버지와 김지민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하경 오빠, 오빠도 도아린 편이에요? 도대체 도아린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렸어요? 왜 모두 도아린 편을 드는 거냐고!”배지유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입술을 파르르 떨며
최신 업데이트 : 2024-12-23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