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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작가: 온유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23 19:00:00
“걱정마요. 결국엔 다 해결될 거예요.”

육하경은 무릎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천천히 움켜쥐며 몸이 굳어졌다.

도아린은 긴장하는 그의 모습에 코웃음을 쳤다.

“율이의 생모 외에 또 무슨 일이 하경 씨를 이렇게 긴장하게 하죠?”

“건후 씨랑 보미 씨가... 약혼했어요.”

육하경은 망설이며 말했다.

“알고 있어요.”

육하경은 그녀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금이라도 슬퍼하는 기색이 없자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몸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좌석에 기댄 채 축 처졌다.

배씨 가문은 어제 세인트존스 호텔에서 약혼식을 열었고 배건후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배석준은 그의 친구들과 기자들을 초대했다.

소문에 따르면 손보미는 강씨 가문의 큰딸과 의자매를 맺었고 강씨 가문에서도 두 사람의 혼사를 지지하며 스스로 땅 입찰 경쟁을 포기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상업계에 퍼지면서 원래 배씨 가문과 경쟁하려던 상대들은 경계심을 가졌고 전에 협력을 취소했던 이들도 관계를 회복하기에 바빴다.

그 결과, 배씨 그룹의 주가는 하룻밤에 안정되었다.

“전 건후가 보미 씨를 좋아한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육하경은 담배를 꺼내 피우려다 도아린을 흘겨보더니 다시 집어넣었다.

“상관없어요.”

도아린은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내다보았다.

연성 상업계의 상징적인 건물인 엠파이어 빌딩의 대형 스크린에는 손보미가 인터뷰하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거리가 멀어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표정으로 봐서는 엄청 행복해 보였다.

배씨 저택에 도착하자 육하경이 먼저 문을 두드렸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겠지만 문을 연 사람은 손보미였다.

그녀는 육하경을 보고 잠시 멍해 있더니 뒤따라온 도아린을 발견하고 어느새 눈에 혐오가 차올랐다.

“아린 씨, 난 네가 당분간 돌아오지 않을 줄 알았어. 그래서 어제 약혼식에도 초대하지 않았어.”

“도아린?”

곧이어 강홍련이 나오더니 비웃으며 말했다.

“그날 신경 쓰지 않는다더니, 뭐야? 안달이 나서 연성까지 따라온 거야?”

강홍련은 강씨 가문의 신분으로 돌아왔고 말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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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아린의 눈빛은 사늘하게 식어버렸다.“무슨 짓을 한 거죠?”“내가 뭘 했겠어? 내 아들이 한 거지."강홍련은 우쭐하며 말했다.“모든 걸 잃거나 아니면 우리 외손자랑 결혼해서 강씨 가문의 인맥을 함께 누리거나 둘 중 하나지. 그러나 안씨 가문 사람들은 너보다 훨씬 똑똑하더라.”도아린의 얼굴은 굳어지다 못해 잔뜩 일그러졌다.육하경은 전화를 끊고 나서 도아린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여기서 이렇게 소리치며 난리를 피우면 사모님께 방해되지 않겠어요?”“그 병약한 사람이 무슨 방해를 받는다고...”강홍련은 무언가 잘못된 것을 눈치채고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보미야, 얼른 답례품 사러 가자. 배 대표님께서 곧 이혼 수속을 끝내면 너희도 결혼식을 올리게 될 거야.”“당신도 수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으면 지금 아린 씨가 여전히 배씨 가문의 사모님이라는 것도 알겠네요.”육하경은 단호하게 말했다.강홍련은 참지 못하고 비웃음을 흘렸다.“배 대표님께서 도아린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면 이혼하지도 않았겠죠. 결국 도아린이 문제에요. 3년 동안 애 하나도 못 낳고.”“그러게요.”도아린은 비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아줌마가 대단하죠. 결혼도 안 한 채 도유준같은 종자를 낳다니.”“도아린! 그 입 다물지 못해?”강홍련은 미친 듯이 화를 내며 도아린에게 달려들었다.그러나 일북에게 단숨에 제압당했다.손보미는 강홍련이 곁에서 오히려 방해된다고 생각했지만 강재희의 체면을 생각해 어쩔 수 없이 참았다.“그만하세요.”“도아린이 사람을 너무 괴롭히잖아요!”“이게 괴롭히는 거예요?”도아린은 강홍련이 발광하는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언젠가는 도유준을 보지 못하게 될 거예요.”“너 따위가 감히?”이들의 다툼 속에서 아무도 배씨 가문의 대문이 열리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건후야!”육하경이 소리쳤다.“...”강홍련은 순식간에 조용해졌고 손보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배건후는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도아린이 무사한 것을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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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19화

    “금방 잠들었어요.”배지유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요즘 많이 바빴어요? 오랜만에 얼굴 보네요.”그러면서 부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아줌마, 전복 상자 좀 가져오세요... 제가 특별히 하경 오빠를 위해 산 거예요.”“아주머니는 그만뒀어요.”손보미는 아까 말했던 이유를 다시 반복했다.배지유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아까까지만 해도 저한테 맛있는 저녁을 차려주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왜 그만둔 거예요?”손보미는 어색하게 입을 비틀며 말했다.“내가 해줄게.”배지유는 굳이 그녀와 격식을 차리지 않고 단번에 알겠다고 했다.순간, 도아린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했다.“가서 사모님 좀 보고 올게요.”배지유가 거절하기도 전에 배건후도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섰다.“가자.”주현정은 전보다 안색이 더 나빠졌고 살도 많이 빠진 상태였다. 식사량도 적고 자주 구토를 했다고 한다.약국 직원이 말한 증상과 일치했다.“먹는 약을 봐야겠어요.”그녀는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부탁이 아니라 통보였다.배지유는 즉시 흥분하며 외쳤다.“도아린! 엄마가 깨어났다고 네 편을 들어줄 거라고 생각하지 마! 보미 언니가 다 말해줬어. 전에 강씨 가문에서 우리 오빠가 보미 언니랑 결혼해도 전혀 신경 쓰지 않겠다고 했잖아. 지금 와서 무슨 짓이야?”“입 다물어.”배건후가 차갑게 꾸짖었다.“오빠! 지금도 도아린을 옹호하는 거야? 도아린이 이간질하지 않았으면 엄마 아빠는 싸우지 않았을 테고 엄마의 병도 악화되지 않았을 거야!”배지유는 이를 악문 채 소리 질렀다.곁에 있던 육하경은 참다못해 말했다.“아버지와 어머니가 싸운 건 네 아버지 개인적인 문제 때문이야. 아린 씨와 아무 상관 없어.”“...”배건후는 이내 육하경을 쳐다봤다.그 역시 아버지와 김지민의 일에 대해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하경 오빠, 오빠도 도아린 편이에요? 도대체 도아린이 무슨 마법이라도 부렸어요? 왜 모두 도아린 편을 드는 거냐고!”배지유는 눈가가 촉촉해진 채 입술을 파르르 떨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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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20화

    배지유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말했다.“하경 오빠, 왜 도아린 대신 사과하겠다고 하는 거예요? 혹시 오빠도...”그녀는 입술을 깨문 채 배건후를 힐끔 쳐다봤다.배지유는 오빠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비록 오빠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소유물에 다른 사람이 손대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배건후의 눈에서 날카로운 살기를 보았지만 그는 육하경을 난처하게 하지 않고 문밖에 있는 도우미에게 말했다.“약 가져와.”“오빠!” 배지유가 놀라서 외쳤다.“만약 가져온 약에 문제가 없다면 도아린이 나한테 사과하는 거예요?”“물론이지.”“그럼 도아린과 완전히 연을 끊고 보미 언니와 결혼할 수 있어요?”“...”배건후는 표정이 굳어지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배지유는 손보미를 자신 앞으로 끌어당기더니 도아린을 매섭게 노려봤다.“만약 도아린이 기회를 틈타지 않았다면 보미 언니가 우리 오빠 와이프가 되었을 거예요. 그랬다면 우리 가족은 아무 일도 없었을 거고 화목했을 거예요! 오빠랑 결혼한 지 3년 동안 약을 그렇게 먹었으면서 아이 하나도 못 가졌잖아요. 이건 하늘이 벌하는 거예요.”손보미는 억울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배지유는 계속해서 말했다.“이미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는 법이니, 만약 가져온 약에 아무 문제가 없다면 앞으로 도아린과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해 줘요.”도아린의 눈에는 차가운 비웃음이 번뜩였다.전에 배지유는 배건후를 의식하며 자신에 대한 불만을 억누른 채 얌전한 척 연기했었다.하지만 지금은 연기조차 귀찮은지 본색을 드러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약에 정말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었다.도아린이 3년 동안 임신하지 않은 이유를 배건후보다 잘 아는 사람이 없었다.만약 배지유의 말에 휘둘린다면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었다.배건후는 새까만 눈동자로 빤히 응시하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결혼 전에 금방 배씨 그룹을 물려받으면서 모든 게 불안정했기 때문에 우리는 아이를 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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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21화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가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만약 어머니한테 드린 약에 문제가 없다면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할게.”도아린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배지유는 화제를 계속 돌렸지만 결국 이 일에 대해 또다시 얘기가 나오자 못마땅하여 이를 악물었다.“오빠, 이건 도아린이 한 말이야! 도아린 괴롭힌다고 나를 탓하지 마!”배지유는 이렇게 말했지만 약을 가지러 가지 않았다.“나랑 같이 가.”육하경은 그녀의 앞으로 가서 문을 열었다.배지유가 육하경을 아주 좋아했어도 그의 이런 태도는 견딜 수 없었다.“하경 오빠, 오빠도 나 의심하는 거야?”“다른 사람이 손을 댔는데 네가 누명을 쓸까 봐 그래.”배지유는 화가 나고 그가 원망스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두 사람은 빠르게 돌아가서 약을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하나씩 대조해보다가 약이 한가지 빠진 것을 발견했다.“그 약은 다 먹었어. 아줌마가 내일 가서 산다고 했는데 있다가 다른 사람을 보낼 생각이야.”배지유는 의기양양하게 고개를 쳐들었다.“도아린, 사과해.”“그만해. 도아린도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아주머니께서 병이 위중하셔서 자신을 지지해주지 못하는 게 걱정돼서 그러는 거야...”손보미는 겉으로는 도아린을 위해 얘기를 해주는 것 같았지만 사실 배지유의 화를 더 돋우는 것이었다.“지금까지 계속 네가 아주머니를 보살폈잖아. 네가 고생한 걸 모두 다 알고 있어.”“우리 엄마가 걱정되면 나를 모함해도 되는 거예요?”배지유는 배건후를 쳐다보았다.“오빠! 오빠가 외간 여자를 도와 나를 괴롭히는 걸 아빠가 알게 된다면 오빠한테 정말 실망할 거야!”배건후가 약혼식에 참가하지 않은 일 때문에 부자는 한바탕 크게 싸웠고 배석준은 배건후의 대표 직무를 해임하겠다고 얘기했다. 배석준에게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은 배석준뿐이었다.배건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도 없이 도아린을 한참 동안 쳐다보았다.도아린의 표정에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이 여전히 쌀쌀하게 날카로운 기세였다.“네가 빼놓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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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22화

    “도아린, 꼭 나를 그렇게 모함해야 속이 시원하겠어?”배지유는 차갑게 비웃었다.“너는 돌을 들어서 제 발등을 찍고 있네. 엄마는 입원해있는 동안 침대에서 내려오지도 못했는데 영상이고 뭐고 있을 수가 없잖아!”도아린이 설명했다.“이 핸드폰은 어머님이 간호사한테서 산 거야.”핸드폰 안의 데이터는 다 복구되었고 도아린도 그 간호사한테 확인을 마쳤다.“증거가 있다고 하면 재생해봐.”배석준의 목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배지유는 몸을 퍼뜩 떨고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앞으로 다가갔다.“아빠...”배석준은 딸의 어깨를 다독이며 배건후를 한번 노려보고는 도아린을 쳐다보았다.“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명예훼손으로 너를 고소할 거야!”도아린이 배지유를 구속당하게 했으니 도아린도 똑같이 당하게 할 것이다.사람들이 거실로 자지를 옮겼다.배건후는 핸드폰을 집에 있는 프로젝터에 연결하여 벽에 화면을 띄웠다.영상들이 배속으로 잇달아 재생되고 배지유는 온몸이 뻣뻣하게 굳은 채로 소파에 앉아있었다.그녀는 손가락의 살이 찢어져도 자각하지 못하고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손보미는 사람들이 영상에 집중하는 틈을 타서 성대호에게 문자를 보냈다.약물검사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 배씨 가문이 병원의 입원 건물 한 채를 협찬해줬으니 이러한 작은 요구는 쉽게 만족할 수 있었다.사실 약물검사를 하지 않아도 의사는 약병에 있어야 할 약이 원래 있어야 할 약이 아니라는 것을 보아낼 수 있었다.그래도 빈틈없이 하기 위해 절차대로 진행하였다.결과가 나오자 육하경은 깜짝 놀랐다.원래의 스타틴 약물이 병원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우울증약으로 바뀌어있었다. 약을 끊으면 환자는 증상이 서서히 완화되지만, 후유증이 무척 심했다.육하경은 약물검사 보고서를 들고 차에 오르려는 데 누군가가 그를 불러세웠다.“하경아!”성대호는 그의 차 문을 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결과가 나왔어?”“...”육하경은 경계하며 문서를 등 뒤에 숨기고 말했다.“배지유가 너한테 여기로 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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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한 번의 거절   제423화

    육하경은 그에게 철저하게 실망감을 느꼈지만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가고 싶지는 않았다.자신의 결심을 증명하기 위해 성대호의 손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진한 피가 목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육하경은 한숨을 내쉬고 보고서를 집었다. 성대호는 바로 보고서를 빼앗고는 빠르게 차에서 내려 택시를 타고 자리를 떴다.육하경은 핸들을 꽉 잡고 택시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배 씨 저택에서는 영상이 다 재생되었지만, 배지유가 손을 댄 장면이 나오지는 않았다.뻣뻣하게 굳어있던 배지유는 긴장이 풀려서 울며 배석준의 품에 안겼다.“아빠... 아빠가 오셔서 다행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억울해서 죽을 뻔했어요.”딸은 이렇게 서럽게 우는데 도아린은 냉담한 표정이었다.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배석준은 배건후를 쳐다보았다.이렇게 된 마당에 아직도 도아린의 편을 들고 있으니 그는 배건후를 더는 아들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배건후의 긴 손가락이 핸드폰을 만지며 시선은 도아린에게로 향했다.“증거 불충분이야.”도아린은 그가 이렇게 말할 줄 알고 마지막 영상을 재생하고 설명하기 시작했다.“여기 시간을 기억하고 다시 여기를 보세요.”그녀는 여러 개 영상을 이어서 재생했다.배지유가 병실을 떠나는 시간에 그녀가 약국으로 가서 약을 구매하는 화면을 이어서 재생하고 그다음은 그녀가 갑자기 병실 침대 옆에 1분가량 서 있다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장면이었다.배지유의 울음소리가 뚝 멈췄고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아린이 자신을 까밝히기 위해서 이렇게 많은 증거를 수집했다니. “배지유가 연성에서 약을 구매한 기록을 조사하는 것은 건후 씨한테 어렵지 않다고 생각해요...”도아린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배건후를 바라보았다.배건후는 핸드폰을 꽉 쥐었고 말투는 전보다 더 차가워졌다.“네가 먼저 인정할래, 아니면 내가 가서 조사할까.”“오빠!”배지유는 마지막 발악을 했다.“제가 약을 사러 간 건 친구의 우울증 때문이에요. 엄마가 왜 이 영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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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S 픽처스의 고위인사는 배석준을 알고 있었기에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앞으로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배 대표님, 또 해외로 가신 줄 알았습니다.”“현정이의 몸이 나아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좀 더 머물다가 가려고 합니다.”배석준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평소에 연회에 거의 참가하지 않는 연예인들이 참석한 것을 보고 주현정이 JS 픽처스에서 지위가 여전히 굳건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들은 각종 이유를 찾아 함께 공식 석상에 나타나기를 거부했지만, 약속이나 한 듯 카메라 앞에서는 활짝 웃었다. 그들은 모두 주현정 덕분에 잘 되었기에 체면은 반드시 살려주어야 했다.“크흠.”배지유는 배석준에게 자신을 소개하라고 헛기침을 했다.“아, 우리 딸이 마침 해남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데리고 왔습니다.”배석준을 둘러싼 고위인사들의 표정이 이상해졌다.주현정은 배지유가 연예계의 나쁜 물을 먹을까 봐 현역일 적에 절대 배지유를 데리고 활동에 참석하지 않았다. 고위인사들도 그저 주현정에게 딸이 있다는 것만 알았지 본 적은 없었다.반응이 빠른 누군가가 술잔을 들며 공손하게 말했다.“따님은 주 대표님과 배 대표님의 우수한 점을 다 닮으셔서 단정하고 청초하십니다. 우리가 올해 새로 영입한 신인보다 예쁘신 것 같습니다.”“맞아요. 해남대학교의 대학원을 다닌다고 하시니 예쁘시고 학식도 많으시네요. 지금 업계에서는 이렇게 완벽한 인재를 제일 좋아합니다!”배지유는 칭찬을 듣고 얼굴이 발그레해졌고 그녀는 두 손으로 팔걸이를 잡고 살짝 몸을 앞으로 했다.“죄송합니다. 제가 발을 삐끗해서 일어서서 인사를 올리지 못하겠네요.”“별말씀을요. 발을 삐끗하면 잘 치료해야 해요. 젊고 예쁘신데 후유증을 남기면 안 되죠.”좋은 마음으로 한 말이지만 배지유의 마음속에서는 저주로 들렸다.그녀는 발 한쪽을 다친 게 아니라 다리 하나를 잃었다. 나머지 생은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말이다.배석준은 배지유의 성격을 알기에 그녀가 난리를 피울까 봐 얼른 다른 곳으로

  • 또 한 번의 거절   제487화

    주현정은 말투가 가라앉았고 표정이 엄숙했다.“남자의 내연녀로 이십몇 년을 있다가 아이까지 낳았는데도 결혼을 하지 못했으니 어른이 화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가 있나. 도아린의 양아버지는 양어머니의 혼수를 가로챈 것도 모자라 목숨까지 위협했어. 이런 쓰레기 같은 놈은 딸의 효도를 받을 자격 없어!”현장에는 여자 연예인들도 많았다.같은 딸의 마음으로 이렇게 심란한 일들이 있었는데 어떻게 효도를 할 수 있겠는가?그들은 도아린이 매정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도아린이 양어머니를 위해 복수를 했다고 여겼다.강홍련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도아린의 편을 드는 것을 보고 당황했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것은 견딜 수 있지만 방금 자신의 말이 강씨 가문에게 영향을 줄까 봐 두려웠다.그녀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도아린은 단호한 눈빛으로 목소리를 높였다.“강씨 어르신은 사적인 감정으로 공적인 자리에서 복수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강씨 어르신께서 좋은 마음으로 당신을 받아주었는데 당신은 밖에서 어르신의 명성이나 흐리고 다니면 안 되죠. 농부와 뱀의 이야기를 재희 씨도 들어봤을 거로 생각해요.”도아린은 강씨 어르신의 편에 섰는데 강재희는 반박할 수 없었다.여론에서 아버지의 대회에 흑막이 있다는 일로 들끓던 것이 금방 사그라들었는데 강홍련 저 멍청이 때문에 다시 수면으로 올라왔다.주현정은 도아린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조금도 용납할 수 없었다.“도아린은 제 딸이고 JS 픽처스의 후계자예요. 강씨 가문에서 이렇게 제 딸을 치욕스럽게 하다니, 저희 협력은 앞으로 계속하지 않을 생각입니까?”강재희는 눈썹을 꿈틀했다. 그녀는 도아린이 연회에 참가한 것은 단지 주현정과 예전에 시어머니와 며느리 정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주현정이 도아린을 딸로 삼고 JS 픽처스의 후계자로 생각한다는 것은 예상치 못했다.만약 도아린과 모순이 격화된다면 앞으로의 협력에는 장애가 생길 것이다.“강홍련 씨, 사과해요!”강홍련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강재희는 지금 자신을

  • 또 한 번의 거절   제486화

    도아린의 표정은 아주 평온했다.진열대에 있는 다이아몬드의 빛이 꺾이어 그녀의 눈동자를 비춰 유독 눈부셨다.강홍련은 그녀의 앞으로 가서 섰다.강홍련은 도아린보다 머리 하나쯤 작아서 고개를 들어 도아린을 바라보았는데 도도한 척하는 모습이 광대 같았다.“네가 JS 픽처스에게 ‘봉황의 시대’를 광고하도록 넘겼는데 강씨 가문의 고급 주얼리들은 모두 JS 픽처스의 연예인들이 광고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했어. ‘봉황의 시대’와 JS 픽처스의 연예인이 동시에 나타난다면 사람들은 당연하게 ‘봉황의 시대’가 강씨 가문의 것으로 생각하게 될 테지.”이게 바로 연예인을 찾아 광고하는 이유였다.예를 들어 어떤 톱스타가 운동화의 모델이 되었다면 그가 나타났을 때 팬들은 어떤 브랜드의 신발을 신었는지 알게 된다. 따로 브랜드를 찾아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도아린은 도덕과 재능을 겸비한다는 말로 강씨 가문에게 치욕을 안겨주었지만 결국은 강씨 가문이 이득을 보게 되는 것이다.“강씨 가문에서 이득을 보는 게 당신이랑 무슨 상관이죠?”도아린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나는 강씨 가문의 사촌이야!”강홍련은 불쑥 얘기했다.“강씨 가문에서 손보미를 밀어준다면 배건후와 결혼할 수 있어. 강씨 가문에서 안씨 가문을 지지한다면 내 아들은 안씨 가문의 딸과 결혼할 수 있는 거야!”“그래서요.”강홍련은 도아린이 모른 척할 줄 몰랐고 그녀의 코에 대고 얘기했다.“그래서 나한테 잘하라고. 그러면 강씨 가문에서는 네가 해남에서 살아나갈 기회라도 줄 수 있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너의 대회 성적을 조작하는 것은 물론 너를 디자인 업계에서 쫓아내는 것도 일이 아니지. 내 삼촌 강태식은 이 바닥을 꽉 잡고 있어. 내 삼촌이 뭐라고 하면 그대로 따라야 하는 거야. 너의 ‘봉황의 시대’도 잘난 척할 거 없어. 언론에서 만들어준 것뿐이야. 만약 삼촌의 학생들이 다 그게 별로라고 얘기한다면 너를 따르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거야!”많은 손님이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다가 강홍련의 지나친 말에 시선을 두

  • 또 한 번의 거절   제485화

    “아빠가 방법을 대서 가볼게. 너는 오지 마.”배석준은 배지유가 걱정되었다. 지난번에 배지유가 밖으로 나갔다 왔을 때도 돌아와서 다리가 아파 잠이 들지 못했다.배지유는 붉어진 눈으로 애원했다.“제 친구들은 제가 아직 안에 갇혀있는 줄 알아요! 아빠랑 제가 함께 엄마의 연회에 간다면 매체에서는 저희 세 식구의 화목한 모습을 찍게 될 것이고 소문들은 자연스레 사그라질 거예요!”배석준은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딸의 명성은 도아린 때문에 엉망이 되었다.돌이킬 방법을 계속 찾지 않는다면 배지유가 해남대학교로 돌아갔을 때 반드시 동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조롱당할 것이다.“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메이크업과 코디를 해줄게.”배석준이 데리고 온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김지민이었다.김지민은 연예계를 잘 아는 사람이라 참석하는 연예인들이 무슨 브랜드를 입었는지 알아냈다. 배지유는 똑같은 옷을 입으면 안 됐고 다리의 흉터를 가릴 수 있으면서 예쁘고 매력적이어야 했다.이 부분에서 김지민은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배지유는 만족스럽게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 같았다.그녀의 치마를 들지 않는 이상 그녀가 다리 하나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다른 사람이 물어보면 발을 삐끗해서 휠체어를 탔다고 하면 될 것이다.이런 장소에 김지민은 절대 나타나서는 안 되므로 부녀가 떠나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연회장의 중심에는 도아린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났고 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는 현장에 있는 연예인들의 시선을 끌었다.이 여자의 아름다움이 너무 지나쳤다.연예계의 스타들은 자주 레드카펫을 밟고 시상식에 참가하므로 어떻게 분위기를 휘어잡는지를 잘 알고 자신이 어느 각도에서 가장 예쁘게 찍히는지도 알고 있었다.도아린은 처음 보는 얼굴이고 업계에 대해 영향력이 큰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과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다 자신감이 넘쳤다.그녀가 스크린 앞으로 가서 사인할 때 스크린에는 ‘봉황의 시대’의

  • 또 한 번의 거절   제484화

    도아린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표정은 여전히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그녀의 덤덤한 눈빛은 ‘라윤주’의 이름을 듣고 초점을 잃었다.“뭐라고요?”“...”육하경은 입술을 깨물었다. 두 사람은 잠시 침묵하다가 육하경이 말을 이었다.“향 주머니로 화를 면한 것은 우연이에요. 정말 저를 도왔던 것은 세인트존스 호텔의 책임자가 되게 만들었던 것이죠.”육하경은 입꼬리를 올려 조롱하는 듯한 웃음을 지었다.“어르신들을 3일이나 괴롭혀서야 알아냈어요. LY에서 저를 후임자로 추천했다고 하더라고요.”육하경의 학업은 각 부분에서 다 뛰어났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고 육씨 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실력이 좋을 뿐만 아니라 빽빽이 필요했다.육민재를 예로 들어보면 능력은 가장 뛰어나지 않을지는 몰라도 맏아들의 장손 혈통을 이어받아 어렸을 때부터 최고로 좋은 자원과 경험을 쌓을 기회들을 누리고 있었다. 이변이 없다면 그는 육씨 가문의 후계자일 것이다.다른 사람들이 두각을 나타내려면 모든 게 알맞게 부합되어야 한다.육하경은 모든 것을 통찰하고 있었고 육씨 가문의 산업에 기대를 두지 않아 오랜 시간 밖에서 떠돌며 공부를 했고 자신의 사업을 하고 싶었다.세인트존스 호텔의 관리 권한이 그의 손에 들어갔을 때, 그는 기쁘기도 놀랍기도 했다.놀란 마음으로 육하경은 전임자를 찾아갔고 온갖 방법을 다 써서야 LY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육씨 가문 뿐만 아니라 많은 명문가가 LY와 관계가 있었고 그들은 인재를 추천하면서 한편으로는 그들을 도와주었기에 자연스레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육하경은 그때 손에 향 주머니를 들고 있었는데 전임자가 이상해하며 무늬를 찍어서 물어보았는데 그것은 ‘추천서’라고 하는 것이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리고 하경 씨가 말하는 그 이야기에도 관심 없습니다.”도아린은 책을 육하경에게 돌려주고는 차 문을 열었다.“도아린 씨!”육하경은 그녀를 잡고 싶었지만, 손을 허공에 멈추고 결국 그녀에게 닿지 않았다.육하경

  • 또 한 번의 거절   제483화

    하지만 아쉽게도 그가 보게 된 것은 싫증뿐이었다.도아린은 힘을 주어 방심하고 있던 배건후를 밀어냈고 뒤돌아 걸어갔다.배건후는 빠르게 따라가서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도아린, 나한테 시간을 줘.”배건후가 잡은 손목의 위치가 마침 도아린이 떨어질 뻔했을 때 배건후에게 잡힌 위치였다. 도아린은 느껴지는 고통에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배건후의 손을 때렸다.“이거 놔!”“친구 사귀지 마.”배건후의 목소리가 떨렸다.“서둘러 친구 사귈 생각하지 말고... 나한테 시간을 줘.”도아린은 배건후에게 발길질을 했고 배건후는 피하지 않았다. 바지에는 발자국이 하나 생겼지만,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놓지 않았다.“이거 안 놓으면 사람 부를 거예요. 육씨 가문에서는 당신이 함부로 하게 놔두지 않을 거예요!”배건후의 힘이 조금 빠진 틈을 타서 도아린은 빠르게 손을 빼내고 자리를 떴다.나영옥은 도아린이 손목이 빨갛게 된 채로 한참이 지나 돌아온 것을 보고 묻지 않았고 가정부에게 도아린한테 식사를 올려달라고 했다.배건후가 돌아왔을 때, 육하경이 작은 숟가락으로 게살을 발라서 도아린의 앞에 놓아주는 것을 보았다.“내일 하경 오빠가 아린 씨와 함께 봉사활동을 간다고 하는데 저희도 함께 가요.”육청아은 갈비를 하나 집어 배건후의 접시에 놓았다.배건후는 가정부를 불러 접시를 바꿔 달라고 했다.“...”식사를 마친 후, 육하경은 도아린을 자신의 차에 태우려고 했다.배건후는 펑 하고 소리를 내며 차 문을 닫았다.“아린이 지금 사는 곳은 외부인에게 발설하기 불편해.”도아린은 자신의 주소를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라지 않는 게 맞지만, 배건후와 단둘이 있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 컸다. 배건후가 미쳐서 어떤 짓을 저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하경 씨는 외부인이 아니에요.”도아린은 차를 빙 돌아가더니 반대편으로 올랐다.육하경은 바로 얼굴에 웃음을 띠었고 배건후의 어깨를 툭툭치고는 운전석에 올랐다.육씨 가문을 떠나 시 중심에 들어서자 도아린이 갑자기 말했다.“앞에

  • 또 한 번의 거절   제482화

    “아!”육청아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그녀의 앞에 있는 테이블보는 다 젖었고 찻물이 그녀의 치마를 적셨다.“죄송해요.”배건후는 주전자를 놓고 자신의 냅킨으로 그녀의 앞에 있는 테이블보를 닦았다.육청아는 도아린을 흘겨보고는 치마를 정리하러 갔다.작은 소란이 일었어도 맞은 편에 앉은 두 사람은 얘기를 나누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나영옥이 잔소리를 했다.“나이가 얼마인데 아직도 저렇게 칠칠치 못한 거야. 단정하지 못해.”도아린은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웃음을 짓던 두 눈은 어리둥절했다.“천사 보육원이 압류당했는데 세인트존스 호텔의 수선 계획은 계속할 거야?”배건후는 육하경과 도아린의 대회를 끊었다.그는 소매를 말아 올렸고 손목에는 빨간 끈이 드러났다. 그의 행동이 나른하고 관능적이었다. 도아린은 그게 눈에 거슬렸다. 이혼한 마당에 이런 물건으로 그녀를 치욕스럽게 만들 필요가 있을까?“가서 손을 씻고 올게요.”도아린은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육하경의 시선은 그녀를 따라가며 배건후의 말에 대답했다.“수선 계획은 변하지 않아. 우리는 책임감이 있는 사람을 찾아 전적으로 책임지게 할 거야...”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건후도 일어서서 자리를 떴다.객실의 화장실은 세면대가 밖에 있었는데 도아린이 수도꼭지를 틀려고 할 때 여자 화장실 안에서 누군가가 전화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상대방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는데 도아린은 ‘배건후’와 ‘네티즌을 산다’라는 얘기를 어렴풋하게 듣게 되었다.도아린이 화장실의 문을 열자 육청아은 빠르게 핸드폰을 막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도아린은 그녀에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칸막이가 있는 쪽으로 들어갔다.밖에서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지 않았고 도아린은 변기에 앉았다가 일어서서 물을 내렸다.문을 열자마자 역시 육청아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도아린 씨.”육청아은 계속 웃는 표정이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이 아니라 도발의 의미를 담고 있는 웃음이었다.“당신이 배지유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 또 한 번의 거절   제481화

    그녀는 입으로는 미안하다고 하지만 비아냥거리는 눈빛이었다.도아린은 그녀가 배건후한테 정말 진심인지 아닌지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육청아가 이상하게 그녀를 경계하는 느낌을 받았다.나영옥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너희들은 다 나가 있어. 아린이랑 할 얘기가 있어.”육청아는 육민재와 함께 문 앞까지 갔다가 뒤돌아 도아린을 한번 보더니 핑계를 대서 육민재와 갈라졌다.나영옥은 도아린에게 어쩔 예정인지 물었다. 요즘 모건 그룹에 불미스러운 일들이 있지만, 연성에서의 지위는 쉽게 흔들리는 게 아니었다.만약 도아린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배씨 가문에서는 도울 수 있지만, 배건후의 반대편에 서는 것은 절대 안 될 일이다.재벌의 관계는 오래된 나무의 뿌리처럼 가닥이 많고 복잡해서 하나를 건드리면 모든 게 흔들리게 된다.“진씨 가문의 부모님은 너한테 잘해줘?”나영옥은 도아린의 손을 잡고 다정하게 물었다.“저한테 엄청 잘해주세요. 두 오빠도 잘해줘요.”“그럼 다행이야. 청아의 말은 마음에 담아두지 마. 그 녀석은 어렸을 때부터 경솔하게 행동하는 면이 있었어. 기어코 바위에 부딪히려 하거든 가라고 해. 손해를 봐야 정신을 차리지.”도아린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영옥은 또 그녀와 친한 친구를 언급하였는데 해남에 사는 여씨 어르신이었다.“시간이 나면 나 대신에 가서 만나서 안부를 전해줘.”나영옥은 편지를 하나 꺼내 그녀에게 주었고 전해달라고 했다.도아린은 조심스레 편지를 넣어두고 꼭 찾아뵙겠다고 얘기했다.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중에 밖에서는 말소리가 들렸고 육청아의 발랄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나영옥의 표정에서는 불쾌한 기색이 보였지만 꾸짖지 않았고 도아린을 배웅하기 위해 가정부에게 식사를 준비하라고 했다.도아린이 나영옥을 부축하고 나왔을 때 정자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배건후의 잘생긴 얼굴은 차가웠고 넥타이를 매지 않고 셔츠는 살짝 열고 있었다. 꾸민 듯 안 꾸민듯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육청아는 그의 곁에 서서 고개를 들

  • 또 한 번의 거절   제480화

    도아린은 SNS에 새가 새장 밖으로 날아가는 사진을 올렸다. 자신이 마침내 자유를 얻은 것을 축하하는 뜻에서였다. 잠시 후, 음식을 배달시켜려고 하는데 문득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집안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주방에 들어가 냉장고를 열었고 그 안에는 그녀가 좋아하는 신선한 재료와 과일들로 가득했다. 큰오빠의 배려에 감동했다. 가뜩이나 바쁜 사람인데 연성으로 돌아온 그녀가 걱정돼서 이리 모든 것을 준비해 주다니...진수혁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려는 그때, 육민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연성에 돌아온 거야?”“네.”“할머니가 아린 씨 많이 보고 싶어 하셔. 잠깐 들렀다 갈래?”“위치 보내줘. 내가 데리러 갈게.”이번에 연성을 떠나면 중요한 일이 없는 이상 다시는 돌아올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할머니한테 작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았다. “혼자 갈 수 있어요.”전화를 끊은 그녀는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집을 나섰다. “대표님, 사모님... 아니 아린 씨가 집을 나섰습니다.”그에게 물병을 건네던 유정윤은 길가에 서서 차를 기다리는 도아린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그가 물병을 건네받으며 약을 입에 넣었다.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입술이 파래졌다. 잠시 후, 통증이 조금 누그러지자 그가 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따라가.”“네.”고개를 끄덕이던 우정윤은 이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사실 오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사회 사람들에게 붙잡혀 회사로 끌려가 회의에 참석했다. 사람들은 모건 그룹의 다음 계획에 대해 대책을 세우라고 그를 닦달했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깨닫고 그는 재빨리 구청으로 달려갔고 마침 배석준이 도아린에게 손을 대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하루 종일 밥도 먹지 못한 탓에 위가 또 말썽인 듯하다.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진 후, 위병은 점점 더 심해졌고 진통제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그녀가 탄 택시가 익숙한 길로 접어들자 그의 눈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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