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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431 - 챕터 440

484 챕터

제431화

강씨 가문이 배씨 가문에 대한 지지는 금전적인 거래가 없었고 솔직히 그저 구두 계약이었다.강재민은 강씨 가문의 후계자인 데다가 외가 쪽 세력까지 뒷받침을 해주니 당연히 실력이 대단했다.모두 결정하기 어려워할 때 직원이 경찰을 몇 명 데리고 왔다.“배석준 씨, 저희와 함께 가시죠.”누구도 배석준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흠이 갈 일이 있다면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넘길 수는 없을 것이다.사람들의 마음은 순간적으로 스카이 회사로 기울었다.배석준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도아린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네가 감히 나를 함정에 빠뜨리다니, 너는 진작에 이 상황을 준비했지? 잘해 준 은혜도 모르고!”경찰은 빠르게 난리를 피우는 배석준을 제압했다. 그는 경찰에 끌려나가는 순간까지도 욕을 멈추지 않았다.경찰이 배건후에게 배지유가 어디 있는지 물었지만, 배건후는 모른다고 했다.도아린의 눈빛은 차게 식었고 배건후를 보면서 경멸하는 웃음을 지었다.이 집안은 답이 없다.도아린 일행이 차게 오르려는 데 배건후가 따라왔다.“도아린! 엄마가 깼어. 너랑 할 얘기가 있대.”도아린은 잠깐 망설이다가 핸드폰을 건네받았고 주현정의 허약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아린아, 네가 또 나를 살렸구나.”“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며칠 후 엄마가 너 보러 해남으로 갈게. 너를 보고 할 말이 있어.”“알겠어요. 제가 모시러 나갈게요.”“전화를 건후한테 바꿔줘.”도아린은 배건후에게 핸드폰을 주고 뒤돌아 차에 올랐다.배건후는 멀어지는 도아린의 차량을 보면서 의아하게 물었다.“엄마, 도아린을 설득하지 않았어요?”“설득했어. 너희들 망나니 세 명이 아린이 한 명을 괴롭혔는데 나 혼자서는 설득이 안 돼.”“...”배건후는 핸드폰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 핏줄이 튀어나왔다.땅을 손에 넣지 못했으니 주주총회에서는 바로 회의를 진행했다. 나이 든 주주들은 한 무리의 오리처럼 회의실을 뒤집어 놓았고 시끄러운 소리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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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2화

도아린은 임진희가 그녀의 아현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그녀는 ‘별들이 떠받들이는 달’의 디자이너가 자신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가 없었다. 그녀가 뭐라고 얘기를 하려고 하는데 임진희가 또 얘기했다.“전에 나는 음악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대박을 터트리길 기도했어. 그렇게 되면 사장님의 첫사랑이 그 치마를 보게 될 것이니까. 하지만 지금에는 그 사람이 봤을까 봐 걱정돼...”그녀는 의미심장하게 도아린을 쳐다보았다.임진희는 주현정의 친한 친구였지만 그녀는 도아린과 강재민이 잘되기를 바랐다.도아린은 임진희가 왜 강재민을 사장이라고 부르는지 생각했고 소유정은 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말했다.“지난번에 찍은 영상을 너한테 준다는 게 깜빡했어.”산 중턱 캠핑장의 영상은 안민아가 그때 의식이 없는 상태라는 것을 잘 보여주었고 강홍련이 곁에서 영상을 찍는 것은 미리 계획된 일이라는 게 확실했다.해남에서는 안민아가 전화를 받고 방을 나섰다.“아빠, 엄마, 잠깐 나갔다 올게요.”진옥경이 얼른 일어서서 말했다.“같이 가자.”“괜찮아요. 가서 친구 좀 만나려고요.”안민아가 설명했다.“금방 해남에 도착했다고 해서 가서 좀 둘러보려고요.”안준휘는 아내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가서 바람 좀 쐬고 와.”안민아가 집을 나서자 안준휘는 바로 표정이 변하였다.“애한테 충분한 공간을 줘. 따라간다면 불쾌했던 일을 또 떠올리게 될 거야.”“걱정돼서 그러죠. 신발은 왜 신는 거예요?”안준휘는 외투를 걸치고 아내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몰래 따라가자.”안민아는 친구를 만나러 간 게 맞았다.변슬기는 부모님이 외지에서 일했고 대학 시절 안민아와 같은 기숙사였다.안민아는 졸업하고 삼촌의 회사로 들어가려고 했고 변슬기는 해남의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다.“우리가 드디어 또 같은 도시에서 살게 되었어!”두 사람은 부둥켜안고 있었다. 안민아가 길을 잘 알기에 변슬기를 데리고 학교로 가서 등록하였다.안준희 부부는 딸이 학교로 들어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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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3화

배지유는 자신의 침대를 가리키며 말했다.“가방이 없어졌어. 방안에는 너희 둘밖에 없었는데 무조건 너희가 훔친 거야!”그녀는 두 사람을 훑어보았다.변슬기는 옷이 평범하기 그지없었고 안민아는 옷과 신발이 다 브랜드 상품이었다.“너야!”배지유는 변슬기를 가리켰다.“네 친구는 모두 브랜드 명품을 입었는데 너는 그게 부럽게 질투가 나서 내 가방을 훔친 거야! 내 가방은 중고로 팔아도 몇천만은 받을 수 있어!”“지유야, 일단 진정해. 오해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성대호는 물건을 내려두었다. 그의 손은 무거운 짐 때문에 파랗게 멍이 들었지만, 배지유는 돕지 않았다.배지유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저 사람들을 믿고 나를 안 믿는 거야?”“아니야... 울지 마...”성대호는 그녀의 눈물만 보면 당황했다.안민아는 차갑게 실소를 터뜨렸고 더 봐주기 힘들었다.변슬기는 고개를 쳐들었다.“침대 아래에 뭐가 있는지 잘 봐. 제대로 보고 다른 사람 탓을 해. 민아야, 가자.”성대호는 허리를 굽혀 살펴보았고 침대 아래에 가방이 하나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는 힘겹게 가방을 꺼냈다.“같은 기숙사에 살면서 다른 사람을 그렇게 나쁘게 생각하지 마.”배지유는 가방을 낚아채고는 서럽게 말했다.“내가 나쁜 사람이야, 됐지? 내가 제일 나빠. 오빠도 나 신경 써서 뭐해? 얼른 가. 가버려!”배지유는 성대호를 밖으로 밀어냈다. 성대호는 얼른 그녀를 안아서 달래주었다.“다 내 잘못이야. 내가 제일 나빠. 내가 잘못했어!”배지유는 웅얼거리더니 더 울지 않았다.성대호는 침구를 정리해주고 앉아보더니 말했다.“좀 딱딱하네. 내일 푹신한 매트를 사다 줄게.”배지유는 그의 곁에 앉아 가방의 뒷면을 가리키며 서럽게 말했다.“침대 매트는 필요 없어. 가방을 사줘. 매일 저 가방을 들고 다닌다면 나를 비웃을 거야.”“...”성대호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는 돈이 좀 있었지만, 배지유를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서 돈을 많이 썼다. 남은 돈으로는 사업을 할 예정이었다.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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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4화

도유준은 곁에 있던 여자들을 뿌리치고 비틀거리며 그녀에게로 걸어가 안민아의 턱을 잡으려 했다. 안민아는 빠르게 몸을 피했다.“내 몸에 손대지 마!”“건방져!”도유준은 그녀의 손목을 잡아끌었다. 그의 몸에는 담배 냄새와 술 냄새가 섞여 있어 아주 역겨웠다.“저번에는 너를 만족시키지 못했으니 오늘 만족시켜 줄게.”“이거 놔!”안민아는 싫은 표정을 지었지만 벗어나지 못했다.도유준은 사악한 웃음을 짓고 곁에 있던 여자 두 명을 가리키며 말했다.“우리 함께 놀면 재밌을 거야.”“이 쓰레기 같은 놈!”안민아는 그의 발을 세게 밟았다. 그 고통에 도유준은 뒤로 물러섰고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쓰레기면 뭐 어찌할 건데, 그래도 나한테 시집와야 하잖아!”안민아는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그녀는 가방으로 그를 세게 내리쳤고 두 명의 여자는 상황이 심상치 않자 바로 도망갔다.도유준은 취해서 처음에는 봐주었지만, 자신이 돈을 써서 데리고 온 여자들이 도망가는 것을 보고 바로 정색했다.그는 안민아의 손을 거칠게 끌어당겨 그녀를 품에 안았다.“나는 이렇게 떼를 쓰는 걸 제일 싫어해. 앞으로 나한테 시집오면 내 말을 들어야 해. 오늘 한번 제대로 기강을 잡아줄게!”이렇게 말하고 그는 거칠게 입을 맞추었다. 지금 공개적인 장소에 있는 건 그에게 상관없었다.안민아는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었고 그녀를 동정하는 남자 한 명이 멀리 가서야 경찰에 신고했다.이때,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도유준은 뒤통수에 고통이 느껴졌고 만져보니 피가 났다.“당장 그 애를 놔!”변슬기는 소리를 지르며 벽돌을 집어 들었다.“당장 놔!”안민아는 빠르게 빠져나와 변슬기의 곁으로 달려갔다.“바로 저 자식이야! 저 자식이 술을 마시고 미친 짓을 한 거야!”변슬기는 안민아를 자신의 뒤로 감췄고 벽돌을 든 손은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도 두려웠다.“아주 잘 왔어. 쟤가 내 여자들을 도망가게 했으니 네가 대신하러 와!”도유준은 앞으로 덮쳤고 변슬기는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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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5화

더 갈 곳이 없을 때 배건후는 강재희를 나무 위로 올려보냈고 정신이 희미한 와중에 그녀는 심한 피비린내를 맡았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병원에 누워있었다.배건후가 어떻게 세 마리의 미친개를 물러나게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도아린은 배건후를 잘 알았다. 그의 몸에는 개한테 물린 상처가 없었다. 물린 상처는커녕 긁힌 흉터도 없었다.“건후 씨가 거짓말을 했다고 의심하는 거야?”서대은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강씨 가문이 은혜를 갚지 못하게 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어. 진실이 드러날까 봐 그랬던 거야!”“...”도아린은 다른 생각이었다.배건후의 가정조건으로 봤을 때는 구조에 참여할 필요도 없었고 다른 사람의 공로를 가로챌 필요도 없었다. 그는 이런 헛된 것이 필요 없었다.“보스, LY의 고위인사가 초대장을 보냈어. 지금의 신분을 드러낼 거야, 아니면 아현의 이름으로 참가할 거야?”서대은이 천천히 말했다.“지난 몇 년간 네가 은둔하고 있는 동안 업계가 안정되기는 했어. 하지만 센 사람이 없으니 별것 아닌 사람들도 날뛰게 되는 거지.”서대은은 그녀가 다시 복귀하기를 바랐다. LY의 고위인사는 네 명이었고 서대은은 그녀의 직속 담당이었다. 두 명은 ‘라윤주'가 될 생각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중립이었다.“일단 아현의 이름으로 참가할게.”도아린이 담담하게 말했다.“의식에 참여해서 상황을 보고 다시 얘기하자.”“알겠어. 그렇게 얘기할게.”저녁 식사를 할 때 진옥경은 한가지 얘기를 꺼냈다.“강씨 가문에서 LY의 고위인사 중 친한 사람이 있나 봐. 혼사를 승낙하니 준휘 씨가 골머리를 앓던 주문들이 다 해결됐어. 나도 LY에 관해 들은 적이 있는데 그들은 관계망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고 해. 엄청 대단하다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한 적은 없었다고 하네.”진범준은 아랑곳하지 않았다.“새 회사에서 하는 홍보일 수 있으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민아가 고소하고 싶다면 강씨 가문에서 어떤 수단을 쓰든 두렵지 않아!”진경수는 새우껍질을 까서 도아린의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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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6화

안민아는 새우 꼬리를 깨물던 중 갑자기 눈가에 뜨거운 눈물이 고였다. “갑자기 왜 우는 거야?” 진옥경은 깜짝 놀라 다급히 그녀를 달랬다. 안민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억울한 듯 식탁보를 꽉 움켜쥐었다. “숙모, 제가 스카이에 가는 게 싫으신 거죠? 제가 언니랑 재민 씨 사이를 방해할까 봐요.” 윤명희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사실 그녀는 도아린과 강재민을 이어줄 생각이 없던 건 아니었다. 그러나 도아린은 아직 이혼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 상황이라 그런 의도를 겉으로 드러낼 수 없었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니.” “제가 수혁 오빠 무섭다고 했잖아요. 그런데도 저보고 거기 가라면서요...” 안민아는 눈물을 훔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 재민 씨랑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 잘 알아요. 그저 인턴 자리만이라도 얻고 싶었을 뿐이지. 다시 그분을 넘볼 마음은 없어요.” 그녀가 눈물을 닦으려고 손을 들자 손목에 매달린 짙은 초록색 팔찌가 살짝 보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 팔찌의 의미를 몰랐지만 도아린은 분명 알고 있었다. 안민아가 강씨 가문에서 그 일을 당한 것은 이 팔찌를 계기로 강재민에게 고백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이 팔찌가 화근이었다. 도아린은 티슈를 한 장 뽑아 그녀에게 건넸다. “미안. 난 네가 재민 씨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면 어디서 인턴을 하든 상관없겠네.” 안민아는 멈칫했다. ‘도아린은 왜 내 말을 반박하지 않는 걸까.’ ‘설마 그녀도 자신이 도유준에게 더럽혀져서 강재민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기는 걸까?’ 안민아는 티슈를 받아들곤 오히려 더 크게 울기 시작했다. 진경수는 원래 껍질을 벗긴 새우를 안민아에게 주려 했으나 그녀가 숨이 넘어갈 듯 흐느끼는 것을 보고 손을 돌려 도아린에게 새우를 건넸다. “너 도대체 강씨 가문에서 어떻게 나온 거야?” “...” 안민아는 울음을 더 크게 터트렸다. 그녀의 울음소리에 식탁에 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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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7화

“도아린! 너는 강재민이 너에게 마음이 있다는 거 알고 있었으면서 왜 민아의 선물을 받게 만든 거야? 민아가 그런 모욕을 당하는 걸 보면서 너는 기뻤지?”“옥경 씨, 아린은 그런 사람이 아니에요.”“그럼 어떤 사람이란 말이에요? 어떤 좋은 사람이라도 되면 왜 부씨 가문에서는 순위가 떨어지게 압박하고 또 이혼까지 했겠어요?” 윤명희는 손을 들어 치려 했지만 진범준이 재빨리 붙잡아 막았다. “내 딸이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평가할 자격 없어요! 도대체 화해하러 온 건가요. 아니면 내 딸 괴롭히러 온 건가요?” 윤명희는 냉정하게 하인들에게 명령했다. “손님을 내보내!” 진옥경은 분노의 눈빛으로 진범준을 쳐다보며 변명하려는 안민아를 강하게 붙잡고 밖으로 나갔다.진범준은 그들을 따라가려고 했지만 윤명희가 그를 불러세웠다. “당신도 배석준처럼 분별력이 없고 외부 사람들과 세은이를 괴롭힌다면 저도 더 이상 가만있지 않을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민아가 그런 일을 겪으면서 기분이 안 좋고 엉뚱한 생각을 할 수도 있는 건데 어린애한테 뭘 그렇게 따지려고 해!”“그 일이 아린의 탓이 아니란 걸 몰라요? 내가 못 알아들은 줄 알아요?” 윤명희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경수 그 질문에 왜 대답하지 않았겠어요? 그건 뭔가 숨기고 있다는 뜻이겠죠. 정말로 스스로 도유준과 떠난 걸지도 몰라요!”“명희야!” 진범진도 화가 나서 밖으로 나가려 했고 의자까지 넘어졌다.밖으로 나가자마자 집 안에서 도자기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진범진은 여동생을 따라가고 싶었지만 생각 끝에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식기들이 깨진 채 온 바닥에 흩어졌고 윤명희는 그것을 계속 부수려고 했지만 진범진이 그녀를 제지했다.“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나한테 화난 건 알겠지만 그러다 당신 다쳐.”진범진은 눈짓으로 진경수에게 정리하라고 신호를 주고 윤명희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도아린은 입을 닦고 일어나며 말했다. “제가 나가서 지내는 게 좋겠어요.”“네가 어디 가든 나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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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8화

진경수는 눈빛으로 도아린의 의중을 묻는 듯 바라보았다. 도아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안민아의 눈에 순간적인 의기양양함이 스쳐 지나갔다. 두 사람은 예전에 바둑을 두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안민아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먼저 도아린에게 강재민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언니 진짜 재민 씨 안 좋아해요?” 안민아가 떠보듯 물었다. “그 사람이 언니에게 고백하면 받아줄 거예요?” 도아린은 길에서 풀 몇 가닥을 뽑아 들었다. 풀잎은 그녀의 손에서 매끄럽게 휘돌더니 순식간에 메뚜기 모양새를 갖췄다. 그녀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무심하게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돌려 말하지 말고 그냥 얘기해.” 안민아는 그녀의 손끝에서 능숙하게 움직이는 풀을 한참 동안 바라보더니 잠시 고민한 뒤 입을 열었다. “정말 언니가 재민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저 한 번쯤은 다시 그 사람에게 다가가 보고 싶어요.” 도아린은 눈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고 그 순간 안민아의 귀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저는 사실 예전부터 재민 씨가 너무 좋았어요. 결혼까지 상상하며 살 정도로. 언니도 알잖아요. 도유준이 나를 모욕하기는 했지만 정말 그런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래서 이제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공개적으로 그를 좋아해 보려고요.” 도아린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번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안민아의 눈빛이 약간 흔들리더니 다시 다그쳤다. “언니, 저를 도와줄 거죠?” “나는 못 도와줘.” 도아린은 단호히 말했다. “재민 씨가 너에게 마음이 있었다면 벌써 그쪽에서 먼저 행동했겠지.” “한눈에 반한다는 건 다 거짓말이야!” 안민아는 갑자기 도아린의 손을 꼭 붙잡았다. 도아린의 손은 놀랍도록 부드러웠다. 마치 마법이 깃든 것처럼 아무리 단순한 장식품이나 팔찌라도 심지어 몇 가닥 풀마저도 그녀의 손에서는 아름다워 보였다. 안민아는 내심 부러웠다. 그녀에게도 그런 손이 있었다면 아마 강재민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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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9화

진범진은 두 소녀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안민아는 살짝 걸음을 늦추며 뒤따라가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고 있었다. 도아린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안민아를 바라보았다. 안민아가 미처 감추지 못한 표정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웃으며 말했다. “민아야, 설마 이 일로 고모에게 날 고자질하려는 건 아니지?” “그럴 리가 있나요.” 안민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지만 속은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얘가 말 안 해도 내가 이모한테 얘기할 거다!”“민아는 아직 어리니 결혼 문제는 서두를 수 없다. 잘못된 선택을 하면 평생 후회하는 거야.” 진범진은 두 사람 사이에 오가는 미묘한 기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단호하게 말했다. 도아린은 자연스럽게 진범진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 “어머니는 괜찮아지셨나요? 아니면 내일 제가 어머니 모시고 쇼핑이라도 다녀올까요?” “네 엄마가 진짜로 나한테 화난 건 아닐 거다.” 진명진은 블랙카드를 꺼내 도아린에게 건네며 말했다. “네 엄마는 쇼핑할 땐 맨날 네 것만 사려고 하잖아. 이번엔 네가 엄마 선물도 몇 개 골라드려라. 아주 좋아할 거다.” “고마워요, 아버지!” 도아린은 환한 얼굴로 카드를 받아서 들었다. 안민아는 그 광경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속으로 이를 꽉 물었다. 평소에는 자신이 늘 윤명희와 함께 쇼핑하러 다녔고 그 틈에 자신 것도 적잖이 챙기곤 했는데 이제 그 기회가 몽땅 도아린에게 넘어간 것이다. “언니, 나도 같이 갈게. 숙모랑 언니는 마음껏 쇼핑하고 내가 짐 들어줄게.” “고마워, 민아야. 그럼 잘 부탁할게.” 도아린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다음 날. 윤명희는 두 사람을 데리고 쇼핑을 나섰다. 도아린은 진심으로 윤명희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사주고 싶었고 윤명희 역시 딸에게 사주고 싶어 했다. 셋은 쇼핑몰을 돌며 주얼리 매장까지 들어서게 되었다. “숙모, 잠깐 쉬었다 가요.” 안민아는 쇼핑백 두 개를 들고 힘겹게 말하며 근처에 보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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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0화

그 룸메이트 이야기가 나오자 변슬기는 한숨을 쉬며 웃었다. 4인실에서 배지유는 명품과 고급 음식을 이용해 다른 두 룸메이트를 매수해 함께 그녀를 괴롭혔다. 하지만 그녀는 남의 뒷말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간단히 한 마디만 덧붙였다. “쉬는 시간에는 거의 알바만 하고 있어서 괜찮아. 시비 거는 거보다는 피하는 게 낫잖아.” “언니, 그 룸메이트 정말 별로였어요!” 안민아는 처음 봤을 때의 상황을 그대로 말했다. “연성 말투에 세상 오만하게 구는 데 정말 싫었어요!” 말을 마친 후 윤명희는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안민아는 문득 도아린이 바로 연성에서 자란 사람이라는 걸 떠올리고 급히 사과했다. “미안해요! 언니. 연성 사람들한테 딴 뜻은 없었어요. 그냥 그 룸메이트가 너무 싫었을 뿐이에요.” 도아린은 음식을 시키고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손을 휘저으며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연성 사람들이 자주 그러듯 해남 사람들도 자만하는 편이었다. 특히 그 지역 출신인 사람들이 대체로 그런 경향이 컸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다는 아니다. 서버가 게살 찐빵과 두 가지 반찬을 가져왔고 변슬기는 종종 도아린을 힐끔거렸다. 안민아가 그 모습을 보고 눈치챘다. “왜 그래?” 그녀는 테이블 아래서 배슬기의 다리를 가볍게 쳤다. 변슬기는 조금 어색한 듯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네 언니 혹시 스타 대회에 참가한 적 있어?” “맞아.” “그럼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네.” 변슬기는 바로 숭배하는 표정을 지으며 반짝이는 눈으로 도아린에게 물었다. “혹시 아현 선생님 맞으세요?” 도아린은 게살 찐빵을 윤명희에게 하나 집어줬다.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말랑하고 마치 국물이 가득 차 있는 것 같았다. 그 말을 들은 도아린은 온화하게 웃었다. “와! 실제로 뵈니까 화면 속보다 훨씬 더 예쁘세요!” 변슬기는 드디어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녀는 매니저에게 가서 자기 돈으로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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