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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또 한 번의 거절: Chapter 451 - Chapter 460

484 Chapters

제451화

모형에 들어간 국물은 완전히 씻어낼 수 없었고 지금 당장 재료를 선택해서 조각한다고 해도 대회에 참가하기에는 늦었다.“복구할 수 없습니다.”변슬기는 사실대로 말했다.“어떻게 보상해주길 원해?”주현정이 덤덤하게 물었다.“학교에서 너한테 우수상을 주라고 할까 아니면 다른 대회에 참가하게 추천해달라고 할까.”“제일 좋은 건 저를 전국 디자인 대회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추천해주는 거죠.”변슬기는 고민도 안 하고 이렇게 대답했다.해남대학교의 디자인 대회는 신입생을 환영하는 절차 중의 하나였다.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도록 할 수 있고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특기를 빠르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그런데 이 대회에서 수상한다고 해도 딱히 실속이 많지는 않았다. 만약 전국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하게 된다면 학교에 영예를 선사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실력도 증명해 보일 수 있다.주현정은 그녀가 마음에 드는 눈빛이었다.“자료를 아린이한테 줘. 다 준비되면 너한테 연락할게.”변슬기의 마음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녀는 주현정이 정말 자신의 요구를 들어줄 줄은 몰랐다.배지유의 남자친구는 밑도 끝도 없이 자신을 향해 소리를 질렀는데 배지유의 친엄마는 사리 분별을 잘하는 사람이었다.“아줌마, 감사합니다. 배지유는 많이 다쳤나요? 치료 비용은...”“다리를 잃게 됐어. 의족은 적어도 2억이야.”변슬기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해남에 온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사고를 쳐서 부모님은 아마 화가 많이 나셨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감당하겠다고 했으니 그 말을 어길 수는 없다.주현정은 도아린을 보면서 말했다.“연회에 참석하는 거 잊지 말고. 나는 먼저 가볼게.”도아린은 주현정이 떠나는 것을 보고 있다가 뒤돌아 차에 올라탔다.일북이 운전하고 도아린은 조수석에 앉았고 안민아와 변슬기는 뒷좌석에 앉았다.“언니, 배지유가 언니 전남편의 동생이라고 들었는데 그러면 주 대표님은 전 시어머니겠네요.”안민아는 뒷좌석의 중간으로 몸을 옮기며 도아린의 소매를 끌어당겼다.“슬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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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2화

이튿날, 도아린은 LY의 고위인사를 만나러 갔다.안민아는 그녀가 강재민과 데이트를 하러 가는 줄 알고 몰래 따라갔는데 도아린은 상가에 들어가자마자 사라졌다. 관광 엘리베이터는 영화관까지 직행했다.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밖에 있던 여자는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들고 있던 커피를 도아린의 소매에 쏟았다.“죄송합니다!”여자는 미안한 표정을 했다.“제가 가서 씻어드릴게요. 깨끗하게 못 씻으면 돈을 배상하겠습니다.”“그럴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고개를 들고 주위를 훑어보았다.“그럴 필요 없다니요! 화장실이 바로 저기 있어요. 갑시다.”여자가 계속 고집을 부리자 도아린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를 따라갔다.화장실에 들어가서 도아린은 칸막이로 된 작은 공간의 문을 열어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다음 말했다.“다음에는 작게 좀 해요. 이 비율이 맞는다고 생각해요?”여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숙여 확인했다.“연예계에서 요즘 유행하는 것이에요. 저를 찾아와서 주문하는 게 다 이 사이즈입니다.”여자는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하며 도아린에게 가면을 하나 건넸다.도아린이 가면을 쓰자 그녀도 함께 가면을 썼다.가면은 재질이 부드럽고 얼굴을 가렸을 뿐만 아니라 목까지 가렸고 턱에는 금속으로 된 부분이 딱 들어맞게 설계되어 있었다. 도아린은 몇 번 조절하더니 다시 말을 했는데 이때 목소리는 조금 거친 여자의 목소리로 변했다.“어제 실시간 검색어는 봤어요?”“봤어요.”여자는 목 부분의 위치를 조절하고 있었고 목소리가 높았다가 낮았다가 하더니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광고를 산 사람이 있어요. 하지만 통제 가능해요.”“통제하지 말아요. 시끄러워질수록 더 좋아요.”여자는 가면 조절을 마치고 피식 웃었다. 그 사람은 지금 돌을 들어 제 발등을 깨고 있다.두 사람은 예약한 상영관으로 가서 지정된 자리에 앉았다.여자가 핸들을 누르니 두 의자는 살짝 기울어졌고 발아래의 땅이 갈라지더니 의자가 서서히 아래로 내려갔다.영화관은 L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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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그는 도아린과 함께 메이크업에 관한 얘기를 나눴고 컴퓨터를 지키고 있는 두 사람은 여전히 침묵했다. 30분 정도 지나 방문이 열렸다.“죄송합니다. 일이 있어서 늦었어요.”체격이 큰 남자가 들어왔고 가면의 이마에는 검은색의 도화 표식이 있었다.그는 도아린에게로 직진하더니 곁에 앉아 그녀를 훑어보다가 손을 내밀었다.“환영해요.”행실이 좋지 못한 남자들의 전형적인 목소리였다.도아린이 은퇴했을 때 현무와 백호는 모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하지만 현무의 키와 몸매와 분위기가... 그녀는 이상하리만큼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아직 가입한다고 결정하지 않았습니다.”도아린은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로 말했다.“저 혼자서도 큰돈을 벌 수 있는데 여기 가입하면 뭐가 좋은 거죠?”“LY가 가지고 있는 자원은 당신이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청룡은 낮은 음성의 아저씨였다.그가 조직에 있은 시간은 도아린보다 길었다. 입을 열자마자 들리는 건 도아린에게 익숙한 음성이었다.“요구에 맞는 작품을 제공하기만 한다면 LY는 당신의 앞길을 보장해줄 것이고 당신에게 연구에 필요한 각종 귀중한 보물들을 제공할 수 있어요.”도아린은 이게 그녀가 했었던 그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특정 물품을 암호로 하여 조직과 인맥들 사이에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다.“명예는 뜬구름이고 돈이야말로 근본이죠. 지금은 두 손으로 돈을 벌 수 있지만 언젠가는... 그럴 바에는 인맥을 많이 쌓고 부족함 없이 사는 게 좋죠.”백호는 낯선 아저씨의 음성이었고 그의 말속에는 경고의 뜻이 담겨있었다.아현은 두 손으로 벌어 먹고사는 사람이었고 너무 훌륭하니 질투도 많이 살 것이다.만약 언젠가 그녀가 돈벌이하는 이 직업을 잃게 된다면 그 결과는 처량함을 넘어서 무척 처참할 것이다.도아린은 아무 말도 없었다. 고민에 빠진 듯해 보였지만 사실 백호의 신분을 추측하는 중이었다.3년 안에 고위 인사의 자리까지 올라온 사람이라면 신인은 아닐 것이고 백호의 어깨를 밟고 올라온 사람일 가능성도 있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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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4화

안민아는 도아린의 곁으로 가서 그녀가 고른 넥타이의 가격이 몇백만 원이나 하는 것을 보고 놀란 동시에 그녀가 너무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다.도아린이 쓰는 돈은 진씨 가문의 돈이고 삼촌, 큰 오빠와 둘째 오빠가 고생해서 벌어온 돈이었다.도아린은 금방 진씨 가문에 돌아왔고 그녀가 삼촌의 친딸이 맞기는 하지만 가문에 공헌이 없는데 돈을 이렇게 쓰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했다.안민아가 진씨 가문에 머물 때 먹고 쓰고 하는 것도 다 진씨 가문의 돈을 쓰기는 하지만 본인은 다르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진씨 가문에서 삼촌, 숙모와 함께 시간을 보냈고 두 사촌 오빠와 함께 자랐다. 그녀는 진씨 가문의 사람들에게 많은 위로가 되어주었다.만약 도아린이 계속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삼촌 가족들의 마음속에 있는 진세은의 자리를 대체할 수도 있었고 어쩌면 진세은에게 갈 재산을 자신에게 넘겨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물론 사실대로 보면 그녀는 진씨 가문의 재산을 조금이라도 물려받을 명분이 없지만 그래도 안민아는 도아린이 진씨 가문의 돈을 쓰는 게 못마땅하다고 생각했다.불쾌한 마음을 억누르며 안민아는 도아린의 손에서 넥타이를 빼서 다시 진열대에 올려놓았다.“보통 커플일 때 넥타이를 선물하죠. 일반 친구라면 책이거나 영양제를 선물해요. 언니, 누구한테 선물할 거예요?”도아린은 자기 입으로 강재민을 안 좋아한다고 말했는데 자신에게 딱 걸린 지금 그녀가 어떻게 변명할지 안민아는 지켜보고 있었다.“책이 좋은 선택일 것 같네. 근데 무슨 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어.”도아린은 혀를 차면서 조금은 아쉬운 표정이었다.“재민 씨는 우주에 관련된 책을 좋아해요.”도아린은 이미 넥타이핀 진열대 앞으로 갔고 뒤돌아 안민아를 보면서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안민아는 영문을 모르다가 도아린이 넥타이핀을 집어 들었을 때야 알아차렸다.도아린은 강재민에게 선물한다고 얘기하지 않았는데 안민아가 먼저 강재민이 뭘 좋아한다고 얘기했다. 이는 자신이 그녀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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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5화

도아린의 시선은 한 쌍의 소매 단추에 머물렀다. 백금으로 스페이드 모양을 만들었고 바탕은 순도가 높은 검은 묘안석이었다.도아린은 문득 현무가 생각났다. 현무의 정장 소매에 비슷한 소매 단추가 있었던 것 같다.도아린은 뒤도 안 돌아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배건후를 개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배건후는 알고 있나?”“건후 씨, 나는 그런 뜻이 아니야!”손보미는 갑자기 울먹이며 서럽게 가게의 문 앞에 서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그녀는 도아린이 배건후에 대한 태도가 굳세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했지만, 도아린이 자신을 한 방 먹일 줄 생각 못 했다.손보미는 빠르게 배건후의 곁으로 가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요즘 건후 씨가 남아서 지유를 보살펴야 하잖아. 그래서 당신한테 갈아입을 옷을 사주려고 왔는데 우연히 도아린을 마주쳤어.”배건후는 이를 깨물고 도아린의 움직임에 따라 시선이 움직였다.“가자. 손보미 씨가 마음에 든 물건들을 우리는 고르면 안 돼.”도아린은 안민아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배건후는 옆으로 한 걸음 옮겨 앞을 막아섰다.“손보미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그래요?”도아린은 웃으며 손보미를 쳐다보았다.“하지만 방금 내가 봤던 제품들을 다 뺏어서 사가던데요.”손보미는 표정이 일그러졌고 억지를 부렸다.“아니야, 이건 우연이야! 마침 우리가 같은 제품을 좋아했던 거야.”“내가 좋아하는 걸 당신이 좋아하지만, 당신이 좋아하는 걸 나는 좋아하지 않아.”도아린은 비아냥거리며 배건후의 손을 떼어냈다.“배 대표님, 길을 막지 말아 주세요.”“네가 산 물건들을 저 사람한테 줘.”배건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건후 씨!”손보미는 서럽게 이를 악물었다.“줘.”“...”손보미는 자신의 일그러진 표정을 어렵게 숨기면서 종업원에게 눈짓했다.종업원은 포장한 물건을 모두 쇼핑백에 넣어 두 손으로 도아린에게 건넸다.도아린은 받지 않고 차갑게 웃으며 배건후를 쳐다보았다.“물건은 신중하게 보고 골라야 하잖아요. 저것들은 시선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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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6화

도아린은 앞으로 다가가 까치발을 들고 배건후의 귓가에 다가갔다.손보미와 안민아의 눈에 이 행동은 무척 야릇해 보였다.배건후는 도아린이 휘청거릴까 봐 손을 들어 그녀의 뒤에 대고 있었다.손보미는 화가 나서 눈이 빨개졌고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안민아에게 잡혔다.만약 도아린이 전남편과 재혼하게 된다면 자신에게서 강재민을 빼앗지 않을 것이다.도아린은 사탕이 발린 폭탄이라는 것을 배건후만 알고 있었다. 먼저 다가와 친밀한 행동을 하고 있지만, 뼛속까지 시리게 만드는 말을 했다.“건후 씨, 월요일은 이혼 숙려 기간의 마지막 날이에요. 그때까지 구청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세상 사람들한테 알릴 거예요. 그해 강재희를 구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었다는 걸 말이죠.”배건후의 눈빛이 거세게 흔들렸다. 그는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는 것을 제일 증오했다.전에는 강재희가 손보미와 결혼하라고 협박했고 지금은 도아린이 이혼하려고 자신을 협박하고 있다. 그것도 똑같은 일로 말이다.그는 해명하고 싶었지만 해명할 방법이 없었다.남자의 긴 눈꼬리는 분노로 하여 빨개졌다.도아린은 다시 그와 거리를 두었고 얼굴에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쇼핑백은 다시 배건후의 손에 돌아갔다.“저는 결벽이 있어서요. 다른 사람의 손을 탔던 물건은 싫어요.”그녀는 배건후를 스쳐 지나갔고 안민아는 빠르게 따라와 배건후를 한번 쳐다보았다.도아린은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그녀의 곁에 있는 남자들은 모두 멋있었다.손보미가 천천히 다가왔다.그녀는 도아린이 뭐라고 했는지는 몰랐지만, 배건후가 무척 화가 났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듯했다.“건후 씨...”손보미는 배건후의 소매를 잡았다.배건후는 갑자기 그녀의 손을 잡더니 손목을 부러뜨리기라도 할 듯 힘을 세게 주었다.너무 아팠다. 손보미는 벗어나려고 애를 썼지만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배건후가 문득 그녀를 쳐다보는 눈빛은 날카롭다 못해 한 자루의 칼 같았다.만약 눈빛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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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7화

도정국은 깜짝 놀라 새된 소리를 질렀다.“그만, 그만! 전화할게요. 돈을 갖고 오라고 할게요!”빚쟁이는 턱을 쳐들며 얼른 전화하라고 눈짓했다.도정국은 강홍련에게 전화를 걸었고 한참이나 지나 전화를 받았는데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강홍련은 귀찮다는 듯 말했다.“요즘 바빠요. 다 끝나면 당신 보러 갈게요.”강홍련이 전화를 끊으려고 하자 도정국이 울면서 소리를 질렀다.“홍련아, 홍련아! 빚쟁이들이 와서 빚을 독촉하고 있어. 조금만 갚아줘. 아니면 이 사람들이 내 손가락을 잘라버리겠대!”“정국 씨, 그런 거짓말로 저를 속이는 게 재밌어요? 제가 삼촌 집에 있으면서 유준이한테 좋은 혼사를 마련해주느라 얼마나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요. 도와줄 수 없다면 저를 귀찮게나 하지 말아요!”강홍련은 전화를 끊었다.“잠깐만요, 잠깐만. 나한테 또 방법이 있어요!”빚쟁이들에게 하는 말 같지만 실은 자신에게 세뇌하는 것이었다.도정국은 중얼거리며 도아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그는 결사의 각오로 뻔뻔하게 배건후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전화를 받은 건 우정윤이었다. 그가 전화한 이유를 말하자 우정윤이 대답했다.“배 대표님한테 빚을 갚아달라고 할 생각이면 도아린 씨가 배 대표님한테 얘기를 꺼내라고 하세요.”“아린이 전화를 안 받아. 제발 배 대표한테 얘기해줘. 많지 않아. 그저...”그는 고개를 들었고 빚쟁이가 손을 펴 보였다.“1억이면 돼!”빚쟁이가 몽둥이를 들자 도정국은 놀라서 고개를 움츠렸다. 1억이라도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보다 나았다.우정윤은 바쁘게 처리하던 일을 다 마치고 나서야 다시 대답했다.“당신을 차단했나 보네요. 사모님의 태도가 이렇게나 명확한데 제가 어찌 감히 거스르겠어요.”전화가 또 끊겼다.도정국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처음 이렇게 꽉 막힌 기분을 느껴보았다.비명이 이어지고 빚쟁이들은 욕을 퍼부으며 떠났다. 도정국은 손을 움켜잡고 바닥에 웅크리고 있었다.손보미는 병원에 돌아와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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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안민아는 입술을 깨물면서 도아린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녀가 아직 자신을 보고 있자 다시 시선을 밖으로 돌렸다. 경쾌한 벨 소리가 들리고 안민아는 표정이 바뀌었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면서 말을 더듬었다.“돌, 돌아가요. 경찰서에 안 갈 거예요.”도아린은 그녀가 전화를 끊고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보고 기사에게 떠나라고 지시했다.진씨 가문에서는 윤명희가 정원에서 꽃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도아린이 돌아온 것을 보고 그녀는 가위를 놓고 장갑을 벗었다.“마침 잘 돌아왔어. 녹두떡이 금방 만들어져서 아직 따뜻해.”안민아는 손에 들린 쇼핑백을 흔들었다.“숙모, 언니랑 쇼핑 갔다 왔어요. 넥타이핀이 엄청 비싼데 언니가 세 개나 샀어요!”윤명희의 얼굴에는 화가 난 듯했다. 아무리 친딸이고 잃어버린 지 오래돼서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돈을 함부로 쓰면 무조건 아까울 것이다.윤명희는 화단을 나서서 도아린의 손을 잡고 불만스럽게 얘기했다.“너도 참, 돈이 무슨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야?”도아린한테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함부로 쓰지는 않을 것이다.처음에 안민아는 몇백짜리 넥타이핀이 엄청 비싸다고 생각했는데 도아린이 보고 있던 이 브랜드가 더 어처구니없다는 것을 발견했다.작은 넥타이핀을 사려고 돈을 쓰는 것보다는 차를 사는 게 더 보기 좋았다.안민아가 뭐라고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도아린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저한테 옷과 액세서리를 그렇게 많이 사주셨고 인테리어도 새로 해주셨는데 저도 감사 인사를 해야죠.”윤명희는 그럴 필요 없다는 듯 도아린의 등을 다독였다.“주식을 줘도 싫다, 티파니 주얼리를 준다고 해도 싫다, 아빠가 너한테 블랙 카드를 줘도 싫다고 했다며. 너한테 무슨 돈이 있다고 이렇게 쓰는 거야!”안민아는 발아래를 보지 않고 무언가에 걸려서 비틀거리다가 고개를 돌리고 의아하게 물었다.“언니, 본인 돈이에요?”“네 언니는 공헌이 없는데, 돈을 쓰지 않겠다고 아무것도 싫다고 해.”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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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9화

이 돈은 진씨 가문한테 빌린 것이다.공적으로나 사적으로나 다 진씨 가문과 연관된 일이었다.“LY가 정말 그렇게나 대단하다고요?”윤명희는 믿기지 않았다.실제적인 업종에 종사하지 않는 회사, 혹은 조직이 무슨 근거로 사업가들의 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강씨 가문의 주요 업종은 주얼리이고 안씨 가문의 주요 업종은 부동산인데 전혀 연결이 없는 상황이었다.안민아는 갑자기 도아린의 옷깃을 잡았고 도와달라는 눈빛을 보냈다.“나도 민아가 억울함을 당하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손실이 너무 크고 진씨 가문까지 피해를 보게 되는데 나더러 도대체 어떻게 하라고!”안준휘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그는 절반 정도 태우고 허리를 숙여서 담뱃재떨이에 손을 뻗으며 빠르게 도아린을 훑었다.도아린은 자신에게로 화제가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녹두떡을 들고 천천히 먹기 시작했다.안준휘는 또 진범준을 한번 보았는데 방금까지도 도와준다고 승낙해놓고는 지금은 말이 없었다.진범준이 모른 척해도 안준휘는 모른 척할 수 없었다.“민아야, 내일 진씨 가문으로 가.”윤명희는 물을 따라서 도아린에게 건네고 안준휘를 보았다.“민아를 혼자 가게 한다면 그놈이 또 무슨 짓을 할까 봐 걱정되지 않아요?”“제가 어떻게 민아를 혼자 보내겠어요.”안준휘는 드디어 도아린을 보면서 말했다.“네가 민아와 함께 가야겠다. 이번에는 신경을 많이 써줘. 민아가 또 저번처럼 당하게 하지 말고.”녹두떡은 너무 말랑해서 도아린은 하마터면 뱉을 뻔했다.윤명희는 도아린이 목에 걸린 줄 알고 등을 두드려주었다.“천천히 먹어, 천천히. 목에 걸리지 말고...”안준휘는 도아린이 거절할 기회를 주지 않고 안민아를 데리고 떠났다.해남 병원에서 성대호는 병실 안에서 물건이 깨지는 소리를 듣고 얼른 전화를 끊고 안으로 들어갔다.“지유야, 왜 그래! 다리 아파? 의사를 불러올게.”“의사는 필요 없어. 내 다리를 내놔. 내 다리 내놔!”배지유는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을 다 던졌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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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0화

“제가 왜 안 그러고 싶겠어요! 지금 마음으로는 도아린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어요!”배지유는 울면서 곁에 있는 이불을 내리쳤고 눈물이 가득 찬 눈으로 납작해진 이불을 쳐다보았다.“저는 지금 생리현상도 누군가가 보살펴주지 않으면 스스로 못하는데 어떻게 복수를 할 수 있겠어요! 다 성대호 때문이에요. 쓰레기 같은 놈, 저를 돕지 못할망정 저를 이렇게까지 망가뜨려 놨어요!”“...”성대호가 문밖에서 듣고 있었다.그는 훔쳐 들을 생각이 없었지만, 배지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담뱃불을 붙이려던 성대호는 부들부들 떨면서 담배를 부러뜨려 버렸다. 손보미는 배지유의 멀쩡한 다리를 다독였다.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목소리를 깔고 얘기했다.“남자는 네가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나무가 아니라 네가 위로 올라가기 위한 사다리야. 사다리가 부실하다면 바꾸면 돼.”배지유는 점점 울음을 멈췄고 빨갛게 부은 눈에는 의아한 기색을 띠었다.손보미가 말했다.“나랑 네 오빠의 혼사는 강씨 가문에서 추진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빨리 성사되지 않았어. 차라리 강씨 가문에 신경을 많이 써. 밖에 있는 저 쓸데없는 놈은 버리고.”배지유는 그녀의 뜻을 알아차렸다.하지만 배지유는 또 생각에 잠겼다가 움츠러든 표정을 했다.“만약 제 다리가 아직 멀쩡하다면 반드시 강씨 가문 도련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저는 지금... 그 사람은 아마 저를 보고 싶지도 않을 거예요.”“강씨 가문에는 남자가 또 있어.”손보미는 강홍련 모자와 강씨 가문의 관계를 얘기했고 배지유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돼요! 제가 어떻게 도아린의 사생아 동생한테 좋은 일을 시키는 꼴을 봐요!”손보미는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작게 얘기를 했고 배지유는 분노하던 표정이 점차 사그라지더니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띠었다.잠시 후, 배지유는 이불을 움켜쥐고 사악한 눈빛을 했다.“보미 언니, 저를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사람은 언니밖에 없어요!”“바보야, 나는 네 새언니야. 내가 너를 생각해주지 않으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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