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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번의 거절의 모든 챕터: 챕터 441 - 챕터 450

484 챕터

제441화

“고마워! 민아야. 그리고... 아현 선생님! 아니. 도 선생님!” 변슬기는 들뜬 기분을 감추지 못한 채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도아린과 다음날 만나기로 약속한 뒤 서둘러 밥을 먹고 학교로 돌아가 작품 초안을 완성하기 위해 서둘렀다. 하지만 기숙사에 도착한 순간 그녀를 맞이한 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모형 조각들이었다. “누가 내 물건 건드렸어?” “네가 창가에 놔둔 게 잘못이지.” 진아령은 눈을 크게 뜨고 째리며 말했다. “바람이 불어 창문이 열리고 그래서 다 날아갔나 보지.” 진아령과 서한별은 배지유의 따까리였다. 배지유와 어울리면 유명 브랜드 화장품 샘플도 얻을 수 있고 근사한 식사에도 함께 따라갈 수 있었다. 모형이 눈에 거슬렸던 배지유는 일부러 둘에게 부추겨서 망가뜨리게 했다. “기숙사가 너 혼자 쓰는 방인 줄 알아? 방 안에 본드 냄새 진동해서 숨도 못 쉬겠어!” 서한별은 비웃으며 말했다. “할 거면 다른 데 가서 해. 우리 몸에 해로우니까!” 배지유는 여전히 말이 없었다. 그녀는 호박씨를 까먹으며 비웃는 눈빛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난하면서도 자기가 잘난 줄 착각하는 타입을 가장 싫어했다. 변슬기는 흩어진 모형 조각들을 모아 정리한 후 말없이 방을 나섰다. 대회용으로 제작된 모형이라 그녀가 사용한 본드와 재료는 전부 친환경 제품이었다. 냄새가 날 리 없었다. 기숙사에서 빠져나온 변슬기는 도서관으로 가는 지름길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언덕을 뛰어 내려가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그대로 한 남자의 등에 부딪히고 말았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녀의 모형은 또 한 번 바닥으로 흩어졌고 이번에는 들고 있던 본드가 남자의 소매에 쏟아져 버렸다. 변슬기는 당황해 손수건을 꺼내 급히 닦아내려 했지만 본드는 닦아낼 수가 없었다. “옷이 더러워졌어요. 제가 새 걸로 배상해 드릴게요!” “괜찮아요.” 진수혁은 냉정히 거절했다. 해남 대학교의 도서관은 진씨 가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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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2화

“배지유! 너 고의로 한 거잖아!” 변슬기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배지유는 환하게 웃으며 손에 든 도시락을 기울여 모형 위로 국물이 또 한 번 쏟아지게 했다.변슬기는 화가 나서 그녀를 세게 밀쳤다.배지유는 균형을 잃고 손이 모형 모서리에 찍히며 ‘아’ 소리와 함께 음식이 다 쏟아졌다.서한별과 진아령은 그 상황을 보고 모형을 뒤집어 모형안에 담겨 있던 음식이 전부 변슬기에게 쏟아지게 하였다.소란이 일어나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그중 몇몇은 바로 담당 교수를 불러왔다.“교수님, 변슬기가 배지유를 밀어서 손을 다치게 했어요!” 서한별이 먼저 나서서 말했다.진아령도 덧붙였다. “이 자리는 우리가 먼저 앉은 자리였어요. 변슬기가 모형을 놓으려 했고 배지유 손에 뜨거운 음식을 들고 있던 참이라 비켜달라고 했는데 변슬기가 싫다고 고집을 부렸어요.”“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변슬기는 눈에 붉은 기가 돈 채로 억울하게 반박했다. “쟤들이 제 모형을 망가뜨리고 기숙사에서 조립도 못 하게 하길래 식당으로 왔어요. 제가 앉았을 때는 아무도 없었어요!”담당 교수는 변슬기가 음식을 뒤집어쓰고 난처한 모습과 모형이 국물로 망가졌다는 것도 보지 않고 배지유의 손만 내려다보며 말했다.“다들 디자인을 전공하는 사람들인데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지.”배지유는 손목을 움켜잡으며 손가락을 떨고 있었다. “같은 기숙사고 배슬기가 나한테 사과하면 이 일은 끝낼 수 있어요.”“들었니? 배지유 학생이 관대해서 더 이상 따지지 않겠다잖아. 얼른 사과해.”“왜 내 작품을 망가뜨리고 내가 사과해야 하죠?” 변슬기는 고개를 들며 거침없이 말했다. 눈에는 굴복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서려 있었다. 담당 교수는 사람들의 눈치를 살피다 보니 사건이 커지는 걸 막고 싶어 모든 학생을 사무실로 데려갔다.진아령과 서한별은 배지유를 데리고 보건실로 갔고 담당 교수는 변슬기에게 휴지 한 팩을 건넸다.“네 모형 뭐 특별한 거도 없던데 망가졌으면 망가진 대로 그냥 넘어가. 좋은 기숙사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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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3화

“너는 단지 옷이 더러워졌을 뿐이고 배지유는 손을 다쳤어! 네가 얘에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알기나 해?” “그만해. 쟤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서 알바로 학비를 벌고 있잖아. 더 이상 난처하게 하지 마.” 배지유는 괴로운 표정으로 성대호를 쳐다보았다. “내 손은 시간이 지나면 나을 수 있겠지만 저 애의 옷은 아마 세탁해도 회복되지 않을 거야.” 그녀가 점점 물러나고 양보할수록 성대호는 더 속상하고 자책했다. 그는 배지유가 너무 강하게 나가지 않도록 그녀에게 낮은 자세를 살라고 했던 게 결국 지금 이런 결과를 초래한 것 같았다. 한때 자신감 넘치고 활발했던 소녀가 이제는 겁에 질려 작은 일에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가난이 저 애의 잘못을 정당화할 수는 없어.” 성대호는 변슬기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너에게 옷값 두 배를 보상해 줄게. 대신 너는 배지유의 손이 완전히 회복될 때까지 돌봐야 해.” 변슬기는 이 제안을 거절하려 했지만 서한별이 갑자기 끼어들었다. “교수님, 변슬기는 며칠 전에 사람을 때려서 경찰서에 갔었어요. 우리가 잠든 사이에 복수라도 하면 어쩌죠? 저는 쟤랑 같은 기숙사에 있을 수 없어요.” 성대호는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 학교는 인재가 많다고 알려졌는데 이렇게 품행이 불량한 학생도 받아들이다니.” 담당 교수의 표정도 점점 어두워졌다. 그녀는 전에만 해도 변슬기를 어느 정도 동정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학교의 이미지에 오점을 남겼다고만 생각했다. 그때 변슬기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 안민아와 도아린은 해남 대학교를 지나며 그녀를 보러 오고 싶다고 했다. “교수님 사무실에 있어. 3층 동쪽.” 변슬기는 전화를 끊고 굳건하게 성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의 일은 배지유가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해도 나는 책임을 물을 거예요! 당신들이 나에게 공정함을 줄 수 없으면 경찰서로 가요!” 배지유는 갑자기 창백해졌다. 그녀는 경찰서에 가는 것이 자멸하는 길이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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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4화

“도아린 씨! 여기는 해남 대학교에요. 당신이 난리를 피울 곳이 아니에요!” 성대호가 말을 끊으며 말했다. 배지유는 말할 것도 없고 그도 도아린에게 설명할 수 없는 두려움을 느꼈다. 정말 유령처럼 어디서든 나타나고 이렇게 해남 대학교에서까지 만날 줄은 몰랐다. 도아린의 압박감을 주는 듯한 시선은 천천히 담당 교수의 얼굴에서 성대호의 얼굴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입꼬리는 조롱 섞인 미소를 띠었다. “모니터 삭제할 시간이 부족해서 결국 벼랑 끝에 몰린 거예요?” “내가 왜 삭제...” 성대호는 말하다 멈췄다. 목에서 말이 걸린 듯 나오지 않았다. 그는 예전에 배지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녀가 도아린을 함정에 빠뜨린 영상을 삭제했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선을 넘은 일이었고 그 후로 끝없는 심연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며 도아린에게 보상하려 했었다. 하지만 그 후 몇 번이고 배지유를 편들면서 이제 그런 것들이 당연하게 느꼈다. 성대호는 배지유를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이라도 쓰는 데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도아린이 그때 일을 언급하자 여전히 목에 뭐가 걸린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졌다. “각자 말이 다르다면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겠네요.” 도아린이 차분히 말했다. 배지유는 갑자기 성대호의 옷자락을 잡고 두려운 표정으로 그에게 고개를 저었다. 성대호는 그녀를 눈빛으로 안심시키며 도아린에게 말했다. “건후의 체면을 봐서 이번만은 넘어가 드릴게요. 하지만 저 애는 반드시 기숙사에서 나가야 합니다.” 도아린은 콧웃음을 쳤다. “해남삼원 병원의 이비인후과가 괜찮은 곳이니 한 번 가보세요.” 성대호는 왜 도아린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했다. 변슬기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도 선생님은 당신 귀에 문제가 있다고 한 거예요! 당신들이 추궁을 안 하겠다고요? 배지유는 제 작품을 망쳤어요. 저희가 추궁할 거예요!” 담임 교수는 도아린에게 방으로 가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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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5화

담당 교수는 그들의 반응에 만족한 듯 고개를 돌려 도아린을 바라보았다. “사람 일은 한쪽 잘못만 있는 게 아니에요. 둘 다 책임이 있는 거죠. 이렇게 합시다. 배지유는 변슬기의 옷값을 보상하고 변슬기는 기숙사를 옮기는 거로 하죠. 서로 한 발짝씩 물러서는 거예요.” “안 됩니다.” “안 돼요.” 도아린과 변슬기는 동시에 반대를 외쳤다. “도아린 씨, 이건 나랑 변슬기의 문제예요. 끼어들지 마세요!” 배지유는 분노에 의해 눈가가 빨개진 채 말했다. “나한테 편견이 있으니까 벌써 내 잘못이라고 생각하잖아요!” “내 손이 이 꼴이 됐는데 내가 왜 저 옷을 보상해야 하냐고! 왜 계속 날 몰아세우는 거예요? 죽이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예요?” 그녀는 울부짖었고 떨어지는 눈물은 성대호의 손등에 떨어졌다. 성대호의 눈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 가득 찼고 이 상황에서 만약 적절한 시점이라면 그녀를 꼭 안아 위로하고 싶었다. 담당 교수도 이제 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배씨 가문을 잘못 건드리면 교육용 건물 한 채가 날아갈까 봐 무서웠다. 담당 교수는 결국 도아린에게는 직접 말하지 못하고 변슬기 쪽을 보며 조용히 눈짓을 보냈다. 하지만 변슬기는 든든한 중심 역할 도아린이 있어서 물러설 기미가 없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경찰차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맞아요. 내가 신고했어요!” 안민아는 자랑스럽게 말했다. “제가 경찰을 데려올게요!” 안민아가 문밖으로 나가려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밀어 넘겼고 배지유는 빠른 속도로 사무실을 빠져나가더니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지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당신은 끝이에요!” 성대호는 도아린을 매섭게 쏘아보고 배지유를 찾으러 사무실 밖으로 달려 나갔다. 담당 교수는 당황해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발을 동동 굴렀다. 배지유를 잡으러 갈지 아니면 경찰을 맞이하러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던 끝에 결국 학교 고위층 관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알렸다. 배지유는 허겁지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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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6화

도아린은 담당 교수와 학생 몇 명과 함께 복도를 따라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도아린에게 경찰서에 가지 말고 그저 자신들이 본 대로만 담당 교수에게 솔직히 말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부탁했다. 담당 교수는 그러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결국 모두의 증언은 배지유가 먼저 손을 댔다고 일치했다. “너희가 본 건 식당에서의 일일 뿐이잖아. 기숙사에서도 두 사람이 싸움을 벌인 건 사실이야.” 담당 교수는 배지유를 변호하려 했지만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쿵’ 소리가 건물에 울려 퍼졌다. 모두 한참 동안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소리가 난 방향을 보니 경찰차 위로 무언가가 떨어져 있었다. 앞 유리가 산산조각 나며 움푹 들어가 있었고 그곳엔 배지유가 쓰러져 있었다. “지유야!” 성대호의 절규가 옥상에서 울려 퍼졌다. 구급차가 배지유를 태우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한편 경찰들은 증언을 수집하던 중 한 사람이 추락했다는 보고를 듣고 사건 조사를 중단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실 밖에서 성대호는 핏발 선 눈으로 마치 짐승처럼 도아린에게 달려들었다. “다 당신 때문이에요! 당신이 지유를 저렇게 만든 거라고!” 그 순간 일북은 성대호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 힘을 줘 꺾어 벽에 밀어붙이며 제압했다. “도아린 씨! 지유가 잘못되기라도 하면 당신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 당신은 내 손에 죽을 줄 알아요!” 성대호는 고개를 돌려 벽에 머리를 기댄 채 거칠게 외쳤다. 도아린은 의아했다. 솔직히 말해 배지유가 죽든 말든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옥상으로 올라간 것도 그녀였고. 난간에 오른 것도 모두 배지유 혼자의 선택이었다. 설령 책임을 묻는다고 해도 가장 잘못한 사람은 성대호일 것이다. 끝까지 배지유를 붙잡지 못했으니 말이다. 도아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앉아 있었다. 두 시간 뒤 마침내 수술실의 등이 꺼지고 의사가 문밖으로 나왔다. 다행히 배지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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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7화

그가 배지유의 장애를 싫어하지 않고 여전히 함께하려 한다면 배석준은 어쩔 수 없이 이 사위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다. 배건후는 어머니가 방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따라가려다 배석준에게 불려 멈췄다. “지유가 해남 대학교에서 다쳤다. 이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건 네가 맡아야 한다.”배건후는 침대에 누워 있는 배지유를 한 번 쳐다하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사실대로 말해봐.” 주현정은 병실을 나서고 복도 모퉁이에 있는 도아린을 찾았다. “가자.” 도아린은 일어나 따라가며 주현정의 손을 잡으려다 그녀의 손에 이상한 점을 느꼈다. “후유증이야.” 주현정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녀의 손은 통제할 수 없이 떨리고 있었다. 의사는 약물이 뇌를 자극해 신경에 손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네가 아니었으면 내 남은 인생을 침대에서만 보냈을 거야.” 주현정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가 깨어난 뒤 전신 검사를 받았다. 그 약은 정상적인 사람이거나 우울증이 있지만 신체 건강한 사람에게는 경미한 후유증만 남길 뿐 약을 끊고 시간이 지나면 천천히 회복된다. 하지만 주현정은 달랐다. 그녀는 방금 뇌수술을 했고 뇌가 본래도 약한 상태에서 약물 자극을 받았다. 만약 약을 한 달 이상 복용하면 뇌에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주고 자율성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아린아, 아직도‘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주현정은 도아린의 손을 쥐었다. 그녀의 손은 조금 떨렸지만 손바닥은 여전히 따뜻하고 예전처럼 그녀에게 안전감을 주었다. 도아린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녀는 주현정을 친엄마처럼 효도할 준비가 되어 있었지만 주현정을 여전히 ‘엄마’라고 부른다면 배건후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다. 배건후가 신경 쓰지 않더라도 배건후의 미래 아내는 그걸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저는...” “우리의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는 끝났어요.” 주현정이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내 양딸로 삼고 싶어.” 주현정은 그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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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8화

“당신이 환자분 가족이세요?” 간호사는 순간 눈이 반짝이며 급히 서류를 꺼냈다. “도정국 씨. 앞서 60만 원 넘게 미납하셨고 후속 치료비까지 해서 200만 원 먼저 입금해 주세요. 모자란 부분은 채우시고 남은 건 나중에 돌려줄게요.” 도정국은 큰 병은 없었다. 몇 가지 기본적인 질병만 있었고 입원할 필요 없었지만 계속해서 영양제를 맞고 있었다. 그래서 비용이 좀 더 나온 것이다. 간호사는 서류를 도아린 앞에 내밀었고 주현정은 이를 거부하려 했으나 도아린이 팔짱을 끼며 그녀의 팔을 잡았다. 도아린은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 “저는 이분을 모르는데 왜 제가 돈을 내야 하나요?” 간호사는 깜짝 놀라며 도정국을 돌아봤다. 도정국도 당황했지만 금세 상황을 이해했다. 도아린은 자신을 돌보지 않겠다는 태도였다. 그는 강홍련과 함께 해남에 있는 친척 집으로 갔지만 강씨 가문에서는 강홍련과 그녀의 사생자만 인정했다. 그는 아무런 명분도 없는 사람이어서 대문조차 들어갈 수 없었다. 연성에 있는 부동산은 도지현 명의로 넘어가 버렸고 도정국은 도유준의 고리대금 빚을 갚기 위해 편의점까지 팔아버린 처지였다. 그런데도 강홍련 모자는 강씨 가문에서 잘 살고만 있었다. 이나윤이 연성으로 돌아갔을 때 도정국에게 대놓고 언젠가는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며 손가락질했다. 호텔 직원이 방을 청소하던 중 도정국이 화장실에서 쓰러진 것을 발견하고 그를 병원에 데려갔다. 강홍련은 도유준과 함께 병원에 와서 입원 수속을 했고 20만 원의 입원 보증금만 내고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간신히 도아린이라는 ‘돈 나무’를 잡았다고 생각한 도정국은 그를 놓칠 리 없었다. “넌 왜 아빠를 안 알아보려고 고집을 부리는 거야?” 도정국은 억지로 눈물을 두 방울 짜내며 말했다. “너 대회 때 아빠가 너 응원하려고 600만 원 넘게 불법 티켓을 샀잖아.” “아린아, 네가 네 시어머니 앞에서 친아빠를 모른 척 하면 네 시어머니가 속 안 상하겠어? 아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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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9화

이게 바로 혈연이다.외모가 비슷하지 않은 거 말고도 도아린과 도정국은 기질도 완전히 달랐다. 도아린은 완벽한 맞춤 양복에 한정판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와 함께 있는 여성 역시 고급스러운 의상에 귀걸이에 달린 진주만 해도 값이 엄청날 정도였다. 반면 도정국은 수염이 덥수룩하고 얼굴이 움푹 팬 채 지저분한 옷차림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그는 마치 생활이 어려운 거지처럼 보였다.그 모습을 본 구경꾼들이 의아해하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 혹시 미쳤나? 아무나 잡고 아버지라니.’‘그냥 아무나 붙잡은 게 아니라 저 사람 분명히 돈이 많을 거야.’‘돈 많은 사람들은 그런 거 좀 도와주려고 하지 않겠어? 차라리 약값 내달라고 부탁하면 되지. 왜 갑자기 아버지라고 우기는 거야? 갑자기 아버지라고 나타나면 누가 기분 좋겠어.’도정국은 사람들이 자기 말을 믿지 않자 화가 나서 일어섰다. “도아린! 네가 친아빠 죽음을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면 하늘의 천벌을 받게 될 거다! 어디 한번 맘대로 해봐!”도아린은 웃음기를 머금고 눈을 약간 쪼그려 말했다. “아저씨, 이런 말을 하면서 자식이 벌 벋을까 봐 겁 안 나세요?”“...” 도정국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도지현은 그를 증오해 법적으로 후견인마저 도아린으로 바꿔버렸다. 그가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아들은 도유준인데 그 아들이 죽는다면... 도정국의 두 눈이 살짝 떨렸다. 그는 팔을 뻗어 길을 막았다. “내 아들에게 저주하지 마! 오늘 네가 내 병원비를 안 내면 너는 여기서 나갈 수 없어! 경찰 불러! 경찰이 오면 네가 어떻게 둘러대는지 두고 보자!”주위 사람들은 핸드폰을 들고 영상을 찍을 뿐이었다. 도정국은 아무도 반응하지 않자 간호사에게 소리쳤다. “너 돈 받고 싶잖아? 경찰에 신고해! 이 여자를 유기죄로 고소할 거야.”간호사는 도아린을 난처해하며 바라보았다.그녀는 그저 아무나 붙잡아 딸이라고 주장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모든 집안에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법이니까. 자기 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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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0화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여전히 희미하게 말다툼 소리가 들려왔다. 주현정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준비 철저하게 했네.” 도아린은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윤명희는 정말 딸을 아끼는 사람이었다. 딸이 실종된 뒤에도 호적을 정리하지 않았고 심지어 ‘진씨 글로리’의 지분을 딸에게 남겨두었다. 도아린이 진씨 가문에 들어간 후 윤명희는 그녀에게 지분을 받게 하기 위해 주민등록증부터 새로 만들라며 재촉했다. 도아린은 자신이 진씨 가문에 어떤 공도 세운 적이 없기에 그들의 혜택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윤명희의 생각은 달랐다. 윤명희는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 밤잠도 설치며 도아린이 새 주민등록증부터 발급받게 몰아붙였다. 그리고는 진씨 가문 사람들이 얼마나 아끼는지 먼저 충분히 느껴보고 그다음에 지분을 받을지 말지 결정하라고 하였다. “그래서 이름은 바꿀 생각이야?” 주현정은 핸드폰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나도 줄 게 좀 있는데.” 도아린은 놀란 듯 눈이 크게 떠졌다. “지유는 지나친 사랑만 받고 자라서 이미 망가졌어. 우리 주씨 가문의 공든 탑을 걔한테 맡기면 끝이 뻔히 보여. 백 년 뒤 조상님들 얼굴을 어찌 보겠어? 아니. 백 년도 못 가 내가 죽기도 전에 가문 사람들이 욕부터 하겠지.” 도아린은 그녀의 손을 꼭 잡으며 말없이 위로했다. 그녀는 주현정과 배석준의 이혼 조건을 알고 있었다. 주현정은 배지유에게 JS픽처스를 맡길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다만 그녀는 손보미가 자칫 회사 경영을 엉망으로 만들까 봐 두려웠다. 손보미는 워낙 교활한 사람이라 주현정이 혼수상태였던 틈을 타 배석준과 약혼식까지 밀어붙일 정도였다. 배지유는 겉으로는 부모의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재산 분할을 못 받을까 봐 주현정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그런 딸에게 실망한 주현정이 그녀에게 JS픽처스를 맡길 리 없었다. 도아린은 망설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어머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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