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하경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책장 맨 위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전남시의 오래된 헌책방에서 구한 책이었다.책갈피가 끼워진 페이지를 펼치자 도아린의 손수건에 있던 문양이 나타났다. 거의 90%나 흡사했다.이 책에는 고대 토템이 기록되어 있었는데 복을 기원하는 것, 제사를 지내는 것, 그리고 저주를 위한 토템까지 있었다.육하경은 주머니에서 도아린이 준 향낭을 꺼내 들었다. 거기에는 복을 기원하는 토템과 매우 비슷한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그의 아버지는 향낭을 잃어버린 뒤로 전봇대에 부딪히고 자동차 브레이크가 고장 나며 식사 중 식중독에 걸리는 등 여러 불행한 일을 겪었다.그는 다시 향낭을 찾아내 꿰매어 복구했더니 아버지가 퇴원한 뒤로는 아무 일도 없었다. 늘 우연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지금 보니 도아린은 뭔가 알 수 없는 능력을 갖고 있는 듯했다.그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갇혀 있는 사람들을 감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다음 날 모두가 무사하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그가 너무 예민했던 걸까?만약 도아린이 화가 나서 내린 저주가 이루어졌다고 치면 법이 과연 왜 필요할까?배건후가 병원에 입원한 지 3일째 되던 날, 그는 도아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는 이미 병원을 예약하고 주현정을 데려와 치료받게 할 예정이었다.하지만 지금 비행기를 탈 수 없는 상황이라 도아린에게 부탁하려고 했다.도아린이 주현정의 병실에 도착하자 배지유는 생활용품을 정리하고 있었다.그녀는 도아린을 보자마자 눈에 띄는 혐오감을 드러냈다.“날 비웃으러 온 거야?”“그럴 생각 없어.”도아린은 주현정의 병상 앞으로 다가가 말했다.“어머니, 제가 공항까지 모셔다드릴게요.”주현정은 멍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며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도아린의 말을 듣지도, 그녀가 찾아온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눈치였다.“어머니? 어떻게 된 거야?”도아린이 떠날 때만 해도 주현정은 정신이 말짱했고 JS 픽처스의 업무까지 완벽하게 처리했었다.하지만 며칠 사이에 병이 심해진 모습에 그녀
Last Updated : 2024-12-15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