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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4화

Author: 온유
배석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목에 무언가 걸린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김지민이 찾아온 것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것과 다름없었다.

주현정은 피식하더니 새우 딤섬을 밀어내고 옆에 있는 곡물 전병을 집어 들었다.

“마침 지민 씨도 왔으니 같이 이야기하죠.”

“지민 씨는 내 비서일 뿐이야.”

배석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나가더니 김지민을 한쪽으로 불렀다.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으로 바라보는 그한테서 오랜 권력자의 위엄이 저절로 뿜어져 나왔다.

“여기까지 왜 온 거야?”

김지민은 그의 기에 눌린 채 조심스레 가방에서 물건을 꺼내 건넸다.

“시계를 저희 집에 놓고 가셔서요. 사모님께서 오해하실까 봐 얼른 가져다드리려고요.”

그녀가 이렇게 찾아오는 게 주현정에게는 더 큰 오해의 빌미가 될 터였다.

“중요한 일이 아니면 저택에 찾아오지 마.”

배석준은 시계를 건네받고 돌아서려 했다.

김지민은 그의 팔을 급히 붙잡았다.

“저랑 보미가 지유를 보러 가고 싶은데 가족이 아니라서 어려워요. 도와주실 수 있나요?”

“곧 나올 거라는 걸 알면 지유도 마음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서요.”

배석준은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곳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을 텐데 대회가 끝나면 도아린이 합의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알려주면 배지유도 기대를 할 수 있었다.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주현정을 달래는 일이라 손보미가 소식을 전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배석준은 전화를 걸려다가 또다시 김지민에게 팔이 붙잡혔다.

“옆에서 하세요. 사모님께서 지유가 보미랑 어울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세요.”

배석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걸었다. 김지민은 그런 배석준을 숭배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모든 일이 정리된 후, 김지민은 배석준과 함께 돌아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그의 품에 안기며 쓰러졌다.

그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안았다.

순간 김지민은 그를 밀쳐내며 말했다.

“사모님, 오해하지 마세요. 그냥 발을 헛디뎠을 뿐이에요.”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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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사람은 차 문을 열자는 생각에 찬성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무리 힘을 써도 열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배건후의 간절함에 영향을 받았는지 다들 어떻게든 해보려고 애썼다. 모두가 차 안에 있던 도구를 꺼내 들고 힘을 합쳐 문을 열려고 했다.“하나, 둘, 셋! 하나, 둘, 셋!”“조금만 더 힘내요. 움직이기 시작했어요!”누군가가 이렇게 외치자 다들 이를 악물었고 어떤 이는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부러뜨릴 정도로 힘을 썼다. 마침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도아린!”문이 열리자마자 배건후는 앞으로 달려가서 안전벨트를 풀어주고 그녀의 몸을 일으켜주었다. 배건후는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레 감싸고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어디 다쳤어? 어디가 아픈지 말해줘.”힘겹게 눈을 뜬 도아린은 배건후의 부어오른 눈, 갈라진 입술과 멍든 뺨을 바라보았다. 우아하고 단정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배건후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다리가 끼이지는 않았는지 확인했다. 그때, 도아린은 그의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배건후는 즉시 고개를 번쩍 들고 그녀를 바라보았다.“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곧 구급차가 올 거고 아무 일도 없을 거야.”배건후는 이렇게 말하며 직접 도아린을 안아 올렸다. 그러나 좌석에서 벗어나자마자 두 사람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그 모습을 본 주변 사람들이 다가와서 그들을 도왔다.어떤 이는 차량 뒤쪽에 경고 표지를 설치했고 어떤 이는 경찰에 신고를 했으며 또 어떤 이는 휴지를 찾아서 출혈을 막아주었다.구급차는 경찰차보다 먼저 도착했다.의사는 부상자가 두 명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구급차를 한 대 더 부르려 했다.“전 괜찮습니다! 제 아내부터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의사는 배건후가 걸을 수 있고 말도 조리 있게 할 수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을 함께 태웠다.도아린은 산소마스크를 쓴 채로 몽롱하게 잠에 빠지려 했다.그녀를 살펴본 의사는 표정이 심각

  • 또 한 번의 거절   제713화

    급커브를 빠져나가면 피할 곳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녀는 급하게 액셀을 밟았다.차량 속도가 너무 빨랐기에 커브를 돌 때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았음에도 불구하고 자칫하면 차가 옆으로 넘어갈 뻔했다.도아린이 막 안도의 한숨을 돌리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트럭 한 대가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뒤쪽 트럭도 경적을 울렸고 맞은편의 트럭도 그에 응답하듯 경적을 울렸다.맞은편에서 오는 트럭이 도아린의 차를 향해 정면으로 돌진해 왔다. 그녀는 순식간에 온몸의 혈액이 머리로 쏠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건 계획된 살인이었다.그녀는 필사적으로 침착하려고 했지만 몸은 이미 마비된 상태였다.옆에서는 또 다른 트럭이 밀어붙여서 도망칠 공간이 없었다. 브레이크를 밟거나 정면충돌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그렇다고 속도를 줄이면 뒤에 있는 검은색 밴에 부딪힐까 봐 걱정이었다.‘돌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여자는 정말 남자보다 판단력이 약한 것일까?’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인 듯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지만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그 아슬아슬한 순간에 검은색 밴이 도아린의 차 앞으로 뛰어들었다. 검은색 밴은 급브레이크를 밟더니 도아린의 차와 트럭 사이를 가로막았다.맞은편 트럭 운전사는 이런 변수를 예상하지 못했는지 반사적으로 핸들을 꺾어 버렸고 도아린 옆에서 나란히 달리던 트럭과 충돌해 버렸다.두 대의 트럭은 세게 부딪히고 나서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 트럭에 있는 트레일러가 검은색 밴을 세게 들이받았고 ‘쾅’하는 소리와 함께 도아린도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밴에 부딪혀 버렸다. 그 충격에 검은색 밴은 완전히 납작하게 눌려 버렸다.에어백이 터지면서 그녀는 온몸이 쑤셨다. 머리가 지끈거렸고 시야도 흐릿해졌다.그때, 부서진 검은색 밴의 문이 힘겹게 밀려 열리더니 한 남자가 굴러떨어졌다.배건후였다. 그의 팔은 피투성이였고 새하얀 셔츠도 온통 핏자국으로 물들어 있었다.그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힘겹게 도아린의 차 앞으로 걸어왔다.“도아린,

  • 또 한 번의 거절   제712화

    배건후는 도아린을 따라 아래층 정원까지 내려왔다.“도아린...”그제서야 입을 열었지만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가 말을 끊어버렸다.“지금 소송 문제로 바쁘시잖아요. 더 이상 건후 씨 시간 낭비하지 않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도아린, 우리 제대로 이야기 좀 해.”“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배건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 앞을 막았다.“넌 그놈들의 이익을 건드렸어. 다들 널 가만두려 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경찰에게 내가 제공한 정보라고 말해. 그러면 나를 찾아올 거니까.”도아린은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눈빛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싸늘했다.어젯밤 그녀가 변슬기를 구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경찰뿐이었다. 경찰 측에서는 피해자의 신변 보호를 위해 도아린과 진수혁의 신분을 노출하지 않았다.주현정 역시 변슬기가 납치되었다는 사실만 듣고 그녀와 함께 병문안을 온 것이었다.하지만 배건후는 너무나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유민 씨가 말해줬어요?”배건후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 부정하지도 않았고 결코 인정하지도 않았다.그는 왠지 할 말이 많아 보였지만 단 한 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배건후는 손을 뻗어 도아린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녀의 차가운 시선을 보고는 허공에서 망설이다가 결국 손을 거두었다.“도아린, 넌 지금 보호가 필요해.”“보호가 필요하다고 해도 배 대표님의 보호는 필요 없어요.”도아린은 그가 건드리지도 않은 어깨를 툭 털어내고는 싸늘하게 말했다.“저희는 감정적으로 얽힌 사이도 아니고 경제적으로도 더더욱 아무 관계 없는 사이에요. 그러니까 앞으로 제 앞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그럼 법정에는 왜 간 거야?”그녀가 법정에 온 걸 보고 배건후는 몇 날 며칠 동안 설레발을 쳤다. 하지만 그의 설레는 감정은 결국 바닥에 내팽개쳐져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다.“법정에 간 건 저희 할머니 소송 때문이에요.”도아린은 그를 지나치고는 앞으로 걸어갔다. 배건후가 뒤를

  • 또 한 번의 거절   제711화

    강재민은 등을 돌린 채 손을 휘저으며 강재희를 돌려보냈고 그녀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나왔다.계단을 내려가던 그녀는 갑자기 위층에서 ‘쾅’ 하는 소리를 들었다.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였다....변슬기는 다치지 않았지만 극도의 공포를 겪은 탓에 밤사새 열이 올라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채원미가 밤새 그녀 곁을 지켰고 다음 날, 변우빈이 교대하러 왔다.그날, 도아린은 주현정과 함께 병문안을 왔다.“도 선생님!”변슬기는 도아린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질 듯한 얼굴로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아버지, 저 도 선생님이랑 단둘이 얘기하고 싶어요.”“그래. 몸이 안 좋으면 바로 불러.”변우빈은 주현정과 함께 병실 밖으로 나갔다.도아린은 침대 옆에 의자를 가져와 변슬기의 곁에 앉으면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어제 잡힌 건 기절한 두 놈뿐이에요. 나머지는 전부 도망쳤어요.”변슬기는 입술을 꾹 다물며 울음을 참았다.“대표님은 괜찮아요?”“몇 바늘 꿰매긴 했지만 큰 문제는 없대요.”도아린은 변슬기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보며 담담히 말했다.“슬기 씨가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어제 다들 걱정했어요.”변슬기는 살짝 시선을 피하더니 조심스레 물었다.“진 대표님도 제 걱정을 했을까요?”“당연하죠. 비서잖아요. 퇴근 후에 사고가 났으니 산재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죠.”변슬기의 가슴 한구석에서 두근거리던 감정이 도아린의 한마디에 싸늘하게 식어버렸다.“아... 그렇군요.”도아린은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변슬기의 반응을 살폈다.“오빠는 좀 눈치가 없는 편이라 어떤 감정이든 스스로 깨닫지 못할 때가 많아요. 그러니까 슬기 씨, 오빠한테 마음이 있는 거라면 직진하는 게 좋을 거예요.”변슬기는 살짝 움찔하더니 도아린을 쳐다보았다. 놀람, 기쁨, 그리고 믿기지 않는 듯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섞인 눈빛이었다.“도 선생님, 저... 저 같은 사람이 대표님이랑 어울릴까요?”“왜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죠?”도아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슬기 씨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에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710화

    변슬기는 겉옷을 벗은 후, 한쪽 어깨끈을 떼어냈다. 그리고는 재빨리 진수혁의 팔을 감싸서 지혈했다.무표정이던 그의 표정에 드디어 약간의 변화가 일었다. 진수혁은 굳어 있던 몸을 돌리며 낮은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전했다....“뭐라고? 창고가 털렸다고?”전화를 받자마자 남궁 유민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분노에 차서 주먹을 휘두르자 모니터가 박살이 났다.‘또 도아린, 그 여자야.’도아린은 그가 부자로 되어가는 길목에서 끊임없이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한, 그녀가 또 어떤 방해를 할지 알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났다. 해남에서 목장으로 위장한 불법 장기 매매 조직의 은신처가 발견되었으며 현장에서 두 명의 용의자가 검거되었다고 말이다.경찰은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이 지하 조직이 연성의 인신매매 사건과 연관되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었고 사람들은 어디에서든 이 사건을 화제로 삼아 얘기를 나눴다.강재희는 이 소식을 듣자마자 급히 강재민을 찾아갔다.“뉴스 봤어?”강재민은 1인용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손에는 얼음을 넣은 위스키 한 잔이 들려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깊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뉴스 봤냐고 묻잖아!”강재희는 그 앞까지 걸어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며 따져 물었다.“너 계속 인신매매 사건을 조사하고 있었잖아. 정말 몰랐어?”강재민은 천천히 눈을 떴다. 짙은 갈색인 그의 눈동자는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다. 강재민은 아무 말 없이 술을 한 모금 삼켰다.“대답해!”강재희가 날카롭게 말했다.“정말 몰랐던 거야? 아니면 그들과 같은 편에 선 거야?”강재희에게 인신매매 사건은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였다. 그녀는 사람을 물건처럼 이용해 먹는 자들을 제일 증오했다. 그보다 더 혐오스러운 것은 사람의 장기를 강제로 빼앗아서 거래까지 하는 끔찍한 범죄였다.비록 강재민은 항상 아버지의 반대편에 서서 살아왔지만 사실 그는 그동안 암암리에 계속 이 사건을 추적하고 있었다.강재희를 구해

  • 또 한 번의 거절   제709화

    도아린은 지름길로 달려갔다가 하마터면 발을 헛디딜 뻔했다. 그녀가 물웅덩이 근처에 도착했을 때, 변슬기가 힘겹게 기어오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손 이리 줘요!”도아린은 바닥에 엎드려 팔을 길게 뻗고는 그녀의 손을 붙잡으려 애썼다. 하지만 변슬기의 손은 진흙투성이였기에 잡자마자 미끄러져 버렸다.그녀는 손을 옷에 문질러서 대충 닦은 후 다시 손을 뻗었다. 도아린은 위에서 힘껏 끌어당겼고 변슬기는 아래에서 발을 굴렀다. 마침내 그녀는 물웅덩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진수혁이 한 남자와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그 남자는 쇠 파이프를 들고 있었기에 확실히 상대 쪽이 우세인 상황이었다.“일단 차로 가요!”도아린은 변슬기의 손을 잡고 황급히 뛰어갔다.차 안에서는 계속해서 남녀의 격렬한 신음이 흘러나오고 있었지만 변슬기는 금방 공포 속에서 탈출했다는 사실에 그것을 미처 인식하지 못했다.도아린 역시 음악을 끌 겨를도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진수혁 쪽으로 몰았다.갑자기 켜진 헤드라이트 불빛이 상대의 얼굴을 환히 비추었다. 순간, 그는 너무 눈부셔서 제자리에 멈춰섰고 그 틈을 타 진수혁이 상대를 발로 걷어찼다.차는 두 사람 앞으로 돌진하더니 급히 방향을 틀었다.“빨리 타요!”도아린이 소리쳤다.진수혁은 변슬기가 조수석에 앉았을 거라 생각해 본능적으로 뒷좌석 문을 열고 몸을 던졌다. 상대방은 그들이 도망치는 걸 보고 필사적으로 뒤쫓아왔다.그러자 도아린은 재빨리 후진했다. 문이 아직 완전히 닫히지도 않은 상태에서 차는 그들을 튕겨내듯 밀어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거칠게 액셀을 밟아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목장에서 마을로 향하는 유일한 도로에서, 경찰차 한 대가 그들과 스쳐 지나갔다. 세 사람은 그제야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실감이 들었다.도아린은 속도를 늦추고 진수혁에게 문을 제대로 닫으라고 했다.주변이 조용해지자 차 안에서 남녀의 격렬한 신음이 선명하게 들려왔다. 아까까지 벌벌 떨고 있던 변슬기는 이 소리를 듣고 순간적으로 몸이

  • 또 한 번의 거절   제708화

    갑자기 나타난 차는 더 이상 다가오지 않았고 차의 불빛도 순식간에 꺼져 버렸다.“가자. 가서 확인해 보자!”두 사람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고 나머지 한 명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뭐가 그렇게 급해? 아프단 말이야. 좀 천천히 해.”“넌 나 안 보고 싶었어? 난 너 보고 싶어서 죽을 뻔했는데...”차 안에서 희미한 소리가 들렸다. 상태를 확인하러 나간 두 남자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었다.‘굳이 이런 곳까지 찾아오다니...’‘제 발로 굴러왔는데 놓쳐서야 되겠어? 본때를 보여줘야지.’두 사람은 손짓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차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차와 점점 가까워질수록 소리는 더 선명해졌고 차까지 흔들리는 듯했다.하지만 차 안에 있는 사람들은 너무 몰두하는 바람에 누가 다가오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중 한 명이 차 문을 열려고 손을 뻗었지만 문은 잠겨 있었다.그중 한 남자가 창문을 두드렸다.“여기서 뭐 하는 거죠?”다른 쪽에 있던 남자도 말했다.“여긴 개인 목장이에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라고요. 신분증 좀 봅시다.”“윽...”낮은 신음과 함께 창문을 두드리던 남자는 갑자기 힘없이 쓰러졌다. 그러자 반대쪽 남자도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그때, 갑자기 뒤에서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퍽’하는 소리와 함께 쇠 파이프가 남자의 등 뒤를 강하게 가격했다.도아린은 진수혁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목덜미를 때리면 잠깐 기절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그녀는 목덜미를 때리려 했으나 손이 너무 떨려서 목덜미 대신 등을 세게 때렸다.남자는 곧바로 몸을 돌려 도아린을 잡으려 했으나 그때, 진수혁이 나타나서 남자의 목덜미를 가격했다.그러자 그 남자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무슨 일이야!”문을 지키던 남자는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을 들었지만 밤이라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들, 빨리 와! 그 여자가 도망쳤어!”안에서 남자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문을 지키던 남

  • 또 한 번의 거절   제707화

    변슬기가 고개를 돌리자 흐릿한 시야 속에는 작은 수레가 하나 보였고 그 위에는 각종 의료 기기와 약품이 놓여 있었다. 수술용 칼과 크고 작은 핀셋들도 줄지어 있었다.코를 찌르는 강한 피비린내가 그녀로 하여금 단숨에 정신 차리게 했다.이곳은 환경이 극도로 열악한 수술실이었다.변슬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 막 수술대에서 내려오려는 순간, 누군가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은 왜 이렇게 갑자기 소집했대?”“누가 알겠어? 어쨌든 일만 하면 돈을 받는 거잖아. 요즘 장기가 꽤 부족한가 봐. 이따가 피 뽑아서 상세 정보 올리면 바로 구매자한테서 연락이 올 거야.”“넌 네가 할 거 해. 난 얼음이나 가져올게. 저 여자 말이야. 아무래도 누굴 제대로 건드린 모양이지? 살아 있는 상태로 수술하라니...”어떤 남자와 여자가 대화를 나누며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변슬기는 다시 수술대에 누웠다. 너무 두려워서 그녀는 온몸이 저절로 떨렸다.비록 그들이 정확히 무엇을 하려는지는 몰라도 절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안민아는 그녀의 목숨을 원하고 있었다.‘뭐 얼마나 큰 원한이 있었다고...’예전에 변슬기는 혹시나 그녀가 괴롭힘을 당할까 봐 걱정되어 도유준을 때려준 적도 있었다.‘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렇게 비열한 방법으로 해코지하려 하다니...’그 여자는 얼음이 든 양동이를 들고 안쪽 욕실로 가서 욕조에 모두 부어 버렸다. 그리고는 욕조에 물을 틀었다.다른 남자는 변슬기 쪽으로 다가와 그녀의 팔에 붕대를 단단히 감은 뒤, 여러 개의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너무 많이 해 온 작업이라 무감각해졌는지 그는 변슬기의 눈꺼풀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피를 뽑은 후, 그가 자리를 뜨자 변슬기는 재빨리 몸을 일으켰다.‘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거야.’욕실에 있는 여자는 여전히 욕조에 물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따금 혼잣말을 했다.“얼음을 한 통 더 가져와야겠네. 아직 온도가 부족해.”변슬기는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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