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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01 - Chapter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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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화

그 순간, 시연은 유건의 눈빛 속에 순식간에 지나가는 감정을 알아차렸다.‘아마 내 착각이겠지.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내가 할 말은 꼭 해야 할 것 같아...’ 유건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뭔데?” 남자의 커다랗고 잘생긴 얼굴이 눈앞에 다가오자, 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잠시 후,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시선을 고정하고 입을 열었다. “저한테 더 이상 잘해주지 마세요.” 예전에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오갔던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사실 시연도 한때 잠깐 유건 때문에 흔들렸었지만, 현실이 그녀를 깨우쳐주었다. ‘이 남자는... 장소미 남자 친구야.’‘내가 이혼하지 않는 건 단지 장소미 일가에게 복수하기 위해서잖아!’ ‘그런데도 만약 내가 이 남자를 좋아하게 된다면, 결국 상처받는 건... 결국 나인데...’ ‘그건 정말 어리석은 짓이야. 그런 실수는 하면 안 돼.’ “뭐라고?” 유건의 미소가 사라지고, 눈빛이 어두워졌다. “무슨 뜻이야?” 시연은 고개를 조금 숙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날 지하철역 입구에서 하려다 못한 말인데요... 오늘 제대로 말할게요. 앞으로 저한테 잘해주지 마세요. 조금이라도요. 저... 저한테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시연의 머리 위에 늘 떠 있다가 언젠가 떨어질 것 같던 위태로운 칼이 드디어 떨어진 듯했다. 비록 자기 몸에 닿아 아프긴 했지만, 더는 그 칼이 떨어질까 늘 불안해하며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알 수 없는 해방감도 있었다. ‘나는 받은 은혜는 반드시 갚아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야...’ ‘이 사람이 계속 나한테 잘해주면 자꾸 이 사람이 장소미의 남자 친구라는 사실을 잊게 되고...’시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왜냐하면, 자꾸 잘해주시면 제가 그 은혜를 꼭 갚아야 할 것 같아서요.” ‘하.’ 유건이 소리 없이 코웃음을 쳤다. ‘갚아? 갚긴 뭘 갚겠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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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뭐?” 유건은 갑자기 몸을 돌려 잔디밭 위의 가녀린 여자를 응시했다. 점점 더 찌푸려지는 남자의 눈썹... ‘진짜 울고 있잖아!’ 그는 뒤에 있던 정기환에게 눈짓했다. “가서 물어봐. 무슨 일인지.” “네, 형님.” ‘젠장!’ 유건의 시선은 은범의 두 손이 시연의 어깨 위에 놓인 모습을 정확히 잡아냈는데, 가슴속 깊은 곳에서 두 갈래의 불길이 치솟는 기분이었다. ...“다 내 잘못이야.” 은범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얼굴로 말했다. “우주를 잘 봤어야 했는데... 내가 방금 이곳 매니저랑 얘기했어. 지금 우주를 찾고 있다고 했어.” 알고 보니, 아까 시연이 우주와 은범이 한참 뛰어다니는 걸 보고 잠깐 쉬라고 불렀지만, 신나게 놀던 우주는 쉬는 것을 마다했고, 은범이 물 한 모금 마시는 사이에 우주가 사라진 것이다. 시연은 걱정이 가득했지만, 이 일이 은범의 잘못은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자책하며 말했다. “네 잘못 아니야. 나 때문이야. 우주가 특별한 상황인데도 내가 방심했어. 내가 누나로서 제대로 돌보지 못했어...” 우주는 여느 아이들과는 달랐다. 여기에 지형도 낯설어 시연의 걱정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여기서 기다릴 수 없어. 나도 찾아볼게!” “시연아!” 은범은 그녀를 막아섰지만, 이내 말했다. “내가 같이 갈게.” “그래, 여러 사람이 함께 찾을수록 더 많은 도움이 될 테니까.” ...기환은 곧 상황을 알아내 유건에게 보고했다. “형님, 우리도 같이 찾아야 할까요?” 이 일을 몰랐다면 상관없겠지만, 알게 된 이상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시연의 ‘더 이상 잘해주지 마세요’라는 말이 유건의 머릿속을 스쳤다. ‘그렇게 말했는데도 이런 상황에서 자기를 돕는 내가 바보 같다고 생각하겠지.’ 유건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무 말도 하기 전에, 지하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걸 묻냐? 잃어버린 게 너희 형님의 처남이라고!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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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3화

‘아이를 지울 수 없었던 건, 언젠가 세 식구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겠지.’핸드폰 벨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유건이 전화를 받으며 짧게 말했다. “곧 도착한다.” 잠시 멈춘 뒤, 한 마디를 더 덧붙였다. “노은범에게도 연락해.” [형님, 그게...]기환은 잠시 망설였다. [지하가 분명 이번 기회에 형님이 시연 씨에게 점수를 딸 수 있을 거라고 했는데... 형님, 이건 좀 아닌 거 같은데요.] 하지만 유건은 참을성이 없었다. “뭐야? 두 번 말해야 알아듣겠어?” [아닙니다! 바로 연락하겠습니다.]전화를 끊고, 유건이 곧바로 마장 뒤편으로 향하고 있을 때, 가는 길에 은범과 마주쳤다. “고 대표님.” 은범은 특유의 차분하고도 점잖은 얼굴로 물었다. “방금 전화, 고 대표님 쪽에서 온 건가요?” “네.” 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한 후, 더 이상 말을 덧붙이지 않고 앞장서서 걸어갔다. ‘대체 무슨 일이야?’ 은범은 더욱 의아했다. ‘고유건이 여기에 왜 있는 거지? 게다가 시연이랑 관련된 일에 이렇게 적극적이라니. 둘 사이가 정말 단순히 환자와 의사 사이가 전부일까?’ ...승마장 뒤편의 인공 숲.지금 우주는 숲속의 바위 위에 갇혀 있었다. 알고 보니, 연을 날리던 중 바람이 너무 강해 연이 숲속으로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우주는 고집스럽게 연을 찾으러 숲으로 들어갔고, 결국 바위 위에 걸린 연을 발견했다. 문제는 바위 위로 올라가는 건 쉬웠지만, 내려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유건이 도착했을 때, 우주는 연을 품에 안고 바위 위에 앉은 채 내려오지 못하고 있었다. 아래에서는 정민환과 정기환이 어쩔 줄 몰라 하며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었다. “왜 안 끌어내리고 있어?” 유건이 묻자, 민환이 난감한 표정으로 답했다. “형님, 이 아이는 도무지 대화가 안 돼요. 가까이 가기만 해도 소리를 지르면서 발버둥 칩니다. 못 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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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4화

민환과 기환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보았다.‘이렇게 가버린다고? 시연 씨가 오기 전에 점수 딸 기회를 이대로 그냥 날려버린다고?’ “노은범 씨.” 유건은 걸음을 멈추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지시연 씨에게 이 일 말하지 마요.” 말을 끝내고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 남자의 입가에는 희미한 쓴웃음이 스쳤다. ‘그 사람... 내게 잘해주지 말라고 했으니까, 굳이 내가 우주를 구한 사실을 알 필요도 없지.’ ...“우주야!”시연은 전화를 받고 급히 달려가던 중 은범을 만났다. 은범의 등에 업힌 우주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시연은 간단히 우주의 상태를 확인하고, 다행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은범아, 정말 고마워. 이번 일로 괜히 너에게 폐를 끼쳤네.” 은범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준 데다, 예상치 못한 상황까지 자신을 위해서 해결해야 하니까 시연은 은범에게 아주 미안했다. 은범은 입을 열려다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그는 유건에 대한 이야기를 시연에게 하지 않기로 했다. 남자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시연을 향한 유건의 마음이 단순한 호기심만은 아니란 걸.‘괜히 경쟁 상대를 만들고 싶지 않아.’ 은범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고맙다는 말 할 필요 없어. 하나도 번거로운 거 없었어.” 시연은 우주의 상태에만 신경을 쏟아 은범의 말에 담긴 의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 얼른 방으로 들어가자. 우주 씻기고, 깨면 밥도 먹이고 약도 먹여야 하니까.” “그래. 들어가자.” ...‘CLOUD’에서의 시간은 나름 즐거웠다.은범과 시연은 우주를 데리고 ‘CLOUD’에서 하루를 더 머물고, 일요일 저녁이 되자 비로소 시연은 우주를 태산 요양병원으로 데려다주었다. 떠나려는 순간, 우주는 시연의 손을 꼭 붙잡으며 눈망울을 깜빡였다. “우주야, 누나랑 헤어지기 아쉬워? 누나가 다음 주에 또 올게.”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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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5화

“선생님이 말씀하시길, 올해 합격통지서는 우편으로 발송됐고, 너희 집 주소로 보냈다던데? 수령인은... 장소미야.”진아는 말끝을 흐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장소미가 일부러 너를 방해하려고 통지서를 중간에 가로챈 것 같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시연의 얼굴은 창백해졌다. ‘혹시 떨어질 수도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첫 관문부터 장소미한테 발목이 잡힐 줄이야!’ “시연아.” 진아는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면접 시작 시간은 10시야. 아직 시간이 있어.” ‘맞아!’ 시연은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어. 내 합격통지서를 반드시 찾아야 해.’ 시연은 곧바로 지씨 저택으로 향했다.‘합격통지서를 반드시 되찾아야 해!’ “진아야, 내 자리 좀 비워달라고 말해줘!” “알겠어, 얼른 가!” ...시연은 서두르며 지씨 저택에 도착했다. 문을 열어준 것은 한 가정부였다. “시연 아가씨...” 그녀는 문을 열며 어색하게 인사했다. 시연은 가정부를 차갑게 바라보며 물었다. “내 합격통지서 어디 있어요?” ‘...!’ 가정부는 당황해서 얼버무리기 시작했다. “그, 그게... 저는 잘 몰라요...” ‘흥.’ 시연은 가정부의 흔들리는 눈빛을 보며 속으로 냉소했다. ‘거짓말이야. 이 집안사람들은 하나같이 나에게 이렇게 함부로 대해. 내가 직접 찾아봐야겠어.’ 시연은 가정부의 대답에 신경 쓰지 않고 이내 2층으로 향했다. 그녀는 공구함에 든 망치를 꺼내 들고 잡동사니 방으로 향했다. “시연 아가씨?!”가정부는 깜짝 놀라며 급히 장미리와 지동성에게 각각 전화를 걸었다. 시연은 가정부의 말을 아예 무시한 채 장소미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망치를 한 손에 들고, 다른 손으로 서랍과 옷장을 마구 뒤지기 시작했다. “시연 아가씨, 이렇게 하면 안 돼요! 사모님이 아시면 큰일 나요!” 가정부는 뒤따라오며 만류했지만, 시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몇 분도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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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무슨 일이야?” 지동성이 황급히 뛰어오자, 바닥에 주저앉아 흐느끼는 아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보, 당신 딸 좀 봐! 여길 이렇게 난장판으로 만들었어! 경찰에 신고할 거야!” 시연은 장미리를 비스듬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침을 뱉어 장미리의 얼굴에 튀겼다. “퉤!” “악...!” 장미리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얼굴을 손으로 훑었다. 이내 광분한 듯 소리쳤다. “미쳤어! 이 정신 나간 년이! 너 정말 미쳤구나!” 짝!그 모습을 본 지동성은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시연의 뺨을 후려쳤다. “네 어머니한테 당장 사과해! 버릇없이 굴지 마!” 시연은 고개를 살짝 돌렸지만, 맞은 곳에 아프다는 감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차가운 절망과 끓어오르는 분노가 뒤섞여 온몸을 휘감았다. ‘하하...’ 갑자기, 시연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눈을 부릅뜨고 아버지를 노려보면서 웃음이 멈추질 않았다.‘하하... 이 사람들이, 내 모든 것을 망쳤어!!’‘가족, 학업, 사랑까지!! 이 원한은, 천 년이 지나도 풀지 않을 거야!!’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물을 닦아내고, 시연은 편지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봉투에 넣은 뒤, 품에 꼭 안았다. “지시연, 너 뭘 가져가는 거야?!!” 지동성이 말을 잇자, 시연은 날카로운 눈빛을 쏘아붙이면서 이를 악물고, 단호하게 말했다. “다 내 물건이에요!!” 그 눈빛에 순간적으로 지동성이 움츠러들었다. 결국, 지동성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시연을 막지도 못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시연은 핸드폰을 꺼내 들었고, 우선 장소미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신호음만 길게 울릴 뿐, 소미는 받지 않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바로 유건의 번호를 눌렀다. 마침 회의 중이던 유건은 핸드폰 화면이 반짝이는 걸 보고 잠깐 멍해졌다. 남자의 손을 살짝 들어 회의 중단을 알린 후, 창가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장, 소, 미, 어디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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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시연은 꼭 성공해야만 했다. 그래야 시연과 동생 우주가 사람답게 살 희망이 있다. “놔!!!” 소미는 가까스로 시연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벌떡 일어나서 그녀를 비웃으며 손가락질했다. “당연히 알지! 합격통지서가 너한테 얼마나 중요한지! 그러니까 찢어서 버렸지!” ‘뭐?!’ 시연의 동공이 급격히 수축하며 입술이 떨렸다. “...다시 말해봐.” “벌써 말했잖아.” 소미는 귀찮다는 듯이 귀 옆으로 늘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서 한 글자 한 글자 끊어 말하며, 독을 퍼부었다. “찢었어. 네 합격통지서, 내가 갈기갈기 찢어서 버렸다고.” 이어 그녀는 미친 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너 공부 잘하는 거 알아! 그래서 뭐? 네 앞길, 내가 직접 망쳤어! 넌 평생 나한테 밟히게 돼 있어!” “...” 시연은 입을 벌렸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고, 눈앞의 소미가 완전히 악마처럼 보였다. ‘이 악마는, 아버지가 우리 엄마를 배신했다는 살아 있는 증거야!! 내 아버지를 빼앗고, 우리 가족을 산산조각냈어!!’ ‘이제는 내 미래까지 짓밟으려 하고 있어!!’ ‘그리고 저 악마의 입술이 꿈틀거리면서, 또다시 독을 내뱉고 있어!!’시연이 두 주먹을 굳게 쥐자 뼈마디에서 ‘우두둑’ 소리가 났다. 그러다, 그녀는 이성을 놓아버린 듯이 ‘악마’에게 달려들었다. “악!” 소미를 바닥에 눕혀 버렸다. 시연은 양손으로 소미의 목을 졸라 움켜쥐었다. 시연의 얼굴은 눈물범벅이었지만, 눈빛은 메마른 듯했다. “네가 뭔데?! 은이가 그동안 보낸 편지를 가로채?! 우릴 3년이나 떨어뜨려 놓았잖아! 이제 와서 또 내 합격통지서까지?” “내가 왜 그랬냐고? 넌 너무 역겨우니까! 어릴 때부터 남자들한테 꼬리나 살살 치는 주제에 어디가 잘났다고 그래? 그러니까 노은범도 널 좋아했잖아!” 은범과 시연이 사귀었을 때, 소미는 질투로 미칠 지경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간신히 내가 얻은 자릴, 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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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경비원들이 앞으로 다가서서 시연을 완전히 포위했다. 그중 두 사람이 시연을 잡으려고 직접 손을 뻗자, 시연이 단호하게 외쳤다. “나한테 손대지 마!” 그녀는 다친 팔을 감싸 쥔 채, 휘청거리며 천천히 일어섰다. “도망칠 생각하지 마!” 조애린이 시연의 앞을 가로막으며 비웃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네가 사람을 폭행한 장면, 전부 CCTV에 찍혔어. 이미 경찰에 신고했다고!” 조애린은 원래 시연이 겁을 먹을 거라 예상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상대방의 반응은 담담하기 그지없었다. 시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비웃었다. “그래? 좋아. 그러면 여기서 경찰이나 기다리지, 뭐.” 그렇게 말하더니, 시연은 바로 옆에 있던 의자에 털썩 앉았다. 시연의 두려운 것 없다는 듯한 태연한 모습에 조애린은 당황했다. ‘...이 여자, 진짜로 미친 거 아냐?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고?’ ...소미는 근처 병원으로 바로 이송되었다.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의사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연조직이 부어올라서 당분간 목소리에 영향을 줄 수 있어요. 약 바르시고, 이틀 정도 말을 삼가세요.” 유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병실로 들어갔다. 소미는 이미 잠들어 있었고, 그녀의 목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다. 유건은 깊게 미간을 찌푸렸다. ‘도대체 지시연과 장소미 사이에 무슨 원한이 있는 거지?’ ‘단순하게 보자면 한 명은 내 법적인 아내고, 한 명은 내가 결혼을 약속한 여자라서? 하지만, 이건 우리 중 누구도 원했던 관계는 아니잖아.’ ‘둘 사이에,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을 거야.’ 그때, 유건의 핸드폰이 울렸는데, 발신자는 주지한이었다. 유건은 병실을 나와 전화를 받았다. [형님, 큰일 났어요! 조애린 씨가 신고해서, 시연 씨가 경찰서로 끌려갔어요!]...유건이 경찰서에 도착했을 때, 조애린이 이미 먼저 와 있었다. 그는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고 곧바로 본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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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유건은 순간 얼어붙었고, 동공이 좁아졌다. ‘이게 뭐야...?’ 그리고 순간적인 충동으로 가방을 뒤적였는데, 한눈에 봐도 전부 은범에서 온 가득 찬 연애편지였다! 유건은 차갑게 웃으며 편지를 힘껏 밀어 넣은 뒤, 가방 입구를 단단히 묶은 뒤 더 이상 볼 생각조차 없었다. ...유건은 차를 집 앞에 세우고, 시연이 밖으로 나오는 걸 보았다. 그는 시연에게 차에 타라는 신호로 경적을 한 번 울렸다. 하지만 시연은 들은 척도 안 하고, 유건을 힐끔 보지도 않은 채 앞만 보고 걸었다. 유건은 찌푸린 눈썹을 하고 문을 열고 내렸다. “지시연! 지시연!” 두 번이나 불렀지만, 시연은 아무 반응도 없었다. 유건은 그녀를 쫓아가 손목을 붙잡았다. “어디 가는데? 타, 집에 가자.” “그 더러운 손 치워요! 나한테 손대지 마요!” 시연은 마치 유건이 전염병이라도 옮길 것처럼 격렬하게 반응했다. 유건은 눈살을 찌푸리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더럽다고?” “그래! 당신 더러워요! 장소미랑 가까운 사람은 다 더러워요. 다 쓰레기들이에요!” 시연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거친 욕설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유건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더욱 확신이 들었다. ‘둘이...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너랑 장소미, 원래 아는 사이였어?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시연은 코웃음을 쳤다. “알고 싶어요? 당신 여자 친구한테 물어봐요. 그 사람이 그걸 말할 용기나 있을지 모르겠지만.” ‘역시나...’ 유건은 더욱 미간을 좁혔다. “너희 사이에 뭔가 있었다는 건 짐작했지만, 꼭 이렇게까지 독하게 말해야 해? 너도 곧 의사가 될 사람이잖아. 기본적인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시연은 또다시 코웃음을 치며 비웃었다. ‘예의? 그건 정말 정상적인 사람한테만 해당하는 거야.’ 하지만 굳이 유건에게 설명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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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화

“시연아!” 유건은 순간적인 공포에 휩싸이며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병원으로 가자!” 고통이 너무 심해, 시연은 더 이상 유건의 손길을 거부할 힘조차 없었다. 임신한 이래로 지금까지,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웠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혹시... 아이가 나보다 먼저 결정을 내린 걸까?’ ‘나는 어떻게 할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는데...’ ‘아이의 아버지도 이 아이의 존재조차 모르고, 그 사람이 알게 된다 해도 반기지 않을지도 모르잖아.’ ‘그리고 아이의 엄마인 나는... 너무나도 무력해.’ ‘나 혼자 살아가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그래서, 아이가 스스로 떠나려는 걸까?’ 갑자기 시연은 유건의 옷깃을 꽉 움켜잡았고, 힘이 들어가 목덜미에 핏줄까지 도드라졌다. “고유건 씨...!” 그녀는 힘겹게 유건의 이름을 불렀다. “말해.” 아마도 통증에 정신이 혼미해져서일까... 그 순간, 시연이 자기 눈앞의 남자가 놀라울 정도로 다정해 보였다. 남자의 눈빛도, 목소리도... “...아기...” 시연은 힘겹게 숨을 내쉬며 속삭였다. “내 아이... 내 아이를 지켜 줘요...” 유건은 여자의 차가운 이마에 입을 맞추며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너도, 아이도... 아무 일 없을 거야.” 의사인 시연의 입장을 고려해, 유건은 그녀를 강울대학교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으로 데려갔다. “선생님!” 그는 응급실로 뛰어 들어가며 외쳤다. “검사실로 데려가 주세요! 산부인과 오현철 과장님도 당장 호출해 주세요!” “네!” 간호사가 유건을 진료실 밖으로 안내하려 하자, 시연이 그의 손을 꽉 붙잡았다. 공포에 질린 그녀는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보호자는 안에 계시면 안 됩니다.” 이 원칙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시연이었다. 하지만, 시연도 사람이라 감정이 무너져 원칙을 생각하지 못했다. “고... 유... 건... 고...”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할지도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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