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힘차게 두근거리는 심장은 그녀의 진심을 속일 수 없었다. 전혀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고 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자신에게 잘해준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얼마 되지 않는 만큼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누군가 시연에게 친절을 베풀면, 그 작은 호의조차도 그녀는 감사하게 여기며 마음에 새겼다. 그리고 남이 자신에게 베푼 작은 호의를 열 배로 갚으려 했다. ... 강울대학교병원을 나선 시연은 고씨 가문의 본가로 돌아갔다. 고상훈은 매우 기뻐하며 곧바로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고, 시연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며칠 동안 네가 없어서 그런지, 우리 유건이도 뭘 그렇게 바쁜지 하루 종일 얼굴을 못 봤어. 마침 잘 됐어, 저녁에 같이 밥을 먹자.” 그러나 전화를 걸자, 유건은 말했다. [할아버지, 저 바빠서 못 돌아갑니다.] “뭐가 그렇게 바빠?” 고상훈의 얼굴이 굳어졌다.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을 것 아니냐? 더군다나 시연이가 출장 갔다가 일주일 만에 돌아왔는데...” [할아버지, 회의가 있어서 이만 끊을게요.] 전화를 끊어버린 것이다. 고상훈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이런 고얀 것! 정말 무례하군!” “할아버지.” 시연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유건이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을.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있잖아요. 오늘 저녁엔 아무 데도 가지 않고 할아버지랑 밥도 먹고, 같이 바둑도 두고, 불경도 읽어드릴게요. 괜찮죠?” “좋지, 좋지.” 순식간에 고상훈은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 그날 저녁, 유건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시연은 소파에서 눈을 떴다. 그때 욕실에서 물소리가 들려왔다. ‘고유건이 돌아왔나?’ ‘침대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으니, 아마 아침에 돌아온 것 같네.’ 물소리가 멈추고, 유건은 욕실에서 나와 곧바로 옷방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녀를 보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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