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맞이한 휴일이었지만, 시연은 여전히 바빴다. 이미 맡아둔 번역 원고는 모두 마무리했고, 오늘은 편집장을 만나러 가야 했다. ‘그리고, 이제 이 아르바이트도 그만둬야겠어.’ 이제 은범의 마음을 확실히 알게 된 이상, 시연은 은범의 마음을 끊어내기 위해 더 이상 그의 호의를 받을 수 없었다. ‘게다가, 곧 시험 준비도 해야 하고, 양 교수님 쪽 일까지 맡으면 더 바빠질 테니까.’ 편집장은 아쉬워했고, 시연이 찾아간 임진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진아가 신경 쓰는 부분은 좀 달랐다. “노은범 쪽은, 진짜로 아무 희망도 없는 거야?” 이 일에 대해, 진성빈이 진작에 진아에게 말해주었다. 그제야 진아도 알게 되었다. 바로 은범이 지난 몇 년간 전혀 행복하지 않았다는 걸. 시연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사람 집안에서 날 받아줄 리 없어. 똑같은 아픔을 이미 한 번 겪었어. 두 번 겪고 싶진 않아.”이 말의 무게를 진아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었다. 그 시절, 시연이 어떻게 버텨냈는지 곁에서 지켜본 사람이 바로 진아였다. “그래, 우리 일에 집중하자. 장래의 지시연 교수님!” “헤헤, 좋아!” 하지만, 지금 공부가 우선이기 전에 해결해야 할 큰 문제가 있었다. 바로 시연의 배 속의 아이... 여러 번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시연은 결정을 내렸다. ‘이 아이는 지우자. 아이에게 미안함은 있지만, 이대로 남겨두는 게 꼭 좋은 일일까?’ ‘건강할지 아닐지도 모르고, 아버지는 아예 존재하지 않으니까.’ ‘아마 이 아이도, 세상에 태어나길 원하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의 상황은 유건이 강제로 임신중절수술을 강요하던 그때와는 달랐다. 이번에는 시연이 스스로 결정한 것이었다. 병원도 직접 알아보고, 사전 예약도 마쳤다. 오늘은 우선 검사를 받아야 하고 검사 결과는 당일 안에 바로 나온다. 시연은 진료실 앞 긴 의자에 앉아 결과를 기다렸다. 그 시각, 병원 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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