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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41 - Chapter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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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1화

‘이런 식으로 오해받을 줄 알았으면, 애초에 말도 꺼내지 말걸.’ 시연은 한숨을 삼키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오늘 은범이와 있었던 일은 내 잘못이 있었어요. 하지만, 절대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에요.” “근데, 당신의 첫 반응이 뭐였는지 알아요? 나를 가벼운 여자라고 단정 지었잖아요.” 유건은 순간 당황했다. “나는...” “내 말 끝까지 들어주세요.” 시연은 조용히 말을 이었다. “내 개인적인 문제로 인해, 당신이 나를 못 믿는 건 이해해요.” “그럼 화내지 마. 앞으로 안 그럴게.” 유건은 진심으로 다급했다. “이해한다고 했지, 받아들인다고는 안 했어요.” 시연은 쓸쓸하게 웃었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정말 결혼했다고 쳐요. 앞으로 이런 비슷한 일이 또 생긴다면, 당신은 확실히 지금과 다르게 행동한다고 장담할 수 있어요?” 유건은 입을 다물었다. “...보장할 수 없죠?” 시연은 가늘게 속눈썹을 떨며 조용히 말했다. “결혼에서 가장 중요한 기반은 신뢰예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믿지 않잖아요. 그러면 우리는...” “그만해.” 유건은 그녀를 놓아주며 한걸음 물러섰다. 얼굴에 드리운 불쾌함과 짙은 분노가 터져 나오기 직전이었다. “말을 그럴싸하게 꾸미긴. 솔직히 말해봐. 그냥 네 첫사랑 돌아오니까 미련이 남아서 그런 거 아니야?” 그는 숨이 턱 막혔다. ‘이제 뭐라고 해도 소용없겠네.’ 둘 사이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유건은 입꼬리를 비틀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네가 진짜로 그 사람이랑 잘될 거라고 생각해?” “그 자식이 제대로 된 놈이었으면, 3년 전에 널 그렇게 버리고 가지도 않았어.” 시연의 온몸이 얼어붙었다. “...내 과거를 조사했어요?” “조사 아니야. 그냥 알아본 거지.” 유건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내가 결혼할 여잔데, 그 정도는 당연히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야?” ‘어이가 없네. 이제 남의 사생활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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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2화

시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담담히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병원 일 때문에요.” “그래?”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바라봤다. “금방 씻고 올게. 바로 옆에 있을 테니까.” 그는 고개를 숙여 시연의 입술에 가볍게 입 맞추고 일어섰다. “샤워하고 올게.” “네.” 그가 욕실로 향하자, 시연의 얼굴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어떻게 저럴 수 있지?’ 방금까지도 그렇게 싸웠는데,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진짜 결혼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할아버지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건가?’ ...유건이 씻고 나왔을 때, 시연은 이미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다가와 여자 곁에 누웠다. 한 손으로 시연을 끌어안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겹쳤다. “여보, 여보...” 남자의 체온이 점점 뜨거워졌다. 순간, 시연은 두려움이 밀려와서 유건을 밀어내며 조용히 말했다. “안 돼요.” 유건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왜? 꽤 여러 날 지났잖아. 괜찮을 거야. 조심할게.” “그게 아니라...” 순간, 시연의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는 침을 삼켰다. “그냥... 피곤해서요. 오늘은 안 하고 싶어요.” 말이 끝나자, 공기가 순간 얼어붙었다. 유건은 조용히 그녀를 내려다봤다. ‘화났나? 근데 나 진짜 하고 싶지 않아.’ 시연은 숨을 고르며 남자의 반응을 살폈지만, 입술이 살짝 벌어져, 불규칙한 숨이 새어 나왔다. 이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는 유건은, 억눌렀던 분노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터져 나왔다. 그는 비웃음을 흘리며, 눈빛이 점점 날카로워지고, 차갑게 가라앉아갔다. ‘또... 나를 오해하겠지?’ “내가 한 말, 진짜로 흘려들었구나?” 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첫사랑 돌아오니까, 이제 나한테는 순결한 척하겠다는 거야?” ‘뭐?’ 시연은 순간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러나, 유건은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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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3화

진아는 전화로는 도저히 시연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못할 것 같았다. 시연은 곧바로 경찰서로 향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진아가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었다. “시연아, 드디어 왔구나!” “응.”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가면서 말해.” “응... 사실 성빈이 누나도 와 있어. 지금 안에서 성빈이랑 얘기 중이야.” ...경찰서 안. 성빈은 팔짱을 낀 채 눈앞의 누나를 향해 억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누나, 나한테 그렇게 화내서 뭐 해? 이건 예전처럼 장난 수준이 아니야. 똑똑히 들어. 네가 건드린 상대는 고유건이라고.” “뭐?” 성빈은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다친 건 장소미잖아. 고유건이랑 무슨 상관인데?” 성빈의 누나인 진하유는 한숨을 푹 내쉬며 동생의 이마를 쿡 찔렀다. “아직도 상황 파악이 안 돼? 장소미가 누구야? 고유건의 여자야! 그러면 네가 고유건이랑 상관없는 일이겠어?” 성빈은 입을 다물었다. ‘이건... 예상 못 했는데...’ “너한테 말해봤자 소용없어.” 하유는 가방을 챙기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 나는 가볼게. 가서 방법을 찾아볼 테니까, 너는 괜히 더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얌전히 있어!” 그녀는 문을 향해 걸어가다가 안으로 들어오는 시연과 진아를 마주쳤다. 하유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왔어. 부탁 좀 할게. 이놈, 좀 말려줘.” “네, 조심히 가세요.” “진아야! 시연아!” 성빈이 손을 흔들며 능청스럽게 웃었다. “어쩐 일이야? 이렇게 아름다운 손님들이 오다니, 경찰서 분위기가 확 살겠는데?” “너, 진짜 웃음이 나오냐?” 시연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성빈을 바라보았다. “너 이제 애도 아니잖아. 도대체 왜 장소미를 쳤어?” “쳐서 다친 게 아니라, 자기가 알아서 당한 거지!” 성빈은 억울한 듯 목을 바짝 세웠다. “그 여자가 네 합격통지서 찢어버렸어. 네 앞길을 막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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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4화

‘이 상황에서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성빈이가 무사한 거잖아.’ “이럴 땐 좀 알아서 행동해. 네 안전보다 중요한 게 어딨어?” “나는 괜찮아...” 성빈은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지금 경찰서에 잡혀 있는 게 얼마나 심각한 일인데.’ 시연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너만 괜찮으면 끝이야? 그러면 너희 가족들은? 나랑 진아는? 네가 다치거나 일이 더 커지면, 우리 마음은 편할 것 같아?” “그래도, 장소미한테 가서 비는 건 절대 안 돼!” ‘얘가 진짜...!’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찰서 문이 열렸다. 은범이 변호사와 함께 들어왔다. 성빈의 눈이 반짝 빛났다. “와! 역시 네가 올 줄 알았다. 친구를 이렇게 내버려둘 리가 없지!” “쓸데없는 소리 좀 그만해라.” 은범은 차갑게 그를 흘겨보며, 곧바로 시연을 바라봤다. “성빈이 말이 맞아. 괜히 네가 나설 필요 없어. 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너랑 진아는 밖에서 기다려.” 그가 오자, 시연은 한결 마음이 놓였다. ‘그래... 은범이가 있으면 해결할 방법이 있을 거야.’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병원. 장소미는 간병인과 매니저 조애린의 도움을 받아 갓 깁스를 한 다리를 조심스럽게 거치대에 올려놓고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급하게 열렸다. 유건이었다. 그는 소미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즉시 모든 스케줄을 정리하고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 “고 대표님 오셨네요.” 조애린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그럼 전 이만 물러날게요. 두 분, 편히 이야기 나누세요.” 그녀는 소미를 힐끔 보며 눈짓을 보냈다. ‘기회야, 잘 잡아.’ 소미는 피식 웃었다. ‘이렇게까지 바로 달려와 주는 걸 보면... 아직 희망이 있는 거 아닐까?’ 하지만, 유건은 자리를 뜨라는 그녀의 뜻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잠깐 있어. 할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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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화

경찰서. 은범과 변호사가 안에서 나오자, 진아와 시연이 재빨리 다가갔다. “어때?” 은범은 살짝 미간을 좁히며 확실한 답을 주지는 않았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생각보다 간단한 일이 아니야. 변호사가 시간을 좀 더 쓰면 해결할 수 있을 거야. 나만 믿어, 알겠지?”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은범은 변호사를 먼저 배웅한 뒤, 그제야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제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차에 올라탄 후, 먼저 진아를 집에 내려주고, 그다음 시연을 기숙사까지 데려다줬다. 도착하자, 시연은 차에서 내리며 은범과 함께 숙소 입구까지 걸어갔다. “은범아!” 그가 차로 돌아가려는 순간, 시연이 불렀다. 은범은 곧장 돌아섰다. “왜?” 시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혹시... 상황이 진전되면 전화해 줄 수 있어?” ‘아무리 나랑 상관없는 일이라도, 성빈이 일은 결국 나 때문인데... 그냥 모른 척할 순 없잖아.’ 은범은 잠시 멈칫하다가,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운전 조심해.” 시연은 은범을 향해 가볍게 손을 흔들며 그가 차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지켜봤다. ‘성빈이 문제, 생각보다 심각한 거 아닌가...?’ 머릿속이 복잡해진 채, 시연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기숙사 앞. 시연이가 얼마나 그렇게 서 있었을까... 누군가 옆에 다가왔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뭐 보고 있어?” 낯익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 순간, 시연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건 씨?” 그녀는 고개를 들자, 유건이가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언제 왔어요? 전화라도 하지.” 유건은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슬랙스에 단정한 셔츠, 언제나 깔끔하고 단정한 모습. “깜짝 놀라게 해주려고.” 그는 짧게 웃었다. ‘놀라긴 했지... 근데 기분 좋은 놀람은 아니야.’ 유건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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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화

시연이 양갈비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유건도 모르게 입에 군침이 돌았다. ‘이렇게 잘 먹는 건 처음 보네.’ 시연은 순식간에 한 접시를 비워버렸다. 그런데, 시연이 뼈를 깨끗이 발라내며 아쉬운 듯한 눈빛으로 접시를 내려다봤다. ‘더 먹고 싶나?’ 유건은 피식 웃으며, 서빙 직원에게 손을 들었다. “소갈비 한 접시 더 주세요.” “네, 고 대표님.” 시연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지며 쑥스러운 듯 입술을 살짝 깨물며 조용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별거 아...” 그때, 유건의 핸드폰이 울렸다. ‘주재호?’ 화면을 확인한 그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재호야.” 그는 잠시 시연을 보며 말했다.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네.”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유건이 창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바라봤다. 그 순간, 유건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렸다. “그래, 장소미 사고 건 말이야. 이건 네가 맡아.” 순간, 시연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큰일 났다.’ ‘주재호... G 시 최고의 변호사. 이 사람이 맡으면, 이길 확률 100%...’ ‘이 사람이 장소미한테 주재호 변호사를 붙였다고?’ ‘그러면 성빈이는?’ 순간, 시연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안 돼, 이거 은범이에게 알려줘야 해.’ 시연은 급하게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유건이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왜 그래?” 유건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 “아...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시연은 애써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유건은 미소를 지었지만, 그녀가 자리를 뜨는 순간 그 미소는 차갑게 사라졌다. ‘뭐야? 지금 분명 뭔가 숨기고 있는데.’ 시연은 서둘러 식당 구석으로 가서, 핸드폰을 열어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은범아.” 그리고, 단 몇 걸음 뒤에서. 그 목소리를 유건은 똑똑히 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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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7화

유건이 화가 났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의 눈빛은 불길처럼 이글거렸고,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는 애써 참고 있었다. 그러다가,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어디 가려고요?” “집에 가야지.” 유건은 싸늘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면, 아직도 밥 먹을 기분이야?” ‘...이 분위기에, 내가 무슨 입맛이 남아 있겠어.’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유건은 아무 말 없이 차고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는 차 문을 열고 그녀를 태우더니, 자신도 조용히 운전석에 앉았다. 차가 출발했다. 차 안은 숨 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운전하는 내내, 유건은 전방만 똑바로 응시한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핸들을 쥐고 있는 유건의 손가락이 심하게 경직돼 있었다. “할 말 없어?” 갑자기, 유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뭐요?” “나한테 할 말 없냐고?” 그는 살짝 고개를 돌려 시연을 흘겨보았다. ‘이게 무슨 뜻이지?’ ‘장소미 일은 이미 다 알았을 텐데, 굳이 또 무슨 말을 해야 하지?’ 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남자를 바라봤다. 그런데, 그 침묵이 유건을 더 자극했다. ‘내가 이렇게까지 떠봤는데도, 이 여자는 끝까지 모른 척인 거야?’ ‘아주 좋아. 그럼, 나도 더 이상 배려할 필요가 없지.’ 그는 입술을 꽉 다물고, 기어를 한 단계 올렸다. 차는 빠른 속도로 본가로 향했다. 그리고, 그렇게 도착할 때까지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도착하자, 유건은 차에서 내렸다. 시연도 조용히 따라 내려섰다. 그러나, 그녀가 안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유건이 먼저 걸음을 멈췄다. 그는 여자의 손목이 다시 한번 붙잡혔다. “어디 가려고?” “나... 할아버지 뵈러 가려고요.” 시연은 애써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단둘이 같이 있는 건 너무 숨 막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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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화

그날 밤, 유건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연도 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했다. 하루 종일 일어난 일들로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었다. 그러다 새벽이 되기도 전에 그녀는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침 식사 중, 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은범이?’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어떻게 됐어?” 반대편에서 은범이가 무겁게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상황이 그렇게 녹록하지는 않아.] ‘역시...’ [상대방 측 입장이 워낙 강경하고, 거기다 주재호 변호사까지 붙었으니까.]‘주재호... 그 사람 능력으로 봐선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 [그래도 아직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걱정하지 말라고?’ 그 말은 시연에게 별다른 위로가 되지 않았다. “...알았어.” 그녀는 힘없이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고, 식탁 앞에 앉아 있었지만, 더 이상 음식이 목으로 넘어가지 않았다.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어. 성빈이는 결국 나 때문에 다친 거나 마찬가지야.’ ‘나라도, 직접 장소미를 만나야 해.’ ...병원, VIP 병동. 본가에서 나온 후, 시연은 곧장 강울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그녀는 자신이 병원 의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VIP 병동까지 무사히 들어왔고, 지금 병실 문 앞에서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손을 들어 노크했다. “들어와.” 시연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그리고 너무나 차가운 목소리. 장소미의 목소리였다.시연은 천천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병실은 조용했다. 침대 위, 오른쪽 다리에 깁스한 소미가 다리를 높이 올린 채 느긋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시연을 보자마자 잠시 놀란 듯했다. “너였어?” 시연은 한 걸음씩 다가가, 침대 앞에서 멈춰 섰다. “사과하러 왔어요.” “사과?” 소미는 비웃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뭘 사과하겠다는 건데?” 시연은 잠시 눈을 내리깔았다. “다치게 한 사람이 내 친구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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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시연은 미묘한 불안감을 느끼며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소미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네가 유건 씨의 곁을 떠난다면, 고소를 취하해 주지.” 순간, 시연의 가슴이 세차게 뛰었다. ‘역시... 이럴 줄 알았어.’ 그러나 그녀는 막상 직접 듣게 되니 가슴이 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소미는 매끄러운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넘기며, 여유롭게 덧붙였다. “잘 생각해 봐. 넌 사랑받지 못하는 여자가 될 거야. 한쪽은 너를 사랑하지 않는 남편, 한쪽은 어릴 적부터 함께한 소중한 친구.” “이제 선택해.” 둘의 시선이 서늘하게 맞부딪혔다. 하지만, 시연은 오랜 고민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짧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떠날게요.” ‘...뭐?’ 소미의 눈이 순간 커졌다. 그녀는 깜짝 놀라 숨을 들이마셨다.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는데...’ “그러니까, 약속 지켜요. 고소는 반드시 취하해줘요.” 그 말을 남기고, 시연은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소미는 두 손을 꽉 움켜쥐었다. ‘...됐다. 이건 기회야. 절대 놓칠 수 없는 제일 좋은 기회!!’ ...병원을 나서자마자, 시연은 곧장 본가로 향했다. ‘약속했으니까, 최대한 빨리 떠나야 해.’ ‘고소 취하가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바로 본가에서 나와야 할 것 같아.’ 다행히, 지금은 본가에서 조용했다. 시연은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 옷장으로 향했다. 그녀는 옷가지들을 하나둘 정리하며, 마음이 이상하게 가라앉았다. ‘그래도 다행이야. 짐을 전부 옮기지 않았으니까.’ 시연의 짐은 기숙사에 대부분의 물건이 남아 있어, 많이 챙길 필요도 없었다. 유건이 사준 옷들은 그녀가 손끝 하나도 대지 않았다. 그런 것들은, 애초부터 그녀 것이 아니었으니까. 시연은 그렇게 약 30분 만에 모든 정리를 끝낸 뒤, 캐리어를 조용히 끌고, 1층으로 내려왔다. 혹시라도 집사 이호민이 눈치채고 고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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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화

‘이혼이라니...’전화기 너머에서 그 말이 들려온 순간, 유건은 가슴을 순간적으로 움켜쥐었다. 숨이 턱 막히고, 한순간 귓가가 먹먹해졌다. ‘...또 이혼이야? 벌써 두 번째...’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지.’ ‘처음과는 다르게, 이 여자... 이제 진짜 내 아내인데...’ ‘하지만, 이 여자 또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듯 태연하게 이혼 이야기를 입에 올리다니!’ ‘그래, 결국 너한테는 나도 다른 놈들이랑 똑같은 거지?’ ‘필요 없으면 버려도 되는, 가볍고 하찮은 존재.’ 분노, 억울함, 배신감... 그 모든 감정이 뒤섞이며 유건도 한순간 폭발했다. [지시연, 또 이혼하자고?] 남자의 목소리가 위험하게 느껴질 정도로 낮아졌다. [너 혼자 결정하면 끝이야? 내 허락도 없이?]시연은 예상했던 반응이지만, 그럼에도 목이 타들어 갔다. “...왜요?” 그녀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유건 씨도 장소미 좋아하잖아요. 우리가 이혼하면, 이제 제대로 함께할 수 있잖아요.”[...헛소리하지 마.]유건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리고, 참아왔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채 폭발했다. [이혼? 그럴싸한 핑계를 대면서 떠날 생각 하지 마.][대체 이유가 뭐야? 갑자기 이혼하자는 이유가 뭐냐고!]시연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유건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이유를 알아낼 것이다. “...그게...” 순간, 시연이가 머뭇거렸다. 예전에 유건이 자신의 병원 실습을 중단시켰던 일이 떠올랐다 ‘고유건은 내가 건드릴 수 없는 사람이야.’ 그녀는 자세를 낮추고, 솔직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유건에게 간절히 부탁해야만 한다고 생각해서 시연이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장소미예요.” 그 순간, 유건의 눈빛이 위험하게 날카로워졌다. [장소미가 뭐라고 했는데?]시연은 한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솔직히 말하지 않으면 그가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란 걸 알았다. “내가... 장소미를 찾아갔어요.” “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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