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31 - Chapter 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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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차 안은 숨 막힐 듯 고요했다.유건은 감정을 지운 얼굴로 시연을 바라봤다.‘이 여자, 내 속을 긁어놓으려고 태어난 거야?’‘예전엔 결혼하기 싫다고 하니 화를 내고, 이제는 막상 결혼하려고 하니 또 화를 낸다?’남자의 냉랭한 태도에 시연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 수 없었다.‘내가 더 이상 신경 안 쓰기로 했으면 됐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지시연.”유건은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삼키며 막 입을 열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고상훈이었고, 유건과 시연에게 서둘러 돌아오라는 전화였다.[어디쯤이냐? 밥 먹으러 온다며?]“할아버지, 거의 도착했어요.”유건이 전화를 끊을 때쯤, 차는 이미 본가 정문 앞에 도착했다.유건의 눈빛이 깊어졌고, 목소리는 한층 차가웠다. “일단 식사부터 하자.”“네, 알겠어요.”...오늘 고상훈의 기력은 제법 좋아 보였다. 최근에는 식욕도 돌아온 듯했다.유건과 시연은 고상훈과 함께 식사를 마쳤고, 식사 후 시연은 고상훈이 약을 챙겨 먹는 것까지 확인했다.이후 유건과 고상훈이 따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시연은 혼자 방으로 돌아왔다.어젯밤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시연의 몸이 축 늘어졌다. 샤워를 마치고 소파에 기대자마자 곧 깊은 잠에 빠졌다.시연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이미 창밖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그녀는 벌써 일곱 시가 넘은 것을 핸드폰으로 확인하고 깜짝 놀랐다.그 순간, 방 문이 열렸다. 시연이 고개를 들자, 유건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깼어?”“네.”유건은 불을 켰고, 방 안이 환해졌다.시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다. “알람 맞추는 걸 깜빡했네요. 할아버지 배고프시겠어요.”“움직이지 마.”유건이 그녀의 어깨를 눌러 다시 소파에 앉혔다. “일어나지 않아도 돼. 할아버지 식사도 하셨고, 약도 드셨어.”“아, 다행이에요.”시연은 안도하면서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유건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배 안 고파?”유건의 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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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시연은 여전히 유건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입술을 꼭 다물고 말없이 고민하다가 겨우 입을 뗐다.“당신도 알잖아요... 내 일...”그녀가 말하는 건, 자신의 ‘깨끗하지 못한’ 과거였다.‘그때 고유건이 얼마나 나를 경멸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어.’유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거짓말이었다. 하지만, 그런데도 그는 시연을 원했다.“누구에게나 과거는 있는 법이야. 네가 그렇듯이, 나도 있어. 그러니, 이제 서로 빚진 거 없어. 그러니까 우리도 이제 더 이상 서로를 탓하지 말자.”“아니에요. 우리는 달라요.”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여자의 행동이 유건의 화를 돋웠다. 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뭐가 다르다는 거야?”“나... 내 아이...”시연은 두 손을 아랫배 위에 올렸다.‘아. 말하는 건 바로 이것이었어?’유건의 시선이 그녀의 배로 향하며 표정은 단호하고 진지했다.“지시연, 잘 들어. 이 말은 단 한 번만 할 거야.”“오늘부터 내가 이 아이의 아버지야. 나는 생부가 누구인지 알고 싶지 않아. 그리고 너도 다시는 내 앞에서 그 얘기를 하지 마.”시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머릿속이 텅 빈 듯, 그저 멍하니 남자를 바라볼 뿐이었다.“동의해?”유건은 그녀를 깊이 응시하며 눈빛에는 긴장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가 스며 있었다.“나...”“싫다고 하면 안 돼.”시연이 입을 떼려는 순간, 남자의 목소리가 단호하게 끊었다.그리고 다음 순간, 유건은 한 손으로 시연의 뒷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으로 턱을 받쳐 올리더니, 눈을 감고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깊고도 길게 이어진 입맞춤.서로의 숨결이 얽히고, 두근거리는 심장이 귓가에 선명히 울렸다.시연은 점점 힘이 풀려, 유건의 품에 푹 안겼다.유건도 시연을 품에 꼭 안으며, 손가락 끝으로 여자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속삭였다.“말해. 동의한다고.”“...그래요.”시연은 마치 홀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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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뭐라고요?”시연은 눈을 크게 뜨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유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우린 이미 합법적인 부부야. 결혼식 준비도 진행 중이고, 너도 직접 동의도 했어. 같이 자는 게 이상해?”“아, 아니... 그건 맞죠.”시연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러면 침대에서 함께 자자.”유건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난 아직 할 일이 좀 있어서 서재에 다녀올게. 먼저 자.”“아... 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불안했다.유건이 방을 나가자, 시연은 침대를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걸터앉았다.그녀는 이 침대에서 자본 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유건과 함께 자는 건...‘우린 이미 가장 가까운 관계까지 나아갔어. 그런데 같이 잠드는 게 아직도 부담스럽다고?'‘내가 아직도 현실감이 없었는데, 정말 그 사람과 진짜 부부가 되는 거야?’‘근데... 갑자기 왜 이러지?’‘어젯밤 때문인가, 아니면 할아버지 때문인가?’시연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꽤 오래 뒤척였지만 좀처럼 잠들지 못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문이 열리는 소리에 시연은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남자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그리고 옷장을 여는 소리가 나더니, 남자는 곧 욕실로 향하는 소리.또한 샤워기에서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려왔다.‘그 사람이... 샤워하는구나.'갑자기 물소리도 멈추고, 다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이어서 이불이 살짝 들리며, 침대가 남자의 무게로 내려앉았다.그 순간, 따뜻한 팔이 시연의 허리를 감쌌다.시연은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나 유건은 만족하지 않은 듯 여자를 조금 더 품 안으로 끌어당겼다.그러고 나서 그는 시연의 목덜미에 가볍게 입술을 가져갔다.“유건 씨...”시연은 결국 참지 못하고 조용히 불렀다. “그러지 마요...”“왜 안 돼?”남자의 저음이 낮게 울리며 가벼운 웃음이 섞였다.“그냥 뽀뽀야. 걱정하지 마, 오늘은 안 건드릴게.”그러면서 유건은 시연의 턱을 잡아 돌리고는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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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시연은 당연히 기억하고 있었다.‘고유건이 이제부터 내 아이가 이제 자신의 아이라고 말했어.’시연은 순간 숨이 막히며 고개를 숙였다. 마치 잘못이라도 한 듯.“참나.”유건은 그녀의 손을 쥐고 부드럽게 주무르며 말했다. “한마디 했다고 삐치기야? 내 잘못이네, 너무 단도직입적이었지. 언제 시간 돼?”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실습이 거의 끝나서 이번 주는 비교적 한가해요. 그래도 병원은 나가야 해요.”“좋아.”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면 병원 도착하면 전화할게.”“네, 알았어요.”아침 식사 후, 유건은 시연을 강울대학교병원까지 태워다 주었다. 직접 차에서 내려 외과 건물 앞까지 데려다주었다.“여기까지면 됐어. 가봐.”시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래요.”유건은 간단히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점심 잘 챙겨 먹어.”시연은 그가 이렇게까지 세심한 사람이었나 새삼스러웠다.‘이렇게까지 챙기는 거 보니, 모든 여자한테 다 이러는 건가?'‘예를 들면, 장소미...’순간적으로 기분이 가라앉았으니, 그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알았어요.”“그러면 간다.”“네.”남자가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시연은 깊게 숨을 내쉬었다. 이틀 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으니까.‘모든 것이 나에게는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 깨고 싶지 않은...’...강울대학교병원에서 회사로 가는 길.유건은 일정표를 확인하며 주지한에게 지시했다. “지한아, 점심시간 좀 비워둬.”“네, 형님. 무슨 일정 있습니까?”“응, 촬영장에 좀 가야겠어.”...오전 내내 촬영을 한 장소미는 지쳐 있었다. 감독이 컷을 외치자마자 조애린이 반짝이는 눈으로 다가와 속삭였다.“고 대표님 오셨대.”“유건 씨?”소미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진짜?”“거짓말이겠어? 어서 가봐. 기다리시잖아.”“응, 금방 갈게!”소미는 의상을 손에 들고 서둘러 휴게실로 향했다.그날 밤 이후로 그녀는 유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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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유건은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맞는 말이기도 하고, 틀리기도 해.’‘나는 시연이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 이유는 시연이가 아니라, 나 자신 때문이었지.’유건은 목울대를 한 번 움직이고 담담히 말했다. “내 문제야. 다른 사람과는 상관없어.”책임감 있는 말이었다. 그렇지만 소미의 마음은 조금도 위로받지 못했다.그녀는 남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래요. 유건 씨의 문제예요. 그러면 제가 받은 약속은요? 아무 설명도 없이 이대로 끝낸다고요? 이유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아요?” 유건은 잠시 침묵했다가 얇은 입술을 떼었다. “설명할 게 없어. 미안해.” ‘배신은 배신이야. 변명할 수 없을 땐 결국 미안하다고 끝내는 거니까.’소미는 숨이 막히는 듯 유건을 바라보며 시야가 흐려졌다. “그래서... 우린 이걸로 끝이에요?” “응.” 유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서며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내가 너에게 잘못했어. 네 미래는 내가 책임질게. 네가 결혼할 때까지는 반드시 널 보호할 거야.”그는 말을 마치고 잠시 소미를 바라보다가 눈을 돌렸다. 소미는 고개를 돌려 눈을 감으며 냉랭하게 말했다. “알았어요. 나가세요.”어색한 침묵이 잠시 흘렀다. “그래. 그러면 갈게.” 유건은 조용히 몸을 돌려 대기실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순간, 소미는 온몸을 주체할 수 없이 떨기 시작했다. 눈엔 붉은 분노의 빛이 가득했다.‘내가 단 한 걸음만 더 가면 곧 고유건의 아내가 될 수 있었는데... 지시연! 네가 감히 중간에 끼어들어?’‘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깟 어려서 맺은 정혼 약속 때문에?’ ‘웃기지도 않네.’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난 절대 이렇게 끝내지 않을 거야.’ ‘지시연은 지동성의 친자식이었지만, 결국 지씨 집안에서도 내쫓긴 신세잖아!’ ‘결국 난 지지 않아. 질 수 없어.’“소미야.” 문이 열리며 조애린이 들어왔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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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시연은 어쩔 수 없이 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연아,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시연은 급하게 말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너, 지금 시간 괜찮아?” “아, 맞다!” 진아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탁 쳤다. “나 출근해야 해! 시연아, 나 먼저 갈게!” 떠나기 전, 유건을 향해 손을 흔들며 명랑하게 인사했다. “고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뛰어갔다. 그 순간, 유건이 갑자기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시연은 미간을 좁히고 따라갔다. 차에 오르자마자, 유건은 말이 없었다.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시동도 걸지 않았다. 시연은 그가 화난 걸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어색한 침묵을 깨고, 유건이 입을 열었다. “지시연.” 그는 옅은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넌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네 가장 친한 친구한테조차 소개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아니에요!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시연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유건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며, 짜증이 묻어났다. “나는...” “진짜 이유를 말해.” ‘이 여자, 결혼할 때도 마지못해 승낙하더니, 이제 와서 내 존재를 숨기는 건 뭐야?’ ‘내가 창피한 거야? 아니면 애초부터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거야?’ 시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솔직하게 말했다. “진짜 이유? 나는 우리 관계가 오래갈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요.” 유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남자의 먹먹할 정도로 깊어진 눈동자가 시연을 꿰뚫듯 응시했다. “그게 네 생각이야? 내가 결혼을 장난으로 한다고 생각해?” “아니에요?” 시연은 피하지 않고 똑바로 유건을 쳐다보았다. “처음부터, 당신은 돈으로 이 결혼을 산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녀는 더 솔직해졌다. “게다가, 당신... 장소미에게도 결혼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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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유건은 인내심이 바닥난 듯 시연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고개를 들게 했다. “말해.” 그러나 시연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눈썹을 찌푸렸다. “제발, 나가서 이야기하면 안 돼요? 사람들이 다 보잖아요!” 남자의 손을 뿌리치고 급히 진료실을 뛰쳐나갔다. 유건은 순간 멈칫했다. ‘이거... 내가 부끄러운 거야?’ 그는 곧장 따라 나가 그녀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시연은 당황한 듯 몸을 비틀며 저항했다. “가만히 있어요.” 유건은 낮게 웃으며 속삭였다. “너도 의사면서, 내가 한 질문이 그렇게 부끄러울 일인가?” “아직도 말해요?” 시연이 홱 고개를 들며 볼을 잔뜩 부풀렸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노려봤다. “알았어, 안 할게.” 유건은 두 손을 들며 투항했지만, 여전히 입가엔 미소가 남아 있었다. 그는 시연의 머리 위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생각했다. ‘이렇게 쉽게 얼굴이 빨개지다니. 진짜 귀엽네.’‘그 남자는 대체 어떻게 이 여자를 버린 거지?’ ...차에 올라타자, 유건은 먼저 시연의 안전벨트를 채워준 후, 트렁크에서 무언가를 꺼내 건넸다. “뭐예요?” 시연이 의아하게 바라보자, 유건은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 “열어 봐.” 그녀는 뚜껑을 열자, 안에는 가득한 간식과 사탕이 들어 있었다. “흠.” 유건은 살짝 헛기침하며 덧붙였다. “첨가물 없는 거야. 임산부는 자주 배고프다며? 너 저혈당도 있잖아.” 시연은 놀란 눈으로 남자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고마워요.” 그러나 유건은 불만스러웠다. “다른 말로 해.” 시연은 그를 맞춰줄 생각이 전혀 없다는 듯, 사탕 하나를 꺼내 껍질을 벗기더니 입에 넣은 뒤, 눈을 살짝 감으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탕, 진짜 맛있네요.” ‘그리고... 이 사람, 참 다정하네.’ 그 순간, 유건이 그녀의 손을 살짝 잡았다. “다 먹으면 또 사 줄게.” 시연은 잠시 멈칫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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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시연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다니. 드문 일이지만, 나쁘지 않군.’ 유건은 바쁜 와중에도 핸드폰이 울리자 곧장 확인하고 받았다. “시연아.” [유건 씨.] 그녀는 아직 유건과 친근하게 부르기에 익숙하지 않았다. [오늘 저녁에 약속이 있어서 나 혼자 들어갈게요. 책은 다음에 유건 씨가 와서 가져가면 안 돼요?]“약속?” 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남자야, 여자야?”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어요.] 시연은 솔직하게 답했다. [유건 씨가 아는 사람들이에요. 임진아랑 진성빈.] ‘아, 여사친... 그리고 남사친.’ 유건은 긴장을 풀었다. “알겠어. 어디서 만나? 너무 늦으면 내가 데리러 갈게.” 합리적인 제안이었다. 시연은 장소를 알려주며 말했다. [일찍 끝나면 그냥 혼자 갈게요.] “알았어.” 전화를 끊었지만, 유건의 기분은 완전히 개운하지 않았다. ‘그래도 절친들 모임이라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난 저런 자리엔 낄 자격이 없는 건가?’ ‘하, 좀 더 분발해야겠네.’ ...진아가 도착했을 때, 시연은 짐 정리를 마친 상태였다. “다 챙겼어. 우리 가자.” 진아는 시연의 팔을 끼고 신나게 말했다. “가자, 가자! 오랜만에 성빈이가 쏘는 거잖아. 아주 탐탁해!” 두 사람은 웃으며 식당 ‘가을’으로 향했다. 입구에 도착해서 직원에게 진성빈의 이름을 말하자마자 바로 좌석으로 안내받았다. 문이 열리자, 이미 성빈이 도착해서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의 의자를 당겨주었다. “우리 선생님들, 고생했어. 먹고 싶은 거 다 시켜. 내 카드가 눈물 흘리는 거 보고 싶진 않지만, 오늘은 참아야지.” 진아가 성빈을 흘겨보며 말했다. “그럼 당연히 실망하게 하면 안 되겠네!” “역시 임 선생님, 깔끔하시네.” 익숙한 농담과 웃음 속에서, 시연은 진아 옆에 바짝 붙어 앉아 메뉴를 골랐다. 음식을 시키자마자 빠르게 요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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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이제 와서 무슨 말을 더 하려는 거야?’ “시연아.” 은범은 불안한 기색을 띠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금방 놓아줄게. 하지만, 내 말 조금만 들어주면 안 돼?” 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우린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텐데?’ “무슨 말을 하려는 거야?” “할 말이 있어.” 은범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3년 전, 내가 너한테 상처 줬어. 그건 내 잘못이야. 하지만 지금은 달라.” ‘...뭐가 달라졌다는 거야?’ 시연은 차갑게 물었다. “뭐가 달라?” “알아.” 은범은 미안한 듯 눈을 피하며 말했다. “지난번에 우리 어머니가 너한테 심한 말 한 거... 하지만 걱정하지 마. 이제 어머니는 우리 사이를 방해할 수 없어.” ‘...무슨 뜻이지?’ 시연은 순간 멍해졌다. “나 집에서 나와서 독립했어.” 은범은 멈추지 않고 계속 말했다. “단순히 나오기만 한 거 아니야. 내 사업을 시작했고, 이제 경제적으로 완전히 자립했어. 집안에 기대지 않아도 돼.” ‘...나 때문에 가족과의 관계까지 끊어버렸다고?’ 시연은 관자놀이가 쿵쿵 뛰기 시작했다. ‘이건 너무 감정적인 결정이야.’ “노은범, 네 부모님이야. 그렇게 하는 건 옳지 않아. 가족은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관계가 아니야...” “괜찮아.” 은범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부모님을 외면하겠다는 게 아니야.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찾아갈 거야. 하지만, 그 이유로 내가 원하는 삶을 포기할 순 없어.” 그의 목소리가 낮지만 단단했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진심이구나.’ 시연은 충격에 말을 잃었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3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날 이렇게 아껴주고 있네...’ ‘하지만, 이젠 감당할 수 없어.’ ‘나는 이미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약속했고, 그리고 배 속에는 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가 있었는데...’ ‘우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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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성빈은 코를 문지르며 머쓱하게 웃었다. “내 잘못이야. 다시는 안 그럴게.” “그 말 꼭 지키세요, 성빈 도련님.” 진아는 비웃듯 말했다. “은범이한테도 전해. 시연이는 지금 대학원 준비하느라 바쁜데, 자기 집안 문제로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말라고.” “알았어.” 성빈은 대충 대답하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찌푸렸다. “근데 대학원? 아까 하려던 말 못 했는데, 시연이 특별전형 석사 과정 아니었어?” “그건...” 진아는 순간 말을 멈추더니, 자신이 실수했다는 걸 깨달았다. 그러다 이내 뻔뻔하게 말을 이었다. “특별전형 석사 과정... 그거, 그 늙은 마녀랑 그 딸년이 다 망쳐놨어. 시연이가 너한텐 말하지 말랬어.” “뭐? 그런 일이 있었어?” 성빈은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미쳤네. 완전히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잖아!” “야, 진짜 그러지 마라.” 진아가 황급히 성빈의 팔을 붙잡았다. “네가 이럴까 봐 시연이가 숨긴 거야. 이미 지난 일이고. 그냥 모른 척 넘어가자.” 성빈은 차갑게 웃었다. “그래, 알았어.” 하지만, 성빈이 이런 문제를 정말로 그냥 넘길 리가 없었다. ‘시연이는 가족도 없잖아. 그럼 내가 친오빠처럼 챙겨야지.’ ...유건은 시연을 차에 태우며 문을 닫았다. 남자의 손길은 다소 거칠었다. “이제 말할 수 있겠어?” “...네.” 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건은 코웃음을 쳤다. “절친들이랑 밥 먹는다고 했지. 근데 설명 좀 해봐. 노은범은 언제부터 네 절친이 된 거야?” 시연은 이마를 짚으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몰랐어요. 약속한 적 없고, 거기 온다는 것도 몰랐어요.” 한동안 차 안은 정적이 흘렀다. 그러다 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노은범을 알아요?” ‘이 사람은 단순히 은범이를 아는 것뿐만 아니라, 분명히 우리 과거까지도 알고 있을 거야.’ 유건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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