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어쩔 수 없이 진아에게 시선을 돌렸다. “시연아, 이게 무슨 상황이야?” “아, 아무것도 아니야...” 시연은 급하게 말을 돌리며 물었다. “그런데 너, 지금 시간 괜찮아?” “아, 맞다!” 진아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탁 쳤다. “나 출근해야 해! 시연아, 나 먼저 갈게!” 떠나기 전, 유건을 향해 손을 흔들며 명랑하게 인사했다. “고 대표님, 안녕히 계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급히 뛰어갔다. 그 순간, 유건이 갑자기 몸을 돌려 반대편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시연은 미간을 좁히고 따라갔다. 차에 오르자마자, 유건은 말이 없었다. 운전대에 손을 올린 채, 시동도 걸지 않았다. 시연은 그가 화난 걸 알았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어색한 침묵을 깨고, 유건이 입을 열었다. “지시연.” 그는 옅은 비웃음을 흘리며 그녀를 바라봤다. “넌 대체 나를 뭐로 생각하는 거야? 네 가장 친한 친구한테조차 소개할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아니에요! 그런 거 절대 아니에요.” 시연은 황급히 손을 흔들었다. “그러면 뭐가 문제인데?” 유건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지며, 짜증이 묻어났다. “나는...” “진짜 이유를 말해.” ‘이 여자, 결혼할 때도 마지못해 승낙하더니, 이제 와서 내 존재를 숨기는 건 뭐야?’ ‘내가 창피한 거야? 아니면 애초부터 결혼할 마음이 없었던 거야?’ 시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솔직하게 말했다. “진짜 이유? 나는 우리 관계가 오래갈 거라고 확신할 수 없어요.” 유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남자의 먹먹할 정도로 깊어진 눈동자가 시연을 꿰뚫듯 응시했다. “그게 네 생각이야? 내가 결혼을 장난으로 한다고 생각해?” “아니에요?” 시연은 피하지 않고 똑바로 유건을 쳐다보았다. “처음부터, 당신은 돈으로 이 결혼을 산 거나 마찬가지잖아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그녀는 더 솔직해졌다. “게다가, 당신... 장소미에게도 결혼을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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