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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51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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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어쩌지?’시연은 막막했다. ‘결자해지라고 하잖아.’ 이렇게 생각하면서 다시 한번 장소미를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고유건이 그렇게 장소미를 사랑하는데, 만약 장소미가 직접 부탁하면 놓아주지 않을까?’ ‘어쨌든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봐야 해.’ 한시가 급해서 시연은 곧장 강울대학교병원의 VIP 병동으로 향했다. 병실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굳어버렸다. ‘이게 뭐야...’ 그녀는 눈앞의 광경에 발이 묶여버렸다. 자신이 너무 급한 나머지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유건이 있을 줄은 몰랐다. 유건은 병상 옆에 앉아 사과 껍질을 정성스럽게 깎고 있었고, 소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무언가 나지막이 이야기하고 있었다. 소미가 먼저 시연을 봤다. 고개를 살짝 들어 올린 그녀는 시연과 시선을 맞추더니 입가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기분 좋은 듯 손을 흔들며 말했다. “진 선생님, 어서 와요.” “아... 네.” 시연은 발이 천근만근처럼 무거웠다. 한 발 한 발 조심스레 옮겨가며 두 사람 앞에 섰다. 슬쩍 유건을 봤지만, 그는 마치 시연을 없는 사람 취급했다. 사과 껍질을 끝까지 깎아낸 유건은 과육을 가지런히 잘라 접시에 담아 소미에게 건넸다. “자, 먹어.” “고마워요.” 소미는 자연스럽게 받아 한 조각을 입에 넣었고, 그러고 나서야 시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진 선생님, 무슨 일로 오셨어요?” “아... 그게...” 시연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이 살짝 창백해지며 입을 열었을 때, 목소리가 심하게 갈라졌다. “혹시... 소송은 이미 취하하셨나요?” “네?” 소미가 잠시 멍해졌지만, 이내 웃음기가 희미해졌다. “당연하죠. 왜요? 설마 제가 약속을 어길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죠?” “그런 뜻은 아니에요.” ‘어쩌지...’ 시연은 속으로 덜컥 겁이 났다. 그녀는 이 병실에 들어온 순간부터 단 한 번도 자신을 쳐다보지 않은 유건을 향해 어렵게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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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2화

“아, 그래요.” 유건이가 떠나자마자, 소미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여자의 눈썹이 깊게 찌푸려지고, 눈빛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고유건... 왜 그렇게까지 진성빈을 놓아주지 않는 거야?’ ‘정말... 나를 위해 복수를 하려는 거야?’ ‘진성빈과 지시연이 그렇게 가까운 사이인데, 고유건조차 봐주지 않는다면... 그 이유 말고는 떠오르는 게 없는데...’ ‘아니면, 지시연의 이상한 행동들 때문에 고유건이 언짢아진 걸까?’ ‘하지만 나 역시 고유건에게 ‘특별한 존재’야...’ 소미는 유건이 정성껏 깎아준 사과를 한 조각 집어 들고 천천히 씹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러니까 지시연, 결국 누가 웃게 될지는 모르는 거야.” ...VIP 병동 입구. 시연은 멍하니 서서 멀리 어딘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돌아보지 않았지만,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바로 유건이었다. 그가 시연 옆에 다가와 나란히 섰다. 시연은 낮고 거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왜 아직 안 갔어? 날 기다린 거야?” 시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이미 결과가 뻔한 일을 가지고, 더 이상 당신을 귀찮게 하진 않을 거예요.” “뻔한 결과?” 유건은 눈을 반쯤 내리깔고, 잠시 멈칫했다. 그는 시연이가 결국 자신에게 매달릴 거라 생각했지만, 현실은 아니었다. ‘이 여자, 여전히 나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군.’ 이렇게 생각하자 유건은 화가 치밀어 올랐고, 냉소하며 물었다. “그래? 네가 아는 게 뭔데? 한번 말해봐.” 시연은 손가락을 꼭 쥐었고, 입술을 떼며 조용히 말했다. “고 대표님은 사랑하는 여자를 기쁘게 해주려고 하는 거잖아요.”“첫째, 장소미 앞에서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싶으시죠? 둘째, 장소미가 다쳤으니 고 대표님도 가슴이 아파서... 그러니까 나도 다 이해해요.” “이해한다고?” 유건의 눈빛이 싸늘해졌고,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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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유건이 거실로 들어서자마자, 날카로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혼자만 돌아온 거냐?” 고상훈은 지팡이를 짚고, 이호민의 부축을 받으며 눈을 부라렸다. “하나만 물으마. 시연이는 어디 갔지?” 유건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벌써 할아버지가 아셨다고? 생각보다 빠른데.’ ‘뭐, 그럴 만도 했지. 한집에 살던 사람이 사라졌는데, 숨긴다고 될 일이 아니었으니까.’ 고상훈이 시연을 얼마나 아끼는지 유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유건 자신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네, 떠났어요. 아마 다시는 안 돌아올 거예요.” “이놈!” 고상훈은 손에 쥔 지팡이를 번쩍 들었다. “어르신!!” 이호민이 놀라 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 “할아버지!!” 다행히 유건도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빼 한 발짝 물러섰다. “이 녀석이 감히 날 피해?” 고상훈은 거친 숨을 내쉬며 씩씩댔다. “솔직히 말해라. 네가 시연을 내쫓은 거냐?” “제가요?” 유건은 기가 차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대체 누가 손주인지 모르겠네.’ ‘하지만, 그 배은망덕한 여자는 신경도 안 쓸걸?’ ‘떠날 때, 할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생각했을까?’ 그는 기분이 더러워져 굳이 변명할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래요, 제가 그랬다고 치죠.” “어처구니없는 놈!” 고상훈은 다시 한번 지팡이를 들어 올리면서 손끝을 미세하게 떨었다. “결혼할 때부터 내키지 않아 하더니만, 이럴 줄 알았어!” “시연이한테 제대로 못 해준 것도 모자라, 결국 내쫓았다고?” 노인의 눈빛은 매섭기 그지없었다. 지금까지 고상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 보고 있었다. “너, 결국 그 여배우 때문이지?” ‘...?’ 유건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할아버지가 장소미까지 알고 계신다고?’ 그는 한순간 뜨끔했지만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할아버지, 이건 소미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헛소리 집어치워!” 고상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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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시연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할아버지는... 어떻게 되셨나요?”전화기 너머에서 이호민이 고상훈의 상태를 전했다.“네, 집사님, 알겠습니다.”전화를 끊은 시연은 눈을 감고 깊이 생각에 잠겼는데, 손을 내렸을 때 눈빛은 한층 맑아져 있었다.‘그래... 이제야 알겠어.’‘고유건이 이혼을 원치 않는 이유는, 바로 할아버지 때문인 거야.’‘애초부터 우리의 결혼은 계약이었고, 그 계약의 중심엔 할아버지가 있었어.’‘그런데 나는 하필이면 할아버지가 큰 수술을 앞둔 시기에 이혼을 요구했고, 고씨 가문의 본가에서 나오려 했어...’‘할아버지가 이 상황을 아셨다면, 당연히 우리의 이혼을 받아들이지 않으셨을 거야.’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내가 너무 어리석었어. 어떻게 이런 실수를 저지를 수 있지?’‘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근데 답은 하나뿐일 것 같아... 바로 고유건을 만족시키는 것...’‘고유건이 만족해야만 성빈을 살릴 수 있으니까.’인제야 모든 것이 명확해진 듯했다. 시연은 지체할 겨를 없이 가방을 챙겨 본가로 향했다.본가 앞에 도착하자,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시연은 초인종을 눌렀고, 응답한 사람은 이호민이었다.[사모님! 돌아오셨군요?]시연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네, 집사님.”...이호민이 문을 열려는 순간, 계단을 내려오던 유건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가로막았다.“열지 마십시오.”“도련님?”이호민이 당황한 얼굴로 되물었다. “왜요?”유건은 냉랭한 얼굴로 짧게 대답했다.“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열지 마세요.”“하지만... 알겠습니다.”이호민은 어쩔 수 없이 인터폰을 끊었다....밖에서 대화를 모두 들은 시연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역시... 쉽게 풀릴 일이 아니야.’그녀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뚜- 뚜-몇 번의 신호음 끝에 연결되었다.“유건 씨.”시연은 긴장한 듯, 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남자의 목소리는 무심하고 건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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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5화

비가 촘촘히 내렸다.유건은 우산을 들고 눈을 살짝 내리깔았지만, 시선은 여전히 시연을 향해 있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태도였다.시연은 온몸이 비에 젖은 채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유건 씨.”그 순간, 유건은 이성을 잃었고, 단숨에 시연에게 다가가 우산을 그녀 손에 쥐여 주었다.“이거 받아!”“네...”시연은 멍하니 우산을 잡았다.잠시 후, 유건은 자기 재킷을 벗어 여자 머리 위로 덮었다.“바보야! 우산도 없이 나왔어?”시연은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깜빡했어요...”유건은 그녀를 흘깃 노려보더니, 거칠게 어깨를 감쌌다.“들어가!”그는 거의 시연을 반쯤 안은 채로 본가 안으로 데려갔다.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유건은 우산을 대충 한쪽에 던진 후, 시연을 바라보았다.“위층에 가서 씻어.”시연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그녀는 빠르게 계단을 올라가 방으로 들어갔다.잠시 후, 조용한 1층에 주방에서부터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시연은 소리가 나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그곳에 있던 유건은 한 손에 컵을 들고 있었다. 그는 시연을 흘깃 보더니, 컵을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앉아.”“네.”시연은 조용히 의자를 당겨 앉았다.유건도 그녀 옆에 앉으며 뜨거운 김이 올라오는 컵을 가리켰다.“마셔. 생강차야.”“고마워요.”시연은 컵을 두 손으로 감싸고, 조심스럽게 한 모금씩 마시면서도 마음이 불안했다.‘이 사람... 화가 풀린 걸까?’‘나에게 직접 생강차까지 끓여주다니.’유건은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가만히 앉아 있었고, 시연이 거의 다 마신 걸 확인한 후에야 입을 열었다.“이제 말해. 왜 온 거야?”시연은 잔을 내려놓고, 긴장된 얼굴로 남자를 마주 보았다.‘지금 이 사람이 화내지 않은 것은, 나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 것 같아.’“내가 잘못했어요. 함부로 이혼 얘기를 꺼낸 건 정말 내 실수였어요. 미안해요.”“잘못했다고?”유건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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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6화

비가 완전히 그치자, 유건은 말없이 차에서 내려 앞장서 걸었다.‘정말 기숙사까지 왔네.’시연은 남자의 한 발짝 뒤에서 따라갔다.갑자기 유건이 멈춰 서더니 돌아보았다.“뭐 해? 안 따라오고.”“아, 갈게요!”유건의 의도를 알 수 없어 조심스러웠지만, 시연은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었다.기숙사 입구에 서서, 유건은 말없이 팔에 걸쳐 있던 재킷을 시연에게 내밀었다.시연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고, 멍한 눈으로 남자를 바라보았다.여전히 말없이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는 유건.하얀 셔츠 아래 드러난 단단한 남자의 팔뚝이 눈에 띄었다.유건이 시연을 바라보았다.“기숙사 관리인한테 말하고 와. 내가 들어가서 네 짐을 옮겨야 하니까.”‘아, 그 뜻이었구나.’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관리인에게 다가가 허락을 받은 후, 문 앞에서 손짓하며 말했다.“이제 들어와도 돼요!”유건은 미소를 지으며 성큼성큼 걸어왔는데, 오래된 기숙사는 어둡고 낡아 보였다.남자의 미간이 점점 깊어졌다.“계속 여기서 살았다고?”“네... 그런데 왜요?”시연은 유건이 왜 불만스러워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괜히 사람을 자극하고 싶지 않아 얼른 열쇠를 꺼내 문을 열었다.“짐은 다 싸놨어요. 옮기기만 하면 돼요.”좁은 방 안에는 두 개의 침대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가득 쌓인 짐들로 채워져 있었다.유건은 방 안으로 들어서며 고개를 돌렸다.남자의 큰 키 탓인지 방이 더 비좁아 보였고,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이런 곳에서 어떻게 지낸 거야...’그는 짐을 살펴보더니 곧바로 캐리어를 들었다.“이게 다야?”“네, 다예요.”시연도 함께 짐을 들려 했지만, 유건이 날카롭게 말했다.“놔. 네 상태에서 짐 옮기는 게 가능하다고 생각해?”그 말에 시연은 움찔하며 손을 뗐다.‘맞다, 나 임신했잖아.’실은 이 사실에 시연보다 유건이 더 신경 쓰고 있었다.“내가 할 테니까 넌 가만히 있어.”그는 단호하게 말하며 짐을 들고 밖으로 나갔지만, 곧 다시 돌아와 남은 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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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화

시연은 망설이며 입을 열었다.“시간이 늦었네요...”유건이 그녀를 바라보며 입가를 살짝 올렸다.“그래, 씻어야지. 네가 먼저 씻을래, 아니면 내가 먼저 씻을까? 그것도 아니면... 같이?”“나...”시연은 순간 말을 더듬었다. “내가 먼저 할게요.”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서둘러 드레스룸으로 가 옷을 꺼내고, 욕실로 들어갔다.‘일단 씻고 생각하자.’샤워기를 틀어 물줄기가 흐르자, 시연은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잠시 후, 샤워 부스의 문이 열렸다.“유건 씨?”“같이 씻자.”남자는 듬직한 풍채를 뽐내며 좁은 공간에 들어와 문을 닫았다.한순간 허리에 감긴 팔에 의해 시연은 유건의 품에 안겼다.“일... 일부러 이러는 거죠?”유건이 낮게 웃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아니?”시연은 얼굴이 달아오르며 황급히 변명했다.“그래, 좋아. 내가 일부러 그런 걸로 치자.”남자는 낮게 속삭이며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음...”“겁내지 마.”유건은 부드럽게 시연을 달랬다.“내가 조심할게.”그날 밤, 유건은 정말 약속대로 시연을 조심스럽게 대해 주었다.시연은 남녀 간의 관계에 있어서 경험이 풍부한 편은 아니었다. ‘로얄호텔’에서의 그날 밤, 그녀는 너무나도 당황했고, 마음의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그 남자는 너무 거칠었고, 시연의 느낌을 고려해 주지 않았다. 그래서 시연에게는 그저 수치심과 혼란, 그리고 아픔만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유건과 함께할 때는 달랐다. 시연도 서서히 이런 일이 꼭 두렵거나 고통스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으니 말이다.마지막으로 흐릿한 시야로 유건을 바라보다가, 그녀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유건은 시연을 품에 안고,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잘 자, 좋은 꿈 꿔.”...아침이 밝았다.샤워 소리에 잠에서 깨어난 시연은 핸드폰을 확인했다.‘벌써 아침이네...’그녀가 침대에서 내려오자, 유건이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다가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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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화

시연은 얼굴이 달아오른 채, 몸을 돌려 도망치듯 뛰어나갔다.유건은 그녀를 붙잡지 않고 그저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가를 올렸다.‘입맞춤도 제대로 못 하면서 도망은 또 빠르네.’여자의 수줍은 반응이 묘하게 유건의 마음을 간질였다....오전 10시, 시연은 임진아에게서 전화를 받았다.[시연아, 성빈이가 풀려났어! 이제 괜찮아!]그 말을 듣자 시연은 긴 숨을 내쉬었다.“다행이야.”‘고유건이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이긴 했지만, 약속은 확실히 지켰어.’그날 하루는 조용히 집에서 보냈다.저녁 7시, 고상훈의 저녁 식사를 돕던 중, 유건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뭐 하고 있어?]“할아버지 식사를 준비 중이에요.”[그래, 내가 보고 싶진 않았고?]갑작스러운 질문에 시연은 순간 말을 잃었다.침묵이 길어지자, 유건은 불만스러운 듯 입맛을 다셨다.[쯧, 묻잖아. 대답은?]‘이 남자, 가끔 아이처럼 고집스럽다니까.’시연은 어쩔 수 없이 작게 대답했다.“네...”[오?]유건이 낮게 웃더니 말했다.[그럼 그 보답으로 오늘 저녁에 데이트하자. 10분 뒤에 현관에서 만나는 거야.]그리고 그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시연은 순간 당황했다.‘설마 이미 돌아온 건가? 지금 현관 앞인 것 같은데?’‘그런데 들어오지도 않고 나를 부른다니?’여자의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사모님.” 왕성애가 시연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식사할 준비는 다 되셨어요? 이제 올려도 될까요?”“아, 네.”시연은 얼른 정신을 차렸다.“이모님, 저 잠깐 나갔다 올게요. 할아버지를 부탁드려요.”“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잘 다녀오세요.”시연은 황급히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망설이다가 가볍게 화장했다. 그리고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벤틀리가 현관 앞에 멈춰 서 있었다.시연이 조심스럽게 차 문을 열고 올라타자, 유건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했다.“늦었네. 10분이 아니라 20분이 걸렸어.’“미안해요.”시연은 살짝 미안한 듯 대답했지만, 유건은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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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화

유건은 아주 화냈다는데, 좋은 분위기의 데이트가 시작부터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그는 당장이라도 직원을 꾸짖고 싶었지만, 시연이 손을 살짝 올려 그를 막았다.“됐어요. 별일도 아닌데요. 나 배고파요... 우리 빨리 주문해요.”‘이 여자, 진짜 화 안 난 걸까?’유건은 믿을 수 없었다.‘질투는 여자의 본능일 텐데.’“여기, 장소미랑 같이 온 적이 있어.”이미 말이 나온 김에, 그는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때는 우리가...”말을 흐리는 유건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굳이 설명 안 해도 돼요.”시연이 유건을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다 알고 있어요.”그녀의 표정은 담담했고, 진짜 화난 게 아닌 것처럼 보였다.‘‘알고 있다’는 건 무슨 뜻일까?’시연이 아무렇지 않게 메뉴를 고르자, 유건은 더욱 답답했다.메뉴가 나오고, 시연은 잘 익은 양갈비 한 조각을 잘라 유건의 입 앞에 내밀었다.“한 번 먹어봐요. 아...”여자의 행동에 기분이 풀린 유건은 입을 열었다.‘정말 대범한 건가... 아니면, 신경을 안 쓰는 건가.’유건은 한숨을 삼키고, 소매를 걷어 올려 직접 새우껍질을 벗기더니 소스를 묻혀 시연의 접시에 올렸다.“밥 먹고 나서, 하고 싶은 거 있어?”“네?”시연이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뭘 하려고요?”그녀는 밥만 먹고 돌아갈 줄 알았기에 예상 밖의 질문이었다.유건이 옅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정하지 않으면, 내가 정할 건데? 영화 보러 갈래?”‘식사 후 영화라니, 연인들의 평범한 데이트 코스인데?’‘고유건은 확실히 좋은 남자야. 이 남자가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있다는 사실만 제외하면...’시연은 속으로 답답하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어차피 이혼이 무산된 이상, 우리 같이 살아야 해.’‘나도 최대한으로 노력해 봐야지.’유건은 바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보고 싶은 영화 있어?”시연은 고개를 저었다.“요즘 어떤 영화가 개봉했는지도 잘 몰라요.”“그럼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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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화

잠시 후, 하늘에서 천둥이 울렸고, 곧이어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시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빨리 가요. 비가 더 심해지면 사람을 찾기 더 어려워질 거예요.”‘이 여자, 화나지 않았구나. 오히려 나를 걱정하고 있어.’그 순간, 유건은 기뻐해야 할지, 서운해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그럼 난 이만 가볼 테니까 천천히 먹어. 급하게 먹으면 소화 안 돼.”“알겠어요.”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유건은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그리고 기환이 널 데려다 줄 거야.”유건의 곁에는 항상 그를 보호하는 부하가 있었고, 시연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비록 유건이 직접 운전할 때도, 그가 믿는 부하들은 항상 그림자처럼 뒤따랐다.시연은 양갈비를 입에 물고 있었기에 대답 대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집에 도착하면 전화해.”“네.”시연은 웃으며 말했다.“인제 그만 가봐요. 난 애가 아니잖아요.”“간다.”필요한 말을 다 한 유건은 몸을 돌려 걸어 나가려 했지만, 몇 걸음 가지 않아 다시 뒤돌아보았다.시연은 남자의 시선을 느끼지 못한 듯, 조용히 국을 마시고 있었다.알 수 없는 기분이 든 유건이 갑자기 물었다.“여보, 나한테 가라고 한 거, 진심이야?”“네?”시연은 유건이가 무슨 뜻인지 몰라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였나?’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가야죠. 사람이 없어졌다면서요...”여자의 태도는 너무도 담담했다.갑자기 유건은 짜증이 밀려왔고, 묘하게 속이 뒤틀렸다.“알겠어.”그는 짧게 말하고 이번엔 진짜로 떠났다.문이 닫히는 순간, 시연은 제자리에 멍하니 선 채, 손을 가슴에 얹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시연은 더 이상 음식을 먹을 수가 없었고, 먹어도 목구멍이 막힌 듯했다.사실, 유건이 전화를 받는 순간부터 시연은 입맛이 사라졌었다.그녀는 물을 한 모금 들이켜며 숨을 돌렸고, 입을 닦고서야 가방을 챙겨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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