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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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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샤워를 마치고 나온 시연은 머리를 닦으며 핸드폰을 들었다.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이었는데, 전부 다 유건에게서 온 것이었다. 시연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무슨 일이지? 내가 다시 전화해 줘야 할까? ‘아니야, 그냥 두자.’ ‘어차피 장소미 찾느라 바쁠 거야. 정말 급한 일이면 다시 걸겠지.’시연은 잠시 기다리는 듯했으나, 유건이 더 이상 전화를 걸지 않자,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머리를 말린 뒤 침대에 누웠다. 임신한 탓일까? 시연은 요즘 깊이 잠드는 편이었다. 시연은 그렇게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핸드폰 벨소리에 깨어났다. 잠결에 짜증이 난 시연의 목소리에 신경질이 섞여 있었다. “예보세요?” [형수님! 저예요, 지한이요.] ‘...지한 씨?’ 그 순간, 시연은 잠이 확 깼다. 주지한이 이렇게 한밤중에 전화를 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그녀가 묻기도 전에, 지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형님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이미 병원으로 옮겨졌다고요!] “뭐라고요...?” 순간 여자의 머릿속이 하얘지고, 등골이 서늘해졌다. 시연은 입술이 덜덜 떨리며 겨우 말을 뗐다. “많이 다쳤어요?” [저도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저는 의사가 아니잖아요... 근데, 형님 온몸에 피가 묻어 있었어요!] 눈으로 본 그대로를 전하는 지한의 목소리가 떨렸다. [형수님, 제가 민환을 보냈으니까 준비하고 계세요. 곧 도착할 거예요!] “...알았어요.” 전화를 끊자마자 시연은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는 순간, 다리가 휘청거리고 머릿속이 잠시 새하얘졌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손이 계속 떨렸다. ...새벽 3시. 시연은 아무도 깨우지 않고 조용히 대문으로 향했다. “형수님.” 이미 도착해 있던 정민환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고, 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차에 올라탔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유건은 막 응급실에서 수술실로 옮겨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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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다행이네요.” 시연은 길게 한숨을 쉬었다. “정말 다행이에요. 유건 씨의 교통사고도... 나름 값어치는 한 셈이니까요.” 뭔가 이상한 말이었기에, 지한이 찌푸린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 “형수님, 그런 식으로 생각하지 마세요.” “그럼 어떻게 생각해야 하죠?” 여자의 눈은 한없이 담담하고 깨끗했다. “내가 한 말이, 틀리기라도 했다는 거예요?” 단 한마디였지만, 지한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하지만, 우리 형님은 절대 형수님이 이렇게 생각하길 바라지 않으실 텐데...’그럼에도 지한은 유건을 어떻게 변호해야 할지 몰랐고, 괜히 말실수라도 할까 봐 입을 다물었다. “형수님.” 지한이 화제를 돌렸다. “배 안 고프세요? 뭐라도 사 올까요?” 시연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고마워요.” 아침은 기환이 사 왔는데, 다들 유건 걱정에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연만은 예외였다. 시연이 하얀 쌀죽에 작은 만두를 곁들여 조용히 식사하자, 기환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형수님... 유건 형님이 걱정도 안 되세요?” “쉿!” 지한이 그를 날카롭게 쳐다봤다. “헛소리 좀 하지 마! 형수님은 임신 중이시잖아. 아기를 생각해서 그러시는 거라고.” “아, 그래?” 기환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로는 의문이 들었다. ‘과연 그럴까?’ 오전 7시가 가까워졌을 무렵, 수술은 끝이 났다.유건은 VIP 병실로 옮겨졌는데, 지한이 모든 절차를 맡았기에 시연은 나설 필요가 없었다. 절차가 마무리된 후, 지한은 병실 문 앞에 멍하니 서 있는 시연을 발견했다. 여자의 얼굴은 아주 지쳐 보였다. “형수님, 피곤하시죠?” “네.” 시연은 솔직하게 인정했다. 한밤중에 불려 나와 지금까지 기다렸으니, 당연히 피곤할 만했다.지한이 바로 말했다. “형님 상태는 괜찮으니까, 민환이랑 댁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댁에 가서 좀 쉬세요.” “그래요.”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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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발끝에 닿는 부드러운 감촉. 잠결에 얼굴을 스치는 가느다란 실루엣. 유건은 무겁게 뜬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남자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은, 시연이 아닌 장소미였다. 유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뭔가 찝찝해.’ 남자의 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서늘하게 스쳤다. “유건 씨!” 유건의 깨어난 모습을 본 소미가 반가운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정신이 좀 들어요? 어디 불편한 데는 없고요?” “난 괜찮아. 그런데 너...” 소미의 얼굴엔 반창고가 붙어 있었고, 오른쪽 팔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심지어 붕대 사이로 핏자국이 배어 나오고 있었는데, 유건의 시선이 그곳에 닿았다. “상처, 많이 심한 거야?” “아니에요. 괜찮아요.” 소미는 가볍게 웃으며 관자놀이 쪽 머리카락을 넘겼다. “그냥 가벼운 찰과상이에요.” 유건은 이내 그녀가 실종됐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는 당연히 묻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조애린 말로는, 네가 갑자기 사라졌다던데. 무슨 일이야?” “아...” 소미가 순간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애린 언니가 좀 깊이 생각한 거예요. 그냥 기분이 안 좋아서 촬영 끝나고 혼자 좀 걷고 싶었는데, 너무 외진 곳이라 길을 잃었어요. 핸드폰도 안 들고 나갔고...” 묘하게 표정이 굳은 유건은 소미가 왜 기분이 나빴는지 묻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요, 괜히 걱정 끼쳐서...” 소미가 불안한 듯 손가락을 꼬아 쥐었다. “아냐.” 유건은 피곤한 듯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다음부터는 어딜 가든 핸드폰을 꼭 챙겨.” “네, 다시는 이러지 그럴게요...”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야, 유건아! 정신이 들었다며?” 시끄러운 목소리와 함께, 몇 사람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부지하, 주정빈, 유강석. 유건은 순간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그 순간, 남자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가 곧바로 그 빛이 사라졌다. 부지하 일행도 병실 안에 소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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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소미의 말에 유건은 다시금 떠올렸다. ‘맞네. 그 여자... 지금 임신 중이잖아.’ ‘이런 무리한 밤샘을 견뎌낼 몸 상태가 아니잖아.’ 순간, 남자의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래.” 지한은 재빨리 맞장구쳤다. “형수님은 어젯밤 소식 듣자마자 달려오셨어요. 걱정도 정말 많이 하셨죠. 형님 상태 보고 안심하긴 했지만, 제가 일부러 쉬라고 돌려보냈어요. 아마 곧 올 거예요.” “맞아요.” 소미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맞장구쳤다. “응.” 유건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졌지만, 문득 궁금해졌다. “지금 몇 시지?” 지한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곧 6시요.” 시연이 떠난 지 벌써 하루가 다 되어 간다. 지한이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형님, 형수님께 전화라도 한 통 넣을까요?” 그는 이미 핸드폰을 꺼내 들고 있었지만, 유건이 단호하게 막았다. “아니야.” “재촉하지 마.” 유건은 자기가 시연에게 전화해서 오라고 하는 것과, 시연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내가 연락하지 않으면 언제쯤 오는지 한 번 보자고.’ 똑똑-마침, 병실 문이 두드려졌고, 유건은 고개를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뿐만이 아니라 병실 안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숨을 죽이고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이 열리고, 시연이 들어왔다. 한 손에는 여행용 캐리어, 다른 손에는 작은 쇼핑백. 시연은 고개를 들자마자 병실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았지만, 조금도 당황하지 않은 채 지한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거 좀 들어주실래요?” “네, 형수님.” 지한이 서둘러 다가가 쇼핑백을 받은 후, 바로 물었다. “캐리어는 어떻게 할까요?” “우선 옷장 쪽에 놔주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네.” 지한은 고개를 끄덕이며, 쇼핑백을 테이블 위에 놓고 옷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제야 시연은 병실을 둘러보며 유건에게 시선을 돌렸다. “이분들, 당신 친구들이에요?” “응.” 유건은 입을 삐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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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또 화가 났네?’ 시연은 잠시 생각해 보았다. ‘아마 내가 온 타이밍이 문제였을 거야. 내가 오자마자 장소미가 자리를 비웠으니까.’‘뭐... 기분이 나쁜 것도 이해는 되네.’“미안해요.” ‘내가 일단 사과하고 보는 게 상책이야.’ 이어서 그녀는 부드럽게 물었다. “그럼... 지금 뭐라도 먹을래요?” 유건은 짜증이 치밀어 고개를 홱 돌렸다. “안 먹어. 그냥 굶어 죽을래.” ‘‘먹을래요’ 라니? 지금 먹을 게 넘어가겠어?’ ‘이 여자, 정말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야!’‘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내가 얼마나 굶고 있었는데! 남자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시연은 너무 어이가 없었다. ‘아, 이제 보니까 하나도 안 다쳤네. 성질 하나는 멀쩡하니까.’ 그녀는 말없이 보온 가방을 열었고, 하나씩 식기를 꺼낸 후 죽을 덜어냈다. “지금은 유동식만 가능해요. 성애 이모님이 죽을 끓여주셨어요.” 시연은 부드러운 쌀죽을 그릇에 담아 유건의 앞에 내밀었지만, 그는 힐끗 보고도 꿈쩍하지 않았다.시연이 의아해했다. “싫어서 그래요? 그럼 뭐 먹고 싶어요? 이모님한테 전화해서 다시 부탁할까요?” 말하면서 그릇을 조금 더 가까이 밀었다. “일단 이거라도 좀 먹어봐요. 그냥 참고 먹어보라고요.” 시연은 이어서 조심스럽게, 부드러운 어조로 그를 달랬다. 하지만, 유건은 시연의 의도를 간파하고 냉소를 지었다. “그게 먹으라고 부탁하는 태도야?” 이 말을 듣고 시연이는 순간에 말문이 막혔다.‘그럼 뭐 어쩌라는 건데?’ ‘손도 멀쩡하잖아. 숟가락을 못 드는 것도 아니고, 죽 한 그릇 못 먹는 것도 아닐 텐데.’ 여자가 가만히 있자, 유건은 이를 악문 채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 “빨리 먹여 줘.”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1초. 2초... 결국, 시연이 먼저 물러섰다. 그녀는 그릇을 들고, 한 숟가락을 떠서 내밀었다. “알겠어요. 먹여 줄게요.” 유건은 그제야 만족스러운 듯 입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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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유건의 눈썹이 깊게 찌푸려지며 불쾌함이 짙게 깔렸다. “너 지금 가겠다는 거야?” ‘그럼 안 가고 여기 남으라고?’시연이는 헛웃음이 났다. 유건은 가슴이 답답해지는 걸 느꼈고, 비웃듯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남편이 교통사고로 입원했는데, 아내라면 당연히 옆에서 간호해야 하는 거 아니야?” 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유건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시연이가 보기에 그것은 어디까지나 서로 사랑해서 결혼한 ‘일반적인 부부’ 사이에서나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그런 사이가 아니잖아.’ 그녀는 충동적으로 말하고 싶었다. ‘정말로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 나라고? 장소미가 아니라?’ ‘장소미를 찾아가다 사고를 당했잖아. 그럼 곁에서 간호해야 하는 사람도 당연히 장소미여야 하는 거 아닌가?’하지만, 시연은 입을 열려다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부자들은 역시... 제멋대로구나.’ 시연은 체념했다. “알겠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답했다. “당신이 원한다면, 여기 남을게요.” 유건은 순간적으로 놀랐다.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어.’그는 기분이 살짝 풀리는 듯했지만, 괜히 체면을 차리듯 툴툴거렸다.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하고 싶지 않으면 그만둬.” “억지 아니에요.” 시연은 단호하게 말했다. “다만, 내 짐을 안 챙겨왔어요. 집에 다시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유건의 미간이 다시 찌푸려졌다. “그럴 필요 없어. 그냥 시켜서 가져오면 되잖아.” ‘이런 사소한 일까지 직접 움직여야 하나?’ ‘임신 중인데?’ ‘이 여자, 자기 남편이 돈이 많다는 걸 깜빡한 거야?’ 하지만,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생활용품이야 쉽게 챙길 수 있지만, 읽을 책이 필요해요. 전문 서적이라 다른 사람이 챙기기 어려워요.” 결국, 시연이 직접 집에 가야 한다는 얘기였다. ‘이 여자, 나랑 있는 시간이 그렇게 싫은 거야?’ 유건은 기분이 더러워져서 냉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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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시연은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자신이 병원에 온 건 유건을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그는 크게 불편한 곳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거지?’ 시연은 담담하게 웃으며, 부드럽게 물었다. “내가 잘못했어요. 그럼 지금 뭘 해주면 돼요?” “이리 와.” 유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시연이 가볍게 걸음을 옮기자, 남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나, 씻고 싶어.” “그건 안 돼요.” 시연은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그리고 의사처럼 덧붙였다. “상처에 물 닿으면 안 된다고요.” 그러자 유건은 비틀린 듯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씻어야겠어. 안 씻으면 찝찝해서 몸도 안 좋아질 거 같거든?” 몸을 뒤로 젖히며 힘없이 손을 들어 보였다. “네가 알아서 해 봐.” ‘이거 완전 생떼 아니야?’ 시연은 불쾌한 감정을 꾹 눌러 담고, 침착하게 말했다. “목욕은 안 돼요. 대신, 몸을 닦아줄 수는 있어요.” “그럼 그걸로 하지.” 유건이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요.” 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럼 남자 간병인을 불러올게요. 그게 더 편할 거예요. 아!!” 그녀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목이 남자에게 강하게 붙잡혔다. 순간, 통증이 퍼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유건이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묻자, 시연은 당황해서 찌푸린 얼굴로 되물었다. “씻고 싶다고 했잖아요. 그래서 간병인을 부르려고요.” “그럼 넌 뭐 하는 사람인데?” “나요?” 시연이 말을 더듬었다. “내가 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요?” “뭐가?” 유건이 여자의 턱을 가볍게 들어 올리자, 뜨거운 남자의 숨결이 여자의 피부에 닿았다. “우린 부부야. 내 몸, 네가 처음 보는 것도 아니잖아? 만진 적도 있고, 심지어...” “그만해요!” 시연은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고, 당황한 나머지 남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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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시연은 조용히 걸어가며 물었다. “뭐 필요한 거 있어요?” 유건은 그녀를 보지도 않고, 단지 얼굴에 짙은 불만이 드러내고 있었다. 시연이 자신을 놔두고 그냥 나가버린 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남자는 대꾸도 없이 묵묵부답. 시연은 잠시 망설였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럼 나는 책 좀 볼게요.” 그러면서 보호자 침대 쪽을 가리켰는데, 그녀도 유건이가 허락하지 않으면, 안 가겠다는 듯한 태도였다. 그러자 유건은 코웃음을 쳤다. “갈 거면 그냥 가. 나한테 허락까지 받아야 해?” ‘아까 나를 간병인에게 맡겼을 땐, 물어보기라도 했나?’ “그럼 책 좀 볼게요.” 시연은 남자의 비아냥을 가볍게 넘겼고, 그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리며 책을 들고 자리에 앉았다. 유건은 여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알 수 없는 불편함이 밀려왔다.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야.’ 그가 원하는 건, 시연이가 단순히 병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신경을 써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연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건은 답답한 마음에 몸을 뒤척였다. 그는 뒤돌아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아서 참다못해 다시 돌아누웠다. 그리고 시연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여보.” “네?” 시연이는 바로 고개를 들었다. 마치 대기 중이었던 간병인처럼 바로 책을 내려놓고 다가왔다. “혹시 필요한 거 있어요?” 유건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잠이 안 와.” ‘...그래서?’그녀는 어이가 없었다. ‘이제 나더러 자장가라도 불러 달라는 건가?’ “눈 감고 숫자 세봐요.” 시연은 참고 부드럽게 말했다. “금방 잠들 거예요.” “싫어.” 유건은 단칼에 거절했다. “너무 일러. 잠이 안 와.” “그치만, 지금 당신 몸 상태엔 충분한 휴식이 필요해요.” “누워 있기만 하면 돼. 너는 그냥 내 옆에 있기만 하면 되고.” 시연은 체념하며 말했다. “그럼 책 가져와서 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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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시연은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 예능을 거의 보지 않았는데, 막상 보기 시작하니 꽤 재미있었다. “푸흣...” 그녀는 소파에 기댄 채 피식 웃음이 터졌다. 유건은 정작 방송은 보지 않고, 여자만 바라보고 있었다. “재미있어?” “네.” 시연은 눈을 떼지 않은 채 가볍게 대답했다. “꽤 볼 만하네요. 근데 장소미, 생각보다 예능감 있네요.” 그러면서 슬쩍 유건을 바라보았다. “연예인으로 자리 잘 잡은 거 같아요. 인기 많죠?” “그렇지, 아마도.” 유건은 무심하게 대답했지만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는 시연이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장소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됐다. ‘이 여자, 질투도 안 나고, 신경도 안 쓰이나?’ ‘혹시, 나에게 애정이 없어서?’ 그 생각이 머릿속에 들어오자, 유건의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쾌함을 참을 수 없었다. “채널 바꿔!” 순간적으로 남자의 목소리가 거칠어졌다. “안 돼요!”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보고 싶다면서요? 재미있잖아요, 그냥 봐요.” “내가 언제 보고 싶다고 했어?” 유건은 거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채널 바꾸라고 했잖아!” “아니, 분명 본인이 고른 거잖아요.” 시연은 너무나 어이없었다. ‘아까 분명 당신이 보자고 했잖아?’하지만, 그녀는 남자의 잔뜩 구겨진 표정을 보고는, 어쩔 수 없이 리모컨을 들었다. “알았어요. 바꿀게요.” 한 채널, 또 한 채널... 유건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뭘 보고 싶은지도 말하지 않았다. 답답해진 시연이 결국 선택했다. “그럼 영화 봐요. 이거 괜찮네요.” 할리우드 영화였기에 유건은 무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드디어 마무리된 느낌에, 시연은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리 와.” “네?” 시연이 고개를 돌리자, 유건이 옆자리를 툭툭 두드렸다. “여기 와서 누우라고.” ‘또 시작이네...’ 시연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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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시연은 살짝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유건의 허리에 올려져 있던 팔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바로 그때, 유건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신음을 흘렸다. “으...” 시연은 순간 놀라며 움찔했다. “왜 그래요? 상처 건드렸어요?” ‘나를 이렇게 끌어안고 자다 보니, 분명 무리가 간 것 같아...’ “음... 그럴 수도 있지.” 유건은 찡그린 얼굴로 말하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시연은 더 걱정되었다. “봐봐요, 어딜 다쳤나 확인해야죠.” 그녀는 재빨리 손을 뻗어 유건의 병원복 단추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의 손목이 단단히 붙잡혔다. 그리고 잠시 후, 푹-시연은 남자의 품에 다시 끌려들어 갔다. “잠깐만요... 상처를 확인해야 해요.” 시연은 당황하며 중얼거렸지만, 유건은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낮고 묵직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보.” 그녀는 순간적으로 숨을 멈췄다. 남자의 목소리는 깊고, 어딘가 애정이 얽혀 있었다. “내 상처가 터지면, 걱정할 거야?” 시연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유건의 상처는 괜찮을 거라는 걸 알았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뭐지?’ ‘내 반응을 확인하려는 걸까?’ 시연은 천천히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말했다. “장난치지 마요. 이따가 회진할 때 올게요.” 그녀는 유건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지만, 손목은 여전히 유건에게 잡혀 있었다. 유건은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대답 안 해?” 그는 여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내가 다치면, 마음이 아파?” 시연은 피식 웃었고, 살며시 손을 뺐다. “그런 걱정은 내가 할 일이 아니에요.”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걱정할 처지가 아니지 않나요?” 유건의 표정이 단숨에 굳어졌다. “무슨 뜻이야?” ‘너는 내 아내야. 그럼 당연히 나를 걱정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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