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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의 모든 챕터: 챕터 711 - 챕터 720

915 챕터

제711화

유준석의 눈은 핏발이 서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쳤다.“알고 있긴 해? 내 할아버지가 강씨 가문에 공을 세운 걸! 그런데 왜 중요한 자리는 나한테 주지 않았어? 내가 분명 관리자가 될 수 있는데, 왜 다른 사람에게 맡긴 거야?”유강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네가 그럴 만한 능력이 있냐? 실력 있는 사람이 위로 올라가는 거야. 네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충성스럽지 않았다면 너는 강씨 가문의 문턱조차 넘지 못했을 거야!”유준석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유강후! 네가 날 무시하지만 않았어도 내가 널 배신하겠어? 그들이 나한테 뭘 약속했는지 알아? 내가 원하는 모든 걸 준다고 했다고!”유강후의 눈에 분노가 번뜩였다. 그는 단숨에 유준석의 배를 걷어차며 말했다.“변명은 그만해.”“감옥에 집어넣어. 평생 나오지 못하게 해!”유준석은 몸부림치며 소리쳤다.“안 돼! 나를 감옥에 보낼 순 없어! 감옥에 가긴 싫다고!”유강후는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지체하지 말고 당장 끌고 나가. 다시는 이놈 이름조차 듣고 싶지 않으니까.”그 순간, 유준석은 갑자기 광기에 찬 웃음을 터뜨렸다.“유강후, 네가 이런다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속박을 풀어내고 허리춤에서 무언가를 꺼냈다.그것은 칠흑 같은 총이었다. 그는 그 총구를 유강후에게 겨눴다.탕!총성이 울리고, 유강후 뒤에 있던 방탄유리에는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겼다. 그러나 총알은 유강후를 맞히지 못했다.유준석이 총을 꺼내는 순간, 유강후는 그의 행동을 예측하고 가볍게 피했다.다음 순간, 유준석은 눈을 크게 뜨며 바닥에 쓰러졌다.그의 가슴에는 커다란 피의 구멍이 뚫려 있었다.이권의 손에 들려 있던 총구에서는 아직도 열기가 피어올랐다.이권은 총을 내려놓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괜찮으십니까?”유강후의 얼굴은 유난히 어두웠다. 그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아직 숨이 붙어 있는 유준석을 매섭게 응시했다.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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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온다연은 유강후 곁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를 안았다.마치 평소 그가 자신을 다정히 안으며 달래주던 것처럼, 그녀는 그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하고 힘껏 감싸 안았다.“저 왔어요, 강후 씨. 저 여기 있어요.”그가 미세하게 떨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아주 작고 거의 알아차릴 수 없는 떨림이었지만, 온다연은 분명히 느꼈다.그 순간, 그녀의 가슴이 예고 없이 아파왔다.‘강후 씨도 이렇게 약해질 때가 있구나!’그는 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이 사실을 깨닫자 온다연은 더 강하게 그를 껴안았다.그때 이권이 다가와 말했다.“사모님, 여긴 상황이 복잡합니다. 먼저 돌아가시는 게 좋겠습니다. 혹시 놀라실까 걱정이 돼서...”“거기 누구 없어요?”온다연이 갑자기 말했다.“홍차 한 주전자 가져와요. 당장!”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단호했다. 이 집안의 안주인답게 침착하고 결단력이 있었다.“이 비서님, 저 사람을 밖으로 데리고 나가요. 아직 살아 있으니 살릴 수 있는지 확인하고, 안 된다면 평소 하던 대로 처리하세요. 깨끗하게 끝내야 합니다.”이권이 놀란 듯 굳어 있자, 온다연은 목소리를 높였다.단호하고 날카로운 톤이었다.“어서 가서 처리하세요!”이권은 정신을 차리고 즉시 대답했다.“네, 사모님!”몇 분도 지나지 않아 유준석은 끌려 나갔고, 바닥의 핏자국도 흔적 없이 정리되었다.방 안에 진동하던 짙은 피비린내만 아니었다면, 이곳에서 방금 전까지 극도의 위기 상황이 있었다는 것을 알 방법이 없었다.곧 누군가 홍차를 우려 가져왔다.온다연은 그것을 옆 테이블에 두게 하고 창문을 열도록 지시했다.이른 아침 경원시의 날씨는 아직도 매섭게 추웠고, 차가운 공기가 들어오면서 피비린내를 날려버렸다.방 안은 차가운 기운으로 가득 찼다.온다연은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캐시미어 숄을 풀어 유강후의 등 위에 덮어주었다.그리고 홍차를 따라 적당한 온도를 확인한 뒤 그의 입가에 내밀며 말했다.“조금 마셔요.”유강후는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온다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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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온다연이 대답할 새도 없이,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잡아 홱 끌어당기며 그녀를 품 안에 가뒀다.온다연이 들고 있던 찻잔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유강후는 조각난 잔을 한 번 흘겨보더니 그녀의 신발에 묻은 피를 발견했다.그리고 몸을 숙여 그녀의 신발을 벗겨내어 한쪽으로 던지곤, 그녀를 번쩍 들어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그는 낮고 깊은 목소리로 물었다.“다연아, 앞으로도 이런 일을 겪을 수 있어. 무섭지 않아?”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대어 부드럽게 대답했다.“무섭죠.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당신 곁에 있고 싶어요. 강후 씨, 당신은 이제 혼자가 아니에요. 당신에겐 내가 있고, 우림이가 있어요. 우리가 영원히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유강후의 마음속은 거센 물결처럼 흔들렸고, 그의 눈동자 속 감정은 서서히 넘쳐흘렀다.“다연아, 너 영원하다는 말이 뭔지 알아?”온다연은 조용히 말했다.“알아요. 이생 동안 당신 곁을 지키는 거요.”유강후는 더욱 진지하게 말했다.“그럼 맹세해. 어떤 일이 있어도, 정말 어떤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않겠다고.”온다연은 그를 힘껏 안으며 대답했다.“맹세할게요.”유강후는 낮고 강렬한 목소리로 한 글자 한 글자씩 말했다.“오늘 네가 한 말을 꼭 기억해. 어떤 일이 있어도 날 떠나지 않겠다고.”온다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이제 차를 마실 수 있겠어요?”유강후는 찻잔을 받아 단숨에 비웠다.그리고 그녀의 입술을 강렬하게 덮쳤다.차의 은은한 향기가 입술과 입술 사이를 스쳐갔다. 키스는 여전히 강압적이고 거칠었지만, 온다연은 이번만큼은 그의 키스에 욕망이 아닌 다른 감정이 깃들어 있음을 느꼈다.그녀는 천천히 그에게 응답했다.그 키스는 사실 완벽하지 않았다. 공기 중엔 여전히 피 냄새가 가득했고, 그녀는 방금 전까지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그럼에도 그녀는 이것이 유강후와 나눈 키스 중 가장 특별하다고 느꼈다.그녀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모든 것이 변할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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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온다연은 그 메시지를 수업 중에 받았다.그녀는 메시지를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봤다. 수업이 끝나고 모두가 강의실을 떠난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잠시 생각한 뒤, 그녀는 메시지에 답장을 보냈다.[대체 누구세요?]처음엔 이 번호가 장난이라고 생각했다.유하령이나 나은별 같은 사람이 일부러 그녀를 불쾌하게 하려고 꾸민 일이라고 여겼다.하지만 최근 들어 이 번호에서 보내오는 메시지 빈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비록 온준용이 이미 죽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며칠 전 묘지에서 본 그 뒷모습이 떠오르자 마음 한구석에 의심이 피어났다.짐을 챙겨 강의실을 나서려던 순간, 휴대폰에 또 다른 메시지가 도착했다. 메시지를 열어보니 사진 한 장이 첨부되어 있었다.사진 속에는 13~14세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얼굴 옆모습이 청순하고 색이 바랜 교복을 입고 있었는데, 책상과 교복이 낡아 보여 주변 환경이 열악함을 짐작하게 했다.하지만 온다연의 시선은 사진 속 흐릿하게 처리된 어른의 모습에 멈췄다. 그 실루엣만으로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온준용이었다.그녀는 숨을 삼켰다.그가 살아 있었다니!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그 남자가, 죽지 않고 살아 있었다니!다시 메시지가 도착했다.[착한 딸아, 이 아이가 네 동생 준휘란다.]순간, 과거의 끔찍한 기억들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그녀를 향한 온준용의 학대가 영화처럼 생생하게 떠올랐다. 그녀의 손은 저절로 떨리기 시작했다.온다연은 거의 확신했다. 사진 속 소년의 상처는 온준용이 때린 자국이라는 것을.아들을 그렇게 좋아한다면서 이렇게 착해 보이는 아이마저 폭행하다니.과거의 비참했던 기억들이 그녀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쳤다.온다연의 마음속엔 깊은 혐오와 분노가 치밀었다.‘저런 인간이 어떻게 살아 있을 수 있지?’딸에게는 관심조차 없었고 본처를 죽음으로 내몰았으며 첩과 아들을 낳아 놓고도 폭행을 일삼는 사람이라니.그는 인간이 아니라 짐승이었다.그 순간, 또 다른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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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반장, 나 이따가 또 수업 있어서 그러는데 교수님께 못 간다고 전해줘.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얘기해.”반장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교수님께서 이번엔 졸업 논문과 관련된 중요한 일이라고 하셨어.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어쩔 수 없이 온다연은 교수 연구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 염지훈이 여유로운 자세로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넥타이는 느슨하게 풀려 있었고, 손에서는 은색 라이터를 장난감처럼 돌리고 있었다.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는 정성스럽게 포장된 상자를 그녀 앞으로 밀었다.“이 집 케이크 맛있더라. 한번 먹어봐.”온다연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이 케이크 먹으라고 날 부른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아무 일도 없으면 저 수업 가야 해요.”염지훈은 느긋하게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 나지막이 말했다.“먹어봐. 네가 가던 케이크 가게 것보다 훨씬 맛있어. 가정식 전문점에서 만든 거야.”온다연은 마음이 복잡한 상태였다. 그가 또 별거 아닌 걸로 트집을 잡는 게 싫어 등을 돌리고 나가려 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그녀는 화면을 보고, 낯선 번호라는 걸 확인하자마자 직감적으로 누가 전화했는지 알아챘다.주저 없이 전화를 끊었다.하지만 상대는 집요했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또 끊었다.두세 번 같은 일이 반복된 뒤, 염지훈이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채더니 받아버렸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온 건 온다연이 너무나도 잘 아는 목소리였다.“착한 딸, 왜 아빠 전화를 안 받니? 아빠 보고 싶지 않아?”염지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외라는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봤다.온다연은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빼앗아 들고 눈으로 말을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녀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뭘 바라는 거예요?”온준용은 웃으며 말했다.“그야 당연히 내 딸을 보고 싶어서지. 이렇게 오랜만인데, 아빠가 널 보고 싶지 않겠니?”온다연은 휴대폰을 꽉 쥐었는데 손가락 관절이 하얗게 변했다.“보고 싶다고요? 엄마가 남긴 집이 값나가니 가져가고 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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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다연이 아버지이신가요?”핸드폰 너머로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 대표?”염지훈은 차가웠다.“제가 누구인지가 중요한가요? 다연이 아버지가 맞냐고 물었습니다.”온준용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나일세.”염지훈이 계속 말을 이었다.“다연이를 만나고 싶은가요?”“난 다연이 아빠야. 딸을 만나고 싶은 건 당연한 일이지.”눈을 가늘게 뜬 염지훈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다.“화양대 맞은편 카페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한 시간 내에 도착하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하죠.”염지훈은 할 말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이를 본 온다연은 재빨리 핸드폰을 가로챘다.“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 그쪽이 뭔데 함부로 결정하냐고요. 그럴 자격 없잖아요.”염지훈은 손에 든 라이터를 돌리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유강후는 너 대신 결정해도 된다는 거야? 사사건건 간섭하고 통제하는데도 잘 버티고 있는걸 보면 꽤 마음에 드나 봐?”그의 얼굴엔 슬픈 기색이 언뜻 스쳐 지나갔으나 이내 곧 여유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얼마나 좋아해?”염지훈은 허리를 굽히더니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아니면... 아이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강후 옆에 있는 거야?”온다연은 그의 손을 탁 쳐서 떼어내고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며 화를 냈다.“뭐가 됐든 그쪽이 참견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예전에 지훈 씨를 이용했던 건 지금도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당연히 보상도 할 거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처럼 이렇게 함부로 손을 써도 된다는 얘기는 아니에요.”염지훈은 입가를 올리더니 태연하게 말했다.“눈을 부릅뜬 모습이 생각보다 귀엽네.”온다연은 얼굴이 순식간에 달아올랐지만 민망함에 되레 버럭했다.“미쳤어요?”화가 난 그녀의 모습에 염지훈도 멈칫했다.“됐어. 가자, 네 아빠 상대하러 가야지.”온다연이 답했다.“내 일에 끼어들지 마세요.”“저런 인간을 계속 아빠로 생각하는 거야?”온다연은 쉽사리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생각하든 말든 지훈 씨랑은 상관없는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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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온다연은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어떻게 이름까지 알고 있는 거죠? 설마 나 뒷조사했어요?”염지훈은 여유롭게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응.”온다연에 대해 뒷조사했고 이제는 그녀가 온준용의 딸이 아니라고 의심했다.그는 이미 부하들을 시켜 진수현의 딸이 요절한 진짜 이유를 조사하게 했다.현재까지 알려진 소식에 의하면 진수현의 딸이 숨진 건 사실이다. 게다가 진수현은 딸의 죽음을 직접 지켜보고 장례식까지 치렀다고 한다.하지만 염지훈은 이 결과를 믿지 않았다.이 세상에 똑같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생각조차 않았다.그림을 입수했으니 이제는 어머니의 이름으로 신국에 찾아가 안심을 만날 계획을 세웠다.만약 온다연이 안심과 진수현의 딸인 게 밝혀진다면 정정당당하게 그녀를 약혼녀로 맞이할 수 있다.이를 생각한 염지훈은 손을 뻗어 온다연의 볼을 꼬집었다.“아빠라고 불릴 자격도 없는 사람이야. 가자, 내가 처리해 줄게.”온다연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어떻게 도와주려고요?”염지훈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숨이 끊길 정도로 때리면 되지.”염지훈은 결코 농담이 아니었다. 온준용 같은 사람은 죽어도 마땅했으니까.그러나 온다연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장난할 기분 아니에요. 좋은 인간이 아닌 건 사실이지만 때려죽이는 것보다 고생을 좀 시키고 싶네요.”온다연은 입술을 깨물더니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전 강후 씨에게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아요. 만약 지훈 씨가 정말로 절 도와주고 싶은 거면 비밀로 해주세요.”온다연은 자신의 인생이 얼마나 초라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이제야 빛을 보고 있는데 뭣 같은 온준용이 아빠라는 자격을 들먹이며 찾아왔다. 그녀는 유강후가 이런 사소한 일에 정신이 팔리는걸 원치 않았고 나아가 자신의 아들이 외할아버지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게 싫었다.염지훈은 흥미로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바라봤다.“유강후가 그렇게 신경 쓰여? 비밀을 지켜주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공짜가 아니라서...”온다연은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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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카페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온준용이 나타났다.십 년 만에 만난 온준용은 많이 늙었고 옷차림도 예전에 비해 초라했다.그리고 여전히 그에게서는 역겨운 술 냄새가 났다.온준용은 온다연을 보자마자 그리웠다는 듯 애틋한 눈빛을 드러내며 안으려고 팔을 뻗었다. 그러나 온다연은 재빨리 옆으로 몸을 피했다.그러자 온준용은 뒤에 있던 남자아이를 끌어당기며 말했다.“준휘야, 인사해야지. 누나라고 부르면 돼.”그 아이는 수련한 외모에 비해 매우 야위었다. 입고 있는 교복도 많이 낡았고 손과 목 곳곳에 딱지가 앉은 상처가 남아있었다.“누나.”그는 눈치를 살피며 온다연을 누나라고 부르고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온다연은 그에게서 자신의 그림자를 본 듯 가슴이 미어졌다.동시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삼킬 수가 없었다.“설마 또 때렸어요?”온준용은 눈빛을 피하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아니야. 이제 손버릇 고쳤어.”온다연은 아이의 몸에 난 상처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건 뭐죠?”온준용은 변명을 늘어놓았다.“혼자 뛰어놀다가 다친 거야. 워낙 덤벙거리는 아이라서 하루 멀다 하게 다쳐서 들어와.”온다연은 지금껏 온준용은 죽은 사람으로 생각해 왔기에 그에게 일말의 기대조차 품지 않았다.하지만 상처투성이가 된 아이를 보니 온준용이 했던 파렴치한 일들이 하나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온준용은 거의 매일 술에 찌들어 살았고 단지 아들을 못 낳았다는 이유만으로 엄마를 죽도록 때렸다. 화가 풀리지 않는 날에는 악마의 손길이 온다연에게 닿았고 모든 순간이 고통스러웠다.아들이 생기면 달라질 줄 알았는데 지금의 상황을 보니 개 버릇 남 못 준다는 얘기가 맞다.온준용처럼 천성이 악한 사람은 지옥에 가는 것도 과분하다.온다연은 그를 감옥에 처넣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고 심호흡하며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어릴 때부터 저한테 관심이 없었잖아요.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도 연락 한 통 없던 사람이 갑자기 왜 저를 만나려고 하는 거죠? 원하는 게 뭐예요?”온준용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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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온준휘는 실망과 혐오가 가득한 눈빛으로 문밖에 온준용을 바라봤다.그러고선 다시 고개를 돌려 말을 이었다.“저 인간한테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비록 내 아빠인 건 맞지만 저런 쓰레기는 진작에 죽어야 하는데...”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녀는 눈앞의 이 남자아이가 이런 험한 말을 하는 게 너무 의외였다.그러나 내연녀가 임신한 채로 집안을 당당하게 돌아다닌 걸 생각하면 온준휘에게 호감이 가지 않았다. 그래도 궁금함을 참을 수가 없었다.“네 엄마는?”온준휘는 씁쓸함을 드러내며 나지막하게 답했다.“모르겠어요. 아마 죽었겠죠? 몇 년 전에 저 인간이 빚에 시달리면서 엄마를 다른 사람한테 팔았거든요.”“원래는 저도 같이 팔려 갈 운명이었는데 병 때문에 몸이 안 좋아서 사려는 사람이 없었어요. 덕분에 목숨을 건진 거죠.”온다연은 분노를 억제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짐승만도 못한 놈.’유부남과 바람피운 여자도 좋은 사람인 건 아니지만 온준용은 정말 인간 말종이다.내연녀는 벌을 받았다 쳐도 어떻게 친아들인 온준휘까지 괴롭힐 수 있냐는 말이다.도박 빚을 갚으려고 아들을 팔아넘기는 파렴치한 인간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온준휘는 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었다.“절대 한 푼도 주지 마세요. 얼마가 됐든 무조건 그 돈으로 도박해서 더 큰 빚을 지게 될 거예요.”그는 멈칫하더니 다시 말을 이었다.“우리 엄마가 누나 엄마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대충 알고 있어요. 그래서 저를 동생으로 생각해 달라거나 도와달라고 부탁할 마음은 없어요. 다만 엄마가 저지른 행동에 대해서는 언젠가 꼭 사과하고 싶었어요.”그 말을 끝으로 온준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온다연에게 허리 숙여 사과했다.예상치 못한 행동과 말에 온다연은 기분이 착잡했다.그녀의 시선은 온준휘의 손에 닿았다. 애써 옷으로 감춘 상처가 얼핏 보였고 가냘픈 손목은 여기저기 긁혀 말이 아니었다.온다연은 그의 손을 잡고 소매를 위로 쓸어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팔뚝 전체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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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사람을 압도할 만큼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니 온준용도 본능적으로 꼬리를 낮췄다.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험한 말을 내뱉었다.“온다연, 이제 돈 좀 생겼다고 아빠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너도 참 효녀다.”“아빠랑 동생은 힘들게 살고 있는 게 너는 어쩜 이렇게 뻔뻔하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염지훈이 말을 가로챘다.“유강후가 지금 사람 보내서 널 찾고 있대.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넌 얼른 돌아가서 수업해.”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온준용을 힐끗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절대 한 푼도 주지마요. 그리고 이런 인간을 혼내주려고 손을 쓰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대충 마무리만 부탁할게요.”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지금 걱정해 주는 거야?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으로 보여? 걱정하지 말고 얼른 수업하러 가.”온다연은 말을 덧붙였다.“저 아이는 건드리지 마세요.”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답했다.“빨리 가. 곧 있으면 유강후가 찾아올 거야.”온다연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아니나 다를까 온다연이 떠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유강후의 경호원이 땀에 젖은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왔다.“사모님, 왜 수업 들으러 안 가셨어요?”온다연은 손에 든 커피를 흔들며 답했다.“커피 사려고 잠깐 밖에 나왔어요. 왜요?”그제야 경호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한 시간 내내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납치된 줄 알고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위로 헬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들어보니 대형 헬기 한 대가 화양대 활주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헬기 뒤쪽에는 강씨 가문의 금빛 배지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났다.유강후가 온 게 틀림없다.온다연은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무리 터치해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주머니에서 잘못 눌려 핸드폰이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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