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20화

작가: 손이영
눈앞의 남자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사람을 압도할 만큼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니 온준용도 본능적으로 꼬리를 낮췄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험한 말을 내뱉었다.

“온다연, 이제 돈 좀 생겼다고 아빠는 안중에도 없는 거야? 너도 참 효녀다.”

“아빠랑 동생은 힘들게 살고 있는 게 너는 어쩜 이렇게 뻔뻔하니?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염지훈이 말을 가로챘다.

“유강후가 지금 사람 보내서 널 찾고 있대. 이 일을 알리고 싶지 않으면 여기는 나한테 맡기고 넌 얼른 돌아가서 수업해.”

온다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온준용을 힐끗 보며 싸늘하게 말했다.

“절대 한 푼도 주지마요. 그리고 이런 인간을 혼내주려고 손을 쓰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니까 대충 마무리만 부탁할게요.”

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웃으며 말했다.

“지금 걱정해 주는 거야? 내가 그런 것도 모르는 멍청한 사람으로 보여? 걱정하지 말고 얼른 수업하러 가.”

온다연은 말을 덧붙였다.

“저 아이는 건드리지 마세요.”

염지훈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답했다.

“빨리 가. 곧 있으면 유강후가 찾아올 거야.”

온다연은 그제야 걸음을 옮겼다.

아니나 다를까 온다연이 떠난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유강후의 경호원이 땀에 젖은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왔다.

“사모님, 왜 수업 들으러 안 가셨어요?”

온다연은 손에 든 커피를 흔들며 답했다.

“커피 사려고 잠깐 밖에 나왔어요. 왜요?”

그제야 경호원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대표님한테 연락 좀 해주세요. 한 시간 내내 연락이 안 돼서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납치된 줄 알고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그들이 말하고 있을 때 위로 헬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보니 대형 헬기 한 대가 화양대 활주로를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헬기 뒤쪽에는 강씨 가문의 금빛 배지가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났다.

유강후가 온 게 틀림없다.

온다연은 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 아무리 터치해도 반응이 없는 걸 보니 주머니에서 잘못 눌려 핸드폰이 완전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1화

    염지훈은 소리를 지르고 있는 온준용을 바닥에 내리치며 불쾌함을 드러냈다.“짜증 나. 시끄러워 죽겠네. 일단 입부터 찢어.”그러자 여럿이 우르르 몰려들었다.한바탕 주먹다짐이 벌어졌고 온준용의 목소리는 점차 조용해졌다.이 정도면 괜찮겠다싶었던 염지훈은 그만하라고 눈치를 줬다.“됐어, 때려죽이지는 마.”그의 명령에 사람들은 하나둘씩 손을 뗐다.온준용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숨을 헐떡였다.“너... 너 누구야? 유강후가 보낸 사람이 아니지?”염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고작 그런 인간이 날 움직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너 이거 납치야. 불법이라고.”염지훈은 한 걸음 한 걸음 온준용에게 다가가더니 지그시 그의 손을 밟았다.“불법? 너 같은 인간의 입에서 불법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게 참 신기하네.”“악.”온준용은 극심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아파. 이거 놔.”“아파?”염지훈은 더욱 세게 짓밟았다.“고작 이걸로 아프다고? 예전에 온다연을 때릴 땐 이런 생각을 못 했나 봐? 다연이가 얼마나 아플지 생각해 봤어?”온준용은 겁을 질린 채로 발악했다.“온다연이 계획한 일이야? 자기 엄마대신 복수하려고 날 죽이려는 거네.”‘온다연 엄마?’염지훈은 다른 발로 온준용을 짓밟으며 생각에 잠겼다.“너 같은 구제 불능 쓰레기는 이렇게 쉽게 죽으면 안 되지.”그는 넥타이를 잡아당기더니 곧이어 재킷을 벗었다.“며칠 동안 교수 노릇하며 성질 좀 죽였더니 손이 근질근질하네. 역시 나는 이런 일이 제일 짜릿해.”염지훈은 벗은 재킷을 옆으로 던지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준용에게 주먹을 날렸다.이런 경우가 처음이었던 온준용은 주먹 한 방에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러자 옆에 있던 부하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말렸다.“도련님, 살살하세요. 괜히 여기서 죽으면 일이 복잡해집니다.”염지훈은 발로 온준용의 가슴을 짓밟으며 명령했다.“죽지 않을 정도로만 때려. 이대로 죽어버리면 내가 많이 아쉽지.”한차례의 주먹질과 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2화

    학교에 도착한 온다연은 부랴부랴 활주로 입구로 달려갔고 마침내 헬기가 굉음을 내며 착륙했다.곧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들이 서둘러 내려왔다.제일 선두에 선 사람은 바로 유강후다.헬기를 탈 때 얼마나 조급했는지 유강후는 외투조차 챙겨입지 않았고 오늘 아침 온다연이 골라준 검은 셔츠 한 장만 입은 채 걸어왔다.유강후는 입구에 서 있는 온다연의 작은 그림자를 보고서야 긴장하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걸음을 멈추고 말없이 뚫어져라 온다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유강후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사실 그는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를 논의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학교에서 온다연이 보이지 않는다는 경호원의 연락을 받았다.본능적으로 킬러의 표적이 됐다는 생각에 불안함이 엄습해 왔다.손에 든 계약서를 집어 던지고 무작정 학교로 달려오며 온다연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단 한 번도 통화가 연결되지 않았다.연락 두절된 일분일초가 유강후에게는 고통이었다.온다연이 겁을 먹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유강후는 그녀가 지하 암살 조직의 타깃이 됐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모른다고 해서 위험이 곁에 없는 건 아니다.게다가 최근에 로운은 임무를 받은 킬러 몇 명이 경원에 도착했다고 전했다.비록 그 중 세명은 로운에 의해 쥐도 새도 모르게 처리되었지만 남은 두 명에 대해서는 아는 정보가 없다.하필이면 이런 상황에서 온다연이 연락두절됐다.헬기에서 유강후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는지 아무도 모른다.유강후의 걱정을 알 리가 없었던 온다연은 활주로 입구에 서서 순진한 미소로 그를 맞이했다. 유강후는 당장이라도 달려가 온다연을 혼내고 싶었다.그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온다연은 재빨리 달려가 그의 팔을 껴안았다.“갑자기 왜 왔어요?”유강후의 표정은 더없이 어두웠다.“핸드폰은 왜 꺼놨어?”그 질문을 들으니 온다연은 그가 연락되지 않아 화가 났다는 걸 알아챘다.설령 그렇다 한들 헬기까지 동원해서 찾으러 오는 건 솔직히 오바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3화

    유강후는 차갑고 무덤덤한 표정을 지었다.“염지훈이 교수로 나타나서 네 곁을 맴도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걔는 처음부터 좋은 의도가 없었어.”온다연은 안색이 변했다.“그 사람은 원래 두 학교의 교수님이었어요.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요.”유강후는 여전히 싸늘했다.“내가 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 절대 번복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지? 그러니까 나랑 같이 가자.”말을 마친 그는 온다연이 보는 앞에서 지도교사에게 전화를 걸어 휴학을 신청했다.온다연은 눈시울을 붉히더니 뒤돌아 뛰쳐나갔다.유강후는 도망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명령했다.“따라가서 집으로 데려가.”“알겠습니다. 대표님.”이때 이권이 참다못해 입을 열었다.“도련님, 사실대로 다연 씨에게 말하는 건 어떨까요?”유강후의 눈에 어둠이 번쩍였고 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답했다.“안돼. 이다 하루코의 일이 다연이에게 얼마나 큰 심리적 영향을 끼쳤는지 알지? 마음을 다잡고 사람들에게 경계심을 푼지 얼마 되지도 않았어. 이제 막 밝아지기 시작했는데 그걸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그의 눈에는 알 수 없는 착잡함이 드러났다.“권아, 넌 옆에서 지켜봤으니까 잘 알잖아. 다연이가 마음을 여는데 1년이 걸렸어. 이제야 빛을 보기 시작했는데 어떻게 사실대로 얘기하겠니.”이권이 말했다.“하지만 이럴수록 도련님에 대한 오해가 깊어질 겁니다.”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옆에서 많이 달래주면 돼. 모든 일이 완벽하게 마무리되면 솔직하게 얘기할 거야.”이권은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이때 유강후의 핸드폰이 울렸고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로운이었다.“대표님, 킬러 두 명이 더 나타났습니다. 전에 말씀드렸던 두 사람과 합류했습니다.”“사모님과 진시현 씨가 있는 한옥을 노리고 있습니다. 워낙 치밀한 녀석들이라 위치를 파악하는 게 쉽지 않습니다. 다만 한옥에 있는 사람을 노리는건 확실합니다.”“아무래도 사모님의 정체가 노출된 것 같습니다.”진시현은 온다연과 매우 닮은 이권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4화

    엘리베이터 입구에 도착한 온다연은 문이 열리기도 전에 가장 싫어하는 사람을 마주치게 되었다.나은별과 소이섭이 입구에 함께 나타난 것이다.나은별은 방금 운 것처럼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되어 있었고 소이섭은 그녀의 어깨를 감싼 안은 채 안쓰러운 표정으로 위로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온다연을 본 순간 얼어붙었다.온다연도 이런 곳에서 그들과 마주친 게 뜻밖이었지만 엮이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내려왔고 온다연이 들어가려고 하자 누군가 문을 막았다.고개를 들어보니 소이섭이 밖에서 엘리베이터의 문을 막고 있었다.그는 칼날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온다연을 훑어봤다.눈빛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온다연은 진작에 산산조각 났을 정도다.그는 이를 악물며 입을 열었다.“다연 씨, 잠깐 얘기 좀 할까?”온다연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경호원이 말을 가로챘다.“저희 사모님은 당신들과 할 얘기가 없습니다.”“사모님?”나은별은 사모님이라는 호칭을 듣자마자 발끈하더니 안색이 돌변했다.“이 여자가 언제부터 사모님이 됐죠?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사모님이라고 부르는 건 아니지 않나?”사사건건 설명하기 귀찮았던 온다연은 손을 내저으며 반박하려던 경호원을 막았다.그녀는 무덤덤한 눈빛으로 소이섭을 바라봤다.“하고 싶은 말이 뭐죠?”온다연의 말투에서는 더 이상 소심함이 느껴지지 않았고 전에는 들을 수 없었던 자신감과 당당함이 가득 담겨있었다.소이섭은 저도 모르게 온다연을 훑어봤다.심플한 다크 블루 원피스는 그녀의 하얀 피부를 더욱 강조했고 메이크업을 전혀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목구비가 또렷했다.높게 묶은 포니테일은 발랄하고 청순한 느낌을 주었다.가장 중요한 건 온다연의 분위기가 예전과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사람을 마주할 때마다 잔뜩 주눅이 든 채로 눈치만 살피던 온다연은 이제 찾아볼 수가 없다. 여리여리한 겉모습은 전과 다를 바가 없지만 눈빛에서 풍기는 결단력과 차분함은 유강후과 비슷했다.온다연은 시간을 확인하더니 차분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5화

    나은별은 표정이 굳었다.“그게 무슨 뜻이죠?”온다연은 손에 낀 반지를 보여주며 말했다.“결혼하면 경제적인 부분은 제가 직접 관리할 거예요. 전 절약이 몸에 밴 사람이라 거머리가 평생 내 남자의 피를 빨아먹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시원하게 원하는 금액 불러요.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면 얼마든지 들어줄게요. 물론 터무니없는 제안을 한다면 무시하겠습니다.”“온다연!”이때 화가 난 소이섭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온다연에게 손가락질했다.“네가 뭔데 이렇게 당당해? 은별이랑 강후 사이를 네가 갈라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강후는 얘한테 빚을 졌어. 평생 갚아도 모자랄 목숨 빚이라고.”온다연은 피식 웃고선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입을 열었다.“왜 이렇게 은별 씨를 감싸는 거죠? 설마 좋아해요? 그런데 이걸 어쩌나. 소씨 가문은 재력이든 권력이든 내세울 만한 게 없잖아요. 유씨 가문과 한씨 가문의 동의를 얻기 전에 은별 씨한테 바로 차이겠는데요? 그러니까 일찌감치 단념해요.”소이섭은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온다연, 강후가 옆에 있으니까 이제는 눈에 뵈는 게 없나 봐? 언제까지 이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고작 너 때문에 강후가 형이랑 연을 끊었어. 어르신이 지금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건 알고 있지? 유씨 가문에서 널 며느리로 받아들일 것 같아?”그는 온다연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했다.“너만 아니었으면 은별이는 진작에 강후랑 결혼했어. 두 사람이야말로 천생연분이라고.”온다연은 아무런 타격을 받지 않았다.“그래요? 그동안 여자에 눈이 먼 사람을 많이 봐왔는데 이섭 씨 같은 분은 처음이네요. 본인의 신세가 초라하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소이섭은 분을 못 이겨 온다연에게 손을 쓰려고 했다.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나은별이 그를 막아섰다.“그만해요. 여기 CCTV 있어요.”온다연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은별 씨, 날로 발전하네요. CCTV 때문에 한 번 당해봐서 그런지 나름 똑똑해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6화

    온다연은 나은별의 손을 뿌리치고 뒤돌아 그녀의 얼굴을 노려보며 싸늘하게 말했다.“사랑하는 사람이 살아있다면 기뻐해야 하지 않나요? 왜 은별 씨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죠?”온다연은 유강후가 설명해 줬던 당시의 상황과 더불어 문득 이상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평소 안전하기로 소문난 바다였는데 왜 갑자기 상어가 나타나 인간을 공격했을까?온다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나은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그 사람이 살아있는 걸 원하지 않나 봐요? 아니면 그 죽음이 은별 씨와 연관이 있는 건가?”사실 모든 건 온다연의 추측에 불과했는데 나은별은 생각지도 못한 반응을 보이더니 손을 들어 그녀를 때리려고 했다.온다연은 단번에 팔을 뻗어 나은별의 손목을 잡았고 동시에 따귀를 날렸다.뺨 때리는 소리가 울리자 룸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나은별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채로 사악한 눈빛을 드러냈다.“재민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어떻게 그 죽음이 저랑 연결됐다고 얘기할 수가 있죠? 심보가 고약하니까 이런 터무니없는 추측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거예요. 마음 좀 곱게 먹으세요.”온다연은 피식 보고선 태연하게 말했다.“사랑하는 사람?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면 그 타이밍에 강후 씨와 결혼하려고 발악했을까요?”“처음부터 은별 씨는 한재민을 좋아한 게 아니잖아요. 단지 뱃속에 있는 아이한테 그럴듯한 아빠를 찾아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온다연은 말하면서 무심코 소이섭을 쳐다봤다.그런데 뜻밖에도 소이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온다연, 또 헛소리하면 내가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소이섭이 화를 내며 온다연을 향해 손을 뻗었다.다행히 경호원이 다가와 소이섭의 손목을 잡으며 경고했다.“미리 충고드리는데 그쪽은 저한테 상대가 안 됩니다. 정말 사모님을 때리실 겁니까?”유강후의 경호원은 하나같이 특전사에 버금갔기에 소이섭은 본인이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할 수 없이 그저 온다연을 째려보며 말했다.“은별이는 지금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7화

    두 경호원은 온다연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더욱이 그녀가 유강후의 목숨과도 다름없다는 사람인 걸 알기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사모님.”집에 돌아와 보니 장화연도 있었다.게다가 아이를 데리고 함께 이곳으로 왔다.온다연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최근에 공부하느라 바쁜 데다가 저녁에는 유강후와 함께 시간을 보냈으니 며칠 동안 아이에게 다가갈 틈이 없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왜 그녀와 아이를 이곳에 데려왔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장화연은 한옥의 인테리어를 바꾸려고 하는데 페인트 냄새가 아이한테 안 좋을 것 같아 이곳에 잠깐 머무는 거라고 설명해 줬다.비록 의심이 들었지만 별생각은 하지 않았다.사실 아이가 옆에 있다면 어디에서 지내던 그녀에게는 똑같았다.온다연은 아이가 잠들 때까지 놀아줬고 늦은 시간이 되었지만 유강후는 나타나지 않았다.한편으로는 유강후가 제멋대로 휴학 신청을 한 게 너무 화가 났다.염지훈이 교수로 온 게 온다연의 잘못도 아닌데 왜 갑자기 수업을 못 듣게 하냐는 말이다.생각하면 할수록 터무니없고 불합리한 결정이다.그러다가 잠이 든 온다연은 잠결에 옆을 만졌고 텅 비어 있는 느낌에 공허함이 밀려와 괴로웠다.온다연은 핸드폰을 꺼내 유강후와의 카톡 대화창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가 진지하게 얘기해 보는 게 좋을 것 같아 고민 끝에 전화를 걸었다.그러나 여러 번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네 번째 시도를 했을 땐 통화가 연결됐으나 들려오는 건 여자의 목소리였다.온다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환청이 들리는 건가 싶어 귀를 의심했다.“누구세요?”그러자 전화가 바로 끊겼다.온다연은 굴하지 않고 다시 걸었지만 유강후는 받지 않았다.숨이 막혀온 온다연은 잘못 들은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했다.다시 한번 걸었을 때 통화가 연결됐고 이상한 기계음이 흘렀다.그러고선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희미한 남자의 목소리는 유강후가 틀림없다.그들이 나눴던 사랑처럼 핸드폰 너머로는 서로에게 엉켜있는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28화

    온다연과 매우 흡사해 보이는 여자가 그들에게 공순하게 인사하며 말을 건넸다.“대표님, 방금 전화가 여러 통 왔는데 이 비서님이랑 안에서 회의 중이셔서 말씀드리지 못했습니다.”유강후는 곧바로 핸드폰을 확인했고 그곳에는 온다연이 걸어온 부재중전화가 찍혀있었다.한 시간 전에 걸려 온 전화였다.유강후는 시간을 확인했고 지금은 새벽 3시 45분이다.이때 이권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다연 씨가 도련님이 보고 싶은가 봐요.”줄곧 정색하던 유강후는 그제야 표정이 조금 풀렸고 곧바로 온다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핸드폰은 꺼져있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옷걸이에서 코트를 빼내더니 곧장 밖으로 걸어갔다.이때 이권이 말렸다.“도련님, 안 됩니다. 저희를 지켜보는 시선이 얼마나 많은지 아시지 않습니까. 다연 씨 쪽은 안전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 집사도 옆을 지키고 있으니 안심하세요.”“우림 도련님도 그쪽으로 보냈습니다. 도련님이 옆에 계시니 다연 씨의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을 겁니다.”유강후는 입술을 깨물었고 눈빛에 드러난 분노와 원망은 점점 더 짙어졌다.‘김원도, 내 손으로 널 죽여버릴 거야.’금융위기가 닥쳤을 때도 유강후는 전혀 긴장하지 않았고 결코 발을 빼거나 물러선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제는 김원도 때문에 피하는 신세가 되었다.게다가 아내와 아이의 목숨으로 위협하고 있으니 섣불리 행동할 수가 없었다.‘죽여버릴 거야.’물론 김원도도 좋은 날만 보낸 건 아니다.불과 한 달 만에 미래그룹은 김씨 가문의 시장 점유율 70%를 먹어 치웠고 김신 그룹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 인지도가 조금이라도 있는 기업이라면 미래 그룹과 김신 그룹이 대치 상황이라는 걸 눈치챘기에 아무도 섣불리 김신 그룹의 손을 잡지 않았다.김신 그룹의 주가는 한순간에 폭락하였고 보름도 채 안 되어 시가총액이 3분의 1로 줄어들었다.그뿐만 아니라 동양국의 다른 가문에서는 김씨 가문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고 있다.더불어 김원도의 아버지는 자신에게 혼외 자식이 두

최신 챕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20화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그녀는 무려 임산부였다.게다가 그 남자의 품에 안겨 가냘픈 목소리로 아저씨를 찾기도 했다.남자는 그녀가 숨이 딸릴 정도로 입을 맞춘 것도 모자라 그녀에게 손을 쓰라고 강요하기까지 했다...그 꿈은 꽤 오랫동안 지속하였다. 바람이 사납게 불고 엄청난 천둥소리와 함께 내린 폭우가 쉼 없이 창문을 거세게 두드릴 때야 온다연은 몽롱한 상태로 잠에서 깨어났다.하지만 눈을 뜨자마자 본 광경은 키 큰 남자가 창가에서 내려오고 있는 모습이었다.온다연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사람을 부르려던 찰나 그 남자가 다급히 제지했다.“부르지 말아요, 저예요!”낮은 목소리는 익숙했다.온다연은 잠시 멈칫한 끝에 남자가 누구인지를 알아볼 수 있었다.그는 다름 아닌 꿈속의 그 남자였다!창문을 통해 들어온 것인지 의문이 가득하던 찰나 온다연의 인기척을 느낀 경호원이 밖에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생기신 겁니까?”온다연은 목소리를 높여 대답했다.“아무 일도 아니에요!”경호원들은 여전히 걱정되어 물었다.“아가씨, 천둥소리에 놀라셨습니까? 같이 있어 줄 사람이라도 필요하십니까?”“필요 없다니까요!”“아가씨, 비도 많이 오고 바람도 거셉니다. 문을 열어주시면 창문에 문제가 생기진 않았는지 저희가 검사해드리겠습니다!”온다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필요 없다고 말했잖아요. 귀찮으니까 더 말 시키지 말아요!”온다연이 언성을 높이자 그제야 경호원들도 잠잠해졌다.유강후의 옷과 바지는 모두 반쯤 젖어있었고 머리카락에서도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유강후의 기세만큼은 가려지지 않았다.게다가 옷이 젖은 탓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한 그의 탄탄한 몸매에 온다연은 얼굴이 붉어졌다.“강 대표님이 왜 창문으로 들어오는 거죠?”유강후는 창문을 닫고 몸을 돌려 온다연을 바라보며 물었다.“깼어요?”온다연은 여전히 유강후가 창문으로 들어왔다는 사실을 믿기 힘들다는 듯 말했다.“여긴 2층이라고요!”유강후는 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9화

    남자는 안윤희의 머리카락을 거칠게 잡아채며 그녀의 뺨을 세게 때렸다.“평범한 사람이라고?”“안 아가씨, 10년 전 금우역에서 불을 지른 일을 기억하나? 내 얼굴 좀 봐. 이 흉터, 네놈들이 지른 불 때문에 생긴 거야!”남자의 눈에는 증오가 가득했다.“우리 부모님은 그저 평범한 농민이었어. 그들의 가장 큰 소원은 나를 잘 키워 공부를 시켜 성공하게 만드는 것뿐이었다. 그분들은 세상에서 가장 평범한 부모였어. 아무 잘못도 없었는데, 너희는 지나가다가 웃는 얼굴이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그분들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했지! 그러고는 우리를 집 안에 가둔 채 불을 질러 집을 잿더미로 만들어버렸어. 우리 부모님은 필사적으로 날 품에 안으셨고, 덕분에 나는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어. 하지만 부모님은 그만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리고 말았지.”“그분들이 무슨 죄가 있었지? 단지 못생겼다는 이유로, 살아갈 자격조차 없었다는 거야? 몇 년 동안 너희를 찾아 헤맸어. 그렇게 한 명씩 제거했지. 너희가 세상을 정화한다고? 난 너희 같은 악마들을 정화할 거다!”남자는 안윤희의 목을 세게 움켜쥐었고 두려움으로 일그러진 안윤희의 얼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듯 웃었다.“너희들 정말 잘 숨어 있더구나. 한 놈을 찾는 데 꼬박 반년에서 일 년이 걸렸어. 그런데 오늘은 누가 너를 직접 내게 데려다주고 돈까지 준 거야.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줄이야!”그는 안윤희를 거칠게 바닥에 내던지며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 손짓했다.“형님들, 배 위에서 고기 구경 못한 지 오래됐지? 오늘 마음껏 즐겨보자!”“저기요, 이 아가씨는 신국 안씨 가문의 큰 아가씨입니다.”“걱정하지 마. 방금 뉴스에서 이 아가씨가 이미 죽었다고 나왔어. 심지어 시신도 확인됐다고 하더라고. 그러니 이 여자는 그저 안씨 가문의 아가씨를 닮은 여자일 뿐이야.”사람들이 크게 웃으며 허리띠를 풀기 시작했다.안윤희는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안 돼! 나는 안씨 가문의 큰딸이야! 너희가 날 건드리면 우리 이모부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8화

    유강후는 진시현의 볼록하게 나온 배를 한 번 바라보며 웃음을 띠고 말했다.“얼마나 됐어?”진시현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거의 다섯 달 됐어요.”그러면서 무의식적으로 배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움직이기도 해요.”유강후의 눈에 잠시 어두운 빛이 스쳤다. 예전에 자신의 아이도 딱 이 정도였을 때...유강후는 곧 미소를 짓고 로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로운, 대단하네. 이제 아빠가 됐구나. 결혼식 때 참석 못한 게 많이 아쉬웠는데 나중에 네 아들 태어나면 큰 선물로 보답할게.”항상 무표정하던 로운의 얼굴에 드물게 미소가 번졌다.“괜찮습니다. 이미 충분히 많은 걸 받았습니다.”유강후는 말했다.“전에 준 건 모두 준구 것이었지. 지난 몇 년 동안 잘 관리해서 자산을 두 배로 늘렸더라. 하지만 이제 아내도 있고 아이도 생겼으니 너 자신을 위해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하지 않겠어?”“그걸 나눠서 20% 지분을 네가 가져. 내가 네 아들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이라고 생각하고.”로운은 잠시 망설이다가 뒤돌아 진시현의 볼록한 배를 몇 초간 바라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받아들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 대표님.”“며칠 동안 도련님을 데리고 가서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조상님께 향도 한 번 올리고요.”유강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똑똑한 아이이니 지금처럼 잘 키우면 성년이 되기 전에 양씨 가문으로 돌아가 일을 맡길 수 있을 거다. 데려가는 건 좋지만 아직은 신분이 드러나지 않도록 조심해.”로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물론입니다.”유강후는 다시 물었다.“내가 찾으라고 한 자료는 확인했어?”로운은 묶어둔 자료를 꺼내 유강후에게 건넸다.“이것은 성염 조직에 대한 정보입니다. 인원은 많지 않지만 굉장히 단결되어 있습니다. 한 번 목표로 삼으면 끈적한 반창고처럼 달라붙어 좀처럼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 조직은 크게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상대하기엔 매우 불쾌한 존재입니다.”유강후는 자료를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안윤희는 여기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7화

    유강후는 마치 죽은 사람을 보듯 차갑고 무심한 시선으로 안윤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성염 조직, 너랑 무슨 관계야?”안윤희는 고개를 확 들어 올리며 눈빛에 불안함을 담고 대답했다.“무, 무슨 성염이요?”성염 조직은 국제적인 테러 집단으로 극단주의자들로만 이루어진 조직이었다. 그들은 불이 모든 것을 정화한다고 믿으며 자신들이 악으로 간주한 대상은 무엇이든 태워 세계를 정화하려 했다.그들의 활동은 선과 악을 가리지 않았고 그들의 눈에 악으로 보이는 모든 것이 정화의 대상이 되었다.이로 인해 암흑가뿐만 아니라 정계에서도 성염 조직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했다.유강후는 안윤희를 똑바로 응시하며 한 글자 한 글자 분명히 말했다.“네가 어떤 조직에서 왔든 상관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알아둬. 만약 네가 온다연에게 손이라도 대려 한다면 끔찍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야. 너희 안씨 가문과 성염 조직 모두 비참하게 끝날 테니까.”안윤희는 고개를 숙이며 두 손을 꽉 쥐고 말했다.“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겠어요.”유강후는 더는 대꾸하지 않고 뒤돌아 걸어 나갔다.안윤희는 그의 뒷모습을 응시하며 천천히 일어섰다.방금 발에 차여 바닥에 나가떨어진 그녀는 무릎이 긁혀 피투성이가 되었지만 통증을 느끼는 기색은 없었다.그녀의 시선은 여전히 사라져가는 유강후의 뒷모습에 고정되어 있었다.“난 분명히 널 선택했어. 그런데 날 거부하고 그 재수 없는 여자만 원한 대가가 뭔지 제대로 보게 될 거야. 다연이가 그렇게 좋다면 두 사람 다 함께 끝장내주지.”“이모, 이모부. 저는 다연이를 해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그 애가 먼저 제 선택을 빼앗았어요. 뻔뻔한 사람은 다연이지 제가 아니에요. 그러니 저를 탓하지 마세요.”안윤희의 낮은 혼잣말은 복도를 스치는 바람 속에 흩어졌다. 그러나 그중 일부가 안심의 귀에 닿았다.안심은 다친 채 서 있는 안윤희를 보며 물었다.“어떻게 된 거니? 왜 이렇게 엉망이야?”안윤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제가 실수로 넘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6화

    두 사람은 오랜 시간 함께한 연인처럼 자연스러운 호흡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그들만의 공간은 다른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특별했다.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평소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던 유강후가 온다연 앞에서 이렇게까지 낮은 자세를 보일 줄은.유강후는 온다연을 마치 손바닥 위에서 소중히 감싸 보호하는 것 같았다. 유강후는 모든 일을 직접 나서서 처리하며 온다연을 위해 최선을 다해 보살폈다. 그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성과 인내를 아끼지 않았다.그리고 온다연은 그런 그의 행동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그러다 부모님의 날카로운 시선을 느끼고서야 온다연은 자신이 유강후의 옷소매를 잡고 있었다는 것과 방금 그 소매로 입을 닦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황급히 손을 놓고 어쩔 줄 몰라 했다.방 안에는 묘한 침묵이 감돌았다.안윤희만 질투 어린 눈빛으로 온다연을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하지만 유강후는 이 어색한 분위기에 개의치 않는 듯 즉시 사람을 시켜 과일을 준비하게 했다.게다가 그가 준비한 과일은 전부 온다연이 좋아하는 것들이었다.과일이 준비되고 나서 진수현은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강 대표, 당장 나가!”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제가 너무 오래 있었다는 거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일을 준비했으니 다연이가 다 먹는 걸 보고 나가겠습니다.”진수현은 조금의 인내도 없이 문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다연이 부모가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는데, 우리가 충분히 지켜줄 수 있어. 그러니까 네 도움은 필요 없어. 지금 당장 나가!”유강후는 움직이지 않고 과일 접시를 들어 올려 깎은 과일 하나하나에 이쑤시개를 꽂았다. 심지어 샤인머스캣조차도 빠뜨리지 않았다.그는 과일을 다 준비한 뒤 온다연 앞에 과일 접시를 내밀며 낮게 말했다.“먹어.”온다연은 다소 어색한 표정으로 과일 접시를 바라보다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왜 딸기까지 반으로 잘랐어요?”유강후는 온다연의 머리를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5화

    안윤희는 눈가가 붉어진 채 무언가 말하려다 문득 들어오는 유강후를 바라보았다.유강후는 잠을 제대로 못 잔 듯 피로가 얼굴에 드러났지만 강렬한 분위기와 또렷한 외모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그는 방 안에 있는 안윤희를 힐끗 바라봤고 단 한 번의 시선만으로도 안윤희의 온몸에 서늘한 전율이 퍼졌다.그의 눈빛은 차갑고 어두웠으며, 마치 독을 품은 칼날처럼 사람의 심장을 꿰뚫는 듯했다.안윤희는 자신이 수많은 남자를 만나봤다고 자부했지만 이렇게 무서운 눈빛을 가진 이는 유강후가 유일했다.안윤희의 마음이 급격히 흔들렸고 유강후가 뭔가를 눈치챘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그러나 이내 스스로를 다독였다. 모든 일을 빈틈없이 처리했으며 관련된 사람들은 이미 모두 사라졌으니 불안할 필요가 없었다.죽은 사람은 비밀을 누설하지 않는 법이다.안윤희는 그렇게 마음을 다잡으며 머리를 매만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다.“강 대표님, 안녕하세요.”유강후는 더 이상 안윤희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곧장 온다연 앞으로 다가가 작은 약병을 건네며 말했다.“이건 곽 의사가 방금 보내준 약이야. 먹어봐.”그의 목소리에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마치 세상에 수많은 아름다움이 있어도 그의 눈에는 온다연만이 유일하게 특별한 존재인 듯했다온다연은 병을 받아 뚜껑을 열고 냄새를 맡았다. 특이한 향이 풍겼고 어딘가 피 냄새와도 비슷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온다연이 의아한 표정을 짓자 유강후는 병을 다시 가져가 약을 꺼내 직접 하나 삼켰다.“봐, 문제없어. 이 약 총 20알이야. 곽 의사가 그러는데, 재료가 워낙 귀해서 자기한테도 40알밖에 없었대. 그중 절반을 나한테 준 거거든. 이거 먹으면 건강 진짜 좋아질 거야. 어쩌면 앞으로 약 안 먹어도 될지도 몰라.”그가 말을 마치자 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차갑게 말했다.“약이 20알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 하나를 먹었다고? 대체 무슨 생각이야?”유강후는 아무 대꾸 없이 옆에 있던 곶감을 집어 온다연의 입가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4화

    “너도 명색에 안씨 가문의 큰딸이야. 가문이 조금 어려운 상황이라지만, 여전히 명문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좋은 물건이 부족할 리도 없는데 왜 이러는 거니...”안심은 말을 멈추고 온다연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다연아, 그저 한 세트의 장신구일 뿐이야. 너무 기분 상하지 말고, 엄마가 더 좋은 걸로 새로 준비해 줄게.”온다연은 안윤희 눈에 잠깐 스친 뚜렷한 분노를 보고는 가슴 한편이 서늘해졌다.배은망덕하다는 말이 딱 적합했다.“엄마, 더 큰 금고를 하나 마련해 주세요. 귀중한 물건들은 거기 보관하고 제가 직접 관리할게요.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좋겠어요.”안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네 물건은 네가 직접 챙기는 게 맞지.”안윤희의 얼굴은 금세 붉어졌다.이건 분명 안윤희를 경계하려는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안윤희는 개의치 않았다. 고작 몇 개의 장신구일 뿐이었고 갚지 못할 정도의 거금도 아니었다. 대진 그룹의 부대표가 된다면 더 많은 이익을 챙길 수 있었다.그때가 되면 아무것도 모르는 온다연은 바보처럼 자신의 손에 놀아나게 되어 있을 것이다.안윤희의 눈에 스친 냉소는 온다연도 똑똑히 읽을 수 있었다.지난 3년간 아버지 진수현 곁에서 많은 것을 배운 온다연은 속으로 생각했다.회사 관리를 원하지 않는 것과 관리 능력이 없는 건 엄연히 다른 거라고.비록 회사를 직접 관리하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았지만 가족의 사업을 결코 남의 손에 넘기고 싶지는 않았다.온다연은 진수현을 바라보며 결심한 듯 말했다.“아빠, 이제 제 신분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요. 대진 그룹을 정식으로 이어받아 앞길을 열어가고 싶습니다.”온다연의 말에 안윤희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 안윤희는 당황한 표정으로 서둘러 말했다.“다연아, 아직 몸이 좋지 않잖아. 건강을 회복한 뒤 천천히 생각해도 늦지 않아. 회사 일은 우리한테 맡겨도 되잖아.”온다연은 안윤희의 말을 무시한 채 진수현을 향해 말했다.“아빠, 언제까지 아빠 뒤에만 숨을 수는 없어요. 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3화

    안씨 가문도 명문가이긴 하지만 겉만 번지르르할 뿐 이미 속은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태였다. 만약 진씨 가문이 뒤에서 받쳐주지 않았다면 지금쯤 안윤희는 제대로 된 옷 한 벌도 마련하지 못했을 것이다.게다가 예전에 온다연에게서 가져간 물건 중 상당수는 이미 팔아버려 이제 와서 돌려줄 수도 없었다.그때 밖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안윤희의 눈빛이 잠시 차갑게 빛나더니 곧바로 울음을 터뜨렸다.“다연아, 이러지 마. 예전에 네가 선물로 줬던 물건들을 이제 와서 돌려달라니, 말이 돼? 난 우리를 자매처럼 생각했는데, 네가 이렇게까지 나를 몰아붙일 줄은 몰랐어...”온다연은 아무 말 없이 안윤희를 차갑게 바라보았고 그녀에 대한 혐오감이 더욱 깊어졌다.잠시 후, 진씨 부부가 방으로 들어왔다.안심은 안윤희가 온다연의 병상 앞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보곤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일이야?”온다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윤희가 먼저 말했다.“이모, 다연이가 제가 예전에 받았던 장신구들을 다 돌려달라고 해요. 그런데 제가 뭘 받았는지 기억도 잘 안 나고, 일부는 이미 다른 사람에게 줬어요... 어젯밤에 제가 다연이를 제대로 따라다니지 않고 혼자 둔 걸로 저를 원망하고 있어요. 하지만 저도 제 일이 있었는데 말이에요...”안심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안심은 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온다연을 바라보며 물었다.“다연아, 정말 그런 거야?”온다연은 상체를 일으키며 안윤희를 차갑게 쳐다봤다. 보면 볼수록 짜증이 치밀었다.“언니, 연기 그만해. 그동안 언니가 내 물건 가져간 건 전부 언니 멋대로였잖아. 빌린다고 말했지만, 내가 준 적은 한 번도 없었어. 그리고 어제 언니가 가져간 건 내가 결혼식 때 쓰려고 준비해 둔 장신구였어. 한 번도 착용하지 않은 건데, 그냥 가져가더라. 난 허락한 적이 없었는데. 아니면 진씨 가문 물건은 언니가 마음대로 써도 된다는 뜻이야?”온다연의 말투에는 서늘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언제부터 진씨 가문이 안씨 가문과 한 식구가 됐는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12화

    그때 유강후의 전화가 울렸다. 그는 화면에 표시된 번호를 확인한 뒤 자리에서 일어나 방 밖으로 나갔다.몇 분 후, 안윤희가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병실로 들어왔다.안윤희는 연한 하늘색 발목 길이 드레스를 입고 하얀 장미 꽃다발을 품에 안고 있어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그러나 침대 위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온다연의 모습이 훨씬 더 사람들의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안윤희의 마음속에 묘한 질투심이 피어올랐다.안윤희는 방 안을 둘러보고는 유강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실망한 기색을 보였다. 안윤희는 장미꽃을 창가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다연아, 몸은 좀 괜찮아졌어?”하지만 온다연은 원래부터 백장미를 싫어했다. 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안윤희를 쏘아보며 물었다.“왜 왔어?”안윤희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깨어났다고 해서 와봤어. 그런데 아직 안색이 많이 안 좋아 보이네.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혹시 누가 진씨 가문을 노리기라도 했어?”온다연은 이번 일에 안윤희가 직접 개입하지 않았더라도 무관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내가 깨어난 게 언니랑 무슨 상관인데? 어젯밤에 일어난 일은 언니가 더 잘 알지 않아?”안윤희는 순간 당황했다.온순했던 온다연이 요즘은 마치 가시가 돋은 듯 상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다연아, 혹시 어제 내가 목걸이를 빌려 간 것 때문에 아직도 화난 거야?”안윤희는 억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어제 급해서 미처 말 못 했을 뿐이야. 그리고 우리 사이에 이런 일은 예전에도 많았잖아. 그런데 오늘은 왜 이렇게 예민하게 구는 거야?”온다연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빌린 거라고? 그럼 어제 가져간 장신구 다시 돌려줄래? 내가 다시 쓸 일은 없겠지만, 그건 어머니가 내 혼수를 위해 준비해 주신 거라 남에게 줄 수는 없어.”안윤희는 속으로 분노가 치밀었다.돌려달라고 요구하다니, 감히!원래 그 장신구는 안윤희, 자신의 것이어야 했다. 온다연이 중간에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