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비해 은테 안경을 쓰고 더욱 정갈하게 차려입었지만 온다연은 한눈에 그를 알아봤다.‘염지훈? 여기서 뭐 하는 거지?’염지훈도 온다연을 발견한 듯,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냈다.온다연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염지훈은 자기소개를 시작했다.들으면 들을수록 충격의 연속이다.‘염지훈이 옆 학교에서 잘나가는 교수 박현욱이라고?’‘이름을 바꾼 건가?’90분간의 강의 내내, 온다연은 절반의 시간을 충격의 늪에서 허덕였다.다행인 건 후반부에 정신을 다잡았고 염지훈의 색다른 견해에 빠져들었다.어느덧 강의가 끝났다.교과서를 챙겨 든 온다연은 인파에 둘러싸인 염지훈을 힐끗 보고는 천천히 뒷문으로 나갔다.염지훈이든 박현욱이든 그 어떤 교집합도 있어서는 안 된다.이제는 결혼도 했고 아이와 가정도 있으니 과거의 모든 사람과 선을 긋는 게 맞다.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반쯤 열린 문으로 누군가 손을 뻗어 온다연을 확 잡아당겼다.온다연이 중심을 잡기도 전에 큰 몸집이 그녀를 벽으로 밀어냈다.온다연은 꼼짝하지 않고 눈앞에 나타난 사람을 바라봤다.“지훈 씨? 아니다, 박현욱 교수님이라고 불러야 하나요?”염지훈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억누르며 그녀의 섬세한 눈매를 탐욕스럽게 바라봤다.“이름이 뭐가 중요해?”몇 달 못 본 사이에 온다연은 살이 좀 쪘고 전보다 훨씬 예뻐졌다.처음 만났을 때의 소심한 눈빛에서 이제는 나이에 맞는 특유의 밝고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갓 떠오른 달처럼 맑고 환한 그녀의 모습에 염지훈은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을 억제하지 못했다.심플한 옷차림처럼 보여도 온다연이 입고 있는 옷은 하나같이 고가였다.이 모든 건 유강후가 그녀를 잘 챙겨주고 있음을 뜻했다.염지훈의 눈빛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지난번 병원에서 온다연에게 청혼했다가 형한테 잡혀가 꼬박 4개월 동안 갇혀 있었다.행동을 바꾸고 마음을 바로잡아서인지 감금 끝에 자유를 되찾았다.자유를 되찾은 첫날에 화양대에 강의하러 왔고 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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