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떴고, 손에 든 와인잔을 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변해갔다.눈동자 깊숙이 깔린 살기는 점점 짙어졌고, 무서우리만치 강렬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다시 차분하고 위엄 있는 표정으로 돌아왔다.와인잔을 가볍게 흔들며, 라시드를 향해 미소 같지 않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라시드 님, 당신을 능력 있는 사람으로 존경했는데 어쩌다 이런 저급한 장난을 즐기십니까?”라시드는 웃으며 대꾸했다.“아까워서 그러는 거군요.”라시드는 오랜 세월 상업계에서 명성을 쌓아온 노련한 인물이었다. 그가 진정으로 온다연에게 관심이 있어서 이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유강후의 태도였다.유강후와 김원도의 갈등을 그는 알고 있었지만, 어느 편도 들 생각이 없었다. 누가 더 강한지에 따라 협력할 파트너가 달라질 뿐이었다.현재 상황으로는 유강후가 더 우세해 보였기에, 오늘 이렇게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었다.하지만 김원도를 완전히 배척할 생각은 없었기에, 온다연이 유강후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이것이 훗날 김원도가 우세해질 경우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한 라시드는 다시 입을 열었다.“유 대표님, 제 곁에 있는 이 여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입니다. 아니, 중동 전체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 여자와 당신의 애인을 바꾸자는 제안은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룸 안의 조명이 밝지 않아, 유강후의 이마 위에는 날카로운 기운이 드리워졌다.순간적으로 라시드는 그가 화를 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다음 순간, 유강후는 웃으며 말했다.“라시드 님, 제겐 한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제가 사용한 물건은, 필요 없어져도 남에게 주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잠시 말을 멈춘 뒤, 차가운 기운이 살짝 묻어난 어조로 덧붙였다.“하지만 라시드 님께서 정말 남이 쓰던 물건을 좋아하신다면, 드리죠.”문밖에서 그 말을 듣던 온다연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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