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령이라는 세글자에 온다연의 손가락이 움찔 떨렸다.유강후는 그녀를 바라보며 조금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조금만 더 시간을 줘.”요 며칠, 그는 전에는 몰랐던 것들을 한꺼번에 알게 됐고 그 모든 것들이 그를 분노케 했다.그가 없는 몇 년간, 아니, 그가 경원시에 있었던 그 시간에도 온다연은 유 씨네 집에서 영상보다 더한 대우를 받았다. 그녀를 괴롭힌 주모자가 누군지 온갖 방법을 써 알아봤지만 아무런 단서도 얻지 못했다.누군지는 몰라도 어둠 속에 꼭꼭 숨은 인물이었다.물론 의심 가는 사람은 있었다. 심지어 그 의심의 화살이 친형에게까지 갔지만 그렇다 할 증거는 아직 아무것도 없다.그리고 만약 이 모든 게 정말 유씨 집안 사람 중 누군가의 짓이라면 분명히 이렇게 해야만 하는 목적이 있을 테고 그건 생각보다 더 복잡할지도 모른다.또한 중요한 점은 아직 대놓고 배후를 찾아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랬다가는 유씨 가문이 하루아침에 가루가 되어 흩어질 테고 그렇게 되면 그 누구에게도 득은 아닐 것이다. 가문은 물론이고 미래 그룹 또한 불안정해지고 나아가서는 무너지고야 말 테니까.그런 건 그 누구도 바라지 않는다. 유강후 본인도 말이다.그러니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주모자가 누구든 놓아줄 생각은 없다. 반드시 찾아내 이런 짓을 한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줄 것이다.다만 온다연은 그때를 기다리는 게 조금 힘든 듯했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카락을 정리해주며 말했다.“조금만 기다려줘. 고씨 가문은 그저 시작일 뿐이야.”온다연은 그 말에 침묵으로 답했다.비스듬히 열린 창문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자 그녀의 앞머리가 부드럽게 날렸다. 시선을 아래로 내린 탓에 그녀가 지금 어떤 표정을 지고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얼마나 지났을까, 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삼촌은 유하령이 좋아요?”유강후는 미세하게 떨리는 그녀의 속눈썹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네가 볼 때는 어떤데?”온다연의 얼굴색은 여전히 혈색 하나 없었지만 아까보다는 많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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