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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작가: 손이영
그때 집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도련님께서 아가씨를 모시고 돌아가라고 하셨습니다.”

이곳의 주인은 유강후이고 온다연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순순히 집사를 따라 다시 돌아갔다.

도착해보니 언제 배달을 해온 것인지 흰색 장미가 거실과 침실 그리고 정원 테이블, 심지어는 온천 풀 안에도 놓여있었다.

평소라면 꽃향기를 즐겼겠지만 지금은 속이 안 좋아 집사가 건네주는 약도 얼마 안 가 또다시 토해내고야 말았다.

또한 간단한 디저트도 입에 넘기지 못한 채 그대로 뱉어냈다.

저녁 식사 전에 맞춰 유강후가 돌아왔다.

밖은 붉은 노을이 지고 있어 아직 밝았다.

유강후는 정원 의자에 앉아 있는 온다연의 앞에 나타났다.

흰색 스트라이프 셔츠에 검은색 바지, 그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아주 깔끔한 차림이었다.

다만 겉은 이렇게 깔끔하고 고고하면서 잔인한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하고 다닌다.

유시 가문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매정하다. 유강후를 시작으로 유하령 그리고 유민준까지 모두 똑같은 인간들이다.

찬 바람이 불어오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몸을 움찔 떨었다.

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다.

표정이 어두운 것이 아까의 분노가 아직 가시지 않은 것 같았다.

어색한 적막만 흐르고 두 사람 중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지 않았다.

그러다 유강준이 발걸음을 옮겨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몇 분 후 다른 옷으로 갈아입고 나왔다.

갈아입은 옷은 역시 흰색 셔츠였고 다만 스트라이프가 아닐 뿐이었다. 옷에서는 유강후 특유의 시원한 우디향이 풍겼고 지금 있는 정원과 절묘하게 어우러졌다.

온다연은 시선을 내려 바닥을 바라보며 드디어 작은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어떤 벌을 줄 생각이에요?”

유강후는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다.

“내가 더러워?”

온다연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그를 바라보지 않았다.

“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무려 유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인데, 재력도 있고 권력도 있는 남자인데, 경원시의 여자들이 원해 마지않는 남자를 어떻게 감히 더럽다고 생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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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74화

    온다연은 입을 다물었다.대가족은 집집마다 나름의 규칙이 있는 법이었다. 그리고 그녀도 강씨 가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섣불리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없었다.하지만 마음 한편으론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온다연은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하는 편이기에 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금방 알아챘다.그는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조용히 물었다.“내가 너무 심했던 것 같아?”온다연: “조금요.”유강후는 자리에 앉아 그녀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도록 하고 나직하게 말했다.“다연아, 규칙은 지키라고 있는 거지 동정심을 발휘하라고 있는 게 아니야. 강씨 가문은 엄청나게 커. 이 저택의 도우미, 관리인, 운전기사만 해도 이삼백 명은 된다고. 그러니 그 모든 걸 관리하는 것만 해도 보통 일이 아니야. 만약 매일 각자 작은 실수를 하나씩만 해도, 하루에 얼마나 많은 문제가 생길지 상상도 못 할걸? 그리고 내가 그녀를 해고한 건 오늘 일 때문만은 아니야.”“저 사람, 우리 집에서 몇 년이나 일했어. 그런데 작년에 내가 돌아왔을 때, 그 여자 아들이 학교에서 자기가 강씨 가문 방계 도련님이라고 으스대면서 애들을 괴롭힌다는 제보가 들어왔었어. 그때 집사가 경고를 줘서 겨우 조용해졌지만. 작년엔 내가 신경 쓸 여유가 없었는데, 이번에 돌아오자마자 또 같은 문제로 고발이 들어왔어. 그러니 이런 사람은 더 두고 볼 필요 없이 일찍 내보내는 게 맞아.”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이제도 내가 냉정하다고 생각해?”온다연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처럼 무섭게 하면 누구든 오해할 거예요.”유강후는 그녀의 작은 얼굴을 꼬집으며 그녀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히고 나직하게 말했다.“이제 말해봐. 방금 뭘 생각했는데 그렇게 아파서 아예 기절한 거야?”온다연은 미간을 찌푸렸다.어렴풋한 기억의 조각들이 떠오르자 그녀는 다시 머리가 아파왔다.“옛날에 누가 나를 괴롭혔었어요?”온다연은 이마를 누르면서 말했다.“누군가가 나를 골목으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73화

    그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내일 일은 내일 보자. 오늘은 첫날이니까 회장님한테 대충 둘러대고. 모두 가서 쉬어.”사람들이 가고 나서 유강후는 온다연에게 새 잠옷을 입히고 미지근한 물로 수건을 적셔 다시 얼굴을 닦아주었다.얼마 후, 온다연이 깨어났다.머리는 여전히 아팠고 그 장면들은 흐릿하면서도 너무 생생해서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유강후는 온다연이 깨어나자 부축해서 앉혀주고 등에 쿠션을 받쳐주었다.“머리 아직도 아파?”온다연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다. 또 땀을 많이 흘려서인지 목이 심하게 말랐다.그녀는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물, 물 마시고 싶어요.”유강후는 문으로 가서 밖에 서 있는 도우미에게 말했다.“물 좀 갖다 줘. 따뜻한 물로.”그녀가 곧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목이 너무 말랐던 온다연은 물을 받자마자 크게 한 모금 마셨다.그리고는 바로 물을 뱉어내며 연신 숨을 들이쉬었다.“앗, 뜨거워, 뜨거워!”유강후는 그제야 보온병에 담긴 물이 펄펄 끓는 물이라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곧바로 온다연의 턱을 잡고 화상을 입었는지 확인했다.그녀의 연약한 입안은 이미 뜨거운 물에 데어 하얗게 변하고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그는 순간 격노하여 물컵을 바닥에 내던지며 소리쳤다.“당장 들어와!”도우미는 너무 놀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유강후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마실 물인데 물 온도 확인도 안 해?”그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죄송합니다. 방금 오 집사가 모든 사람을 거실로 부르셔서 저만 여기 남아 시중을 들고 있었습니다. 거실 일이 신경 쓰여서 물 따르다가 정신이 없어서 뜨거운 물인지 찬물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가서 급여 정산하고 내일부터 나오지 마.”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그 사람은 순간 당황하여 바로 무릎을 꿇고 울며 말했다.“도련님, 제발 자르지 마세요. 저는 강씨 가문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72화

    유강후의 얼굴이 잔뜩 굳어졌다.“오늘 밤 누가 내 방에 왔었지?”오진숙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큰 사모님께서 밖에 잠깐 서 계셨을 뿐입니다. 어제 제가 집 안 구석구석 다 확인했는데 아무런 허점도 없었습니다. 이 사진첩이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습니다!”유강후의 눈에 뚜렷한 살기가 스쳤다. 그가 차갑게 말했다.“모든 책임자와 일하는 사람들을 모두 거실로 불러서 내 앞에서 하나하나 조사해!”말을 마친 그는 온다연을 안고 안방으로 들어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주치의가 도착했다. 진찰 후, 의사는 강한 자극으로 인한 실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며 진정제를 처방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의사가 떠난 후, 진씨 가문에서 따라온 네 사람이 시중을 들려고 들어오려 하자 유강후는 차갑게 말했다.“댁 아가씨께서 이전에도 이렇게 실신한 적이 있었나?”그중 책임자로 보이는 사람이 말했다.“3년 전 처음 돌아왔을 때는 자주 그랬습니다. 그 후로는 점차 나아졌는데, 아마도 아가씨께서 무언가를 보고 예전 일을 떠올리신 것 같습니다.”유강후가 말했다.“오늘 일은 진 회장께는 알리지 마라. 알겠지?”책임자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아가씨 일은 사소한 것까지 매일 보고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저희는 해고입니다.”유강후는 문 앞 네 사람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었다. 그 압도적인 시선에 그들은 감히 고개를 들지 못했다.이 네 사람은 진씨 가문에서 가장 경력이 많고 솜씨 좋은, 두 남자와 두 여자로 이루어진 최정예 팀이었다.진수현은 딸의 이번 외출에 공을 많이 들였지만 유강후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했다. 계략이라면 유강후도 그에 못지않았다.이들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유강후의 손바닥 안이었다.유강후는 그들의 얼굴에서 긴장감이 역력해질 때까지 뚫어져라 노려보다가 그제야 얼음장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충성스럽고 책임감 강한 건 좋은 일이지. 난 이런 사람들을 존경해. 하지만, 너희도 알다시피 나랑 너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71화

    “그 양반이 얘는 유씨 가문 사람 아니라고 했잖아. 뭘 걱정해...”“어린 게 꽤 예쁘장하네. 나이만 찼어도 오늘 맛 좀 봤을 텐데.”“이 조그맣고 보드라운 손은 남자 꼬시려고 있는 거야?”“바늘 가져와. 바늘을 손톱 밑에 찔러 넣어. 피는 안 나게 해야 돼. 이년의 그 상간녀 이모가 눈치채지 못하게.”“눈치채면 어쩔 건데? 상간녀가 자리에 올라도 유씨 가문에서 개처럼 기고 있잖아. 나쁜 년!”“상간녀의 조카면 똑같이 천박한 상간녀야. 태생이 남자 꼬시는 걸레라니까!”...화면은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고 온다연의 머리는 점점 더 아파왔다.누군가 전기톱으로 그녀의 머리를 쪼개고 안에 있는 것들을 모두 꺼내는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낮게 신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이때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가 들어와 보고는 깜짝 놀랐다.“빨리, 도련님께 알려! 빨리!”유강후는 저녁 식사 자리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 어머니가 직접 온다연을 데리고 쇼핑을 갔고 집안에도 온통 유씨 가문 사람들뿐이었지만 그는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그는 대충 인사를 하고 연회장을 나섰다.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도우미 하나가 허겁지겁 뛰어나오다 그와 부딪혔다.그가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로 이렇게 허둥대?”도우미가 다급하게 외쳤다.“도련님! 큰일 났어요! 진유나 씨가 쓰러지셨어요!”심장이 얼어붙는 듯했다. 유강후는 다급히 집 안으로 들어섰다.집에 들어서니 2층에 있던 집사 오진숙이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도련님, 진유나 씨가 옷 방에서 쓰러지셨습니다. 제가 감히 손댈 수 없어서 주치의에게 연락했습니다. 곧 도착하실 겁니다.”유강후는 단숨에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온다연은 옷 방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작은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고 이마와 턱, 심지어 목까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바닥에도 땀방울이 떨어져 작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유강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술기운도 싹 날아갔다.심장 깊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70화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오 집사님, 강후 씨는 자주 집에 돌아오지 않나요?” 오진숙은 공손히 대답했다. “도련님은 6, 7년 전만 해도 자주 돌아왔지만 그 뒤로는 대부분 집에 없으셨습니다. H국과 북아메리카를 오가며 지내셨죠.” “평소에 그를 따라다니는 집사셨나요?” 오진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전에는 장화연 집사께서 도련님을 보살펴 주셨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장 집사님께서 H국에 계셔서 그동안은 제가 이 집을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장화연?’ 진유나는 그 이름을 들었을 때 마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확 끊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잠시 후 그 느낌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뭔가 불쾌한 감정이 남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집 안의 인테리어는 전형적인 전통 스타일로 차분하고 고급스러웠다. 마치 유강후의 성격을 그대로 담고 있는 듯했다. 진유나는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곧 흥미를 잃었다. 유강후는 생각보다 흥미로운 사람이 아니었고 비밀을 파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그녀의 예상대로였다. 진유나는 옷장을 한 바퀴 돌며 살펴봤지만 특별한 것을 찾을 수 없었다. 그녀가 옷장의 마지막 칸을 열었을 때 순간 멈칫했다. 그곳에는 두 벌의 잠옷이 걸려 있었다. 순수한 색상의 비단 잠옷 긴 한 벌은 분명히 유강후의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여성용 잠옷이었다.‘이건 대체 누구의것일까?’두 벌의 잠옷은 서로 나란히 붙어 있었고 소매가 얽혀 있었는데 마치 두 사람이 서로를 포옹하고 있는 듯했다. 진유나는 호기심에 잠옷을 살짝 당겨 보았다. 그랬더니 두 벌의 잠옷이 한꺼번에 떨어지며 그 아래에 있던 몇 권의 앨범이 드러났다. 그녀는 앨범을 집어 들고 펼쳐 봤다. 그 안에는 유강후의 어린 시절을 담은 사진들이 있었다. 어릴 때의 유강후은 정말 예쁘고 잘생겼다고밖에 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흰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나 짙은 남색 더블브레스트 코트를 입은 모습이나 또 학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69화

    진유나가 그녀를 바라보자 그 여자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 “부인, 안녕하세요.”강현미는 그 여자가 들고 있던 물과 약을 받아 들고는 진유나에게 말했다. “이 분은 내 비서 임청하야.”알고 보니 이 사람은 예전에 유강후가 후원해 준 그 여자였고 유강후의 고인이 된 친누나와 조금 닮아서 강현미는 그녀를 곁에 두고 자신의 개인 비서로 삼아 자식을 잃은 아픔을 위로하려 했다. 진유나는 예의상 임청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했다. 그러나 그녀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임청하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다. 비록 태도는 공손했지만 얼굴에 번지는 미소는 진심이 담기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임청하는 강현미의 사람이라 그녀도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었다. 강씨 가문에 오래 머무를 생각이 없었기에 집사 하나의 마음을 굳이 신경 쓸 필요는 없었다. 강현미는 약을 먹고 연회장으로 돌아가려 했다. 하지만 진유나는 조용히 말했다.“먼저 가세요. 저는 강후 씨 방에 좀 가보고 싶어요.” 강현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근처에 있던 하인을 불렀다. “오 집사, 여기서 진유나 씨를 모시고 있어. 기억해. 진유나 씨는 평범한 손님이 아니야. 무엇을 하든 괜찮으니 강후가 화내지 않도록 잘 챙겨.” 오 집사는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큰 사모님.” 조금 걸어 나가다가 강현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진유나를 한 번 바라봤다. 진유나는 여전히 조용히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강현미는 뒤돌아 임청하를 한 번 쳐다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넌 그 애를 본 유일한 사람이니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알겠어?” 임청하는 눈을 떨구고 온화하게 말했다. “네. 강 대표님.” 강현미는 담담히 말했다. “네 마음은 알겠다. 사실 몇 년 전 나도 내가 죽은 후에 네가 강후 옆에서 일하게 될 거로 생각했었어.” “하지만 지금은 달라. 그 아이는 죽지 않았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68화

    강현미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신경 써줘서 고맙지만 내 일로 너무 마음 쓰지 않아도 돼.” 잠시 말을 멈췄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듣자 하니 예전 일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유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거의 기억이 없어요. 그래도 나중에는 떠오를지도 모르죠.” 강현미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강후가 너한테 예전에 너희가 함께했다는 얘기 한 적 있어?” 진유나는 이 주제가 나올 줄 몰라 순간 멈칫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답했다. “네. 말하긴 했어요. 하지만 자세한 얘기는 안 했어요. 그냥 예전에 우리가 사귀었고 오해로 헤어졌다고만 했어요. 그 후 제가 H국을 떠나 친부모님이 찾아왔고 그때부터 완전히 연락이 끊겼다고 했죠. 그러다 강후 씨가 동남아시아에 와서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됐고요.”사실 진유나는 유강후가 그렇게 말한 게 완전히 문제가 없는지는 잘 몰랐다. 하지만 그녀는 유강후에게 강한 반응을 보였고 첫 만남에도 묘한 친숙함을 느꼈기 때문에 그의 말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오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유강후가 계속 말하지 않았다. 강현미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게 설명했구나. 이 아이는 너와 관련된 일만 생기면 항상 선을 넘는 행동을 많이 해.” 그녀는 몸을 돌려 진유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해봐. 넌 강후를 좋아하니? 강후에 대해서 어떤 느낌이 들어?” 진유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강 대표님, 만약 제가 그 사람에게 특별한 감정이 없었다면 강후 씨와 함께 북아메리카로 올 이유가 있을까요? 저희 진씨 가문도 큰 집안인데 굳이 누군가와 혼인을 맺을 필요는 없으니까요.”강현미의 시선이 온전히 진유나에게 머물며 천천히 말했다. “네가 많이 달라졌구나. 진씨 가문에서 정말 훌륭하게 잘 자란 것 같아.”“하지만 한 가지 말해두고 싶어. 너희 사이의 오해는 예상보다 훨씬 컸고 그건 단순한 연인 사이의 싸움 같은 게 아니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967화

    진유나를 본 강씨 가문 어르신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어쩐지 우리 손자가 목숨을 건 듯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했더니 진씨 가문 따님은 역시 평범하지 않구나.” 진유나는 자연스럽고 우아하게 앞으로 나아가 전통 예법에 맞춰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강씨 가문 어르신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흐뭇하게 웃으며 가까이 다가와 진유나를 다시 한번 살펴보더니 감탄하듯 말했다. “참 곱게도 생겼구나. 우리 손자가 꿈에서도 잊지 못할 만하네.” 진유나는 과한 칭찬에 머쓱해져 서둘러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그렇게까지 좋게 봐주실 것까진 없어요.” 그러자 강씨 가문 어르신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평범하면 세상 사람들은 뭐가 되겠냐?” 사방에서 쏟아지는 시선에 점점 더 민망해진 진유나는 손끝을 살짝 움직여 유강후의 손을 몰래 감았다. 그러자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자연스럽게 감싸 쥐고는 가볍게 자기 뒤로 끌어당겼다. “할아버지, 너무 부담 주지 마세요. 유나 씨가 놀라잖아요.”강씨 가문 어르신은 손자의 얼굴에 되찾은 생기와 자신감을 보며 기쁨과 안도 그리고 묘한 복잡한 감정이 뒤섞였다. 그는 유강후의 어깨를 힘 있게 두드리며 연달아 세 번이나 말했다. “좋다. 좋아! 정말 좋구나.” 반면 강현미는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담담하게 한마디만 남겼다. “두 사람 잘 지내도록 해라.” 그렇게 말한 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저녁 성대한 환영 연회가 열렸다. 거의 모든 강씨 가문의 일원이 참석한 자리였다.유강후가 그 자리의 중심이 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는 일이었다. 강씨 가문은 대대로 자손이 많지 않았고 강씨 가문 어르신의 직계는 더욱 그랬다. 그에게는 외동딸 강현미뿐이었고 강현미 역시 오직 유강후 하나만을 두었으니 그가 어디에 있든 특별한 존재가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자리의 분위기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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