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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8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27 19:00:01
손바닥 가득 느껴지는 뜨거움에 위압감이 흘러넘치던 기세는 사라지고 다정하게 그녀를 불렀다.

“다연아.”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그의 품으로 꽈악 파고들었다.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던 심장도 녹아버리고 유강후는 몸을 굽혀 그녀를 안아 올렸다.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며 옆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가서 의사 불러와!”

온다연은 유강후의 목을 꼬옥 끌어안고 있었다. 번개가 내리칠 때마다 화들짝 놀라면서 덜덜 떨고 있었다.

호텔까지 돌아가는 길은 멀지 않았지만 온다연을 안고 있던 유강후는 꼭 몇 년이 걸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집사가 문을 열었을 때 물에 빠진 듯한 모습의 두 사람이 시야에 들어오자마자 팔을 뻗어 온다연을 받으려고 했지만 유강후는 피하면서 직접 안고 욕실로 들어갔다. 바닥에는 두 사람의 몸에서 흘러내린 빗물로 가득했다.

그는 직접 욕조에 따듯한 물을 담은 뒤 온다연을 내려놓고 깨끗하게 씻겨주었다. 부드럽고 커다란 수건으로 그녀의 몸을 감싼 뒤 침대에 눕혔다.

온다연의 몸은 불덩이였다. 입술도 붉고, 건조해져 껍질이 일고 있었다. 작은 얼굴은 창백했고 아주 아픈 모습이었다.

분명 아프면서도 그의 팔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유강후가 막 그녀의 손을 떼어놓았을 때 그녀는 다시 감겨들었다.

이번에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리고 힘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가지 마세요. 무서워요.”

유강후가 나직하게 말했다.

“가서 드라이기만 가져올게. 너 지금 머리 말려야 해.”

온다연은 이미 정신이 흐릿한 상태였다.

“절 혼자 두지 말아요. 무서워요.”

유강후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그냥 드라이기만 가져올 거야. 저기 서랍에 있으니까 3초면 다시 올 수 있어.”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의 손등을 토닥이면서 손을 떼어냈다.

“착하지, 얼른 가져올게.”

“아니야, 싫어요.”

“봐, 저기 서랍 안에 있어.”

“안 돼요. 가지 마세요.”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온다연은 팔을 풀었다.

유강후가 막 드라이기를 들고 오던 순간 창밖으로 번개가 번쩍거렸다. 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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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지훈이 수도관을 고치고 욕실에서 나올 때쯤 바이크 슈트를 입은 사람 몇 명이 들어왔다.“유강후 그 사람 정말 미쳤습니다. 경원의 중요한 교차로마다 검사대를 설치했다니까요? 바이크를 탄 사람은 전부 다 면허증을 제공해야 된대요. 우리를 잡으려고 눈이 완전히 뒤집힌 모양이에요.”염지훈은 젖은 옷을 벗어 소파에 내팽개치더니 캐주얼한 옷으로 갈아입었다.“찾으라고 해. 어차피 타 지역 번호판이랑 면허증이라서 못 찾을 거야.”곧이어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하지만 정체가 이미 탄로된 것 같습니다. 유강후가 알아챈 게 틀림없어요. 지호 형님이 저한테 연락이 왔더라고요.”염지훈은 대수롭지 않은 듯 콧방귀를 뀌었다.“여신 그룹 지분은 이미 진작에 포기했어. 이제 염씨 가문이랑 엮인 게 없으니까 어차피 형이 날 찾아도 달라질 건 없어.”“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유강후는 워낙 경원에서 세력이 큰 사람이잖아요. 저희가 아직 맞서 싸울만한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남자는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어떻게 저 자리까지 올라갔을까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경원에서 그나마 이름을 알린 가문이라면 다 유강후의 투자를 받으려고 목을 매지 않습니까. 돈과 권력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유강후한테 굽신거리니 참...”“심지어 잘나가는 기업에는 무조건 유강후의 지분이 있다는 소리도 있습니다. 사람들이 유강후를 따라서 투자한다잖아요. 참 빈틈이 없네요.”염지훈은 여전히 신경 쓰지 않았다.“금융 천재? 능력이 좋으면 뭐 해. 온다연은 아직도 벗어나려고 도망치고 있잖아. 유강후는 온다연을 소중히 여길 줄 몰라. 그러니까 애초에 가질 자격이 없는 인간이야.”남자는 온다연이 있는 방을 힐끔 쳐다봤다.“아직 식사 안 하셨죠? 저희도 배고파서 밖에 바비큐 그릴을 설치하는 중인데, 나중에 내려와서 좀 드세요.”그 말을 끝으로 하나둘씩 밖으로 나갔다.염지훈은 소파에 잠시 앉아 있다가 여러 차례 통화를 마치고 온다연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9화

    염지훈을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나중에 개발하려고 여기 동네를 내가 다 샀어. 지금은 내 구역이니까 당분간 안전해.”“그런데 나도 여기 온 지 꽤 되어서 준비한 게 아무것도 없어. 오늘 밤만 버티고 내일은 다른 곳으로 가자.”염지훈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주머니 하나를 건네주며 부드럽게 말했다.“얼른 가서 씻어. 온몸이 흙투성이네.”보아하니 이곳은 정말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고 욕실도 임시로 청소한 듯 남루하기 그지없었다.낡은 인테리어에 바디워시와 기타 생활용품도 급하게 구입한 듯 모두 익숙한 브랜드였다.친근한 느낌이 밀려온 온다연은 자취방에서 살았던 날들이 떠올랐다.비록 그 시절에는 돈이 없었지만 오히려 지금보다는 마음이 편했다.온다연은 추억 여행을 마치고 온수기를 켰다.어찌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는지 온수기의 수도관이 터져 온몸에 뜨거운 물이 튀었다.그 소리를 들은 염지훈은 부랴부랴 달려와 문을 두드렸다.“왜 그래?”삐걱거리던 낡은 문은 염지훈의 힘센 주먹질에 저절로 열렸다.문이 열리자 홀딱 젖은 채로 욕실에 서 있는 온다연이 보였는데 얇은 옷이 물에 젖어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날렵한 각선미,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가 더해진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워낙 얇고 부드러운 소재의 옷이라 젖으면서 반투명해졌고 보일듯말듯한 하얀 피부는 매혹적이었다.어안이 벙벙해진 염지훈은 이내 고개를 휙 돌렸다.온다연도 당황스러운 건 마찬가지였기에 재빨리 타올로 몸을 감쌌다.온수기가 터질 줄도 몰랐지만 문이 이렇게 쉽게 열릴 줄은 더더욱 몰랐다.“미안해요. 저도 갑자기 터질 줄은 몰랐어요.”염지훈은 태연하게 답했다.“너무 오래돼서 그런가 봐. 밖에 나가 있어. 내가 할게.”온다연은 민망함을 무릅쓰고 타올을 몸에 걸린 채 재빠르게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지훈도 온몸이 홀딱 젖은 채로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방에서 공구함을 챙겨 안으로 들어가더니 수도관을 고치기 시작했다.온다연은 명문가 도련님이 이런 일을 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8화

    빛의 속도로 할리데이비슨 바이크가 질주해 왔다.바닥에 있던 낙엽과 먼지는 사방으로 흩날렸고 그들은 조금도 물러설 의사가 없는 듯 유강후와 경호원을 향해 돌진했다.특히 선두에 선 사람은 검은색의 바이크 슈트를 입고 있었는데 강풍에 부풀어 올라 왠지 모를 공포감을 조성했다.경호원들은 유강후를 보호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섰다.정말 순식간에 바이크가 다가왔고 온다연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바이크를 향해 돌진했다.유강후도 표정이 돌변했다.“빨리 잡아.”하지만 이미 늦었다. 선두에 선 남자는 재빨리 달려와 한 손으로 온다연을 붙잡고 끌어당기며 바이크에 앉혔다.곧이어 바이크가 바닥에 닿을 정도로 아슬아슬한 급커브를 돌며 방향을 틀었다.속도가 워낙 빠른 탓에 경호원이 돌진했을 땐 이미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다.유강후는 주저 없이 차에 올라탔다.유턴하고 액셀을 밟은 차는 쏜살같이 치고 나갔다.염지훈은 돌진해 오는 제네시스를 돌아보고선 동료가 던진 헬멧을 잡아 온다연에게 넘겼다.“이거 쓰고 날 꽉 잡아.”바이크가 처음이었던 온다연은 모든 게 낯설고 경험이 없었기에 염지훈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었다.고삐 풀린 야생마가 질주하듯 바이크는 멈출 줄 몰랐고 순식간에 제네시스를 한참이나 따돌렸다.유강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 채 경호원이 건네준 총을 잡고 총구를 바이크에 겨눴다.두 차례의 굉음과 함께 바이크 한 대가 펑크나면서 날카로운 소리를 냈고 90도 급선회한 뒤 옆 가드레일을 들이받았다.뒤를 돌아온 온다연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어떡해요. 타이어를 맞았나 봐요.”염지훈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마. 알아서 잘할 거야. 속도 올릴거니까 꽉 잡아.”거센 바람 소리를 더불어 바이크의 속도는 점점 빨라졌고 이내 제네시스는 시야에서 사라졌다.아무도 쫓아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바이크는 오래된 단지로 들어갔다.염지훈은 바이크에서 내리며 여유롭게 온다연을 바라봤다.“놀라서 운 건 아니지?”온다연은 헬멧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7화

    헤드라이트다.익숙한 차의 헤드라이트!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를 보니 유강후의 제네시스가 틀림없다.소스라치게 놀란 온다연은 재빨리 등을 돌려 옆 광고판에 몸을 찰싹 붙였다.때마침 제네시스 한 대가 그녀의 뒤쪽에 있는 도로를 쏜살같이 지나갔다.온다연은 행여나 유강후에게 들킬까 봐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그래서 차가 멀리 가기도 전에 발을 빼며 도망쳤다.그런데 이때 차에 있던 이권이 길가에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차 속도가 워낙 빨라 정확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낯익은 듯한 그림자가 순식간에 스쳐지났다.“밤길에 사람이 거의 없는 곳인데 웬 여자가 돌아다니고 있네요.”이권의 백미러에는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비쳤고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듯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저 사람... 다연 씨 아니에요?”유강후의 표정은 급격하게 어두워졌다.“차 돌려. 얼른 따라가.”그 시각 활짝 열린 별장에서 경호원 7,8 명이 달려왔다.유강후의 차를 본 그들은 죄책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대표님, 죄송합니다. 저희가 한눈판 틈을 타 사모님이 2층 창문에서 뛰어내렸습니다.”유강후는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쓸모없는 것들. 이런 일도 제대로 못 해? 얼른 쫓아가지 않고 뭐 하는 거야.”경호원 몇 명이 서둘러 쫓아갔다.그 시각 온다연은 여전히 필사적으로 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몇 분 만에 차 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가까워졌다.강에 가까워지자 온다연은 뒤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러자 자신을 향해 빠르게 달려오는 경호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고 그들의 뒤에 있는 건 유강후의 제네시스였다.다리를 지나 강 건너편으로 넘어가 차에 오르기까지 적어도 10분은 걸린다.그러나 유강후는 불과 200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있다.절망이 밀물처럼 밀려들었고 결코 떨쳐버릴 수 없는 질식감이 온몸을 뒤덮였다.도망칠 당시 슬리퍼 한 켤레만 신고 있었는데 그것마저도 벗겨져 맨발인 상태였다.하얗고 부드러운 한 쌍의 발은 어느새 잔뜩 닳아 핏자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6화

    전부 임정아에 관한 기사였다.온다연은 재빨리 연예계 카테고리를 눌렀고 순식간에 임정아에 관한 기사가 쏟아져나왔다.[대세 여배우 임정아, 영화 오디션 탈락이라니?][임정아, 앰버서더에서 물러나다? L사와 B사에서 돌연 계약 해지한 이유는?][드라마 대박 난 임정아, 정말 촬영장에서 텃세 부리며 조연을 괴롭혔나? 여주인공 전격 교체?][유명 여배우 임정아가 열애설에 휩싸인 내연녀라는 목격자의 증언이 잇달아...][사실 임씨 가문의 딸이 아니다? 임정아의 신분은...][임정아, 그동안 숨겨왔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나자 팬들도 등을 돌려...]...기사를 본 온다연은 손발이 차가워졌다.임정아는 집안 배경이 탄탄하고 스스로 프로듀서와 감독할 만큼 능력이 뛰어났기에 아무리 구설수에 휩싸인다 한들 이렇게 한순간에 나락가지는 않을 것이다.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진 이유는 단 하나,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에게 미움을 샀기 때문이다.온다연의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은 유강후뿐이었다.유선전화기로 걸어간 온다연은 유강후에게 왜 그랬는지 따지고 싶었지만 수화기를 들자마자 다시 내려놓았다. 왜냐하면 유강후와의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으니까.한참을 생각한 그녀는 부엌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저녁 식사 재료를 준비하는 도우미 여러 명이 있었다.온다연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모두들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넸다.멀지 않은 테이블 위에 핸드폰 여러 대가 놓여있는 걸 발견한 온다연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저녁 메뉴가 뭔지 궁금해서 온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할 일 하세요.”잠시 후, 부엌에서 나온 온다연의 손에는 핸드폰 하나가 들려있었다.다행히 비밀번호가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온다연은 재빨리 방으로 돌아가 임정아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온다연의 전화를 받은 임정아는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목소리에는 피곤함이 가득 담겨있었다.그녀의 말투에서는 유강후에 대한 원망이 느껴졌다.온다연은 이 일이 자신 때문에 일어난 것임을 알고 있었기에 직접 끝내고 싶었다.그러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5화

    온다연의 말투는 한없이 싸늘했다.“그래요? 전 그냥 감시 같은데요? 사람을 가두고 내보내지 않는 게 사랑이라면 차라리 큰 새장을 만들어서 언제든지 옮기며 곁에 두는 게 더 편하지 않을까요? 항상 감시할 수 있잖아요.”집사는 발끈한 온다연의 모습을 보고선 감히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무슨 말을 하든 개의치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만 골라서 먹었다.유강후 쪽에서 점심이 배달되었다.매우 단출한 식사여서 그런지 지금 온다연이 먹고 있는 음식과 매우 대비되었다.예전이라면 가슴이 미어졌을 텐데 이제는 그를 쳐다보고 싶은 마음조차 생기지 않았다.그들 사이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가로막혔고 이제는 돌이킬 방법이 남아있지 않았다.유씨 가문, 아이, 나은별, 바깥의 여자들까지 모두 넘을 수 없는 큰 장벽이다. 유강후가 이유를 대며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 한들 깨진 그릇을 다시 붙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온준휘의 죽음과 허한의 부러진 손은 깨진 그릇을 붙이려는 희망마저 잃게 만들었다.게다가 유강후는 온다연의 기분과 생각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유강후의 강요로부터 시작된 관계는 유강후로 인해 끝나게 되었다.물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받은 상처를 회복하기에는 쉽지 않다.겉모습이 아무리 좋아도 천성적으로 악한 사람은 강탈과 협박에 익숙해져 있다.온다연은 유강후가 그런 사람일 거라는 의심이 들었다.어쩌면 연민의 감정이 무엇인지조차 모를 수도 있다.이제는 모든 걸 끝내야만 한다.식사를 마친 온다연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곧바로 유강후의 목소리가 들려왓다.“오후에 붙임머리 해주는 사람이 올 거야. 말 잘 들어. 퇴근하고 돌아왔을 때 네가 예전의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온다연은 사방에서 옥죄는 느낌에 숨이 턱턱 막혔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차가운 어조로 답했다.“내 머리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거네요? 우리 사이에 더 이상 희망이란 없잖아요. 제발 강후 씨에 대한 좋은 기억 좀 남겨줄 수는 없어요?”유강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4화

    집사는 솔직하게 답했다.“대표님께서 핸드폰은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통화하려면 거실에 있는 유선전화기로 하면 됩니다.”역시나 예상대로다.온다연의 숨을 들이쉬며 마음속의 분노를 억눌렀다.“강후 씨는요?”집사는 정중하게 말했다.“대표님은 급한 일이 있으셔서 아침 일찍 회사로 나가셨습니다. 저녁쯤에 돌아온다고 하셨고 보고 싶으시면 언제든지 연락해도 된다고 하셨습니다.”“이 별장 안에서는 사모님이 하고 싶으신 대로 자유롭게 행동해도 됩니다. 아참, 그림 그리고 싶으시면 편하게 말씀해 주세요. 도구는 준비되었으니 원하시면 바로 화실을 정리하겠습니다.”“괜찮아요.”누가 봐도 감금하는 상황인데 듣기 좋은 말만 늘어놓았으니 어이가 없었다.‘이딴 것도 자유라고 하는 거야? 지하실에 갇혀있어야 감금이라고 생각하나 보네.’“컴퓨터는 있어요?”온다연의 질문에 집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대표님 서재에 있기는 한데 다만...”“다만 뭐요?”온다연의 집사의 말을 잘랐다.“인터넷 사용하면 안 된다고 하던가요?”집사는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건 아닙니다.”집사는 이곳에 온 지 하루 만에 온다연이 유강후의 목숨과도 같은 존재라는 걸 눈치챘다.말은 감시라고 했지만 오늘 아침 회사로 가기 전 유강후는 아주 작은 세부 사항까지 명확하게 지시하며 신신당부했다.회사에 급한 일이 없었다면 하루 종일 곁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기세였다.유강후는 별장을 나설 때 핸드폰을 사용하면 안 되고 외부와 연락을 하면 안 된다고만 지시했지, 컴퓨터를 사용하지 말라고 강조하지는 않았다.게다가 온다연이 컴퓨터를 사용할 때 옆에서 어떤 걸 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한참을 생각하다가 답했다.“외부와 연락하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는 없었으니 다른 도우미분들에게 서재에서 뭘 하려는 건지 말씀 안 하신다면 별일 없을 것 같습니다.”말을 마친 집사는 고개를 들어 온다연을 바라봤다.표정이 전보다 조금 풀린 듯한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3화

    집사는 충격을 금치 못했다.사실 이곳으로 오기 전 유강후와 온다연의 부부관계가 매우 좋으니 두 사람이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땐 눈치껏 행동하며 함부로 방해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았다.그런데 오자마자 온다연의 몸에 키스마크가 가득한 걸 보게 되었으니 충격이 아닐 수가 없었다.하지만 아무리 좋아한들 피부가 찢겨질 정도로 물어뜯는 건 지나친 행동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잠깐 생각에 잠겼을 뿐인데 곧바로 유강후의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이 집에서 나가지 못하게 잘 감시해. 실수하면 바로 해고야.”집사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분명히 사이가 좋다고 했는데 왜 감시하라는 거지?’유강후는 말을 이었다.“음식은 장 집사가 만든 식단표에 맞춰서 하면 돼. 그리고 지금 당장 조치해서 경호원이랑 도우미를 세 배로 늘려.”“알겠습니다. 대표님.”유강후는 온다연은 안고 방으로 데려가 침대에 눕혔다.반쯤 풀린 타올 사이로 그녀의 하얗고 여린 몸이 반쯤 드러났다.단지 쳐다보기만 해도 유강후는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혹시나 열이 나는건가 싶어 온다연의 체온을 재 보았지만 열은 없었다.그런데 웬일인지 평소보다 체온이 높았고 그 덕분에 유강후는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게다가 흥분했음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괴롭히고 싶은 욕망을 최대로 끌어올려 유강후를 미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자 유강후도 몸이 뜨거워져 참을 수가 없었다.그는 온다연의 타올을 벗기고선 건장한 몸으로 순식간에 덮쳤다.날을 이미 어두워졌지만 그들의 밤은 이제 시작이었다.다음날, 온다연이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점심이었다.습관적으로 핸드폰을 찾던 온다연은 그제야 핸드폰이 없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몸은 이곳저곳 쑤셨고 동시에 광란의 밤이 떠올랐다.처음에는 참을만했다. 유강후가 여보라는 호칭을 듣고 싶어 일부러 유인할 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약기운이 점점 세졌다. 게다가 유강후는 그녀의 예민한 곳을 잘 알고 있었기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82화

    그러나 온다연이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쾅 닫혔다.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는 온다연의 유일한 희망마저 닫아버렸다.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개를 돌린 온다연은 자신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오는 유강후를 보게 되었다.그녀는 겁에 질린 채 벽 모퉁이에 숨더니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마치 시간이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유강후가 막 귀국했을 때 온다연은 지금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맡아도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이제는 괜찮겠지 싶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두려움은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일지도 모른다.만약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온다연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도망칠 것이다.하지만 이 세상에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어느새 유강후는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그는 온다연을 번쩍 안아 올려 다시 의사에 앉혔고 온다연도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그녀는 주삿바늘이 자신의 피부를 찌르는 것 지켜보며 차가운 액체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걸 느꼈다.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눈앞의 이 남자는 그녀에게 희망을 주고 또 절망을 주었다.남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게 어쩌면 더 현명할 방법일지도 모른다.유강후가 스스로 두 사람의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으니 온다연도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안정제를 투여한 그녀는 곧바로 진정되었으나 두 눈은 초점이 없었고 공허함만 가득했다.유강후는 기운이 빠진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이 심란해졌다.예전처럼 순해졌지만 그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알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을 뒤로하고 곧바로 이성을 되찾아 정신을 차렸다.이제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온다연의 곁을 지키리라 마음먹었다.그녀에게 나쁜 물에 물들인 임정아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시술은 순식간에 끝났다.입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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