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81 - Chapter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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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화

저녁때가 되니 온다연은 이제 좀 살 것 같았다.다만 여전히 정신은 흐릿하여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집사는 저녁을 차린 후 나가버렸다. 집 안에는 유강후와 온다연만 남게 되었다.유강후가 그녀를 안기도 전에 온다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삼촌, 제 핸드폰은요?”거의 하루 만에 그녀는 입을 열었다.목소리는 전과 똑같이 나른했다. 다만 삼촌이라고 부를 때 여전히 목소리가 조금 떨리고 있었고 아직도 그가 조금 두려운 듯했다. 그래도 그의 예상보다 하루 일찍 그녀가 입을 연 것이다.그는 온다연이 이틀 정도 지나야 자신에게 말을 걸어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가 거의 지날 때쯤 입을 연 것을 보니 그녀는 그의 생각보다 나약하지 않았다.“일단 밥부터 먹어. 다 먹고 나면 새 핸드폰으로 사 오라고 할게.”온다연은 다소 조급해졌다.“그럼 제가 쓰던 핸드폰은요?”바삐 움직이던 손이 멈추었다.“버렸어. 너무 낡아서.”온다연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꼬리라도 밟힌 고양이처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어디에 버렸는데요?”그가 말해주면 바로 달려가 주워올 기세였다.유강후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 말투도 어딘가 차가웠다.“그 작은 상자랑 같이 버렸어. 다연이 네가 얌전히만 있으면 원하는 걸 다 줄 수 있어.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무것도 없겠지.”그 말에 온다연은 바람 빠진 풍선처럼 축 늘어졌다. 조금 전까지 씩씩대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개를 푹 숙인 채 식탁으로 걸어가 앉았다.유강후는 전복죽을 그릇에 담아 그녀의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번에 그녀는 전처럼 그의 손길을 피하지 않았다. 그가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려놓고 있어도 반항하지 않았다.꼭 이미 그의 손에 길들어진 사람처럼.손바닥으로 전해지는 정상적인 체온에 유강후는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사실 의사가 처방해준 약은 효과가 아주 강한 약이었다. 원래부터 그를 두려워하고 있던 상태에서 강압적으로 스킨쉽을 했으니 말이다. 마지막 과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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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온다연은 그에게서 느껴지는 위압감에 고개를 푹 숙였다. 한참 지나서야 새 핸드폰을 받아들었다.핸드폰을 완전히 손에 넣기도 전에 유강후가 물었다.“주한은 누구지?”온다연은 순간 당황했다.“아, 제 그림을 사간 고객님이에요. 몸이 안 좋으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시거든요. 저한테 매달 그림을 한 폭씩 그려서 달라고 하면서 1년 치 그림값을 줬거든요.”유강후는 짤막하게 대답하곤 다시 건넸다.“그랬군, 너한테 서른 통 넘게 전화를 하던데.”온다연은 핸드폰을 받자마자 뒤로 숨겼다. 이내 무언가 눈치챈 듯 핸드폰을 꽉 움켜쥐면서 작게 중얼거렸다.“이미 60만 원을 저한테 줬거든요. 그래서 아마 연락이 되지 않으니까 마음이 급해져서 그런 걸 거예요.”유강후의 시선은 핸드폰을 든 그녀의 손으로 향했고 조금 누그러진 어투로 말했다.“그 자그마한 그림 한 폭이 4만 원 넘는다는 거야?”온다연은 시선을 내리깔았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네, 조금 귀찮기도 해요. 그 손님 상태가 많이 안 좋으시거든요. 본인 스스로 오래 살지 못할 거라고 말씀하기도 했어요. 저도 더는 그리고 싶지 않아서 돈을 돌려주기로 했거든요.”이때 제대로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그녀의 하얀 치맛자락이 하늘하늘 움직였고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카락도 살랑살랑 움직이고 있었다.그녀의 모습은 아주 아름다웠고 유난히도 얌전해 보였다.유강후는 그녀를 보더니 양팔을 뻗어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자연스럽게 눈을 감으면서 무의식적으로 손을 뒤로 감추었다.이번은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아프게 할 때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손을 들어 그의 옷을 꽉 잡으면서 멈춰주길 바랐다.“삼촌, 아파요. 살살해줘요.”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유강후는 멈춰주지 않았다.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켜 그의 욕망을 건드려 버렸다.그는 그녀를 안아 올려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허리에 매달리게 하면서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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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여긴 천연 온천이라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랑 아이한테도 좋다고 하더군요.”“자성 씨한테서 들은 건데 이 호텔 지분 절반은 강후 것이라고 하더군요. 강후 것이면 그럼 당연히 유씨 가문 것이고 내 아이의 것이기도 하죠. 우린 우리 가문의 호텔로 온 거니까 가서 제일 좋은 방으로 내달라고 해요.”정원의 무성한 나무 풀숲 사이로 온다연은 개량 한복을 입은 심미진을 발견했다. 심미진은 살짝 부어오른 배를 만지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었다.유씨 가문의 사용인인 장혜선이 심미진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사모님, 미래 그룹은 안씨 가문의 산업이에요. 유씨 가문과 연관이 없어요. 셋째 도련님 어머님 쪽 재산이니 그래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심미진은 민망해진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그래서 뭐요. 어차피 강후는 유씨 가문 사람이잖아요. 나중에 강후가 가진 재산도 전부 유씨 가문의 재산이 될 텐데 설마 팔이 바깥으로 굽겠어요? 아무리 강후의 어머니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결국 나중엔 전부 아들에게 물려줄 거잖아요.”그녀는 거만한 모습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유 씨 성을 이어받을 아이라고요. 강후의 미래 친조카라고요. 친조카. 친조카가 삼촌의 덕을 보는 게 뭐 어때서요?”장혜선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네, 사모님 말씀이 맞으십니다.”그러더니 갑자기 심미진의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이건 전부 온다연 그 X 때문이에요. 그 X 때문에 내가 매일 사모님들 모임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거라고요. 내가 사모님들과 친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어요. 그 X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요. 아직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정말로 어디 모르는 곳에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다시는 내가 하는 일 방해하지 않게.”배를 만지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그래도 내게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본처면 뭐해요, 어차피 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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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날은 어느새 어두워졌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휴식실에서 나오지 않았다.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에 의지하며 그녀는 휴식실의 작은 침대에 몸을 한껏 웅크린 채 잠들어 있었다.문이 천천히 열리고 키 큰 남자가 휴식실로 들어왔다.남자는 길고 마디마디 선명한 손으로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조금 간지럽게 느껴진 그녀는 몸을 뒤척였다. 그러다가 방에서 퍼진 시원한 우디향을 맡게 되었다.비몽사몽 한 모습으로 갑자기 나오는 재채기를 하더니 눈을 번쩍 떴다.“삼촌...”방은 불을 켜지 않아 어두웠다. 유강후는 셔츠 한 장을 몸에 걸치고 있었고 하얀 셔츠는 달빛에 반사되어 빛이 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 덕에 온다연은 정신이 확 들었다.하지만 빠르게 유강후의 손이 그녀의 입술에 닿았다. 목소리에서는 차가움이 뚝뚝 떨어졌다.“오후 내내 여기 있었던 거야?”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뒤 부드러운 손으로 유강후의 손목을 잡았다.“삼촌, 저 여기 있고 싶지 않아요.”고개를 떨군 그녀는 아직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지 못해 웅얼거리며 말했다. 그래서인지 애교를 부리는 것처럼 들리기도 했다.유강후는 멈칫하더니 그녀를 안았다.“그 사람들 때문이야?”온다연은 그의 셔츠를 꼭 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참 지나서야 작게 말했다.“저 오늘 그 사람들 봤어요.”유강후는 침묵했다.어두웠던 탓에 그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이 무섭게 변했다는 것도 보지 못했다.시간이 꽤 흐른 뒤, 유강후는 그녀의 이마에 뽀뽀했다.“배 안 고파?”온다연은 갑자기 머리를 그의 어깨에 파묻으며 비비적거렸다.“삼촌, 우리 다른 곳으로 가요, 네?”유강후는 그런 그녀의 행동에 몸이 굳어져 버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다만 그는 그녀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여기 온천은 상처 회복에 좋으니까 며칠 뒤에 떠나자. 그때가 되면 더는 병원으로 가지 않아도 될 거야.”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은 한 손도 올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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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마지막으로 구경해 본 게 언제였을까?아마 4년 전일 것이다. 주한이 떠나간 뒤로 더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지 않았다.그녀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몸은 다시 허공에 붕 떴다. 유강후가 또 그녀를 안아 올린 것이다. 그는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혔다.두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으며 꼭 인형을 안고 있는 것처럼 품에 꽉 끌어안았다.두려움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당연히 거부감도 들었지만 온다연은 자기 생각대로 했다.그녀는 버둥대지도 않았다. 그저 가만히 앉아 최대한 몸이 떨려오지 않도록 애를 썼다.유강후는 이 자세를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꽤나 오랜 시간 그녀를 안고 가만히 있었다.두 사람은 모두 얇게 입고 있었다. 그런데 찰싹 붙어 있으니 온다연은 그의 신체에 변화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느껴지는 뜨거운 온기에 그녀의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그녀는 너무도 불편했지만, 그는 계속 그녀를 끌어안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허리가 뻐근해져 몸을 살짝 버둥대며 자세를 바꿔보려고 했다.그러나 움직이자마자 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가슴팍으로 꽉 끌어안았고 자세를 바꿔 자신과 마주 앉게 했다.너무도 야릇하고 민망한 자세가 만들어졌다. 그녀는 거의 그의 몸과 찰싹 붙어 있었고 그의 심장 소리도 들려왔다. 심지어 옷감 사이로 뜨거운 그의 온기도 생생하게 느껴졌다.그녀의 동공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그녀의 머리를 감싸 안고 있었고 그의 옷을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은 땀으로 축축해졌다.유강후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발목을 잡았다.자신의 몸에 비비더니 큰 손으로 그녀의 발을 잡았다.그녀의 발은 그녀의 손처럼 작고 부드러웠다. 발가락도 동글동글하니 만지기만 해도 얼마나 귀여운지 알 수 있었다.게다가 그저 크기만 작을 뿐 살집이 조금 있었고 만지면 아주 말랑거렸다.꼭 말랑거리는 느낌에 중독된 사람처럼 그녀의 한쪽 발만 한참 만지작거렸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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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하령은 노크하면서 웃으며 말했다.“분명 나은별 씨는 아닐 거예요. 오늘 나은별 씨랑 만났었거든요. 삼촌, 언제부터 집안에 여자 숨기는 취미가 생기신 거예요? 얼른 나오세요. 우리 아빠가 아직도 삼촌 기다리고 계시잖아요.”온다연은 더욱 긴장해졌다. 버둥거리며 유강후의 몸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조금 화가 난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유하령, 자꾸 선을 넘는구나.”유리방이라 방음은 그다지 잘 안 되었다. 유강후의 분노가 섞인 차가운 목소리는 그대로 유하령의 귀에 흘러 들어갔다.유강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던 유하령은 또 한 번 간 크게 기어오를 엄두가 나지 않았다.“삼촌, 빨리 나오세요. 상의할 것이 있다고요.”말을 마친 후 방 문 앞에서 사라졌다.유강후는 일어나 옷을 입었다. 안고 있던 온다연만 의자에 홀로 남겨둔 채 허리를 굽혀 이마에 뽀뽀했다. 그제야 그는 온다연의 이마는 이미 축축할 정도로 땀이 나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손바닥도 축축했다.그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휴지를 뽑아 이마와 손바닥을 세심하게 닦아주었다.“다연아, 예전에는 몰랐는데...”“삼촌!”순간 온다연이 갑자기 말허리를 잘랐다. 뒷말을 듣고 싶지 않은 모양새였다.“전 예전에 대해 듣고 싶지 않아요. 그러니까 제발 제가 여기 있다는 거 그 사람들한테 알리지 말아요.”유강후는 그윽하게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손을 들어 그녀의 입술을 쓸면서 다소 차가움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저 사람들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온다연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가 풀면서 유강후를 쳐다보았다.“삼촌, 나은별 씨랑은 언제 약혼해요?”유강후의 손이 멈추었다. 순간 그녀의 턱을 잡아 올렸다.“온다연, 혹시 그날만 기다리고 있는 거야?”온다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내리깐 채 그의 두 눈을 피했다.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었다. 목소리에선 쌀쌀함이 느껴졌다.“다연아, 그날만 손꼽아 기다린대도 소용없어.”온다연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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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유씨 가문의 두 형제는 아주 바람직하게 생겼다. 유자성은 40이 넘는 나이었지만 여전히 점잖고 위엄이 있었으며 그의 기세는 누구라도 탄복할 정도였다.유강후는 당연히 더 잘생겼다. 차갑고 귀티가 흐르는 냉미남 유형에 그 나이대에 보기 힘든 상위 포식자의 맹렬한 기운이 흘러넘쳤다.겉모습으로만 봐도 두 형제는 평범한 사람들과 달랐다.멀지 않았던지라 창가에 서서 조금만 귀를 기울여도 그들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었다.유자성의 목소리는 묵직했다.“염지훈은 말도 잘하고 일도 척척 잘하지. 젊은이 중에서도 꽤나 잘생긴 축에 속하니까 하령이 짝으로 맺어주는 거 어떻게 생각해?”유강후의 목소리는 늘 그렇듯 차가웠다.“하령이만 마음에 든다면 상관없죠.”말을 마친 뒤 그는 틈이 생긴 창문과 커튼 쪽을 보았다.유자성은 동생의 대답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염씨 가문은 수완이 좋아. 집안도 꽤나 좋고 흠잡을 데가 별로 없지. 하지만 같은 사업인으로서 생각하면 우리 유씨 가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유강후는 유리방을 빤히 보면서 담담하게 말했다.“형, 유씨 가문이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만 해도 끝이 보이는데 정말로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 거로 생각해요?”“그래.”유자성은 조금 아쉬운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리 잘 되고 싶어도 이제 더는 안 될 거야.”이때 심미진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었다.“하령이는 염지훈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최근 두 달 동안 매일 염씨 가문으로 출근 도장을 찍고 있잖아요. 젊으니까 가끔 마음 조절이 않나 봐요. 그래도 약혼식은 될수록 빨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만약 속도위반으로 먼저 임신하기라도 하면 저희 가문의 이미지에도 안 좋잖아요.”그러자 유자성은 아주 언짢은 어투로 말했다.“그게 무슨 말이야? 내 딸은 그런 아이가 아니야.”심미진은 더는 입을 열 수가 없었고 과일을 가져와 껍질 까는 척했다.유강후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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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커튼을 내리려던 온다연이 손이 멈추었다.“우리 두 가문도 그동안 많은 교류를 해왔잖아. 서로에 대해 잘 아는 사이기도 하고. 비록 너희 둘 사이가 조금 틀어지긴 해도 3년이나 지났으면 이젠 화를 풀 때가 되지 않았나? 대충 화 풀고 날 잡아서 결혼해.”유자성은 이내 고개를 돌려 유리방을 힐끗 보면서 들으라는 듯 조금 크게 말했다.“네가 밖에서 고양이를 키우든 개를 키우든 상관없어. 어차피 돈만 쥐여주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니까. 아직 놀고 싶은 네 마음은 이해해. 하지만 아무나 곁에 두지 마. 유씨 가문의 문턱은 누구나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란다.”유강후의 안색이 변하고 목소리가 싸늘해졌다.“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해요. 형은 형 일에나 신경 써요.”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시간도 늦었으니 형도 돌아가세요. 나도 이젠 쉬어야겠으니까.”유자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라고 말하려던 순간 심미진이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쉬겠다고 하잖아요. 우린 그냥 돌아가요. 가족끼리 언제든지 다시 모일 수 있잖아요. 형제 사이에 자꾸 상처가 되는 말 하려고 하지 말아요.”유자성의 표정이 다소 좋지 않았다. 하지만 심미진의 말대로 그냥 돌아갔다.두 사람은 함께 나갔다. 유하령은 바로 유강후의 곁으로 달려와 팔을 잡으면서 애교를 부렸다.“삼촌, 부탁할 거 있는데 꼭 도와줘야 해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뭘 갖고 싶은 건데. 알아서 사. 난 시간 없으니까.”그러자 유하령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툴툴댔다.“삼촌 지난번이랑 완전히 딴 사람 같아요. 만난 지 두어 번밖에 안 된 것 같은데 엄청 밉네요.”이내 또 애교를 부리며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삼촌은 예전에 나랑 민준이를 아주 예뻐해 줬잖아요. 혹시 애완견이라도 키우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나랑 민준이를 방치해 두고 있는 거죠. 나 삐질 거예요.”유강후는 별수 없이 유하령을 밀어냈다.“예의라곤 하나도 없네. 애완견을 키우고 있다니, 내가 네 선물 사 오지 않아서 그런 소리를 하는 거니? 지난달에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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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분명 날은 춥지 않았지만, 원래부터 추위를 자주 탔던 온다연이었다. 어둠 속에서 그녀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가 풀면서 또 움켜쥐기를 반복했다.얼마나 지났을까, 밖에서 더는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또 얼마나 지났을까, 유리방의 문이 열리고 익숙한 체향이 천천히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곧이어 커다란 손이 그녀의 이마에 닿았다.온다연은 고개를 돌려 유강후의 손길을 피해버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이 차가워지고 팔을 뻗어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확 끌어안으면서 자신의 품으로 들어오게 했다.예상대로 온다연은 그의 팔을 잡더니 힘껏 자기 몸에서 떼어냈고 이내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었다.방 안은 조금 어두웠고 침대도 크지 않았다. 온다연이 꿈틀대며 뒤로 물러서자 순간 침대에서 떨어졌다.유강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바닥에 떨어졌다.작게 앓는 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그뿐이다. 울지도 않고 아프다고 소리를 내지 않아 꼭 숨소리마저 참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유강후는 바닥에 웅크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 침대를 지나쳐 그녀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도망갔다.그러나 그녀의 두 다리는 유강후의 두 팔보다 빠르지 못했다. 벌떡 일어난 순간 바로 그에게 붙잡혀 버렸다.방은 어두웠기에 상대의 표정을 볼 수 없었다. 그저 온다연의 거친 숨소리만 들려왔고 울고 있는 듯했다.유강후는 미간을 확 구겼다.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또 피해버렸다.눈빛이 싸늘하게 변했다.“다연아?”온다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면서 다시 도망치려는 자세를 보였다. 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접으며 커튼을 열었다.달빛이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온다연은 그녀의 팔을 확 잡았다. 그리고 세게 깨물었다.온 힘을 다해 깨물고 있었던 터라 그녀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빠르게 그의 팔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유강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그녀가 깨무는 대로 내버려 두었다. 어느새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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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만지려 했지만 피해버렸다. 그녀는 하악질을 해대는 고양이 같은 모습으로 말했다.“손대지 말아요!”유강후의 눈빛이 더 차갑게 식어갔다. 얇은 입술도 일자가 되었고 두 사람 사이로 무거운 공기가 흐르고 있었다.정원의 불빛에 그의 그림자는 문에 비쳤다. 온다연의 그림자는 그의 그림자에 삼켜졌다.원래부터 위압감이 느껴지는 그였지만 차갑게 굳은 얼굴을 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니 더 심하게 느껴졌다.그의 커다란 그림자 속에 갇힌 온다연은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화가 났고 숨 막혔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느껴지는 위압감에 그녀는 숨쉬기가 힘들어졌고 문에 기댄 채 주르륵 주저앉았다.바닥은 아주 차가웠다. 전부 조약돌이었던지라 엉덩이가 너무 아플 것 같았지만 그녀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마치 생기를 잃은 작은 짐승처럼 보였다.유강후는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올리곤 거실로 들어갔다.소파 위에 그녀를 내려놓더니 티브이를 켰다.온다연이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생각하고 있을 때 그는 채널을 돌렸다.“무한테크의 주가는 또다시 바닥을 쳤습니다. 무한테크의 고승철 회장은 떨어지는 회사 주가를 결국 붙잡지 못했습니다.”“무한테크는 한때 국내에서 AI 기술을 만들어 유명세를 떨친 기업이었습니다. 그런데 두 달이라는 짧은 시간 만에 파산의 길을 걷고 있어 많은 안타까움을 사고 있습니다.”“저희가 취재한 바로는 다른 자본이 무한테크에 개입해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현재 고승철 회장은 최선을 다해 내려가는 주가를 붙잡고 있다고 합니다...”...경제 뉴스 진행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와 온다연은 티브이에 집중했다. 한참 티브이를 보고 있으니 그녀도 점차 진정되었다.유강후는 약상자를 가져왔다. 그녀를 안아 올려 자신의 무릎에 앉힌 후 돌에 까진 발을 치료해 주었다.이번엔 반항하지 않았다.방금 그녀는 신발도 신지 않고 정원에 깔린 돌을 밟았다. 부드러웠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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