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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작가: 손이영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7-10 14:16:42
“여긴 천연 온천이라 몸을 담그고 있으면 나랑 아이한테도 좋다고 하더군요.”

“자성 씨한테서 들은 건데 이 호텔 지분 절반은 강후 것이라고 하더군요. 강후 것이면 그럼 당연히 유씨 가문 것이고 내 아이의 것이기도 하죠. 우린 우리 가문의 호텔로 온 거니까 가서 제일 좋은 방으로 내달라고 해요.”

정원의 무성한 나무 풀숲 사이로 온다연은 개량 한복을 입은 심미진을 발견했다. 심미진은 살짝 부어오른 배를 만지면서 의기양양하게 말하고 있었다.

유씨 가문의 사용인인 장혜선이 심미진의 뒤를 따라가고 있었고 손을 뻗어 그녀를 부축하려고 했다.

“사모님, 미래 그룹은 안씨 가문의 산업이에요. 유씨 가문과 연관이 없어요. 셋째 도련님 어머님 쪽 재산이니 그래도 방심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심미진은 민망해진 듯 큰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뭐요. 어차피 강후는 유씨 가문 사람이잖아요. 나중에 강후가 가진 재산도 전부 유씨 가문의 재산이 될 텐데 설마 팔이 바깥으로 굽겠어요? 아무리 강후의 어머니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해도 결국 나중엔 전부 아들에게 물려줄 거잖아요.”

그녀는 거만한 모습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내 배 속에 있는 아이는 유 씨 성을 이어받을 아이라고요. 강후의 미래 친조카라고요. 친조카. 친조카가 삼촌의 덕을 보는 게 뭐 어때서요?”

장혜선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맞장구를 쳤다.

“네, 사모님 말씀이 맞으십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미진의 표정이 굳어지고 목소리도 날카로워졌다.

“이건 전부 온다연 그 X 때문이에요. 그 X 때문에 내가 매일 사모님들 모임에서 비웃음을 당하고 있는 거라고요. 내가 사모님들과 친해지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전부 물거품이 되어버렸어요. 그 X만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치밀어요. 아직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정말로 어디 모르는 곳에서 확 죽어버렸으면 좋겠네요. 앞으로 다시는 내가 하는 일 방해하지 않게.”

배를 만지던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래도 내게 아들이 있어서 다행이네요. 본처면 뭐해요, 어차피 아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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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다연은 벽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였다.몇 명의 간호사가 그녀 곁을 지나가며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어떻게 죽을 수가 있지?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도 않았잖아. 처음 들어왔을 때도 그렇게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는데.”“위에서 압박이 들어와서 못 살리게 했다더라. 불쌍해. 아마 누군가를 잘못 건드린 거겠지.”“듣자 하니 유 대표님이 그렇게 지시했다던데...”“조심해. 이런 말 하다가 들키면 일자리 잃을 수도 있어.”“정말 끔찍해. 고작 열세네 살 아이가 누나를 지키려다가 자기 친아버지에게 맞아 죽었다니.”“그리고 또 죽은 사람이 친아버지라던데, 혈액에서 대량의 알코올이 나왔대. 술 먹고 폭주했겠지.”“돈 많은 사람들이란... 어린애까지 이렇게 잔인하게 다루다니.”“그만 말하고 빨리 가자.”...간호사들의 대화 소리가 점차 멀어졌고 복도 밖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은 따뜻했지만 온다연의 온몸은 차가워 떨고 있었다.손톱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만큼 그녀는 주먹을 움켜쥐었고 등은 금세 식은땀으로 젖었다.‘이게 진실이었던 거야?!’온준휘의 죽음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그는 분명 살아날 수 있었다.그러나 유강후가 살리게 두지 않았다.그래서 응급처치의 황금시간을 놓친 것이었다!하지만 소년은 아직 어렸다.제대로 성장할 기회도 없이 생명을 빼앗겨 버렸다.온다연은 자신이 유강후와 다를 바 없는 살인자임을 깨닫고 고통에 몸부림쳤다.그녀는 그 순간을 떠올리며 후회와 분노로 가득 차 속으로 외쳤다.‘차라리 그때 유강후의 심장을 찔러버렸어야 했는데! 그 사람이 진정한 악마인데!’바로 그때, 유강후가 전화를 마치고 그녀에게 다가왔다.그는 그녀의 눈물이 가득한 얼굴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닦아주려 했다.그러나 온다연은 갑자기 폭발하듯 소리쳤다.“꺼져, 이 악마야!”“유강후, 죽어야 할 사람은 너야!”유강후는 몸이 굳어 그녀를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으로 쳐다보았다.“뭐라고 했어? 죽어야 할 사람이 누구라고?”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61화

    “아빠랑 이모가 말하시는 거 몰래 들은 적이 있어요. 누, 누나는 어쩌면 아빠의...”갑자기 그의 입에서 대량의 피가 쏟아지며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온다연은 온준휘가 이상해진 것을 감지하고 급히 물었다.“많이 힘들어? 괜찮아?”그러고는 문 쪽으로 돌아서며 소리쳤다.“의사! 의사 선생님 빨리 와주세요!”온준휘는 힘겹게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누, 누나는... 아마도...”목소리가 끊어질 듯 이어졌고 그는 겨우 힘을 짜내며 말했다.“친자식... 이... 아닐 수도... 새...”그러다 마지막으로 모든 힘을 다해 외쳤다.“나를 도와... 우리 엄마를... 구해줘요...”그리고 힘겹게 이어진 그의 마지막 말.“세상은 너무 괴로워요. 누나. 나, 나...”온다연이 말문을 열기도 전에 소년의 손이 힘없이 축 늘어졌다.바로 그때, 의사와 간호사들이 급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상황을 확인한 의료진은 온준휘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을 알아챘다.하지만 문밖에 살아있는 ‘악마 같은 존재’가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손을 댈 수 없었다.혼란스러운 응급처치가 이어졌고 결국 병실은 조용해졌다.의사는 온다연 앞으로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정말... 죄송합니다.”온다연은 의료진의 응급처치 과정을 구체적으로 보진 못했지만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알고 있었다.그녀는 온준휘에게 큰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하지만 그 소년은 온준용이 온다연을 때릴 때 자신의 작은 몸으로 그녀를 보호했고 그녀를 지키기 위해 악마 같은 온준용과 몸싸움을 벌였다.‘분명 살릴 수 있었어. 근데 왜?’온다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왜 살리지 못한 건가요? 분명 그렇게 심한 부상은 아니었잖아요...”그러자 의사는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최적의 응급처치 시간을 놓쳤습니다. 많은 일들이... 저희의 통제를 벗어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그때 유강후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온다연을 부드럽게 끌어안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사람들은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60화

    “온준휘 씨가 골든 타임을 놓쳤습니다. 방금 호흡이 갑자기 멈췄고... 아마도 살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유강후는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소리야? 인평 병원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의사를 데려오라고 했잖아!”비서는 머뭇거리며 말을 더듬었다.“온준휘 씨가 온준용 씨의 아들이라는 사실 때문에 사람들이 대표님이 치료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해서... 처음에는 조금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게다가 아까 대표님께서... 사모님 병실 앞에서 말씀하신 거로 모두들 대표님이 치료를 하지 말라고 한 줄로...”“이 멍청한 놈들!”유강후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졌다.“내가 언제 치료하지 말라고 했다는 거야!”겁에 질린 비서는 몸을 떨며 대답했다.“아까... 사모님 병실 앞에서 그렇게 말씀하신 것처럼 들렸습니다...”“말도 안 돼!”유강후는 발걸음을 재촉하며 응급실로 향했다.“구해! 만약 살리지 못하면 내가 어떻게 책임을 묻는지 두고 보라고!”그가 응급실 문에 도착했을 때, 의사가 막 나온 참이었다.유강후는 그를 붙잡으며 다그쳤다.“무슨 상황이에요?”그러자 의사는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에는 겨우 살렸습니다. 하지만 방금 뇌출혈 증상이 추가로 발생했습니다...”유강후의 표정은 더욱 어두워졌다.“다른 의사들을 추가로 데려와요. 인평 병원에서 최고의 전문가를 당장 모셔 오라고요!”하지만 의사는 고개를 저었다.“소용이 없습니다. 이제는... 편안히 보내주는 것이 나을 겁니다.”그 순간, 간호사가 급히 나와 말했다.“교수님, 환자가 누나를 보고 싶어 합니다. 누나분 여기 계신가요? 연락할까요? 제가 보기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안색이 굳어진 채로 유강후는 비서를 향해 냉정하게 말했다.“다연이 데리고 와.”이렇게 말한 뒤, 그는 직접 응급실로 들어갔다.침대에 누운 소년은 이미 숨이 끊어질 듯 위태로워 보였고 마지막 힘을 다해 유강후를 바라보았다.그가 온 것을 확인한 소년의 눈에는 실망감이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9화

    “아저씨랑 같이 잤던 걸 생각하면 역겨워요!”유강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온다연, 방금 한 말 당장 취소해.”그러나 온다연은 냉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왜 내가 취소해야 하죠? 그런 짓들 아저씨가 다 해놓고 난 말하면 안 되는 거예요? 아저씨는 본인이 안 더럽다고 생각해요? 아저씨랑 잤던 걸 떠올리면 토하고 싶어요!”분노로 인해 유강후는 손이 떨릴 정도였다.분명 아이를 챙기지 못한 건 그의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분노를 터뜨리며 막말을 할 이유는 없었다고 생각했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런데 주한의 옛집에 다녀온 뒤로 완전히 달라졌다.‘주희가 무슨 말을 했기에 이렇게 변한 거야?’그는 차가운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내가 더럽다고? 나랑 같이 있었던 기억이 역겹다고?”“며칠 전 내 밑에서 그렇게 열심히 부르짖던 사람이 누군데?”이 말은 칼처럼 온다연의 가슴에 박혔다.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깨닫는 순간, 그녀는 치욕감과 분노로 치를 떨었다.유강후는 온다연을 속이고 가지고 놀았지만 그녀는 그것을 사랑이라 착각했던 것이다.이를 악문 채 온다연은 낮게 외쳤다.“그따위 기술로? 날 즐겁게 했다고요? 역겨워요!”이 말이 떨어지자마자 유강후는 순식간에 그녀를 침대 가장자리로 밀쳐 눕혔다.그러자 깜짝 놀란 온다연이 외쳤다.“뭐 하는 거예요? 미쳤어요? 문밖에 경호원이 있다고요!”하지만 유강후는 온다연의 말에 전혀 개의치 않고 거칠게 그녀의 옷을 벗겼다.온다연은 문이 열려 있다고 착각한 채로 계속해서 격렬히 저항했다.그녀의 반항은 그의 독점 욕구를 더욱 자극할 뿐이었다.결국 그녀는 유강후의 거친 욕망에 굴복해야 했다.짧은 폭력적인 순간이 지나고 두 사람은 모두 지쳐 침묵 속에 잠겼다.온다연은 몸을 떨며 침대 구석으로 몸을 웅크린 채 옷을 주섬주섬 챙기고 있었다.유강후는 피로 물든 어깨에서 통증을 느끼며 옷을 여몄다.곧 바닥에 꽂혀 있는 칼을 보고 그는 문을 열어 경호원에게 명령했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8화

    단순히 반지를 끼우는 것조차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었다.‘도대체 왜?’갑자기 그녀는 유강후의 손목을 잡아들고 있는 힘껏 그 손을 깨물었다.이번에는 정말로 사납고 거칠었다. 마치 그의 살점을 떼어내고 싶은 것처럼 강하게 문 것이다.이내 피가 손목을 따라 흐르기 시작했지만 온다연은 멈추지 않았다.이마저도 부족하다고 느끼며 그녀는 더 깊게 물었다.유강후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위에서 회계 조사가 들어와서 못 나갔어. 그래서 아이를 보러 오지 못한 거야.”온다연은 속으로 비웃었다.‘거짓말! 당신 말 중에 진심이란 게 한 번이라도 있었어?’그녀의 분노는 더욱 타올랐고 이로 인해 유강후의 손목을 더 세게 물었다.유강후는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정말 날 피를 보게 해서 화가 풀릴 거면 차라리 날 두 번 찔러. 이렇게 어설프게 굴지 말고.”그러더니 갑자기 책상 위에 놓인 작은 칼을 들어 그녀에게 건넸다.“자, 한 번 해봐. 그럴 용기가 있다면 말이야.”순간, 온다연은 칼을 잡아 들더니 망설임 없이 그의 가슴을 향해 찔렀다.그러나 시야가 흐릿했던 탓에 칼은 유강후의 가슴이 아니라 어깨 아래쪽을 꿰뚫고 말았다.비록 작았지만 칼은 날카로웠고 깊숙이 파고들었다.곧바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둘 다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온다연이 먼저 정신을 차리고는 칼을 놓아버렸다.그리고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려 했지만 제대로 보이지 않는 시야 때문에 두 발짝도 못 가 책상에 부딪혔다.책상 위 물건들이 바닥으로 쏟아졌고 그녀가 가지고 있던 사진 두 장도 함께 떨어졌다.유강후는 그녀가 정말로 자신을 찌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하여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바닥에 떨어진 사진을 보고 뭔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는 천천히 사진을 주워들었다.사진 속에는 주한이 있었다.한 장은 주한의 단독 사진으로 소년의 맑고 깨끗한 모습이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와 함께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7화

    그는 경원시에서 손 하나 까딱하면 모든 걸 좌우할 수 있는 사람이다.‘아이 하나 처리하는 일쯤은 손바닥 뒤집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겠지. 그 여자 때문에 내 아이까지 데려간 사람인데. 만약 내가 거짓말을 폭로해버린다면 아저씨는 체면을 내려놓고 그 아이를 없애버릴지도 몰라.’유강후가 했던 끔찍한 일들은 이미 소문으로 들었고 그의 냉혹함은 이미 뼈저리게 경험한 바 있다.‘근데 왜 저렇게 반지에 집착하는 거지? 웃기지도 않아. 정말 우스꽝스러울 정도야!’온다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에 깊게 파고들었지만 아픔조차 느껴지지 않았다.“아저씨처럼 잔인한 사람은 본 적 없어요.”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잠긴 듯했으며 마치 울음을 참는 듯했다.이런 온다연의 모습을 보자 유강후는 심장이 아릿하게 조여드는 것을 느꼈다.하여 그는 천천히 그녀 앞까지 걸어와 낮게 말했다.“말 들어. 반지 주워.”온다연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그녀의 시야 아래로는 맞춤 제작된 고급 남성 구두와 한 치의 구김도 없는 바지의 다리만 보였다.조금 고개를 들자 그 긴 다리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왔다.순간, 온다연은 그 다리에 얽힌 지난날의 기억이 떠올랐다.물론 그 다리는 다른 사람들과도 얽혔을 것이다.고통과 구역질 나는 감정이 뒤섞이며 그녀의 마음을 한껏 옥죄었다.‘믿지 말았어야 했고 흔들리지도 말았어야 했는데. 내 것이 아닌 것에 손을 댔으니 결국 이렇게 된 거겠지.’진심과 사랑은 너무 값비싸다.온다연은 그 대가를 감당할 수 없었고 집안 배경도 부족했기에 유강후가 그녀를 아무렇지 않게 짓밟을 수 있었던 것이다.유강후는 몸을 숙여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착하게 굴어. 반지 주워.”그의 목소리에는 거부할 수 없는 강압적인 느낌과 엄격함이 담겨 있었다.온다연이 여전히 미동조차 없자 그의 눈빛에 살기가 스쳤다.갑자기 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잡아 반지 위에 얹으며 말했다.“주워.”그리고 덧붙였다.“반지 주울 생각 없으면 앞으로 며칠 동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6화

    방 안에는 작은 조명 하나만 켜져 있어 조금 어두웠다.온다연은 침대에서 막 일어나려다 갑작스러운 어지럼증에 휘청이며 다시 침대 위로 쓰러졌다.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제대로 보이지 않았고 겨우 실루엣만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다.정말 불행은 늘 약한 사람에게만 찾아오는 걸까?‘왜 하필 지금 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거야?’그때, 나무문이 열리며 낮고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다연아!”온다연이 고개를 들어 바라봤지만 어두운 조명 아래 남자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다만 하얀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은 키 큰 남자가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모습만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얼굴은 보이지 않아도 남자 특유의 강렬한 카리스마와 은은한 삼나무 향이 느껴졌고 그 향이 점점 그녀를 휘감으며 다가왔다.이 불쾌한 냄새에서 벗어나고 싶어 온다연이 뒤로 물러났지만 삼나무 향은 집요하게 그녀를 따라붙었다.속이 메스꺼워져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유강후의 시선은 온다연에게 고정되어 있었다.조명이 어두운 데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긴 머리카락이 앞으로 내려와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며칠 못 본 사이 그녀는 더 야위어 있었다. 머리에는 하얀 붕대가 감겨 있었고 뒤쪽에는 피가 조금 스며든 흔적까지 보였다.유강후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으며 손에 쥔 반지를 꽉 움켜쥐었다.오는 길 내내 그녀를 벌줄 방법을 수없이 생각했지만 이렇게 초췌해진 모습을 보니 그 모든 생각은 사라져버리고 말았다.남은 건 오직 걱정뿐이었다.곧 그가 손을 뻗어 그녀를 안으려 했지만 온다연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공기 중에 스며든 삼나무 향은 유강후 특유의 냄새였다.그러나 그 삼나무 향 사이로 희미한 꽃향기가 섞여 있었다.무슨 꽃향기인지 알 수 없었지만 달콤한 여자의 향기가 느껴졌다.가슴 깊이 불쾌함이 치밀어 오르다 못해 온다연의 머리는 더 심하게 아파왔다.“건드리지 마요!”그녀의 목소리는 힘이 없었지만 차갑고 날카로워 거리가 느껴졌다.유강후는 손을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5화

    온다연은 고개를 들어 주희를 바라보며 냉정하게 말했다.“주희,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속에서 넌 그저 주한의 동생일 뿐이야.”천천히, 한 글자 한 글자씩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넌 영원히 네 형을 따라잡을 수 없어. 그리고 나도 너를 절대 좋아하지 않을 거야. 알겠어?”주희는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다. 손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그러나 온다연은 그를 신경 쓰지 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섰다.주희는 모자를 다시 눌러쓰고 그녀를 따라나섰다.그렇게 둘은 한 사람은 앞서고 다른 한 사람은 뒤따르며 걷고 있었다.익숙한 오래된 거리, 공기 중에는 은은한 아카시아 꽃향기가 퍼져 있었다.하지만 모든 것이 이미 변해버렸고 지나간 일들은 되돌릴 수 없었다.익숙한 구멍가게 앞을 지나던 주희는 그 안을 바라보며 문득 말했다.“누나, 예전에...”온다연은 차갑게 대답했다.“너도 알다시피 그건 예전일 뿐이야. 이제 그만 가자. 아이가 오래 나와 있을 순 없거든.”바람이 불어 낙엽들을 날려 보냈고 그와 함께 기억 속의 사람들과 그림자도 사라져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둘은 옛날 거리에 도착했다.예상대로 거리는 잘 정비되어 있었고 길 양쪽에는 붉은 등이 걸려 있었다.예전 명절 때처럼 아름답고도 낡아 보였다.주희는 문을 열며 말했다.“전에 전부 철거한다고 했었는데 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철거를 안 하기로 했대요. 나로선 잘된 일이지만요.”“원래 계약대로라면 이렇게까지 바뀌지 않았겠지만 들리는 소문으로는 개발업체가 꽤 배경이 있는 곳이래요. 아주 손쉽게 뭐든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것 같아요.”나무문을 열자 익숙한 느낌이 온몸을 감쌌다.온다연은 문 앞에서 한참 동안 서 있었다.주희는 계속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온다연은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곧 주희가 생필품을 사러 나간 틈을 타 그녀는 주한의 사진 두 장을 챙겨 나가려 했다.그러나 문을 나서기도 전에 누군가 거칠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들어온 사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754화

    “누나!”“진짜 누나예요? 누나!”“누나, 여기서 누나를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뒤에서 들려오는 소년의 목소리는 흥분으로 떨리고 있었다.온다연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떼어냈다.“주희야, 놔.”그러나 주희는 온다연을 꽉 끌어안으며 그녀에게서 풍기는 은은한 향기를 탐하듯 들이마셨다.“유강후, 그 인간 완전히 미쳤어요. 나더러 못 만나게 하고 누나가 전화도 받지 않게 했어요.”온다연은 그를 힘껏 밀어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너무 가까이 오지 마.”주희는 모자를 벗어 던지며 눈에 서린 억울함을 드러냈다.“누나, 왜 말투가 그 사람 같아졌어요? 너무 딱딱해요.”온다연은 그의 시선을 피하며 아이의 이불을 단단히 여미고 나직하게 말했다.“딱히 할 말 없으면 나가. 너랑 이야기할 거 없어.”어두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지만 주희는 금세 맑고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누나, 이 아이가 누나 아이예요?”그는 아이의 뽀얀 볼을 쿡 찌르며 말했다.“정말 귀엽네요. 근데 누나도 안 닮았고 유강후도 안 닮았네요!”그러자 온다연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끼며 화를 내듯 외쳤다.“네가 알 바 아니야. 당장 나가!”갑작스러운 고함에 주희는 당황하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눈빛에는 짙은 우울함이 어린 채 말이다.그가 기억하는 온다연은 언제나 부드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말투도 늘 상냥했는데 유강후가 나타난 이후 모든 게 달라졌다.‘이 모든 게 유강후 때문이야!’“나 아무 짓도 안 했잖아요. 왜 나한테 이러는 거예요.”주희는 눈물을 삼켰고 온다연은 문 쪽을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나가. 너 보고 싶지 않으니까.”이 말에 마주희는 서글프게 울먹였다.“누나는 왜 날 좋아하지 않아요? 내가 형만큼 되지 못해서?”마음이 어지럽고 속이 타들어 가 온다연은 더는 말을 잇고 싶지 않았다.하여 그저 문 쪽을 가리킨 채 차갑게 그를 응시할 뿐이었다.주희는 작게 중얼거렸다.“누나, 우리 살던 집 철거 안 됐어요. 며칠 전 공사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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