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승희의 말에 안시연이 바로 몸을 일으켰다.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하마터면 테이블이 엎어질 뻔했다.연정훈은 이런 그녀를 뼛속까지 들여다본 듯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뭘 하려는 거야?”안시연이 침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화... 화장실 다녀올게요.”연정훈은 그녀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천천히 말했다.“문을 나서서 왼쪽으로 돌면 보일 거야.”“네...”안시연은 침착하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속으로는 당황해 미칠 노릇이었다.양혁수와 알고 지낸 시간이 긴 편은 아니었으나 그의 성격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하고 싶은 걸 모두 하고 살았던 도련님인 터라 그 어떤 자리에서도 원하는 대로 움직일 것이다.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더구나 공개적인 관중석에서 상품을 건넨다면 아마 모든 사람이 유언비어를 터뜨릴 게 뻔했다.안시연이 미치지 않은 이상 연정훈에게 이런 상처를 줄 리가 없었다.권력이 상당한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은 아주 바보 같은 일이었다. 더구나 안시연과 같은 신분의 사람은 더더욱.안시연은 급하게 문밖으로 나서고 줄행랑을 쳤다.이 장면을 가만히 지켜보던 양민아가 연정훈을 바라봤다.연정훈은 여전히 무덤덤해 보였는데 곧 굉장한 일이 생길 거라고 전혀 생각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상관없는 걸까?’‘아니면 안시연을 감싸려고 모르는 척하는 걸까?’안시연이 문밖으로 나서는 걸 보며 양민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으나 다른 한편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양혁수가 안시연을 꿰차길 내심 바라고 있었다. 그래서 연정훈에게 안시연도 소현주와 같은 여자라고 말해주고 싶었다.그러나 이 자리는 적합하지 않았다. 양씨 가문, 연씨 가문의 명성에 금이 가서는 안되었다.멀지 않은 곳에서 연정훈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정훈아, 어디가?”“화장실.”남자는 덤덤하게 말했고 상대에게 시선 한번 돌리지 않았다.양민아는 저도 모르게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특별석 밖.안시연은 밖으로 나서자마자 빠르게 화장실로 뛰어갔다.행여나 양혁수를 마주칠까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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