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씨 가문.양혁수는 기쁜 마음으로 밤을 새웠다. 그리고 시간을 확인하고 차키를 챙겨 집 밖으로 향했다.그런데 현관을 나서자마자 검은색 링컨 네비게이터가 집 앞에 세워져 있는 게 보였다.양혁수는 잠시 멈춰서서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며 입을 삐죽였다.“창수 삼촌, 여긴 어쩐 일이세요?”중년 남자는 반듯한 셔츠 차림에 우아하고 기품이 넘쳐 보였다. 양석진의 곁에서 정치 일을 오랫동안 도왔으니 양씨 집안의 아랫사람 앞에서도 위엄이 넘쳤다.“결혼한다는 소리를 듣고 축하하러 왔습니다.”양혁수는 크게 심호흡을 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누구 입이 싼 지 벌써 삼촌한테까지 말을 전했나 봐요?”양창수는 표정 한번 변하지 않고 말했다.“그러니 그 말이 사실인 모양이군요?”“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뱉은 이상 책임을 져야죠. 더구나 저는 성인 남성인데요.”“그래요. 그 말엔 삼촌도 동의하셨답니다. 하지만 양혁수 씨는 양씨 가문의 후계자로서 혼인을 그렇게 성급히 하는 건 아닌 듯싶습니다. 그리고 삼촌이 대신 확인하고 싶다고 전해달라고 하셨습니다.”“삼촌이...”“그래서 구청은 양혁수 씨가 갈 필요가 없습니다. 삼촌이 대신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양혁수의 안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삼촌이 경인에 있는 거예요?”“경인에 없어도 큰아씨 전화 한 통이면 어디에 있어도 달려오실 겁니다.”“...”‘젠장. 삼촌을 잊어버렸잖아.’중얼거리는 양혁수 주변으로 양창수가 데려온 사람들이 둘러쌌다.“도련님, 죄송하게 되었습니다.”구청으로 가는 차 안은 적막했다.진수빈은 갑작스레 막장으로 치달은 시나리오에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차선을 바꿔 추돌 사고를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으나 기사가 진수빈에게 그럴 기회를 줄 리가 없었다.뒷자리의 연정훈과 안시연은 아무도 먼저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구청에 커플들이 쌍쌍이 들어섰으나 양혁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연정훈은 두 눈을 감고 예상했다는 표정을 지었다.안시연은 연정훈의 침묵이 바늘이 되어 자신을 콕콕 찌르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