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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0화

Author: 라오
안시연은 한참 고민하다가 이만 도망가기로 결심했다.

저녁 집으로 돌아간 후에도 연정훈이 유치하게 자신을 놀리지 않을 거로 생각했다.

그래서 구청 사무실을 빙 둘러 뒷문으로 빠져나가려 했다.

조용한 정원까지 다다르자 정장에 가죽 구두를 신은, 척 보아도 정치 인사 같은 두 사람이 보였다.

안시연은 일부러 피해 걸었지만 두 사람은 안시연 앞에서 멈춰 섰다.

“안시연 씨 맞으시죠?”

둘 중 한 명이 물었다.

안시연이 경계를 하며 물었다.

“그쪽은...”

그녀가 말을 채 잇기도 전에 두 남자는 길을 비켜서며 말했다.

“양 대표님이 안시연 씨를 위층으로 모셔오라고 하셨습니다.”

안시연이 깜짝 놀라 자리에 굳었다.

‘설마 양지원?’

양혁수의 장난이 결국 양지원의 귀에까지 들어갔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양혁수가 오늘 이 자리에 오지 못한 건 아마 양지원이 손을 본 것 같았다. 그래도 안심이 되지 않은 건지 직접 자신을 만나러 온 것 같았다.

안시연은 뒤로 물러서며 말했다.

“저는 양 대표님을 만날 이유가 없을 것 같아요. 오해는 도련님한테서 전해 들으시길 바라요.”

두 사람은 안시연의 말을 무시한 채로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모시는 제스처를 했다.

“이곳으로 모시겠습니다.”

안시연은 전에 양지원을 만난 적이 있었다. 조금 차가운 사람 같았으나 인정이 없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잠시 생각해 보니 양혁수의 일에 양지원이 어머니로서 직접 움직이는 것도 이상할 점은 아니었다.

게다가 구청에서 큰 일이 생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위층에서 무슨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 주려고 했다.

안시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걸었다.

3층으로 올라가자 오래된 대리석 바닥이 보이고 조용하고 여유로운 사무실 분위기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가장 안쪽 방 밖으로 5~6명의 경호원이 보였다.

안시연은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안에 있는 사람이 어쩌면 양지원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 앞에 서서 문을 열려는데... 갑자기 뒤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시연!”

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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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저녁 6시경 가로수길 중부에서 차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사고 직후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폭발했으며 폭발의 여파는 상당히 컸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습니다.]“...”구타이 국제공항에서 선글라스를 쓴 한 여성이 뉴스를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생각보다 일이 너무 빨리 터졌다. 탁승호 그 무능한 놈.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내가 그렇게 공을 들였는데.’연정훈도 양시연도 끝내 살아남았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그러나 방송을 듣는 순간 더 이상 머뭇거릴 수 없었다. 일이 터진 이상 지금 당장 떠나야만 했다. 망설이면 다음 차례는 그녀가 될 것이었다. ‘인생은 길어. 너희들 끝까지 지켜보겠어.’병원에서.근처 병원에서 치료받았기에 개인 병원과는 달리 병실은 그렇게 호화롭지 않았다.반우희와 승주는 나란히 누울 수 있는 2인실에 배정되었다. 폭발의 충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고 단지 깊은 기절 상태에 빠져 있었다.새벽 4시에 부승원은 두 아이와 함께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밤새 뜬눈으로 지새운 그들의 얼굴엔 피로가 가득했지만 누구도 잠들지 못했다.복도 넘어 다른 병실에서도 여전히 사람들이 초조하게 머물고 있었다.부승원은 소파에 몸을 기댄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이들을 바라보았다. 심장은 여전히 빠르게 뛰었고 가라앉지 않는 긴장감이 온몸을 조였다.‘교통사고’와 ‘폭발’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스칠 때마다 그의 온몸이 떨렸다.‘몇 초만 늦었어도...’“우희 언니, 왜 아직도 안 깨나?”“곧 깨어날 거야...”“승주 형도 아직 안 깨어났어.”두 꼬마는 각각 한 명씩 침대 옆에 앉아 얼굴을 마주 보며 대화를 나누었다. 어느새 입술이 삐죽해지고 커다란 눈물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감정을 참지 못하고 결국 함께 울음을 터뜨렸다.“우희 언니...”“승주 형...”부승원은 침묵했다.“...”부승원은 이마를 눌러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다.이것은 이미 세 번째 생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7화

    어두운 저녁 거센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넓은 가로수길 양옆으로 거대한 나무들이 우뚝 서 있었고 그 사이로 한 대의 마이바흐가 갑자기 차선을 바꾸더니 커다란 굉음과 함께 두 그루의 나무 사이로 돌진했다.띠 띠디. 따르릉.폭탄을 연상케 하는 소리와 함께 경고음 휴대폰 벨 소리가 뒤섞여 울려 퍼졌다. 그러나 그 모든 소음은 순식간에 터진 에어백에 묻혀버렸다.양시연은 차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귓가에 울리는 진동과 멈추지 않는 타이어 소리가 여전히 차가 공중에 떠 있거나 어딘가에 걸려 있음을 암시하고 있었다.코끝을 찌르는 지독한 냄새 점점 뜨거워지는 공기가 그녀에게 서서히 다가오는 죽음을 예고했다.아직 몇 분도 지나지 않았고 어쩌면 1분 내로 연정훈이 도착할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지금 이 차 안에 탄 사람들의 운명은 단 몇 초 안에 결정될 터였다.결국 그녀가 가장 두려워했던 일이 현실이 되었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고 곳곳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무언가가 몸 밖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양수뿐만이 아니라 피도 섞여 있을 것 같았다.그제야 생명이 이렇게도 연약하다는 걸 깨달았다.양시연은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마음속에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왔다. 부모님 연정훈 모두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고 가장 지키고 싶었던 배 속의 아이마저 이제는 지킬 수 없게 되었다.“아!”그 순간 귓가에 힘찬 소년의 외침이 들려왔고 곧이어 덜컹거리는 거친 소리가 났다.그것은 발로 차 문을 거세게 걷어차는 소리였고 이어서 차 안으로 빗물이 쏟아져 들어왔다.양시연이 간신히 고개를 돌려보려는 그 순간 한 손이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양시연 누나, 내가 꺼내 줄게요. 누나도 힘을 내요.”양시연은 깊은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본 듯 본능적으로 소년을 향해 힘을 내기 시작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또렷한 띠 띠디 소리가 들려오자 두려움이 엄습했고 그녀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승주...너 먼저 가...”“싫어요. 절대 안 갈 거예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6화

    도시 안이라 차에 도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반우희는 초보 운전자로 아직 면허도 따지 못했다.“우희 씨, 차를 좀 한적한 곳으로 몰아 기름을 다 소모해 버려요.”양시연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배는 점점 더 아파지고 아래로 내려가는 느낌이 점점 강해졌다.앞에서 반우희는 이미 운전석에 앉아 길을 주의 깊게 보며 눈을 크게 뜨고 운전하고 있었다.반우희는 눈도 깜빡이지 않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양시연 언니, 사실 지금 차를 모는 게 아니라 그냥 장애물 피하기 게임을 하고 있어요. 길 위의 차들만 피하고 있지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해요.”‘차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는데 한적한 곳으로 가는 건 더 어려워.’양시연은 반우희를 이해하고 응원하는 그것밖에 못 했다.“우희 씨, 3분만 더 참아요. 3분만 더 참으면 돼요.”연정훈은 몇 분 내로 인근 교통 시스템에 사람들을 보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반우희는 3분을 버틸 수 있다고 말할 수도 보장할 수도 없었다. 3분은 그녀에게도 너무 길게 느껴졌다.갑자기 앞에서 한 대의 차가 다가왔고 반우희는 눈을 크게 뜨며 핸들을 급하게 돌렸다.이번에도 너무 급하게 돌린 탓에 양시연은 다시 안전벨트에 의해 쪼여졌다.승주는 휴대폰을 들고 연정훈에게 상황을 계속 전달하며 양시연을 보더니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양시연 누나, 피를 흘리고 있어요.”“양시연!”연정훈의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고 승주는 급히 전화를 양시연의 귀에 가져다 대었지만 양시연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더 이상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대신 끔찍한 소리가 들려왔다.띠 띠디.“정훈 씨, 우리 차에 아마 폭탄이 있는 것 같아요.”그 말을 듣자마자 전화 너머로 들려온 연정훈의 목소리는 마치 천둥에 맞은 듯 충격을 받았다.둘은 더 이상 말을 할 기회도 없이 반우희가 앞에서 소리쳤다.“양시연 언니, 앞에 바로 가로수길이에요. 차는 별로 없어요.”“차는 없지만 폭탄은 있어요!”승주가 절망적으로 외쳤다.“제발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5화

    빗방울이 차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양시연은 뒷좌석에 몸을 기대어 창밖의 빠르게 스쳐 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을지 생각했다.조수석에 앉은 반우희가 부승원에게 전화를 걸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나 지금 어디 있는지 맞혀봐요.”승주는 질색하며 대꾸했다.“정말 오글거리네요.”양시연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반우희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감추고 고개를 숙인 채 낮은 목소리로 부승원과 대화를 이어갔다.양시연은 휴대전화를 꺼내 화면을 확인하자 몇 분 전 연정훈이 보낸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는 가장 먼저 그녀의 안부를 물었고 함께 좋은 소식도 전해왔다.양시연은 배를 가만히 쓸어내리며 잔잔한 만족감을 느꼈다.“오늘 밤은 야근하지 말아요...”앞좌석에서 반우희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순간 양시연은 장난삼아 그녀를 놀리려 했다. 그러나 그때 차가 무언가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모두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지만 강한 충격에 몸이 앞으로 쏠렸다. 운전자는 급히 핸들을 틀었고 단순한 차선 변경이 아니라 차량이 갑자기 속력을 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무슨 일이에요?!”반우희가 다급하게 소리쳤다.양시연은 충격에 숨이 턱 막혔고 안전벨트에 강하게 되감기면서 배에 묵직한 압박감이 몰려왔다.운전석에서 운전사가 다급하게 외쳤다.“차가 이상해졌어요. 갑자기 통제가 안 되면서 옆 차와 부딪쳤습니다!”“그...그러면 빨리 멈춰야죠.”승주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소리쳤다.양시연은 이마를 찌푸리며 고통을 참았다.“맞아요. 얼른 갓길에 세우세요!”“멈출 수 없습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것 같습니다.”운전사의 한마디에 차 안 공기가 한순간에 얼어붙었고 양시연을 포함한 모두의 손발이 차갑게 굳었다.승주와 반우희는 창백한 얼굴로 안전벨트를 꽉 움켜쥔 채 마치 목소리를 잃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양시연은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며 휴대전화를 꺼냈다.연정훈에게 전화를 걸려는 순간 동시에 반우희에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4화

    큰 천둥소리와 함께 하늘에서 폭우가 쏟아졌고 연씨 가문의 본가에서 표세연이 전화를 받았다.“좋아. 알았어.”양시연은 2층에 서서 표세연의 기쁜 목소리를 들으며 대충 짐작했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표세연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어 올리며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이제 괜찮아. 연정훈의 아버지가 다 해결했어.”‘아이고.’“맞아. 오늘 양석진 씨께서 모습을 보이셨대.”표세연이 덧붙였다.양시연은 몇 번 고개를 끄덕이며 모든 문제가 깔끔하게 정리되었음을 실감했다.그녀는 연정훈을 보고 싶었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은 걸 보니 아마도 후속 처리할 일이 남아 있는 듯했다.집에서 기다릴까 했지만 마침 반우희가 세 아이를 데리고 가려 하자 그녀도 차라리 반우희를 태우고 연정훈을 데리러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너무 서두르지 마. 연정훈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표세연이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양시연은 신경 쓰지 않고 배를 살짝 받치며 계단을 내려갔다.“마침 답답했는데 나가서 바람 좀 쐬고 싶어요.”“알았어. 네가 답답해할 줄 알았어.”표세연은 결국 운전사를 불러 그들을 밖으로 데려가 바람을 쐬게 했다.주차장에서는 세 아이가 여러 차를 구경하고 있었고 반우희가 좋아하는 마이바흐는 승주도 탐을 내는 차였다.“아니면 우리 이 차를 타고 나갈까요?”양시연이 제안했다.“그래도 돼요?”반우희와 승주가 동시에 묻자 양시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럼요.”“아싸.”탁승호는 없었고 표세연이 정해준 운전사는 오랫동안 일해온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안전을 위해 희주와 동준은 다른 차에 태웠다.반우희는 마이바흐의 조수석에 앉았고 승주는 양시연과 함께 뒷좌석에 올랐다.“나도 이제 출세했네요. 마이바흐를 타보다니.”양시연은 그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운전사에게 차를 출발하라고 지시했다.출발!...단 15분만에 양원 그룹의 분위기는 완전히 뒤바뀌었다.누구도 그 전화의 내용을 직접 듣진 못했지만 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니 결과는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3화

    “괜찮아요. 반우희 씨는 그냥 한 번 올라가서 볼 거예요. 탁승호 씨는 차 시동 켜고 조수석에 앉아요. 우희 씨가 잠깐이나마 만족할 수 있도록 해줘요."양시연이 웃으면서 말했다.탁승호는 입술이 바싹 마르는 것 같았다.“...네.”반우희는 기분 좋게 차에 올라탔고 양시연은 차 밖에서 앉아 있었으며 실내는 시원하게 느껴졌다.탁승호는 계속해서 옆에서 지켜보았고 반우희는 여기저기 둘러보며 그의 눈빛이 다소 불친절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마음대로 만지지 않았다.그녀가 차에서 내리자 양시연은 웃으면서 물었다.“마음에 들어요?”“네. 마음에 들어요.”“사법시험 끝나면 부승원 씨에게 차 한 대 사달라고 해요.”반우희는 진지하게 한숨을 쉬었다.“시연 언니가 나한테 좋아한다고 물어보길래 차 한 대 선물해 줄 생각인 줄 알았어요.”양시연이 일어나서 반우희 코를 살짝 쥐었다.“욕심쟁이네요.”반우희는 쑥스럽다는 듯이 웃었다.그때 또 한 번 우르릉거리는 천둥소리가 들렸고 반우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이제 곧 폭우가 올 것 같아요.”“그럴 것 같네요.”...양원 그룹 회의실에서 6시가 다 되어가지만 사람들은 아직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회의라지만 사실 중요한 사항은 이미 끝났고 남은 건 윗사람들의 연설뿐이었다.회의는 이 회장이 직접 참석했고 그의 말 속에는 일부 얌전하지 않은 사람들을 경고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15분 전 누군가가 또다시 창고에서 발생한 사고를 언급했다.“지금까지 사망자 가족은 아직 보상안을 받지 못했습니다.”이 회장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책임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데 보상안이 나올 수 있나요?”“우리는 어쨌든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누군가 말했다.정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죠. 사람들의 입이 무섭죠.”정 회장은 표원정의 의견을 지지했고 그는 이미 조재민과 얽히기 시작했으며 지금은 이 회장과 연정훈과 대립 중이었다.이 회장은 그를 한 번 쳐다본 후 웃을 듯한 표정으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2화

    양시연이 어린아이처럼 투정을 부리는 모습을 보니 양혁수는 그녀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마음 한구석이 살짝 쓰렸지만 그래도 그녀가 행복하다니 다행이었다.“이제 곧 출산인데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얌전히 있어. 요즘 같은 때는 한 발짝 덜 움직이는 게 안전한 법이야.”양혁수가 걱정스레 말했다.“어쩜 정훈 씨랑 하는 말이 똑같아?”“연정훈 씨랑 나를 비교하지 마. 난 그 사람이랑 상종도 안 해.”양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전화 너머로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양시연은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변여름이야?”“응. 변백호가 볼일 있어서 왔는데 변여름도 같이 따라왔어. 한강시에 한 번도 안 와봤다길래 데리고 놀러 왔지.”“잘됐네.”“혹시 처리할 일 있으면 말해. 너희가 직접 움직이기 어려운 건 내가 대신 해줄게.”전화를 끊기 전 양혁수가 덧붙였고 양시연은 그의 배려가 고마워 감사 인사를 건넨 뒤 전화를 끊었다.저녁 무렵 반우희에게서 갑자기 전화가 걸려 왔다. 세 아이를 데리고 복숭아를 따러 갔다가 양시연에게도 좀 가져다주고 싶다고 했다.마침 무료하던 참이라 양시연은 주소를 알려주며 저녁을 함께하자고 했다.아이들이 도착하자 집안 분위기가 한층 활기차졌다.표세연은 특히 동준이가 작은 몸집에 커다란 안경을 쓰고 있는 모습이 마치 만화 캐릭터 같다며 귀여워했다.양시연과 반우희는 저녁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반우희는 대게를 한입 베어 물며 무심히 말했다.“요즘 다들 너무 바쁜 것 같아요. 벌써 이틀이나 부승원 씨 얼굴을 못 봤네요.”“내가 없으니 많이 힘들겠죠.”양시연이 말하자 반우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답했다.“그게 아니라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까지 바쁘진 않았는데 요즘은 뭔가 이상해요.”양시연은 부승원이 왜 바쁜지 알고 있었지만 굳이 설명하지 않고 반우희를 달래며 더 많이 먹으라고 권했다.“오늘 부승원 씨의 생일이에요. 이따가 그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제931회

    이전에는 민수희가 있었기 때문에 표세연은 민씨 가문의 기생충 같은 사람들을 참을 수 있었지만 민수희가 떠나고 나서는 이제 조금도 참을 수 없었다.게다가 요즘 마음도 편치 않아 누구에게라도 화풀이를 하고 싶은 참이었다.그때 민지연이 버릇없이 덜컹거리며 들어오는 것을 본 표세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뺨을 한 대 때렸다.‘팍!’양시연은 위층에 있었고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소동 소리를 듣고 급히 문을 열였다. 그곳에서는 어린 여자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다.방미선은 아마도 체면이 상했는지 표세연에게 기어이 몇 마디 반박하며 말했다.“혹시 갱년기 아니야?”“갱년기? 너야말로 갱년기야!”“나는 곧 손자를 볼 거야. 갱년기는 이미 다 지나갔다고.”민지연과 방미선은 아무 말도 못 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그 모습을 본 양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었다.표세연은 화가 나서 말이 거칠어졌다.“앞으로 너희는 이 집에 다시 발 들이지 마. 어머님도 돌아가셨고 이제 이 집엔 민씨는 없어. 정인은 이미 내 며느리와 함께 성을 바꿔서 양씨가 되었어. 만약 돈을 원하고 손자 행세를 하려면 양씨 가문에 가서 해.”“사모님.”가정부들은 놀라서 표세연에게 말을 그만하라고 했지만 표세연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덧붙였다.“내가 하나만 말해줄게. 우리 사부인 성격이 나보다 더 안 좋아. 가서 손자 행세하고 싶으면 절이라도 소리 크게 내서 해.”방미선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아 당장이라도 화병이 날 듯했고 얼굴이 붉어진 채 말 한 마디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입을 열고 욕을 하려 했지만 자신이 남의 집에서 그런 말을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고 이빨을 꽉 깨물며 참았다. 그런 다음 표세연에게 정신과 약을 먹으라고 권한 후 떨리는 손으로 민지연을 끌고 나갔다.가정부 중 한 명은 원래 표세연을 말리려 했지만 방미선의 말을 듣고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저희 사모님은 건강하세요. 오히려 당신이나 민지연 씨가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어요!”표세연은 한바탕 화풀이를 끝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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