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훈은 안시연이 율건과 대화하는 동안 계속 그녀를 주시했다.그녀는 계속 손을 등 뒤에 놓고 부자연스럽게 입술을 깨물면서 눈꺼풀까지 떨었다.연정훈은 율건이 안시연에게 친절함을 넘어 상냥한 태도를 보이자, 단번에 그가 그녀에게 호감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이때, 심상치 않음을 느낀 부승원이 윤건을 잡아끌었고, 안시연은 결국 한숨을 내쉬면서 약국에서 피임약을 배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사람들이 다 가자, 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연정훈은 자기한테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곧장 방으로 들어가는 안시연을 보면서 온순했던 첫 만남이 떠올라 화가 났지만, 다 큰 남자가 여자를 혼낼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그녀가 다른 사람을 만나도록 내쫓는 건 더욱 말이 안 되었기에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얼마 뒤, 현관문 벨 소리에 연정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고 부승희가 주문한 음식과 의문의 약봉지를 보고는 곧장 문을 닫고 방 쪽을 응시했다.한편, 안시연은 기진맥진해서는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잠이 들 뻔하다가 갑자기 들리는 발걸음 소리에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곧이어 연정훈은 약을 그녀의 손 옆에 버리고 나갔다.그의 행동에 상처를 받은 안시연이 한숨을 내쉬었고 이내 방 안에 있던 주전자에 물을 끓이면서 약봉지를 뜯었다.연정훈도 자기가 저지른 일에 그녀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현실에 거실을 나온 이후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약봉지를 뜯는 소리에 가슴이 미어질 것 같았다.그녀는 약을 다 먹은 후, 오늘 밤에 있었던 일들을 다시 떠올리다가 방을 정리하고 문 앞에 서서 연정훈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빨리 음식 먹어요. 당신이 또 쓰러지면 나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연정훈이 아무 대답이 없자, 안시연은 또다시 방으로 들어가 누웠다.다시는 연정훈 때문에 울지 않기로 마음먹었던 그녀였지만, 조용한 방 안에 누워 조금 전 일들을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차올랐다.얼마나 지났을까, 연정훈이 방 안으로 들어가 그녀를 뒤에서 감쌌고, 그녀는 눈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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