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 Chapter 211 - Chapter 220

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211 - Chapter 220

544 Chapters

제211화

안시연의 말이 끝나고 연정훈은 침묵으로 답했다.안시연은 심장이 콩닥거렸으나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잠시 눈이 마주치고, 연정훈이 먼저 시선을 거두었다.“그래, 자.”짧은 말을 남겨두고 연정훈은 몸을 돌려 다시 안시연을 쳐다보지 않았다.힘이 풀린 안시연은 화장대에서 내려와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그리고 얼마 뒤, 등 뒤의 이불이 들리고 연정훈이 옆자리에 누웠다.동상이몽이라는 게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는가?시가니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으나 등 뒤로는 전혀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안시연은 이를 악물고 눈을 꼭 감았다.‘그래 빨리 자자!’안시연은 마음이 약한 사람인지라, 연정훈을 거절했다는 죄책감에 날밤을 새웠다.이튿날, 안시연이 아침을 차렸고 계란 프라이는 여전히 하나였다.연정훈은 안시연 앞접시에 놓인 계란 프라이를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어제 계란이 마지막 하나였어요.”“오늘 이건?”“이건 구석에서 찾아낸 거예요.”“...”‘그래.’‘아주 좋아.’안시연은 연정훈이 어떤 마음인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배불리 먹은 뒤 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연속 세 번의 거절과 혼자여도 잘산다는 뉘앙스의 안시연을 보며 연정훈도 화가 나지 않는 건 아니었다.외출하는 길에 연정훈은 어제 사 온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콱 처박았다.진수빈이 놀라 움찔거렸다.오전 10시.안시연은 시험장에 도착했다.성실하게 준비했으니, 필기시험은 꽤 높은 점수로 통과할 수 있었다. 이어 기능 시험 준비를 했다.건물 밖으로 향하니 강사가 기능 시험 연습장으로 데려갔다. 연정훈이 찾아준 학원은 뭐든지 최고급이었고 뭐든지 술술 잘 풀렸다.연습장을 한번 빙 둘러보고 있는데 양혁수가 전화를 걸어왔다.“시험은 잘 봤어?”“네. 도착한 거예요? 목걸이 돌려줄게요.”“난 옆 서킷 관중석에 있어.”상대는 그 말만 남기고 쿨하게 통화를 종료했다.안시연은 어쩔 수 없이 직접 그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목걸이에는 양씨 가문을 대표하는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절대
Read more

제212화

안시연은 멍하니 자리에 굳었다.“뭐라고요?”양혁수는 주머니에 손을 꽂고 거들먹거리며 말했다.“내 목걸이가 탐난다고 다른 거랑 바꾼 거 아니야?”안시연은 할 말을 잃었다.안시연이 다급하게 해명하려고 하자 양혁수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순진해?”?양혁수는 “순진한” 얼굴의 안시연을 보며 목걸이를 다시 집어 들었다.“장난이야.”안시연은 어이가 없었으나 인상을 찌푸린 채로 말했다.“물건을 돌려줬으니 이만 가볼게요.”양혁수는 당연히 안시연을 순순히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안시연을 잡으려는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혁수야, 이 알파카 당장 출산할 것 같은데 데려가 키우려고?”양혁수가 고개를 돌리고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키우고 싶은 사람 아무나 줘버려.”‘말이 되는 소리를 해.’‘알파카 엄마 아빠가 헤어졌다고 아이를 내가 키운다는 게 말이나 돼?’주변의 여러 도련님 모두 알파카에 큰 관심이 없었으며 몇 번 만지다가 바로 가버렸다.알파카는 배가 볼록했고 이 더운 날 두꺼운 털을 뒤집어쓴 모습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안시연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 물었다.“주인이 버린 거예요?”“못 봤어? 두 사람이 헤어지고 알파카만 남기고 떠났어.”양혁수의 대답에 안시연이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너무 무책임했다.“출산이 임박한 것 같은데 동물 병원으로 데려다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누가...”양혁수가 찬물을 끼얹으려는데 슬퍼 보이는 안시연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선배가 키울래?”안시연이 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개를 저었다.“난 키울 데가 없어요.”연정훈도 알파카를 받아줄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다.“그럼, 그쪽이 키울래요?”안시연이 양혁수를 힐긋 바라봤다.양혁수는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싫어. 귀찮아.”“다들 버리면 저 아이는 어떡해요?”“알아서 어떻게든 되겠지.”안시연이 한참 침묵했다.양혁수가 안시연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선배가 갖고 싶다면 동물 병원으로 대신 데려다줄 수는 있어.”“아이를 낳
Read more

제213화

연정훈의 질문에 부승원과 한우빈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이승우도 눈을 반짝였다.오늘은 해가 서쪽에서 뜬 건지, 연정훈이 여자에 관한 질문을 했다.이승우가 연정훈에게 바짝 붙으며 물었다.“안시연?”연정훈은 입을 꾹 다물고 반박하지 않았다.마른기침을 몇 번 하던 이승우는 두 손가락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네 말을 들어보면 대충 두 가지 답이 있다고 볼 수 있어.”연정훈은 간만에 이승우의 말을 열심히 들었다.그러자 이승우는 더 신이 나서 말을 이었다.“첫 번째, 큰 다툼을 벌이고 여자가 일방적으로 삐진 거야.”연정훈은 침묵했다.최근 안시연과 크게 다퉜다고 할만한 일은 없었다.강남 시티 그 일이 지나고 두 사람은 말다툼 한번 하지도 않았다.연정훈은 안시연이 자신을 이해한 거로 생각했다. 강남 시티에서 한 말이 두 사람의 사이에 문제가 될 거라고도 생각하지 못했다.만약 안시연이 정말 똑똑한 사람이라면 결혼이라는 비현실적인 일은 다시 꺼내지 않을 것이다.“두 번째는?”이승우가 눈썹을 치켜세웠다.“두 번째 경우라면 상황이 좀 더 심각한 거야.”연정훈이 이승우를 힐긋 노렸다.이승우는 고개를 돌려 부승원을 향해 물었다.“네 생각은 어때?”부승원은 늘 얼굴을 굳히고 말을 아꼈는데 입을 한번 열면 날카롭게 허를 찔렀다.“어릴 때 부승희가 밥때가 돼도 배고프지 않다고 하면, 엄마는 승희가 간식을 훔쳐먹은 걸 기가 막히게 알아차렸었어.”한우빈이 웃음을 터뜨렸다.“안시연이 그런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던데?”“왜 아니라고 생각해?”이승우가 반박했다.“그렇게 예쁘고 젊은 여자가 다른 마음 품을 수도 있지.”“다른 마음을 먹지 않았다고 해도, 주변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시를 했겠어.”“그래!”이승우가 무릎을 ‘탁’ 치며 말했다.“잘생기고 어린 남자가 주변에 쫙 널렸는데, 집에 돌아오면 서른이 되는 남자가 있으니 얼마나 기분이 별로겠어?”“...”연정훈은 그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구한 자신이 우스워졌다.정말 돈 주고 고생을 사서
Read more

제214화

저녁 다섯 시가 되고, 연정훈은 자동차 구매 매장에서 나와 시내로 운전했다.뒷좌석에는 자동차 구매 계약서가 놓여있었다.충동적으로 구매한 거라 아직도 조금 얼떨떨한 기분이었다.불과 두 달 안으로 안시연은 연정훈 삶에서 꽤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안시연이 아무리 얼굴을 찡그리고 가시돋힌 말을 해도 그녀를 달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해가 지고 건조한 열기가 점점 가시고 있었다.그러나 연정훈은 이따금 두통이 찾아왔다. 최근 며칠 동안 업무량이 많았던데다 쉬는 날 수영하고 매장까지 다니며 찬 바람을 쐬었으니, 몸에 무리가 온 것 같았다.연정훈은 차를 나무 그늘에 대고 창문을 연 뒤 담배에 불을 붙였다.니코틴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예민했던 신경이 가라앉았다.그렇게 차에 앉아 조용한 산책길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시연을 향한 관용은 자연스레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소현주는 임신 진단서를 꺼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연정훈 씨, 우리 헤어져요.”“에릭이 프러포즈했거든요.”“당신은 내가 바라는 결혼 생활을 줄 수 없지만 그 사람은 해줄 수 있다고요!”그때의 연정훈은 모두가 우러러보는 이상적인 일상을 보냈다.그러나 안타깝게도 연정훈에게는 자신의 인륜대사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없었다.할아버지는 이 모든 걸 꿰뚫어 보고 연정훈에게 이렇게 말했다.“그 아이와 결혼하고 싶거늘 그렇게 하거라.”“하지만 그게 지금은 아니란다. 20년이 지나고 나한테 당차게 말할 수 있을 때가 되면 그때는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거라.”이 상황에서 소현주는 연정훈에게 이렇게 말했다.“연정훈 씨, 난 당신을 기다려야 할 의무가 없어요.”기다려야 할 의무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연정훈이 그녀의 유일한 선택이지도 않았다.그렇다면 안시연은...소현주는 기다리지 못했지만, 안시연은 과연 기다릴 수 있을까?자신의 멍청한 생각에 연정훈은 헛웃음이 나왔다.고작 두 달을 같이 보내놓고 기다리고 말고 할 게 뭐가 있겠는가?소현주와 함께했을 때에는 너무 어려 막연하게 결혼하고 싶었
Read more

제215화

알파카의 출산에 주인이 곁을 지켜야 한다니.안시연은 당황한 얼굴이었다.“난 새벽에 절대 일어나지 못해.”양혁수는 입구에서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상태로 말했다.“날 찾지 마.”안시연은 머리가 지끈거렸다.연정훈이 옆에서 자고 있는데 어떻게 한밤중에 나올 수가 있겠는가?의사는 고민하는 두 사람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두 분 다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정말 새벽 출산을 한다면 저희가 알아서 연락드리겠습니다.”안시연은 알파카가 새벽에 출산하지 않길 기도했다.수속을 마치고 알파카는 병원에 입원했으며 안시연은 알파카를 측은한 눈길로 살폈다.“안심해. 난 널 버리지 않을 테니까.”알파카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는데 그 얌전한 모습이 더 마음이 아팠다.안시연이 손을 뻗어 복슬복슬한 머리를 매만졌다.양혁수가 가까이 다가가 옆에 놓인 이름표를 읽었다.“조나비?”안시연이 그 소리에 코를 찡그렸다.“알파카 목에 걸려있던 이름표예요.”양혁수가 코웃음을 쳤다.“정말 구린 이름이네.”양혁수는 데스크로 돌아가 이름을 바꿨다.“내가 병원비를 부담하니까 당분간은 내 소유야. 그러니까 내 성을 따라야지.”안시연은 양혁수가 어떤 이름을 지을지 궁금했다.양혁수는 흰 종이에 펜을 갈기며 이렇게 말했다.“양나비!”“...”안시연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왜? 이름이 별로야?”안시연은 양혁수가 처음으로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리고 엄지를 척 치켜세웠다.“이름이 아주 훌륭해요.”양혁수가 턱을 치켜세웠다.“가자, 집으로 데려다줄게.”안시연이 그 말에 미소를 빠르게 지웠다.벌써 저녁이 되고 또 연정훈을 마주해야 했다.돌아가는 길, 안시연은 양혁수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정말 고마우면 오늘 저녁 연정훈이랑 같이 잘 때 좀 편한 옷차림으로 자.”???양혁수는 한숨을 내쉬었다.“벌써 날이 어두워지고 선배는 또 연정훈이랑 지내야 되잖아. 그러면 이것저것 할 수도 있고, 내 속이 정말 말이 아니야.”안시연은 얼굴이 뜨거워졌다.양
Read more

제216화

연정훈이 먼저 화해 요청을 건넨 게 맞았다.자신의 앞접시에 올려진 반찬을 보며 안시연은 한참 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반찬은 주문한 거예요?”안시연이 애써 대화 주제를 찾았고, 연정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입맛엔 맞아?”“네, 맛있어요...”안시연이 낮은 소리로 대답하자, 연정훈이 예쁘게 바른 고등어를 밥 위로 얹어줬다.“그러면 많이 먹어.”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였고, 식탁은 또 침묵이 찾아왔다.드디어 식사를 마치고, 안시연이 그릇을 치웠다.설거지를 마치고 안시연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 준비를 했다. 오늘도 욕실 문을 잠갔으나 손잡이를 돌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연정훈은 안방으로 돌아가지 않았다.안시연이 침대에 앉기까지 서재에서 기다렸다가 방으로 돌아왔다.두 사람은 말없이 침대 끝자락에 앉았고 분위기는 애매하게 어색했다.안시연이 두 다리를 오므려 템플릿을 무릎 위로 올리고 문제를 읽었다. 보기에는 집중한 듯 보여도 사실 마음은 딴 곳을 돌아다니고 있었다.연정훈이 템플릿을 흘깃 살피다가 물었다.“회계사 시험 준비하는 거야?”안시연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네, 맞아요!”“이번 기에 시험 볼 생각이야?”“다음이요.”물어본 질문에 대답만 이어지는 딱딱한 대화가 오갔다.안시연은 좌불안석이 되어 몰래 심호흡했다.안시연은 매일 입는 슬립에 얇은 숄더를 걸쳤는데 그동안 대부분 모든 날이 이러한 옷차림이었다.그때, 안시연의 움직임에 숄더가 흘러내려 어깨 반쪽이 드러났다.연정훈이 빠르게 시선을 거두었다.샤워를 마치고 계속 몸이 찌뿌둥했는데, 안시연이 이러한 옷차림으로 옆에 있자 더 참을 수가 없었다.안시연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으나 조용히 자리에 누운 연정훈을 의아하다는 눈길로 바라봤다.몰래 연정훈을 살펴보자, 얼굴에 평소와는 다른 홍조가 보였다.이불 안으로 안시연이 다리를 가볍게 움직이자 조금 열기가 느껴졌다.이틀 동안 잠자리를 가지지 않았으니, 연정훈이 욕망을 억제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몸이 불편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Read more

제217화

동물 병원에서는 안시연에게 연속 세 통의 메시지를 보냈는데, 양혁수가 도착하지 않았고 양나비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알렸다.안시연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알파카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목 언저리에 닿는 뜨거운 숨결에 더 놀랐다.연정훈은 처음으로 안시연에게 취약한 모습을 보였다. 안시연을 꼭 끌어안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안시연은 자신의 등 뒤로 닿은 연정훈의 가슴이 뜨겁고 축축한 게 느껴졌다.잠시 고민하던 안시연이 힘겹게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연정훈이 눈을 떴다.딸깍.전등을 켜는 소리가 들려오자, 연정훈은 무의식중에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찌르는 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안시연은 손으로 그의 눈을 가리다가 한참 뒤에 손을 치웠다.연정훈과 시선을 마주한 안시연이 옅게 한숨을 뱉었다.연정훈의 눈동자에는 실핏줄이 가득 서 있고 눈시울조차 붉었다.“아까 따뜻한 물로 샤워한 게 맞아요?”연정훈이 눈을 감은 채로 눈썹을 찡그렸다.안시연은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두말없이 약상자를 찾으러 거실로 향했다.연정훈은 희미한 그 소리를 들으며 눈을 감았고, 이어 귓가에 뭔가 들어와 딸깍 소리를 내는 게 느껴졌다.안시연이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39도 가깝게 열이 나고 있잖아...”“병원으로 갈래요?”안시연이 연정훈의 의견을 물었다.그러나 너무 예의 바른 그 말투에 연정훈은 듣기가 조금 거북했다.연정훈은 눈도 뜨지 않고 입만 움직였다.“그럴 필요 없어. 자고 일어나면 괜찮을 거야.”“...”안시연은 그 말투에서 불만을 느꼈다.그래서 묵묵히 자리에서 일어나 해열제와 뜨거운 물수건을 챙겨 돌아왔다.연정훈은 열이 펄펄 끓어 좀처럼 잠에 들지 못했다.안시연은 그의 옆으로 돌아와 빨대를 입가에 건넸고 연정훈은 그제야 눈을 제대로 떴다.“해열제에요.”안시연의 말에 연정훈은 조금 웃음이 새어 나왔다.‘다른 약이라도 먹일까 내가 의심할까 봐 그래? 왜 뒤에 해석을 덧붙이는 거야.”며칠 사이 두 사람은 다시 서먹서먹해졌는데 첫 만남 그때
Read more

제218화

안시연은 동물의 출산을 이렇게 가깝게 지켜보는 건 처음이었으며, 동물 병원에서도 생명의 탄생을 아주 진중하게 임했다.새끼 알파카가 태어나고 병원은 각종 정보를 체크했다.체중, 출생 연월일, 건강 상태 등등, 인간의 출산만큼이나 디테일했다.안시연은 긴장한 나머지 시간을 잊어버렸다.태어난 알파카는 검은색이었으며 수컷이었다.간호가 물었다.“이름은 정했나요?”안시연과 양혁수가 시선을 마주하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양혁수는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말했다.“이 아이는 우리 둘 아이 맞지?”안시연은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몰랐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양혁수가 고개를 굴리다가 갑자기 손바닥을 ‘탁’ 치며 말했다.“이름은 양영준.”풉.안시연은 하마터면 물을 뿜을뻔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양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진심이에요?”양혁수는 행동으로 증명해 보이겠다는 듯 테스크 직원에게 당당하게 말했다.“입력하세요!”안시연이 깜짝 놀라 다급하게 말리려는데 직원이 물었다.“다른 이름은 없을까요?”“...”생각나는 이름이 없었으므로 양영준으로 발탁되었다.어차피 동물병원의 정보는 사람 신분증도 아니고 그저 형식 차례일 뿐이었다.양나비를 이렇게 예쁘게 키운 걸 보아 진짜 주인은 반드시 찾으러 올 것이다.그때가 되면 누가 이 촌스러운 이름을 기억하겠는가?새끼 알파카는 병원에서 며칠 더 지켜봐야 했고 안시연과 양혁수가 동물병원을 나섰을 때는 다섯 시에 가까운 시간이었다.안시연은 주변 가게에서 콩국 세 그릇을 구매했는데 그중 한 그릇을 양혁수에게 넘겼다.빌어먹을 연정훈.“차에 타. 바래다줄게.”안시연은 서둘러 돌아가야 했으므로 그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돌아가는 길, 양혁수가 안시연을 힐긋 바라보며 말했다.“연정훈이 뭐 신이라도 되는 거야? 왜 그렇게 챙겨.”안시연은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 말은 마치 자신이 비굴하다고 비난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안시연은 콩국을 다시 고쳐 쥐면서 말했다.“그 사람 열이 나고 있어
Read more

제219화

안시연은 조금이라도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양혁수더러 집 아래까지 바래다 달라고 했다.그러나 연정훈의 전화에 긴장한 나머지 콩국 한 그릇을 모두 엎질러버렸다.양혁수는 잔뜩 당황한 안시연을 보고 손을 휘휘 저으며 돌려보냈다.안시연은 빠르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으나 막 위층으로 올라가고 있었다.숫자는 점점 올라가다가 안시연이 머무는 그 층에 멈춰 섰다.안시연은 바로 불안한 예감이 들었다. 매 층에는 두 집이 있었는데 옆집에는 거의 사람이 살지 않았다.안시연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연달아 누르며 발을 굴렀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후 방금 차에서 내릴 때 근처에 사람이 있었던지를 떠올렸다.띵--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혼이 반쯤 나간 안시연이 내렸다.집 앞으로 걸어간 안시연이 걸음을 뚝 멈춰 섰다.문이 열려있었다.그녀는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안으로 들어갔고 등지고 있는 연정훈을 발견했다.“왜 일어나 있어요?”연정훈은 대답하지 않았다.일부러 대답하지 않은 게 아닌 머리가 너무 아파 대답할 수가 없었다.대체 병에 걸린 탓인지, 아니면 방금 장면에 충격을 받은 탓인지 알 수 없었다.콩국을 사러 간 안시연이 양혁수의 차에서 내렸다.언제 연락을 한 건지, 무슨 연락을 했기에, 이 새벽에 만날 수가 있었는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았다.그제야 연정훈은 자신이 안시연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안시연이 흰 종이처럼 순진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생각이 틀렸을지도 모른다.“연정훈 씨?”뒤에 선 안시연이 조심스레 이름을 불렀다.연정훈은 머리가 어지러운 걸 참으며 몸을 돌려 섰고 겨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었다.시선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향했고 얼굴은 점점 차가워졌다.안시연은 이런 그의 시선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시선에서 깊은 실망이 보였다.안시연이 설명하려는데 다시 몸을 돌려세운 연정훈이 곧장 방으로 돌아갔다.“지금 몸은 좀 어때요? 혹시...”“해가 곧 뜰 거야.”연정훈이 안시연의 말을 잘랐다.연정훈은
Read more

제220화

안시연의 외할머니는 매 해마다 사주를 적은 부적을 부처 앞에 두고 기도를 했었다.하지만 올해는 외할머니의 몸이 안 좋아져 중단되고 말았다.친모가 거론되자 안시연은 마음이 착잡해졌으며 비아냥대는 말투로 물었다.“외할머니, 그 사람 내 생일은 기억한대요?”“어떻게 기억하지 못할 리가 있겠어?”외할머니는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너를 위해 기도했을 뿐만 아니라 주지혁을 위한 기도도 했단다.”갑작스레 주지혁의 이름이 들려오자, 안시연은 멍해졌다.“관음사는 평안을 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결혼 운, 사업 운도 빌 수 있단다. 네 엄마한테 이걸 전해줬더니 아들이 없으니, 사위를 위해 기도를 하고 왔다네.”안시연은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으며 되려 의심스럽기까지 했다.외할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다가 넋이 나간 채로 통화를 종료했다.오후도 흐리멍덩하게 지났는데 날이 어두워지고 나서 서재에서 회계사 문제지를 뒤적였다.그때, 전화가 울렸고 안시연은 허겁지겁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안시연 씨 맞나요?”진수빈의 목소리임을 알아차린 안시연이 바로 긴장해하며 물었다.“무슨 일이시죠?”“혹시 지금 시간 되시나요?”“네.”“그럼 ‘홍천 식당’으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 대표님께서 술자리를 마치고 조금 불편해하세요.”안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술 마신 건가요?”“조금 마신 것 같아요.”마음이 급해진 안시연이 참지 못하고 외쳤다.“열이 나서 새벽에 해열제까지 먹였는데 술을 먹게 냅둬요?”“...”진수빈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나한테 뭐라고 하지마... 나도 지어낸 거란 말이야.”진수빈은 조금 버벅대다가 이렇게 말했다.“조금만 드신 것 같으니 빨리 여기로 와주세요.”그리고 통화는 종료되었다.안시연은 핸드폰을 내려두고 옷을 챙겨입었다. 그리고 연정훈에게 무슨 약을 먹였던지 기억을 떠올렸다.다행히 항생제는 먹이지 않았었다.급하게 밖으로 달려 나간 안시연은 남산 저택으로 곧장 향했다.홍천 식당은 남산 저택의 소유로 근처 유
Read more
PREV
1
...
2021222324
...
55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