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여덟 시.안시연은 룸에서 빠져나와 잠시 소란스러움을 뒤로 하고 한숨을 돌렸다.핸드폰에는 부재중 전화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는 역시 말로만 큰소리를 칠 뿐 직접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그녀는 부승희가 남자들을 형용하는 말이 떠올랐다.‘쓰레기 같은 X.’정말 그와 찰떡이었다.“누나?”뒤에서 어떤 남자애가 고개를 내밀고 턱을 그녀의 어깨에 기댄 채 핸드폰을 들여다봤다.안시연은 낯선 사람의 스킨십에 당황에 얼굴을 살짝 피했다.“남자 친구예요?”그녀보다 나이가 조금 어려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안시연은 연정훈이 다른 사람에게 자신을 소개했을 때의 호칭을 떠올렸고, 그녀는 술김에 촉촉해진 눈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그를 바라보았다. “맞아, 남자 친구야.”“아, 그래요?”남자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채 한쪽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다.“누나 노래 엄청나게 잘 부르시던데, 남친한테 알려주지 말고 우리끼리 비밀로 해요.”안시연은 술김에 벽에 기대어 가볍게 숨을 내쉬고 있었다.남자가 부축하러 가깝게 다가오자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고, 그렇게 룸으로 돌아가 부승희와 함께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며 마음껏 즐겼다.한편, 벚꽃동에서.연정훈은 이미 세 번째로 서재의 문을 열어 보았지만 거실은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9시가 가까워도 안시연은 돌아오지 않았고 핸드폰에도 그녀의 소식이 없었다.테이블 위의 요리는 이미 차갑게 식었다.그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여전히 아무런 감정 기복도 없는 것 같았다.다만 소파에 홀로 앉아 있을 때 그 잘생긴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면서 입꼬리를 최대한 내리누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시곗바늘이 9시를 금방 지날 때 그는 눈을 조용히 감았다.그는 지금도 여전히 안시연이 돌아올 것으로 생각했다.‘밤새 돌아오지 않을 리는 없을 거야.’그는 거실에 앉아서 업무를 보고 있었는데, 오직 조명을 위한 것인지 마음이 찝찝해서인 탓인지 집 안의 불을 모두 켰다.아래층에 서 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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