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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교수님의 독점적 사랑: Chapter 181 - Chapter 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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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화

양민아의 전시회에서 돌아온 김세연은 먼발치에서 연정훈이 안시연의 손을 잡고 글쎄 문화국의 국장 양민혁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광경에 김세연은 하마터면 그 자리에서 까무러칠 뻔했다.그러자 양지원은 그녀 곁에 서서 농담조로 입을 열었다.“사돈댁이 엄청나네요. 저라면 겁 나서 결혼 못 시키겠어요.”김세연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오늘이 어떤 자리인데 연정훈은 아직도 안시연과의 관계를 숨기지도 않고 다 드러내고 다닌단 말인가. 정말 혈압이 수직으로 상승하는 기분이었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혈압약을 뒤적이며 두 사람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멀지 않아 양 국장이 자리를 뜨고 안시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자 연정훈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그렇게 기뻐?”안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지만 기분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기에 입을 앙다물고 중얼거렸다.“어머니께서 엄청 혼내실 거예요.”그녀의 말에 연정훈이 멀지 않은 곳을 슬쩍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침 그를 죽어라 노려보고 있는 김세연과 눈이 마주치게 되었다.그러나 그는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며 안시연의 얼굴을 꼬집었다.“어쩔 수 없지. 그래도 네가 마음속으로 날 욕하는 것보다 낫지.” 이에 당황한 안시연이 입술을 오므리며 조금 미안한 듯 말을 더듬었다.“누가 욕을 했다고...”연정훈은 그녀의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를 달래주는 것 또한 달가웠다.밤에는 함께 잠을 청하지만 낮에는 낯선 사람 행세를 해야 한다니, 하물며 오늘 같은 날에는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욕하면 욕했지 뭐. 넌 욕해도 돼.”그 말에 안시연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윽고 그녀는 눈을 들어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고 연정훈은 그러한 그녀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었다.그런데 그때, 그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안시연은 이미 마음이 절반 이상 가라앉은 터라 그가 일을 처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주었다.그리고 전화를 받은 연정훈이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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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담담하지만 확신하고 있는 양지원의 결론은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안시연의 가슴에 푹푹 박혔다.그리고 통증과 동시에 그녀를 잠깐 환상 속에서 깨어날 수 있도록 자극해 주었다.양지원은 그녀가 연정훈과 연애하다 보면 연정훈도 서서히 그녀를 사랑하게 되리라 여겼다.하지만 그녀는 결혼이라는 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잊었다.“당신 신분으로 연씨 가족은 고사하고 아마 정훈이 본인도 당신과 결혼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겁니다. 시연 씨는 아직 어리잖아요. 그러니까 바보짓 하지 마요.”양지원은 담담히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고는 안시연의 시야에서 유유히 사라져버렸다.한편, 안시연은 갤러리 중앙에 서서 그녀와 연정훈 두 사람의 피가 담긴 전시품들을 보면서 순간 눈앞의 모든 것이 색채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갤러리를 나서니 오후에서 가장 더운 시간이었다.머리를 가득 채운 고민거리에도 안시연은 강남시티로 가 연정훈의 옷 두 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았다.가는 길에 휴대폰이 계속 울려댔고 전화를 받아보니 외할머니로부터 걸려온 전화였다. 전화 건너편 외할머니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아, 지금 어디 있어?”“일하고 있어요.”“그래? 그럼 일 끝나면 병원에 좀 와.”안시연은 혹여나 외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가뜩이나 어수선한 마음이 긴장감에 더욱 팽팽하게 조여들었다.“무슨 일이세요? 혹시 편찮으세요?”“아니, 아니. 그냥 친척이 왔는데 너도 만나봤으면 해서.”안시연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딱딱한 눈빛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네, 일 끝나면 갈게요.”그녀는 전화를 끊고 조용히 뒷좌석에 앉았다.강남에 도착했을 때, 아주머니들도 자리를 비워 그녀는 혼자 위층으로 올라갔다.연정훈의 옷을 정리하고 계단을 내려가려는데 마당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계단 모퉁이에 서서 밖을 내다보자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다름 아닌 연정훈과 그의 어머니였다.지난번에 이곳에서 김세연과 만난 경험이 아직 눈앞에 선한지라 안시연은 내려갈까 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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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3화

온몸의 온도가 그 순간,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버리는 것만 같았다.넋을 잃은 그녀는 옆 손잡이를 잡고 나서야 주저앉지 않고 비로소 버틸 수 있었다.한 달여 동안의 달콤함이 한순간에 전부 그녀의 일방적인 헛된 꿈으로 되고 말았다.환상도 이제 깨질 때가 된 것이다.아래층, 김세연은 아들의 답을 듣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럼 언제 보낼 거냐?”“그건 제 일입니다.”“네 일은 무슨. 너 이제 스물아홉이야. 이제 서른이 코앞인데 하루빨리 혼사를 마련해야지.”아래층은 잠시 조용해졌고 김세연은 결국 한발 물러선 듯 말투를 누그러뜨렸다.“정훈아, 널 강요하는 게 아니야. 안시연 같은 여자는 마냥 응석받이로 지내게 할 순 없어. 네가 맨날 사랑을 퍼다 주면 어느 날 혼자 착각해서 한사코 너와 결혼하고 싶다고 하면 어떡할래? 그땐 떼려야 뗄 수도 없어.”“시연이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요.”“그럼...”“시간이 되면 알아서 다 될 거예요.”연정훈이 목소리를 낮추었다.안시연은 그 말을 듣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시간이 되면...하마터면 그들 사이에 기한이 지정된 계약이 있다는 것을 잊을 뻔했다.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연정훈에게 안시연의 존재는 잠깐 흥에 겨워 산 장난감일 뿐이었다. 기쁘면 그녀에게 모든 것을 줄 수 있고 흥이 다하면 그녀를 멀리 보내서 깨끗하게 끊을 수도 있다.그런 연정훈과 진지하게 감정을 논하다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었다.“됐어, 일단 이렇게 하자. 어쨌든 너무 오래 곁에 두진 마.”김세연은 계속하여 잔소리를 해댔고 연정훈은 슬슬 인내심이 바닥나기 시작했다.더 이상 참아줄 수 없었던 연정훈은 몸을 돌려 위층으로 걸어갔다.모퉁이에 몸을 숨긴 안시연은 다가오는 발소리를 듣고 몸을 돌려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힘이 풀려버린 것인지 마치 넝쿨에 걸린 듯 아무리 애써도 발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그렇게 안시연은 그대로 연정훈과 정면으로 부딪치게 되었다.당황한 안시연은 어쩔 줄 몰라 했고 연정훈도 순간 멈칫했다.한편, 김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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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4화

안시연은 거의 도망치듯 강남시티를 떠났고 밖으로 나와 지나가는 차를 붙잡고 황급히 차에 올라탔다.만감이 교차하는 시점, 운전기사가 그녀에게 목적지를 물었다.하지만 안시연은 전혀 듣지 못했다.“아가씨? 꼬마 아가씨!”운전기사가 언성을 높여서야 비로소 정신을 차린 안시연은 손가락으로 자신의 양 볼을 툭툭 건드려보았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얼굴 전체가 차갑고 촉촉한 자국으로 범벅이 된 것을 알아차렸다.운전기사는 그녀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보고 혹여나 사고라도 날까 봐 걱정되어 물었다.“아가씨, 119나 경철 불러줄까요?”그러자 안시연은 재빨리 가방에서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으며 입을 열었다.“경인 예술원으로 가주세요.”운전기사는 몇 마디 중얼거리고는 혹시라도 그녀가 극단적인 선택을 할까 두려워 계속하여 백미러를 통해 안시연을 흘끔흘끔 쳐다보았다.휴대폰 벨 소리가 계속 울려댔는데 모두 연정훈의 전화였다.하지만 안시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같은 시각, 운전기사는 연신 혀를 끌끌 차며 그녀에게 인생 조언을 건네주며 말을 걸었다.하지만 안시연 한마디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드디어 벨 소리가 멈추고 안시연은 시트에 기대어 창밖 풍경을 바라보았다. 생기가 없는 눈으로 바라보니 바깥 풍경도 전부 시들어 보였다. 차에서 내린 그녀는 예술원에 들어가지 않았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길가 벤치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았는데 견디기 힘들다는 생각조차 한 번도 들지 않았다.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누군가가 다가와 그녀를 불렀다.“시연 씨?”안시연은 가물가물한 눈을 들어 속눈썹에 맺힌 땀방울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 얼굴을 희미하게 바라보았다.“승희 씨...”부승희는 마침 오늘 놀러 나온 사람인데 조리, 핫팬츠, 크롭톱에 손에는 트렌디한 가방을 들고 있었다.게다가 그녀의 뒤에도 한 무리의 친구들이 따라다녔다.“정말 시연 씨였어요?”안시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대꾸했다.그러나 무서울 정도로 창백하게 질린 안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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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5화

나무 아래.부승희는 아이스 밀크티 두 잔을 얼굴에 맞대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어이, 시연 씨, 우리 제발 먼저 차에 타면 안 될까요? 나 더워 죽을 것 같단 말이야.”“승희 씨...”“거 잔소리 좀 그만하면 안 될까요? 난 이미 오빠와 약속했고 인제 와서 당신을 빼놓을 수 없다고요.”원래 무더위 때문에 짜증이 나는데 반쯤 죽은 듯 넋이 나간 안시연을 보고 있자니 더 짜증이 났다.“저기요! 여기 좀 도와주세요.”느려빠지긴.부승희가 사람을 부르는 제스쳐를 취하자 안시연은 그제야 벤치를 부축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이곳은 사람들이 왕래가 잦은 곳인지라 얼굴이 팔려서 좋을 건 없었다.그녀가 일어나자마자 부승희는 다짜고짜 안시연의 팔을 잡고 바로 그녀를 차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문이 열리고 시원한 공기가 온몸을 감싸 안았다.“아, 살 것 같다.”아가씨 부승희가 탄성을 내뱉으며 시원해 보이는 표정을 지었다.안시연은 부승희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 차에서 내리려 했지만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부승희가 밀크티를 찔러 빨대를 그녀의 입에 넣어주었다.“흡!”“...”안시연은 원체 온순한 성격이었고 게다가 상대방이 좋은 마음으로 건네준 것이기에 어쩔 수 없이 한 모금만 마실 수밖에 없었다.“옳지. 이래야죠.”부승희는 그녀의 손을 잡아 밀크티를 강제로 건네주고는 티슈도 한 봉지 던져주었다.“그래서, 어떻게 된 거예요?”부승희가 묻자 안시연은 눈을 내리깔고 계속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부승희는 씹고 있던 껌을 뱉으며 다시 한번 물었다.“오빠랑 싸웠죠?”“아니에요...”“어? 아직도 시치미 떼시네?”부승희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신발을 벗어 던지고 발도 편하게 바람을 좀 쐴 수 있도록 해주었다.“지난번에 알아챘지만 시연 씨는 정말로 오빠를 진심으로 좋아하네요.”그러자 안시연이 자조적인 웃음을 터뜨렸다.알고 보니 전 세계가 안시연이 연정훈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다.그럼 그들도 다 알고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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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화

부승희가 다가와 안시연의 어깨를 감싸 안더니 허심탄회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시연 씨가 예쁘지만 않았다면 이런 말은 굳이 해주지도 않았을 텐데.”그 말을 들은 안시연은 순간 자신을 칭찬해준 것에 감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헷갈렸다.오히려 못생겼다면 이토록 많은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을 텐데.“근데 오빠랑 싸운 이유가 뭐예요?”잠시 침묵이 흐르고 안시연이 꾹 다물었던 입을 천천히 열었다.“제가 멍청했어요.”“혹시 결혼하고 싶어요?”안시연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결국 묵인이었다.지난 한 달 동안, 안시연은 사실 단 한 번도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연정훈이 준 부드러운 품속에 빠져 단지 그들도 일반적인 연인처럼 서로 사랑하고 연정훈이 정말로 그녀를 사랑하리라 생각했을 뿐이다...잠깐 생각에 잠긴 부승희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녀를 나무랐다.“정말 정훈 오빠와 결혼하고 싶었다면 그건 정말 멍청한 게 맞아요.”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한쪽으로 가서 노래를 선곡하고 겸사겸사 그녀에게 조언을 건네주었다.“아휴, 설마 아직도 연씨 집안이 어떤 개념인지 모르는 거 아니에요?”그러자 안시연이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답했다.“아뇨, 알고 있어요...”“알긴 무슨. 연정훈 오빠네 집 조상들은 정말 순수한 비상장주식이라니까요. 아버지는 현재 도시의 2인자고 할아버지는 세운에 계시는데 명목상으로는 물러났다지만 권세가 엄청나요. 게다가 오빠는 현재 정인 그룹의 대표이고. 하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정인 그룹은 단지 오빠가 기술을 연마하는 데 사용하는 것뿐이에요.”부승희는 몸을 벽에 기대더니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아마 마음만 먹고 몇 년만 더 단련하다 보면 아버지의 길을 걸을 수 있을걸요.”한편, 안시연은 눈을 내리깔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부승희는 그녀 쪽으로 다가가 반바지 주머니에 손으로 꽂아 넣었다.“이렇게 말할게요. 당신뿐만 아니라 제가 거기 가도 어머님은 성에 안 차셨을 거예요. 임유정 알죠? 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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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화

부승희는 계속하여 안시연에게 연정훈의 권세가 어떤 개념인지 설명하고 그녀와 연정훈은 완전히 두 세계의 사람이라는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룸 안에는 노랫소리가 들려 오기 시작했다.부승희는 탁자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데 완전히 빠졌다--임연희의 다만 여자는 사랑에 빠지기 쉽고 항상 사랑에 시달릴 뿐이다.부승희가 부르는 노래 가사는 마치 안시연의 현재 모습을 그려주는 것만 같았다.소파에 앉아 계속하여 생각해보니 머릿속이 점차 맑아지는 것 같았다.머릿속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지난 한 달 사이의 추억들이 영화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망원경, 자동차를 가득 채운 꽃, 목걸이, 옥비녀, 그 집, 그리고 천문 전시회와 수없이 많은 밤낮...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그녀의 마음을 반복적으로 고문했다.안시연은 연정훈을 진심으로 좋아한다.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들에게는 미래가 없다.게다가 감정조차도 그녀의 일방적인 희망일 뿐이고 연정훈에게 있어 그녀는 기껏해야 물을 만난 물고기, 그리고 남녀 사이의 일시적인 욕망 해소제와도 같았을 것이다.이건 안시연이 선을 넘었다.독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사레에 걸려 연신 기침을 했다.그러나 기침 소리에 안시연을 돌아본 부승희는 휴지를 건네주는 것이 아닌 계속하여 술잔을 기울이고 잔을 부딪쳤다.“마셔요, 푹 취하고 내일 깨서 정신 차리고 살아보자고요.”안시연은 애처롭게 웃다가 다시 눈물을 흘렸고 자신을 벌하기라도 하는 듯 한 잔 또 한 잔 술잔을 기울였다.위는 금방 뒤집혔고 위보다 더 심한 건 뇌와 마음이었다.추억은 물밀 듯 밀려오고 마음은 한없이 저리고 아파졌다.“정훈 씨...”안시연은 무의식적으로 연정훈의 이름을 중얼거리며 반복했다.그러다 그 사람에 대한 기억이 흐려지고 얼굴이 점점 얼룩지기 시작했다.“아, 시연 씨 곧 잠들 것 같은데 내가 내려갈게.”그때, 어디선가 부승희의 목소리가 들려 오고 누군가가 그녀의 뺨을 두드리는 것이 느껴졌다.“여기 가만히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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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화

연 씨네 저택.작은 화원 안, 많은 사람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다.연정훈은 부승희로부터 여러 번 전화를 받았지만 모두 아무렇지도 않게 끊고 자연스럽게 연재혁 등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다.그런데 그때, 부승희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연정훈, 제발 전화 좀 받아. 시연 씨가 양혁수 그놈들에게 납치당했다고.]그 순간, 연정훈의 눈동자가 흠칫 떨려 났다.그리고 곁에서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던 연제혁이 찻잔을 드는 틈을 타 연정훈에게 슬쩍 물었다.“급한 일이야?”연정훈이 담담하게 대꾸했다.“혁수에게 일이 좀 생겼답니다.”그러자 연재혁이 눈살을 찌푸렸다.양씨네 이 녀석은 정말 사고뭉치가 따로 없네.“저녁 식사 후에 얘기하자. 목숨이 위험하진 않겠지.”“위험합니다.”뭐?연재혁이 어리둥절해 하며 반응하기도 전에 연정훈은 이미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의 안색은 당장이라도 누군가를 죽일듯한 기색이었다.그러나 연정훈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급한 일이 생겨서 당장 떠나야 한다며 공손히 사과를 드렸다.이는 매우 실례되는 행동이었고 그의 행동 스타일에도 맞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상황에 연재혁은 뒤통수를 한대 맞은 것마냥 윙윙거렸다.다행히도 현장에 있던 모든 인원은 잘 보이기 위해 참석한 연기 천재들이었기에 흔쾌히 그의 돌발행동을 이해해주며 보내주었다.“집안에 아이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더군요.”연재혁은 안색 하나 바꾸지 않고 거짓말을 했고 그의 말에 많은 사람들이 탄식하며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큰일이니 병문안을 하러 가는 게 도리이지요.”그 소리를 뒤로 한 채 연정훈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한편, 김세연은 그와 정면으로 부딪치고 처음에는 그가 무엇을 가지러 내려간 줄 알고 묻고 싶었지만 뜻밖에도 연정훈은 그녀에게 인사 한마디조차 하지 않은 채 바로 문을 나섰다.“정훈아!”아직 위층에 손님들이 있는지라 감히 큰 소리를 내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한마디 외쳤다.그러나 연정훈은 고개조차 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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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9화

“저한테 있는데요. 왜요?”양혁수는 퉁명스럽게 대답했지만 안시연은 사뭇 긴장한 모습이었다.“내가 데리러 갈게. 건드리지 마.”전화 건너편 연정훈이 한 말은 오직 이 두 마디였다.이에 양혁수가 실소를 터뜨렸다.“좋아요.”말을 마치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맞은편, 안시연의 안색이 어딘가 좀 멍해 보였다.이에 양혁수는 그녀를 향해 턱을 끄덕여 보이고 물었다.“깼어?”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녀는 연정훈이 곧 이곳에 온다는 것을 깨닫고 다급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양혁수의 의미심장한 눈빛에 비로소 자신의 옷이 반나체에 가깝다는 것을 발견했다.옆에 놓여있는 외투에 안시연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막기 위해 외투를 끌고 오려 했으나 양혁수가 그녀보다 한발 빨랐다. 그는 대뜸 옷을 가져와 자신의 몸에 걸쳤다.안시연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뭐해? 내가 구해준 건데 이젠 옷까지 하나 더 바쳐야 해?”안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어쩔 수 없이 소파 구석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쯧쯧.가엾어라.양혁수는 조금의 동정심도 없이 맞은편에 앉아 오히려 그녀의 낭패를 감상하기 시작했다.“아 혹시 내 목걸이 네 손에 있어?”잠시 멈칫한 안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돌려줘.”“... 지금은 없어요.”“그래?”안시연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곧바로 양혁수가 위험하다는 직감이 들었다.“그럼 내 목걸이는?”“집에 놔두고...”“집 어디에?” 안시연의 눈망울 속에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왜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물어보는 거지...“화장대요...”그러자 양혁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그럼 됐어, 아무렇게나 버리지 않았으니 뭐.”이윽고 그는 또 유유히 그녀를 훑어보기 시작하더니 보는 김에 한 번 더 훑기까지 했다.안시연은 화들짝 놀라 얼굴을 붉혔고 노골적인 그의 시선에 안시연은 마치 성추행을 당한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다.그리고 잠시 후 양혁수가 다시 물었다.“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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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연정훈의 시선이 스치는 순간 안시연은 그 자리에 굳어버리고 말았다.연정훈의 눈빛은 순간 그녀가 지금 어떤 모습으로 양혁수에게 안겨있는지 상기시켜주었다.아마 다른 사람들이 이 상황을 보면 반드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 거라 오해할 것이다.그녀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눈을 들어 양혁수를 노려보았다.양혁수는 분명 고의로 한 것이다.그러자 양혁수도 그녀에게 시선을 돌렸고 살짝 미소 짓는 그의 얼굴엔 속 시원하다는 듯 쾌활함이 가득했다.저걸 두들겨 패면 안 되나.‘화나?’‘어디 한번 물어봐.’안시연은 당연히 그를 어찌할 방법이 없었고 그녀는 다시 연정훈을 바라보았다.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뜻밖에도 더 이상 불안하지 않았다.만약 이번 일로 오해하고 안시연이 규칙을 어겼다고 생각하면 그녀를 버리면 된다.그들 사이는 이렇게 끝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짧은 정적 뒤.연정훈이 다가와 조금의 분노도 느낄 수 없는 평온한 안색으로 입을 열었다.“손 놔.”담담한 두 글자에는 압박감이 가득했다.양혁수는 어깨를 으쓱하고 유유히 손을 떼고는 자리까지 양보해주었다.안시연은 자유를 얻었지만 그녀의 좌우를 지키고 있는 두 남자에 갈 곳도 없었다.멍하니 있는 동안 그녀의 앞에 큰 그림자가 드리워졌고 안시연이 얼굴을 들자 곧바로 남자의 어둡고 그윽한 눈빛과 마주하게 되었다.연정훈은 입고 있던 양복 재킷을 벗더니 몸을 숙여 그녀의 몸에 걸쳐 주 고는 그 바람막이 재킷을 안에서 빼내어 내던져버렸다.양혁수가 어이 없다는 듯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이윽고 안시연은 남자에게 들려지더니 그대로 남자의 품에 안겨버렸다. 과거에도 그랬듯 무의식적으로 목을 감쌌다가 뒤로 돌아선 뒤 뻣뻣하게 풀어버렸다.“혼자 갈 수 있어요.”작은 소리로 말했지만 연정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안고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안시연의 시선은 구석을 스쳐 지나가다가 문득 그 다이아몬드 목걸이가 바닥에 가만히 누워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순간 움찔하며 입을 벌렸으나 또다시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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