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11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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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설마 이 여자의 조사에 대한 조사에 착오가 있었단 말인가?하지만 유주헌은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미소를 활짝 지어 보이고는 가슴이 벅찼는데도 예의를 지키며 물었다.“사모님, 혹시 화학을 전공하셨어요?”강물처럼 맑은 눈을 가진 서다인은 순간 머리가 하얘져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모르겠어요, 기억이 없거든요.”“기억이 없다고요?”유주헌이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보였다.“그럼 청유액이랑 레늄 원소는 어떻게 알고 있어요? 해독할 줄도 아시잖아요.”서다인이 한참 고민을 하다가 여유롭게 대답했다.“요리할 때는 소금을 넣어야 하듯이, 낚시할 때는 미끼를 던져야 하듯이, 이건 상식 아닌가요?”그녀의 말에 유주헌은 감탄을 금치 못하면서 숭배의 눈빛으로 서다인을 바라봤다.멀지 않은 곳에서 정호와 류청은 부하들과 함께 중독된 사람들에게 식용 알칼리수를 마시게 했다.얼마 있지 않아 사람들의 구토 증상과 복통이 사라졌다.머리가 아직 어지러웠지만 그래도 해독약의 효과는 대단했다.류청은 남하준 앞에 다가오고는 예의를 갖추며 그에게 알칼리수를 건넸다.“도련님, 효과가 좋으니 하린 씨께 드리세요.”백하린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그녀는 주목받는 서다인이 싫어 고집을 부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안 마셔요.”남하준이 미간을 구기면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왜 안 마셔?”백하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애교를 부리며 말했다.“하준 오빠, 나 이런 거 안 마실래요. 서다인 언니는 중학교도 졸업 못했잖아요, 지식도 없는데 내가 어떻게 믿고 마시겠어요.”중학교도 졸업 못했다니, 그럼 초졸이란 말인가?놀라움을 금치 못한 사람들이 경멸이 깃든 눈빛으로 서다인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서다인은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속상하고 억울했지만 뭐라고 반박할 수도 없었기에 일부러 괜찮은 척하며 입을 열었다.“하린 씨, 차래지식을 먹지 않으려는 그 패기, 대단하시네요. 어떤 상황에서도 원칙을 지켜나가시길 바랄게요, 화이팅!”말을 마친 서다인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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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깊은 밤.서다인은 샤워를 마친 후 햇살이 가득한 등나무 의자에 앉아 잃어버린 휴대폰을 들고 뉴스를 확인했다.그녀를 납치한 김호영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사기 센터의 피해자들도 모두 구출되었다. 그리고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은 남하준의 부하들에게 잡혀 경찰에 인계되었다.그녀의 가방도 휴대폰도 모두 되찾았지만 아쉽게도 3년 동안 모은 돈은 모두 그녀의 친오빠가 빼돌렸다.지금의 그녀에게는 이 휴대폰 말고는 무일푼이다.기억을 잃은 후로 그녀는 은경애를 만났는데 은경애는 마치 원래 그녀를 알고 있던 것처럼 예뻐했고, 꼭 그녀를 곁에 두려고 했다.그렇게 서다인은 은경애 옆에서 3년 동안 간병인을 해 왔다.친구도 없고 불운과 재앙만 안겨주는 가족을 찾아갈 수도 없으니 생활고에 쪼들리는 지금 누구에게 돈을 빌려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그녀가 생각에 잠겨 있던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서다인이 생각을 거두고는 문 쪽을 바라봤는데 남하준의 튼실하고 넓은 어깨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남자는 지금 문을 닫고 있었다.그런 그의 모습을 본 서다인은 이상하게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그녀는 긴장된 마음에 시선을 거두고는 고개를 푹 숙여 휴대폰으로 디지털책 아무거나 하나 열어 읽기 시작했다.남자의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는데 그가 내디딘 걸음마다 서다인의 심장을 강타하고 있었고 긴장감은 갈수록 커졌다.남하준이 그녀의 앞을 지나갔다.그녀가 고개를 들자 남하준은 베란다 난간을 등진 채 정면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위압감을 풍기는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의심스러운 듯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그와 눈을 마주치자 서다인은 숨이 멎을 것만 같았지만 겨우 침착을 유지하며 나지막이 물었다.“왜 나를 그렇게 봐요?”남하준이 대답했다.“정말 3년 전에 있었던 일을 잊었어?”“네.”서다인이 고개를 끄덕였다.남하준이 입술을 감쳐물고는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킨 뒤 또 물었다.“청유액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어?”서다인의 머릿속에는 이 물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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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서다인이 방 안의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요 며칠 하준 씨 책장에 있는 책은 전부 다 읽었어요.”남하준이 한 번 더 물었다.“정말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겠어?”서다인이 고개를 숙였다.“네, 나 내일 아침 바로 갈 거예요. 앞으로 이곳에 올 기회는 더 없겠죠.”남하준은 더는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그녀의 곁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서 외투 단추를 풀며 당부했다.“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지 마. 할머니께서 자극받으실까 봐 걱정돼.”휴대폰을 쥐고 있던 서다인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운 감정이 북받쳐왔다.“미안한데 하준 씨 책에서 어떤 여자애 사진을 봤어요. 그 뒤에 ‘내가 사랑하는 여자 백하린’이라고 쓰여 있더군요.”외투 단추를 풀던 남하준이 멈칫하더니 온몸이 굳어진 듯 제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서다인은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이 아팠다.말 못 할 고통에도 애써 괜찮은 척하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하린 씨겠죠?”한참 뒤에야 남하준이 정신을 차리고는 계속 외투를 벗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어렸을 때 하린이를 많이 좋아했던 건 맞아. 하지만 하린이가 14살 때 외국 명문 학교에 합격했거든. 하린이가 출국한 뒤로 우리는 연락이 끊겼어. 10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났지. 심지어 하린이가 돌아온 첫해에도 두 사람 사이는 어색했어.”말을 마친 후 남하준은 곧장 욕실로 향하고는 문을 닫아 샤워하기 시작했다.그의 설명에도 서다인은 괴로운 마음이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다.그녀는 심지어 자기가 내연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하준과 백예린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남하준은 분명 백하린과 결혼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사랑도 감정도 없는 이 결혼에서 고통스럽게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찬 봄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서다인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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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화

남하준이 방을 떠난 후 긴 복도를 지나 서재에 도착하고는 불을 켰다. 그리고 백하린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애교 섞인 백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하준 오빠, 왜 아직도 안 와요? 나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몸도 마음도 피곤한 남하준이 나지막이 물었다.“뭐가 두려워?”백하린이 애교를 부렸다.“그냥 너무 무서워요, 그냥 와서 같이 있어주면 안 돼요?”남하준이 시간을 확인하자 어느덧 밤 11시가 되어 단호하게 거절했다.“시간이 너무 늦었어. 내가 너희 집 앞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보낼게. 두려워할 필요 없고 일찍 쉬어. 나 내일 아침 일찍이 다인이를 안성에 데려다줘야 해.”백하린이 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투덜거렸다.“정호 씨가 데려다주는 거 아니었어요? 왜 하준 오빠가 데려다줘요?”남하준이 테이블 앞에 앉고는 이마를 짚은 채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다인이는 지금 내 아내잖아. 당연히 책임을 져야지.”백하린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하준 오빠. 서다인 언니는 몸이 더러우니까 절대 같이 자면 안 돼요.”남하준의 얼굴색이 어두워지더니 그는 미간을 구기고는 엄숙한 말투로 말했다.“하린아, 그런 뒷담화를 하면 되겠어? 모든 사람에게는 존경받을 만한 과거가 있어.”백하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엉엉... 하준 오빠, 정말 서다인 언니랑 잔 거예요? 전에 서다인 언니가 성병에 걸렸었다던데. 오빠도 감염되면 어떻게 해요?”다른 사람이었다면 남하준은 진작 화를 냈을 것이다.하지만 상대는 백하린, 그가 10년 넘게 짝사랑한 여자였다.남하준은 안타까운 마음에 인내심 있게 설명했다.“하린아, 내가 다인이랑 자는지 안 자는지는 다인이를 향한 내 마음에 달렸겠지. 다인이를 사랑하지 않으면 당연히 다인이의 몸에 손을 대지 않을 거야. 딴생각은 그만하고, 다른 사람 뒷담화도 이제 더는 하지 마.”“그럼 하준 오빠는 나 그렇게 사랑하면서 왜 나랑 안 자려는 거예요?”백하린이 장난기가 가득한 말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눈빛이 어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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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서다인이 고개를 푹 숙이고는 억울한 듯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백하린 씨 곁에 있어줘야 하는 거 아니었어요?”여자의 부드럽고도 조심스러운 목소리에는 억울함과 불쾌함이 묻어났다.그 어떤 남자라고 하더라도 서다인의 말에 마음이 살살 녹을 것이다. 남하준도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그는 이런 느낌이 싫어서 일부러 차가운 척하며 대답했다.“괜찮아.”서다인이 한숨을 푹 쉬고는 더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하준 씨가 데려다준다면 받아들이지, 뭐. 마침 돌아가서 이혼하면 내가 지금 겪고 있는 고통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말이야.”서다인이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후 유일하게 남은 휴대폰과 가방을 챙기고는 남하준을 따라 방을 나서 식당에 아침 먹으러 갔다.이른 아침 식당에는 오가는 직원들이 끊이질 않았다.그들을 본 사람들은 모두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도련님, 사모님, 좋은 아침입니다.”남하준은 그들의 인사에 대답하지 않았다.인사를 건넨 사람이 워낙 많기도 했기에 다 대꾸할 수가 없었다.하지만 서다인은 그녀에게 인사를 건넨 사람에게 모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좋은 아침이에요.”서다인은 캠프에 있는 며칠 동안 예의 바르고 겸손하며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었다. 게다가 중독 사건에서 그녀의 도움을 받았기에 사람들은 서다인을 매우 좋아했다.서다인은 식탁 앞에서 음식을 기다렸다.남하준이 아침 두 세트를 챙기고는 하나를 서다인에게 건넨 후 식사를 시작했다.그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만두피는 그대로 두고 그 안의 고기만 쏙 골라 먹는 서다인을 발견했다.삶은 달걀도 흰자만 먹고 노른자는 건들지도 않았다. 심지어 소고기죽도 파를 전부 골라냈다.남하준은 가슴이 왠지 모르게 움찔하다가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녀를 보며 물었다.“나쁜 습관은 걔랑 정말 닮았네.”서다인이 죽을 먹으면서 나지막이 물었다.“누구랑요?”“하린이 말이야.”남하준이 담담하게 웃으며 눈치 없이 또 물었다.“여자들은 다 이렇나 봐?”서다인은 원래도 기분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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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차가 멈춰 서자마자 서다인이 남하준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데려다줘서 고마워요.”이 한마디를 남기고 그녀는 물건을 안아 든 채 문을 닫고는 허름한 단층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갔다.단층집 앞에는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 건달이 앉아 있었다.남하준이 힐끗 쳐다보더니 곧바로 서다인이 향하고 있는 곳이 심상치 않은 것을 느꼈다. 두 건달은 주위를 경계하며 망을 보고 있었으니 말이다.남하준은 운전기사더러 전화해 사람을 불러오라는 지시를 내리고는 차에서 내려 그녀의 뒤를 따랐다.두 건달은 서다인과 아는 사이인지 그녀를 쉽게 들여보냈지만 남하준은 아니었다.남하준이 대문을 가리키며 말했다.“방금 들어간 여자가 내 아내예요. 나 들어가게 해줘요.”건달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서지석의 동생이 그쪽 아내라고요? 그럼 내가 당신 아버지라고 해도 사람들이 믿겠어요.”남하준은 상대와 잘 얘기해 보려고 했는데 선을 먼저 넘은 건 그들이었다.그의 눈에 살기가 어리더니 갑자기 주먹을 불끈 쥐고는 그들을 향해 매섭게 날렸다.그의 힘센 주먹이 상대의 뒷머리를 내려쳐 순식간에 건달 한 명을 기절시켰다.다른 건달은 깜짝 놀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러고는 바로 몸에 지닌 칼을 꺼내려고 했는데 그가 칼에 손이 닿기도 전에 남하준의 주먹을 맞아 바닥에 쓰러졌고 이어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남하준이 바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고는 무심하게 손을 닦더니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긴 복도를 지나니 어두운 불빛의 도박장이 보였다.사람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고 매서운 연기가 자욱했다.구석에서 일어난 소동이 그의 주의를 일으켰다.남하준이 인파 속을 헤집고 들어가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서다인은 사 온 큰 포대를 어떤 남자의 머리에 씌우고는 야구 방망이를 움켜쥔 채 남자의 팔다리를 세게 내리쳤다.남자는 맞아 바닥에 쓰러졌고 당황한 나머지 머리에 씐 포대를 찢었다. 그리고 극심한 고통 때문인지 비명을 금치 못했다.서다인은 어금니를 깨물며 온 힘을 다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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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남하준은 연약하고 부드러워 보이는 서다인에게 이렇게 사나운 모습이 있을 줄은 몰랐다.서다인이 말을 하기도 전에 어떤 건달이 몸에 상처가 가득한 사내를 안고 오고는 남하준을 가리키며 말했다.“보스, 저 사람 만만치 않아요. 홍구를 기절시키고 나에게도 주먹을 휘둘렀다니까요.”곧이어 수십 명의 도박장 파이터들이 나타나더니 험상궂은 얼굴로 남하준을 빤히 쳐다봤다.이곳은 불법 지하 도박장이었기에 단골만 받았다. 남하준과 같은 낯선 얼굴이 보이면 그들은 잔뜩 경계했다.도박장 책임자가 분노의 목소리로 물었다.“내 부하를 기절시키고도 이곳에 쳐들어온 이유가 뭐야?”서다인이 겁도 없이 남하준 앞에 서고는 도박장 책임자를 보며 말했다.“윤수 오빠, 이 사람 내 친구예요.”진윤수가 콧방귀를 뀌고는 어금니를 깨물었다.“너 들어와서 네 오빠 때린 것도 충분히 우리 도박장 질서를 어지럽혔어. 너 때문에 지금 장사를 하지 못하겠잖아. 그런데 이제 네 친구가 내 부하까지 때려? 이러면 말이 달라지지.”서다인은 남하준이 도박장 수십 명의 건달들에게 폭행을 당할까 봐 책임자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미안해요, 윤수 오빠.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영업하는 데 방해하지 않고 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친 서다인은 빠르게 남하준의 손을 잡고는 자리를 뜨려고 했다.하지만 건달들이 그들의 앞길을 막았다.“이대로 가려고? 내가 그렇게 쉽게 보낼 것 같아?”서다인이 발걸음을 멈췄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남하준의 큰 손을 꽉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남하준은 건달들을 신경도 안 썼지만 자신의 손을 잡은 서다인 때문에 잠깐 넋을 잃었다.그는 저도 모르게 꽉 잡은 두 손에 시선을 옮겼다. 희고 보드라운 여자의 손이 그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지 않았다.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그는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분명 백하린의 손을 잡을 때는 전혀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었는데 말이다.서다인이 비위를 맞추느라 미소를 지어 보였다.“윤수 오빠, 어떻게 해야 우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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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수십 명의 건달이 동시에 무기를 들고는 남하준에게 돌진했다.식겁한 서다인은 당장이라도 남하준 앞에 서서 그 대신 몽둥이를 맞아주고 싶었다.하지만 남하준은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빠르게 총을 꺼내고는 진윤수를 조준했다.순간 진윤수는 두려움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가만있어! 제발 가만있어!”총을 본 순간 그의 부하들은 잔뜩 겁을 먹어 이리저리 줄행랑을 쳤다.M국에서 권총을 가지고 있는 건 권력을 상징한다. 그들은 남하준을 감히 건드릴 엄두가 나지 않았다.서다인은 남하준이 총을 꺼낸 순간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이렇게 침착했던 게 다 이유가 있네. 총의 위력을 알고 있었구먼.’진윤수는 그에게 사죄의 웃음을 지어 보였다.“형님, 제가 눈이 멀었나 봅니다. 감히 형님의 심기를 건드렸다니, 정말 죄송합니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저, 저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이때 밖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남하준이 손목을 들어 시계를 확인했는데 마침 10분이 지나 있었다.‘역시 우리 애들이 시간을 잘 지킨단 말이야.’남하준이 총을 거둬들였다.진윤수는 자기가 안전한 줄 알고 한시름을 놓고는 식은땀을 닦아냈다.하지만 이어서 양복 차림을 한 수십 명의 남자가 들이닥치더니 현장에 있던 건달들을 모두 제압했다.“도련님,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죠?”부하가 남하준 앞에 다가오고는 깍듯이 사과했다.M국에서 이 정도의 인원을 이끌 수 있고, 또 도련님이라고 불릴 만한 인물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군전 그룹의 대표인 남하준밖에 없었다.진윤수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는 무릎을 철썩 꿇으며 남하준에게 용서를 빌었다.“도련님, 제발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 정말 잘못했습니다.”남하준은 남자의 애원에도 눈 한 번 깜짝하지 않고서는 부하에게 명령했다.“도박장을 봉쇄하고 이 사람들 모두 경찰에게 넘겨.”“네, 알겠습니다.”부하가 대답하고는 바로 그의 명령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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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남하준이 제자리에 얼어붙었다.그는 서다인의 맑은 눈을 바라봤는데 진주알 같은 이슬이 눈가에 맺히면서 흘러내리려고 했다.남하준은 왠지 모르게 낯선 느낌이 들었고, 또 신세를 한탄하는 그녀가 약간 짜증이 나기도 했다.“왜 그래?”서다인이 그를 등지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몰래 눈물을 닦고는 감정을 추스른 후 다시 말했다.“지금 저녁 시간이라 가족분들이 다 집에 있을 거예요. 이따가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 하준 씨는 문 앞에 서서 듣고 있어요.”말을 마친 후 서다인은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그녀는 남하준을 기다리지도 않고 먼저 집에 들어갔다.별장 문을 열어 걸어 들어가자 집사 이수종이 보였다.이수종은 쉰 가까이 되는 나이에 침착하고 매끄러운 성격을 가졌다.그는 잠시 벙찐 표정을 보이더니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사모님, 안녕하세요. 마침 잘 돌아오셨어요. 이제 곧 저녁 식사가 시작되려 해요.”이수종이 서다인에게 선의를 베푼 것도 그저 집사로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다. 이 집안의 사람들 모두 그녀를 미워했다.“감사합니다.”서다인이 예의를 갖추며 대답하고는 별장 안으로 들어섰다.럭셔리한 인테리어의 거실 중앙에는 2m 길이의 식탁이 있었는데 열댓 명의 식구가 모여 앉아 얘기를 나누면서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어머님, 아버님, 안녕하세요.”서다인의 목소리가 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깨뜨렸다.순간 별장 안에는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열댓 명이 날카롭고도 차가운 시선으로 서다인을 바라보고 있었다.온몸에 소름이 끼친 서다인은 머리털이 곤두섰고 긴장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시형제들에게도 인사를 건네려고 했지만 그녀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여보, 저 사람 누구야? 왜 두 분을 어머님, 아버님이라고 불러?”“저 사람이 바로 수원 별장에서 할머니를 간병했던 간병인이야. 할머니를 얼마나 세뇌시켰는지 몰라. 하준이가 저 여자랑 결혼하지 않으면 죽겠다며 윽박질러서 두 사람 결혼했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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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서다인은 남하준이 걸어 들어왔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남하준은 막내였지만 그 누구보다도 지위가 높았다. 가족들마저 그를 어려워하고 두려워했는데 심지어 그의 부모님조차도 그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이때 남하준의 부모님이 감격스러운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서고는 활짝 웃으며 다가와 서다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남하준의 아버지인 남창민이 기쁜 얼굴로 물었다.“하준아, 오늘 웬일로 집에 왔어? 시간이 났던 거야?”그의 어머니인 허윤미도 얼굴에 기쁨이 묻어났다.“아들, 얼굴 보기 힘드네. 한 달 만인 것 같은데 야윈 건 아니지?”남하준은 잘생겼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차갑고 싸늘한 냉미남이었다.위압감 있는 분위기 때문에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사람을 오싹하게 만들었다.그는 자신의 볼을 감싸안은 허윤미의 두 손을 천천히 밀어냈다.“이번에 돌아온 김에 며칠 있다 가.”허윤미는 아들의 불쾌한 기분을 눈치챘다.남하준은 부모님의 말씀에 대답도 하지 않고 차가운 눈빛으로 거실 쪽을 바라보며 언짢은 기색으로 물었다.“나 남하준의 아내가 누구의 입맛을 떨어지게 했고, 누구의 집을 더럽혔다고?”나 남하준의 아내?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흠칫했다.남하준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쿡쿡 찌르면서 감동과 충격을 동시에 선사했다.그녀는 남하준이 자신 때문에 가족에게 화를 낼 줄은 전혀 몰랐다. 그동안 당했던 수모와 억울함은 남자의 이 한마디로 많이 해소되었다.거실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긴장한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설명하려고 했지만 또 남하준의 카리스마에 기가 눌려 서로 눈치만 살필 뿐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기분이 언짢아진 남창민은 아버지라는 신분에 기대어 엄숙한 얼굴로 말했다.“하준아, 다 네 형이랑 형수님들인데 예의를 좀 지키는 게 어때?”남하준은 분노의 시선을 남창민에게로 옮긴 후 조금은 차분하지만 더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아빠,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존중이에요. 저 사람들에게 그런 기본적인 매너가 있어요?”남창민은 얼굴색이 어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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