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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Author: 무솔레
서다인이 방 안의 책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요 며칠 하준 씨 책장에 있는 책은 전부 다 읽었어요.”

남하준이 한 번 더 물었다.

“정말 한 번 더 생각해 보지 않겠어?”

서다인이 고개를 숙였다.

“네, 나 내일 아침 바로 갈 거예요. 앞으로 이곳에 올 기회는 더 없겠죠.”

남하준은 더는 그녀를 설득하지 않았다.

그녀의 곁을 지나 방으로 들어가면서 외투 단추를 풀며 당부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할머니에게 이혼 얘기를 꺼내지 마. 할머니께서 자극받으실까 봐 걱정돼.”

휴대폰을 쥐고 있던 서다인의 손에는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그녀는 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괴로운 감정이 북받쳐왔다.

“미안한데 하준 씨 책에서 어떤 여자애 사진을 봤어요. 그 뒤에 ‘내가 사랑하는 여자 백하린’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외투 단추를 풀던 남하준이 멈칫하더니 온몸이 굳어진 듯 제자리에서 꼼작도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서다인은 가슴이 비수에 꽂힌 듯이 아팠다.

말 못 할 고통에도 애써 괜찮은 척하며 덤덤하게 말을 이어갔다.

“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당신이 가장 결혼하고 싶은 여자는 하린 씨겠죠?”

한참 뒤에야 남하준이 정신을 차리고는 계속 외투를 벗으면서 무심하게 말했다.

“어렸을 때 하린이를 많이 좋아했던 건 맞아. 하지만 하린이가 14살 때 외국 명문 학교에 합격했거든. 하린이가 출국한 뒤로 우리는 연락이 끊겼어. 10년 동안 한 번도 못 만났지. 심지어 하린이가 돌아온 첫해에도 두 사람 사이는 어색했어.”

말을 마친 후 남하준은 곧장 욕실로 향하고는 문을 닫아 샤워하기 시작했다.

그의 설명에도 서다인은 괴로운 마음이 조금도 덜해지지 않았다.

그녀는 심지어 자기가 내연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남하준과 백예린은 어려서부터 서로를 좋아했으니까 말이다.

만약 그녀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남하준은 분명 백하린과 결혼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녀는 사랑도 감정도 없는 이 결혼에서 고통스럽게 버티지 않았을 것이다.

찬 봄바람이 불어 들어오면서 서다인의 마음을 어지럽혔다.

울적한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조명을 어둡게 하고는 남하준이 나오기 전에 먼저 잠을 청하려고 했다.

평소에는 잠깐 누워만 있어도 잠이 오는데 남하준이 돌아와서인지 서다인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자꾸 이상한 생각만 하게 된다.

15분 후, 그녀는 어렴풋이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남자가 살금살금 걸어오고는 살포시 침대 위에 누웠다. 방 전체가 고요한 칠흑 속에 빠져들었다.

사랑하는 남자가 바로 옆에 누워 있지만 서다인은 두 사람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커다란 벽이 있다고 느껴졌다.

“딩동.”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

눈을 감아 청각이 날카로워진 서다인은 몸이 약간 굳어졌다.

남하준이 휴대폰을 가져와 문자를 확인했다. 백하린이 보낸 음성 메시지였다.

“하준 오빠, 나 너무 무서워요. 와서 내 곁에 있어줄래요?”

애교 섞인 백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휴대폰을 든 남하준은 바로 이불을 거두고 방을 나선 후 문을 닫았다.

서다인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다.

백하린의 음성 메시지도 들었고, 남하준이 다급하게 백하린을 찾아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속상한 마음이 들지 않도록 끊임없이 자신에게 말했다.

“서다인, 속상해할 필요 없어.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자신을 타일러도 코끝이 찡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흐르면서 베개를 적셨다.

서다인은 몸을 옆으로 누워 이불로 머리를 덮고는 팔을 꾹 깨물었다. 시커멓게 멍이 든다고 해도 그녀는 소리 내어 울고 싶지 않았다.

정신적인 고통은 진작에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섰다.

서다인은 이불 속에서 어깨를 후들후들 떨며 소리 없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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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 아침, 햇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왔고 커튼 사이로 방에 비쳤다.따뜻한 큰 침대에서 남서연은 적나라한 백건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움직이더니 게슴츠레한 눈동자를 깜박이며 정신을 차렸다.백건도 그녀의 움직임에 깨어났고 흐릿한 눈동자를 늘어뜨리고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보니 기분이 꽤 좋았다.그는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했다.남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눈을 감고 속삭였다.“굿모닝.”백건은 참지 못하고 얼굴로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뺨을 문지르며 매력적인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깼어?”“네.”백건은 몸을 살짝 뒤척여 그녀의 몸 위에 올라갔다. 그녀의 목에 머리를 묻고 저도 모르게 뽀뽀하고 비볐다.간지러움을 느낀 남서연은 목을 움츠리고 두 손으로 그의 튼튼한 가슴을 밀며 수줍게 말했다. “오빠. 아침부터 이러지 마요.”이 오빠라는 말이 그를 흥분하게 했다그와 남서연의 거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예전에는 남서연을 안고 잠을 자고 그녀와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는 일은 꿈에서밖에 일어나지 않았다.비록 지금 그 꿈이 이루어졌다고 해도 그는 여전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설렘과 소중한 긴장감이 생겼다.그는 항상 부족하다고 느꼈다.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녀를 사랑할 시간이 부족하고 잠자리도 부족했다.그의 몸도 마찬가지였다.그렇게 탐욕스럽고, 그렇게 절실하고, 그렇게 신경 쓰고 있었다.방금 잠에서 깨어났는데 또 그녀의 몸을 원하고 있었다.그녀가 자신의 품에서 통제 불능이 되는 것을 보고 싶고, 그녀의 수줍은 신음소리를 듣고 싶고, 그녀를 행복한 구름 위에서 흔들리게 하고 싶었다.백건은 그녀의 몸을 따라 내려가서 키스하며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남서연은 입술을 깨물며 주체할 수 없는 감촉을 은근히 참았다. 두 눈을 감고 두 손으로 이불을 꼭 잡아당기며 그의 서비스를 즐겼다.그녀는 백건이 자신의 몸을 정말 사랑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항상 그녀를 만지고, 키스하고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5화

    “말도 안 돼, 너희들...”누군가 믿기지 않는 듯 입을 열자 백정우가 엄숙하게 말을 끊었다.“친척 관계가 좀 있지만 서연이가 우리를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르는 거 못 들었어?”다들 장난인 줄 알았지만 남서연 혼자 속으로 감동했다.백정우가 그녀의 신분을 인정했으니 적어도 요 며칠 동안 그녀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다만 서윤아만 여전히 원래의 생각을 고수하고 있었다.그녀를 좋아하면서도 며느리로 삼고 싶지 않아 했다.저녁.하루 종일 힘들었던 남서연은 집에 돌아온 후 백정우와 서윤아와 인사를 하고는 방에 돌아갔다.그녀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지친 어깨와 목을 문지르고 잠자리에 들려고 침대에 누웠다.그때 핸드폰 벨이 두 번 울려 확인하니 백건의 메시지였다.[문 열어. 보고 싶어.]남서연은 일어나 앉아 답장했다.[시간이 늦었어요.]그녀도 백건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지만 여기는 그의 부모님 댁이었다.그들의 방을 나눈 것은 서윤아의 의도가 분명했다. 남서연은 서윤아를 기분 나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일주일 동안 넌 내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어. 주말에도 널 못 봤는데 그럼 난 어떡해?]그리고 울상을 짓는 이모티콘까지 보냈다.남서연은 그가 안쓰러워 하는 수 없이 이불을 젖히고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는 순간 백건은 재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 한 손으로 남서연을 끌어안고 다른 한 손으로 문을 잠갔다.남서연이 고개를 들어 말하려는데 목소리가 나오기도 전에 남자는 이미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그녀의 입술과 혀를 절박하고 열정적으로 탐하며 그녀를 안고 짙은 키스를 퍼부었다.갑작스러운 진한 키스에 남서연은 좀 견디기 어려웠다.남자의 몸은 더없이 강직했고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안고 침대로 갔다.둘 다 침대에 떨어졌을 때 남서연은 두 손으로 그의 가슴을 밀치고 가까스로 얼굴을 돌린 후 그의 입술에서 빠져나왔다.남자의 키스가 아래로 내려갔다.남서연은 숨을 몰아쉬며 힘없이 부탁했다.“오빠. 이러지 말아요. 부모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4화

    백정우가 너털웃음을 지었다.“난 네 엄마가 춤추는 걸 처음 봤는데 잘 추네. 아주 잘 춰.”칭찬을 받은 서윤아는 조금 쑥스러웠다.남서연은 그녀를 끌고 카메라 앞으로 와서 몇 가지 간단한 스텝을 가르쳐 주었다.서윤아는 저도 모르게 또 따라 배우고 있었다.부끄러워 웃으면서도 계속 춤을 추고 있었다.백정우는 아내가 늙은 펭귄처럼 춤을 추는 것을 보고 웃음을 참지 못했다.거실에는 웃음소리가 가득했다.순간 유승아는 자신이 이 집에 전혀 속하지 못하는 아웃사이더 같았다.그녀는 남서연이 모두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왜 다들 그녀를 예뻐하는지 마침내 알게 되었다.그녀의 이런 가식 없는 성격에, 자라지 않은 아이처럼 천진난만하니 누가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이런 장면을 본 그녀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방에 돌아간 유승아는 유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고모, 나와 백건은 정말 가망이 없는 것 같아요. 나 포기할래요.]이윽고 유미가 메시지를 보내왔다.[벌써 포기하는 건 절대 허락하지 않아. 마지막 순간까지 누가 이길지 모르는 거야.]유승아는 또 고민했다.거실.남서연은 춤을 추다 지쳤고 서윤아와 백정우도 마음껏 놀고 방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소파에 앉아 조용히 서재를 바라보았다.백건의 서재에 들어가 볼까 말까 마음속으로 고민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의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좋았다. 어쨌든 이곳은 백건의 부모님 댁이고 어른들이 계시니 규칙을 잘 지켜야 했다.그렇게 생각한 그녀는 방으로 돌아갔다.이튿날 아침.백건은 방에서 나와 남서연의 방문 앞에 가서 두드렸다.안에서 응답이 없자 문을 열고 한 바퀴 둘러보았는데 그녀가 이미 없다는 것을 알고 마음속으로 조금 허탈했다.방에서 나올 때 유승아를 만났다.“서연이는 네 부모님과 함께 아침 운동하러 갔어.”유승아가 엷게 웃으며 말하자 백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넌 왜 안 갔어?”유승아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난 네 부모님께 잘 보일 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3화

    백건이 웃자 남서연도 은근히 웃음을 참았다.경제 이야기를 나누던 세 사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웃는 두 사람을 보고 경악했다.그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백건이었다.언제나 차분하고 우아하며 성격이 냉담하고 무미건조한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세 사람은 눈이 멀뚱멀뚱해서 바라보았다.오늘 본 백건의 웃음은 지난 일 년 치보다 많았다.백건이 가볍게 웃으며 나지막이 물었다.“또 다른 얘기도 있어?”남서연은 국물을 한 모금 마시고는 입술을 오므려 생각하더니 또 말했다.“거북이는 토끼와 달리기를 하고 싶었어요. 근데 토끼는 시큰둥했어요. 네 조상이 우리를 한 번 이긴 건 허점을 노린 것이니 절대 망상하지 말라고. 거북이가 계속 졸랐지만 토끼가 기회를 주지 않았어요. 근데 거북이가 2만 원을 건네며 이건 출연료라고 하니 토끼가 활짝 웃으며 말했어요. 거북이 할아버지, 할아버지께서 원하시는 대로 뛰어드릴게요.”이야기는 별로 웃기지 않았지만 남서연이 진지하게 그를 기쁘게 하려는 모습에 백건은 즐거웠다.남서연이 그를 걱정하고 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의 기분을 신경 쓰고 있었다.이런 배려가 가장 달콤하고 가장 좋은 이야기였다.남서연이 말한 이야기가 따분해도 그는 매우 기뻤다.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식사를 했고 다른 세 사람과 강한 분리 감을 형성했다.저녁 식사 후.남서연은 방에 돌아가 씻고 백건은 서재로 가서 일했다.유승아는 참다못해 서재 문을 두드렸다.백건이 담담하게 말했다.“들어와.”유승아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백건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고는 계속 일에 몰두했다.유승아가 다가가 웃으며 물었다.“서연이 아주 재밌나 봐. 같이 있으면 그렇게 즐거워?”“응.”백건은 고개도 들지 않고 덤덤하게 대꾸했다.유승아는 그의 책상 앞에 앉아 얼굴빛을 흐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이런 재밌는 신선감이 지나가면 두 사람 뭐로 미래를 살아갈 건데?”백건은 서류를 휙 덮고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유승아를 노려보며 냉담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2화

    남서연은 백건의 품에서 나와 팔짱을 끼고 거실로 당당히 걸어가며 말했다.“승아 언니가 왔어요. 우리 가서 앉아요.”유승아는 백건의 웃음을 보고 또 그와 남서연의 진한 포옹을 보면서 자신은 백건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느꼈다.이런 모습의 백건을 본 적이 없었다.남서연을 보는 그의 눈빛은 물처럼 부드럽고 말하는 말투도 말이 안 될 정도로 나른했다.놀란 건 유승아뿐만 아니라 백건의 부모도 마찬가지였다.서윤아는 남서연이 백건의 팔짱을 끼고 들어오자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퇴근했니?”백건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덤덤하게 답했다.“네.”두 사람은 서로 손깍지를 끼고 유승아와 서윤아의 맞은편에 앉았다.백정우가 궁금해하며 물었다.“오늘 행사가 밤 9시에 끝나는 거 아니었어?”“일정은 끝났고 리셉션에 참석하지 않고 돌아왔어요.”백정우는 감탄하며 말했다.“역시 결혼을 해야 해. 집에 그리운 사람이 있으니 일찍 집에 돌아올 줄도 알고 말이야.”유승아의 안색이 일순간 어두워졌다.서윤아가 어색하게 웃으며 일부러 말했다.“평소 이렇게 일찍 집에 오는 걸 자주 못 봤는데 오늘은 승아가 와서 같이 저녁 먹으려고 돌아온 거지?”“저는 승아가 있는 줄도 몰랐어요.”이 한마디에 유승아는 무색하기 짝이 없었다.도우미가 저녁 준비를 마치자 집사가 와서 그들을 불렀다.남서연이 백건의 손을 잡고 화장실로 향하자 서윤아가 일어나서 물었다.“저녁 먹을 시간인데 두 사람 어디 가?”남서연이 고개를 돌려 말했다.“오빠 데리고 손 씻으러 가려고요 어머님.”서윤아는 허탈하게 웃었다.백정우는 서윤아와 나란히 식탁으로 걸어가며 말했다.“손 씻는 것도 둘이 가다니. 우리 건이가 서연이 때문에 잘못 길들어지겠어.”“그러니까요. 정말 점점 유치해져요.”“우리 건이가 무뚝뚝한 애잖아. 서연이는 워낙 활기차서 서연이가 집에 있으니 집안이 시끌벅적해진 것 같네.”“애가 워낙 활발하고 잘 웃잖아요.”“건이도 서연이와 함께 있으니 더 많이 웃는 것 같아.”서윤아는 갑자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1화

    서윤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냥 우영이 따라 불러.”남서연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애교를 부렸다.“싫어요. 난 아버님, 어머님이라고 부를 거예요!”“아버님, 어머님!”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우며 웃음은 천진난만하고 순수했다.백정우는 마음이 사르르 녹아 찬란하게 웃으며 저도 모르게 대답했다.“아이고, 착해라.”서윤아는 웃음이 나오지 않아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급히 화제를 돌렸다.“네가 우리와 함께 지내겠다고 해서 아주 기뻤어. 네 방을 준비했으니까 같이 가보자.”남서연은 서윤아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고마워요. 어머님.”서윤아는 어쩔 수 없이 탄식했다. 속으로는 언짢았지만 남서연의 달콤한 목소리와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고 거절하기 어려웠다.남서연은 서윤아를 따라 올라가서 방을 보았다.그제야 그녀와 백건이 같은 방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서윤아는 그녀의 방을 백건에서 가장 먼 곳에 배치했다.어쩐지, 백건은 어젯밤에 세 번이나 했는데도 피곤해하지 않더라니.알고 보니 여기에 와서는 따로 자야 했다.거실 아래, 백정우가 백건의 곁으로 가서 그의 어깨를 툭 쳤다.“아빠.”백건이 예의 바르게 인사하자 백정우가 담담하게 웃었다.“서연이는 정말 귀여운 애야. 같이 있으면 분명 재미있을 거야. 아빠는 네 마음을 알아. 하지만 네 엄마는 네 미래를 고려해서 너와 서연이는 서로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어.”백건이 되물었다.“서연이는 어떤 세상에 살고, 난 또 어떤 세상에 사는데요?”백정우가 진지하게 답했다.“서연의 세상은 태양처럼 밝고 웃음과 활기가 가득하지만 네 세상은 비즈니스계에서 전쟁을 해야 하잖아. 네게는 서연이처럼 달콤한 사탕이 아니라 너를 정상에 올려놓을 수 있는 날카로운 검이 필요한 거야.”백건은 침울한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서재로 갔다.백정우는 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그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었다.그저 어렸을 때부터 잘 웃지 않는 마음이 복잡한 남자가 천진난만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50화

    백건의 얼굴빛이 돌변했다.“그건 절대 안 돼.”남우영과 남서연은 어리둥절하여 근심 가득한 표정의 백건을 바라보았다.남서연이 물었다.“왜 안 돼요?”“난 그분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어. 같이 살게 되면 너만 더 상처받고 힘들어질 거야. 난 반대야.”남서연은 그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았다.“그럴 리가요. 두 분은 계속 내게 잘해주셨어요.”“서연아, 지금 네 신분이 달라졌잖아. 예전과는 다른 상황이야.”“나 시도해보고 싶어요. 네? 내게 기회를 주면 안 돼요? 정말 나를 받아들이게 할 자신 있단 말이에요.”남우영이 옆에서 부추겼다.“난 너 지지해 서연아.”백건은 차가운 눈으로 남우영을 쏘아보았다.“너 오늘 한가해?”남우영은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한가하지는 않지만 멀리 계신 엄마가 서연이의 결혼을 걱정하셔서 내게 꼭 서연이를 보호해 달라고 당부하셨어.”“이 일은 절대 안 돼.”백건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남우영이 남서연에게 눈빛을 보냈다.남서연은 그 눈빛을 알아채고 황급히 백건의 옆에 앉아 그의 팔을 잡고는 애교를 부렸다.“오빠, 나 한 번만 시도해볼게요. 혹시 알아요? 내가 해낼지?”마음이 조금 약해진 백건은 말투가 부드러워졌다.“서연아, 내가 우리 부모님을 잘 알아.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어. 너만 더 힘들어져.”남서연은 눈살을 찌푸리고 불쾌한 듯 볼을 부풀렸다.남우영이 옆에서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서연아, 네 필살기를 보여줘.”남서연은 어렴풋이 남우영의 힌트를 듣고 바로 표정을 바꾸었다. 납작한 입술로 당장이라도 눈물이 터질 것 같은 촉촉한 큰 눈을 깜박이며 억울한 듯 울먹였다.“오빠, 나 사랑하지 않죠?”백건은 순간 당황했다.그는 억울하게 울먹이는 남서연의 모습을 처음 보았는데 반짝이는 수정 같은 눈물이 눈에 밟혀 왠지 모르게 마음이 아팠다.백건은 그녀의 울먹이는 작은 얼굴을 끌어안고 당황할 정도로 긴장했다. “서연아, 아니야... 나 너 사랑해. 난...”“아니에요. 오빠는 나 사랑하지 않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49화

    “나 당신 사랑해요. 정말이에요. 진심으로 당신과 결혼하고 싶다고요.”남서연이 진지하게 대답하자 백건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의 머리를 잡고 고개를 숙여 키스했다.그의 진한 키스는 매우 뜨거웠다.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녀의 부드러운 몸을 바짝 끌어당겼는데 그녀를 마음속 깊이 새겨넣고 싶어 했다.그들은 부엌에서 키스를 나눴다.거실에서 남우영이 들어와 사방을 기웃거렸다.그는 주방 문으로 가서 휙 스쳐 지나갔는데 어색하고 난처한 듯 즉시 몸을 돌려 나가며 큰소리로 외쳤다.“삼촌!”남서연은 소리를 듣고 백건을 밀어내기 위해 몸부림쳤다. 부끄러워 얼굴이 뜨거워지고 숨을 헐떡였다.“우영 오빠 목소리에요.”아직 키스에 취한 백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중얼거렸다.“신경 쓰지 마.”“안 돼요!”남서연은 두 손으로 백건의 가슴팍을 힘껏 밀었고 백건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놓아줄 수밖에 없었다.남서연이 먼저 주방을 나갔다.거실에 도착한 남서연은 남우영의 의미심장한 표정과 놀리는 듯한 눈빛을 보고 왠지 모르게 수줍고 당황했다.“오빠 무슨 일이에요?”남서연은 다가가 소파에 앉았다.남우영은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답했다.“네가 잘 지내는지 보려고 왔지.”남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나 잘 지내요.”“그럼 됐어. 우리 엄마의 뜻을 받들어 내가 너와 삼촌이 무사하게 결혼할 수 있도록 도울 거야.”남서연이 의혹스러운 표정을 짓자 남우영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엄마가 나더러 내일 너를 데리고 우리 외할머니 만나러 가서 결혼에 대해 상의하라고 하셨어.”남서연이 긴장해서 돌아보자 백건이 음식을 들고나와 식탁에 올려놓았다. 남우영의 말을 들은 그는 걸어와 덤덤하게 말했다.“아직은 때가 아니야.”남우영이 불쾌하게 말했다.“삼촌, 이건 피할 수 없는 거야. 서연이 언젠가는 우리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를 만나야지.”백건은 남서연이 조금이라도 상처를 받는 걸 원치 않았다.“만날 필요 없는 사람은 안 만나면 그만이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48화

    남서연은 덤덤하게 말했다.“네. 하지만 당신만큼 중요하지 않아요.”“그 자식이 나랑 헤어지라고 했지?”남서연은 침묵했다.그러자 백건은 괴로워하며 눈살을 찌푸리고 천천히 팔에 힘주어 그녀를 더 꽉 안았다. 눈을 감고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서연아,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절대 나와 헤어질 생각하지 마. 내가 너를 잡은 이상 절대 놓지 않을 거야.”남서연은 마음이 괴로웠고 그의 마음속 깊이 숨겨둔 짝사랑이 너무 안쓰러웠다.그녀도 마찬가지로 백건을 짝사랑하고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너무 순수하게 그를 사랑하는 마음 외에는 그 어떤 노력도 대가도 치르지 않았고 심지어 넘볼 생각도 하지 못했다.남서연은 손을 뻗어 백건의 목을 걸고 발끝을 세워 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비밀 하나 말해줄까요?”백건은 궁금한 마음에 머리를 숙이고 그녀의 입술에 다가가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나 사실 10년 넘게 짝사랑한 남자가 있어요.”남서연이 속삭이자 백건은 몸이 뻣뻣해져서 멍해졌다.그는 안색이 돌변해 남서연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아당겨 목에서 빼고 거리를 두면서 덤덤하게 말했다.“듣고 싶지 않아.”남서연은 갑자기 차가워진 그의 안색에 놀랐다.백건은 짜증스럽게 넥타이를 잡아당겨 식탁을 돌아보며 물었다.“아직 저녁 안 먹었어?”“아직이요.”남서연은 마음이 좀 아팠다. 방금 그 좋은 분위기에서 백건에게 고백하고 싶었는데 지금 그의 기분이 좀 안 좋아 보였다.“앞으론 나 기다리지 마. 나 제때 밥 챙겨 먹지 않아서 저녁은 안 먹는 날이 더 많아.”남서연은 억울해하며 말했다.“아.”백건은 양복 재킷을 벗고 식탁으로 향했다.“내가 음식 데울 테니까 같이 먹자.”백건은 음식을 들고 부엌으로 들어갔고 남서연이 천천히 따라갔다.그는 음식을 전자레인지에 넣었고 남서연은 주방 입구에 서서 그의 듬직한 뒷모습을 보고 있었다.두 손으로 연단을 받치고 고개를 숙인 채 음식을 기다리는 그의 온몸에는 은은한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남서연은 용기를 내어 걸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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