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21 - Chapter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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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차로 한 시간을 달려 두 사람은 뉴빌리지 정문에 도착했다.뉴빌리지는 M국에서 주요 거물들이 사는 별장 구역이었다.예를 들어, M국의 지도자, 장군, 의원, 과학자, 엔지니어, 우주 비행사, 또는 암암리에 보호하고 있는 핵심 인물 등등...남하준은 차를 세우고 서다인에게 말했다.“먼저 내려.”서다인은 어리둥절해서 웅장한 대문에 적힌 ‘뉴빌리지’를 보고서야 남하준이 자신을 일반인은 평생 들어갈 수 없는 곳에 데려왔다는 걸 깨달았다.그러자 그녀는 바짝 긴장하더니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남하준의 곁으로 다가가 섰다.이때, 보초를 서던 두 사병이 남하준이 건넨 증명서를 받아 보고는 공손히 인사했다.“도련님 오셨습니까.”남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사병은 첨단 스캐너를 꺼내 차량에 대한 안전 검사를 실시했다. 스캔을 마친 뒤 들어오라는 손짓을 취했다.“도련님, 안으로 들어가시죠!”남하준은 그 사병에게 말했다.“이 여자분은 앞으로 안에서 지낼 거니 등록해 주시죠.”서다인은 약간 당황하여 거절하려고 두 손을 흔들었다.“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병이 기계를 들이밀며 말했다.“지문과 눈주름을 입력해 드릴 테니 앞으로 드나들기 편하실 겁니다.”서다인은 거절할 기회가 없었고 사병이 그녀를 도와 시스템에 정보를 입력했다.그녀는 어이없다는 듯 다시 남하준의 차에 올라탔고, 그의 차를 타고 뉴빌리지 안으로 들어섰다.가는 동안 서다인은 계속 마음이 불안했다.차량은 10분 정도 달려 2층짜리 단독주택인 남원으로 들어섰다.이곳에도 사병들이 대문을 지키고 있었다.거실에 들어선 서다인은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이곳은 비록 남씨 가문의 저택만큼 호화롭고 사치스럽지는 않지만 인테리어가 꽤 웅장했다. 원래 텔레비전이 놓여 있어야 할 자리에는 뜻밖에도 전체 벽이 책장으로 가득했다.한눈에 봐도 수천 권의 다양한 종류의 책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선비 냄새가 물씬 풍기고 있었다.서다인은 이곳의 인테리어가 꽤 마음에 들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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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눈을 감고 심호흡하며 지금의 괴로움을 달래려고 노력했다.하지만 여전히 너무 아팠다!아파서 자신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줄도 몰랐다....다음 날 아침.서다인은 일어나서 씻고 방을 나갔다.거실 소파에 몇몇 거물들이 앉아 있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그들은 국가 대사를 이야기하고 있었는데 서다인의 등장으로 중단되고 말았다.모두들 신기한 눈으로 서다인을 보고 있었다.남하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예의 바르게 소개했다.“대통령님, 제 아내 서다인입니다.”M국의 수령은 아주 상냥한 50대 중년 남자로, 눈매가 곱고 웃음이 가득하여 보기에 아주 친절했다.남하준이 자신의 신분을 이렇게 대범하게 소개할 줄은 몰랐다. 어쩌면 대통령의 앞에서 숨기기 싫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갑자기 긴장하더니 저도 모르게 경외감이 마음속에 가득 차서 다가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여러분 안녕하세요.”“안녕하세요.”M국의 대통령은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서다인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놀라서 즉시 두 손으로 상대방의 손을 잡았다.그는 어수룩하게 웃으며 말했다.“전에는 제 딸이 도대체 어디가 부족해서 우리 하준 장군의 눈에 들지 못했는지 궁금했는데, 오늘 사모님의 미모를 보니 제 딸은 확실히 달리네요.”남하준은 차가운 눈으로 서다인을 보았다.전부터 그도 서다인의 성형이 아주 잘 됐다고 생각했었다. 마치 자연미인처럼 보면 볼수록 예쁘고 우아함도 잃지 않았다.약간 우울한 분위기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어, 기품있는 재벌가의 아가씨처럼 연약하고, 강인하고, 수려하며 생기가 넘쳤다.너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라 의학의 흔적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다.서다인은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겸손하게 말했다.“과찬이십니다. 저 같은 서민이 어찌 대통령님의 귀한 따님과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몇몇 거물들은 서로 마주 보며 웃었다.서다인은 찻상 위에 ‘안개 찾기 프로젝트’라고 적힌 자료만 있고 차가 없는 것을 발견했다.남하준처럼 강직한 남자는 만나면 중요한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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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국방에 사용되는 경분자는 무기의 왕으로 손색이 없으며 이런 무기를 갖고 있으면 바로 세계 정상에 오르는 것이다.경분자와 초음파를 녹여 제련한 무기는 2시간이면 지구 반쪽을 덮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 통증 없이 순식간에 사람을 죽게 만든다.이에 전 세계 국가들에서 경분자의 연구 개발에 몰두했다.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1g의 경분자에 1조억을 제시하여 구매를 신청하기도 했다.거실이 조용해진 후, 서다인은 다기를 들고 나와 남하준이 열심히 ‘안개 찾기 프로젝트’를 읽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녀는 걸어가서 다기를 가볍게 놓고 낮은 탁자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손님들에게 정성껏 차를 우렸다.핀셋을 들고 잔을 덥히고, 캔을 따고, 차를 씻고, 차를 우리고 따르기까지 질서 정연하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었다.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은 우아하고 단정하며 여유로웠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차마 이 아름다움을 깨뜨릴 수 없었다.남하준의 시선도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로 떨어졌다.그녀는 두 손으로 차를 받들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대통령님, 차 드시죠.”대통령은 만면에 웃음을 머금고 정교한 찻잔을 받더니 감격해서 말했다.“이건 우리의 우호국인 중국에서 보내온 고급 벽라춘인데 제가 막 남 장군에게도 한 캔 드렸어요. 이 차는 유명하지만 마시기에 좀 떫죠.”서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떫은맛이 나는지 한번 마셔보시겠어요?”대통령은 한 모금 맛보더니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주 좋은 차군요. 이제 보니 우리가 차를 우릴 줄 몰랐네요. 역시 사모님의 손재주가 좋으세요. 맛이 너무 좋군요.”다른 사람들도 즉시 차를 마시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서다인은 마지막 잔을 들어 남하준에게 건넸다.그는 자료를 내려놓고 차를 받아 입에 갖다 대자마자 가슴에 스며드는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그리고는 한 모금 마셨다.차는 신선하고 맛이 깊고 달콤청신할 뿐만 아니라 입안에서 향긋하고 우아한 맛이 감돌아 뒷맛이 무궁무진했다.남하준은 이 좋은 차에 놀랐고, 서다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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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서다인은 모기향을 들고 별장으로 향했다.“사모님.”그녀가 소리를 듣고 돌아섰다.양복 차림의 남자가 성큼성큼 걸어와 공손히 그녀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하더니 양손으로 편지봉투 하나를 건넸다.“도련님께서 전해드리라고 하셨습니다.”“이게 뭐죠?”“잘 모르겠습니다. 도련님께서 공무가 있어서 조만간 돌아오지 않을 테니 필요한 것 있으면 언제든지 저희들에게 말씀해 주세요.”서다인은 그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듣고 가슴이 아팠다.그녀는 곧 정신을 차리고 모기향을 남자에게 건네주고는 봉투에서 은행 카드를 꺼냈다.안에는 또 한 장의 쪽지가 있었는데, 강건하고 힘찬 글이 쓰여 있었다.[대문과 신용카드 비밀번호는 모두 151617. 중국으로 공무 집행 감. 귀국 날짜 미정.]서다인은 쪽지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카드를 내려다보면서 남하준의 물건을 이리저리 만졌다.그녀의 마음은 마치 몇십 근의 돌로 짓눌려 있는 듯 말할 수 없이 답답하고 괴로웠다.그리움이기도 하고 서운함이기도 했다.서다인은 나지막이 물었다.“방금은 누가 저에게 파라솔을 씌워줬고 모기향도 켜준 거죠?”“도련님께서 제게 명령하신 겁니다.”서다인은 감동과 함께 잔잔한 아픔이 밀려왔다. 이런 남자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남하준의 사랑을 듬뿍 받는 백하린은 대체 얼마나 행복할까?순간, 그녀는 백하린이 너무 부러웠다.그녀가 지금부터 죽을 때까지 덕을 쌓아도 다음 생에 남하준의 사랑과 바꿀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서다인은 사색에 잠겨 한숨을 내쉬었다. 모기향을 받아들고 남자에게 고맙다고 인사하고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남원에 사는 요 며칠 동안 서다인은 근 3년 동안 가장 조용하고 편안한 일상을 보냈다.하인의 보살핌을 받으며 마음껏 책을 보고, 노래를 듣고, 늦잠을 자며 편안하고 여유로운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하지만 이 아름다운 고요는 일주일 만에 돌아온 불청객에 의해 깨져버렸다.그녀가 남원에서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안 백하린은 남하준이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에 맞춰 급히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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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서다인은 속으로 움찔했다.‘뭘 하려는 거지?’백하린은 실눈을 뜨고 웃으며 말했다.“오빠 지금 돌아오는 길이야. 이 집은 윗분들을 접대하는 곳이라 대문 말고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불길한 예감이 서다인의 머릿속에 스쳤다. 백하린의 음산한 모습에 등골이 오싹해지고 두피가 저렸다.곧이어 백하린은 미친 듯이 책장으로 돌진해 그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던 책을 뒤집어 엉망진창으로 만들었다.그리고 자신의 뺨을 몇 번이나 후려갈겨 선명한 손자국을 남겼다.서다인은 입을 떡 벌리고 여자의 갑작스러운 자해 행위에 놀라 어리둥절했다.그녀의 비열한 수단은 일찍이 경험했지만, 서다인을 모함하기 위해 스스로를 가해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백하린을 애지중지하는 남하준은 어떻게 악명 높고 평판이 좋지 않은 서다인의 설명을 믿을 수 있을까?서다인은 아마 죽어도 이 누명을 씻을 수 없을 것이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백하린, 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자해까지 하는 거예요? 정말 미쳤어요?”백하린은 차가운 눈을 가늘게 뜨고 서다인에게 천천히 걸어갔다.이에 서다인은 경계하며 뒷걸음질 쳤다.“당신의 이런 모습을 남하준이 알까 봐 두렵지도 않아요?”백하린은 하찮은 듯 코웃음을 쳤다.“서다인, 남하준과 결혼하기 전에 잘 알아보지 그랬어? 남하준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오빠가 십수 년 동안 사랑한 죽마고우가 있다는 걸 알고 있어. 나에 대한 사랑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야.”“그리고 난 오빠 마음속에 늘 완벽하고 순수하고 선량한 이미지거든. 이것 또한 네가 예측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지. 날 그렇게 사랑하는 오빠가 나에 대해 의심할 것 같아?”서다인은 가슴이 시큰거리고 숨이 막힐 것 같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돌아섰다.백하린은 뒤쫓아 나가더니 문 앞에서 서다인을 잡아당겼다.그때, 무장한 군용 전차 한 대가 밖에서 천천히 들어왔다.백하린은 그 차량을 힐끗 보더니 이내 울음을 터뜨렸다.“미안해요, 다인 언니. 저는 내연녀가 아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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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그녀의 말에 남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지고 눈빛은 활활 타오르고 온몸에는 주위 공기를 얼릴 듯한 무서운 냉기가 감돌았다.서다인은 사실 이 남자를 화나게 하면 목숨을 잃을까 봐 무서웠다.하지만 그녀는 죽더라도 자신을 위해 변명할 기회를 얻어야 했다.남하준이 믿든 말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그의 마음속에 백하린의 무게는 변하지 않을 테니.남하준은 침묵했다.서다인의 연약한 눈동자 아래 꿋꿋한 강인함을 보았다.마치 사기 센터에서 그녀를 구했을 때, 도박장에서 그녀가 친오빠를 때릴 때와 같은 모습이었다.연약하지만 강인한 눈빛, 애써 눈물을 참으려 해도 눈물샘을 가누지 못하는 무기력함은 어린 시절 그 어떤 좌절에도 굴하지 않는 백하린과 너무 닮았다.남하준의 심장은 약간 두근거렸고 착각으로 인해 정신이 혼미했다.말을 마친 서다인은 손등을 들어 눈물을 닦았다. 그녀의 손바닥 부상이 특히 눈에 띄었고, 남하준은 그제야 그녀의 부상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았다.서다인은 자신의 짐 가방을 주워 들고 돌아서서 현관문으로 향했다. 두 걸음 걷던 그녀는 통증을 느끼고 허리를 굽혀 무릎의 상처를 살폈다.간단히 확인한 후 다시 몸을 쭉 펴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은 외롭고 씁쓸하고 고독해 보였다. 햇빛이 그녀에게 비쳐도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지 못하고 이따금 슬픔이 은은히 배어 있었다.백하린은 빨갛게 부은 볼을 감싸고는 안쓰럽게 흐느꼈다.“난 내연녀가 아니에요. 난 두 사람의 결혼을 깨뜨리지 않았다고요. 흑흑. 왜 날 때릴까요? 대체 왜?”백하린은 불쌍하게 울먹이며 집으로 들어갔다.남하준도 그녀를 따라 집으로 들어가 바닥에 널브러진 책을 주웠다.하지만 곧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어린 시절 백하린은 무조건 책을 분류 별로 정리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아무렇게나 쌓아 두었다.그의 눈동자에 놀란 기색이 스쳤다....조용한 밤, 남원의 서재.남하준은 컴퓨터 앞에서 비디오 영상 하나를 전송했다.그리고 휴대폰을 들어 M국 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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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은경애는 서다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환하게 웃었다.“네 남편이 왔어.”서다인은 흠칫 놀라더니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은경애는 집 안을 가리키며 말했다.“집 안에 있어.”서다인은 긴장해서 뒤를 돌아보았다.‘백하린의 복수를 하러 온 걸까? 아니면 나랑 이혼하러 온 걸까?’은경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네가 어제 여기서 하룻밤을 잤으니 네가 보고 싶어 데리러 왔나 보다!”서다인은 억지로 웃음을 지어 보였고 가슴이 찌릿찌릿 아팠다.할머니는 그들 사이가 얼마나 나쁜지 모르고 금슬이 좋은 부부인 줄 알고 있었다.은경애는 서다인의 부축을 받으며 방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이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남하준이 방에서 나왔다.은경애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하준아, 이리 와 보거라.”“할머니.”남하준은 다가가 따뜻하게 인사를 건넸다.검은색 캐주얼 차림의 그는 듬직하고 위엄있는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서다인은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어 심장이 마구 뛰었다.하지만 모순적인 것은 그가 밉고, 원망스럽고, 보고 싶지 않고,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남하준은 서다인이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고개를 숙이고 눈을 늘어뜨리고는 줄곧 자신을 쳐다보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그는 워낙 과묵하고 언변이 좋은 편이 아니었다.서다인의 다친 손바닥을 보았을 때, 미안한 마음이 저절로 피어났다.침울한 기류가 분위기를 다운시키자 남하준이 목청을 가다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그 상처 괜찮아?”은경애는 눈살을 찌푸리고 서다인의 다친 손을 잡아당겨 남자의 앞에 펼치고는 언짢게 말했다.“괜찮냐고? 봐봐, 여린 손바닥이 다 까졌어! 부주의로 넘어져 무릎을 다쳤고 손바닥에 찰과상을 입어 피가 났다더구나. 어제 내가 약을 발라줄 때 아주 펑펑 울었어. 나를 안고 아이처럼 두 시간 내내 울어서 눈도 퉁퉁 부었고. 모르는 사람이 보면 실연당한 줄 알 거다!”서다인은 뻘쭘한 듯 할머니의 손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할머니, 제가 언제 울었다고 그러세요.”남하준은 부끄럽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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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저녁 무렵.식탁에서 세 사람은 모두 조용히 저녁을 먹었다.남하준의 휴대폰이 울리면서 오붓한 식사 시간을 깨뜨렸다.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보더니 미간을 가볍게 찌푸렸다.백하린이 영상통화를 걸어온 것이다.할머니와 서다인의 앞에서 그녀의 전화를 받기가 거북했다. 게다가 어제 서다인을 모함한 일도 미처 혼내지 못했다.남하준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었고 메시지를 보냈다.[바빠, 시간 나면 전화할게.]메시지를 보낸 남하준은 휴대폰을 식탁 위에 놓고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은경애는 남하준에게 반찬을 집어주며 부드럽게 물었다.“요즘 바쁘냐?”“좀 바빠요.”“공적인 일로, 아니면 사적인 일로?”할머니는 휴대폰을 가리켰다.“중요한 전화 아니에요.”남하준이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영상통화가 다시 걸려왔다.서다인은 그것이 백하린의 전화라는 것을 단박에 눈치챘고 기분이 다운되어 조용히 식사했다.남하준은 서다인을 힐끗 쳐다보고는 휴대폰을 집어 다시 끊어버렸다.두 번이나 때아닌 영상통화로 할머니와 서다인에게 폐를 끼친 것 같아 미안했던 남하준은 할머니에게 반찬을 집어 주고 또 서다인에게도 고기 한 점을 집어 주었다.서다인은 잠시 멍해졌다. 남자가 그녀의 그릇에 올려놓은 고기를 보면서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예전 같으면 속으로 야호를 불렀을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기뻐할 마음도 없이 묵묵히 고기를 집어 다른 접시에 놓았다.남하준은 눈살을 약간 찡그렸다. 서다인이 여전히 화가 났고 억울해하는 것 같았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계속 목구멍에 걸려 도저히 나오지 않았다.백하린의 세 번째 전화가 걸려오자 이번에는 은경애가 재빨리 남하준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영상통화를 받았다.전화를 받자마자 울먹이는 소리가 들렸다.“하준 오빠, 서다인 진짜 너무 해요. 왜 내 방에 있는 물건을 함부로 만지냐고요! 서랍도 엉망진창이고 몇천만 원짜리 목걸이도 사라졌어요. 서다인이 훔쳤을지도 몰라요!”은경애의 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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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서다인은 억지로 웃음을 짜내며 남하준을 위해 해명했다.“그런 거 아니에요.”“그럼 방금 그 여자는 누구야?”할머니는 병세 때문에 충격을 받아서는 안 되니 서다인은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남하준의 말을 곧이곧대로 중복했다.“아직 어린애가 헛소리하는 것뿐이에요.”남하준은 멍해졌다. 서다인은 그렇게 큰 억울함과 모욕을 당하고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백하린이 말한 것처럼 남을 헐뜯고 해코지할 사람이 아니었다.은경애는 서다인의 위로에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저녁을 먹은 후, 세 사람은 정자 밖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밤빛이 몽롱하고 고요한 정원에는 담소를 나누는 소리가 가득했다.향긋한 차까지 더해지니 더욱 평화롭고 아늑했다.은경애가 손자 내외와 한창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하인이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어르신, 백하린 씨라고 하는 분이 어르신과 도련님을 뵙고자 합니다.”서다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멍한 표정으로 계속 차를 마셨다.은경애가 물었다.“백하린?”“네. 도련님과 죽마고우이고, 도련님이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셨던 분이고, 어르신께서도 가장 아끼던 예비 손자며느리라고 하던데요?”남하준은 이 말을 듣고 어두운 표정으로 일어섰다.“할머니, 제가 처리하고 올게요.”은경애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더니 차갑게 말했다.“넌 가만히 있어. 들어와서 똑바로 말해보라고 해.”남하준은 주먹을 불끈 쥔 채 차가운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서다인은 겉으로는 덤덤해 보였지만, 속으로는 괴로워 죽을 지경이었다.“할머니, 백하린 씨가 할 말이 있어 찾아온 것 같으니 저는 먼저 방으로 가서...”은경애가 엄숙하게 말을 끊었다.“너도 제자리에 가만히 있어.”서다인은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았다.이때 하인은 이미 백하린을 화원 정자로 데리고 왔다.그녀는 하늘하늘한 흰색 원피스에 고가의 액세서리를 착용해 세련미를 뽐냈다.백하린은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 오빠 안녕.”그녀는 유독 서다인을 투명인간 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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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은경애는 화가 나서 몸을 약간 떨며 주먹을 불끈 쥐고 남하준에게 물었다.“하준아, 이 여자가 지금 거짓말을 하는 거지? 그렇지?”남하준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덤덤하게 말했다.“할머니, 이 친구가 백하린이에요.”은경애는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얼굴이 붉어졌고, 떨리는 손으로 옆에 있는 서다인을 잡고 물었다.“완자야, 지금 너희들이 나를 속이고 있는 거지? 너야말로 내 손자며느리잖아!”서다인은 할머니의 불안한 감정의 변화를 눈치챘다. 드디어 그날이 온 것이다.전에는 할머니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고 있는 줄 모르고, 할머니의 호의를 마음 편히 받아들였다.하지만 이제는 이 모든 것이 오해라는 걸 알았으니, 서다인은 무슨 자격으로 계속 남하준의 아내로서 할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서다인은 마지막으로 남은 사랑을 잃게 될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질 것 같지만 꿋꿋하게 말했다.“할머니가 저를 계속 완자라고 부르셔서, 저는 제 얼굴이 동그랗고 또 늘 완자 머리를 해서 그렇게 부르시는 줄 알았어요. 할머니가 저를 전에 아끼던 예비 손자며느리로 착각하신 줄은 정말 몰랐어요.”은경애의 눈가가 촉촉해지더니 서다인의 손을 꼭 잡고 흐느끼며 말했다.“난 착각하지 않았다. 네가 바로 완자야. 이미 잊은 거냐? 네가 어릴 때 통통하고 얼굴이 동글동글하고 핑크빛이 돌아 하준이가 너보고 완자 같다고 해서 계속 너를 완자라고 불렀잖아.”“하준이는 어릴 때부터 너를 아주 많이 좋아하고 아꼈어. 하지만 넌 그때 너무 어리고 순진해서 그 마음을 전혀 몰랐지. 네가 유학을 떠나 우리와 연락이 끊긴 후로 하준이는 몇 년 동안 거의 혼이 나간 채로 지냈단다.”“그리고 네가 커서 귀국하면 어떻게든 너와 결혼하게 도와달라고 나한테 부탁했어. 다시는 너를 떠나지 못하게 하겠다고 했어. 내가 너희 둘 결혼을 얼마나 어렵게 성사시켰는데.”은경애는 말할수록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고 더욱 흐느꼈다.“그런데 지금 와서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서다인은 할머니가 울자 심장이 불에 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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