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51 - Chapter 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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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1화

남하준은 흠칫하더니 온몸이 굳어졌다.서다인은 식은땀으로 몸이 흠뻑 젖은 채로 몸을 떨고 있었다.가여운 마음이 들어서인지 남하준은 전혀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들어 서다인의 귀를 막아주었다.이어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겁에 질린 듯한 가여운 울음소리는 품에 안긴 여인에게서 난 것이었다.마치 상처를 입은 작은 고양이가 낸 불쌍한 목소리처럼 들려왔다.그는 서다인이 진심으로 천둥과 번개와 같은 날씨를 무서워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남하준은 성인 여자에게 허리를 꼭 안긴 건 처음이었다.그녀의 몸은 풍만하고 부드러웠는데 머리카락에서는 기분 좋은 향기가 나기도 했다.남하준은 몸과 마음이 나른해지는 것 같았다.지금 그런 무례한 생각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자신의 몸을 가누지 못해 자괴감이 들었다.서다인이 우는 모습은 그도 처음이었다.그녀의 울음소리는 어린 시절 하린의 울음소리와 너무나도 비슷했다. 그가 10년 동안 묵혀뒀던 보호 본능을 자극하고 있었다.백하린은 돌아온 1년 동안 자주 애교를 부리거나 울음을 터뜨렸었는데 남하준은 달래면서도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이젠 나이가 들기도 했고 차분해졌기 때문에 더는 백하린에게 설렘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줄 알았다.하지만 지금 서다인에게서 다시 어린 시절의 풋풋한 설렘을 느끼고 있었다.방 안은 당장 눈앞의 사람이 누군지도 못 알아볼 정도로 깜깜했다.밖은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전혀 멈출 것 같지 않은 기세였다.방 안의 공기는 점점 뜨거워지고 있었다.서다인과 남하준은 서로의 미세한 숨소리, 그리고 심장 박동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서다인은 천천히 진정을 되찾은 후 남자의 탄탄한 가슴팍에 기대었다. 그의 심장 박동 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자기가 선을 넘었다는 걸 눈치챈 그녀는 어찌할 바를 몰랐다.‘내가 저 사람 허리를 꽉 쥐고 품에 기댔단 말이야? 내가 무안해질까 봐 밀어내지 않고 귀도 막아준 거겠지?’서다인은 그의 허리에서 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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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2화

남하준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옷자락이 그녀의 손에 쥐어진 느낌이 들자 그는 돌아서서 어둠 속의 서다인을 바라봤다.이때 밖에서 번개가 스쳐 지나가 한순간에 집안을 환히 비췄다.서다인은 눈물을 글썽인 채 간절하게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눈빛이 무척 애처롭고 가련해 보였다.그저 한순간 눈이 마주쳤지만 남하준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나른해지더니 가슴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했다.그는 서다인의 이어폰을 들고 그녀에게 몸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녀의 귓가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어디 안 가. 그냥 회로를 점검하고 올게.”남자의 향기가 서다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뜨거운 숨소리가 볼에 닿아 그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듣기 좋은 남자의 목소리에 서다인은 가슴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천천히 남자의 옷자락을 놓았다.남하준은 잔뜩 겁을 먹은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너무 겁먹지 마. 나 바로 돌아올게.”그 말을 남긴 뒤 남하준은 집을 나섰다.그의 이 무심한 행동이 서다인에게는 얼마나 큰 충격을 남겼는지는 전혀 알지 모른 채 말이다.서다인은 바보같이 그의 손길이 닿은 자신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는데 늦춰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설렘이 지나가자 서다인은 곧이어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이 남자를 점점 더 좋아하고 사랑하고 있는데 어떡하지? 나 이혼하기 싫어. 저 사람에게 분명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걸 알면서도 감정이 더 깊어지네.’이때 문이 다시 열리면서 통화하는 남하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꽃은 기숙사에 가져가서 아내나 여자친구가 있는 놈에게 팔아. 꽃을 사면 내일 하루 휴가 준다고 해. 나 데리러 오지 않아도 돼. 오늘 밤 돌아가지 않을 거야.”말을 마친 남하준은 전화를 끊은 후 방문을 닫고 들어왔다.“아파트 전체가 정전되었어. 아무래도 번개 때문에 고장이 난 것 같아. 내일 날이 개면 수리하는 사람이 올 거야.”서다인은 그가 들어설 때부터 이미 이어폰을 뺏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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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남하준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머쓱한 서다인은 다급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지난번처럼 하준 씨 몸에 엎드려 자는 일은 없을 거예요. 정 신경이 쓰인다면 손목에 밧줄을 묶고 잘게요.”서다인이 당황하며 더 설명하려던 그때, 우람한 몸집의 남하준은 그녀를 향해 걸어갔다.서다인은 당황한 나머지 침대에 오르더니 몸을 움츠려 다른 쪽으로 옮겼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신발을 벗더니 바로 침대에 누웠다. 아무렇지 않게, 자연스럽게 말이다.서다인은 불편한지 계속 경직된 채 앉아 있었다.분명 남하준에게 남아서 자고 가라는 제의를 한 건 서다인인데 막상 그가 침대에 누우니 서다인은 어색한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리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자신이 답답하기만 했다.이때 남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누워서 얘기나 할까?”남자의 목소리는 감미롭고 매혹적으로 느껴졌다.서다인은 가슴이 두근거린 채로 얌전히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불편한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무슨 얘기해요?”“이어폰은 뺏어?”“뺏어요.”“피곤해?”“아니요. 평소에 열한 시가 넘어서야 자니까.”남하준이 또 덤덤하게 물었다.“그때 할머니는 어떻게 만나게 된 거야?”서다인은 주저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기억을 잃은 후로 사실 앞길이 막막했어요.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몰라 실버타운으로 가서 간병인으로 일했어요. 어느 날, 할머니께서 옛 친구를 만나러 오셨는데 그때 나와 할머니의 첫 만남이었죠. 나를 보더니 손녀처럼 예뻐해 주셨어요. 나도 할머니가 좋았어요. 호흡이 척척 맞으니까 개인 간병인으로 일하게 되었고요.”남하준은 한참 동안 침묵하고는 또 물었다.“할머니 간병인으로 일한 그 3년 동안 우리가 만난 횟수는 손꼽을 만 하잖아. 그리고 거의 얘기를 한 적이 없는데 왜 당신은 할머니의 말을 쉽게 믿은 거야? 왜 내가 당신이 좋아 결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서다인은 말문이 막혔다.분수를 아는 사람이 왜 그런 착각을 했을까?결국 남하준은 너무 좋아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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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남하준은 자세를 바꿔 옆으로 눕더니 서다인을 마주했다.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의 목소리는 라디오 DJ처럼 감미로웠고 숨결마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황홀하게 만들었다.“할머니의 소원 때문에 당신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당신과 결혼했어. 당신한테는 무책임한 행동이지.”자기반성을 할 줄 알고 책임감 있을 뿐만 아니라 여자를 존중해주기까지 하는 남자는 여간 드문 게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재력이든 권력이든 꿀리는 게 없는 남자였다.서다인도 홀린 듯이 옆으로 누워 그를 마주했다. 그리고 얼굴을 손에 기댄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하준 씨를 좋아하는 여자들이 엄청 많죠?”“몰라. 나한테 고백한 사람이 없었어.”남하준이 덤덤하게 말했다.“당신은, 당신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네.”서다인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게 한 번 더 고백하고 싶었지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남하준은 항상 차가운 얼굴을 하고 웃지도 않아 카리스마가 넘쳤다. 한 걸음 다가서기만 해도 떨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데 누가 감히 고백하겠는가?남하준은 잠깐 멈칫하다가 또 물었다.“서로 좋아하는 거야?”“아니요. 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이번 생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에요.”남하준은 바로 결론을 내렸다.“그래서 나와 결혼한 거야?”서다인은 어이가 없어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의 사이는 점점 가까워졌고 분위기도 한결 편안해졌다.“어떻게 그런 생각을 한 거죠?”“결혼은 장난이 아니야. 이참에 한 번 잘해보는 건 어때?”남하준이 무심하게 말했다.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피는 끓어오르고 가슴은 터질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그녀는 긴장한 마음에 목소리까지 떨렸다.“뭐... 뭐라고요?”남하준은 여전히 덤덤했다.“할머니는 우리가 이혼하길 원하지 않잖아. 조금 더 지내보고 안 맞으면 그때 이혼하자.”“당신... 내 신분과 과거는 신경 안 쓰여요?”서다인은 흥분한 마음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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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화

서다인은 남하준이 어젯밤 누웠던 자리에 눕고는 눈을 감고 어젯밤 그와 함께했었던 순간들을 떠올렸다.점심쯤.서다인이 라면을 먹고 있을 때, 초인종이 울렸다. 젓가락을 놓고 급하게 달려가 문을 열었더니 류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옆에는 꽃이 담긴 유리병도 몇 개 있었다.류청은 돈을 건네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사모님, 안녕하세요. 이건 꽃을 판 돈이에요.”서다인은 의문스러운 얼굴로 잔돈을 바라보더니 물었다.“어젯밤 계속 소나기가 내렸잖아요. 어떻게 꽃을 다 판 거예요?”“도련님이 기숙사로 가서 팔라고 하셨어요.”어젯밤 전화를 하던 남하준의 모습을 떠올린 서다인은 웃음을 터뜨렸다.기쁜 마음으로 류청이 건넨 돈을 받으며 서다인이 말했다.“고마워요.”류청이 또 말했다.“사모님, 도련님께서 댁으로 모셔다드리라고 합니다.”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제자리에 얼어붙었다.백하린만 떠올리면 그녀는 더는 남원에 발을 들여놓고도 싶지 않았다.잠깐의 고민을 마친 서다인이 물었다.“하준 씨가 나를 남원에 보내려 한다는 거예요?”“네, 그렇긴 합니다만 도련님은 사모님의 의사를 존중합니다. 댁으로 돌아가기 싫으시다면 더 큰 집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해요.”서다인은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집으로 돌아가긴 할 건데 남원엔 돌아가지 않을 거예요.”류청이 흠칫했다.“그럼 어느 댁을 말씀하시는 겁니까?”서다인이 단호하게 대답했다.“본가요.”남하준이 한걸음 다가와 줬으니 그녀도 남하준에게 다가갈 노력을 할 필요가 있었다.서다인은 본가에 들어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본가 사람들의 인정을 받기로 결심했다.그녀는 짐을 간단하게 정리한 후 집을 빼고 류청 따라 본가로 돌아갔다.한바탕 치열한 전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남하준을 위해 그녀는 더 이상 물러서고 싶지 않았다....서다인이 본가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사람들이 예전처럼 그녀를 깔보고 업신여기고 비난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평소에 그녀를 가장 무시하던 맏동서 유가영은 그녀를 보자마자 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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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화

다음 날 아침.초봄의 이른 아침이라 해는 아직 뜨지 않았다. 풀잎과 꽃잎에 이슬이 맺혀 있는 것만 봐도 날씨가 아직 쌀쌀하다는 걸 알 수 있다.서다인은 밖의 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 겉옷을 걸치고는 방을 나섰다.이때 2층의 도우미들은 크고 작은 짐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고 있었다.1층 거실에 허윤미와 남창민은 잠옷을 입은 채 셋째네 부부를 타이르고 있었다.“영준아, 왜 갑자기 떠나겠다는 거야? 엄마 아빠가 식구들 북적북적한 걸 좋아하는 거 알면서. 그냥 여기서 살아.”서다인은 난간에 기대어 내려봤다. 대충 어떤 일인지 짐작은 갔다.남의 일에 관심이 많은 유가영도 곧바로 거실에 도착했다.유가영은 스스럼없이 말했다.“영준 도련님, 동서가 어제 들어왔는데 벌써 이사를 한다니. 싫어하는 거 너무 티가 나요. 그래도 같은 식구들끼리 그렇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그 말을 들은 남영준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남영준의 아내인 최서윤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형님이야 아량이 넓어서 어떤 사람이든 같이 살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달라요. 우리 집안은 다르다고요. 아버지는 대학교 교수이시고, 엄마는 음대 음악가세요. 저는 어려서부터 교육을 잘 받은 사람이라 몸을 파는 여자와 한집에 살 수 없어요.”최서윤이 말을 이어 나갔다.“영준 씨는 소프트웨어 회사의 사장이고, 저도 나가면 사모님이라고 불려요. 우리 두 사람은 몸을 파는 여자와 절대 살 수 없어요. 너무 답답하거든요.”최서윤이 솔직하게 말하고는 하이힐을 또각또각 밟고 본가 대문을 나섰다.남영준은 귀가 얇은 사람이라 아내의 말을 따랐다. 부모님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부랴부랴 최서윤을 따라갔다.서다인의 얼굴색이 한껏 어두워졌다. 그녀는 속상하고 억울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몸을 파는 여자와 같이 못 살겠다고?그 말은 비수처럼 서다인의 가슴에 꽂혔다.허윤미는 남영준 부부가 집을 떠난 걸 보더니 고개 숙여 눈물을 훔쳤다.“막내 하준이는 일이 바빠 1년 내내 몇 번 돌아오지 않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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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서다인은 그렇게 설득당했다.유가영의 정성스러운 손길로 서다인은 화려하게 꾸며져 파티에 참석했다. 현장에 도착하고서야 이 파티는 일반적인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이 파티는 럭셔리 크루즈 위에서 진행되는 세계적인 희귀 명품 마켓이었다.그중에는 많은 불법의 골동품과 희귀도 포함되었다.서다인은 할머니 생신 연회에서 그녀가 그린 그림도 판매되고 있다는 걸 발견해 그림을 가리키며 유가영에게 따져 물었다.“형님, 이게 왜 여기 있죠?”유가영은 눈을 반짝이더니 주위 사람들을 가리키며 말했다.“동서, 봐봐. 오늘 이 파티에 온 사람들은 모두 상류층 재벌가나 사모님들이야. 몇십억씩 쓰는 건 기본이라고. 우리가 이 그림만 팔면 돈을 어마어마하게 벌 수 있어.”서다인은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이 그림이 왜 여기 있는지 물었어요.”유가영은 멋쩍게 웃으면서 소리 낮춰 말했다.“할머님 생신 선물로 많은 걸 받으셨을 거야. 이거 하나 없어도 뭐 어때? 전에 할머님도 하린 씨가 선물한 짝퉁을 받았잖아.”주먹을 꼭 쥔 서다인은 겨우 화를 참으며 또박또박 말했다.“그래서 그 그림을 훔친 거예요?”유가영은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부인했다.“나 아니야. 내가 무슨 배짱으로 훔치겠어? 남편이 가져온 거지.”서다인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친구가 진행하는 파티는 무슨, 부자들이 애장품과 사치품을 되팔고 사는 마켓일 뿐이잖아?’서다인의 안색이 어두워진 것을 발견한 유가영은 비위를 맞춰주는 듯이 소곤소곤 말했다.“이러는 건 어때? 주최 측에서 10% 수수료를 받을 거니까 나머지는 6대 4로 나눠.”서다인은 차가운 눈빛을 보이며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7대3, 더는 양보 못 해.”서다인이 진지한 얼굴로 논리정연하게 말했다.“형님, 제가 만약 화가 지완이라면 이 그림으로 얻은 수익은 모두 기부를 해야 합니다. 제가 화가 지완이 아니라면 이 그림은 가짜라고요, 이건 사기예요.”유가영은 머리가 지끈거려 미간을 찌푸렸다.“돈이 없는 주제에 왜 고상한 척이야? 기부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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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화

그 얘기를 들은 사람들은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림을 꼭 움켜쥔 서다인은 그저 차가운 얼굴로 유가영을 바라봤다.유가영은 정말이지 사리사욕에 눈이 먼 사람이었다.서다인은 전혀 물러설 생각이 없어 단호하게 말했다.“형님이 입은 피해는 나와 무관하죠. 원래 이 그림은 제가 할머니께 드리려고 그린 그림인데 왜 이곳에 나타났는지는 경찰서에 가서 잘 설명하면 될 것 같아요.”경찰서라는 말을 들은 유가영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래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이때 어떤 부드러운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크루즈는 이미 공해에 입항했으니 그 어떤 나라도 크루즈 위에서 진행되는 거래를 막을 수 없어요.”사람들은 그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그 말을 한 남자는 30대로 보였는데 흰 양복에 금테 안경을 쓴 점잖고 우아한 차림새였다.서다인은 잘생긴 남자의 얼굴을 보더니 왠지 모를 서늘함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말로 이룰 수 없는 공포가 절로 밀려왔다.분명 낯선 얼굴인데 왜 두려움이 느껴지는 걸까?서다인은 불안한 마음에 뒷걸음질을 쳤다.유가영은 상대를 보더니 화색이 들었다.“백 선생님이셨군요, 하린이랑 같이 크루즈를 탄 거예요?”남자는 유가영과 아는 사이인 듯 예의를 갖추며 인사했다.“네, 하린이는 저쪽에서 주얼리를 보고 있어요.”“아, 그렇구나.”유가영은 호기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백인호가 서다인에게 다가갔다.서다인은 호흡이 조금 가빠졌다. 안경 아래 숨겨진 남자의 깊은 눈망울을 보면 왠지 모르게 등골이 서늘했다.“다인아, 이렇게 또 보게 되네.”남자는 다정하게 인사를 건넸다.서다인이 흠칫했다.“우리 아는 사이예요?”남자는 피식 웃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 네 전 남친 백인호잖아. 나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전 남친? 백인호?서다인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예전에 만난 남자가 많다고 하더니, 정말 이렇게 전 남친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네.’유가영은 흥미로운 표정을 보였다.“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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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화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해적들은 총으로 그 여자를 조준하더니 마구 쏘기 시작했다.어마어마한 총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식은땀을 흘리게 했다.연속 십여 발의 총성이 이어졌는데 그 여자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채로 바닥에 누워있었다.현장은 공포에 질린 비명이 울려 퍼졌고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채 꼼짝하지 못했다.적잖게 놀란 서다인도 손바닥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백인호의 손은 아직도 그녀의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서다인은 불편한 마음에 그의 팔을 살짝 밀쳐냈다.백인호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낮게 속삭였다.“가만히 있어.”서다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방금 얘기를 한 해적을 바라봤다.해적은 마스크를 쓴 채 총을 들고 이리저리 누비면서 전시된 골동품이나 희귀품을 구경했다.그러더니 느긋하게 세트리아어로 말했다.“이 바다는 내 구역이야. 너희들의 물건은 모두 내 것으로 간주한다. 돈이든 골동품이든 희귀품이든 모두 내 거라고.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지. 1g의 경분자를 가지고 싶은데 누구 손에 있어? 좋은 말로 할 때 빨리 내놔.”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경분자만 내놓으면 요트를 하나 준비해 이 크루즈를 떠나게 해주겠다. 하지만 내놓지 않는다면 1분에 한 사람씩 죽이지.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죽을 때까지 기다릴 거야.”서다인은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다.백인호가 서다인의 귓가에 속삭였다.“뭐라고 하는 거야?”서다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백인호를 바라봤다.‘이 사람이 어떻게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는 걸 알지?’서다인의 놀라움을 알아챈 듯 백인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넌 어렸을 때부터 언어에 재능이 뛰어났어. 우리가 헤어질 때도 넌 이미 8개국 언어를 구사했는걸?”그의 말을 들은 서다인은 혼란스럽기만 했다.“어렸을 때부터요? 8개국 언어를?”백인호는 멈칫하더니 말을 보탰다.“22살이라고 해도 어리지 않나?”‘나도 내가 8개국 언어를 할 줄 안다는 걸 모르는데, 백인호라는 사람이 알고 있다고?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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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해적은 다급히 돌아섰다. 어깨에 걸친 총도 미처 들지 못했는데 권총 두 자루가 이미 그의 머리 양쪽을 조준하고 있었다.해적은 그대로 제자리에 얼어붙었다.이때 검은 무장 전투복을 입고 손에 총을 든 군대가 위엄 있고 늠름하게 들이닥쳤다.맨 앞장선 사람은 차갑고 도도한 모습을 보였는데 마치 만천하를 손에 거머쥔 듯한 카리스마가 흘러넘쳤다.그는 바로 군전 그룹의 남하준이었다.서다인은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녀가 가장 위급할 때 남하준은 늘 때맞춰 나타나는데 어떻게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물론 그녀 때문에 온 건 아니었지만 서다인은 그래도 가슴이 벅찼다.이때 백하린이 사람들 속에서 일어서더니 흥분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우리 하준 오빠가 나 구하러 왔어.”서다인은 잠시 흠칫하다가 얼굴색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백하린은 신나게 남하준을 향해 뛰어갔다.하지만 남하준은 엄숙한 얼굴을 보이며 목소리를 높였다.“뒤로 물러서.”백하린은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았는데 제멋대로 달려가며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하준 오빠, 드디어 나 구하러 온 거예요? 엉엉...”백하린이 해적의 옆을 지나갈 때 해적은 그녀의 팔을 잡아당기더니 자기 쪽으로 끌어오고는 칼을 꺼내 그녀의 목에 갖다 댔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제멋대로 행동하는 백하린 때문에 어이가 없었다.그렇게 다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해적은 손에 든 칼을 백하린의 목을 받치고 있었다. 예리한 칼날이 그녀의 피부를 뚫자 새빨간 피가 흘러나왔다.백하린은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녀는 울면서 마구 소리를 질렀다.“하준 오빠, 엉엉, 빨리 나 살려줘요. 이 사람을 죽이고 날 살려달라고요...”해적이 어금니를 깨물더니 세트리아어로 말했다.“날 보내줘...”남하준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졌다. 우람한 몸집의 그는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그게 무슨 뜻인데?”원숭이 마스크를 한 해적이 또 무슨 말을 했는데 여전히 세트리아어라 알아들을 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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