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61 - Chapter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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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화

사람들은 모두 기대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류청과 정호, 그리고 군전 그룹의 전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서다인이 국제적으로 지위도 별로 없는 이런 작은 나라의 언어를 할 줄 안다니?남하준도 적잖이 놀란 모양이다.겉으로는 침착하고 덤덤한 척했지만 사실 마음속으로는 세트리아어를 하는 서다인 때문에 충격이 가시지 않았다.남하준은 차분함을 유지하며 물었다.“1g의 뭐?”남하준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서다인은 사람들 앞에서 차마 모든 걸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한참 고민하고 입을 열었다.“하준 씨가 계속 찾고 있던 그 희귀 원소 말이에요.”남하준의 검은 눈동자에는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마스크를 쓴 해적을 보며 말을 이어갔다.“하린이를 풀고 물건을 내놓으면 살려는 줄게.”남하준이 이토록 백하린을 신경 쓰는 것을 보니 서다인은 답답하고 괴로운 마음이 들었지만 그래도 세트리아어로 해적에게 통역했다.해적이 또 무슨 말을 하자 곧이어 서다인이 통역했다.“요트 한 대 준비해 달래요.”남하준이 명령했다.“요트를 준비해.”원숭이 마스크를 쓴 해적은 백하린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군전 그룹의 전사들도 총을 조준한 채 같이 따라 나갔고, 통역을 해야 하는 서다인도 당연히 따라 나갔다.해적이 떠나기 전 말을 길게 늘어놓았지만 서다인은 그중 몇 마디만 통역했다.원숭이 마스크의 해적은 살기 위해 기꺼이 검은색 유리병을 남하준에게 내던졌다.검은색 유리병은 하늘 위로 완벽한 포물선을 그려 남하준의 손에 떨어졌다.남하준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손에 넣은 유리병을 뚫어지게 쳐다봤다.기분이 한껏 다운된 서다인은 남하준에게 물었다.“거리가 그렇게 가까웠는데 왜 총을 안 쐈어요?”남하준은 그저 눈을 가늘게 뜬 채 검은색 유리병만 지켜보며 서다인의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았다.한참 후, 남하준은 서다인을 보더니 의미심장하게 말했다.“하린이만 풀어주면 이제 가도 된다고 알려.”너무나도 차이가 나는 대우를 하니 서다인은 분노가 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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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화

크루즈 밖.해적은 백하린을 놓아준 뒤 요트를 타고 떠났다.백하린은 상처 입은 목을 움켜쥐며 남하준의 품에 안겼다. 그리고 원수이 마스크를 쓴 해적이 탄 요트를 가리키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하준 오빠, 얼른 부하들더러 총을 쏘라고 해요. 이 정도 거리면 충분히 죽일 수 있어요.”남하준은 백하린을 품에서 밀어냈다. 그녀의 손을 내려놓고는 상처를 검사한 뒤 덤덤한 얼굴로 말했다.“동맥은 다치지 않은 것 같으니 붕대를 감으면 괜찮을 것 같아.”백하린은 분노가 끓어올랐다.“총을 쏴요, 하준 오빠. 이러다가 도망가겠어요.”남하준은 그녀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류청에게 말했다.“붕대 감는 걸 까먹지 마.”백하린은 해적이 탄 요트가 눈앞에 사라진 걸 보자 화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남하준은 이미 부하들을 데리고 크루즈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하준 오빠, 나 붕대 안 감아줄 거예요?”백하린은 그를 따라가더니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방금 나 하마터면 죽을 뻔했는데. 아직도 너무 무섭단 말이에요.”남하준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고 정호와 류청은 그의 뒤를 따랐다.류청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도련님, 어떻게 처리할까요?”남하준이 엄숙한 얼굴을 보이더니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요트에 위치추적기 달았지?”“네.”“사람 붙여. 그놈 아지트를 찾으면 아지트도 몽땅 부숴버려.”“알겠습니다.”정호는 공손하게 대답한 후 바로 자리를 떴다.백하린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어 종종걸음으로 남하준을 따라잡았다.남하준은 미간을 구기더니 류청에게 분부했다.“네가 상처 좀 처리해 줘.”“도련님, 백하린 씨의 성격을 아직도 모르십니까? 분명 도련님더러 붕대를 감아달라고 난리를 칠 겁니다. 만약 도련님이 나서지 않는다면 상처가 아물 때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남하준이 발걸음을 멈췄다.백하린은 숨을 몰아쉬며 겨우 따라왔다. 그녀는 집요하게 남하준의 팔을 잡으며 계속 칭얼거렸다.“하준 오빠, 어떻게 그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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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화

남하준은 손을 주머니에 넣은 뒤 주먹을 꽉 쥐었다.그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덤덤하게 물었다.“기억을 잃기 전에 만난 거야?”“기억을 잃은 것도 거짓일걸?”백인호가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내가 자기를 버린 걸 복수하기 위해 일부러 기억 잃은 척하며 거리를 두는 게 아닐까?”남하준의 머릿속에는 서다인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그때 남하준이 이렇게 물었었다.“좋아하는 사람 있어?”그리고 서다인은 이렇게 대답했다.“네, 다만 그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 있어요. 이번 생은 절대 이뤄지지 않을 사랑이에요.”‘그 사람이 아마 인호 형이겠지?’남하준이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슴에 뭔가 걸린 듯한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잠깐 멈칫하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런 가정에서 어떻게 그런 능력들을 키웠는지 몰라.”백인호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옛날에는 왕궁의 공주들보다도 다재다능한 게 기생이었어. 가정 때문에 편견을 가지면 안 되는 거잖아.”“그 말도 맞네.”남하준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백인호를 바라봤다.“인호 형, 우리를 축복해 줘.”남하준은 무심한 보이지만 진지하게 백인호를 향해 서다인은 자기 여자라는 사실을 알리고 있었다.백인호는 착잡한 얼굴로 남하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뭐라고 한 거야?”남하준은 또박또박 대답했다.“결혼을 형에게 알리지 않은 건 아직 식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형으로서 우릴 축복해 주기를 바라.”백인호의 얼굴색은 점점 어두워지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너 예전에 하린이를 엄청 좋아했잖아. 하린이밖에 모르던 놈이 쉽게 마음이 변했을 리가 없어. 하린이는 내 조카인데 어떻게 널 축복하라는 거야?”남하준이 두 사람을 축복하지 못하는 이유는 절대 백하린 때문이 아니었다.‘앞으로 조심해야겠군.’남하준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어디 있어. 할머니께서 직접 정해준 사람이야. 결혼을 다 한 마당에 끝까지 책임져야지.”얼굴색이 한층 더 어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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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화

서다인은 뷔페 레스토랑에 도착하고는 접시에 야채와 과일을 보이는 대로 집기 시작했다. 그리고 과일차 한 잔 챙기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방문 앞에 도착한 그녀는 흠칫하더니 발걸음을 멈췄다.문을 두드리고 있던 남하준도 고개를 돌리자 음식을 챙기고 돌아온 서다인을 발견했다.눈이 서로 마주치자 두 사람 모두 어색한 마음이 들어 왠지 모르게 전보다 더 거리를 두게 되었다.남하준이 그녀에게 걸어가면서 그녀의 접시를 들려고 했다.“내가 도와줄게.”서다인이 다급하게 거절했다.“아니에요, 혼자...”하지만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남하준이 그녀의 접시를 가져갔다.더 이상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서다인은 먼저 가서 문을 열었다.두 사람이 방으로 들어간 후 서다인은 다시 문을 닫았다.남하준은 방을 둘러보더니 접시를 테이블 위로 내려놓았다.서다인은 유난히 어색해 보였다. 매번 남하준과 단둘이 있을 때면 온몸이 절로 굳어진다. 긴장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설레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1주일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는지라 사실 오늘 만나기 전까지 서다인의 머릿속에는 온통 남하준 생각뿐이었다.하지만 그 일이 일어난 뒤로 가슴에 응어리가 맺혔으니 억울한 마음이 계속 가슴에 사무쳤다.“이렇게 적게 먹어서 배가 불러?”남하준이 그녀를 보며 물었다.서다인은 테이블 앞에 앉아 포크를 들고 과일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말에 대답하지도 않고 무시했다.남하준의 얼굴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는 서다인 맞은편에 앉더니 여유롭게 의자에 기대며 물었다.“왜 아무 말도 안 해?”‘왜 말을 안 하는지 몰라서 묻는 건가?’그 생각에 입맛까지 떨어졌다.화가 치밀어 오른 서다인은 포크를 내려놓고 잔을 들어 과일차를 마셨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서다인의 맑은 눈망울은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사람의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청순함이 느껴질 정도였다.그 눈을 보고도 남하준은 어떻게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서다인이 말할 때까지 남하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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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5화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쓰던 포크로 과일 집어서 남하준에게 준 거야?’ 정말 미쳤나 봐.서다인이 정신을 차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움츠렸다.“미안해요, 나...”서다인이 손을 거두기도 전에 남하준은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아 수박을 입에 넣었다.서다인은 바보처럼 남하준의 입술이 닿은 포크를 멍하니 바라봤다.‘여기... 여기에 내 입술도 닿았잖아. 그럼 우리 간섭 키스를 한 건가?’그런 생각만 해도 서다인은 얼굴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온몸이 굳어졌다.하지만 그녀와 달리 남하준의 반응은 무척 덤덤했다.그는 수박을 삼키고는 느긋하게 평가를 내렸다.“달긴 한데 양이 너무 적네.”서다인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와 눈을 마주칠 엄두가 나지 않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요, 방금 내가 쓴 포크였어요.”서다인의 사과에 아무 생각이 없던 남하준은 흠칫하더니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뜨거워진 분위기 때문인지 자꾸 앵두 같은 서다인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서다인은 천천히 입술을 앙다물었다. 얼굴은 사과 알처럼 새빨개졌다.남하준은 그녀의 한마디에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입술도 바짝바짝 말랐다.수많은 남자를 겪은 서다인에게서 천박함이나 가벼움이 느껴지기는커녕, 오히려 맑고 순수한 기운만 느낄 수 있었다.부끄러움이 많고 얼굴이 쉽게 빨개지고 눈물도 많은 걸 보니 꼭 세상 물정을 모르는 단순한 소녀 같았다. 그런 서다인을 누가 10여 년 동안 남자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번 여자라고 생각하겠는가?남하준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일부러 덤덤한 척했다.“나도 당신이 쓰던 걸 안 꺼리는데 당신은 내가 쓰던 걸 꺼리는 거야?”서다인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니에요, 꺼리는 거 아니에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다시 포크로 과일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남하준은 부끄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봤다. 얼굴이 새빨간 그녀는 왠지 모르게 어린 시절의 백하린 같았다.특히 서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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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화

남하준은 겨우 진정하고는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옷깃으로 조금 드러난 그녀의 하얀 속살에 시선이 갔다.서다인은 테이블에 몸을 숙이고 남하준을 바라봤는데 자신의 옷이 좀 헐렁한 것은 전혀 발견하지 못한 눈치였다.‘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네.’남하준이 시선을 옮기고는 살짝 입을 벌려 숨을 몰아쉬었다.찌릿한 이 기분은 낯설기도 했지만 왠지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참을성 하면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을 텐데, 이거에 절대 넘어가면 안 되지.’“그것 말고 다른 말은 더 안 했어?”남하준의 목소리가 점점 허스키해졌다.서다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없는데요.”남하준은 서다인의 어깨를 꾹 눌러 의자에 잘 앉히고는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하지만 서다인의 눈은 샘물처럼 한없이 맑았다. 백옥같은 피부에 앵두 같은 입술은 그야말로 남하준을 유혹하고 있었다.남하준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그녀의 입술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목울대가 울렁이면서 입이 바짝 말랐다.‘나 미친 건가? 왜 서다인한테 반응을 하는 거지? 아니야, 나 성인 남자잖아. 서다인은 내 아내고. 욕구가 생기는 건 지극히 정상적인 일이지.’남하준은 어색한 마음을 애써 숨기려고 했다. 그리고 낮고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서다인에게 물었다.“나 오늘 여기서 자고 가도 돼?”그 말 한마디에 분위기가 후끈거렸다.서다인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남하준을 바라봤다. 오늘 그는 왠지 모르게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다.이글거리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몸 둘 바를 몰랐다.서다인이 되물었다.“크루즈에 남은 방이 없대요?”남하준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졌다.“있는데 당신이랑 자고 싶어서.”‘아직도 내 뜻을 못 알아챈 거야? 수많은 남자를 겪었다며? 그런데 왜 못 알아듣는 거야?’서다인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남하준의 말투와 눈빛이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어딘가 불편한 것 같으면서도 뭔가 절박해 보였다.두 사람은 자주 한 침대에 잤으니 서다인은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남하준은 워낙 백하린을 사랑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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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화

서다인은 황급히 책을 집어 들었다.얼굴은 새빨개졌고 시선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라 동공 지진이 일어났지만 본능적으로 자꾸 남자의 몸을 훔쳐보곤 했다.서다인은 책으로 새빨개진 볼을 가리고는 톤이 높아진 목소리로 말했다.“왜... 왜 옷도 안 입고 나와요?”남하준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고 옆에 올려놓더니 그녀에게 점점 다가가면서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입으면 어차피 또 벗어야 하잖아. 너무 귀찮아서.”그 말을 들은 서다인은 어안이 벙벙했다. 다른 곳에 시선을 둘 수도 없어 그윽한 그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여전히 충격이 가시지 않는지 긴장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옷을 벗고 자는데요?”남하준은 멈칫하더니 할 말을 잃었다.순진무구한 서다인의 표정과 쑥스러움이 가득 묻어난 새빨간 볼, 백인호는 분명 서다인이 기억을 잃는 게 연기라고 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서다인이 보인 순수함도 연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남하준이 침묵을 지키고 있을 때 서다인이 다급하게 옷장을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크루즈 방 옷장에 모두 깨끗한 파자마가 준비되어 있더라고요. 얼른 입어요.”남하준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오해한 거네.’서다인은 처음부터 그럴 생각이 없었다.남하준은 아쉬운 마음으로 옷장으로 다가가고는 파자마를 꺼내 입었다.그가 침대에 돌아왔을 때 서다인은 이미 그를 등져 누운 상태였다.이런 일은 강요할 수도 없으니 남하준은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처음에는 서다인이 바닥에서 자려고 해 남하준은 버럭 화를 냈었다.이제 와서 잠자리를 가지려 한다면 이보다 더 창피한 일은 없을 것이다.남하준은 잡념을 떨치고 침대에 누운 후 불을 껐다.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이었지만 맑은 달빛이 창문으로 스며들어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냈다.긴장감, 그리고 알 수 없는 욕구 때문에 두 사람 모두 호흡이 거칠어졌다. 고요한 분위기에 그 소리는 유난히 선명하게 들려왔다.한참 후, 남하준이 먼저 잠긴 목소리로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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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다음 날 아침.누군가가 방문을 두드렸다.노크 소리를 들은 남하준은 옆에서 깊이 잠들어 있는 서다인을 보더니 급히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문을 열었다.“도...”류청이 인사를 건네려 하자 남하준이 엄숙한 얼굴을 보이고는 류청더러 조용하라는 손짓을 했다.류청은 어찌할 바를 몰라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남하준은 다시 고개를 돌려 침대에서 자는 서다인을 바라봤다.깨지 않은 걸 확인하고서야 안심하고는 천천히 걸어 나간 후 문을 살며시 닫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류청은 어안이 벙벙했다.‘도련님이 언제부터 이렇게 따뜻해진 거지?’문을 닫은 후 남하준이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른 시간에 무슨 일이야?”‘벌써 7시인데 이른 시간이라고? 평소에는 7시에 일어나 운동도 하면서.’류청은 그렇게 생각할 뿐, 진짜 속마음을 감히 털어놓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도련님, 찾았어요. 화학 교수를 찾았어요.”남하준의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았다.“옷 갈아입고 올게.”남하준이 이 한마디를 남기고는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류청은 멍하니 문밖에 서 있었다.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남하준이 왜 서다인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5분 뒤, 멋있는 검은색 전투복으로 갈아입은 남하준은 늠름한 모습으로 임시 조사실로 성큼성큼 향했다.조사실 안에는 두꺼운 검은 테 안경을 쓰고 뼈만 앙상하게 남은 70대 백발의 남자가 앉아 있었다.그는 한 시간 넘게 조사를 받아 조금 피곤해 보였다. 그래서인지 남하준을 보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남 장군님, 1g 경분자를 찾고 있죠? 가져가세요, 그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아요. 저를 살려주시기만 하면 돼요.”남하준은 서류를 보더니 남자의 맞은편에 앉았다.“하영진 교수님, 제가 원하는 건 교수님이 가지고 계신 1g 경분자뿐만이 아닙니다. ‘안개’에 관한 정보를 더 알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안개’를 찾을 수 있죠?”하영진 교수는 안경을 고쳐 쓰더니 잠깐 고민하고는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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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화

“사실 우리 생각은 간단했어요. 그저 이 원소를 잘 연구해 내 전 세계를 뒤흔드는 무기를 만들어 명성을 떨치고 싶었어요. 하지만 경분자가 1g에 1조의 가치가 있을 줄 누가 알았겠어요? 모든 나라가 원하고 있더라고요. 결국 경분자는 우리의 죽음을 재촉하는 역할을 했죠. 류정남 씨도 이 1g의 경분자 때문에 목숨을 잃었어요, 저도 어제 해적한테 죽을 뻔했고요. 전 아직 죽고 싶지 않아요. 경분자를 줄 테니까 가져가요.”하영진의 말을 들은 남하준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안개’가 젊은 여자라는 말이 그에게 적잖은 충격을 준 것 같았다.하영진의 말을 기록하던 류청이 물었다.“정안이라는 사람은 어느 나라 사람이에요?”“Z국 사람이에요.”“몇 살인지 알아요?”“나이는 확실하지 않아요. 하지만 류정남 씨의 얘기에 의하면 경분자를 개발해 냈을 때 겨우 19살이었어요. 그리고 이 경분자는 그 사람의 이름을 따서 만들어졌죠.”“가족 관계는 알고 있어요?”“이런 중요한 사람의 가족 관계를 제가 어떻게 알고 있겠어요. 아마 정안 씨의 가족들도 정안 씨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몰랐을걸요?”“조수 류정남 씨 제외하고 정안 씨의 얼굴을 본 사람이 또 있어요? 사진은 없어요?”하영진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사진이요? 그런 건 생각하지도 마세요. 류정남 씨도 조수일 뿐인데 개인 정보가 깨끗하게 처리되었어요. 정안 씨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개인 정보가 유출될 일은 없을 거예요.”류청이 물었다.“그럼 지금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어요?”하영진은 흠칫하더니 긴장된 얼굴로 류청을 바라봤다.그의 감정 변화를 눈치챈 남하준은 바로 그에게 몸을 돌려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군요.”하영진은 한숨을 푹 쉬더니 안타까운 목소리로 감개무량하게 말했다.“정안 씨는 10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하는 화학 천재죠. 그러니 Z국에서 당연히 정안 씨의 신상정보를 특급 비밀로 했겠죠. 류정남 씨는 질투심에 정안 씨의 정보를 팔아넘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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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화

하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연구한 적 있지만 원리를 전혀 알 수 없겠더라고요. 그러니까 정안 씨 없으면 아무 쓸모도 없는 쓰레기라는 거예요.”남하준은 하영진은 훑어보더니 유리병을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리고 류청에게 말했다.“내가 살 테니까 얼마를 원하는지 한 번 물어봐.”그 말을 남기고 남하준은 자리를 뜨려고 했다.당황한 하영진은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다급하게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요, 돈은 필요 없어요.”남하준이 방을 떠나자 류청은 하영진 앞으로 다가가고는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경분자의 시세는 1g에 1조예요. 1조만 넘지 않는다면 원하는 대로 가격을 제시해 보세요.”하영진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1조만 넘지 않는다면 원하는 대로 가격을 제시해 보라니?하영진이 퇴직한 후로 바로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아내는 큰 병에 걸려 치료비가 필요했기 때문에 생활이 궁핍해졌다. 그래서 그는 이 크루즈에 판매되는 물건을 사 되팔려고 한 것이었다.1조는 감히 엄두도 나지 않았다. 앞으로 몇 대는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돈이었다.하영진은 천천히 손가락 두 개를 들었다.‘2억이면 많은 건 아니겠지?’류청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200억이요? 네, 그렇게 하죠.”하영진이 다급하게 손을 내저었다.“아니에요, 너무 많아요.”“그럼 20억이란 말인가요? 고맙습니다. . M국은 교수님의 기여를 절대 잊지 않을 거예요.”류청이 그 말을 남긴 후 종이 한 장을 꺼내 하영진에게 넘겼다.“3일 내로 이 서류를 가지고 군전 그룹 베이스캠프에 가서 수표를 찾으세요.”“그게...”하영진은 어안이 벙벙했다.류청은 말을 마친 후 바로 자리를 떴다....저녁 무렵, 크루즈는 M국 해역으로 돌아와 부둣가에 정박했다.크루즈를 탄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져나갔다.유가영과 함께 크루즈를 걸어 나가던 서다인은 눈앞의 광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위엄 있는 병사들이 부둣가에 두 줄로 질서 정연하게 서 있었는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소름이 돋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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