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의 모든 챕터: 챕터 81 - 챕터 90

904 챕터

제81화

방문이 살며시 열렸다.서다인은 책을 내려놓고 문 쪽을 바라보았다.남하준이 음식을 들고 들어오자 그녀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서 물었다.“왜 하준 씨가 음식을 가져와요?”“뭐 좀 챙기려고 돌아오는 김에 정호 대신 가져 왔어.”그렇게 말하며 남하준은 음식과 식기를 식탁 위에 놓고 덤덤하게 협탁 앞으로 걸어가 서랍을 살짝 열었다.그는 아무것도 챙기지 않고 또 서랍을 닫았다.서다인은 산더미처럼 쌓인 음식을 보고 놀라 멍해져서 식탁 앞에 서서 어떻게 다 먹어야 할지 몰랐다.남하준이 다가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너에 대한 정호의 관심이야.”서다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남하준을 바라보았다.“너무 많아서 몇 끼를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아요.”남하준은 냉엄한 분위기를 풍기며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음식 낭비하지 마.”서다인은 그가 이렇게 말할 줄 알고 난처해서 생각하다가 불쑥 물었다.“혹시 식사했어요?”“아직.”남하준은 일부러 손목시계를 들여다보았다.서다인은 다급히 식기를 집어 들고 두 손으로 건네주며 기대하는 눈빛으로 간절하게 요청했다.“괜찮다면 나랑 같이 먹을래요? 나 정말 이거 다 못 먹어요.”남하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가 건네주는 젓가락을 마지못해 받아 앉았다.서다인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깨끗한 식기와 젓가락이 있는지 볼게요. 음식 나눠 줄게요.”남하준이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겨 앉혔다.“필요 없어. 그냥 같이 먹어.”서다인은 먼저 어리둥절해 하며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마음은 여전히 매우 흥분되어 긴장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내가 먹여줘야 해?”남하준은 붕대를 감은 그녀의 손바닥을 흘끗 보았다.늘씬하고 하얀 손가락으로 숟가락을 든 서다인은 시범적으로 계란 한 조각을 집어 들며 말했다.“아니요. 젓가락질이 불편하지만 숟가락은 괜찮아요.”남하준은 그녀가 계란찜을 입에 넣는 것을 보고 안심하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두 사람이 한 식판을 사용했기 때문에 남하준은 일부러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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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행복한 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점심 식사를 마친 남하준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푹 쉬라고 말한 뒤 식판을 들고 방을 나섰다.아파트 문밖에서 류청과 정호는 멀리서 그가 깨끗한 접시를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류청은 정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도련님 식사를 엄청 오래 하셨는데?”“사모님께서 천천히 드셨나 보지.”“기분은 좋아 보이셔.”정호는 예측했다.“곧 안 좋아지실 거야.”남하준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인사를 건넸다.두 사람의 곁을 지나가며 남하준은 눈빛이 엄숙해지더니 식판을 건네주며 덤덤하게 말했다.“씻어.”“네.”정호는 식판을 들고 류청과 함께 남하준의 뒤를 따랐다.남하준은 엄숙한 말투로 차갑게 물었다.“범인은 잡았어?”류청: “12명을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실험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남하준이 걸으며 물었다.류청: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몇몇 교수들은 이미 골머리를 썩였고, 새로 온 하 교수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남하준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미간이 구겨지더니 발걸음마저 빨라졌다.“광속탄 프로그램은 정상화 됐어?”“프로그램이 계속 미스터리 해킹을 당하고 파괴가 반복되면서 진행이 아주 더뎌지고 있습니다.”“훈련 일정은 언제야?”류청은 난처한 표정으로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음...”남하준은 마음이 심란했다. 골치 아픈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모두 어려움이 가득했다.“말해.”그는 조금 짜증이 났다.류청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훈련 장소에 매장된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상부의 연락을 받고 잠시 취소됐습니다.”남하준의 발걸음이 멈추더니 건장한 체구가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아 뒷모습이 무겁기 그지없었다.류청과 정호는 그의 어깨에 겹겹이 쌓인 무거운 짐이 보였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마음만 아팠다.류청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도련님,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말해.”“하린 씨께서 또 연구동에 놀러 가 몇몇 교수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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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그런데 정호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공손히 내밀었다.“사모님, 따뜻한 우유 한 잔 마시고 일찍 쉬십시오. 도련님께서 오늘 밤 몇 시에 돌아오실지 모릅니다.”서다인은 실망한 듯 뜨거운 우유를 받았다. “감사해요.”“별말씀을요.”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물었다.“제가 아직 안 잤는지 어떻게 아셨어요?”정호는 급히 설명했다.“사모님, 절대 제가 훔쳐본 게 아닙니다. 제가 건물에서 야근하고 있는데 도련님께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일찍 쉬라고 당부하셨어요.”서다인은 깜짝 놀라 베란다 밖을 내다보았다.“하준 씨가 제가 아직 안 자는 걸 알아요?”정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그가 훔쳐보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앞을 가리켰다. “베란다를 내다보면 몇 개의 큰길을 사이에 두고 저 가장 높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 도련님께서 기숙사 쪽을 보실 수 있어요.”“숙소 건물 전체에 사모님 방에만 불이 켜져 있으니 당연히 도련님께서 아신 거죠.”서다인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남하준에 대한 그리움이 걱정과 안쓰러움으로 변했다.그가 일찍 돌아와서 쉬기를 바랐고 또 순조롭게 일을 완성하기를 바랐다.그녀는 두 손으로 따뜻한 유리잔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하준 씨가 대체 뭐 때문에 바쁜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정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해도 되는 적당한 일만 말했다.“훈련이 예기치 않게 취소됐고, 백하린 씨가 또 도련님께 폐를 끼쳐서 뒷수습하고 계십니다.”백하린?서다인은 심장이 조이고 시큰시큰해졌다.남하준은 늘 백하린을 방임하고 감싸고 돌았다. 무슨 잘못을 하든 뒷수습을 해주니 정말 그녀를 아끼는 것 같았다.정호는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사모님,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일이 많아요. 도련님은 정말 바쁘세요. 게다가 요즘 골치 아픈 일이 많거든요.”정호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난번에 백하린이 실수로 청유액을 깨뜨려 160억 원을 날렸어요. 어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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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동틀 무렵.사무실 건물 안에는 아직도 많은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잠옷 바지에 얇은 코트를 걸친 채 건물 안에 나타난 서다인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남하준은 눈빛을 흐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말했다.“일찍 쉬라니까?”“그 실험실이 5번 연구소에 있어요?”서다인이 다급하게 묻자 남하준은 의문스러웠다.“뭐?”서다인은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속삭였다.“방금 정호 씨한테 계속 청유액을 정제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시도해보려고요.”남하준의 차가운 눈이 정호를 쏘아보았고, 놀란 정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머리를 움츠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돌아가서 서다인을 달래 일찍 자게 하라고 보냈거늘, 자기는커녕 그녀에게 걱정거리를 말해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네가 할 수 있다고?”남하준은 의아해했다.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방법은 알고 있지만 가능한지는 모르겠어요. 일주일 동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요. 차라리 제가 시도해볼게요.”그녀의 손을 노려보던 남하준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 부상 입은 두 손으로?”서다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럼 조수 두 명만 붙여줘요.”남하준은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이 그녀를 보자 왠지 풀리는 것 같았다.모든 골치 아픈 일들이 순식간에 덜 중요해졌다.그는 지금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얼마나 걸려?”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남하준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너무 늦었어. 먼저 돌아가서 쉬고 내일 해봐.”“그래도 온 김에 해보고 싶어요.”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평소 빈틈없이 위엄있고 패기 넘치던 남하준이 지금 서다인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지금 그의 온화한 태도는 방금 그 엄숙하고 냉엄한 태도와는 정반대였다.모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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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모든 화학자와 교수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급히 인터넷을 열어 검색했다.[세계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이때 한 화학자가 남하준에게 다가와 감격의 목소리로 가늘게 떨며 말했다.“도련님, 확인해보니 이 세상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열 명도 안 돼요. 게다가 이것들은 모두 선진국의 비밀 기술입니다. 그 나라들은 모두 이 기술로 돈을 벌고 있어요.”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열 명?”“하지만 자료에는 이 화학자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요.”점점 더 많은 고위 간부들이 남하준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어찌하여 우리 나라 최고 화학자보다도 더 대단하십니까?”“도련님, 사모님은 어디서 기술을 배웠습니까?”“사모님께서 지난번에도 청유액 중독 사건을 해결하셨어요.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니에요. 사모님께 분명 숨겨진 신분이 있을 겁니다.”“도련님, 말씀 좀 하십시오.”남하준은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하지만...”“청유액 정제에 성공한 건 좋은 일이니 모두 돌아가서 쉬세요.”“네, 도련님도 일찍 쉬십시오.”모두들 놀라움을 안고 떠들썩하게 떠났다.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울리고 문이 열리자 서다인이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남하준이 막 발걸음을 떼자 연구실 교수들이 그녀를 에워싸 발 디딜 틈이 없었다.평소 점잖던 과학자들은 지금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여 그녀에게 청유액에 대한 지식을 계속 물었다.지식 탐구에 목마른 눈빛이 마치 아이돌 팬 미팅 같았다.하지만 그 ‘아이돌'은 유세를 떨지 않고 매우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났지만 이 과학자들과 노교수들은 지치기는커녕 점점 더 흥분했다.남하준은 정호에게 눈짓했다.그는 곧바로 뜻을 알아채고 다가가 그들의 열정을 제지했다.“사랑하는 교수님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사모님 아직 상처가 다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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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남하준은 서다인에게 다가가 검은 눈동자가 흐릿해지더니 갑자기 몸을 숙였다.서다인은 놀라서 뒤로 넘어져 침대에 누웠고 심장이 마구 벌렁거렸다.남하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그녀의 양옆에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위험한 수컷의 기운이 순식간에 서다인에게 감돌았고 그녀는 호흡이 흐트러졌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랐다.그는 진지하게 도발했다.“내가 널 안고 두 바퀴 돌기라도 할까? 아니면 들고서 우쭈쭈하길 바라?”“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서다인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남자는 왜 농담도 이렇게 진지하게 할까?“그저... 연구소에서 나온 후로 당신 기분이 계속 안 좋아 보여서요. 나랑 별로 말도 안 하고.”서다인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지만 자기 생각을 최대한 또렷하게 표현했다.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청유액 정제에 성공했으니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어 당연히 기쁘지.”“그럼 또 내 신분을 의심해서 그런 거예요?”“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 정체를 쭉 의심해왔는데, 또 라니?”서다인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그의 심정을 간파하려 노력했다.그녀의 고민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보기 싫었던 남하준은 위로를 건넸다.“나 기분 안 나쁘니까 그만 생각해. 나 지금 엄청 기뻐. 하지만 네가 준 충격과 놀라움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알겠어?”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도 돼. 어서 자. 새벽 한 시야.”남하준은 벽시계를 가리키며 말했고 서다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잠이 안 와요.”남하준은 눈치채기 힘든 뜨거운 눈빛을 번뜩이며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나 샤워하고 나서 에너지 소모 좀 할까?”그의 말이 끝나자 서다인은 즉시 눈을 감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 졸려요.”남하준은 씁쓸하게 웃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서다인이 그와 부부 성생활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서운했다.그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몸을 옥처럼 지킬까?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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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서다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백하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느릿느릿 말했다.“별 건 아니고. 그냥 하준 오빠랑 언제 이혼할 생각인지 묻고 싶어서.”서다인은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우리 이혼할 생각 없어.”백하린은 코웃음을 치더니 서다인에게 달려들어 다짜고짜 두 팔을 벌려 말했다.“자기가 진짜 장군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알아? 본인 주제를 알아야지. 그 더러운 과거가 세상에 알려지면 오빠 얼굴에 얼마나 먹칠을 하겠어? 오빠가 좋아하는 건 나야. 당신은 그저 우리 사이에 끼어든 제3자라고.”서다인은 애써 화를 누르며 수양 있게 설명했다.“3년 전 할머니라 나보고 하준 씨랑 결혼하라고 했어. 그때 하준 씨는 아마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난 할머니 요구를 거절했고.”“후에 당신이 돌아왔어. 우리 결혼하기 전 1년 전에 아마 당신이 돌아왔었지? 만약 하준 씨가 정말 당신을 사랑한다면 왜 당신이 아닌 나랑 결혼했을까?”“그건...”백하린은 말문이 막혔고 서다인이 말을 이었다.“그건 당신이랑 애초부터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는 거야.”백하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헛소리!”“만약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면 분명 나랑 이혼하고 당신이랑 결혼했겠지.”주먹을 불끈 쥔 백하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물었다.“하준 오빠가 당신 좋아한다고 말했어?”“아니.”서다인이 사실대로 말한 건 이 여자가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이 답을 들은 백하린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하긴, 어느 정상적인 남자가 헌 신발을 신겠어?”서다인은 심호흡했다.개에게 한 입 물렸다고 해서 똑같이 물어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런 소질 없는 사람과 말을 섞는 자체가 에너지 낭비였다.서다인은 그녀를 무시한 채 그녀 곁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백하린도 서다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 서다인은 1층 버튼을 누르고 똑바로 서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올려다보았다.백하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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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순간, 이미 서다인 앞에 다가온 백하린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을 세게 밀었다.“안돼!”백하린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굴러떨어지는 동작이 너무 맹렬하여 결국 계단 아래의 석상에 부딪혔다.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다.“여기 누가 사람 죽여요!”백하린은 울면서 병사 곁으로 기어가 공포에 질린 듯 말했다.“도와주세요. 서다인이 날 죽이려 해요.”병사는 급히 백하린을 일으켜 세우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계단 위의 서다인을 쳐다보았다.서다인은 입이 떡 벌렸고 어이가 없었다.‘또 또 또 날 모함해?’그녀는 백하린의 속임수를 여러 번 맛보았지만 점점 더 독해질 줄이야.백하린은 피 나는 이마를 감싸고 병사들 뒤로 숨어서 벌벌 떨며 애처롭게 울었다.“빨리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서다인이 절 죽이려 해요.”이때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졌다.다들 서다인의 신분을 알고 함부로 말도 못 하고 경찰에 신고도 못 했다....수도로 가는 고속도로.조수석의 정호는 전화를 받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뒷좌석의 남하준에게 급히 몸을 돌려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남하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접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사모님께서 백하린 씨를 다치게 했다고 지금 경찰을 불러 사모님을 체포한답니다.”남하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안색이 굳어졌다.“차 돌려.”정호는 시간을 보았다.“하지만...”“당장!”남하준은 분노가 끌어 올랐다.“네.”아무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했다.30분 거리를 남하준의 차는 15분 만에 군전 그룹으로 돌아왔다.기숙사 밖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두 파의 대열이 총을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검은 전복을 입은 병사들이 서다인을 꼭 감싸고 있었고 갈색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도 지지 않고 기세등등하게 사람을 잡아가려 했다.장관 유시혁이 입을 열었다.“국방 무기를 다루는 사람은 무기만 잘 다루시죠. 사람을 다치게 하는 형사사건은 우리 관할입니다.”병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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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모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남하준은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그 뒤에는 그의 좌보우필인 류청과 정호가 따라왔다.“도련님.”군전 그룹 병사들은 부랴부랴 인사를 건넸고, 그가 나타나자 사기도 치솟았다.병사들 뒤에 서 있던 서다인은 줄곧 평온했지만 남하준이 나타난 것을 본 순간 눈동자가 촉촉해졌다.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누명을 쓰는 것도 두렵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두렵지 않았다.다만 남하준이 자신을 오해하고 싫어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강한 카리스마의 남하준이 유시혁 앞에 다가서자 그 기세가 삼엄했다.꼿꼿하고 큰 산 같은 존재가 우뚝 서 있자 유 장관의 기세는 순식간에 수그러들더니 태도마저 온화해졌다.“도련님, 저는 지금 제 관할 구역에서 불법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기를 거두어 주시고 범인을 저에게 넘기시죠. 저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남하준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백하린을 흘끗 쳐다보았다.긴장한 백하린은 침을 꿀꺽 삼키고 급히 눈물을 몇 방울 짜내며 남하준에게 달려들었다.“오빠, 다인 언니가 나 죽이려고 했어요. 흑흑... 절대 용서해주지 말아요.”남하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얼굴은 어둡고 눈빛은 차가웠다.상황을 본 류청과 정호가 즉시 앞으로 나아가 백하린을 붙들고 뒤로 물러났다.백하린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흑흑... 오빠. 서다인이 나 죽이려고 했다니까요. 오빠는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잖아요. 절대 범인을 두둔하면 안 돼요!”서다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하준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말로 백하린을 이길 수 없었다.유시혁은 차갑게 웃었다.“저도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라 오늘 이 범인을 반드시 데려가야겠네요.”남하준은 깊고 차가운 눈을 들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백하린, 고소 취하해.”백하린은 애처롭게 눈물을 닦으며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오빠, 그건 절대 안 돼요. 서다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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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다인이한테 갖다 줘.”“네.”유시혁은 난처해서 어리둥절했다.백하린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정호가 의자를 들고 서다인에게 다가와 앉으라고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서다인은 뜻밖의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반면 백하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다친 건 나라고요! 대체 사람이 왜 그래요?”남하준은 들은 체 만 체했다.순식간에 몇 명의 엔지니어가 장비를 가지고 와서 컴퓨터 데스크에 놓더니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CCTV 파일을 받아 즉시 현장에서 복구하기 시작했다.류청은 천천히 유시혁에게 다가가 자신만만하게 소개했다.“우리 군전 그룹에는 M국 최고의 프로그램 엔지니어가 있어 가장 복잡한 미사일 데이터 오류도 쉽게 복구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 구역 CCTV 정도는 껌이죠.”지금 이 순간 가장 당황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던 백하린이었다.그녀는 이마를 감싼 채 한 병사의 어깨에 힘없이 쓰러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빠,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줘요.”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큰 소나무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몇 분 후, 엔지니어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복구했습니다. 이제 보시면 됩니다.”“열어.”프로젝터는 홀 안의 흰 벽에 바로 투영되었다.홀의 빛은 어두웠고 스크린에는 서다인과 백하린이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모습이 비쳤다.백하린은 서다인에게 끊임없이 치근덕거리며 그녀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서다인은 두 말 없이 돌아서서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렸다.이를 본 백하린은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서다인을 가리켰다.“정말 지독하고 나쁜 사람이라니까요. 왜 갑자기 내 뺨을 때리냐고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오직 남하준만이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윽한 눈빛이 서다인의 다친 손에 옮겨지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저렇게 뺨을 때렸으니 그녀의 상처는 분명 터졌을 텐데 얼마나 아팠을까?곧이어 화면이 입구로 바뀌었고 백하린이 서다인에게 밀려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백하린은 화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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