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4화

작가: 무솔레
동틀 무렵.

사무실 건물 안에는 아직도 많은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

잠옷 바지에 얇은 코트를 걸친 채 건물 안에 나타난 서다인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

남하준은 눈빛을 흐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말했다.

“일찍 쉬라니까?”

“그 실험실이 5번 연구소에 있어요?”

서다인이 다급하게 묻자 남하준은 의문스러웠다.

“뭐?”

서다인은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속삭였다.

“방금 정호 씨한테 계속 청유액을 정제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시도해보려고요.”

남하준의 차가운 눈이 정호를 쏘아보았고, 놀란 정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머리를 움츠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

돌아가서 서다인을 달래 일찍 자게 하라고 보냈거늘, 자기는커녕 그녀에게 걱정거리를 말해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

“네가 할 수 있다고?”

남하준은 의아해했다.

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방법은 알고 있지만 가능한지는 모르겠어요. 일주일 동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요. 차라리 제가 시도해볼게요.”

그녀의 손을 노려보던 남하준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그 부상 입은 두 손으로?”

서다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조수 두 명만 붙여줘요.”

남하준은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이 그녀를 보자 왠지 풀리는 것 같았다.

모든 골치 아픈 일들이 순식간에 덜 중요해졌다.

그는 지금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

“얼마나 걸려?”

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겠어요.”

남하준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

“너무 늦었어. 먼저 돌아가서 쉬고 내일 해봐.”

“그래도 온 김에 해보고 싶어요.”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평소 빈틈없이 위엄있고 패기 넘치던 남하준이 지금 서다인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

지금 그의 온화한 태도는 방금 그 엄숙하고 냉엄한 태도와는 정반대였다.

모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85화

    모든 화학자와 교수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급히 인터넷을 열어 검색했다.[세계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이때 한 화학자가 남하준에게 다가와 감격의 목소리로 가늘게 떨며 말했다.“도련님, 확인해보니 이 세상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열 명도 안 돼요. 게다가 이것들은 모두 선진국의 비밀 기술입니다. 그 나라들은 모두 이 기술로 돈을 벌고 있어요.”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열 명?”“하지만 자료에는 이 화학자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요.”점점 더 많은 고위 간부들이 남하준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어찌하여 우리 나라 최고 화학자보다도 더 대단하십니까?”“도련님, 사모님은 어디서 기술을 배웠습니까?”“사모님께서 지난번에도 청유액 중독 사건을 해결하셨어요.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니에요. 사모님께 분명 숨겨진 신분이 있을 겁니다.”“도련님, 말씀 좀 하십시오.”남하준은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하지만...”“청유액 정제에 성공한 건 좋은 일이니 모두 돌아가서 쉬세요.”“네, 도련님도 일찍 쉬십시오.”모두들 놀라움을 안고 떠들썩하게 떠났다.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울리고 문이 열리자 서다인이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남하준이 막 발걸음을 떼자 연구실 교수들이 그녀를 에워싸 발 디딜 틈이 없었다.평소 점잖던 과학자들은 지금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여 그녀에게 청유액에 대한 지식을 계속 물었다.지식 탐구에 목마른 눈빛이 마치 아이돌 팬 미팅 같았다.하지만 그 ‘아이돌'은 유세를 떨지 않고 매우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났지만 이 과학자들과 노교수들은 지치기는커녕 점점 더 흥분했다.남하준은 정호에게 눈짓했다.그는 곧바로 뜻을 알아채고 다가가 그들의 열정을 제지했다.“사랑하는 교수님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사모님 아직 상처가 다 낫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86화

    남하준은 서다인에게 다가가 검은 눈동자가 흐릿해지더니 갑자기 몸을 숙였다.서다인은 놀라서 뒤로 넘어져 침대에 누웠고 심장이 마구 벌렁거렸다.남하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그녀의 양옆에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위험한 수컷의 기운이 순식간에 서다인에게 감돌았고 그녀는 호흡이 흐트러졌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랐다.그는 진지하게 도발했다.“내가 널 안고 두 바퀴 돌기라도 할까? 아니면 들고서 우쭈쭈하길 바라?”“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서다인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남자는 왜 농담도 이렇게 진지하게 할까?“그저... 연구소에서 나온 후로 당신 기분이 계속 안 좋아 보여서요. 나랑 별로 말도 안 하고.”서다인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지만 자기 생각을 최대한 또렷하게 표현했다.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청유액 정제에 성공했으니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어 당연히 기쁘지.”“그럼 또 내 신분을 의심해서 그런 거예요?”“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 정체를 쭉 의심해왔는데, 또 라니?”서다인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그의 심정을 간파하려 노력했다.그녀의 고민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보기 싫었던 남하준은 위로를 건넸다.“나 기분 안 나쁘니까 그만 생각해. 나 지금 엄청 기뻐. 하지만 네가 준 충격과 놀라움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알겠어?”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도 돼. 어서 자. 새벽 한 시야.”남하준은 벽시계를 가리키며 말했고 서다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잠이 안 와요.”남하준은 눈치채기 힘든 뜨거운 눈빛을 번뜩이며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나 샤워하고 나서 에너지 소모 좀 할까?”그의 말이 끝나자 서다인은 즉시 눈을 감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 졸려요.”남하준은 씁쓸하게 웃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서다인이 그와 부부 성생활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서운했다.그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몸을 옥처럼 지킬까?그는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87화

    서다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백하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느릿느릿 말했다.“별 건 아니고. 그냥 하준 오빠랑 언제 이혼할 생각인지 묻고 싶어서.”서다인은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우리 이혼할 생각 없어.”백하린은 코웃음을 치더니 서다인에게 달려들어 다짜고짜 두 팔을 벌려 말했다.“자기가 진짜 장군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알아? 본인 주제를 알아야지. 그 더러운 과거가 세상에 알려지면 오빠 얼굴에 얼마나 먹칠을 하겠어? 오빠가 좋아하는 건 나야. 당신은 그저 우리 사이에 끼어든 제3자라고.”서다인은 애써 화를 누르며 수양 있게 설명했다.“3년 전 할머니라 나보고 하준 씨랑 결혼하라고 했어. 그때 하준 씨는 아마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난 할머니 요구를 거절했고.”“후에 당신이 돌아왔어. 우리 결혼하기 전 1년 전에 아마 당신이 돌아왔었지? 만약 하준 씨가 정말 당신을 사랑한다면 왜 당신이 아닌 나랑 결혼했을까?”“그건...”백하린은 말문이 막혔고 서다인이 말을 이었다.“그건 당신이랑 애초부터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는 거야.”백하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헛소리!”“만약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면 분명 나랑 이혼하고 당신이랑 결혼했겠지.”주먹을 불끈 쥔 백하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물었다.“하준 오빠가 당신 좋아한다고 말했어?”“아니.”서다인이 사실대로 말한 건 이 여자가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이 답을 들은 백하린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하긴, 어느 정상적인 남자가 헌 신발을 신겠어?”서다인은 심호흡했다.개에게 한 입 물렸다고 해서 똑같이 물어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런 소질 없는 사람과 말을 섞는 자체가 에너지 낭비였다.서다인은 그녀를 무시한 채 그녀 곁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백하린도 서다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 서다인은 1층 버튼을 누르고 똑바로 서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올려다보았다.백하린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88화

    순간, 이미 서다인 앞에 다가온 백하린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을 세게 밀었다.“안돼!”백하린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굴러떨어지는 동작이 너무 맹렬하여 결국 계단 아래의 석상에 부딪혔다.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다.“여기 누가 사람 죽여요!”백하린은 울면서 병사 곁으로 기어가 공포에 질린 듯 말했다.“도와주세요. 서다인이 날 죽이려 해요.”병사는 급히 백하린을 일으켜 세우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계단 위의 서다인을 쳐다보았다.서다인은 입이 떡 벌렸고 어이가 없었다.‘또 또 또 날 모함해?’그녀는 백하린의 속임수를 여러 번 맛보았지만 점점 더 독해질 줄이야.백하린은 피 나는 이마를 감싸고 병사들 뒤로 숨어서 벌벌 떨며 애처롭게 울었다.“빨리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서다인이 절 죽이려 해요.”이때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졌다.다들 서다인의 신분을 알고 함부로 말도 못 하고 경찰에 신고도 못 했다....수도로 가는 고속도로.조수석의 정호는 전화를 받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뒷좌석의 남하준에게 급히 몸을 돌려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남하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접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사모님께서 백하린 씨를 다치게 했다고 지금 경찰을 불러 사모님을 체포한답니다.”남하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안색이 굳어졌다.“차 돌려.”정호는 시간을 보았다.“하지만...”“당장!”남하준은 분노가 끌어 올랐다.“네.”아무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했다.30분 거리를 남하준의 차는 15분 만에 군전 그룹으로 돌아왔다.기숙사 밖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두 파의 대열이 총을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검은 전복을 입은 병사들이 서다인을 꼭 감싸고 있었고 갈색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도 지지 않고 기세등등하게 사람을 잡아가려 했다.장관 유시혁이 입을 열었다.“국방 무기를 다루는 사람은 무기만 잘 다루시죠. 사람을 다치게 하는 형사사건은 우리 관할입니다.”병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소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89화

    모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남하준은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그 뒤에는 그의 좌보우필인 류청과 정호가 따라왔다.“도련님.”군전 그룹 병사들은 부랴부랴 인사를 건넸고, 그가 나타나자 사기도 치솟았다.병사들 뒤에 서 있던 서다인은 줄곧 평온했지만 남하준이 나타난 것을 본 순간 눈동자가 촉촉해졌다.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누명을 쓰는 것도 두렵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두렵지 않았다.다만 남하준이 자신을 오해하고 싫어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강한 카리스마의 남하준이 유시혁 앞에 다가서자 그 기세가 삼엄했다.꼿꼿하고 큰 산 같은 존재가 우뚝 서 있자 유 장관의 기세는 순식간에 수그러들더니 태도마저 온화해졌다.“도련님, 저는 지금 제 관할 구역에서 불법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기를 거두어 주시고 범인을 저에게 넘기시죠. 저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남하준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백하린을 흘끗 쳐다보았다.긴장한 백하린은 침을 꿀꺽 삼키고 급히 눈물을 몇 방울 짜내며 남하준에게 달려들었다.“오빠, 다인 언니가 나 죽이려고 했어요. 흑흑... 절대 용서해주지 말아요.”남하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얼굴은 어둡고 눈빛은 차가웠다.상황을 본 류청과 정호가 즉시 앞으로 나아가 백하린을 붙들고 뒤로 물러났다.백하린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흑흑... 오빠. 서다인이 나 죽이려고 했다니까요. 오빠는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잖아요. 절대 범인을 두둔하면 안 돼요!”서다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하준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말로 백하린을 이길 수 없었다.유시혁은 차갑게 웃었다.“저도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라 오늘 이 범인을 반드시 데려가야겠네요.”남하준은 깊고 차가운 눈을 들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백하린, 고소 취하해.”백하린은 애처롭게 눈물을 닦으며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오빠, 그건 절대 안 돼요. 서다인이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0화

    “다인이한테 갖다 줘.”“네.”유시혁은 난처해서 어리둥절했다.백하린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정호가 의자를 들고 서다인에게 다가와 앉으라고 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서다인은 뜻밖의 관심에 몸 둘 바를 몰랐다.반면 백하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오빠, 다친 건 나라고요! 대체 사람이 왜 그래요?”남하준은 들은 체 만 체했다.순식간에 몇 명의 엔지니어가 장비를 가지고 와서 컴퓨터 데스크에 놓더니 프로젝터를 연결하고 CCTV 파일을 받아 즉시 현장에서 복구하기 시작했다.류청은 천천히 유시혁에게 다가가 자신만만하게 소개했다.“우리 군전 그룹에는 M국 최고의 프로그램 엔지니어가 있어 가장 복잡한 미사일 데이터 오류도 쉽게 복구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이 구역 CCTV 정도는 껌이죠.”지금 이 순간 가장 당황한 사람은 바로 옆에 있던 백하린이었다.그녀는 이마를 감싼 채 한 병사의 어깨에 힘없이 쓰러지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오빠, 나 머리가 너무 아파요. 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줘요.”남하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큰 소나무처럼 굳건히 서 있었다.몇 분 후, 엔지니어가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복구했습니다. 이제 보시면 됩니다.”“열어.”프로젝터는 홀 안의 흰 벽에 바로 투영되었다.홀의 빛은 어두웠고 스크린에는 서다인과 백하린이 엘리베이터를 나서는 모습이 비쳤다.백하린은 서다인에게 끊임없이 치근덕거리며 그녀의 귓가에 뭔가를 속삭였다.서다인은 두 말 없이 돌아서서 그녀의 뺨을 한 대 때렸다.이를 본 백하린은 다시 울음을 터뜨리며 서다인을 가리켰다.“정말 지독하고 나쁜 사람이라니까요. 왜 갑자기 내 뺨을 때리냐고요!”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어리둥절했다.오직 남하준만이 점점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윽한 눈빛이 서다인의 다친 손에 옮겨지며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저렇게 뺨을 때렸으니 그녀의 상처는 분명 터졌을 텐데 얼마나 아팠을까?곧이어 화면이 입구로 바뀌었고 백하린이 서다인에게 밀려 계단 아래로 떨어졌다.백하린은 화면을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1화

    백하린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서다인이 누명을 쓰고, 모함당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이가 간질간질하고 분개한 얼굴로 백하린을 노려보았다.백하린은 남하준에게 달려들어 그의 팔을 껴안고 불쌍하게 눈물을 훔쳤다.“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가서 형사한테 설명해.”“오빠,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류청, 손님 배웅해.”남하준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말을 마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서다인은 천천히 일어나 감격과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남하준의 멋진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올 때 급히 오고 갈 때도 급히 가느라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류청은 유시혁에게 다가가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장관님 사람들을 데리고, 그리고 저희 사모님을 모함한 범인을 데리고 그룹에서 나가 주시죠.”백하린은 급히 류청에게 다가가 흐느끼며 사정했다. “제발 오빠한테 말해줘요. 나한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류청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게 말했다. “하린 씨, 도련님께서는 방금 분명 고소를 취하하라고 하셨어요. 이미 기회를 주신 건데 하린 씨가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으신 거죠.”백하린은 말문이 막혔다.“난...”유시혁은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쳐 명령했다.“철수!”순간, 모든 경찰이 무기를 거두고 떠났다.류청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귀띔했다.“장관님! 하린 씨 데려가는 거 잊지 마세요.”유시혁은 백하린을 돌아보며 불편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저랑 경찰서로 돌아가 조사 받으시죠.”백하린은 험악한 눈으로 서다인을 노려보며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자리를 떠났다.정호는 서다인에게 다가가 허리를 약간 굽히더니 시간을 보고 황급히 설명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도련님께서 정오까지 수도에 도착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비행기 타러 가야 해요.”서다인은 마침내 그가 왜 일을 처리하고 그렇게 서둘러 떠났는지 알았다.그녀가 남하준의 일을 그르친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92화

    여자가 그저 부드럽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남하준의 마음은 감전된 듯 한바탕 격류가 흐르더니 나른해졌다.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까 봐 차마 올려다보지 못했다.“응, 방금 돌아왔어.”남하준은 덤덤하게 대꾸하며 계속 붕대를 묶어 주었다.“상처에 피가 좀 배어 나왔는데 약 발랐어?”서다인은 누워서 자신의 다친 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주머니께서 발라주셨어요.”“백하린이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남하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서다인은 순간 안색이 굳어지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말할 수 없는 거야?”서다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말하고 싶지 않아요.”너무 괴로웠다.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고, 한때의 자신이 그렇게 타락한 인생을 살았고 인간성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백하린은 서다인이 7개월 된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다.그녀는 살인 범이고 악마였다.남하준도 이를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좀 더 자.”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서다인은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목을 가다듬었다.“진짜 백하린을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요?”남하준은 개의치 않는 듯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백씨 집안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아마 경찰서에서 24시간을 넘기지 않겠지.”서다인은 허황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남하준은 부드러운 눈매로 그녀를 바라보며 옆에 누웠다.“백씨 가문에 대해서 좀 알아?”서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죠. 우리 나라 갑부잖아요.”“백씨 가문의 경제적 지위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야. 백하린의 할아버지 백진 어르신은 정통 어르신과 친분이 두터우셔.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가 백하린인데 어떻게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서다인 역시 남하준을 향해 옆으로 누운 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다음 내용을 기대했다.평소

최신 챕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8화

    이다은이 심장을 부여잡고 있자 남우영은 긴장이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며 물었다.“어디 아파? 의사는 보인 거야? 나랑 함께 검사받으러 가자.”이다은은 안절부절못하는 남우영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남우영, 나 아파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냥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어서 그래. 아이랑 가족이랑 그리고 일까지 어떻게 평형을 잡고 케어해야 할지 모르겠어.”남우영은 이다은이 다른 사람들과 달리 일을 너무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고 계속하여 일을 하며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싶어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며 더욱이 그녀는 전업주부가 되는 것을 싫어하고 그렇게 할머니로 늙어가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이다은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품에 안고 속삭였다.“이다은, 넌 이 남편의 재산 능력을 잊은 거야?”이다은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남우영은 약속하는 듯한 말투로 달래며 말했다.“네가 원한다면 출퇴근은 항상 차로 데려다줄 거고, 곁에는 번거로운 일들을 분담해 줄 매니저를 붙여 줄 거고, 심지어 가방 들어 줄 사람도 따로 안배할 거고, 집에 돌아오면 가사도우미랑 내가 널 돌볼 것이야. 그리고 아이를 낳고 나면 산후조리원, 가사도우미, 영양사, 헬스 관리사 등 아이를 케어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전부 다 따로 안배해 줄 거야. 아이의 양육 문제는 전문적인 산후조리사와 육아 도우미, 그리고 부모님들도 계시잖아. 만약 손자를 돌보고 싶어 하시면 우리 집에서 같이 살 수도 있고 몇 년 후 내가 퇴직하면 그땐 나도 같이 부담할 수 있잖아. 이렇게 많은 후원자가 뒤에서 보호하고 있을 텐데 뭘 더 걱정해.”남우영의 말을 들은 이다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그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감격에 목이 멘 채 말했다.“고마워, 우영아.”남우영은 행복한 얼굴로 이다은의 이마에 키스했다.이렇게 모든 일들은 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10개월 뒤, 남씨 가문에서는 큰 경사를 맞이하게 되었다.남우영과 이다은의 딸은 전 달에 이미 출산 되였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7화

    지구 반 바퀴를 여행하고 돌아온 이다은은 여행 내내 헛구역질을 하고 졸리고 피곤한 증상으로 몸에 이상한 변화를 느껴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검사 결과는 예상한 대로 임신으로 나왔고 이다은의 마음은 한편으로 격동되었지만, 또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했다.여자는 임신하면 매일 집에서 남편을 돕고 애만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온 이다은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너무 사랑하고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천천히 노력하고 있기에 일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병원에서 진료를 마친 이다은이 집에 도착하자 함께 여행했던 부모님들도 선물을 들고 돌아와 집에 계셨다.“아빠, 엄마.”이적과 김연아는 아직 여행의 행복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고 이다은의 인사도 듣지 못한 채 남우영과 여행 중의 풍경들을 얘기하고 있었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나 옆에 다가서며 그녀의 손을 잡고 물었다.“이다은, 이른 아침에 어딜 다녀온 거야? 눈떠보니 없던데.”이다은은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침 산책 갔다 왔어.”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부모님들이 우리 선물까지 사서 챙겨 오셨어.”김연아는 만면에 웃음꽃을 띤 채 말했다.“다은아, 엄마는 태어나서 처음 외국 여행 가봤고 너무 재밌었어. 사돈한테 정말 고마워.”이번 여행을 통해 김연아와 이적은 마음속의 모든 불안과 열등감을 떨쳐내고 대가족에 합류하게 되었다.그들은 그제야 딸이 아주 훌륭한 남편에게 시집을 갔고 시댁도 교양 있고 너무 좋은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다은은 어머니가 주는 선물을 받으며 말했다.“고마워요, 엄마.”이번 여행으로 인해 이적도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차분하게 말하며 얼굴엔 참을 수 없는 웃음을 하고 있었고 김연아도 그냥 말을 받아치며 사돈들이 어떻게 잘해주었는지 얘기하고 있다가 점심까지 먹고서야 본인의 집으로 돌아갔다.남우영이 이적 부부에게 그들이 여태 만져본 적이 없는 큰 액수로 평생 쓰기에 충분한 예단값과 별장 한 채를 주었기에 두 사람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6화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한 남우영도 바로 동의하며 말했다.“그럼 우리 여행 코스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다음 주에 출발하는 건 어때?”이다은은 두 손으로 남우영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래 좋아, 그럼 우리 일단 일어나서 지도도 찾아보고 시간도 짜고 우리들만의 여행결혼식을 준비하자.”남우영은 일어나려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베개 위로 올려 누르며 말했다.“계획은 내일 짜면 돼. 나 지금 아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단 말이야.”이다은이 이어 말하려 하자 남우영은 머리 숙여 그녀의 입술에 키스하며 입막음해 버렸고 그렇게 둘은 또다시 한 몸이 되었다.일주일 뒤, 이다은은 또다시 공아영의 변호사한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고 공아영이 사과의 말과 함께 용서해 주기를 바라며 남하준에게 사정하여 그녀를 용서해 달라는 말을 전달해달라는 내용이었다.이다은은 법률은 공평하고 공정하다는 것만 믿고 이 일을 더 이상 상관하지 않았다.예전에 이다은의 학위를 도용했던 여민지도 이미 남우영에 의해 감방에 보내졌는데 사람을 찾아 이다은의 아버지를 때리고 어머니를 해치고 부모님의 집마저 허물게 한 공아영의 죄는 더욱더 큰 처벌을 받아야 했다.공항 대기실에서 이다은은 남우영이 준 설계도를 보면서 가슴이 벅차올랐다.그녀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설계도를 보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림을 느끼면서 입을 막고 헛구역질만 하고는 또 눌린 듯하여 심호흡을 한번 하고 계속해서 보았다.이때 화장실에서 나온 남우영은 이다은에게 다가가 그녀의 손을 잡으면서 말했다.“다은아, 우리 이제 탑승해야 해.”이다은은 가방을 메고 자리에서 일어나 남우영과 함께 대기실에서 나왔다.남우영과 이다은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즐겁게 걸어가고 있다가 갑자기 앞에 4명의 익숙한 얼굴들이 만면에 환한 웃음을 띠고 나타나자 너무 놀라 자리에 멈춰 섰다.“아빠, 엄마.”이다은과 남우영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어떻게 되어 여기까지 오셨어요?”중요한 건 그들은 모두 트렁크를 챙겨 들고 손에는 탑승권과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5화

    이다은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우영을 천천히 안아주며 수줍은 말투로 단호하게 말했다.“남우영, 내 맘에 너밖에 없어.”남우영은 몸이 살짝 굳어지더니 정신이 번쩍 들면서 격동되고 갈망하는 눈빛으로 이다은을 마주 보며 낮은 소리로 속삭였다.“다시 말해줘, 다시... ”이다은은 부드러운 말투로 이어 말했다.“남우영, 나 너 좋아해.”남우영은 감동되어 눈시울을 붉히며 바로 이다은을 품에 꼭 껴안으며 말했다.“다은아... 이다은... ”그는 격동되어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이다은의 귀에 대고 이름만 불러댔다.“넌 날 좋아해?”이다은이 부끄러워하며 묻자 남우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널 사랑하는 건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그래도 또 듣고 싶어.”남우영은 모든 진심을 담아 뜨거운 눈길로 이다은을 바라보며 말했다.“사랑해 이다은, 엄청 많이 사랑해.”너무 껴안은 탓에 숨 막힌 이다은은 남우영을 밀어내며 말했다.“나도 사랑해. 하지만 우리 이제 일어나 출근해야 해.”“우리 오늘 출근 안 해.”남우영은 일어나려 하는 이다은을 다시 안아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으며 품에 꼭 껴안았다.이다은은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화장실엔 가도 되는 거지?”“그럼, 당연하지.”남우영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다은을 안고 화장실로 향했다.품에 안긴 이다은은 부끄러워 발버둥질하며 말했다.“내려줘, 나 혼자 갈 수 있단 말이야.”남우영은 이다은의 이마에 뽀뽀하고는 말했다.“내가 안아다 주고 다시 안아올 거야. 오늘은 너 어디도 못가, 내 옆에만 있어야 해.”이다은은 낮은 소리로 달래며 말했다.“남 대표님, 진짜 출근 안 해도 되는 거예요?”“난 오늘 너랑만 있을 거야.”남우영은 사랑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화장실에서는 히히 닥닥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일주일 뒤, 이적은 퇴원했고 남우영은 그들을 새로운 집으로 모시고 가사도우미 두 명까지 안배해 줬다.평생 남 밑에서 일만 해온 이적과 김연아는 난생처음 이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4화

    그러자 정안이가 옆에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공짜라는데 받으셔야죠.”이적은 바로 수표를 받아 쥐고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공혁재는 돈까지 내밀었으니 이 일은 이렇게 끝나는 줄만 알고 말했다.“그럼 저는 손녀를 데리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말이 끝나기 바쁘게 공혁재는 공아영의 손을 잡고 병실에서 나갔다.공아영은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 않아 뒤돌아 이다은을 쏘아보면서 공혁재에게 끌려 나갔다.병실 안은 그제야 조용해졌고 어색한 분위기가 되자 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한 채 또다시 서로를 쳐다만 보았다.이때 정안이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하준 오빠, 저 사람들 이대로 내버려두면 안돼.”남하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정안이의 손을 잡고 어루만지며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걱정하지 마, 내가 반드시 사돈 부부를 위해 정의를 되찾아 드릴 테니까.”정안이는 그제야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이적과 김연아는 옆에서 그들의 대화를 듣고 감동되어 고마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사돈 보기는 이적이 병상에 누워 있은 탓에 짧은 시간에 끝나 버렸고 이다은과 남우영은 양가 부모님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향했다.돌아가는 길에 남우영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그는 갑자기 뒤에서 이다은을 꼭 껴안아 줬다.깜짝 놀란 이다은은 그 자리에 경직되어 긴장하면서 물었다.“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남우영은 눈을 감고 이다은의 뒷목에 얼굴을 갖다 대면서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다은아, 나 때문에 이런 일까지 당하게 해서.”“왜 나한테 사과하는 거야?”“공아영의 일로 널 힘들게 해서 미안해.”이다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껴안고 있는 남우영의 손을 만지면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가 잘못한 거 아니야, 나한테 사과 안 해도 돼.”“널 힘들게 했으니 내 잘못이야.”그의 말에 이다은은 그대로 멍하니 서 있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더없이 감동했다.“비록 네가 날 위해 질투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지만 공아영 문제로 이렇게 힘들게 할 줄은 몰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3화

    교만하고 무지막지한 공아영은 여태 할아버지는 빽이 많아 돈과 권력으로 모든 일을 해결해 낼 수 있었으니 그 누구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하여 공아영도 눈에 뵈는 것이 없이 커왔고 나라 장군 앞에서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었다.공혁재는 당황해하며 작은 소리로 타일렀다.“얼른 도련님 부인한테 사과해.”공아영은 이다은을 가리키며 화를 내며 말했다.“저 여자가? 도련님 부인이라고요? 웃기시네, 사과해도 저 여자가 저한테 사과해야죠.”공혁재는 당황하여 진땀을 뻘뻘 흘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옆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의 안색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고 남우영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겨우 참고 있었으며 그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공아영은 이미 그를 원망하며 말하기 시작했다.“남우영, 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모르면서 내 연락처를 차단하고 계약까지 해지해? 너 너무 하는 거 아니야?”옆에서 듣고 있던 정안이는 이 일을 아들이 제대로 처리 못 하면 부부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조마조마해 식은땀을 흘리며 얼른 받아치며 말했다.“공아영 씨, 부탁인데 본인의 위치를 잘 알고 말씀하세요. 제 아들은... ”정안이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공아영은 뒤돌아보며 한마디 쏘아붙였다.“사모님, 전 남우영한테 물어본 거고 사모님한테 물어본 거 아니니까 그렇게 앞질러 대답할 필요 없어요.”정안이는 윗사람한테 버릇없이 쏘아붙이는 공아영의 오만무례함에 충격을 받고 하던 말을 멈추었다.세상에나! 이 여자의 시건 방지함이 이렇게 지나치다니.남하준은 새파랗게 된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더니 곧 폭발할 것만 같았지만 정안이가 옆에서 그의 주먹을 내리며 좀만 더 참으라고 손짓했다.공아영은 다시 남우영을 보며 분노하며 말했다.“남우영, 왜 대답이 없어? 내가 지금 너한테 묻고 있잖아.”남우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 뻗쳐 더는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말했다.“공아영, 잘 들어. 난 너의 그 어떤 해석도 필요하지 않아. 다만 너 때문에 내 아내가 기분 나빴다는 것만으로 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2화

    그 뒤로 김연아는 현실만 믿고 더 이상 드라마에 나오는 텃세 부리는 부잣집 여자 역을 믿지 않았다.남우영은 이다은의 손을 잡고 소파에 가서 앉았고 두 사람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필경 양가 부모님이 처음 뵙는 자리인 데다 것도 병원이라니, 자칫하여 부모님들 사이가 나빠지면 그 둘의 미래도 그다지 좋지 않을 것이 뻔했다.이다은은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했고 옆에서 눈치챈 남우영은 휴지를 꺼내 손바닥을 닦아 주며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긴장 안 해도 돼. 너도 보다시피 우리 엄마 아빠 다 좋은 분들이셔.”이다은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너 나보다 더 긴장한 거지?”남우영은 가볍게 웃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필경 장인 장모 앞이라 그도 긴장된 건 사실이었다.남하준은 사람들 앞에서 항상 말이 없는 편이라 이 순간도 화제를 찾을 수가 없었다.이적과 김연아는 긴장하고 두려워서 지금까지도 많이 어색해하며 혹시 말 한마디 잘못하여 딸을 더 번거롭게 만들까 봐 걱정하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정안이는 얼른 화제를 꺼내 말했다.“연아 언니, 듣자 하니 회사에서도 잘리셨다면서요?”“네, 맞아요.”“그럼 그 회사에서 보상은 해줬어요?”정안이의 물음에 김연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런 작은 가사도우미 회사들은 평소에 잡일들만 많고 합동서도 안 쓰는데 무슨 보상이 있겠어요.”정안이는 뒤돌아 남하준을 보며 말했다.“하준 오빠, 들었지?”남하준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들었어. 사람 시켜 어찌 된 일인지 잘 알아보고 배상할 건 배상하고 처벌할 건 처벌하고 하나도 빠짐없이 내가 잘 처리하도록 할게.”김연아와 이적은 너무 놀라 막연하게 두 눈만 깜빡거렸다.이때 다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모두의 시선은 현관문 쪽으로 향했다.“도련님, 사람들 도착했습니다.”밖에서는 위엄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또다시 긴장한 김연아는 낮은 목소리로 옆에 있는 정안이에게 물었다.“또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1화

    손에 꽃바구니를 들고 있던 정안이는 웃으며 말했다.“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요 사돈, 저희는 사돈 뵈러 왔어요.”사돈이라는 두 글자에 침대 위에 누워있던 이적마저 놀라 서둘러 다친 몸을 가누며 억지로 일어났다.김연아도 너무 놀라 허둥지둥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남하준의 손에 쥐여있는 선물부터 받아 내려놓았다.남우영이랑 이다은은 두 번째 엘리베이터를 탄 탓에 아직 병실에 도착하지 못했다.김연아에게 선물을 넘긴 남하준은 얼른 이적한테로 다가가서 어깨를 눌러 눕히며 말했다.“이적 씨는 다치셨으니 일어나실 필요 없어요. 얼른 누워계셔요.”“남 장군님, 저...”이적은 당황한 나머지 말도 못 했다.김연아는 손까지 떨면서 겁에 질린 눈빛으로 정안이를 바라보며 혹시 아까 두 사람이 싸운 내용을 들었을까 봐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남하준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장군이라고 부르시는 게 이렇게 서먹서먹한데 당신 부부 둘 다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니 이적 형이라 부르고 다은이 어머님은 연아 누나라고 부를 테니 저한테 그냥 하준이라 불러요.”정안이도 다가와 남하준에게 기대며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적 오빠, 연아 언니, 저한테는 완자라 불러주시면 돼요.”이 말을 들은 김연아는 얼굴이 빨개졌다.부끄러워서가 아니라 송구스러워서였다.앞에 있는 이 부부는 젊고 멋있고 이쁠 뿐만 아니라 권력도 막강한데 텃세 하나 없이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이 순간 김연아는 자신이 추측했던 것들이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하게 되었다.이적은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멍해 서 있는 아내를 급히 불렀다.“여보, 얼른 사돈에게 의자를 가져다드리지 않고 뭐해.”김연아는 그제야 반응하여 얼른 대답했다.“으...응.”정안이는 그들이 이렇게 어색하고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급히 가서 김연아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그러지 않아도 돼요. 저희 절로 할게요.”정안이가 가까이 오자 김연아는 다시 몸이 굳어졌고 숨도 크게 쉬지 못했으며 자신의 구린 옷이 이렇게 고귀하고 예쁜 사돈의 옷

  •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제1080화

    한편, 병실에서 한시간 넘게 잔 이적은 호사가 약 바꾸러 왔을 때야 잠에서 깼다.약을 바꾸고 나서 김연아는 이적에게 귤을 까주고 둘은 한 조각씩 나눠 먹으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딸이 고른 사위가 사람 참 괜찮네. 사 온 귤까지 너무 달콤해.”김연아는 감개무량해하며 말했다.이적은 귤 모양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이거 아마 엄청 비쌀걸.”“그럼, 큰 슈퍼마켓에 가면 이런 귤은 개별로 팔아. 소고기 양고기보다도 더 비싼 거야.”김연아는 달콤한 귤을 한 조각 입에 물고 말했다.이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호기심에 물었다.“우리 집이 저렇게 되었는데 사위한테 말하면 우릴 도와 해결해 주지 않을까?”김연아는 그를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우리 이런 일로 딸한테 폐 끼치면 안 돼. 그런 말은 꺼내지도 마.”“내가 뭔 폐를 끼쳤다고 그래. 사위가 돈이 그렇게 많은데 이 정도쯤이야 그 사람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잖아.”“입 닥쳐.”김연아는 분노하며 말했다.“그 사람이 돈이 있는 건 그 사람 일이야. 어쨌든 당신은 뻔뻔스럽게 손 내밀며 도와달라고 하면 안 돼. 우리가 아무리 가난해도 남의 것 탐내면 안 되는 거야.”“이 여편네는 항상 체면만 차리고 고집이 너무 세서 문제야.”김연아는 콧방귀를 뀌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사위 집안은 돈도 있고 권력도 있는 집안이라 우리 딸이 워낙 어울리지도 않는데 우리까지 사사건건 찾으면 사돈집에서 얼마나 귀찮겠어.”이어 이적은 시큰둥하게 물었다.“딸이 부잣집에 시집가면 그럼 부모도 모실 수 없다는 건가?”“당연히 모시겠지. 그것도 딸이 혼자 해야 하는 거지. 우린 최대한 사위 집안에 민폐를 끼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래야 딸의 결혼생활도 오래 갈 거잖아.”이적은 시큰둥하게 듣더니 몸의 상처도 생각 못 한 채 버럭 화를 내며 말했다.“사위는 왜 우릴 모시면 안 되는 건데?”“그럴 의무가 없잖아.”“근데 돈이 많고 그냥 조금만 줘도 너랑 나 남은 생은 아무 걱정 안 해도 되잖아.”이적은 화가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