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그저 부드럽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남하준의 마음은 감전된 듯 한바탕 격류가 흐르더니 나른해졌다.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까 봐 차마 올려다보지 못했다.“응, 방금 돌아왔어.”남하준은 덤덤하게 대꾸하며 계속 붕대를 묶어 주었다.“상처에 피가 좀 배어 나왔는데 약 발랐어?”서다인은 누워서 자신의 다친 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주머니께서 발라주셨어요.”“백하린이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남하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서다인은 순간 안색이 굳어지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말할 수 없는 거야?”서다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말하고 싶지 않아요.”너무 괴로웠다.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고, 한때의 자신이 그렇게 타락한 인생을 살았고 인간성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백하린은 서다인이 7개월 된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다.그녀는 살인 범이고 악마였다.남하준도 이를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좀 더 자.”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서다인은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목을 가다듬었다.“진짜 백하린을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요?”남하준은 개의치 않는 듯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백씨 집안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아마 경찰서에서 24시간을 넘기지 않겠지.”서다인은 허황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남하준은 부드러운 눈매로 그녀를 바라보며 옆에 누웠다.“백씨 가문에 대해서 좀 알아?”서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죠. 우리 나라 갑부잖아요.”“백씨 가문의 경제적 지위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야. 백하린의 할아버지 백진 어르신은 정통 어르신과 친분이 두터우셔.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가 백하린인데 어떻게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서다인 역시 남하준을 향해 옆으로 누운 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다음 내용을 기대했다.평소
새벽 4시.경찰서 입구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백하린은 백인호를 따라 경찰서에서 나와 고급차량에 올라탔다.그녀는 안전벨트를 메고 까칠하게 말했다.“왜 이제 와? 일부러 늦게 온 거지?”백인호는 불쾌하게 말했다.“비행기 타는데 시간이 걸렸어.”“할아버지가 아셨어?”“응.”“몰라. 나 군전 그룹으로 데려다줘.”운전대를 잡은 백인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목에 힘줄이 불끈 솟구쳐 올랐다.“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서다인 건드리지 마.”백하린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게 다 당신이 그때 마음이 약해져 그 년을 죽이지 못해 지금 사달이 난 거잖아!”백인호는 차갑게 웃으며 조롱했다.“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아.”이에 백하린은 이를 갈며 물었다.“백인호,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2년 동안 넌 완자 털끝만큼도 배우지 못했어. 퍽 하면 울고 남하준에게 애교 부리는 건 어렸을 때나 통하는 거지. 이제 어른이 됐으니 좀 진중할 때도 됐잖아. 그런데 넌 이미 도를 넘었어.”백하린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동안 내가 꼬신 남자는 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많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어.”백인호는 코웃음을 치며 차에 시동을 걸었고 차를 몰면서 주의를 주었다.“예전의 그 추잡하고 더러운 수단으로 남하준 유혹할 생각하지 마. 남하준은 다른 남자들이랑 달라.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이야.”백하린은 의자를 뒤로하고 거칠게 다리를 포갰다.그녀의 저속한 행동에 백인호는 힐끗 보고는 혐오스러운 듯 눈을 돌렸다.백하린은 화가 나서 따져 물었다.“그 년이 그림도 그릴 줄 알고 여러 나라 언어도 많이 알고 있다는 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지금은 남하준을 도와 화학 연구소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어. 대체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는 거야?”“지식이 얼마나 해박하고 깊은지는 나도 잘 몰라.”“그년이 자라는 걸 지켜본 삼촌인데 모른다고?”“해외에 나가고 나서 완
백하린은 끊임없이 기침하고 고통스럽게 심호흡하며 안색이 변했다. 더 이상 감히 백인호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백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운전을 계속하며 덤덤하게 말했다.“군전 그룹에 못 가. 아버지가 너 집에 데려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절대 완자를 우리 부모님 앞에 나타나게 하면 안 돼.”“왜?”백하린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는 코웃음을 치며 조롱하듯 말했다.“은경애 어르신 봐봐. 보통 어르신들은 직감으로 사람을 보셔. 네가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갖고 있던 상관하지 않는다고. 네가 아무리 DNA 감정서를 보여주고 흠잡을 데 없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어르신들은 과학을 믿지 않아.”“그 늙은이는 왜 아직 죽지도 않아. 치매 걸려서 멍청해서 그래.”백인호는 차가운 눈으로 곁의 여인을 힐끗 보았다.그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어떤 사람은 천성적으로 훌륭해서 아무리 형편없는 배경 조건을 줘도 어딜 가나 빛이 나고 매력적이다.그러나 어떤 사람은 타고난 천한 배아로 아무리 비싸게 포장해도 그 나쁜 천성을 숨기기 어렵다....날이 어슴푸레 밝았다.서다인은 가슴 옆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 뒤척이며 손으로 긁으려 했지만 거즈가 덮여 있어 긁을 수 없었다.남하준은 그녀의 움직임에 잠을 깼다.그는 아직도 반쯤 꿈에서 깨어 있는 사이에 계속 뒤척이는 서다인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인아, 왜 그래?”갑작스러운 친밀한 호칭에 정신이 번쩍 든 서다인은 눈을 부릅뜨고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감정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남하준도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녀에 대한 자상함이 실수로 새어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어색한 듯 목청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았다.“어디 아파?”서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려움증에 힘들었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른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너무 간지러워요.”그녀는 사실대로 말했지만 남하준은 몸이 움찔했다.그녀의 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간지럽
옷을 푸는 동작을 지켜보던 남하준의 몸과 마음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더 이상 통제되지 않았다.이어지는 시각적 충격은 그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잠옷이 서다인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잘록한 허리춤에 끼었다.어깨에 늘어뜨린 숱이 많은 긴 머리, 희미하게 보이는 매끄러운 등, 매력적인 선, 뽀얀 피부.그저 등에 불과했지만 아주 치명적이고 매력적이었다.남하준에게는 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서다인이 긴 머리를 옆으로 살짝 넘겼고, 그 순간 매혹적인 등 전체가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그는 눈이 뜨거워지고 입이 바짝 말랐다.‘내가 정말 미쳤지. 왜 상처를 보겠다고 해서.’서다인은 천천히 손을 뒤로 감아 손끝으로 속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남하준의 가슴도 벼락을 맞은 듯 움찔했고 온몸에 피가 역류했으며 뜨거운 기류가 아랫배에서 온몸으로 번져 꿈틀거렸다.그는 호흡이 가빠지고 약간 거칠어졌으며 심장이 요동쳤다.여자의 일거수일투족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치명적인 행동이었다.서다인은 뒤에 있는 남자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 몰랐다.그녀는 단순히 그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었다.속옷 끈이 풀린 뒤 가슴을 누르면서 속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한 뒤 손을 살짝 들어 옆구리를 상처를 보여주었다.“그럼 한번 봐줘요.”서다인은 부끄러워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남하준은 입을 약간 벌리고 숨을 쉬었는데 욕망에 타 죽을 것 같았고, 더위에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다.서다인이 몸을 옆으로 돌릴 때, 그는 그녀의 몸 전체를 거의 볼 수 있었다.그녀가 속옷을 손으로 누르자 새하얗고 불룩한 속살이 핑크색 속옷 가장자리에서 살짝 밀려 나온 것이다.이러한 시각적 충격은 혈기 왕성한 정상적인 남성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임이 틀림없었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건조한 입술과 혀를 다스고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속옷 끈을 밀어낸 다음 서다인의 가슴 쪽에 있는 거즈를 조심스럽게 젖혔다.그는 속옷 끈이 눌린 곳인 두툼한 가슴 옆구리에서 허리
“왜요?”정호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서다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았다.저녁밥은 류청이 가져다주었고, 늦은 밤에는 정호가 우유를 가져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오늘 밤 바쁘셔서 기숙사에 못 돌아와 주무시니 일찍 쉬시랍니다.”다음날 점심.서다인은 기숙사 책을 다 읽고 할 일이 없어 남하준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5번 연구소에 가서 교수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그녀가 방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아마 남하준이 보낸 사람일 것이다.서다인은 급히 다가가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고 밖에 낯선 남자가 서 있는데, 그는 군전 그룹의 호위대 제복을 입고 있었다.“사모님, 안녕하십니까.”남자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기숙사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군전 그룹 내부인일 것이다.“안녕하세요.” 서다인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을 6번 건물로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왔습니다.”“6번 건물은 뭐 하는 곳이죠?”서다인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프로그래밍 부서입니다.”프로그래밍 부서?서다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문을 닫고 남자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이 기숙사 건물을 나서자 입구에 있던 두 병사가 남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부대장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을 6번 건물로 모시라고 하셨어. 가까우니 너희들은 따라 오지 않아도 돼.”“네.”두 병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부대장이었구나!’서다인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안심하고 그를 따라갔다.그녀는 남자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주변 환경을 힐끗 보았는데, 도로가 좁고 양쪽에 관목이 비교적 많았으며 그 앞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다.서다인은 걸음을 멈추고 멍해졌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사모님, 왜 안 가십니까?”서다인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그녀는 5번 건물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러면
부대장은 차갑게 웃었다.“맞아, 조직은 배신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아. 지난번에는 운 좋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서다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힘없이 비틀거리며 머리가 하얘졌다.부대장이 총을 꺼내 그녀를 겨누었다.서다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기억을 잃기 전에 첩자였다?블랙 섀도우 조직이 남하준의 곁에서 기밀을 빼돌리기 위해 보낸 스파이였다고?부대장은 총을 들고 천천히 다가와 침착하게 말했다. “남하준은 이미 나를 조사하고 있어. 내가 바로 지난번 널 암살하려던 범인임을 곧 알아내겠지.”“내 정체가 탄로 났으니 곧 네 정체도 알아낼 거야.”“넌 언젠가 죽어. 조직의 손에 죽 든, 남하준의 손에 죽든.”서다인은 지금까지 이렇게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나쁜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무리 타락하고 더럽고 썩었더라도 그런 것들은 모두 고칠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하필 간첩이었을까?평생이 가도 지울 수 없는 오점이자 죄인이었다.남하준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원수이고 전 국민이 미워하는 간첩이라니.그녀는 남하준의 손에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절망한 서다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나 죽여.”남자는 총구를 서다인에게 겨누었고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더 이상 다음 생을 기대할 수 없었다.그녀 같은 사람은 아무리 반복해도 몸의 죄악을 씻을 수 없으니 남하준과 어울리지 않았다.순간 한바탕 총소리가 났다.서다인은 놀라서 몸을 떨었지만 그녀의 몸에는 어떠한 통증도 전해지지 않았다.문득 넓고 따뜻한 가슴이 달려와 그녀를 꼭 껴안고 익숙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바로 남하준이었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고 눈물은 그녀의 시선을 흐렸다. 녹초가 되어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도망가라니까 왜 가만히 있어?”낮지만 화가 난 남자의 목소리였다.서다인은 한마디도
류청은 여전히 무기력하여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그런 것 같네. 오늘 점심 먹을 때 도련님께서 닭다리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결국 식사를 한 입도 안 하셨잖아.”“도련님은 절대 음식을 낭비하시는 분이 아니야.”류청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래서 내가 다 먹었잖아.”류청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트림이 나올 것 같았다.정호는 몸을 기울여 류청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음모를 꾸몄다.“아니면 내가 안성에 가서 사모님을 데려올까?”“됐어. 열흘이나 떨어져 지내는 신혼부부가 어디 있어? 전화 한 통도 안 하고. 아마 두 분 사이에 감정이 없을 거야.”정호는 긴장된 표정으로 입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나 할 말 있어.”류청은 정호의 긴장에 감염되어 황급히 눈을 뜨고 몸을 굽혀 다가갔다. “무슨 말인데?”“사모님께서 남긴 편지 말이야. 그날 도련님이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셨어.”“그게 뭐?”“근데 그 편지가 어제 서랍에 있더라니까?”류청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정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눈빛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어제 도련님 고모가 청첩장을 보냈잖아. 도련님한테 알려줄까?”정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죽고 싶어? 고모님이 보내온 초청은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이라고 도련님이 진작 말했잖아.”류청은 정호를 힘껏 걷어찼다.“너 바보야? 안성에 돌아갈 핑계가 필요하다면 이번엔 혹시 참가하고 싶지 않겠어?”정호는 그제야 깨달았다.두 사람은 급히 일어나 사무실로 향해 문을 두드렸다.사무실 안에서 남하준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조용히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넓고 쓸쓸한 뒷모습은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도련님.”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남하준은 등을 돌린 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먼저 들어가 쉬어.”정호: “네.”류청은 겁이 많은 정호를 차갑게 쏘아보고는 말을 이었다.“도련님, 고모님께서...”그
“대단하지!”허윤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다인은 불안한 듯 멍하니 있었다.허윤미는 서다인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모습을 보이자 또 주의를 주었다.“하준이조차 피하는 사람이야. 이번에 돌아와서 분명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 거야.”서다인은 궁금한 나머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허윤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다인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방금 선샤인하우스에서 일하시는 거 봤는데 제가 도와드릴까요?”허윤미는 그제야 생각났다.“아 참. 선샤인하우스에 꽃들이 다 피었어. 시간 날 때 좀 잘라 꽃병에 꽂아주고 별장으로 옮겨서 진열해 줘.”서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시간 있어요. 몇 병이나 꽂을까요?”“꽃병은 내가 이미 선샤인하우스에 갖다 놓았어. 자, 나 따라와.”그러던 중, 허윤미는 자신도 모르게 서다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서다인은 마음속으로 약간 기뻐했다.자신과 남하준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이혼하든 남하준의 손에 죽 든 모두 시간문제라는 것도 잘 알지만 그녀는 결혼 기간 동안 가족들이 그녀를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서다인은 허윤미를 따라 별장을 나섰다.그때 군전 그룹의 무장차량 몇 대가 달려왔다.허윤미는 깜짝 놀라 감격에 겨워 달려갔다.“어머, 세상에! 우리 아들 차네!”서다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다가 남하준의 차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류청과 정호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서다인은 이미 심장 박동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고 긴장하여 온몸이 팽팽해졌고 호흡이 약간 흐트러졌으며 손목의 동맥이 마구 뛰었다.곧이어 남하준이 차에서 내렸다.열흘 만에 다시 보는 그는 여전히 늠름하고 멋있었다.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져 내리니 그렇게 눈이 부셨다.“엄마.”남하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허윤미와 껴안았다.그의 시선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서다인에게 쏠렸다.하지만 차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
지하 카지노 사무실.육건우는 자료를 책상에 던지고는 화가 나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임다희를 노려봤다.“너 혹시 남태준 스파이야?”임다희가 미소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는 같은 배에 탄 사람이잖아요. 내가 남태준을 도와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난 단지 애매한 단서만 줬지 실질적인 증거를 준 적은 없어요.”“요즘 사복 경찰이 계속 우리 촬영장 밖을 배회하고 가끔 항공사진 드론이 공중을 선회하고 또...”육건우는 책상으로 가서 서류뭉치를 집어던졌다.“이건 전부 최근 경찰들에게 적발된 물건이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젠장!”임다희는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육건우는 분노하여 임다희를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네 신분을 잊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남태준과 그 여자를 갈라놓겠다고 약속했고 그 동생까지 함정에 빠뜨렸어.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나를 고소했다고. 젠장.”임다희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사장님의 큰 은혜를 잊겠어요? 다만... 저는 다시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고 싶어요. 그런데 하필 태준이가 마약 경찰이잖아요. 그래서 저... 이 일에서 손 떼고 싶은데 보스에게 사정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육건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임다희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그해 남태준과 요트에서 탈출한 뒤 남태준은 그녀 때문에 다시 잡혀가 바다에 빠져 하마터면 숨질 뻔했지만 그녀는 사실 안전하게 귀국할 방법이 없었다.배후의 빅보스가 바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육건우가 빅보스에게 사정을 해서 그녀에게 살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녀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하여 마약을 갖고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그녀는 마지못해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십여 킬로그램의 마약을 촬영장 카메라 기둥에 숨긴 후 요트를 타고 귀국했다.그 이후로 그녀는 마약밀매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매번 물건을 가져오거나 몸을 헌신해야 했다.임
꽃가게 앞을 지날 때 남태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지우야. 나...”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는 재빨리 그를 끌고 나가 그의 팔을 껴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부질 없는 곳에 돈 낭비하지 말아요.”“여자들은 다 꽃을 좋아하지 않아?”지우에 의해 팔이 단단히 조여진 남태준은 아주 편안했고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안 좋아해요. 굳이 사주고 싶다면 차라리 다육식물을 줘요. 기르기도 쉽고 번식도 할 수 있잖아요.”“가방의 품질, 브랜드, 가격 중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가격이죠.”남태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소비 관념과 가치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또 물었다.“다이아몬드와 금 중에 뭐가 좋아?”“금이요.”지우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남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좋아. 알겠어.”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을 때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야!”지우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그녀를 부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로 그녀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해 준 중매인이었다.그녀는 빠르게 남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놀라움과 설렘이 가득해 말했다.“어쩐지 내가 그렇게 좋은 남자들을 소개해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눈이 이렇게 높았었네? 남편 어디 사람이야? 누가 소개해줬어?”지우는 어색하고 난처해하며 웃어 보였다.“친구가 소개해줬어요.”말하자면 백완자가 그들을 소개해 준 셈이었다.“외모도 빼어나고 큰 기에 몸매도 좋네. 어디 사람이야? 무슨 일 해?”역시 가십에 관심이 많은 중매인이었다.남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지 않았지만 지우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안성 사람이에요. 아주머니, 제가 얼른 가서 밥해야 해서요. 다음에 얘기 나눠요.”“안성 좋지! 큰 도시 사람이네!”지우는 남태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떠났다.그녀는 매우 급하게 걸었지만 남태준의 얼굴에는
지우는 긴장되어 귀가 빨개졌다.“싫어?”남태준은 그녀의 진심을 떠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와 재결합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허벅지에 몸을 기울여 앉았는데 긴장해서 등이 약간 뻣뻣했다.남태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덥석 끌어안고 뒤로 기댔다.지우는 그의 튼실한 가슴에 완전히 엎드렸고 몸이 나른해졌다. 수줍고 난처해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아주 편안하고 심장이 왠지 모르게 떨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만약 네가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남태준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갖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지우는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남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그의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불편하지 않아요. 거부감도 들지 않고요.”“그러니까 너 지금...”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가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남자는 움찔했다.지우는 눈을 감고 두 손을 천천히 남자의 어깨에서 뒤로 걸어 목을 감은 뒤 수줍고 서툴게 그의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심장이 천둥처럼 뛰었다.남태준은 몇 초 동안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마음은 더없이 흥분되었다.그는 지우의 뒤통수를 낚아채 옅은 키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의 입술과 혀는 그녀의 어금니를 비틀어 열고 곧장 달려들어 여자의 혀와 한데 엉켰다.“음!”지우는 그의 공세에 못 이겨 수줍은 소리를 냈다.그동안의 갈망과 그리움을 남태준은 한숨에 모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었다.지우를 꽉 껴안고 격렬하고 난폭한 키스를 계속 퍼부었다.긴 키스가 이어지고 지우는 입술이 다 아프고 호흡이 가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가슴을 밀면서 고개를 뒤로 뺐다.남태준은 아쉬운 듯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두 사람은 눈을 감고 서로 이마를 맞댔고 거친 호흡을 나누며 뜨거운 기운이 감돌
지우가 부랴부랴 그를 불렀다. “아니요. 나 안 더워요.”남태준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리모컨을 놓았다.그녀의 영롱한 큰 눈은 여전히 아름답고 맑고 깨끗했으며 매력적이었다.지우는 잔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후 용기를 내어 물었다. “태준 씨가 임다희와 사귀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남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지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여 남태준에게 건넸다.순간, 지우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이미 헤어진 이상 그와 다른 여자에 관해 물어볼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참지 못했다.확실히 묻지 않으면 그녀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다만 이때 그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녀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아 보일 수 있었다.모두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녀는 동생의 취업을 위해 목적을 갖고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지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뉴스를 본 남태준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긴장하며 설명했다.“지우야. 나와 다희 그런 사이 아니야. 나 믿어줘.”현재 임다희는 그의 정보원이기 때문에 보안 및 기밀 유지 계약으로 인해 임다희의 신분과 작업을 기밀로 유지해야 했으므로 지우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남태준은 지우가 자신을 믿지 못할까 봐 초조하게 이마를 짚고 죽을상이 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또 불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지우를 바라봤다.지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여자가 먹여준 음식 먹었어요?”“그저 보통 친구와 밥 한 끼 먹은 거야. 나와 다희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 아니야.”“안 먹었어요?”“응. 거절했어.”“아.”지우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오므렸다.그러자 둘 다 침묵에 빠졌다.남태준이 지우를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