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시간은 항상 빨리 지나가는 법이다.점심 식사를 마친 남하준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푹 쉬라고 말한 뒤 식판을 들고 방을 나섰다.아파트 문밖에서 류청과 정호는 멀리서 그가 깨끗한 접시를 들고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류청은 정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도련님 식사를 엄청 오래 하셨는데?”“사모님께서 천천히 드셨나 보지.”“기분은 좋아 보이셔.”정호는 예측했다.“곧 안 좋아지실 거야.”남하준이 다가오자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인사를 건넸다.두 사람의 곁을 지나가며 남하준은 눈빛이 엄숙해지더니 식판을 건네주며 덤덤하게 말했다.“씻어.”“네.”정호는 식판을 들고 류청과 함께 남하준의 뒤를 따랐다.남하준은 엄숙한 말투로 차갑게 물었다.“범인은 잡았어?”류청: “12명을 체포해 조사 중입니다.”“실험실 일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남하준이 걸으며 물었다.류청: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몇몇 교수들은 이미 골머리를 썩였고, 새로 온 하 교수도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남하준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미간이 구겨지더니 발걸음마저 빨라졌다.“광속탄 프로그램은 정상화 됐어?”“프로그램이 계속 미스터리 해킹을 당하고 파괴가 반복되면서 진행이 아주 더뎌지고 있습니다.”“훈련 일정은 언제야?”류청은 난처한 표정으로 몇 초 동안 침묵을 지켰다.“음...”남하준은 마음이 심란했다. 골치 아픈 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모두 어려움이 가득했다.“말해.”그는 조금 짜증이 났다.류청은 침울한 어조로 말했다.“훈련 장소에 매장된 폭발물이 발견됐다는 상부의 연락을 받고 잠시 취소됐습니다.”남하준의 발걸음이 멈추더니 건장한 체구가 꼿꼿이 서서 움직이지 않아 뒷모습이 무겁기 그지없었다.류청과 정호는 그의 어깨에 겹겹이 쌓인 무거운 짐이 보였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어 마음만 아팠다.류청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도련님, 그리고 한 가지 더 보고 드릴 일이 있습니다.”“말해.”“하린 씨께서 또 연구동에 놀러 가 몇몇 교수들과
그런데 정호가 눈에 들어왔다.그는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공손히 내밀었다.“사모님, 따뜻한 우유 한 잔 마시고 일찍 쉬십시오. 도련님께서 오늘 밤 몇 시에 돌아오실지 모릅니다.”서다인은 실망한 듯 뜨거운 우유를 받았다. “감사해요.”“별말씀을요.”서다인은 고개를 떨구고 물었다.“제가 아직 안 잤는지 어떻게 아셨어요?”정호는 급히 설명했다.“사모님, 절대 제가 훔쳐본 게 아닙니다. 제가 건물에서 야근하고 있는데 도련님께서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가져다드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일찍 쉬라고 당부하셨어요.”서다인은 깜짝 놀라 베란다 밖을 내다보았다.“하준 씨가 제가 아직 안 자는 걸 알아요?”정호는 이마의 식은땀을 닦았다. 그가 훔쳐보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까 봐 앞을 가리켰다. “베란다를 내다보면 몇 개의 큰길을 사이에 두고 저 가장 높은 빌딩의 꼭대기 층에 도련님께서 기숙사 쪽을 보실 수 있어요.”“숙소 건물 전체에 사모님 방에만 불이 켜져 있으니 당연히 도련님께서 아신 거죠.”서다인은 입술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남하준에 대한 그리움이 걱정과 안쓰러움으로 변했다.그가 일찍 돌아와서 쉬기를 바랐고 또 순조롭게 일을 완성하기를 바랐다.그녀는 두 손으로 따뜻한 유리잔을 비비며 조심스럽게 물었다.“혹시 하준 씨가 대체 뭐 때문에 바쁜지 알려주실 수 있나요?”정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해도 되는 적당한 일만 말했다.“훈련이 예기치 않게 취소됐고, 백하린 씨가 또 도련님께 폐를 끼쳐서 뒷수습하고 계십니다.”백하린?서다인은 심장이 조이고 시큰시큰해졌다.남하준은 늘 백하린을 방임하고 감싸고 돌았다. 무슨 잘못을 하든 뒷수습을 해주니 정말 그녀를 아끼는 것 같았다.정호는 생각하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사모님, 아직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는 일이 많아요. 도련님은 정말 바쁘세요. 게다가 요즘 골치 아픈 일이 많거든요.”정호는 말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난번에 백하린이 실수로 청유액을 깨뜨려 160억 원을 날렸어요. 어렵게
동틀 무렵.사무실 건물 안에는 아직도 많은 고위 간부들이 모여 있었다.잠옷 바지에 얇은 코트를 걸친 채 건물 안에 나타난 서다인의 모습에 모두가 경악했다.남하준은 눈빛을 흐리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말했다.“일찍 쉬라니까?”“그 실험실이 5번 연구소에 있어요?”서다인이 다급하게 묻자 남하준은 의문스러웠다.“뭐?”서다인은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속삭였다.“방금 정호 씨한테 계속 청유액을 정제하지 못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제가 시도해보려고요.”남하준의 차가운 눈이 정호를 쏘아보았고, 놀란 정호는 식은땀을 흘리며 황급히 머리를 움츠리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돌아가서 서다인을 달래 일찍 자게 하라고 보냈거늘, 자기는커녕 그녀에게 걱정거리를 말해 여기까지 오게 했으니...“네가 할 수 있다고?”남하준은 의아해했다.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가 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자신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방법은 알고 있지만 가능한지는 모르겠어요. 일주일 동안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요. 차라리 제가 시도해볼게요.”그녀의 손을 노려보던 남하준은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그 부상 입은 두 손으로?”서다인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떨구고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그럼 조수 두 명만 붙여줘요.”남하준은 하루 종일 긴장했던 마음이 그녀를 보자 왠지 풀리는 것 같았다.모든 골치 아픈 일들이 순식간에 덜 중요해졌다.그는 지금 자신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녀에게 기회를 주었다.“얼마나 걸려?”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모르겠어요.”남하준은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았다.“너무 늦었어. 먼저 돌아가서 쉬고 내일 해봐.”“그래도 온 김에 해보고 싶어요.”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미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평소 빈틈없이 위엄있고 패기 넘치던 남하준이 지금 서다인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었다.지금 그의 온화한 태도는 방금 그 엄숙하고 냉엄한 태도와는 정반대였다.모두 그들이 무슨 이야기를
모든 화학자와 교수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놀랐다.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급히 인터넷을 열어 검색했다.[세계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몇 명이나 될까?]이때 한 화학자가 남하준에게 다가와 감격의 목소리로 가늘게 떨며 말했다.“도련님, 확인해보니 이 세상에서 청유액의 순도를 추출할 수 있는 화학자가 열 명도 안 돼요. 게다가 이것들은 모두 선진국의 비밀 기술입니다. 그 나라들은 모두 이 기술로 돈을 벌고 있어요.”남하준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열 명?”“하지만 자료에는 이 화학자들의 개인정보가 공개돼 있지 않아요.”점점 더 많은 고위 간부들이 남하준을 둘러싸고 이것저것 묻기 시작했다.“사모님께서 어찌하여 우리 나라 최고 화학자보다도 더 대단하십니까?”“도련님, 사모님은 어디서 기술을 배웠습니까?”“사모님께서 지난번에도 청유액 중독 사건을 해결하셨어요. 이건 분명 우연이 아니에요. 사모님께 분명 숨겨진 신분이 있을 겁니다.”“도련님, 말씀 좀 하십시오.”남하준은 굳어진 얼굴로 대답했다.“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요?”“하지만...”“청유액 정제에 성공한 건 좋은 일이니 모두 돌아가서 쉬세요.”“네, 도련님도 일찍 쉬십시오.”모두들 놀라움을 안고 떠들썩하게 떠났다.이윽고 엘리베이터가 다시 울리고 문이 열리자 서다인이 태연하게 걸어 나왔다.남하준이 막 발걸음을 떼자 연구실 교수들이 그녀를 에워싸 발 디딜 틈이 없었다.평소 점잖던 과학자들은 지금 걷잡을 수 없이 흥분하여 그녀에게 청유액에 대한 지식을 계속 물었다.지식 탐구에 목마른 눈빛이 마치 아이돌 팬 미팅 같았다.하지만 그 ‘아이돌'은 유세를 떨지 않고 매우 겸손하게 질문에 대답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났지만 이 과학자들과 노교수들은 지치기는커녕 점점 더 흥분했다.남하준은 정호에게 눈짓했다.그는 곧바로 뜻을 알아채고 다가가 그들의 열정을 제지했다.“사랑하는 교수님들, 오늘은 시간이 너무 늦었어요. 사모님 아직 상처가 다 낫지
남하준은 서다인에게 다가가 검은 눈동자가 흐릿해지더니 갑자기 몸을 숙였다.서다인은 놀라서 뒤로 넘어져 침대에 누웠고 심장이 마구 벌렁거렸다.남하준은 한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그녀의 양옆에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남자의 위험한 수컷의 기운이 순식간에 서다인에게 감돌았고 그녀는 호흡이 흐트러졌고 긴장해서 어쩔 줄 몰랐다.그는 진지하게 도발했다.“내가 널 안고 두 바퀴 돌기라도 할까? 아니면 들고서 우쭈쭈하길 바라?”“난 그런 뜻이 아니에요.”서다인은 놀라서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남자는 왜 농담도 이렇게 진지하게 할까?“그저... 연구소에서 나온 후로 당신 기분이 계속 안 좋아 보여서요. 나랑 별로 말도 안 하고.”서다인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지만 자기 생각을 최대한 또렷하게 표현했다.남자는 입꼬리를 올리더니 덤덤하게 말했다.“청유액 정제에 성공했으니 많은 돈을 절약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기술을 크게 발전시킬 수 있어 당연히 기쁘지.”“그럼 또 내 신분을 의심해서 그런 거예요?”“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네 정체를 쭉 의심해왔는데, 또 라니?”서다인은 눈살을 찌푸리고 그를 불만스럽게 바라보며 그의 심정을 간파하려 노력했다.그녀의 고민스럽고 불안한 모습을 보기 싫었던 남하준은 위로를 건넸다.“나 기분 안 나쁘니까 그만 생각해. 나 지금 엄청 기뻐. 하지만 네가 준 충격과 놀라움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할 뿐이야. 알겠어?”서다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몰라도 돼. 어서 자. 새벽 한 시야.”남하준은 벽시계를 가리키며 말했고 서다인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잠이 안 와요.”남하준은 눈치채기 힘든 뜨거운 눈빛을 번뜩이며 목소리를 낮췄다.“그럼 나 샤워하고 나서 에너지 소모 좀 할까?”그의 말이 끝나자 서다인은 즉시 눈을 감고 부끄러워하며 말했다.“나, 나 졸려요.”남하준은 씁쓸하게 웃더니 천천히 일어나며 서다인이 그와 부부 성생활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며 다소 서운했다.그녀는 도대체 누구를 위해 몸을 옥처럼 지킬까?그는
서다인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으며 차갑게 물었다.“무슨 일이야?”백하린은 어깨를 으쓱하며 느릿느릿 말했다.“별 건 아니고. 그냥 하준 오빠랑 언제 이혼할 생각인지 묻고 싶어서.”서다인은 그녀의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우리 이혼할 생각 없어.”백하린은 코웃음을 치더니 서다인에게 달려들어 다짜고짜 두 팔을 벌려 말했다.“자기가 진짜 장군 사모님이라도 된 줄 알아? 본인 주제를 알아야지. 그 더러운 과거가 세상에 알려지면 오빠 얼굴에 얼마나 먹칠을 하겠어? 오빠가 좋아하는 건 나야. 당신은 그저 우리 사이에 끼어든 제3자라고.”서다인은 애써 화를 누르며 수양 있게 설명했다.“3년 전 할머니라 나보고 하준 씨랑 결혼하라고 했어. 그때 하준 씨는 아마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을 거야. 그래서 난 할머니 요구를 거절했고.”“후에 당신이 돌아왔어. 우리 결혼하기 전 1년 전에 아마 당신이 돌아왔었지? 만약 하준 씨가 정말 당신을 사랑한다면 왜 당신이 아닌 나랑 결혼했을까?”“그건...”백하린은 말문이 막혔고 서다인이 말을 이었다.“그건 당신이랑 애초부터 결혼할 마음이 없었다는 거야.”백하린은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헛소리!”“만약 여전히 당신을 사랑한다면 분명 나랑 이혼하고 당신이랑 결혼했겠지.”주먹을 불끈 쥔 백하린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고 물었다.“하준 오빠가 당신 좋아한다고 말했어?”“아니.”서다인이 사실대로 말한 건 이 여자가 더 이상 귀찮게 굴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이 답을 들은 백하린은 득의양양해서 말했다.“하긴, 어느 정상적인 남자가 헌 신발을 신겠어?”서다인은 심호흡했다.개에게 한 입 물렸다고 해서 똑같이 물어뜯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이런 소질 없는 사람과 말을 섞는 자체가 에너지 낭비였다.서다인은 그녀를 무시한 채 그녀 곁을 지나 엘리베이터로 들어갔다.백하린도 서다인의 뒤를 따라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다.문이 닫히고 서다인은 1층 버튼을 누르고 똑바로 서서 엘리베이터의 숫자를 올려다보았다.백하린은
순간, 이미 서다인 앞에 다가온 백하린은 그녀의 손목을 잡더니 자신을 세게 밀었다.“안돼!”백하린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지르며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굴러떨어지는 동작이 너무 맹렬하여 결국 계단 아래의 석상에 부딪혔다.그녀의 머리에서는 피가 뚝뚝 흘렀다.“여기 누가 사람 죽여요!”백하린은 울면서 병사 곁으로 기어가 공포에 질린 듯 말했다.“도와주세요. 서다인이 날 죽이려 해요.”병사는 급히 백하린을 일으켜 세우고는 어찌할 바를 모르며 계단 위의 서다인을 쳐다보았다.서다인은 입이 떡 벌렸고 어이가 없었다.‘또 또 또 날 모함해?’그녀는 백하린의 속임수를 여러 번 맛보았지만 점점 더 독해질 줄이야.백하린은 피 나는 이마를 감싸고 병사들 뒤로 숨어서 벌벌 떨며 애처롭게 울었다.“빨리 경찰에 신고해 주세요. 서다인이 절 죽이려 해요.”이때 구경꾼들이 점점 많아졌다.다들 서다인의 신분을 알고 함부로 말도 못 하고 경찰에 신고도 못 했다....수도로 가는 고속도로.조수석의 정호는 전화를 받고 얼굴이 굳어지더니 뒷좌석의 남하준에게 급히 몸을 돌려 말했다.“도련님. 큰일 났습니다.”남하준은 손에 있던 자료를 접더니 물었다.“무슨 일이야?”“사모님께서 백하린 씨를 다치게 했다고 지금 경찰을 불러 사모님을 체포한답니다.”남하준은 주먹을 불끈 쥐며 안색이 굳어졌다.“차 돌려.”정호는 시간을 보았다.“하지만...”“당장!”남하준은 분노가 끌어 올랐다.“네.”아무도 감히 그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했다.30분 거리를 남하준의 차는 15분 만에 군전 그룹으로 돌아왔다.기숙사 밖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고 두 파의 대열이 총을 들고 대치하고 있었다.검은 전복을 입은 병사들이 서다인을 꼭 감싸고 있었고 갈색 경찰복을 입은 경찰관도 지지 않고 기세등등하게 사람을 잡아가려 했다.장관 유시혁이 입을 열었다.“국방 무기를 다루는 사람은 무기만 잘 다루시죠. 사람을 다치게 하는 형사사건은 우리 관할입니다.”병사는 엄숙한 표정으로 소
모두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바라보았다.남하준은 화가 난 듯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고 그 뒤에는 그의 좌보우필인 류청과 정호가 따라왔다.“도련님.”군전 그룹 병사들은 부랴부랴 인사를 건넸고, 그가 나타나자 사기도 치솟았다.병사들 뒤에 서 있던 서다인은 줄곧 평온했지만 남하준이 나타난 것을 본 순간 눈동자가 촉촉해졌다.그녀는 마음이 혼란스러웠다.누명을 쓰는 것도 두렵지 않았고 다른 사람의 시선도 두렵지 않았다.다만 남하준이 자신을 오해하고 싫어하는 것이 가장 두려웠다.강한 카리스마의 남하준이 유시혁 앞에 다가서자 그 기세가 삼엄했다.꼿꼿하고 큰 산 같은 존재가 우뚝 서 있자 유 장관의 기세는 순식간에 수그러들더니 태도마저 온화해졌다.“도련님, 저는 지금 제 관할 구역에서 불법 범죄를 저지른 범인을 체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기를 거두어 주시고 범인을 저에게 넘기시죠. 저 곤란하게 하지 마십시오.”남하준은 차가운 눈으로 옆에 있는 백하린을 흘끗 쳐다보았다.긴장한 백하린은 침을 꿀꺽 삼키고 급히 눈물을 몇 방울 짜내며 남하준에게 달려들었다.“오빠, 다인 언니가 나 죽이려고 했어요. 흑흑... 절대 용서해주지 말아요.”남하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짚고 접근하지 못하게 했고 얼굴은 어둡고 눈빛은 차가웠다.상황을 본 류청과 정호가 즉시 앞으로 나아가 백하린을 붙들고 뒤로 물러났다.백하린은 엉엉 울기 시작했다.“흑흑... 오빠. 서다인이 나 죽이려고 했다니까요. 오빠는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잖아요. 절대 범인을 두둔하면 안 돼요!”서다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남하준에게 해명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말로 백하린을 이길 수 없었다.유시혁은 차갑게 웃었다.“저도 정의롭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사람이라 오늘 이 범인을 반드시 데려가야겠네요.”남하준은 깊고 차가운 눈을 들어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백하린, 고소 취하해.”백하린은 애처롭게 눈물을 닦으며 겁에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오빠, 그건 절대 안 돼요. 서다인이
“그래 그럼.”남태준은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 아무리 쓸쓸하고 힘들어도 그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었다.지우가 그의 곁에 있는 한 그는 반드시 그녀의 마음, 그녀의 사랑, 그녀의 모든 것을 기다릴 수 있었다.그때, 입구의 벨이 울렸다.지우는 궁금한 얼굴로 남태준을 보았고 남태준도 입구를 보았다.“이 시간에 누구죠?”지우가 묻자 남태준이 잠시 생각하더니 답했다.“아마 신우일 거야.”“먼저 먹고 있어. 무슨 일로 왔는지 물어볼게.”말하면서 그는 거실로 나와 문을 열었다.순간 남태준의 안색이 일그러졌다.바로 임다희였다.방금 차에서 내린 그녀는 한참을 생각했지만 이대로 남태준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다시 그와 이야기를 나누려고 찾아왔다.“태준아 난...”남태준은 바로 나가서 문을 닫고 임다희의 팔을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집에 지우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두 사람이 재결합했다는 것을 임다희가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다희가 알면 지우에게 아무런 이득도 없고 불필요한 문제만 일으킬 수 있었다.그는 임다희가 그의 집에 있다는 것을, 임다희가 지우와 재결합했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여긴 왜 왔어?”남태준은 불쾌한 듯 묻더니 그녀의 팔을 끌고 마당으로 향했다.임다희는 남태준의 언짢음과 난폭함을 느끼고 말했다.“너랑 다시 잘 얘기하려고 찾아왔어. 방금 너 쓰레기라고 욕한 거 사과할게. 너무 슬퍼서 홧김에 내뱉은 말이지 진심이 아니었어.”“나 쓰레기 맞아.”남태준은 그녀를 마당 밖으로 끌고 나가 철제 난간을 나와 철문을 걸어 잠그고 마당 바깥 입구에 서 있었다.“우리 친구는 될 수 있지만 연인으로는 얘기가 이미 끝났어.”“우리 앉아서 얘기 좀 해. 우리 다시 시작하자.”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그의 덤덤한 눈을 올려다보며 울먹였다.“나 많이 변했어. 더 이상 이전의 임다희가 아니라고. 나 너를 많이 사랑해. 정말 많이 사랑한다고.”남태준은 몇 초 동안 어이없어 하더니 엄숙하게 말
지우는 예전에는 자신이 어떤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몰랐는데 이제는 알게 되었다.그녀는 남태준 같은 유형의 남자를 좋아했다.이런 성격 때문에 그를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를 좋아함으로써 그의 성격도 좋아하게 된 것이다.지우는 부끄러운 듯 그의 목을 감싸고 나지막이 속삭였다.“아니요. 난 당신 같은 돌직구가 좋아요.”남태준은 따뜻한 눈빛으로 그녀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맑고 큰 눈과 촉촉한 입술을 보니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마음이 심란했다.그는 목젖을 위아래로 굴리며 그녀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감싸 안고 일어서더니 매력적인 목소리로 속삭였다.“가자. 밥 먹으러 가자. 다른 일에 주의력을 돌리지 않으면 내가 널 잡아 먹을 것 같아.”지우는 부끄러워하며 그의 어깨에 고개를 푹 묻었다.남태준은 그녀를 안고 식탁 앞에 놓아주었고 식탁 위의 반찬 세 가지와 국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너 정말 요리를 잘하는구나. 먹기도 전에 군침이 돌 정도로 비주얼이 훌륭해.”지우는 기분 좋게 앉아 그에게 국을 떠 주었다.남태준도 따라 앉아서 젓가락을 들어 한 입 맛보더니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맛있어. 지우가 한 음식이 이렇게 맛있다니.”지우는 그가 맛있게 먹는 걸 보고 뿌듯해졌다.그녀가 만든 건 그저 일상적인 가정식 음식이었고 평범한 재료를 이용해 만든 조리 방법도 단순했다.갈비찜, 토마토 달걀 볶음, 청경채, 그리고 어두 무찌개였다.그러나 남태준은 세상 맛있는 음식을 먹는 듯 싱글벙글했다.“내가 한 음식이 맛있다면서 그래도 나 음식 못하게 할 거예요?”지우가 궁금해서 묻자 남태준이 피식 웃더니 입에 든 음식을 삼키고 목을 축이고 말했다.“만약 네가 음식 만드는 거 좋아하고 취미라면 그리고 힘들지 않다면 해도 돼.”“하지만 네 취미도 아니고 임무를 완성하는 것처럼 한다면 매일매일 똑같은 일을 거듭하며 네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어. 그러면 너도 힘들잖아.”남태준은 손을 뻗어 그녀의 손등을 만지며 부드럽게 중얼거렸다
남자는 손으로 지우의 허리를 꼭 껴안고 눈빛은 뜨거웠다.“내 침대에서 좀 더 오래 자지 그랬어?”“네?”지우가 의혹스러운 듯 맑은 눈망울을 깜빡이며 어리둥절했다.“내가 돌아오면 같이 잘 수 있게.”지우는 얼굴이 살짝 뜨거워졌고 그의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수줍게 중얼거렸다.“누구 좋으라고요!”“앞으로 나 밥해주지 마.”남태준은 그녀의 하얀 작은 손을 만지고 입가에 끌어당겨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왜요?”지우는 자신의 요리 솜씨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집에서도 늘 그녀가 요리했으니.“내가 돌아와서 하면 돼. 내가 바쁘면 요리사 부르면 되고.”남태준은 그녀의 손을 문지르며 안타까워하며 바라보았다.“내 여자친구는 요리나 집안일 같은 거 할 필요 없어.”그 말을 들은 지우는 호기심에 물었다.“그럼 여자친구가 뭘 해줬으면 좋겠어요?”남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정신적 지주 같은 역할? 나에게 네 일을 공유하고 내 일을 경청하고 각자의 일을 마친 후 함께 시간을 보내며 시시한 일을 했으면 좋겠어.”“뭐가 시시한 일인데요?”“영화 보고 밥 먹고 산책하고 쇼핑하고...”남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갑작스러운 키스에 지우는 저도 모르게 수줍은 소리가 목구멍에서 새어 나왔다.그의 키스는 뜨거웠고 큰 손은 천천히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의 엉덩이를 안으로 오므렸다.진한 키스가 뜨거워질수록 지우는 그의 몸 반응이 점점 강렬해지는 것을 느꼈다. 앉은 위치가 애매해 커다란 것이 몸에 받치는 느낌이 들었다.그녀의 온몸은 저도 모르게 나른해지고 팔다리에는 마치 전류가 흐르는 것 같고 아랫배가 공허해졌다.떨림, 수줍음 그리고 왠지 모를 두려움이 그녀를 도망치게 했다.그녀가 옮기려고 할수록 남태준이 그녀를 껴안고 더 바싹 달라붙었다.진한 키스가 불러온 욕망에 두 사람의 숨결은 가빠졌다.남태준은 천천히 그녀의 입술에서 떠나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제 목소리를 잃은 듯 쉰 목소리로 가볍게 중
“그럼...”임다희는 믿기 싫은 듯 눈물이 핑 돌았다.“내가 목숨 걸고 널 구한 건 내가 경찰이기 때문이야. 사적인 감정은 전혀 없었어.”“그럴 리 없어.”임다희는 분노하여 눈물이 방울방울 흘러내렸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고 울먹였다.“나 절대 못 믿어. 나 사랑하지 않는데 어떻게 날 위해 목숨을 버릴 수 있어?”남태준은 긴 한숨과 함께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임다희, 난 널 위해 목숨을 버린 적 없어.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무슨 논리?”임다희가 눈물을 쓱 닦았다.“넌 그래도 내가 사귀었던 여자친구니까 측은한 마음에 그 요트를 떠나라는 것을 상기시켰을 뿐인데 네가 내 신분을 폭로한 거야.”남태준은 그녀를 구하려던 동기를 차근차근 분석해줬다.“네가 내 스파이 신분을 폭로하면서 우리 둘 다 위험에 빠졌어. 도망가야 하는 상황에서 경찰로서 난 절대 자기 살길만 도모하고 다른 사람을 나 몰라라 할 수 없었어. 경찰의 책임감으로 너 데리고 도망친 거야.”임다희는 입술을 질끈 깨물고 이해하기 어려웠다.남태준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죽을 뻔한 건 너를 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네가 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야.”지금 남태준이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 것은 그의 관대함 때문이었다.“너 지우 때문에 여기 와서 일하는 거야?”임다희가 눈물이 흐릿해져서 묻자 남태준이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맞아.”“하지만 지우가 너를 차버렸어.”임다희는 눈물을 닦고 고상한 자태를 뽐내며 조롱하듯 물었다.“이번에도 흔쾌히 승낙하고 깨끗이 잊은 거야?”남태준은 입술을 오므리고 몇 초 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질투가 많은 여자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했다.“맞아. 깨끗이 잊었어. 이미 끝난 인연이고 지나간 사람을 놓아주지 않으면 어떻게 새로운 사람을 만나겠어? 이 세상에 여자가 수도 없이 많은데 한 나무에만 매달릴 필요 없잖아?”임다희는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고 눈빛이 차가워지더니 매섭게 말했다.“쓰레기!”그리고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더니 문을
사람은 기쁜 일이 생기면 기분이 상쾌한 법이다. 하루 종일 바빠도 지우와의 관계를 회복한 생각만 하면 속으로 은근히 기뻐 났다.남태준이 막 차 옆으로 다가갔을 때 임다희가 차 뒤에서 걸어왔다.“태준아.”남태준은 멈칫하고 고개를 돌려 여유롭게 물었다.“임다희? 무슨 일이야?”“할 얘기가 있어. 아주 중요한 얘기야.”임다희는 엄숙한 태도로 말했다.“타.”남태준이 쿨하게 대답하자 임다희는 그의 차에 올라탔고 남태준이 시동을 걸고 떠났다.차 안에서 남태준이 물었다.“어디서 얘기할래?”“너희 집.”남태준은 미간을 찌푸리고 단호하게 거절했다.“그건 안돼.”“아주 중요한 일이야. 반드시 사람 없는 곳에서 얘기하고 싶어서 그래.”임다희는 남자의 준수한 얼굴을 바라보며 뜨거운 눈빛을 내뿜으며 엄숙하게 말했다.“마약 거래에 관한 얘기야.”“그럼 지금 얘기해.”남태준은 차를 길가에 세웠다.“차 안에는 우리 둘만 있으니까 안전해.”임다희가 앞뒤를 돌아보니 이 길은 행인도 없고 오가는 차량도 뜸했다.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남태준이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하자 마지못해 핸드백을 열어 그 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네주었다.“이 시간에 거래가 있을 거야.”그의 다년간 사건 처리 경험으로 볼 때, 이렇게 명확한 거래 장소와 시간은 임다희가 절대 알 수 없었다.이 정보가 가짜이거나, 누군가가 그녀에게 준 것이 틀림 없었다.“어디서 났어?”남태준이 묻자 임다희는 조금 켕긴 듯 대답했다.“건달인 친구가 알아낸 정보인데 내가 샀어.”남태준은 입꼬리를 꼬며 그녀의 거짓말이 좀 억지스러워서 계속 물었다. “네가 마약 형사도 아니고 이 정보를 왜 사는데?”“너 주려고.”남태준은 움찔하더니 침묵했다.임다희는 애정 어린 눈으로 남태준을 지그시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태준아, 우리 다시 만나자.”남태준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뭐라고?”임다희는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울먹였다.“전에는 내가 미안했어. 네
지하 카지노 사무실.육건우는 자료를 책상에 던지고는 화가 나서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짚고 임다희를 노려봤다.“너 혹시 남태준 스파이야?”임다희가 미소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그럴 리가 있나요? 우리는 같은 배에 탄 사람이잖아요. 내가 남태준을 도와서 얻을 수 있는 게 뭔데요? 난 단지 애매한 단서만 줬지 실질적인 증거를 준 적은 없어요.”“요즘 사복 경찰이 계속 우리 촬영장 밖을 배회하고 가끔 항공사진 드론이 공중을 선회하고 또...”육건우는 책상으로 가서 서류뭉치를 집어던졌다.“이건 전부 최근 경찰들에게 적발된 물건이야.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젠장!”임다희는 긴장해서 침을 삼키고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육건우는 분노하여 임다희를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네 신분을 잊지 마. 내가 너를 도와 남태준과 그 여자를 갈라놓겠다고 약속했고 그 동생까지 함정에 빠뜨렸어. 그런데 그 여자가 지금 나를 고소했다고. 젠장.”임다희는 웃어 보이며 말했다.“제가 어떻게 사장님의 큰 은혜를 잊겠어요? 다만... 저는 다시 전 남자친구와 재결합하고 싶어요. 그런데 하필 태준이가 마약 경찰이잖아요. 그래서 저... 이 일에서 손 떼고 싶은데 보스에게 사정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육건우는 어이없다는 듯이 눈살을 찌푸린 채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이 일에서 손을 떼겠다고?”임다희가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그해 남태준과 요트에서 탈출한 뒤 남태준은 그녀 때문에 다시 잡혀가 바다에 빠져 하마터면 숨질 뻔했지만 그녀는 사실 안전하게 귀국할 방법이 없었다.배후의 빅보스가 바로 그녀를 죽이려고 했지만 육건우가 빅보스에게 사정을 해서 그녀에게 살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초기에는 그녀의 연예인 신분을 이용하여 마약을 갖고 귀국해야 한다는 것이 조건이었다.그녀는 마지못해 그 부탁을 들어주었다. 십여 킬로그램의 마약을 촬영장 카메라 기둥에 숨긴 후 요트를 타고 귀국했다.그 이후로 그녀는 마약밀매 조직의 일원이 되었고 매번 물건을 가져오거나 몸을 헌신해야 했다.임
꽃가게 앞을 지날 때 남태준이 걸음을 멈추었다.“지우야. 나...”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는 재빨리 그를 끌고 나가 그의 팔을 껴안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부질 없는 곳에 돈 낭비하지 말아요.”“여자들은 다 꽃을 좋아하지 않아?”지우에 의해 팔이 단단히 조여진 남태준은 아주 편안했고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가득 번졌다.지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난 안 좋아해요. 굳이 사주고 싶다면 차라리 다육식물을 줘요. 기르기도 쉽고 번식도 할 수 있잖아요.”“가방의 품질, 브랜드, 가격 중 어떤 걸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가격이죠.”남태준은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소비 관념과 가치관에 대해 더 알고 싶어 또 물었다.“다이아몬드와 금 중에 뭐가 좋아?”“금이요.”지우가 고민도 없이 대답하자 남태준은 가볍게 웃으며 그녀의 예쁜 얼굴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말했다.“좋아. 알겠어.”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걷고 있을 때 흥분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우야!”지우가 멈칫하고 뒤를 돌아보더니 그녀를 부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바로 그녀에게 맞선 상대를 소개해 준 중매인이었다.그녀는 빠르게 남태준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빠른 걸음으로 걸어와 놀라움과 설렘이 가득해 말했다.“어쩐지 내가 그렇게 좋은 남자들을 소개해줘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더라니. 알고 보니 눈이 이렇게 높았었네? 남편 어디 사람이야? 누가 소개해줬어?”지우는 어색하고 난처해하며 웃어 보였다.“친구가 소개해줬어요.”말하자면 백완자가 그들을 소개해 준 셈이었다.“외모도 빼어나고 큰 기에 몸매도 좋네. 어디 사람이야? 무슨 일 해?”역시 가십에 관심이 많은 중매인이었다.남태준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지 않았지만 지우는 조금 당황한 듯했다.“안성 사람이에요. 아주머니, 제가 얼른 가서 밥해야 해서요. 다음에 얘기 나눠요.”“안성 좋지! 큰 도시 사람이네!”지우는 남태준의 손을 잡고 서둘러 떠났다.그녀는 매우 급하게 걸었지만 남태준의 얼굴에는
지우는 긴장되어 귀가 빨개졌다.“싫어?”남태준은 그녀의 진심을 떠보고 싶었다. 진심으로 그와 재결합하고 싶은지, 아니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인지.지우는 자리에서 일어나 천천히 그의 허벅지에 몸을 기울여 앉았는데 긴장해서 등이 약간 뻣뻣했다.남태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를 덥석 끌어안고 뒤로 기댔다.지우는 그의 튼실한 가슴에 완전히 엎드렸고 몸이 나른해졌다. 수줍고 난처해 감히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그의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아주 편안하고 심장이 왠지 모르게 떨리면서 색다른 느낌을 주었다.“만약 네가 불편하거나 거부감이 든다면 너무 무리하지 않아도 돼.”남태준은 그녀를 사랑하고 그녀를 갖고 싶었지만 그녀가 자신 때문에 괴로워하는 건 보고 싶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지우는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남태준의 어깨에 두 손을 얹고 그의 깊고 아름다운 검은 눈동자를 올려다보며 말했다.“나 불편하지 않아요. 거부감도 들지 않고요.”“그러니까 너 지금...”남태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우가 갑자기 입을 맞추었다.그러자 남자는 움찔했다.지우는 눈을 감고 두 손을 천천히 남자의 어깨에서 뒤로 걸어 목을 감은 뒤 수줍고 서툴게 그의 따뜻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그녀는 심장이 천둥처럼 뛰었다.남태준은 몇 초 동안 멍해졌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마음은 더없이 흥분되었다.그는 지우의 뒤통수를 낚아채 옅은 키스를 뜨겁게 달구었다. 그의 입술과 혀는 그녀의 어금니를 비틀어 열고 곧장 달려들어 여자의 혀와 한데 엉켰다.“음!”지우는 그의 공세에 못 이겨 수줍은 소리를 냈다.그동안의 갈망과 그리움을 남태준은 한숨에 모두 보상받고 싶은 심정이었다.지우를 꽉 껴안고 격렬하고 난폭한 키스를 계속 퍼부었다.긴 키스가 이어지고 지우는 입술이 다 아프고 호흡이 가쁜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남자의 가슴을 밀면서 고개를 뒤로 뺐다.남태준은 아쉬운 듯이 그녀를 놓아주었다.두 사람은 눈을 감고 서로 이마를 맞댔고 거친 호흡을 나누며 뜨거운 기운이 감돌
지우가 부랴부랴 그를 불렀다. “아니요. 나 안 더워요.”남태준이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리모컨을 놓았다.그녀의 영롱한 큰 눈은 여전히 아름답고 맑고 깨끗했으며 매력적이었다.지우는 잔을 내려놓고 심호흡을 한 후 용기를 내어 물었다. “태준 씨가 임다희와 사귀는지 물어보려고 왔어요.”남태준이 미간을 찌푸린 채 이해가 안 가는 표정으로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지우는 휴대전화를 꺼내 인터넷에서 뉴스를 검색하여 남태준에게 건넸다.순간, 지우는 자신의 이런 행동이 지나치다고 느꼈다. 이미 헤어진 이상 그와 다른 여자에 관해 물어볼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참지 못했다.확실히 묻지 않으면 그녀는 단념하지 않을 것이다.비록 죄책감을 느끼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었다.다만 이때 그 이야기를 거론하는 것은 그녀의 목적이 단순하지 않아 보일 수 있었다.모두 그녀의 어머니와 동생이 저지른 일이지만 그녀는 동생의 취업을 위해 목적을 갖고 남태준과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그렇게 생각한 지우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뉴스를 본 남태준의 안색이 순간 어두워지더니 긴장하며 설명했다.“지우야. 나와 다희 그런 사이 아니야. 나 믿어줘.”현재 임다희는 그의 정보원이기 때문에 보안 및 기밀 유지 계약으로 인해 임다희의 신분과 작업을 기밀로 유지해야 했으므로 지우에 대해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남태준은 지우가 자신을 믿지 못할까 봐 초조하게 이마를 짚고 죽을상이 된 얼굴로 휴대폰 액정을 들여다보고 또 불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지우를 바라봤다.지우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이 여자가 먹여준 음식 먹었어요?”“그저 보통 친구와 밥 한 끼 먹은 거야. 나와 다희 그 정도로 가까운 사이 아니야.”“안 먹었어요?”“응. 거절했어.”“아.”지우가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입술을 오므렸다.그러자 둘 다 침묵에 빠졌다.남태준이 지우를 바라보니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뭔가 고민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