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처음부터 너였어, 우리 재혼해: Chapter 91 - Chapter 100

904 Chapters

제91화

백하린은 얼굴이 창백해져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서다인이 누명을 쓰고, 모함당한 것을 보고 화가 나서 이가 간질간질하고 분개한 얼굴로 백하린을 노려보았다.백하린은 남하준에게 달려들어 그의 팔을 껴안고 불쌍하게 눈물을 훔쳤다.“오빠, 내 말 좀 들어봐요.”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가서 형사한테 설명해.”“오빠, 내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류청, 손님 배웅해.”남하준은 얼음처럼 차가웠고 말을 마치고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서다인은 천천히 일어나 감격과 아쉬움이 가득한 눈으로 남하준의 멋진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올 때 급히 오고 갈 때도 급히 가느라 그녀에게 한마디 말도 하지 못했다.류청은 유시혁에게 다가가 강경한 말투로 말했다.“장관님 사람들을 데리고, 그리고 저희 사모님을 모함한 범인을 데리고 그룹에서 나가 주시죠.”백하린은 급히 류청에게 다가가 흐느끼며 사정했다. “제발 오빠한테 말해줘요. 나한테 설명할 기회를 달라고.”류청은 눈살을 찌푸리며 불쾌하게 말했다. “하린 씨, 도련님께서는 방금 분명 고소를 취하하라고 하셨어요. 이미 기회를 주신 건데 하린 씨가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으신 거죠.”백하린은 말문이 막혔다.“난...”유시혁은 답답한 표정으로 소리쳐 명령했다.“철수!”순간, 모든 경찰이 무기를 거두고 떠났다.류청은 일부러 목소리를 높여 귀띔했다.“장관님! 하린 씨 데려가는 거 잊지 마세요.”유시혁은 백하린을 돌아보며 불편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저랑 경찰서로 돌아가 조사 받으시죠.”백하린은 험악한 눈으로 서다인을 노려보며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자리를 떠났다.정호는 서다인에게 다가가 허리를 약간 굽히더니 시간을 보고 황급히 설명했다.“사모님, 죄송합니다. 도련님께서 정오까지 수도에 도착하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비행기 타러 가야 해요.”서다인은 마침내 그가 왜 일을 처리하고 그렇게 서둘러 떠났는지 알았다.그녀가 남하준의 일을 그르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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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여자가 그저 부드럽게 자신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남하준의 마음은 감전된 듯 한바탕 격류가 흐르더니 나른해졌다.그녀를 안고 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을까 봐 차마 올려다보지 못했다.“응, 방금 돌아왔어.”남하준은 덤덤하게 대꾸하며 계속 붕대를 묶어 주었다.“상처에 피가 좀 배어 나왔는데 약 발랐어?”서다인은 누워서 자신의 다친 손을 바라보며 대답했다.“아주머니께서 발라주셨어요.”“백하린이 너한테 뭐라고 한 거야?”남하준의 목소리는 아주 낮았다.서다인은 순간 안색이 굳어지고 얼굴이 약간 창백해졌다.남자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말할 수 없는 거야?”서다인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고 눈시울이 붉어졌다.“말하고 싶지 않아요.”너무 괴로웠다.그녀는 자신의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고, 한때의 자신이 그렇게 타락한 인생을 살았고 인간성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백하린은 서다인이 7개월 된 뱃속의 아이를 유산했다고 했다.그녀는 살인 범이고 악마였다.남하준도 이를 짐작하고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아직 날이 밝지 않았으니 좀 더 자.”남하준은 그녀의 손을 부드럽게 이불 속으로 밀어 넣었다.서다인은 다른 한 손으로 눈물을 훔치며 목을 가다듬었다.“진짜 백하린을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요?”남하준은 개의치 않는 듯 실망한 말투로 말했다.“백씨 집안이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아마 경찰서에서 24시간을 넘기지 않겠지.”서다인은 허황한 듯 눈살을 찌푸렸다.남하준은 부드러운 눈매로 그녀를 바라보며 옆에 누웠다.“백씨 가문에 대해서 좀 알아?”서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죠. 우리 나라 갑부잖아요.”“백씨 가문의 경제적 지위는 세계 10위 안에 드는 우리나라 최고 부자야. 백하린의 할아버지 백진 어르신은 정통 어르신과 친분이 두터우셔.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가 백하린인데 어떻게 감옥에 보낼 수 있겠어?”서다인 역시 남하준을 향해 옆으로 누운 채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다음 내용을 기대했다.평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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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새벽 4시.경찰서 입구는 쥐 죽은 듯 고요했다.백하린은 백인호를 따라 경찰서에서 나와 고급차량에 올라탔다.그녀는 안전벨트를 메고 까칠하게 말했다.“왜 이제 와? 일부러 늦게 온 거지?”백인호는 불쾌하게 말했다.“비행기 타는데 시간이 걸렸어.”“할아버지가 아셨어?”“응.”“몰라. 나 군전 그룹으로 데려다줘.”운전대를 잡은 백인호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목에 힘줄이 불끈 솟구쳐 올랐다.“다시 한번 경고하는데 서다인 건드리지 마.”백하린은 화가 나서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이게 다 당신이 그때 마음이 약해져 그 년을 죽이지 못해 지금 사달이 난 거잖아!”백인호는 차갑게 웃으며 조롱했다.“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지 않아.”이에 백하린은 이를 갈며 물었다.“백인호,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2년 동안 넌 완자 털끝만큼도 배우지 못했어. 퍽 하면 울고 남하준에게 애교 부리는 건 어렸을 때나 통하는 거지. 이제 어른이 됐으니 좀 진중할 때도 됐잖아. 그런데 넌 이미 도를 넘었어.”백하린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말했다.“그동안 내가 꼬신 남자는 하늘의 별처럼 셀 수 없이 많아. 내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아직 없었어.”백인호는 코웃음을 치며 차에 시동을 걸었고 차를 몰면서 주의를 주었다.“예전의 그 추잡하고 더러운 수단으로 남하준 유혹할 생각하지 마. 남하준은 다른 남자들이랑 달라. 그렇게 하면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이야.”백하린은 의자를 뒤로하고 거칠게 다리를 포갰다.그녀의 저속한 행동에 백인호는 힐끗 보고는 혐오스러운 듯 눈을 돌렸다.백하린은 화가 나서 따져 물었다.“그 년이 그림도 그릴 줄 알고 여러 나라 언어도 많이 알고 있다는 걸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지금은 남하준을 도와 화학 연구소 문제까지 해결하고 있어. 대체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는 거야?”“지식이 얼마나 해박하고 깊은지는 나도 잘 몰라.”“그년이 자라는 걸 지켜본 삼촌인데 모른다고?”“해외에 나가고 나서 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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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백하린은 끊임없이 기침하고 고통스럽게 심호흡하며 안색이 변했다. 더 이상 감히 백인호를 화나게 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백인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운전을 계속하며 덤덤하게 말했다.“군전 그룹에 못 가. 아버지가 너 집에 데려오라고 하셨어. 그리고 절대 완자를 우리 부모님 앞에 나타나게 하면 안 돼.”“왜?”백하린은 조심스레 물었다.그는 코웃음을 치며 조롱하듯 말했다.“은경애 어르신 봐봐. 보통 어르신들은 직감으로 사람을 보셔. 네가 얼마나 많은 증거를 갖고 있던 상관하지 않는다고. 네가 아무리 DNA 감정서를 보여주고 흠잡을 데 없는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어르신들은 과학을 믿지 않아.”“그 늙은이는 왜 아직 죽지도 않아. 치매 걸려서 멍청해서 그래.”백인호는 차가운 눈으로 곁의 여인을 힐끗 보았다.그는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어떤 사람은 천성적으로 훌륭해서 아무리 형편없는 배경 조건을 줘도 어딜 가나 빛이 나고 매력적이다.그러나 어떤 사람은 타고난 천한 배아로 아무리 비싸게 포장해도 그 나쁜 천성을 숨기기 어렵다....날이 어슴푸레 밝았다.서다인은 가슴 옆이 간지러워 견딜 수 없었다. 뒤척이며 손으로 긁으려 했지만 거즈가 덮여 있어 긁을 수 없었다.남하준은 그녀의 움직임에 잠을 깼다.그는 아직도 반쯤 꿈에서 깨어 있는 사이에 계속 뒤척이는 서다인을 곁눈질로 바라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다인아, 왜 그래?”갑작스러운 친밀한 호칭에 정신이 번쩍 든 서다인은 눈을 부릅뜨고 긴장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애틋한 감정이 순식간에 퍼져나갔다.남하준도 무의식 속에 숨어 있던 그녀에 대한 자상함이 실수로 새어 나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어색한 듯 목청을 가다듬고 일어나 앉았다.“어디 아파?”서다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려움증에 힘들었던 그녀는 미간을 찌푸리고 나른하고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너무 간지러워요.”그녀는 사실대로 말했지만 남하준은 몸이 움찔했다.그녀의 이 달콤하고 부드러운 간지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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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옷을 푸는 동작을 지켜보던 남하준의 몸과 마음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더 이상 통제되지 않았다.이어지는 시각적 충격은 그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느낌을 주었다.잠옷이 서다인의 어깨에서 흘러내리며 잘록한 허리춤에 끼었다.어깨에 늘어뜨린 숱이 많은 긴 머리, 희미하게 보이는 매끄러운 등, 매력적인 선, 뽀얀 피부.그저 등에 불과했지만 아주 치명적이고 매력적이었다.남하준에게는 괴로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서다인이 긴 머리를 옆으로 살짝 넘겼고, 그 순간 매혹적인 등 전체가 그의 눈앞에 드러났다.그는 눈이 뜨거워지고 입이 바짝 말랐다.‘내가 정말 미쳤지. 왜 상처를 보겠다고 해서.’서다인은 천천히 손을 뒤로 감아 손끝으로 속옷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남하준의 가슴도 벼락을 맞은 듯 움찔했고 온몸에 피가 역류했으며 뜨거운 기류가 아랫배에서 온몸으로 번져 꿈틀거렸다.그는 호흡이 가빠지고 약간 거칠어졌으며 심장이 요동쳤다.여자의 일거수일투족 동작 하나하나가 모두 범죄를 저지르는 치명적인 행동이었다.서다인은 뒤에 있는 남자가 지금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지 몰랐다.그녀는 단순히 그에게 상처를 보여주고 싶었다.속옷 끈이 풀린 뒤 가슴을 누르면서 속옷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한 뒤 손을 살짝 들어 옆구리를 상처를 보여주었다.“그럼 한번 봐줘요.”서다인은 부끄러워하며 나지막이 말했다.남하준은 입을 약간 벌리고 숨을 쉬었는데 욕망에 타 죽을 것 같았고, 더위에 숨이 막혀 미칠 것 같았다.서다인이 몸을 옆으로 돌릴 때, 그는 그녀의 몸 전체를 거의 볼 수 있었다.그녀가 속옷을 손으로 누르자 새하얗고 불룩한 속살이 핑크색 속옷 가장자리에서 살짝 밀려 나온 것이다.이러한 시각적 충격은 혈기 왕성한 정상적인 남성에게 가장 치명적인 유혹임이 틀림없었다.그는 침을 꿀꺽 삼키고 건조한 입술과 혀를 다스고는 약간 떨리는 손으로 속옷 끈을 밀어낸 다음 서다인의 가슴 쪽에 있는 거즈를 조심스럽게 젖혔다.그는 속옷 끈이 눌린 곳인 두툼한 가슴 옆구리에서 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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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왜요?”정호도 의문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서다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방문을 닫았다.저녁밥은 류청이 가져다주었고, 늦은 밤에는 정호가 우유를 가져왔다.“사모님, 도련님께서 오늘 밤 바쁘셔서 기숙사에 못 돌아와 주무시니 일찍 쉬시랍니다.”다음날 점심.서다인은 기숙사 책을 다 읽고 할 일이 없어 남하준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의 일에 방해가 될까 봐 5번 연구소에 가서 교수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그녀가 방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아마 남하준이 보낸 사람일 것이다.서다인은 급히 다가가 문을 열었다.문이 열리고 밖에 낯선 남자가 서 있는데, 그는 군전 그룹의 호위대 제복을 입고 있었다.“사모님, 안녕하십니까.”남자는 공손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기숙사 건물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사람은 아마 군전 그룹 내부인일 것이다.“안녕하세요.” 서다인은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였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을 6번 건물로 모시고 오라고 하셔서 왔습니다.”“6번 건물은 뭐 하는 곳이죠?”서다인은 의심스러운 듯 물었다.“프로그래밍 부서입니다.”프로그래밍 부서?서다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문을 닫고 남자를 따라 나갔다.두 사람이 기숙사 건물을 나서자 입구에 있던 두 병사가 남자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부대장님.”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련님께서 사모님을 6번 건물로 모시라고 하셨어. 가까우니 너희들은 따라 오지 않아도 돼.”“네.”두 병사가 입을 모아 말했다.‘부대장이었구나!’서다인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고 안심하고 그를 따라갔다.그녀는 남자의 뒤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주변 환경을 힐끗 보았는데, 도로가 좁고 양쪽에 관목이 비교적 많았으며 그 앞에는 높은 건물이 없었다.서다인은 걸음을 멈추고 멍해졌다.남자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쳐다보며 물었다.“사모님, 왜 안 가십니까?”서다인은 생각할수록 이상했다. 그녀는 5번 건물의 위치를 알고 있었다. 그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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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부대장은 차갑게 웃었다.“맞아, 조직은 배신자를 절대 용서하지 않아. 지난번에는 운 좋게 살았을지 모르지만 오늘은 그렇게 운이 좋지 않을 거야.”서다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녀는 하늘과 땅이 빙빙 도는 것을 느꼈고 온몸이 힘없이 비틀거리며 머리가 하얘졌다.부대장이 총을 꺼내 그녀를 겨누었다.서다인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가만히 서서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기억을 잃기 전에 첩자였다?블랙 섀도우 조직이 남하준의 곁에서 기밀을 빼돌리기 위해 보낸 스파이였다고?부대장은 총을 들고 천천히 다가와 침착하게 말했다. “남하준은 이미 나를 조사하고 있어. 내가 바로 지난번 널 암살하려던 범인임을 곧 알아내겠지.”“내 정체가 탄로 났으니 곧 네 정체도 알아낼 거야.”“넌 언젠가 죽어. 조직의 손에 죽 든, 남하준의 손에 죽든.”서다인은 지금까지 이렇게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었다.그녀는 예전의 자신이 나쁜 여자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무리 타락하고 더럽고 썩었더라도 그런 것들은 모두 고칠 수 있었다.그런데 그녀는 왜 하필 간첩이었을까?평생이 가도 지울 수 없는 오점이자 죄인이었다.남하준이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원수이고 전 국민이 미워하는 간첩이라니.그녀는 남하준의 손에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절망한 서다인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나 죽여.”남자는 총구를 서다인에게 겨누었고 그녀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녀는 더 이상 다음 생을 기대할 수 없었다.그녀 같은 사람은 아무리 반복해도 몸의 죄악을 씻을 수 없으니 남하준과 어울리지 않았다.순간 한바탕 총소리가 났다.서다인은 놀라서 몸을 떨었지만 그녀의 몸에는 어떠한 통증도 전해지지 않았다.문득 넓고 따뜻한 가슴이 달려와 그녀를 꼭 껴안고 익숙한 향기가 코를 찔렀다. 바로 남하준이었다.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고 눈물은 그녀의 시선을 흐렸다. 녹초가 되어 남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도망가라니까 왜 가만히 있어?”낮지만 화가 난 남자의 목소리였다.서다인은 한마디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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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화

류청은 여전히 무기력하여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고 있었다.“그런 것 같네. 오늘 점심 먹을 때 도련님께서 닭다리를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결국 식사를 한 입도 안 하셨잖아.”“도련님은 절대 음식을 낭비하시는 분이 아니야.”류청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그래서 내가 다 먹었잖아.”류청은 지금 다시 생각해도 트림이 나올 것 같았다.정호는 몸을 기울여 류청에게 다가가 목소리를 낮추어 음모를 꾸몄다.“아니면 내가 안성에 가서 사모님을 데려올까?”“됐어. 열흘이나 떨어져 지내는 신혼부부가 어디 있어? 전화 한 통도 안 하고. 아마 두 분 사이에 감정이 없을 거야.”정호는 긴장된 표정으로 입구를 힐끗 쳐다보았는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낮추었다.“나 할 말 있어.”류청은 정호의 긴장에 감염되어 황급히 눈을 뜨고 몸을 굽혀 다가갔다. “무슨 말인데?”“사모님께서 남긴 편지 말이야. 그날 도련님이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리셨어.”“그게 뭐?”“근데 그 편지가 어제 서랍에 있더라니까?”류청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정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눈빛을 주고받던 두 사람은 이상하다는 결론을 내렸다.“어제 도련님 고모가 청첩장을 보냈잖아. 도련님한테 알려줄까?”정호는 눈살을 찌푸렸다.“죽고 싶어? 고모님이 보내온 초청은 동의를 구할 필요도 없이 바로 거절이라고 도련님이 진작 말했잖아.”류청은 정호를 힘껏 걷어찼다.“너 바보야? 안성에 돌아갈 핑계가 필요하다면 이번엔 혹시 참가하고 싶지 않겠어?”정호는 그제야 깨달았다.두 사람은 급히 일어나 사무실로 향해 문을 두드렸다.사무실 안에서 남하준은 커다란 유리창 앞에 서서 조용히 야경을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넓고 쓸쓸한 뒷모습은 고독하고 쓸쓸해 보였다.“도련님.”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남하준은 등을 돌린 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먼저 들어가 쉬어.”정호: “네.”류청은 겁이 많은 정호를 차갑게 쏘아보고는 말을 이었다.“도련님, 고모님께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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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대단하지!”허윤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다인은 불안한 듯 멍하니 있었다.허윤미는 서다인이 세상 물정에 어두운 모습을 보이자 또 주의를 주었다.“하준이조차 피하는 사람이야. 이번에 돌아와서 분명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 거야.”서다인은 궁금한 나머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허윤미도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었다.서다인이 먼저 화제를 돌렸다.“방금 선샤인하우스에서 일하시는 거 봤는데 제가 도와드릴까요?”허윤미는 그제야 생각났다.“아 참. 선샤인하우스에 꽃들이 다 피었어. 시간 날 때 좀 잘라 꽃병에 꽂아주고 별장으로 옮겨서 진열해 줘.”서다인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시간 있어요. 몇 병이나 꽂을까요?”“꽃병은 내가 이미 선샤인하우스에 갖다 놓았어. 자, 나 따라와.”그러던 중, 허윤미는 자신도 모르게 서다인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서다인은 마음속으로 약간 기뻐했다.자신과 남하준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걸 알지만, 이혼하든 남하준의 손에 죽 든 모두 시간문제라는 것도 잘 알지만 그녀는 결혼 기간 동안 가족들이 그녀를 좋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서다인은 허윤미를 따라 별장을 나섰다.그때 군전 그룹의 무장차량 몇 대가 달려왔다.허윤미는 깜짝 놀라 감격에 겨워 달려갔다.“어머, 세상에! 우리 아들 차네!”서다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 어쩔 줄 몰라 하며 서 있다가 남하준의 차가 멈추는 것을 보았다.류청과 정호가 먼저 차에서 내렸다.서다인은 이미 심장 박동을 주체할 수 없게 되었고 긴장하여 온몸이 팽팽해졌고 호흡이 약간 흐트러졌으며 손목의 동맥이 마구 뛰었다.곧이어 남하준이 차에서 내렸다.열흘 만에 다시 보는 그는 여전히 늠름하고 멋있었다.햇살이 그의 몸에 쏟아져 내리니 그렇게 눈이 부셨다.“엄마.”남하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허윤미와 껴안았다.그의 시선은 차에서 내리기 전에 이미 서다인에게 쏠렸다.하지만 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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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화

별장에 들어서자 하인이 찻물과 간식을 가지고 왔다.남하준은 앉아서 허윤미와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그는 정신이 딴 데 팔려 있었고, 시선은 항상 집 밖 대문 쪽으로 향했다.허윤미는 그의 주의력이 분산되는 것을 발견하고 자꾸 문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하준아 왜 그래? 네 부하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아니에요. 쉬라고 보냈어요.”남하준은 정신을 차리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차의 맑은 향기가 코를 찔렀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모금 더 마셨다.“맛 좋지? 다인이가 고른 차야. Z국 벽라춘인데 맛이 아주 좋아. 게다가 이 차를 우려내는 데 노하우가 있더라고. 수온이 너무 높으면 맛이 떫대. 85도가 딱 정당한 온도라고 하더구나.”서다인이라는 세 글자를 듣자 그의 마음은 출렁거렸다. 천천히 잔을 내려놓고 목을 축이며 말했다.“보아하니 잘 지내는 것 같네요.”“사실 아주 단순하고 착한 아이야. 성격이 온순하고 마음도 여려. 무슨 일이든 참 잘 해내고. 나도 가끔은 참 이상해. 분명 총명하고 순수한 아이인데 어떻게 그런 눈뜨고 볼 수 없는 과거가 많은지.”남하준은 그녀의 과거를 언급하고 싶지 않았다.“지금 뭐하러 간 거예요?”“꽃 자르러 갔어. 선샤인하우스에 꽃이 활짝 피었거든. 잘라서 거실에 진열해놓으면 예쁠 것 같아서 말이야.’남하준은 잔에 담긴 차를 마시고 일어섰다. “제가 꽃 잘라 줄게요.”허윤미는 경악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뭐?”남하준은 이미 성큼성큼 떠났다.허윤미는 소파 등에 엎드려 남하준이 황급히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환청이라도 들은 줄 알았다.“뭐라고? 쟤가 지금 꽃 자르러 간다고?”그녀의 아들은 태생부터 상남자로 지금까지 화초를 가까이한 적이 없다.예전에 그에게 꽃에 물을 주라고 하면 너무 많이 줘서 식물을 다 죽이던 남자인데, 오늘 먼저 꽃을 잘라 주겠다고 하다니?선샤인하우스.따스한 햇볕이 유리를 통해 꽃 한 송이마다 쏟아졌다.꽃이 만발하여 화사하고 온 방에는 마음을 파고드는 꽃향기가 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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