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Chapter 901 - Chapter 910

1060 Chapters

제901화 발에 좋을 거예요

F국, DL그룹 임원회의. “B시는 이미 발칵 뒤집혔습니다. 한명준 씨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경찰서장님이신 나호중 씨께서는 그 사실을 알고도 보고하지 않은 것 때문에 윗선에게 크게 혼이 나셨습니다.” 넓고 밝은 사무실에서, 부상혁은 원신민에게 등을 돌린 채 테이블에서 책 한 권을 꺼냈다. 상혁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 “왕씨 집안이 한명준을 그렇게 오랫동안 몰래 키워왔으니, 이번 생엔 다시 경찰로 돌아갈 일 없을 겁니다. 아마 앞으로는 상업계로 전향할 겁니다.” 원신민이 분석했다. 상혁은 이에 대해 아무런 의견을 표하지 않고, 원신민이 이어서 보고하는 이야기에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 맞다... 최 사장님이 B시로 돌아갔습니다. 그런데 이 일에 대해 최 사장님은...” 말끝을 흐리는 것이 때로는 가장 강력한 암시가 되기도 한다.상혁이 책장을 넘기던 손을 잠시 멈췄지만, 역시나 전혀 놀라지 않은 듯했다. “요 며칠 언론 앞에서 상심한 척하며, 최씨 가문 본가에 갇혀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는 연극을 벌였지. 다 그날을 위해서였어.” 원신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응답하지 못하고 물었다. “왜요?” “그래야만 최 사장님의 한명준 씨가 방심하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 테니까.” 상혁은 책을 덮고, 책상을 가볍게 두드리며 입가에 냉소와 자기 비웃음을 띠었다. “그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으면서도, 그 한 가닥 남은 감정을 이용한 거야.” 그 한 가닥 남은 감정, 과연 누구의 감정일까?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자 원신민도 더는 묻지 않았다. “회의하자고 빨리 공지해.” 책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은 상혁의 눈빛에 서슬 퍼런 기운이 감돌았다. 원신민은 오늘 회의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하연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잠들었고,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떠 있었다. 몽롱한 상태로 문을 열자, 가사도우미가 음식을 다 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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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2화 신경 쓸 시간이 없어요

하지만 하연이 발목을 삔 횟수가 참 많았다. 그날 간담회에서 하연은 단지 상혁의 동정을 끌어내기 위해 작은 쇼를 하려고 했을 뿐인데, 진짜로 발목을 삐고 말았고, 정말 눈물까지 흘렸다. 최동신은 그 소식을 듣고 무척이나 걱정하며 소중한 손녀를 위해 유명한 의사들을 많이 알아봤다. 심지어 최동신은 지금도 하연이가 B시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모르고, 최씨 가문 본가에서 손녀를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다. 그 사이 정예나는 하연의 방에서 겉치레로 행동하다가 최동신에게 간파당했고, 그 순간 최동신은 분노로 가득 찼다. “예나야, 솔직하게 말해라. 우리 하연이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 예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간신히 말했다. “하... 하연이는 외출해서 일을 보고 있어요.” “발목을 삐었는데, 운전기사도 경호원도 아주머니도 하나 없이 어떻게 나갔다는 거냐?” 예나는 최동신의 추궁을 이기지 못하고 온 동네에 울음소리를 퍼뜨렸다. 부씨 가문의 본가도 최씨 가문의 본가 근처에 있었고, 상혁은 마침 본가로 가는 길목에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귀를 찢는 듯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진숙도 차 안에 타고 있었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한마디 했다. “하연이 아니야? 대체 무슨 일이야? 성인이 다 된 아이한테 체벌이라도 하는 거야? 내려가서 한번 봐야겠다.” 차에서 내리려는 조진숙의 손을 상혁이 막았다. “어렸을 때부터 하연이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셨죠.” 조진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상황을 이해했다. 바로 그때, 뒤에서 경적이 울렸고, 차창이 내려가며 초조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있는 차, 도대체 갈 생각 있어요, 없어요?” 하연의 목소리였다. 예나의 연락을 받은 하연은 서둘러 F국으로 돌아왔고, 이제 몇 걸음만 더 가면 집에 도착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앞차가 막고 있어 화가 난 하연은 발목만 삐지 않았다면 차에서 내려 걸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연이네!” 조진숙은 반가워하며 말했다.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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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이 늦은 시간에 어디 가시나요?

하연이가 한참을 달래고 나서야 최동신의 화가 조금 가라앉았다. “다음번엔 절대 이렇게 하지 마라.” 하연은 그제야 마치 사면받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예나에게 휴지를 건넸다. “하지만, 할아버지도 사람을 때리면 안 돼요...” “때리긴 누굴 때렸다고 그래? 몇 마디 한 게 그렇게 서러웠던 모양이구나.” 예나는 울먹이며 말했다. “할아버지의 강한 카리스마가 너무 무서워서 운 거예요...” 하연은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바로 그때, 최동신이 갑자기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리며 말했다. “며칠 후에 부씨 가문의 사당 백주년 기념식이 있는데, 많은 명문가가 초대받았어. 우리도 그중 하나다. 네 큰오빠는 중요한 일이 있어서 못 오고, 집에는 나랑 너밖에 없구나. 내가 갈까, 아니면 네가 갈래?” ‘부씨 가문의 사당 백주년 기념식이라... 그래서 부상혁이 돌아왔던 거였군...’ ‘그 사람은 원래 본가에 자주 오는 사람이 아닌데...’ 하연은 할아버지의 의도를 알았다. 명문가들 사이의 중요한 행사에는 꼭 가족 중 한 명이 나서야 했고, 집사를 대신 보낼 수 없는 일이었다. “할아버지는 건강도 안 좋으셔서 몇 년째 외출도 안 하셨잖아요. 이런 일은 제가 처리할게요.” 하연은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내가 세상일에 더 이상 신경 쓰진 않지만, 너와 관련된 일이라면 나는 언제든지 움직일 용의가 있다.” 최동신의 말에는 묘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제가 가서 잘 처리할 수 있어요.” 하연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최씨 가문 본가의 테라스에는 꽃과 나무가 가득 심겨져 있었다. 예나는 그곳의 그네에 앉아 있었다. “진짜 가는 거야? 옛 연인을 다시 만나면, 더 불편할 텐데...” 하연은 아까 입구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자신이 과연 상혁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아직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그 사람은... 분명 나를 안 만나고 싶을 텐데...’ 그래서 하연은 백주년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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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4화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말해봐

하연은 상혁의 그 차가운 시선에 순간적으로 가슴이 찔린 듯했다. 검은 셔츠의 윗단추 두 개를 풀어 젖힌 상혁은, 어두운 밤 속에서 강한 남성적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다가가 보니, 하연은 홀로 길가의 벤치에 앉아있었다. 상혁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파기하라고 했잖아.” “당신이 직접 파기해요.” 하연은 그의 품에 서류를 밀어 넣었다. 상혁이 그것을 펼쳐보니, 하얀 종이 몇 장이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고 하연을 내려다보았다. “당신한테 거짓말했어요. 그날 서류를 잘못 가져오지 않았어요.” 상혁은 등을 돌리고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하연이 그의 옷자락을 잡았고, 마치 작은 고양이처럼 상혁의 옷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가 상혁의 강한 체격을 붙잡는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었다. 상혁이 걸음을 떼자, 하연은 균형을 잃고 땅에 넘어졌다. 꽤 묵직한 소리와 함께 손이 바닥에 닿았고, 손목에는 금방 붉은 상처가 번졌다. 상혁은 즉시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보았다. 그는 단 한 손으로 하연을 일으켜 다시 벤치에 앉혔다. 몸을 앞으로 기울인 상혁은 분노로 인해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고, 눈에서는 날카로운 빛이 뿜어내고 있었다. “최하연, 네가 대체 뭘 하고 싶은 건지 말해봐.” 하연은 고통을 참으며 숨을 몰아쉬었다. “당신을 보고 싶었어요. 당신과 얘기하고 싶었어요.” “뭐 하러?” 상혁은 하연의 턱을 거칠게 잡아 그녀가 자신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 보게 했다. “그 남자를 위해서 발목까지 삐며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고, 나를 이용해서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으면서, 이제 와서 무슨 말을 더 하고 싶은 건데?” 그의 손에 이끌려 억지로 고개를 든 하연은 눈물을 참으려 했지만, 이미 눈가가 뜨거워져 있었다. 억울함과 울컥하는 감정을 애써 삼켰다. “그 사람 때문이 아니에요. 나는 그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에요. 내가 뭘 잘못했어요?” 둘 다 명석한 사람들이었기에 굳이 더 말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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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5화 난 당신이 싫어

상혁은 거의 자신을 제어하지 못할 뻔했다. 두 손은 하연의 허리를 감싸 안고 더 깊이 키스하고 싶었고, 더 많은 것을 원했다. 심지어 그녀를 방으로 데려가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하지만 3초 후, 그는 끝내 하연을 밀어내며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도 깊었다. “최하연, 자중해.” 하연에게 ‘자중’이라는 말을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계속되는 거절에 하연의 자존심에는 큰 상처가 생겼다. 그녀는 곧바로 상혁을 놓아주고, 어색한 침묵 속에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너희 집 경비에게 연락했으니, 곧 너를 데리러 올 거야. 며칠 뒤 우리 집안의 백 년 기념식에는 올 필요 없어. 너와 나의 일은 우리 집안에서도 이미 알고 있으니, 어른들도 너를 괴롭히진 않을 거야.” 상혁은 일어서서 하연에게 등을 돌렸다. 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상혁도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결국 고개를 돌렸다. 하연은 눈물을 닦아내고 있었고, 얼굴에는 이미 차가운 표정이 드리워져 있었다. “난 당신이 싫어!!” 어렸을 때, 하연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떼를 쓰고 화를 내며, ‘싫어’라고 말하곤 했다. “상혁 오빠 싫어!' 이전의 상혁은 하연에게 미움받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번 하연이 이런 말을 할 때마다 그도 마음이 약해지곤 했다. 실은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상혁은 하연을 달래지 않고, 길목 쪽을 바라보았는데, 경비원이 이미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며 문을 등졌고, 하연의 흔적을 지우려는 듯 손가락으로 강하게 입술을 문질렀다. ‘하연이에게는 모든 것이 너무 쉽게 주어졌어.' 하연은 원하기만 하면 언제나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서 모든 걸 가질 수 있었다. 특히 상혁에게는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하연이 말하지 않아도 상혁은 언제나 그 자리에 서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하연도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의 문제는 단순히 하연이 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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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6화 우린 안 친해요

이혼한 뒤로는 원래 부씨 가문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자, 부씨 가문 사람들의 조진숙을 향한 의심은 인정으로 바뀌었다. 설령 이혼했을지라도, 그녀는 부씨 가문의 내부를 깔끔하게 관리하며 덕으로 사람을 감동하게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부씨 가문 안팎에서 여전히 조진숙을 존중하고 있다.사실 조진숙이 아니었다면, 상혁이 부씨 가문에서 더 단단히 자리 잡을 수 없었을 것이다. 조진숙이 하는 모든 일은 오직 아들을 위해서였다. 급히 밖으로 나온 그녀는 하연이 남준 옆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하연아!” 하연이 즉시 고개를 들며 말했다. “이모!” “왔으면 나한테 알려야지, 여기 숨어 있으면 사람들이 우리가 너를 구박하는 줄 알잖아.” 조진숙은 남준을 아예 무시한 채, 하연의 손을 잡았다. 하연은 상혁이 자신에게 오지 말라고 한 말을 꺼낼 용기가 없었다. 그저 상혁이 원하지 않으니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으려 했을 뿐이다. “그게 아니라... 저랑 상...” “너랑 상혁이가 어찌 됐든 그건 너희들 문제야. 그전에 너는 내 양딸이잖니. 나갈 땐 당당하게 대문으로 나가야지. 이 집의 딸답게 행동해. 다음부터는 뒷문으로 들어오는 일은 없어야 해. 마치 가난한 집안에서 사는 서민 같잖아.” 조진숙은 이렇게 말하며 남준을 흘깃 보았다. 이것이 누구를 겨냥한 말인지는 뻔했다. 남준은 개의치 않고 웃으며 말했다. “이모.” 조진숙은 남준의 핸드폰을 쓱 보았다. “새 여자 친구야?” 남준은 핸드폰을 닫으며 대답하지 않았다. “너도 정신 좀 차려야지. 너희 어머니가 명문가의 딸을 찾아서 너랑 혼인을 시키려고 얼마나 애쓰시는지 알아? 절대 그 기대를 저버리면 안 돼.” 송혜선은 남준을 명문가의 딸과 결혼시키려 했고, 그게 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사회에는 불문율이 있었다. 정통 가문의 자식은 정통 가문의 자식과 결혼하고, 사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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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남자도 달래야 해

“이미 소문으로 들었어요. 밖에서는 두 사람이 헤어졌다고 하던데, 사실이 아니었네요.” 활발한 소녀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내가 그랬잖아, 둘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데 어떻게 헤어질 수 있겠어.” 조진숙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혁이 쪽은 내가 알아서 말할게. 난 먼저 가서 좀 바쁘게 움직여야겠어. 너는 여기서 동생들이랑 좀 이야기 나눠보는 게 어때?” 조진숙이 일부러 하연에게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분명했다. 하연은 그 의도를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곳에 있던 아이들은 대부분 아직 고등학생이거나 대학생이었다. 무료해 보였는지, 하연을 끌어들여 같이 카드놀이를 시작했다. “난 상혁 오빠를 1년에 몇 번이나 볼까 말까 해요. 대부분은 뉴스에서만 봐. 하연 언니, 오빠 평소에도 그렇게 진지해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도 늘 차갑고 절제된 느낌이었던 상혁을 말하는 것이었다. 하연은 카드를 나눠주며 잠시 생각한 후 말했다. “사실 사적인 자리에서는 아주 다정하고 세심해.” “오빠 언니한테 잘해줘요?” 하연의 마음속에는 순간 상혁과 함께한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다. ‘상혁 오빠... 정말로 나에게 잘해주었어.’‘큰일에는 듬직하게, 작은 일에는 섬세하게 챙겨줬고...’상혁은 상항 하연이가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고, 심지어 사용하는 물건까지도 세세하게 기억했다. 이렇게 떠올리니 하연도 상혁과의 이별이 더욱 마음 아팠다. 그녀는 대답하려다 멀리서 상혁이 사람들과 함께 뜰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하지만 하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르게 변했다. “너무 간섭이 심해. 내 자유를 제한하고, 자기 마음대로야. 항상 자기가 다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남자의 발걸음이 분명 잠시 멈췄다. 그리고 하연을 힐끗 보았다. 하연은 카드를 던졌다. “어머나, 단점을 말하는데 내가 왜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지?” 남자는 발걸음을 재촉해 걸음을 옮겼고, 하연은 입을 다물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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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8화 직접 만드신 건가요?

하연은 상혁의 시선 때문에 약간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원신민이 분위기를 풀어주며 말했다. “최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건가요?” 하연이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제가 냄새를 맡았어요. 삼계탕이군요. 대표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음식이죠.” 원신민은 말을 마치고 음식을 상혁 앞으로 가져갔다. “대표님, 한번 드셔보실래요?”하연이 제지할 틈도 없이 음식이 상혁 앞에 놓였다. 삼계탕뿐만 아니라 갈치구이, 갈비찜, 그리고 채소 요리까지 나왔다. 음식은 훌륭해 보였고, 맛도 좋았다. 상혁은 잠시 음식을 바라보았다. 하연은 그가 거부하지 않는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상혁의 앞에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이모가 그러셨는데, 당신이 며칠 동안 제대로 식사하지 않으셨다고 하더라고요. 위를 위해서라도 한 번 맛보시라고요.” 상혁의 시선은 하연에게 있었다. “그날 밤, 내가 너에게 모든 걸 분명히 말했잖아.” 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엉뚱한 대답을 했다. “그게 식사랑 무슨 상관이 있어요?” 그녀는 두 손으로 은젓가락을 건넸다. 상혁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젓가락을 들어 음식을 한 입 맛보았다. 하연의 마음은 불안했다. 상혁은 스스로 요리를 잘하고,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으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어때요?” 상혁은 음식을 삼키고 나서 담담하게 말했다. “부씨 가문의 요리사들은 실수가 없었지. 늘 훌륭하지.” 하연의 웃음은 그 말에 살짝 굳어졌다. 그녀는 어색하게 말했다. “이건 내가 만든 건데요.” 상혁은 휴지를 꺼내 입가를 닦으며 말했다. “요리 안 한 지 얼마나 됐지? 한씨 가문에서 마지막으로 요리한 게 벌써 2년 전일 텐데. 그동안 주방에 들어가 본 적이 있긴 해?” 비꼬는 말이었지만, 하연은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이게 바로 상혁이 여전히 자신을 잘 알고 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나도 재능이 있잖아요. 기억력이 좋거든요.” “네가 만든 음식이라면 주방 쓰레기통에 던져져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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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9화 저와 하연은 이미 헤어졌어요

“제가 이미 문서에서 언급했듯이, 이 사업은 규정에 맞지 않아요.” “근데 상혁아, 남준이가 예전에 네가 지금 앉아 있는 그 자리에 있었을 때는 어떻게 했던 거야?” 이 말을 듣자, 상혁은 펜을 두드리던 손을 멈추고 말했다. “그럼 삼촌이 남준에게 직접 물어보셔야겠네요.” 부건국의 얼굴이 굳어졌지만, 곧바로 분위기를 풀며 말했다. “내가 그런 뜻으로 말한 건 아니고, 지금 고경수가 몰락하고, 우리 그룹의 권력이 나눠지는 불안정한 시기잖아. 정규인은 동남아시아 지사의 지사장인데, 네가 정규인의 사업을 철회하면 언젠가 너에게 불만을 품게 될지도 모른다.” 하연은 옆에서 이 대화를 듣고 있었다. 동남아시아의 이익이 적지 않다는 걸 알았지만, 상혁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일반 사업가는 이익에 집착하고, 조금이라도 비즈니스 마인드가 있는 사업가는 이해관계에 얽매이며, 진짜 훌륭한 사업가는 시장과 자본을 다룹니다. 삼촌, 제가 무엇을 해야 할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내리는 모든 결정이 DL그룹의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잘 이해하고 있으니,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상혁은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미소를 지었다. “더군다나 정규인은 이미 저에게 불만을 품고 있었어요, 안 그런가요?” 그는 정규인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부건국은 말문이 막혔지만, 여전히 등을 꼿꼿이 세우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너무 자만하면 안 돼. DL그룹 안에는 아직도 너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 네가 긴장을 풀어야 할 때는 풀면서 부하들에게 적당한 이익을 주는 게 나쁠 건 없어.” “그럼 삼촌은요?” 상혁이 그를 끊으며 물었다. “뭐?” “삼촌도 저를 지켜보고 계신 건가요?”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지만, 그 말에는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 부건국은 그 순간 소름이 돋았다. “우리는 가족이잖니. 그럴 리가 있겠니?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네가 아직 기틀이 약하다는 거야. 네 부모님 문제도 그렇고,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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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0화 지금 설마 질투하는 거예요?

부건국도 상혁이 자신에게 경고한 것이라는 걸 알아챘다. ‘뭐라고? 최씨 가문의 지원이 필요 없다는 게 정말 진심일까? 상혁 이 녀석, 정말 DL그룹 전체를 자기 손에 넣을 생각인 걸까? 나를 포함한 나머지 사람들은 상혁의 계획 속에서 아무런 의미도 없는 존재란 말인가? 상혁은 우리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는 것처럼 보이네!!’“상혁아, 젊은 사람이 야망을 가지는 건 좋다. 하지만 너무 자만하지는 말아라. DL그룹의 이사회에 남아 있는 7명의 이사는 절대로 쉽게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아니다.” 부건국은 이 말을 남기고 화가 난 듯 등을 돌려 나가버렸다. 원신민은 부건국이 떠나는 것을 지켜보다가, 방 안으로 돌아서서 한 번 더 눈을 돌렸다. 밝은 조명 아래, 분위기는 여전히 팽팽했다. 하연은 상혁을 등진 채 오래도록 움직이지 않았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무언가 말하려던 찰나, 하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부상혁 씨.” 그는 입술을 꾹 다물고 짧게 대답했다. “응.” 하연은 여전히 그를 등진 채 말했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졌다. “DL그룹과 부씨 가문이 지금 위기에 처한 건 사실이에요. 당신은 또 나를 보호하려고, 나를 이 일에서 빼려는 거죠? 예전처럼... 그렇죠?” 그녀의 말은 상혁에게 뜻밖이었다. 예전의 하연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이미 화를 내며 문을 박차고 나갔을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차분하게 반응하는 하연을 보며 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뻔했다. “최하연...” “나도 이제는 다 이해해요. 외부적으로는 우리가 헤어진 것처럼 보이는 게 나와 당신을 모두 지키는 방법이죠. 상업적인 전략인 거, 나도 잘 알고 있어요.” 하연이 웃으며 몸을 돌렸다. 그 얼굴에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표정이 서려 있었다. “솔직히 인정할게요, 내 요리 실력이 예전 같지 않네요. 다음엔 더 잘 만들어서 다시 해줄게요.” 상혁은 하연의 얼굴에서 미세한 슬픔을 발견했지만, 하연은 그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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