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핸드폰을 품에 안고, 자신이 입고 있는 호텔 가운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조금 실망스러운 듯,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표정을 지었다.[오빠는 지금 샤워 중이야. 근데 내가 상상했던 건 이게 아니었어.]원래는 예쁜 옷을 입고, 달콤한 향수를 뿌리고, 온몸을 정성스럽게 관리하고 나서야 할 일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즉흥적인 느낌이 들었다.[하연아, 그런 일은 시간을 가리지 않아. 분위기만 맞으면 되는 거지.] [부상혁을 확실히 사로잡고, 끝나면 꼭 피드백 줘! 제발!] 하연의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는데, 이렇게 긴장한 적은 없었다.욕실 안에서 상혁은 샤워를 마치고 허리에 수건을 둘렀다. 물방울은 그의 단단한 복근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렸다. 그가 핸드폰을 들어 전화를 받았다.“어떻게 됐어?”[송혜선이 분명히 왔습니다. 부남준이 소유한 집에 머물고 있고요. 아, 그 남희라는 여자는 B시의 한 클럽 주인이에요. 주로 사업가들과 어울리긴 하지만, 부남준과 어떤 관계인지는 명확하지 않아요. 확실한 건 그 여자가 부남준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겁니다.] 황연지가 꼼꼼하게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한창명이 막 B시에 도착했는데, 바로 병원에 들어갔어. 사람들이 한창명을 만만하게 보는 모양이야. 한창명은 B시에서 새해를 맞이할 준비 하고 있어. 우리도 한창명의 선물에 조금 더 추가해 주자.”상혁은 마치 내일 식사 메뉴를 말하는 듯 태연한 목소리였다.[그럼 미리 한 검사장님께 통보할까요?]“설날 첫날이 좋겠지.”전화가 끊겼을 때, 이미 시간이 늦어서 하연은 설레는 마음이 점차 가라앉아 이미 베개를 끌어안고 졸고 있었다.상혁은 그녀 곁으로 다가가 이불을 덮어주었다. 그가 조심스럽게 움직였지만, 하연은 금방 눈을 떴다.“오빠, 샤워 다 했어요?”“응.”“근데 나 너무 졸려요.”하연은 귀엽게 투덜댔다.“바보야, 자자.” 상혁은 그녀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두 사람은 함께 누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연은 이 상황이 조금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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