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고모, 할아버지 왜 이러신 거예요?”소정아의 낯빛이 어두워지며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옆에는 안경을 끼고 머뭇거리고 있는 중년 남성이었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이게 아마도 아버님의 운명인가 보지.”“점심부터 지금까지 많은 의사들이 어르신의 병을 보러 들어갔는데 누구도 무슨 병인지도 알아내지 못했으니. 정아야, 아버지 이번에는 진짜 안 될 거 같구나.”중년남성은 둘째 고모의 남편이다. 이 부부 두 사람은 소 씨 집안에서 변두리에 있는 인물이었다.집에 있는 사람들은 집 안에 있었으나 이 두 사람은 그저 정원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의사는요? 뭐라고 했는데요.”소정아는 울기 직전이었다.둘째 고모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중의, 서의 다 봤는데도 소용이 없어. 병세가 너무 이상해서 원인을 찾아낼 수가 없대. 의학계에서 명성이 높은 분들이 와도 다 뭐라고 진단을 내지 못하니.”소정아는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버렸다.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평소 자신을 아껴주던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받아들일 수밖에 없어.”둘째 고모가 문안의 정황을 힐끔 들여다보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아야, 우리 집안 상황은 말 안 해도 속에 수가 있을 거야. 평소에 아버지께서 널 많이 예뻐하셨으니 너한테 어쩌지 못했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시면 네 편이 없어지는 거란다. 아직 숨을 거두지 않았을 때 가질 수 있는 건 다 가져. 다른 사람들한테 그냥 넘어가게 놔두지 말고.”소씨 가문이 300여 년이 넘는 대가문으로서 아주 엄중한 전통사상을 보류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남존여비의 사상이다.소천학이 가주 자리를 계승 받은 후 이런 낙후한 사상을 타파하려 했으나 이런 사상 관념이 너무 깊게 뿌리를 박고 있어 없애지 못했다.둘째 고모는 바로 소천학의 친딸이다. 가난한 집안의 고모부와 사랑에 빠져 결혼하게 되었다.이 일로 인해 둘째 고모는 가문의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했다.당시 가주의 자리에 앉지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