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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화

염무현은 전화를 끊고 깔끔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계단을 내려가려 했다.이때, 아래층에서 검은색 벤츠 한 대가 다가왔다. 벨보이가 문을 열어주려는 데 누군가 먼저 앞으로 돌진했다.“내가 할게.”값비싼 맞춤 양복을 입고, 머리를 반듯하게 빗은 이 남자는 바로 남도훈으로, 양희지에게 목매고 있는 사람이었다.4년 전, 남도훈이 머리에 붕대를 감고 병상에 누워있을 때, 사과하러 온 양희지를 보고는 첫눈에 반했다.남도훈은 즉시 양희지 일가를 용서했지만, 염무현은 그대로 지나칠 생각이 없었다.지난 4년 동안, 남도훈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애정 공세를 펼쳤고, 그녀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했다. 바로 지금처럼.“어떻게 도련님이 문을 열어줘요?”양희지는 조금 놀란 표정이었다.남자는 멋진 척하며 공손하게 말했다.“여신님의 문을 열어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양희지는 검은 스타킹을 신은 예쁜 다리를 내디디며 빙그레 웃었다.“감사해요. 도련님도 오늘 자선 파티에 관심 있으신 거예요?”양희지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늘씬한 기럭지, 드레스로 더욱 돋보이는 완벽한 S라인 몸매, 또렷한 이목구비와 범상치 않은 분위기로 단연 시선을 압도했다.남도훈의 눈에서 연신 이상한 빛이 번뜩이더니 웃으며 말했다.“자선 파티에는 관심 없어요. 공씨 가문에서 개최한다고 해도요. 전 오늘 희지 씨 도우러 온 거예요.”양희지의 얼굴에는 의아함이 비쳤다.“저를 돕는다고요?”“아저씨가 저한테 전화하셨어요. 양씨 가문이 골드 파트너가 되려 하는데, 서해에서 저희 가문의 위치와, 공씨 가문과 오랜 관계를 감안하면, 제가 희지 씨를 도와 계약을 따내는 건 문제가 없다고 하던데요?”남도훈은 자신만만해서 말했다.다른 쪽 차 문에서 내리던 조윤미가 이 말을 듣고 화색이 돌았다.“너무 잘됐네요! 감사드려요. 만약 일이 성사된다면, 도훈 도련님은 저희 YH 그룹의 큰 은인이세요.”만약 YH그룹이 성공한다면, 대표 비서인 그녀도 당연히 덕을 볼 것이다.“별말씀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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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화

“안 돼요!”양희지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거절했다.남도훈과 조윤미의 이상한 표정을 보고는 서둘러 설명했다.“오늘은 공씨 가문이 준비한 행사예요. 전부 귀한 분들이 오신 자리에서 소란을 피우면 저희 이미지만 손상 받죠.”“제 말은 저런 사람 때문에 도련님의 명성과 미래를 망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에요.”남도훈은 빙긋 웃더니, 눈에서는 음흉한 기색이 계속 흘렀다.“그래요. 그럼 아주머니와 준우의 원한을 풀어주는 셈으로 사람들 앞에서 개망신이나 주죠.”양희지가 이번에는 거절하지 않았다. 그의 말을 묵인한 셈이다.“두고 봐요!”남도훈은 저벅저벅 빠른 걸음으로 걸어갔다.“염무현, 거기 서!”염무현은 뒤를 돌아보았지만, 확실히 모르는 사람이었다.“누구시죠?”당시 염무현은, 남도훈이 붕대를 감고 얼굴이 돼지머리로 부은 사진을 보았으니, 지금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했다.남도훈은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를 가리키고는 눈동자를 희번덕이며 말했다.“4년 전, 네가 술병으로 내 머리를 때려 입원하게 했잖아. 벌써 잊었어?”“아니면 감방에서 호의호식하느라 건망증까지 생겼나?”염무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남도훈?”“맞아, 내가 바로 남도훈이다! 여기는 뭐하러 왔어? 경고하는데, 환상 같은 건 품지 말고, 파티에 끼어들 생각도 하지 마. 그럴 시간에 거울로 네 얼굴이나 좀 쳐다봐. 어디 길바닥에서 노점상 하다 왔어? 창피하지도 않아?”남도훈은 조롱하며 말했다.하지만 염무현은 멀지 않은 곳에서 수상쩍은 두 여자를 노려보며 오히려 되물었다.“양희지가 널 부른 거야?”“맞아. 여긴 왜 왔냐고 묻잖아!”남도훈은 목을 빳빳이 쳐들고 의기양양해서 말했다.‘내가 널 감옥에 보냈을 뿐만 아니라, 이젠 네 여자도 얻을 생각이야.’곧 양희지를 품에 안고, 그녀가 자기 앞에서 아양을 떠는 모습을 생각하면, 남도훈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염무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맞받아쳤다.“그게 너랑 뭔 상관이야?”말을 마치고는 곧바로 자리를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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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문 앞에 있는 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염무현을 막아 세웠다.“죄송하지만, 초대장 보여주세요.”염무현은 초대장이 있는 줄도 몰랐다. 양복남은 그의 표정을 보더니 말을 이었다.“죄송하지만 오늘 파티는 초대장 없이 들어갈 수 없습니다.”염무현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공혜리가 그에게 내려오면 전화하라고, 그녀가 직접 마중 나오겠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하지만 그는 괜히 번거롭게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 이 일을 뒷전으로 밀어버렸다.그가 휴대폰을 들려는데, 양복남이 갑자기 눈을 반짝이더니 물었다.“혹시 염 선생님이세요?”“네, 제가 염무현입니다.”양복남은 순간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몰라봬서 죄송합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저를 아세요?”염무현은 의아했다.“그저께 병원에서, 범식이 형 곁에 있으면서 운 좋게 선생님을 한 번 뵈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아가씨에게 알리겠습니다.”남도훈은 멀리서 이 모습을 보고는 입이 귀에 걸렸다.“내가 뭐라고 했어요? 저 녀석 분명 문전박대당한다고 했죠? 주제도 모르고 감히 여기까지 오다니. 공씨 가문 경호원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곧 고생길이 열리겠네요.”조윤미도 덧붙였다.“무전기까지 꺼낸 거 보니 진짜 사람을 불러 혼내주려나 본데요? 오늘 운이 좋네요. 대문 앞에서 이렇게 재밌는 구경을 하다니.”양희지는 눈살을 찌푸리고 뭔가 말하려 했지만, 끝내 침묵을 지켰다.대문 앞에서 우르르하는 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경비원이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고, 영문도 모르는 하객들은 모두 깜짝 놀랐다.“저 자식 대체 누구 심기를 건드린 거야? 이 태세를 보니 당장 맞아 죽겠는데?”남도훈은 크게 흥분했다. 그는 공씨 가문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요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사업을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한때 지하의 왕이었던 공씨 가문은 항상 흉악하고 잔혹하기로 유명했다.감히 공씨 가문에 대항하는 자는 그 누구도 빛을 보지 못했다.‘이 시골 촌뜨기, 넌 오늘 죽었다!’마치 이미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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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양희지 일행과 모든 하객들이 의아해하는 가운데, 염무현은 안으로 저벅저벅 걸어갔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오늘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오늘 파티는 아주 중요하니, 한 치의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김범식은 동생들에게 당부하고는 급히 염무현의 뒤를 따랐다.남도훈은 눈앞의 광경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노점상 옷차림을 하고, 게다가 감옥에서 막 풀려난 녀석을 왜 공씨 가문은 이렇게까지 대접하는 것일까?공씨 가문은 절대 보통 집안이 아니다.서해 시에서, 재계와 정계 거물들도 공씨 가문에 굽신거리고 아부해야 하는 존재이다.남씨 가문도 줄곧 공씨 가문에 의지하여 돈을 벌었고, 남도훈의 아버지가 평소 공규석을 한 번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에 버금갈 정도로 어려웠다.그런 공씨 가문이 지금 염무현에게 이렇게 예의를 갖추는 것은 당연히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어떻게 된 거죠?”남도훈은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양희지를 보며 물었다.양희지도 어리둥절하기는 마찬가지였다.“제가 어떻게 알아요? 출소하자마자 이혼했어요.”“맞아요, 저도 그 자리에 있었어요.”조윤미가 다급하게 말했다.남도훈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이상하네요.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공씨 가문의 대접을 받게 된 거죠?”그는 갑자기 눈을 반짝였다.“알겠어요! 분명 야비한 수단을 써서 공씨 가문을 속인 게 틀림없어요!”“그게 가능할까요?”양희지는 그의 말이 의심스러웠다.공씨 가문이 그렇게 잘 속으면, 어떻게 서해 시의 우두머리가 될 수 있었을까?남도훈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지는 법이죠. 공씨 가문도 사람이니, 당연히 실수를 저지를 수 있죠.”“물론, 공씨 가문이 멍청하다는 것이 아니라, 사기꾼이 아주 총명하다는 거죠. 희지 씨 전남편은 분명 감옥에서 잔재주를 배웠을 거예요. 제 눈은 못 속여요!”조윤미는 걱정스레 말했다.“그럼 어떡하죠? 만약 염무현이 공씨 가문 라인을 타게 되면 저희만 손해잖아요?”남도훈은 자신 있게 웃었다.“그거야 간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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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화

양희지는 활짝 웃었다.“너무 잘됐네요. 감사해요, 도련님.”“왜 아직도 도련님이라고 불러요?”남도훈은 일부러 기분 나쁜 척 말했고, 그녀는 얼굴이 붉어지더니 호칭을 고쳤다.“도훈 오빠...”“맞아요! 바로 그거예요.”목적에 달성한 남도훈은 순식간에 웃음꽃이 피었다.파티장.김범식은 조심스럽게 염무현의 곁을 따라다니며 말했다.“아가씨께서 곧 모시러 올 겁니다!”“그럴 필요 없으니, 가서 일보세요.”염무현은 이런 허례허식을 좋아하지 않았고, 혼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김범식은 감히 그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고, 서둘러 공혜리를 찾았다.위층 사무실에서 비서가 한창 보고하고 있었다.“아가씨, YH그룹의 양희지 대표님이 오셨어요.”“뭐?”공혜리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걸 왜 이제야 말해?”비서는 깜짝 놀라 급히 해명했다.“저도 방금에야 알았어요. 공 회장님께서 계실 때, 늘 YH그룹을 도와주셔서 저도 바로 보고드리러 왔어요.”사실, SJ그룹의 고위층 인사들도 공규석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YH그룹은 그저 이름이 알려지지 않는 소기업으로, SJ그룹과 같은 업계 거물 앞에서 그저 땅강아지에 불과했다.유일하게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예쁜 미녀 대표였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많은 사람들은 공규석이 그 미녀 대표에게 반해서 도와주었다고 생각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두 사람은 스캔들 한 번 난 적이 없었다.사실, 공규석과 양희지는 일면식도 없었다.다른 사람은 몰라도 공혜리는 미모로 유명한 대표가 바로, 신의 염무현의 아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두 사람이 이혼한 사실은 아직 몰랐다.“양희지가 어떤 초대장을 갖고 왔지?”“보통 초대장이었어요. 그것도 남씨 가문을 통해서 받았고요.”공혜리는 급해 났다.“어떻게 이럴 수가! 당장 바꿔! 염 선생님 옆자리로 당장 바꿔!”염무현은 두 번이나 공규석의 목숨을 구했으니, 공씨 가문의 큰 은인으로, 오늘 자선 파티도 그를 위해 연 것이다.한 쌍의 부부를 하나는 앞줄 VIP석에,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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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양희지는 깜짝 놀라며 감격한 눈으로 남도훈을 바라보았다.남도훈은 멍한 표정이었다.‘방금 아버지가 전화로 분명 어렵다고 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도련님, 역시 해내셨군요. 오늘 정말 감사드려요.”조윤미도 감격해서 말했다.그는 넉살 좋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이 정도야 뭐.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죠.”그는 속으로 아버지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공혜리 같은 젊은이는 늙은이들을 좋아하지 않을 거로 여겼을 것이다. 대부분 늙은 어르신들은 사상이 진부하고 낡은 관념에 얽매여 사니까. 하지만, 공혜리가 이렇게 어르신들을 존경할 줄이야. 이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서프라이즈였다!그렇다면 남도훈의 공로는 인정해야 했다.“양 대표님, 이쪽으로 모실게요.”비서는 정중하게 말하더니, 경호원들에게 바로 옆에 있는 전용통로를 열라고 분부했다.줄을 서 있는 하객들은 저마다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의기양양한 얼굴의 남도훈은 부러운 눈초리를 받으며 대문 안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염무현은 파티장을 천천히 거닐고 있었다. 이 정도 규모의 자선 파티에 처음 참석하는 거라 매우 신선했다.같은 시각, 김범식은 2층 사무실에 도착했다.“아가씨, 염 선생님께서 도착하셨어요. 아가씨가 직접 마중 나가시는 건 완곡히 거절하셨습니다.”“알겠어요. 염 선생님을 첫 번째 줄 중앙에 앉히세요. 금색 의자도 선생님을 위해 준비한 거예요.”공혜리는 분부하고 일어나 창가로 왔다.염라대왕의 아내가 될 수 있는 양희지라는 미녀 대표가 대체 얼마나 뛰어난지 직접 보고 싶었다.“꽤 예쁘고 분위기도 있네. 그래도 염 선생님이 아까워.”이건 공혜리가 양희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였다. 비록 양희지가 외모나 분위기 면에서 대부분의 재벌가 아가씨들을 압도하지만, 여전히 평범해 보였다.웬만한 재벌 2세나 정계 2세들에 어울리기는 충분하지만, 그녀의 남편은 명성이 자자한 염라대왕이었다.가난한 집안의 딸이 일약 부잣집 귀부인이 되는 것도 어울리지 않는데, 하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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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화

양희지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받아들였고, 자리에 앉은 후에도 여전히 꿈만 같았다.그녀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면서도 더없이 행운이라고 느꼈다.“너무 잘 됐어요. 이번에는 무조건 승산이 있어요!”조윤미는 기뻐서 싱글벙글하였다. 자리 하나만으로도 공씨 가문이 양희지를 이렇게 중시하는데, 골드 파트너는 이미 따놓은 결과였다.남도훈은 넉살 좋게 양희지의 옆에 척 앉으며, 그녀와의 친밀한 관계를 전혀 숨기지 않았다.비서가 사무실로 돌아가 보고하려는데, 공혜리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양희지를 당장 조사해봐. 남도훈과 대체 어떤 관계인지.”“네... 알겠습니다!”비서가 서둘러 대답하고 돌아서서 바로 전화를 걸었다.잠시 후, 비서가 착잡한 표정으로 돌아왔다.“조사해봤는데요, 요 몇 년 동안 양씨 가문은 양희지 씨와 남도훈 씨를 맺어주려고, 계속 남씨 가문의 비위를 맞춰주고 있대요. 두 사람 곧 연인관계를 공개할 예정이랍니다.”“감히!”공혜리는 어금니를 꽉 물었고, 예쁜 얼굴에는 냉기가 가득했다.3년 동안, 공씨 가문은 염무현의 생명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조건 없이 양씨 가문과 양희지를 돌봤지만, 그녀는 감히 염무현을 배신하다니.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비서가 서둘러 말을 이었다.“양희지 씨와 염 선생님은 이미 이혼하셨대요. 그것도 양희지 씨가 먼저 이혼을 제기했답니다...”“그게 언제야?”공혜리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표정은 더 복잡했다.양희지가 염무현에게 시집간 건, 전생에 나라를 구한 복일 것이다.그렇게 좋은 남편을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꿈에도 얻지 못하는데, 염무현에게 시집간다면 자다가도 웃을 일인데, 바보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혼을 한단 말인가?“그저께요.”비서는 정확한 시간을 말했다.공혜리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가더니 절묘한 곡선을 이루었다.“엊그제 호텔에 와서 소란을 피우던 그 모자가 바로 어머니와 남동생이었네.”“양희지, 세상 사람들이 널 서해 제일의 미녀 대표라고, 머리도 좋고 안목도 탁월하다는데, 이제 보니 미련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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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화

염무현은 그제야 앉아있는 양희지를 보고 미간을 찌푸리더니 돌아서려 했다.그는 원래 얼굴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만약 오늘 열리는 것이 자선 파티가 아니었다면, 그는 참석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이혼할 때 남남이 되기로 했으니, 염무현은 당연히 양희지와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남도훈은 그가 겁을 먹었다 생각해 바로 손을 뻗어 가로막았다.“왜, 사람들 앞에서 들통나니 쫄았어?”“여기가 네가 오고 싶으면 오고, 가고 싶으면 가는 곳인 줄 알아?”남도훈의 진짜 목적은 염무현이 사기꾼이라는 걸 공씨 집안이 믿어 의심치 않게 하려는 것이었으니, 당연히 그에게 빠져나갈 기회를 주지 않았다.“염무현, 어떻게 네가 이래? 폭력, 사기, 이제는 거짓말까지. 이건 네가 가장 싫어하던 거잖아?”양희지의 말은 마치 날카로운 칼처럼 염무현의 가슴에 박혔다.“결국 자기가 가장 싫어하는 모습으로 변했네. 너무 실망이야. 너랑 한때 부부였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이미 평온해진 염무현은, 다른 사람의 거짓 비난에도 화내지 않았다. 더는 만만한 염무현이 아니었다.그는 남도훈을 밀쳐내더니 바로 금색 의자에 앉았다.“그래? 나는 꼭 여기 앉아야겠는데. 만약 눈에 거슬린다면 네가 나가던가.”이혼까지 한 마당에 무슨 자격으로 남의 일에 신경 쓰고, 설교하냐는 뜻이었다.양희지는 순간 말을 잇지 못했다. 염무현이 처음으로 그녀의 말에 토를 달았기 때문이다.방금 밀려난 남도훈은 비틀거리더니, 갑자기 벌컥 화를 냈다.“당장 일어나. 감옥에서 살다 온 녀석이 무슨 자격으로 그 의자에 앉아? 자기 주제를 몰라도 유분수지!”양희지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염무현, 여기는 확실히 네 자리가 아니야.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어서 일어나.”“공씨 가문 파티에 왔으니 이곳은 공혜리 씨 구역이야. 이렇게 막무가내로 구는 건 감옥에서 통할지는 모르지만, 여기서는 너만 손해야.”염무현은 일어나기는커녕 오히려 다리를 꼬더니 말했다.“바로 공혜리 씨가 날 여기로 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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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화

감히 공씨 가문을 속이려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공씨 가문이 쉽게 속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남도훈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급히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범식이 형, 저예요. 남기태 아들 남도훈이요. 며칠 전 오락성에서도 만났잖아요.”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양희지를 주좌 옆에 앉혔으니, 이 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인가?남기태의 외아들인 남도훈이 공혜리의 반대편에 앉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김범식은 귀찮은 듯 소리쳤다.“그래 바로 너, 남도훈! 당장 꺼지라고!”큰 울림에 남도훈은 귀가 윙윙거리는 것 같았고, 마침 비서도 다가와 양희지에게 말했다.“방금 제가 착각했어요. 양 대표님 자리는 여기가 아니니 바로 일어나 주세요.”양희지는 멍해 났다.“그럼, 제 자리는 어디죠?”비서는 먼 곳의 일반석을 아무렇게나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서 아무 데나 앉으시면 돼요.”양희지는 급히 남도훈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 코가 석 자였고, 게다가 악명 높은 김범식의 앞에서 감히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희지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일단 저쪽으로 가서 앉고,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지 확인해볼게요.”남도훈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양희지는 언짢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혜리를 보기도 전에 쫓겨났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위층에서 공혜리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다행히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분부했다.“고객 부서에 연락해서, YH그룹의 골드 파트너 선정 자격을 취소시켜.”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방을 나섰다.“저기 봐. 공혜리 씨가 오셨어!”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2층에 나타났다.공혜리는 맞춤 제작 드레스로 매혹적인 S라인 몸매를 뽐냈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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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화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모두 불가사의한 표정이었다.비록 공혜리가 예쁘기는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아리따운 겉모습 뒤에 얼마나 악독한 성격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공규석의 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많은 사람들이 공혜리의 외모에 현혹되어 만만한 줄 알았다가 큰 손해를 봤었다.특히, 공규석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지금, 공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는 공혜리였다. 몇 번이고 아버지의 기풍을 이어받은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렇게 결단력이 있는 여장부가 왜 눈앞의 평범해 보이는 남자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남도훈은 이 사람이 감옥에서 막 풀려난 죄수라고 했다.방금 고개를 숙여 사과하던 공혜리는 자기도 모르게 양희지를 향해 힐끗 쳐다보았다.염무현은 그녀가 양희지를 자기 옆에 앉혀둔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괜찮아요. 좋은 마음으로 신경 써주신 거잖아요.”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를 따질 생각은 없었다.공혜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염 선생님께서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이번에는 김범식조차 깜짝 놀랐다.‘아가씨는 형님 말고 다른 남자에게 웃은 적이 한 번도 없어. 게다가 이렇게 달콤하게 웃다니!’자리에 앉자, 공혜리는 차가운 얼음공주로 변하더니 명령했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시작하지.”서글서글한 면상을 가진 한 어르신이 염무현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원래 양희지의 자리에 앉았다.그가 바로 서해 시 상회의 손 회장이었다. 너무 놀란 양희지는 이미 말문이 막혔다. 방금 공혜리의 행동도 충분히 놀라운데, 손 회장까지 염무현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모두들 자리에 앉았고 아무도 남도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세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하며 떠났다.일반 손님 구역에서 남도훈은 뻔뻔하게 말했다.“사실 어디에 앉
last updateLast Updated : 202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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