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공씨 가문을 속이려다가 비참한 결말을 맞이했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공씨 가문이 쉽게 속는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눈앞에 벌어진 일은 또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남도훈은 당연히 받아들일 수 없었고, 급히 자신의 코를 가리키며 말했다.“범식이 형, 저예요. 남기태 아들 남도훈이요. 며칠 전 오락성에서도 만났잖아요.”아버지의 전화 한 통으로 양희지를 주좌 옆에 앉혔으니, 이 얼마나 체면이 서는 일인가?남기태의 외아들인 남도훈이 공혜리의 반대편에 앉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닌가?김범식은 귀찮은 듯 소리쳤다.“그래 바로 너, 남도훈! 당장 꺼지라고!”큰 울림에 남도훈은 귀가 윙윙거리는 것 같았고, 마침 비서도 다가와 양희지에게 말했다.“방금 제가 착각했어요. 양 대표님 자리는 여기가 아니니 바로 일어나 주세요.”양희지는 멍해 났다.“그럼, 제 자리는 어디죠?”비서는 먼 곳의 일반석을 아무렇게나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에서 아무 데나 앉으시면 돼요.”양희지는 급히 남도훈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남자는 자기 코가 석 자였고, 게다가 악명 높은 김범식의 앞에서 감히 거역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희지 씨...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네요. 일단 저쪽으로 가서 앉고, 내가 아버지에게 전화해 무슨 일인지 확인해볼게요.”남도훈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양희지는 언짢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혜리를 보기도 전에 쫓겨났으니,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위층에서 공혜리는 그제야 한숨 돌렸다.다행히 일이 크게 번지지 않았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다.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고 전화를 걸어 분부했다.“고객 부서에 연락해서, YH그룹의 골드 파트너 선정 자격을 취소시켜.”그녀는 말을 마치고는 방을 나섰다.“저기 봐. 공혜리 씨가 오셨어!”누군가의 목소리에 모두가 동시에 고개를 들었고, 아름다운 그림자가 2층에 나타났다.공혜리는 맞춤 제작 드레스로 매혹적인 S라인 몸매를 뽐냈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고, 모두 불가사의한 표정이었다.비록 공혜리가 예쁘기는 하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아리따운 겉모습 뒤에 얼마나 악독한 성격을 가졌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녀가 바로 공규석의 딸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많은 사람들이 공혜리의 외모에 현혹되어 만만한 줄 알았다가 큰 손해를 봤었다.특히, 공규석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지금, 공씨 가문의 진정한 실세는 공혜리였다. 몇 번이고 아버지의 기풍을 이어받은 그녀의 모습에 모두들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런데, 그렇게 결단력이 있는 여장부가 왜 눈앞의 평범해 보이는 남자를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남도훈은 이 사람이 감옥에서 막 풀려난 죄수라고 했다.방금 고개를 숙여 사과하던 공혜리는 자기도 모르게 양희지를 향해 힐끗 쳐다보았다.염무현은 그녀가 양희지를 자기 옆에 앉혀둔 것에 대해 사과하는 것이라는 걸 바로 깨달았다.“괜찮아요. 좋은 마음으로 신경 써주신 거잖아요.”그는 손사래를 치며 이를 따질 생각은 없었다.공혜리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고, 얼굴에는 달콤한 미소가 번졌다.“염 선생님께서 너그러이 용서해주시니 대단히 감사합니다!”이번에는 김범식조차 깜짝 놀랐다.‘아가씨는 형님 말고 다른 남자에게 웃은 적이 한 번도 없어. 게다가 이렇게 달콤하게 웃다니!’자리에 앉자, 공혜리는 차가운 얼음공주로 변하더니 명령했다.“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시작하지.”서글서글한 면상을 가진 한 어르신이 염무현을 향해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원래 양희지의 자리에 앉았다.그가 바로 서해 시 상회의 손 회장이었다. 너무 놀란 양희지는 이미 말문이 막혔다. 방금 공혜리의 행동도 충분히 놀라운데, 손 회장까지 염무현에게 공손한 태도를 보이다니!모두들 자리에 앉았고 아무도 남도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세 사람은 얼굴이 빨개지고 부끄러워하며 떠났다.일반 손님 구역에서 남도훈은 뻔뻔하게 말했다.“사실 어디에 앉
남도훈은 매몰차게 거절당하고 자리로 돌아갔다.“어때요? 대표님이 뭐라세요?”두 여자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일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하면 이 여자들 앞에서 체면이 구겨지는 거 아니야?’그래서 남도훈은 거짓말을 했다.“일이 좀 번거롭긴 하지만 우리 아버지가 열심히 부탁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고 소식 기다려요.”사회자가 무대에 올라 자선 파티가 정식으로 시작되었음을 선포했다.공혜리는 자신도 모르게 염무현의 옆에 딱 붙어있었다. 남들이 보기엔 친근한 행동이지만 이건 여자들이 누군가를 좋아할 때 하는 행동이다.“무현 님이 이혼한 줄 정말 몰랐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절대 양희지 씨가 올 수 있게 약속을 바꾸지 않았을 거예요.”공혜리의 붉은 입술은 염무현의 귀와 불과 몇 센티미터밖에 떨어지지 않고 있어 마치 연인들끼리 귓속말을 하는 것 같았다.염무현은 자리에 앉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모두 과거의 일이니, 공혜리 씨는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마침 이 장면을 본 양희지의 표정이 착잡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완전히 내려놓았다고 생각했지만, 전 남편이 다른 여자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질투심이 일어났다.양희지는 엊그제 양준우의 다리를 부러뜨리라고 명령한 사람이 공혜리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당시 공혜리는 자신의 이름을 말했으나 양준우는 아프다고 외치기만 했고, 서아란은 큰소리로 퍼붓기만 했기 때문에 두 사람은 전혀 듣지 못했다.그리고 두 모자의 생각은 이러했다.‘염무현이라는 트러블 메이커가 존재하는데 계집애들이 도망을 갔을까?’두 사람이 공혜리의 이름을 똑똑히 듣고 양희지에게 말했다면 그녀는 오늘 체면을 구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지금, 무언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듯 양희지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단상에서 가장 먼저 등장한 사람은 바로 공혜리의 비서였는데 공씨 집안과 공혜리 본인을 대신해 2억을 기부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이끌려는 의도임이 분명하다.무대 아래의 사람들은 분분히 얼굴을 내밀고 공혜리의 넓은 마음씨에
일반구역에 있는 양희지의 얼굴은 초조했다.그녀는 어느 부분이 잘못되어 노력으로 세운 공든 탑이 무너졌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그때 조윤미의 핸드폰이 울렸다.“조금 전 그 친구입니다. 안 그래도 그 이유가 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조윤미가 핸드폰을 가리키며 말했다.양희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긴장된 표정으로 변했다.“여보세요... 뭐라고요? 법무부에서 계약을 하고 있는데, 우리 YH 그룹이 골드 파트너가 된다고요?”그 말을 들은 양희지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아니 방금까지 거절당했다고 하지 않으셨어요?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바뀔 수 있지? 저 심장도 안 좋은데 이런 농담 하지 마세요!”남도훈은 매우 대수롭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기회가 없다고 했을뿐더러 이미 확고하게 결정된 일이라 변화가 생길 수 없다고 했다.굳이 맞추지 않아도 이건 상대방이 조윤미를 대상으로 농담하고 있다는 것이 알렸다.공씨 집안은 여태껏 했던 말, 정해놓은 일은 절대 바꾸지 않았으니 말이다.조윤미가 전화를 끊기도 전에 양희지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었다.“어떻게 됐어?”“됐습니다! 제 친구가 법무부에서 곧 전화해서 확인하겠다고 했어요.”조윤미는 몹시 흥분했다. 양희지도 깜짝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진짜?”남도훈은 콧방귀를 뀌었다.“두 분, 제가 찬물을 끼얹는 게 아닙니다. 때로는 희망이 커지면 실망했을 때...”그때 양희지의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 법무부 정 총장님, 안녕하세요, 네, 네, 제가 그럼 일요일 오전에 사인하러 가겠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정 총장님.”너무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복에 양희지는 휴대폰을 들고 있는 손조차 부들부들 떨었다.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야말로 짜릿한 일이 아닐 수 없다!“아 참, 방금 뭐라고요?”양희지는 조금 전 남도훈이 하려던 말이 무엇인지 물었다. 전혀 듣지 못했으니 말이다.남도훈은 아직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어떻게 일이 성사된 거지? 이건 과학적이지 않아!’ 어떻게 그
조윤미는 그 뒤를 따르며 빈정거리기 시작했다.“그냥 어디서 굴러온 지 모를 여자 덕이나 보고, 그 밖에 온갖 속임수를 다 써놓고는 어디서 의기양양한 척을 해요?”“도훈 도련님이야말로 엘리트죠, 전화 한 통에 우리 양 대표님을 도와 일을 해결해주니 말이에요!”염무현은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다 말했어요? 다 말했으면 길 좀 비켜요. 이렇게 길을 막는 건 예의가 아닙니다.”염무현은 쓸데없는 소리는 물론 그들의 파렴치한 몰골은 더더욱 보고 싶지 않았다!그때, 조윤미가 즉시 얼굴을 내밀었다.“겨우 몇 마디 했다고 지금 기분이 나쁘다는 거예요? 자기 주제도 모르면서 무슨 자존심을 세우고 그래요? 당신한테 어울리는 거라 생각해요?”“그럼 남도현한테는 뭐가 있나요? 저도 묻고 싶은데요.”염무현의 표정이 점점 차가워졌다.그러자 조윤미가 오기를 부렸다.“귀 쫑긋 세우고 잘 들어요. 조금 전 도훈 도련님께서 전화 한 통에 불리한 상황을 180도로 확 뒤집으셨어요. 우리 YH 그룹이 공씨 집안 골드 파트너가 됐다고요! 만약 당신이라면 꿈도 못 꿀 일을 해냈단 말입니다!”염무현은 다시 한번 얼굴을 찌푸렸다.“그게 남도현의 공로라고 확신해요? 절을 잘못 찾고 다른 신께 감사해하지 마세요. 참 웃기네요.”이윽고 조윤미가 피식 냉소했다.“도훈 도련님이 아니면 뭐 당신이겠어요? 자기 덕행도 모르고 이렇게 시큰둥하게 행동하지 말아요, 역겨우니까!”“남자는 가난하고, 못생기고, 왜소해도 되지만 반드시 스스로를 잘 알아야죠. 자신이 능력이 없으면 없는 거지 왜 남한테 능력 있는 걸 인정하지 않아요? 그렇게 남이 잘되는 꼴을 못 보겠어요? 제가 딱 싫어하는 남자 스타일입니다.”뒤이어 남도훈도 오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우리 남씨 집안 말고 공씨 집안의 마음을 바꾸게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냐? 네가 인정을 하든 안 하든 이건 명백한 사실이야. 안 믿지? 내가 증명해줄게.남도훈은 휴대폰을 꺼내어 재빨리 아버지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아버지, 방금 공씨 집안에
믿음이 없어지면 아무리 설명해도 쓸데없는 짓이 된다.“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상관없는데, 후회만 하지 마!”염무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양희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순간 이성을 잃고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그때 너를 선택한 거야!”그러자 남도훈은 능청스럽게 화자처럼 흉측한 표정을 지었다.“희지 씨, 화내지 말아요. 이런 사람 때문에 몸을 망치는 건 수지가 안 맞아요. 이 녀석은 분명 이혼당한 게 달갑지 않아서 이러는걸 겁니다. 또 나처럼 훌륭한 사람이 희지 씨랑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질투가 나기 마련이죠. 인지상정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그러자 조윤미도 시의적절하지 않게 아부하기 시작했다.“대표님 보세요. 이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입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몰라요. 비교하면 할수록 깜짝 놀란다니까요?! 대표님은 마음이 너무 약하시고 감정이입도 잘하셔서 저 사람 감옥에서의 표현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억지로 꼬박 4년을 끌고서야 이혼을 했는데, 이제야 잘못 된 거라는 게 증명됐네요!”“도훈 도련님이 백 배는 나으세요. 저 사람이 감옥에 있을 때 대표님이 일방적으로 혼인 관계를 파기하고 도련님이랑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두 분?!”한편 염무현 쪽, 정면에서 기름진 머리의 한 청년이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한 얼굴로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건들건들하며 걸어왔다.뒤에 경호원 네 명이 한껏 가오를 잡으며 그를 따르고 있었다.“여기가 이렇게 시끌벅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공씨 집안은 분명 장례를 치러야 할 텐데 아직도 이런 형식주의에 여념이 없다니... 착한 일을 하면 재난을 피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지?”그는 사방을 빙 둘러보더니 피식 웃었다.“정말 기상천외하군, 헛된 꿈을 꾸고 있어! 외부에 공혜리가 그렇게 총명하고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럼 사실을 증명하면 되잖아!”“악취 나는 계집애, 공씨 집안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이전과는 다르다.서운범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모든 유형의 미녀를 정복하는 것이다. 특히 차가운 성격의 소유자일수록 그의 승부욕을 자극하고 이기면 더 성취감을 느낀다.“미녀 아가씨,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지 않나? 나가서 내가 술 한잔 사줄게.”서운범은 성큼성큼 걸어 양희지의 앞에 도착했다. 얼굴에 사악한 웃음을 머금고 눈은 그녀의 몸을 휘젓고 다니며 조금도 수그러들지 않았다.양희지는 혐오감을 감추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전 그쪽 모릅니다, 관심 없어요!”“한번 두번 만나보면 익숙해질걸? 서너 번 만나면 몸도 서로 붙이고 말이야!”서운범은 온 얼굴에 음탕한 웃음을 짓고 입술을 핥으며 말했다.“내 앞에서 고상한 척할 필요 없어. 사람이든 물건이든 모두 가격이 있는 것이니, 솔직하게 말해 봐. 얼마면 나랑 잘래?”그러자 양희지가 버럭 화를 냈다.“꺼져요!”하지만 서운범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더 흥이 나서, 손을 뻗어 양희지의 턱을 만지려 했다.“쪼끄만 게 맵네? 나는 오히려 좋아! 부르고 싶은 대로 다 불러, 설령 엄청난 숫자라 해도 나 눈 깜빡하지 않는다고 장담할게!”양희지는 조금 전 염무현의 일로 인해 기분이 워낙 좋지 않았던 터라 완전히 분노가 차올라 곧장 서운범의 뺨을 때렸다.“짝!”태어날 때부터 부귀하게, 곳곳에서 사람들의 추앙을 받고 오래전부터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 익숙했던 서운범이 어찌 이런 수모를 당하겠는가.그의 안색은 이내 어두워졌고, 눈빛도 차가워져 갔다.“이 더러운 여자가, 감히 나 서운범을 때려? 죽으려고 이게!”서운범은 손바닥을 높이 치켜들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해득실을 따지지 못하는 여자를 단단히 혼을 내주리라 다짐했다.그러자 남도훈은 즉시 달려들어 영웅처럼 미녀를 구해내고자, 서운범을 밀쳐냈다.“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왔어? 어디 감히 내 여자를 건드려! 여기가 어딘지는 알고 이러는 거야? 여기서 행패를 부리면 죽을 사람은 바로 너라고!”‘경호원이 곁에 따라다니
“방금 서운범 도련님인지 못 알아봤어요. 제가 눈이 삐었습니다. 오해했네요. 제가 먼저 사과드리죠.”“저희 아버지는 ZW 그룹의 남기태이시고 제 이름은 남도훈입니다. 2년 전에도 함께 밥을 먹었습니다. 그... 삼석 레스토랑에서 말이죠! 아버지가 친히 저를 데리고, 어르신과 도련님에게 술을 권하셨는데, 생각나십니까?”“방금 일은 오해세요. 저희 아버지 체면을 봐서라도 그만해주셨으면 합니다!”감히 조금도 날뛰지 못하고 남도훈은 허리를 90도까지 굽히고 극도로 공손한 말투로 말했다. 그는 하마터면 상대방에게 무릎을 꿇을 뻔하기도 했다.조윤미는 그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녀의 인상 속에 남도훈은 여태껏 매우 지고지상한 모습이었으니 말이다.‘왜 갑자기 이렇게 자신을 낮추시는 거지? 내가 알던 도훈 도련님 맞아? 가짜 아니야?’“서운범 도련님은 무슨...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우리한테는 공씨 집안이 있잖아요, 도훈 도련님은 뭐가 그렇게 두려우세요?!”조윤미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그러자 남도훈은 즉시 그녀를 노려보며 꾸짖었다.“당신이 뭘 알아! 이 도련님의 아버지는 바로 서해의 지하왕이자 북패천이라 부리는 서경철 사장님이시라고요!”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서경철이라는 사람은 너무나 악랄해서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납치하고 대출해 주는 나쁜 짓을 서슴지 않았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들에게 핍박을 받아 패가망신했다고 한다.일찍이 어떤 사람이 술기운을 빌어 공개석상에서 서경철은 사회의 암적인 존재라고 호통쳤는데, 결국 그날 저녁 일가족 다섯 명이 몰살당하고, 그 자신은 거실에서 목매달아 죽었다고 한다. 처자식 중 어느 누구도 살아남지 못했다!이때부터 서경철은 서해의 호랑이로 불렸는데, 그때의 공규석보다 강하면 강했지, 못하지는 않았다.특히 공씨 집안이 점차 쇠락하자 서경철은 고삐 풀린 야생마처럼 더 이상 그를 당해낼 사람이 없어 더욱 거침없이 행동하기 시작했고, 서해에서는 감히 서경철을 건드릴 사람이 없었다.놀란 남도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두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