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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믿음이 없어지면 아무리 설명해도 쓸데없는 짓이 된다.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상관없는데, 후회만 하지 마!”

염무현은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성큼성큼 자리를 떠났다.

양희지는 화가 치밀어 올라 순간 이성을 잃고 그의 등을 향해 소리쳤다.

“내가 가장 후회하는 건 그때 너를 선택한 거야!”

그러자 남도훈은 능청스럽게 화자처럼 흉측한 표정을 지었다.

“희지 씨, 화내지 말아요. 이런 사람 때문에 몸을 망치는 건 수지가 안 맞아요. 이 녀석은 분명 이혼당한 게 달갑지 않아서 이러는걸 겁니다. 또 나처럼 훌륭한 사람이 희지 씨랑 함께 있는 것을 보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질투가 나기 마련이죠. 인지상정이니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조윤미도 시의적절하지 않게 아부하기 시작했다.

“대표님 보세요. 이것이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차이입니다. 비교하지 않으면 몰라요. 비교하면 할수록 깜짝 놀란다니까요?! 대표님은 마음이 너무 약하시고 감정이입도 잘하셔서 저 사람 감옥에서의 표현에 영향을 끼칠까 걱정입니다. 억지로 꼬박 4년을 끌고서야 이혼을 했는데, 이제야 잘못 된 거라는 게 증명됐네요!”

“도훈 도련님이 백 배는 나으세요. 저 사람이 감옥에 있을 때 대표님이 일방적으로 혼인 관계를 파기하고 도련님이랑 같이 있었어야 했는데... 얼마나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에요 두 분?!”

한편 염무현 쪽, 정면에서 기름진 머리의 한 청년이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한 얼굴로 입에는 이쑤시개를 물고 건들건들하며 걸어왔다.

뒤에 경호원 네 명이 한껏 가오를 잡으며 그를 따르고 있었다.

“여기가 이렇게 시끌벅적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공씨 집안은 분명 장례를 치러야 할 텐데 아직도 이런 형식주의에 여념이 없다니... 착한 일을 하면 재난을 피하고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지?”

그는 사방을 빙 둘러보더니 피식 웃었다.

“정말 기상천외하군, 헛된 꿈을 꾸고 있어! 외부에 공혜리가 그렇게 총명하고 대단하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럼 사실을 증명하면 되잖아!”

“악취 나는 계집애, 공씨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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